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바닷가에서 자란 재담꾼 작가를 만나 재탄생한 정약전의 「자산어보」
「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시리즈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한 팩션(faction) 동화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그 내용에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을 더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시킨 새로운 콘셉트의 역사 창작동화이다. 전체적인 큰 흐름은 역사적 사실에서 따왔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해석과 추측을 통해 어린이들이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에피소드와 모험담을 담아내어 동화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또한 국내 동화 작품에서 몇 안 되는 해양문학의 맥을 잊고 있다. 작가는 섬에서 자란 어릴 적 경험을 마음껏 작품에 녹여 내었다. 어린 시절에 어부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 같은 물고기 이야기 작가가 직접 바닷가에서 잡고 놀았던 경험을 바탕이 없었다면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재기발랄하게 구사하는 풍부한 사투리와 속도감 있는 문장 박학다식하면서도 호기심 많은 정약전 캐릭터와 톡톡 튀는 아이들 캐릭터는 작품 전반에 걸쳐서 생기를 불어 넣는다.
작가의 개성 넘치는 문체와 이야기 구성 능력으로 「자산어보」는 새롭게 탄생했다. 작가의 마음에 짙게 배어 있는 퍼덕퍼덕 살아 있는 경험과 정약전의 「자산어보」가 쓰여진 배경은 깊은 곳에서 뿌리를 잇대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3권을 통해서 「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는 작품 전체에 깊게 녹아든 주제가 선명히 부각되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확보되었다. 1~2권에 비해서 모험과 판타지는 줄어 들었지만 ‘정약전과 섬사람들 대 엄 별장 일당’의 심화된 대립과 갈등을 통해서 이야기는 완결성을 갖추었다. 「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 1~3권은 신 나는 모험이 주는 재미와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든 작고 힘이 없어도 옳은 것이 승리한다는 뿌듯한 뜻도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Ⅱ. 어린이 책 기획자 편집자 작가가 모여 꾸린 재미있고 뜻 깊은 해양 역사 동화
기획 과정 _ 「자산어보」를 닮은 작품의 탄생 과정
「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시리즈의 출발은 단순한 의기투합이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여러 종류의 한국 고전이 출간되기 시작한 2007년 여름 몇 명의 어린이 책 기획자와 편집자 작가가 모여 어린이 책과 동화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나온 우연히 나온 아이디어가 씨앗이 되었다.
당시에 대화의 소재가 되었던 여러 가지 다른 아이디어들도 있었지만 그 중 한 권은 어린이를 위한 「자산어보」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정약전의 인물 이야기이면 재미있게 읽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 의식이 발전하여 기획 방향으로 녹아들게 되었다. 여러 질문들은 곧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책이란 것이 무엇이냐? 는 거창한 질문으로 연결되었다.
어린이 책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다양하겠지만 재미란 결국 의미 있는(meaningful) 것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대화에서 중에서 얻은 하나의 작은 결론이 있었다. 단순한 결론이지만 실제로 이 모토는 작품의 가장 큰 중심축이 되었다. 또한 그 뒤로 말초적인 개그로 흥미를 끌 생각이 아니라면 충분히 감정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들과 몰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 모험과 성장에 대한 믿음과 권선징악의 갈등 구조가 있으면 좋겠다 하는 기획의 방향에 대한 몇 가지 줄기를 잡을 수 있었다. 어린이 책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기획과 작품에 대한 상으로 모아지고 결정화 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과정은 그 뒤 모임으로 이어져 살을 보태고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아이디어와 논의는 성과를 얻어 가제 「바다 삼총사」로 공식적인 출판 기획이 시작되었다. 이 기획은 정약전과 장창대 문순득 세 사람을 주요 축으로 가져가자는 것이 이야기 구조의 핵심이었다. 장창대는 실제로 흑산도에서 정약전의 자산어보 집필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현지 청년이었다. 홍어 장수 문순득은 지금의 필리핀까지 표류되어 갔다가 광동 북경 의주를 거쳐 조선으로 돌아온 사람으로 그의 표류기는 정약전에 의해 표해록으로 기록되었다. 이 책은 우리 나라 3대 표류문학 작품의 하나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머리와 옛 사람들이 쓴 고전과 역사적 자산이 모여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집필 _ 작가의 손에서 이야기가 풍성해지다
이 기획은 ‘진짜 바다 사람’ 김해등 작가를 만나면서 좀 더 풍성해졌다. 섬소년으로 자란 어린 시절의 추억과 특유의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이미 「전교 네 명 머시기가 간다」 로 바다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솜씨 있게 엮어낸 작가는 이 기획을 구현할 적임자였다. 딱딱한 기획은 작가에 의해 새롭고 풍부한 살을 얻게 되었다. 작가가 창조한 생생하고 설득력 있는 인물들이 꾸려지면서 이야기는 한층 풍성해졌고 작가가 실제 섬에서 자라며 보고 들은 다양한 소재들이 자연스럽게 버무려졌다.
