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런던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도시 사진 한 장으로 그곳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몰라도 아시아인지 유럽인지 북미인지 아프리카인지 정도는 알 수 있다. 고층 빌딩과 네온사인 아파트 등이 펼쳐진 곳이라면 아시아 비슷해 보이는 건물들이 질서 있게 펼쳐진 곳이라면 유럽의 도시라고 짐작하곤 한다. 제각각 다른 역사와 기후를 지닌 유럽 전체에 걸쳐 이곳이 유럽임을 증명하는 건물들이 있으니 이것이 곧 고전 건축이다. 로마의 콜로세움 개선문 바티칸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세인트 폴 성당 파리의 루브르와 팡테옹 베를린의 알테스 무제움과 국회의사당 등 같은 관광지에서 이름 모를 거리의 수많은 건물까지 우리가 여행길에서 만나고 사진 찍는 대부분의 건물이 고전주의의 우산 아래 있다. 고전주의 건축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부터 20세기 초까지 서쪽 끝 포르투갈과 동쪽 끝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도시들을 그야말로 지배해왔다.
한국에서 마주치는 고전주의
고전주의 양식을 차용한 건물은 한국에도 많다. 국운이 기울어가던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꾼 뒤 야심차게 중건한 덕수궁은 전형적인 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이다. 권력과 권위의 표상으로 고전주의를 택한 것이다. 뒤늦게 아파트 시장에 뛰어든 한 건설회사는 자사 아파트를 장식하는 데 고전주의 양식을 총동원한다. 아파트 단지 입구는 말할 것도 없고 몇 동인지 알려주는 숫자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보통인 아파트 측벽면에도 기둥과 아치를 부조로 새겨 넣었다. 수많은 예식장이 내부 인테리어와 외관에서 고전주의 건축을 베낀다. 고전주의 건축을 본뜬 서울 소재 사립대 본관은 이제 등록문화재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양식이 지닌 역사적 맥락과 의미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키치가 대부분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고전주의는 권위와 고급 이국적 이미지를 전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고전주의 건축에 관한 최고의 입문서
여행길에서든 일상에서든 고전주의 건축을 이해할 수 있다면 도시와 건축을 바라보는 시야는 무척 넓어진다. 이 책은 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존 서머슨 경의 BBC 강연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출간된 이래 고전주의 건축에 관한 최고의 입문서로 꼽힌다. 저자는 고전주의 건축을 언어로 이해한다. 즉 고전주의 건축은 단어와 문법을 가지고 있으며 시대에 따라 또 건축가에 따라 이 언어가 변화하고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명 건축물과 건축가를 상세히 설명하기보다는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풍부한 도판을 통해 고전 건축의 기본 원리를 깨우치게 한다.
고대의 어휘로 새로운 문장을
그리스 로마 건축에서 유래한 고전주의 건축은 르네상스 시대에 문법으로 규범화된다. 모국어를 배울 때는 필요 없지만 외국어를 배울 때는 문법이 필요한 것처럼 1500여 년이 흐른 뒤 르네상스 시대에 되살아난 고전주의는 문법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한다. 르네상스의 건축가들은 로마의 콜로세움과 개선문에서 어휘를 빌려와 새롭고도 완전한 문장을 만들어낸다. 콜로세움에 층별로 놓인 고대의 기둥은 다층 건물에 질서를 부여하는 최고의 예문이었다(38~39쪽). 고대의 권위를 되살리는 것이자 밋밋한 벽에 리듬과 생기를 불어넣는 장치였다. 로마 황제의 (세속적이고 이교도적인) 개선문은 르네상스 시대에 교회의 정면이 된다(42~43쪽). 고대의 문법이 새롭게 되살아나는 전형적인 사례다.
문장이 더 큰 문장의 일부로
작은 건물 전체가 더 큰 건물의 일부로 이용되는 일도 있었다.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이것이 가능한 까닭은 고전 건축은 모두 동일한 미적 원리에 따라 지어졌기 때문이다. 고대의 원형신전이 르네상스 건축가 브라만테에 의해 재탄생되고 이는 다시 유럽과 미국 각지의 대형 건물 돔의 최상부를 장식하는 장치가 된다(64~65쪽). 왜곡되고 단순화되어 전국의 예식장에 내려앉은 돔의 원형이 바로 이것이다.
