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아파트 관공서 빌딩 등 도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우리 곁 나무 38종 산책기
나무 칼럼니스트가 풀어 쓴 쉽고 재미있는 ‘나무 교양서’
버려지다시피 했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물푸레나무를 찾아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도록 만든 사람. 사흘만 꽃을 피운다는 빅토리아수련의 개화를 지키고자 잠들지 못하는 사람. 한 그루의 나무를 적어도 세 해에 걸쳐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던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2008년 출간한 『나무가 말하였네 1?2』에서 ‘나무-시’와 그 시를 통해 만난 나무와 사람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나무 칼럼니스트만의 독자적인 해설과 직접 찍은 사진을 엮은 이 책은 문학을 통해 식물을 알고 식물을 통해 문학을 이해할 수 있어 문학적인 감성과 생태적인 감수성을 키우는 데 맞춤했다.
인간과 나무가 교감하는 순간의 진한 감동을 전하며 ‘나무 대변인’으로 살아왔던 그가 이제 도시 한가운데 살고 있는 나무 산책에 나섰다. 빌딩 숲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공원이나 광장에서 빽빽한 주택가에서 8차선 대로변에서 학교와 관공서에서 고락을 같이한 나무들을 한 그루 한 그루 불러내었다. 도심의 조경수 개잎갈나무부터 순백의 꽃 옥매까지 도시 속 대표적인 나무 38종의 생태와 일상생활에서의 쓰임은 물론 그에 얽힌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맛깔나게 들려준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지적 자양분을 바탕으로 생태적이고 문학적인 감성으로 써내려간 이 산책기에는 그간 전해오는 곁 이야기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지식들이 가득하다. 저자가 현장에서 찍은 120여 컷에 달하는 세밀한 사진과 각각의 나무에 관한 식물학적 표준 정보까지 별도로 수록해 풍부하고도 입체적인 나무 읽기를 제공한다. 늘 봐왔지만 이름조차 몰랐던 혹은 잘못 알고 있었던 주변 나무 이야기를 명쾌하게 정리한 나무 교양서로 손색없다.
도시는 어쩌면 산과 들 혹은 농촌 산촌과 같은 시골 마을보다 훨씬 다양한 식생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시골에서라면 대개 자생하는 생물들 위주로 식생이 이루어지겠지만 자생하는 생명체의 서식지를 파헤치고 들어선 도시에서는 새로이 생명체를 들여와야 한다. 결국 다양한 생명체들을 끌어들여 심어 키우게 되고 자연스러움이야 모자랄지 몰라도 다양함에서만은 시골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든 다양하든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없는 곳은 없다. 자연의 숨결이 멈춘 곳이라면 사람의 숨결까지 멈추어야 하는 곳이다. 이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 곁의 자연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 앞에 우리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우뚝 서 있는 나무들을 함께 찾아보기로 하자.
-「들어가는 글」에서
개잎갈나무부터 옥매까지 세상에 흔한 나무는 없다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나무들의 진짜 이야기
저자는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나무가 있다. 그의 존재를 알아주든 말든 나무는 도시인들 곁에서 여느 숲에서와 마찬가지로 광합성도 하고 미세먼지도 빨아들이며 싱그럽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늘 곁에 있는 나무들이지만 정작 우리는 도시살이에 지쳐 그들의 존재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세상에 꽃 피지 않는 나무가 없음에도 단풍나무에 꽃이 핀다는 사실조차 잘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도심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그 나무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개 플라타너스로 부르는 양버즘나무가 도시 공기를 맑게 해주는 대표적인 가로수라는 사실 일본을 상징하는 벚나무의 조상인 왕벚나무의 원산지를 정작 일본에서는 찾을 수 없고 우리나라의 제주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자못 흥미롭다. 또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도 바로잡는다. 라일락의 공식적인 우리말 이름은 ‘서양수수꽃다리’로서 수수꽃다리는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자라던 토종 나무라는 것. 우리가 마로니에로 많이 알고 있는 나무는 일본에서 건너온 칠엽수로서 프랑스 파리의 가로수인 마로니에가 아니라는 것. 눈에 가까이 대면 눈이 먼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능소화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양반꽃’이라 불리던 양반의 전유물로서 이 꽃을 독점하고 싶었던 지배계급의 욕망이 소문의 배경이라는 유래를 되짚기도 한다.