김해등 작가는 쾌히 승낙해 주었고 첫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모든 주제를 장악하며 새로운 세계를 그려나갔다. 작가는 어린이들이 실제로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만들기 위해 애초의 기획을 조금씩 수정하기로 했다. 먼저 창대는 창해라는 인물로 각색되었다. 검은섬의 유일한 지식인 창해는 역사의 기록에서보다 작품 속의 공간에서 한층 풍부한 뼈와 살을 가진 캐릭터로 살아났다. 문순득은 이 책에서 몽돌 아빠로 각색되었다. 실제 책에서 활약하는 것은 없고 단지 아버지의 소식을 알 수 없는 어린 몽돌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작가는 이 책이 어린 독자들을 위한 것인 만큼 어린이 캐릭터를 중심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문순득의 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빠 없는 시간을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작가적인 의문을 작품 속에서 능란하게 녹여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몽돌 아빠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애틋한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이런 창조적인 작가의 고민으로 작품 바닥에 잔잔히 깔리고 정약전과 몽돌의 따뜻한 교감도 얻게 되었다. 소소한 에피소드이지만 작품 전체에 양념이 되는 이야기 줄기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만들기까지 수없이 많은 검은섬 사람들이 도움이 있었다’라는 작가가 부여한 가정은 「자산어보」의 집필 과정에 대한 뜻 깊은 주제로 표현되었다. 어떤 역사적인 결과물이든 한 사람의 특수한 재능과 노력으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당대의 사람들의 땀과 숨결이 녹아있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준다. 작가의 상상처럼 책 속에 볼 수 없었던 바다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은 정약전은 어부들의 입을 통해 섬사람들을 통해 답을 얻었을 것이다. 섬사람인 작가 김해등에게 자산어보는 정확하게 섬사람들과 정약전의 공저로 읽히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권선징악이라는 다소 도식적인 빤한 설정을 걸걸한 입담과 재치 있는 캐릭터 설정으로 가볍게 뛰어 넘는다. 자기 욕심 때문에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한 엄 별장은 벌을 받고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 아이들은 사람들의 오해를 풀고 즐겁게 산다는 결말은 흐뭇한 웃음을 준다. 정약전과 아이들의 학교 어유당-물고기가 노니는 집은 사랑이 꽃피는 학교이다. 이 흐뭇한 학교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서로 배워가며 서로 성장하는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감동을 준다.
삽화 작업 _ 만화가의 손에서 유쾌하고 정감 있는 캐릭터로 발전하다
이 작품에 그림을 그린 이경석 작가의 일러스트는 만화적인 상상력이 담뿍 들어간 코믹한 캐릭터와 재기발랄한 삽화로 이 이야기를 한층 더 유쾌하게 만들었다. 한 때 언더그라운드 만화계의 대부라고 불리던 이경석 작가는 「고래가 그랫어」의 "을식이는 재수없어"를 통해 어린이들과 처음으로 만났다. 언더그라운드 만화 당시의 악동스럽고 지저분한 선은 어린이 책의 삽화 작업을 통해서 한층 깔끔하고 명확해졌고 여전히 굵직한 상상력으로 과장되고 기형적인 캐릭터들은 남아 폭소를 자아낸다.
