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루뭄바를 죽였는가 - 콩고민주공화국 초대 총리 살해와 그 배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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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마뉘엘 제라르.브
출판사항삼천리, 발행일:2018/11/16
형태사항p.404 국판:23
매장위치외국서적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489849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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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대담하고 청렴했던 로베스피에르처럼, 루뭄바는 콩고인들이 국민적 합의를 이룰 거라고 확신했다. 감동적인 연설만으로 루뭄바는 흑인들을 원대한 꿈이 담긴 ‘국가’로 이끌고 시민으로 만들 수 있었다.”

1963년, 프랑스의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는 〈파트리스 루뭄바의 정치사상〉(La pensée politique de Patrice Lumumba)이라는 글에서 서른다섯 젊은 나이에 스러져 간 신생 독립국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정치 지도자를 이렇게 칭송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혹한 식민 통치에서 독립한 콩고민주공화국

19세기 벨기에 국왕 레오폴 2세의 사유지로 운영된 콩고자유국(État indépendant du Congo) 사람들에게 식민 지배가 안긴 고통은 실로 인류의 치욕이라 할 만큼 가혹한 것이었다. 마크 트웨인, 코넌 도일과 조지프 콘래드 같은 작가들이 글과 만평을 통해 콩고의 참상을 알렸다. 어떤 언론인은 콩고 독립 이전의 현실을 이렇게 고발했다. “레오폴 2세가 콩고자유국에서 학살한 무고한 이들의 피를 물통에 담아 늘어놓으면 2천 마일이 될 것이요, 죽은 자들이 일어나 줄지어 행진한다면 다 지나가는데 일곱 달하고도 나흘이 걸릴 것이다.”
세계 지도를 펼쳐 아프리카를 보면 대륙 한가운데 큼지막한 콩고민주공화국이 자리 잡고 있다. 수단, 알제리에 이어 국토 면적(235만㎢)이 아프리카 전체에서 3위이고, 나이지리아와 에티오피아에 이어 인구(8,400만 명) 규모도 3위를 차지하는 ‘대국’이다. 영화 속 영웅 ‘타잔’이 활약하던 밀림과 황금의 땅,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로 가기 전 게릴라 부대를 이끌고 들어갔던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그냥 20세기 장기간 독재 체제가 이어진 가난한 나라 정도로 기억된다.

카리스마 넘치던 신생 독립국 젊은 지도자의 죽음과 그 파장

 이 책은 60년 전 이런 나라에 아프리카 최초로 민주공화국을 세우고 새로운 콩고의 미래를 위해 분투한 지도자의 마지막 삶을 다루고 있다. 파트리스 루뭄바(1925~1961)는 이 짧은 기간에 콩고민족운동(MNC)을 이끌며 투쟁과 투옥을 거듭한 끝에 독립 협상을 주도하며 총리에 올라 내각을 구성하고 쿠데타로 해임된 뒤 체포되어 무참하게 처형되었다.
1961년 1월, 모스크바, 베이징, 카이로, 런던, 파리, 로마, 워싱턴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일어났고, 뉴욕의 유엔 본부 회의장까지 시위대 60명이 난입하여 “살인자가 누구든 루뭄바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트리스 루뭄바의 죽음은 해방된 신생 독립국에서 나타나는 권력투쟁과 내전, 냉혹한 열강의 각축, 낡은 제국주의의 뿌리를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이 과정에 벨기에는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군대를 보냈고, 유엔도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2만 명을 파견했으며, 미국은 냉전 상황에서 소련의 영향력을 봉쇄하고 친미 정부를 세우려고 CIA를 통해 막후에서 움직였다. 1961년 9월에는 이 책의 주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유엔 사무총장 다그 함마르셸드가 의문의 항공기 추락사로 사망했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사고가 외부의 공격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유엔 조사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쿠데타와 내전, 서구 열강의 각축

‘초대 총리’ 루뭄바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콩고 남동부 카탕가 주 분리주의자들의 반란이었다. 구리, 금, 우라늄 등 풍부한 자원이 매장되어 있던 카탕가 주는 제국 벨기에는 물론 이 지역 자원 채굴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던 미국 등 열강의 지원을 받은 모이스 촘베를 우두머리로 하여 콩고공화국이 독립한지 2주도 채 안 돼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콩고 위기’의 시작이었다. 이미 콩고공화국이 독립하기도 전에 독립을 선언한 카사이 주까지 합쳐지면서 콩고는 분열과 내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루뭄바는 유엔에 원조를 요청했고 안전보장이사회는 벨기에가 군대를 철수할 것과 콩고 정부가 요구하는 군사력 원조를 약속했다. 그러나 유엔 평화유지군은 카탕가의 분리독립은 내정 문제라고 규정하며 반란 세력을 적극적으로 진압하려 하지 않았고, 여기에 실망한 루뭄바는 소련의 군사원조를 받아들이겠다면서 국제사회를 압박했다.
1960년 5일, 마침내 대통령 카사부부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루뭄바를 총리직에서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루뭄바는 즉시 콩고 상원에서 신임 투표를 실시한 뒤 이를 무기로 오히려 카사부부를 해임했다. 카사부부와 루뭄바는 당시 콩고군 참모총장에게 서로를 체포할 것을 명령했다. 9월 14일, 참모총장은 CIA의 지원 아래 쿠데타를 감행하고 루뭄바를 체포하여 가택연금시키고 카사부부는 대통령직을 유지하게 했다. 훗날 쿠데타로 권좌에 올라 30여 년을 집권하게 되는 이 참모총장이 바로 조제프 모부투였다. 두 달 뒤 루뭄바는 탈출에 성공하여 지지자들을 규합하고 새로운 정부를 형성한 콩고 동부의 스탠리빌로 향했지만 곧 체포되고 말았다. 해가 바뀌어 1961년 1월, 모부투는 체포된 루뭄바를 비밀리에 카탕가로 보냈고, 카탕가 정부는 그를 구타하고 고문을 가한 뒤 살해했다. 루뭄바의 처형은 제3세계 국가들의 격앙된 반응을 불러왔고 그해 9월에는 카탕가와 콩고군 사이의 휴전을 교섭 중이던 유엔 사무총장 다그 함마르셸드가 북로디지아에서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뒤로도 계속된 정치적 불안 끝에 1965년 조제프 모부투가 미국을 등에 업고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여 대통령에 오른다. 국호를 ‘자이르’로 고치고 1997년까지 30년 동안 독재자로 군림한 모부투는 아이러니하게도 1960년 정부 수립 당시 루뭄바 총리가 발탁하여 참모총장에 임명한 측근이었다.

