책 소개
인간적이고 우호적이며 생태적인 태도로
제품과 세상의 관계를 회복하는 다양한 디자인 시도
태도가 결여된 디자인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손실은 생각보다 크다. 비슷하게 생긴 약병 때문에 약을 잘못 복용하는 사례가 많고,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아파트는 이웃 간의 소통을 단절하여 개인 소외를 낳았으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용기와 컵은 지구촌 곳곳에서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는 아이디어나 기술이라기보다는 태도의 문제다.
사람을 위한 ‘인간적인’ 디자인
불안증과 폐쇄 공포증이 있는 어린이 환자들의 경우 MRI 스캔과 같은 건강 검진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필립스와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협업하여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는 MRI 스캐너를 개발하였다. 어린이 환자들은 검진을 받는 동안 불안감을 잊고 자신이 선택한 만화 속 세계에 초대 받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큐머스에서 개발한 365 안심약병은 기억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편리하고 유용한 디자인이다. 약통의 뚜껑을 열면 ‘딸깍’ 소리와 함께 뚜껑에 표시된 요일이 자동으로 다음 날로 바뀌어 약을 중복으로 복용하거나 약 복용을 잊을 확률이 적다.
사회를 위한 ‘우호적인’ 디자인
보행 중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걷거나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이 켜져도 그대로 서 있는 스마트폰 좀비, 즉 ‘스몸비’는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들을 위해 보도블록의 라인을 따라 LED 패널을 설치하는 바닥 신호등이 설계되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조사에 따르면 바닥 신호등이 설치된 이후 교통신호 준수율이 90퍼센트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 9구의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 빈 공간에 컬러풀한 농구장 피갈 뒤프레가 등장했다. 단순히 거리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방치된 자투리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고, 사람들의 건강 증진과 함께 지역의 커뮤니티 역할까지 수행하는 농구장은 매우 바람직한 공공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환경을 위한 ‘생태적인’ 디자인
2020년, 전 세계 78억 인구가 한 달에 사용하는 마스크 개수가 무려 1,290억 개에 달했다. 메이크 임팩트는 마스크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엄청난 양의 자투리가 소각용 폐기물로 버려지는 것에 주목했다. 이에 자투리 부직포를 소재화하고, 버려진 페트병 뚜껑을 더해 세상에 하나뿐인 비누 트레이, 화분, 인센스 홀더 등을 만들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문제를 친환경적으로 해결한 일본 브랜드 와사라도 있다.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 그릇으로 친환경적이고 가벼우면서도 간편하여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파티나 뷔페에 유용하다. 식사를 마치고 사용한 그릇을 땅에 묻으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친환경적이면서 아름답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제로 디자인이다.
디지털화, 팬데믹 등 급변하는 세상 안에서
새로이 소개되는 각국의 다양한 디자인 시도
2019년, 외적인 아름다움과 새로움이 디자인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회 인식이 안타까워서 디자인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고자 〈배려하는 디자인〉이 출간되었다. 그로부터 5년간 세상은 정말 많이 변하였다. 가장 큰 사건으로 코로나19 팬데믹부터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제품들의 대중화, 비대면 플랫폼 등 급변하는 세상에 맞추어 좀 더 다양한 내용을 실은 〈배려하는 디자인〉 개정증보판이 완성되었다.
사람과 사회, 환경을 위한 디자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자연스레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가 바람직한 가치관을 지닌다면 자연스럽게 가치 있는 디자인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작가 소개
방일경
1963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영주에서 자랐다.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미술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문경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숙명여자대학교·인천대학교·경희대학교에서 강의했고, 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를 역임했다. 2016년 서울시립미술관 시민큐레이터로 선정되어 《오.두.방_五色話頭房》전을 기획·운영했으며, 총 세 번의 개인전을 진행했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일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감각하게 하는 디자인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관람객과 만나며, 또 다양한 사회 현상을 목격하며 디자인의 의미를 여러 차례 생각했다. 외적인 아름다움과 새로움이 디자인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안타까웠고, 디자인의 진정한 가치를 이야기하기 위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1년여 동안 22개국의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며 일상과 사회,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들과 함께 디자인의 본질을 되찾는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목 차
개정증보판 서문
인간적인,
1.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의 7가지 원칙과 3가지 부칙 |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 모든 상황에서 | 습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 다양한 경로를 지닌 | 사용하기에 앞서 오류에 대비하고 |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 모두를 위한 디자인
2. 사람의 마음을 읽는 행동유도성 디자인
오류를 방지하는 디자인 | 평범한 사용자의 입장 | 디자인으로 깨끗하게 | 실천하는 디자인
3. 일상 속의 특별함 슈퍼노멀 디자인
아이디어는 불편함에 깃든다 | 불편함은 당연하지 않다 | 한 끗 차이의 편리함 | 편리함 속의 즐거움 | 연결하는 디자인 | 공간에 녹아드는 디자인
4. 인간과 사물의 교감 감성 디자인
예술과 시를 표현하는 디자인 회사, 알레시 | 브랜드의 오감 디자인 | 그림도 들을 수 있다 | 디자인으로 더 맛있게 | 만지고 느끼는 디자인 | 의료기기와 디자인의 만남
5. 고령화 시대 디자인의 역할 실버 디자인
노년의 삶을 이해하는 기구 | 다양한 기능보다는 필요한 기능을 | 약통의 디자인이 실수를 부른다 | 노인과 사회의 관계를 디자인하다
우호적인,
1. 모두의 일상에 스며드는 공공 디자인
시민의 일상을 예술로 만들다 | 안전을 최우선으로 | 일상을 뒤흔든 팬데믹 그 이후 | 도시라는 브랜드 | 세계인의 기호, 픽토그램 | 픽토그램 올림픽 | 시대를 읽는 픽토그램
2. 도시의 재발견 도시재생 디자인
도시라는 미술관 | 과거 위에 현대를 세우다 | 도시의 생명은 사람으로부터
3. 현대 사회와 관계 맺기 커뮤니티 디자인
사회 안의 작은 사회 | 단절에서 소통으로
4. 사익과 공익의 만남 코즈 마케팅
제품이 아닌 가치를 소비하다 | 제품의 새로운 자격, 크루얼티 프리 | 소비와 기부의 경계에서 | 새로운 기부의 방식
5. 최고가 아닌 최적의 디자인 개발도상국을 위한 디자인
생명을 구하는 사소한 발견 | 불안한 삶의 바리케이드 | 원조에서 자립으로
생태적인,
1. 물건에 대한 새로운 성찰 에코 디자인
플라스틱 지구 | 플라스틱, 쓰지 않을 수 있다 | 플라스틱, 버리지 않을 수 있다
2. 제품의 두 번째 이야기 리사이클과 업사이클
사용 후를 디자인하다 | 버려진 것도 새로워질 수 있다 | 쓰레기로만 할 수 있는 예술
3. 행동에 스며드는 넛지 디자인
휴지를 덜 쓰게 하는 법 |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 | 자동차는 편리하지만
4. 근본적인 문제 해결 제로 디자인
자연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얻다 | 버리고 가는 접시 | 커피와 곁들이는 컵 | 땅에서 와서 땅으로 돌아가는 칫솔
5. 새로운 문화를 제시하는 슬로 디자인
맛을 동질화하다 | 자연의 맛을 기다리다 | 속도가 디자인이다 | 저렴한 가격을 넘어서는 가치 | 슬로 라이프, 바쁠수록 천천히 | 슬로시티, 기꺼이 기다리는 삶 | 함께 걸어볼까요
글을 마치며
부록
참고문헌 | 출처 | 색인 | 웹사이트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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