이 작품의 삽화 작업을 대하는 그림 작가의 정성이 꽤 각별했다. 작가는 흑산도와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토대로 정말 잘 그리고 싶다며 먼 바닷길을 떠났다. 작가는 직접 소흑산도와 대흑산도를 답사하는 글 작가 기획자 편집자를 따라서 섬사람들의 삶을 자세하게 취재했다. 이경석 작가는 취재 기간 내내 흑산도 이야기를 그림으로 어떻게 녹여 낼 것인지 고민했다.
작가는 특히 어린이 캐릭터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작품 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여섯 명의 아이들이 모두 각각 성격이 다르므로 캐릭터를 잡고 삽화 작업을 하는데 어려웠지만 작가 자신의 속에 있는 어린이를 마음껏 신 나게 표현할 수 있었다.
Ⅲ. 이야기 속에 녹아든 살아있는 정보들
「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시리즈 3권 모두 바다 물고기와 바다에 대한 이야기 또 섬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정보가 작품 속에 녹아 있다. 1권 첫 부분 풍랑이 크게 일 때의 마을 분위기 자연 앞에 무력함 탓에 자주 치러지는 굿 문화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의 싦을 엿볼 수 있다.
작품 속에는 역사적으로도 재미있는 소재들이 자주 두러나기도 한다. 염전을 왕실에서 관리했다는 내용 고래가 떠밀려 오면 일은 섬사람들이 하지만 차지는 관헌에서 한다는 것이나 바닷가 사람들은 물고기를 세금으로 바쳤다는 이야기. 작품 곳곳에 녹아든 검은섬 사람들의 과학적인 생활의 지혜 정보도 재미있다.
작가는 어린이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곳곳에 정약전의 연구를 소재하며 물고기들의 생생한 생태 기록과 해산물마다 가지고 있는 실제적인 쓰임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 펄떡펄떡 살아 있는 지식이다. 수 천년 동안 바닷가에서 바다를 헤치며 살아온 옛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지혜가 깃든 정보를 책벌레 정약전의 해박한 지식으로 혹은 바닷가에서 자란 작가가 찰진 입심으로 풀어낸 결과가 아닐까.
길이는 두 뼘 정도이다. 몸이 둥글고 비늘이 매우 잘다. 등은 푸르고 줄무늬가 있다. 고깃살은 달콤하고 신맛이 나며 텁텁하다. 국을 끓이거나 젓을 만들 수 있지만 회나 얇게 저미어 말려 먹을 수는 없다. 남쪽 먼 섬에서는 6월에 낚시에 걸리기 시작하여 8월에 자취를 감추며 9~10월에 다시 나타난다. 검은섬 바다에서는 7월에 낚시에 걸리기 시작하며 10월에 자취를 감춘다.
고등어는 낮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헤엄쳐 다니므로 잡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밝은 곳을 좋아하는 성질을 이용하여 횃불을 밝혀 놓고 밤에 낚는다. 고등어는 맑은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물로 잡을 수가 없다. 섬사람들은 이 물고기가 어떤 해는 잘 잡히다가도 어떤 해는 덜 잡힌다고 말한다. 요즈음은 아래 지방의 바다에서 많이 잡힌다고 들었는데 그 이치를 알 수 없다.
- 본문 15~16쪽
창해는 한 손은 홍어 주둥이를 잡고 한 손은 꼬리를 잡고서는 가면처럼 얼굴에 붙이고 있었다. 주둥이를 잡은 손을 구부렸다 폈다 하니까 홍어 입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홍어 배 쪽에 입이 있는데 마치 사람의 입과 똑 같이 생겼다. 도톰한 입술까지 사람과 닮아보였다. 코는 등 쪽에 있지만 콧구멍 두 개가 입 위에 뚫려있어서 마치 눈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합쳐보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했다.
창해는 홍어 주둥이를 자꾸 뒤틀었다. 그러자 홍어 얼굴이 일그러지며 요상한 얼굴 모양을 만들었다. 입술이 씰룩씰룩한 게 꼭 잔뜩 삐친 어린아이 입처럼 보였다. 어떨 때는 얍삽하고 심술궂은 곰보 입술 같기도 했다.