또한 단풍나무를 통해서는 단풍의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고 소나무의 번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숲이 오랫동안 변화하는 과정인 ‘천이遷移’의 단계를 설명한다. 헷갈리곤 하던 철쭉과 진달래 구별법뿐만 아니라 학자수나 선비나무라 불린 회화나무가 서양에서도 비슷한 별명으로 불렸다는 이야기까지 이르면 저자의 도시 나무 읽기는 더욱 진진해진다. 나무의 생태학적 지식은 물론 다양한 역사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쉬운 설명을 곁들여 나무에 전문적인 식견이 없더라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독서가 될 만하다.
양버즘나무가 도시의 가로수로 알맞춤하다는 데에는 양버즘나무만의 특징이 있다. 그의 넓은 잎 표면에는 얼핏 보아서 구별되지 않는 매우 작은 솜털이 촘촘히 돋아 있는데 이 작은 솜털이 공해와 매연을 빨아들이는 데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니 도시의 나쁜 공기를 빨아들이는 데에 제격이다. 덧붙여 공해가 심한 조건에서도 양버즘나무는 잘 견뎌내니 그야말로 가로수로 더 좋은 나무가 없지 싶다.
그런 이유로 양버즘나무는 세계 곳곳에서 도심의 가로수로 널리 심어 키우는 나무가 됐다. 심지어 공해 걱정이 그리 크지 않았을 기원전 5세기 무렵의 그리스에서도 가로수로 플라타너스 종류의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양버즘나무의 이름이 붙은 건 줄기 껍질의 생김새 때문이다. 양버즘나무의 줄기 껍질에는 흰색에서 유윳빛 혹은 회색의 얼룩이 심하게 드러나는데 그게 마치 우리 얼굴에 나는 버짐을 닮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표준어로 ‘버짐’을 택하고 있지만 옛날 표준어는 ‘버즘’이었고 한번 정한 식물 이름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버즘나무 양버즘나무로 표기한다.
양버즘나무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온갖 더러운 배출물을 빨아들여서 사람 사는 마을의 공기를 깨끗이 해준다. 나무가 사람에게 주는 혜택의 끝을 알기 어려울 만큼 고마운 노릇이다. 흔하디흔하게 보는 나무이지만 그야말로 고맙고 고마운 나무다.
-56~57쪽
사람 사는 곳에 나무가 살고 나무 사는 곳에 사람이 산다
자연에서 배우는 사람살이의 지혜
『도시의 나무 산책기』를 통해 도심 속 나무의 식생을 읽어주는 저자의 산책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흔한 나무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흔하게 보는 사람의 눈이 있을 뿐이다. 저자는 도시 나무살이의 다양한 모습을 애정을 담아 새롭게 발굴해낸다. “필경 한 송이의 꽃 한 그루의 나무는 오래도록 사람살이의 알갱이로 남는다는 깨우침이 고마울 뿐이다”라는 저자의 깨달음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마침내 나무살이란 사람살이의 한 이름임을 잊지 않는 그에게 나무는 나무로만 머물지 않고 사람을 세상을 자연의 이치를 배울 수 있는 지혜의 통로가 된다. 나무의 말을 부단히 듣고자 노력하고 “내 곁의 나무를 한 번 더 바라보아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그것이다. 이제 우리도 그의 말대로 눈을 들어 나무를 바라보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초록의 생명과 더불지 않고 가능한 생명은 이 땅에 없다. 풀이든 나무든 초록의 모든 생명체는 세상 모든 생명을 먹여 살리는 기반이다. 나무 없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나무가 아름다운 곳은 사람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이며 나무가 죽어가는 곳은 사람도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깨달음이 간절하게 필요한 때다. 내 곁의 나무를 한 번 더 바라보아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맺는 글」에서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그 자리에는 언제나 나무가 있다. 하기야 자연 상태의 나무가 솟아오르기 어려울 만큼 높이 솟구친 고층 빌딩이 스카이라인을 이룬 도심에서라면 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라도 사방을 휘휘 둘러보면 어느 한쪽에서만큼은 필경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는 나무 운이 좋다면 초록 숲을 이룬 산의 능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59쪽