일탈로 빚어낸 언어유희
모든 언어가 그렇듯 문법을 엄격히 하고 단어의 의미를 한정하려는 움직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있기 마련이다. 줄리오 로마노와 미켈란젤로는 건축의 문법에서 일탈해 새로운 문법을 만든 이들이다. 로마노는 기둥이나 상부구조가 실제로는 여러 개의 돌을 쌓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냈다(72~73쪽). 미켈란젤로는 피렌체 메디치 가를 위한 건물에서 “고대의 건축적 산문”을 “새로운 조각의 시”로 재탄생시켰다(74~75쪽). 미켈란젤로는 규범을 따르기보다 규범을 어김으로써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낸 것이다. 큰 돌을 거칠게 사용하는 러스티케이션은 피렌체 은행가문의 저택에서 널리 사용되었고 어떤 경우에도 안전할 것 같은 이 이미지는 곧 은행을 표상하게 된다. 때문에 20세기 초 뉴욕의 은행들이 초고층 건물임에도 저층에는 러스티케이션을 적용했다.
양들을 구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목
목동이 모두 같아 보이는 양들을 구분하듯 문화적 안목의 깊이는 비슷해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다름을 발견하는 것이다. 저자의 안내를 차분히 따라간 이라면 고대 로마 유적지 사이에 끼어 있는 바로크 교회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또 알베르티와 팔라디오의 차이를 그리고 어느 건물이 더 먼저 지어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주변에서 고전주의가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교양으로서 알아야 할 고전주의에 대해 분량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 작가 소개
저자 : 존 서머슨
Sir John Summerson
영국의 건축사학자로 케임브리지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의 슬레이드 석좌교수(Slade Professor of Fine Art)를 역임했고 런던 버크벡 칼리지에서 건축사를 강의했다. 1945년부터 84년까지 존 손 뮤지엄의 큐레이터를 지냈다. 『조지아 시대의 런던』(Georgian London) 『영국의 건축 1530~1830』(Architecture in Britain 1530~1830) 『18세기의 건축』(The Architecture of the Eighteenth Century) 등의 저서가 있다.
역자 : 박정현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포트폴리오와 다이어그램』(The Portfolio and the Diagram) 등의 책을 번역했고 『전환기의 한국건축과 4.3그룹』(공저) 등을 썼다. 도서출판 마티에서 편집장으로 일하며 여러 매체에 건축 칼럼과 비평을 기고하고 있다.
▣ 주요 목차
1장 고전주의의 본질
2장 고대의 문법
3장 16세기의 언어학
4장 바로크의 수사학
5장 이성의 빛 그리고 고고학의 빛
6장 근대로 들어온 고전주의
용어 해설
고전 건축에 관한 문헌
도판 출처
옮긴이의 글
찾아보기
런던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도시 사진 한 장으로 그곳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몰라도 아시아인지 유럽인지 북미인지 아프리카인지 정도는 알 수 있다. 고층 빌딩과 네온사인 아파트 등이 펼쳐진 곳이라면 아시아 비슷해 보이는 건물들이 질서 있게 펼쳐진 곳이라면 유럽의 도시라고 짐작하곤 한다. 제각각 다른 역사와 기후를 지닌 유럽 전체에 걸쳐 이곳이 유럽임을 증명하는 건물들이 있으니 이것이 곧 고전 건축이다. 로마의 콜로세움 개선문 바티칸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세인트 폴 성당 파리의 루브르와 팡테옹 베를린의 알테스 무제움과 국회의사당 등 같은 관광지에서 이름 모를 거리의 수많은 건물까지 우리가 여행길에서 만나고 사진 찍는 대부분의 건물이 고전주의의 우산 아래 있다. 고전주의 건축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부터 20세기 초까지 서쪽 끝 포르투갈과 동쪽 끝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도시들을 그야말로 지배해왔다.
한국에서 마주치는 고전주의
고전주의 양식을 차용한 건물은 한국에도 많다. 국운이 기울어가던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꾼 뒤 야심차게 중건한 덕수궁은 전형적인 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이다. 권력과 권위의 표상으로 고전주의를 택한 것이다. 뒤늦게 아파트 시장에 뛰어든 한 건설회사는 자사 아파트를 장식하는 데 고전주의 양식을 총동원한다. 아파트 단지 입구는 말할 것도 없고 몇 동인지 알려주는 숫자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보통인 아파트 측벽면에도 기둥과 아치를 부조로 새겨 넣었다. 수많은 예식장이 내부 인테리어와 외관에서 고전주의 건축을 베낀다. 고전주의 건축을 본뜬 서울 소재 사립대 본관은 이제 등록문화재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양식이 지닌 역사적 맥락과 의미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키치가 대부분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고전주의는 권위와 고급 이국적 이미지를 전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고전주의 건축에 관한 최고의 입문서
여행길에서든 일상에서든 고전주의 건축을 이해할 수 있다면 도시와 건축을 바라보는 시야는 무척 넓어진다. 이 책은 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존 서머슨 경의 BBC 강연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출간된 이래 고전주의 건축에 관한 최고의 입문서로 꼽힌다. 저자는 고전주의 건축을 언어로 이해한다. 즉 고전주의 건축은 단어와 문법을 가지고 있으며 시대에 따라 또 건축가에 따라 이 언어가 변화하고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명 건축물과 건축가를 상세히 설명하기보다는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풍부한 도판을 통해 고전 건축의 기본 원리를 깨우치게 한다.