“와하하하하!”
“아이고 웃겨라!”
- 본문 105~106쪽
부록 : 정약전과 자산어보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두지만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아동문학 작품이기에 작품의 모티브이기도 하고 작품의 배경으로서 큰 몫을 차지하는 「자산어보」와 정약전의 삶에 대해 소개하는 장을 두어 어린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작품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정약전이 후대에 남긴 「자산어보」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부록을 구성했다.
1.권 정약전과 형제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개
2.권 자산어보가 쓰여진 수 있었던 역사적인 배경을 소개
3.권 정약전의 귀양길을 따라서 정약전이 머물렀던 섬들 소개
▣ 작가 소개
글 : 김해등
서해안의 작은 섬 비금도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07년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동화를 공부하던 중 ‘제1회 웅진주니어문학상 신인부문 특별상’을 받아 『전교 네 명 머시기가 간다』를 펴냈고 『탁이의 노란 기차』로 제6회 대산대학문학상 동화부문‘에 동화가 당선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뉴스 기자로 활동하며 ’2002년 최우수 기자상‘을 받았고 이때의 이야기들을 모아 『징검다리 편지』라는 수필집을 집필하였습니다. 『새품과 짝코』로 ‘제17회 MBC 창작동화대상’ 장편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그림 : 이경석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 만화 ‘을식이는 재수 없어’를 어린이 과학잡지 「과학쟁이」에 만화 ‘장독대 sf’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만화 『속주패전』『전원교향곡』 등을 쓰고 그렸고 어린이책 『오메 돈 벌자고?』『형제가 간다』『안녕 외계인』『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 주요 목차
작가의 말
1. 용왕님의 아들
2. 바다 손님
3. 유령선
4. 무시무시한 물고기
5. 비밀 벽보
6. 물귀신이다
7. 홍어는 만병 통치약
8. 난파선
9. 붉은 얼굴
10. 놋섬의 비밀
11. 줄행랑
12. 바다를 꿴 책
13. 붉은 깃발
부록- 정약전의 유배 길 따라
바닷가에서 자란 재담꾼 작가를 만나 재탄생한 정약전의 「자산어보」
「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시리즈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한 팩션(faction) 동화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그 내용에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을 더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시킨 새로운 콘셉트의 역사 창작동화이다. 전체적인 큰 흐름은 역사적 사실에서 따왔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해석과 추측을 통해 어린이들이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에피소드와 모험담을 담아내어 동화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또한 국내 동화 작품에서 몇 안 되는 해양문학의 맥을 잊고 있다. 작가는 섬에서 자란 어릴 적 경험을 마음껏 작품에 녹여 내었다. 어린 시절에 어부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 같은 물고기 이야기 작가가 직접 바닷가에서 잡고 놀았던 경험을 바탕이 없었다면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재기발랄하게 구사하는 풍부한 사투리와 속도감 있는 문장 박학다식하면서도 호기심 많은 정약전 캐릭터와 톡톡 튀는 아이들 캐릭터는 작품 전반에 걸쳐서 생기를 불어 넣는다.
작가의 개성 넘치는 문체와 이야기 구성 능력으로 「자산어보」는 새롭게 탄생했다. 작가의 마음에 짙게 배어 있는 퍼덕퍼덕 살아 있는 경험과 정약전의 「자산어보」가 쓰여진 배경은 깊은 곳에서 뿌리를 잇대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3권을 통해서 「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는 작품 전체에 깊게 녹아든 주제가 선명히 부각되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확보되었다. 1~2권에 비해서 모험과 판타지는 줄어 들었지만 ‘정약전과 섬사람들 대 엄 별장 일당’의 심화된 대립과 갈등을 통해서 이야기는 완결성을 갖추었다. 「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 1~3권은 신 나는 모험이 주는 재미와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든 작고 힘이 없어도 옳은 것이 승리한다는 뿌듯한 뜻도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Ⅱ. 어린이 책 기획자 편집자 작가가 모여 꾸린 재미있고 뜻 깊은 해양 역사 동화
기획 과정 _ 「자산어보」를 닮은 작품의 탄생 과정
「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시리즈의 출발은 단순한 의기투합이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여러 종류의 한국 고전이 출간되기 시작한 2007년 여름 몇 명의 어린이 책 기획자와 편집자 작가가 모여 어린이 책과 동화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나온 우연히 나온 아이디어가 씨앗이 되었다.