60여 년 만에 밝혀진 의문의 죽음과 냉전의 국제정치학

‘루뭄바 암살 사건’은 그동안 정치학자나 저널리스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여전히 일반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루뭄바의 지나온 삶의 궤적과 죽음에 이른 경위가 국제 여론을 건드렸고 유엔, 벨기에, 미국은 물론 콩고 국내에서도 논란이 계속됐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루뭄바의 몰락을 모의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남긴 자서전과 회고록, 메모를 보면 루뭄바의 죽음과 직접적인 관련이 거의 없었다.
이 책은 미국 아이젠하워에서 케네디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국무부와 CIA는 물론 벨기에와 영국의 정보기관이 루뭄바 암살을 모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역대 최장수 CIA 국장인 앨런 덜레스는 루뭄바를 ‘아프리카의 카스트로’라고 판단하고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해 암살 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또 벨기에 경찰관 버르스회러는 루뭄바를 직접 살해 현장으로 압송했고 현지 경찰과 함께 시신을 땅에 묻었다.
파트리스 루뭄바는 가나의 콰메 은크루마 대통령 등과 함께 아프리카 민족주의와 비동맹, 나아가 냉전 속에서도 서구 열강과 대등한 외교를 통해 콩고의 미래를 구상했다. 루뭄바가 실제로 살아 있었다면 어떠했을지 알 수는 없다. 독립은 급작스러웠고, 콩고는 자립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일부 도시를 빼면 콩고인들에겐 아직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다. 벨기에도 콩고를 놓아 줄 만큼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콩고 사람들은 처음으로 자기들 손으로 뽑은 지도자에게 미래를 맡길 기회를 잃고 말았고, 그 뒤로 무려 46년 동안 이 나라에서는 선거다운 선거가 없었다.
이 책은 콩코의 역사나 정치는 물론, 미국과 소련, 벨기에, 유엔의 문서와 미간행 1차 자료, 당시 정치인과 각국의 외교관, 정보요원의 편지와 사적인 기록까지 면밀하게 분석하여 의문의 죽음으로 남아 있던 ‘루뭄바 살해’의 전모를 밝혀냈다. 콩고의 미숙한 정치인과 친서방주의자들, 오만한 미국과 제국의 특권을 지키려던 벨기에, 허점투성이 유엔과 냉전 속에서 콩고의 위기를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한 서구 열강 모두 이 젊은 지도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공범임에 틀림없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냉전 시기 아프리카 신생독립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파트리스 루뭄바의 죽음을 밝혀낸 이 책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이야기다. 민주적 선거로 총리가 된 루뭄바를 끌어내리려 했던 콩고의 정적들과 미국, 영국, 벨기에 정보기관의 음모, 내전에 개입했으나 무기력했던 UN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포린 어페어스》

작가 소개

지은이 : 에마뉘엘 제라르
문화사회연구원(KADOC) 원장으로 일하며 냉전기 비교정치학, 탈식민 국가의 민주화 과정과 반공산주의 운동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은이 : 브루스 쿠클릭
펜실베니아대학(UPenn) 미국사 석좌교수. 미국철학회 벤저민프랭클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미국 지성사와 역사철학, 정치, 외교 분야에 두루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The Fighting Sullivans: How Hollywood and the Military Create Heroes(2016), One Nation Under God (2009), Black Philosopher; White Academy: The Career of William Fontaine (2008) 등이 있다.


옮긴이 : 이인숙 

경향신문 뉴콘텐츠팀장. 대학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하고 2003년 경향신문사에 입사해서 정치부, 사회부, 국제부 등에서 기사를 써 왔다. 세상을 좀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기를, 깊이와 넓이를 글에도 그대로 담아내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목 차

서문
지도 사진 목록
1960년 당시의 주요 인물과 지명

01 벨기에 식민지
02 독립
03 제국의 반격
04 냉전의 그림자
05 다그 함마르셸드와 유엔
06 콩고 정부, 무너지다
07 모부투
08 루뭄바에 맞선 아프리카인들
09 CIA
10 벨기에의 귀환
11 위기에 빠진 루뭄바
12 루뭄바를 죽이다

에필로그
옮긴이 후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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