고대의 어휘로 새로운 문장을
그리스 로마 건축에서 유래한 고전주의 건축은 르네상스 시대에 문법으로 규범화된다. 모국어를 배울 때는 필요 없지만 외국어를 배울 때는 문법이 필요한 것처럼 1500여 년이 흐른 뒤 르네상스 시대에 되살아난 고전주의는 문법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한다. 르네상스의 건축가들은 로마의 콜로세움과 개선문에서 어휘를 빌려와 새롭고도 완전한 문장을 만들어낸다. 콜로세움에 층별로 놓인 고대의 기둥은 다층 건물에 질서를 부여하는 최고의 예문이었다(38~39쪽). 고대의 권위를 되살리는 것이자 밋밋한 벽에 리듬과 생기를 불어넣는 장치였다. 로마 황제의 (세속적이고 이교도적인) 개선문은 르네상스 시대에 교회의 정면이 된다(42~43쪽). 고대의 문법이 새롭게 되살아나는 전형적인 사례다.
문장이 더 큰 문장의 일부로
작은 건물 전체가 더 큰 건물의 일부로 이용되는 일도 있었다.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이것이 가능한 까닭은 고전 건축은 모두 동일한 미적 원리에 따라 지어졌기 때문이다. 고대의 원형신전이 르네상스 건축가 브라만테에 의해 재탄생되고 이는 다시 유럽과 미국 각지의 대형 건물 돔의 최상부를 장식하는 장치가 된다(64~65쪽). 왜곡되고 단순화되어 전국의 예식장에 내려앉은 돔의 원형이 바로 이것이다.
일탈로 빚어낸 언어유희
모든 언어가 그렇듯 문법을 엄격히 하고 단어의 의미를 한정하려는 움직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있기 마련이다. 줄리오 로마노와 미켈란젤로는 건축의 문법에서 일탈해 새로운 문법을 만든 이들이다. 로마노는 기둥이나 상부구조가 실제로는 여러 개의 돌을 쌓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냈다(72~73쪽). 미켈란젤로는 피렌체 메디치 가를 위한 건물에서 “고대의 건축적 산문”을 “새로운 조각의 시”로 재탄생시켰다(74~75쪽). 미켈란젤로는 규범을 따르기보다 규범을 어김으로써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낸 것이다. 큰 돌을 거칠게 사용하는 러스티케이션은 피렌체 은행가문의 저택에서 널리 사용되었고 어떤 경우에도 안전할 것 같은 이 이미지는 곧 은행을 표상하게 된다. 때문에 20세기 초 뉴욕의 은행들이 초고층 건물임에도 저층에는 러스티케이션을 적용했다.
양들을 구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목
목동이 모두 같아 보이는 양들을 구분하듯 문화적 안목의 깊이는 비슷해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다름을 발견하는 것이다. 저자의 안내를 차분히 따라간 이라면 고대 로마 유적지 사이에 끼어 있는 바로크 교회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또 알베르티와 팔라디오의 차이를 그리고 어느 건물이 더 먼저 지어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주변에서 고전주의가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교양으로서 알아야 할 고전주의에 대해 분량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 작가 소개
저자 : 존 서머슨
Sir John Summerson
영국의 건축사학자로 케임브리지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의 슬레이드 석좌교수(Slade Professor of Fine Art)를 역임했고 런던 버크벡 칼리지에서 건축사를 강의했다. 1945년부터 84년까지 존 손 뮤지엄의 큐레이터를 지냈다. 『조지아 시대의 런던』(Georgian London) 『영국의 건축 1530~1830』(Architecture in Britain 1530~1830) 『18세기의 건축』(The Architecture of the Eighteenth Century) 등의 저서가 있다.
역자 : 박정현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포트폴리오와 다이어그램』(The Portfolio and the Diagram) 등의 책을 번역했고 『전환기의 한국건축과 4.3그룹』(공저) 등을 썼다. 도서출판 마티에서 편집장으로 일하며 여러 매체에 건축 칼럼과 비평을 기고하고 있다.
▣ 주요 목차
1장 고전주의의 본질
2장 고대의 문법
3장 16세기의 언어학
4장 바로크의 수사학
5장 이성의 빛 그리고 고고학의 빛
6장 근대로 들어온 고전주의
용어 해설
고전 건축에 관한 문헌
도판 출처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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