당시에 대화의 소재가 되었던 여러 가지 다른 아이디어들도 있었지만 그 중 한 권은 어린이를 위한 「자산어보」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정약전의 인물 이야기이면 재미있게 읽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 의식이 발전하여 기획 방향으로 녹아들게 되었다. 여러 질문들은 곧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책이란 것이 무엇이냐? 는 거창한 질문으로 연결되었다.
어린이 책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다양하겠지만 재미란 결국 의미 있는(meaningful) 것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대화에서 중에서 얻은 하나의 작은 결론이 있었다. 단순한 결론이지만 실제로 이 모토는 작품의 가장 큰 중심축이 되었다. 또한 그 뒤로 말초적인 개그로 흥미를 끌 생각이 아니라면 충분히 감정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들과 몰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 모험과 성장에 대한 믿음과 권선징악의 갈등 구조가 있으면 좋겠다 하는 기획의 방향에 대한 몇 가지 줄기를 잡을 수 있었다. 어린이 책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기획과 작품에 대한 상으로 모아지고 결정화 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과정은 그 뒤 모임으로 이어져 살을 보태고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아이디어와 논의는 성과를 얻어 가제 「바다 삼총사」로 공식적인 출판 기획이 시작되었다. 이 기획은 정약전과 장창대 문순득 세 사람을 주요 축으로 가져가자는 것이 이야기 구조의 핵심이었다. 장창대는 실제로 흑산도에서 정약전의 자산어보 집필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현지 청년이었다. 홍어 장수 문순득은 지금의 필리핀까지 표류되어 갔다가 광동 북경 의주를 거쳐 조선으로 돌아온 사람으로 그의 표류기는 정약전에 의해 표해록으로 기록되었다. 이 책은 우리 나라 3대 표류문학 작품의 하나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머리와 옛 사람들이 쓴 고전과 역사적 자산이 모여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집필 _ 작가의 손에서 이야기가 풍성해지다
이 기획은 ‘진짜 바다 사람’ 김해등 작가를 만나면서 좀 더 풍성해졌다. 섬소년으로 자란 어린 시절의 추억과 특유의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이미 「전교 네 명 머시기가 간다」 로 바다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솜씨 있게 엮어낸 작가는 이 기획을 구현할 적임자였다. 딱딱한 기획은 작가에 의해 새롭고 풍부한 살을 얻게 되었다. 작가가 창조한 생생하고 설득력 있는 인물들이 꾸려지면서 이야기는 한층 풍성해졌고 작가가 실제 섬에서 자라며 보고 들은 다양한 소재들이 자연스럽게 버무려졌다.
김해등 작가는 쾌히 승낙해 주었고 첫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모든 주제를 장악하며 새로운 세계를 그려나갔다. 작가는 어린이들이 실제로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만들기 위해 애초의 기획을 조금씩 수정하기로 했다. 먼저 창대는 창해라는 인물로 각색되었다. 검은섬의 유일한 지식인 창해는 역사의 기록에서보다 작품 속의 공간에서 한층 풍부한 뼈와 살을 가진 캐릭터로 살아났다. 문순득은 이 책에서 몽돌 아빠로 각색되었다. 실제 책에서 활약하는 것은 없고 단지 아버지의 소식을 알 수 없는 어린 몽돌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작가는 이 책이 어린 독자들을 위한 것인 만큼 어린이 캐릭터를 중심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문순득의 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빠 없는 시간을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작가적인 의문을 작품 속에서 능란하게 녹여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몽돌 아빠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애틋한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이런 창조적인 작가의 고민으로 작품 바닥에 잔잔히 깔리고 정약전과 몽돌의 따뜻한 교감도 얻게 되었다. 소소한 에피소드이지만 작품 전체에 양념이 되는 이야기 줄기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만들기까지 수없이 많은 검은섬 사람들이 도움이 있었다’라는 작가가 부여한 가정은 「자산어보」의 집필 과정에 대한 뜻 깊은 주제로 표현되었다. 어떤 역사적인 결과물이든 한 사람의 특수한 재능과 노력으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당대의 사람들의 땀과 숨결이 녹아있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준다. 작가의 상상처럼 책 속에 볼 수 없었던 바다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은 정약전은 어부들의 입을 통해 섬사람들을 통해 답을 얻었을 것이다. 섬사람인 작가 김해등에게 자산어보는 정확하게 섬사람들과 정약전의 공저로 읽히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권선징악이라는 다소 도식적인 빤한 설정을 걸걸한 입담과 재치 있는 캐릭터 설정으로 가볍게 뛰어 넘는다. 자기 욕심 때문에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한 엄 별장은 벌을 받고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 아이들은 사람들의 오해를 풀고 즐겁게 산다는 결말은 흐뭇한 웃음을 준다. 정약전과 아이들의 학교 어유당-물고기가 노니는 집은 사랑이 꽃피는 학교이다. 이 흐뭇한 학교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서로 배워가며 서로 성장하는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감동을 준다.
삽화 작업 _ 만화가의 손에서 유쾌하고 정감 있는 캐릭터로 발전하다
이 작품에 그림을 그린 이경석 작가의 일러스트는 만화적인 상상력이 담뿍 들어간 코믹한 캐릭터와 재기발랄한 삽화로 이 이야기를 한층 더 유쾌하게 만들었다. 한 때 언더그라운드 만화계의 대부라고 불리던 이경석 작가는 「고래가 그랫어」의 "을식이는 재수없어"를 통해 어린이들과 처음으로 만났다. 언더그라운드 만화 당시의 악동스럽고 지저분한 선은 어린이 책의 삽화 작업을 통해서 한층 깔끔하고 명확해졌고 여전히 굵직한 상상력으로 과장되고 기형적인 캐릭터들은 남아 폭소를 자아낸다.
이 작품의 삽화 작업을 대하는 그림 작가의 정성이 꽤 각별했다. 작가는 흑산도와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토대로 정말 잘 그리고 싶다며 먼 바닷길을 떠났다. 작가는 직접 소흑산도와 대흑산도를 답사하는 글 작가 기획자 편집자를 따라서 섬사람들의 삶을 자세하게 취재했다. 이경석 작가는 취재 기간 내내 흑산도 이야기를 그림으로 어떻게 녹여 낼 것인지 고민했다.
작가는 특히 어린이 캐릭터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작품 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여섯 명의 아이들이 모두 각각 성격이 다르므로 캐릭터를 잡고 삽화 작업을 하는데 어려웠지만 작가 자신의 속에 있는 어린이를 마음껏 신 나게 표현할 수 있었다.
Ⅲ. 이야기 속에 녹아든 살아있는 정보들
「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시리즈 3권 모두 바다 물고기와 바다에 대한 이야기 또 섬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정보가 작품 속에 녹아 있다. 1권 첫 부분 풍랑이 크게 일 때의 마을 분위기 자연 앞에 무력함 탓에 자주 치러지는 굿 문화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의 싦을 엿볼 수 있다.
작품 속에는 역사적으로도 재미있는 소재들이 자주 두러나기도 한다. 염전을 왕실에서 관리했다는 내용 고래가 떠밀려 오면 일은 섬사람들이 하지만 차지는 관헌에서 한다는 것이나 바닷가 사람들은 물고기를 세금으로 바쳤다는 이야기. 작품 곳곳에 녹아든 검은섬 사람들의 과학적인 생활의 지혜 정보도 재미있다.
작가는 어린이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곳곳에 정약전의 연구를 소재하며 물고기들의 생생한 생태 기록과 해산물마다 가지고 있는 실제적인 쓰임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 펄떡펄떡 살아 있는 지식이다. 수 천년 동안 바닷가에서 바다를 헤치며 살아온 옛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지혜가 깃든 정보를 책벌레 정약전의 해박한 지식으로 혹은 바닷가에서 자란 작가가 찰진 입심으로 풀어낸 결과가 아닐까.
길이는 두 뼘 정도이다. 몸이 둥글고 비늘이 매우 잘다. 등은 푸르고 줄무늬가 있다. 고깃살은 달콤하고 신맛이 나며 텁텁하다. 국을 끓이거나 젓을 만들 수 있지만 회나 얇게 저미어 말려 먹을 수는 없다. 남쪽 먼 섬에서는 6월에 낚시에 걸리기 시작하여 8월에 자취를 감추며 9~10월에 다시 나타난다. 검은섬 바다에서는 7월에 낚시에 걸리기 시작하며 10월에 자취를 감춘다.
고등어는 낮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헤엄쳐 다니므로 잡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밝은 곳을 좋아하는 성질을 이용하여 횃불을 밝혀 놓고 밤에 낚는다. 고등어는 맑은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물로 잡을 수가 없다. 섬사람들은 이 물고기가 어떤 해는 잘 잡히다가도 어떤 해는 덜 잡힌다고 말한다. 요즈음은 아래 지방의 바다에서 많이 잡힌다고 들었는데 그 이치를 알 수 없다.
- 본문 15~16쪽
창해는 한 손은 홍어 주둥이를 잡고 한 손은 꼬리를 잡고서는 가면처럼 얼굴에 붙이고 있었다. 주둥이를 잡은 손을 구부렸다 폈다 하니까 홍어 입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홍어 배 쪽에 입이 있는데 마치 사람의 입과 똑 같이 생겼다. 도톰한 입술까지 사람과 닮아보였다. 코는 등 쪽에 있지만 콧구멍 두 개가 입 위에 뚫려있어서 마치 눈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합쳐보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했다.
창해는 홍어 주둥이를 자꾸 뒤틀었다. 그러자 홍어 얼굴이 일그러지며 요상한 얼굴 모양을 만들었다. 입술이 씰룩씰룩한 게 꼭 잔뜩 삐친 어린아이 입처럼 보였다. 어떨 때는 얍삽하고 심술궂은 곰보 입술 같기도 했다.
“와하하하하!”
“아이고 웃겨라!”
- 본문 105~106쪽
부록 : 정약전과 자산어보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두지만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아동문학 작품이기에 작품의 모티브이기도 하고 작품의 배경으로서 큰 몫을 차지하는 「자산어보」와 정약전의 삶에 대해 소개하는 장을 두어 어린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작품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정약전이 후대에 남긴 「자산어보」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부록을 구성했다.
1.권 정약전과 형제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개
2.권 자산어보가 쓰여진 수 있었던 역사적인 배경을 소개
3.권 정약전의 귀양길을 따라서 정약전이 머물렀던 섬들 소개
▣ 작가 소개
글 : 김해등
서해안의 작은 섬 비금도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07년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동화를 공부하던 중 ‘제1회 웅진주니어문학상 신인부문 특별상’을 받아 『전교 네 명 머시기가 간다』를 펴냈고 『탁이의 노란 기차』로 제6회 대산대학문학상 동화부문‘에 동화가 당선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뉴스 기자로 활동하며 ’2002년 최우수 기자상‘을 받았고 이때의 이야기들을 모아 『징검다리 편지』라는 수필집을 집필하였습니다. 『새품과 짝코』로 ‘제17회 MBC 창작동화대상’ 장편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그림 : 이경석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 만화 ‘을식이는 재수 없어’를 어린이 과학잡지 「과학쟁이」에 만화 ‘장독대 sf’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만화 『속주패전』『전원교향곡』 등을 쓰고 그렸고 어린이책 『오메 돈 벌자고?』『형제가 간다』『안녕 외계인』『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 주요 목차
작가의 말
1. 용왕님의 아들
2. 바다 손님
3. 유령선
4. 무시무시한 물고기
5. 비밀 벽보
6. 물귀신이다
7. 홍어는 만병 통치약
8. 난파선
9. 붉은 얼굴
10. 놋섬의 비밀
11. 줄행랑
12. 바다를 꿴 책
13. 붉은 깃발
부록- 정약전의 유배 길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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