▣ 작가 소개
저 : 고규홍
Goh Kyu Hong高圭弘
나무 칼럼니스트. 인천에서 태어나 서강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열두 해 동안 일간신문의 기자 생활을 한 뒤 나무를 찾아 떠났다. 나무가 건네는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엮어 세상에 전하기 시작했다. 『이 땅의 큰 나무』를 시작으로 『절집나무』『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나무여행』을 펴냈다. 나무를 노래한 시에 감상글과 사진을 더해 『나무가 말하였네 1?2』를 나무 사진을 모아 『동행』을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이야기를 엮어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나무』(전 3권)를 우리 땅의 크고 오래된 나무들을 정리해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을 펴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된 천리포수목원의 나무 이야기를 쓴 『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와 『천리포수목원의 사계 1?2』도 냈다. 2000년 봄부터 ‘솔숲에서 보내는 나무편지’라는 사진 칼럼을 홈페이지 ‘솔숲닷컴’을 통해 나무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지낸다. 천리포수목원의 이사 한림대와 인하대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 주요 목차
들어가는 글
첫 번째 산책
도심 환경을 아름답게 하는 세계 3대 조경수_ 개잎갈나무
열매보다 분홍빛 꽃이 좋아 심어 키우는 오래된 나무_ 모과나무
이른 봄의 풍광을 아름답게 하는 조경수로 환영하다_ 백목련
민족의 오랜 살림살이와 함께한 우리 나무_ 개나리
도시 공기를 맑게 해주는 대표적인 가로수_ 양버즘나무
세상에서 가장 큰 키로 자라는 나무_ 메타세쿼이아
잔치를 벌여야 할 만큼 아름다운 꽃이 피는 나무_ 벚나무
아파트 단지의 생울타리로 많이 심어 키우는 나무_ 쥐똥나무
두 번째 산책
가을에 나뭇잎을 붉게 물들이는 화려한 나무_ 단풍나무
단풍나무 못지않게 고운 빛으로 물드는 중국 나무_ 중국단풍
공룡시대부터 살아남은 살아 있는 화석 나무_ 은행나무
봄꽃부터 겨울 붉은 열매까지 이어지는 신비의 축제_ 산수유
오래도록 꽃을 떨구지 않는 나무_ 산딸나무
음전하게 자리 잡고 도시민의 초록빛을 지켜주다_ 회양목
유치할 정도로 화려한 꽃을 오래 피우는 나무_ 철쭉
아름다운 수형에 비해 쓰임새가 적어 푸대접 받는 나무_ 가죽나무
쌀밥처럼 혹은 흰 눈처럼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우다_ 이팝나무
열매보다 분홍빛 꽃이 먼저 사람의 눈에 뜨인 나무_ 복사나무
높고 큰 나무에서 피는 튤립처럼 예쁜 꽃_ 튤립나무
세 번째 산책
진분홍 화려한 빛깔로 봄을 노래하는 작은 키 나무_ 박태기나무
도심의 쉼터 그늘에 어김없이 함께하는 나무_ 등
자연의 일부이면서 사람살이의 일부이기도 한 나무_ 장미
고향 마을 뒷동산에서 어린 순을 꺾어 먹던 추억의 나무_ 찔레꽃
생명을 부여한 조상의 음덕을 잊지 않는 고향의 나무_ 밤나무
열매도 좋지만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은 나무_ 감나무
한여름에 노란 꽃을 피우고 꽈리 열매를 맺는 나무_ 모감주나무
독점하고 싶어 했을 만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덩굴_ 능소화
선비의 기품을 갖춘 생김새로 ‘선비목’이라 불린 나무_ 회화나무
도심의 화단에서 도시민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나무_ 황매화
신비로운 꽃을 피우고 밤이면 잠드는 잎을 가진 나무_ 자귀나무
네 번째 산책
우리 민족의 특성을 닮아 은근히 끈기 있게 자라는 나라꽃_ 무궁화
여름을 화려하게 밝히는 붉은 꽃의 나무_ 배롱나무
새의 배설물에 섞여 번식을 이루는 간절한 생존 전략_ 향나무
민족의 삶과 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나무_ 소나무
도시의 초등학교 교목이 되어 아이들을 지켜주는 나무_ 느티나무
꽃향기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토종 나무_ 수수꽃다리
싱그러운 일곱 잎사귀를 가진 ‘마로니에’라는 별명의 나무_ 칠엽수
줄기 전체에 꽃송이를 화들짝 피우는 순백의 향연_ 옥매
맺는 글
아파트 관공서 빌딩 등 도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우리 곁 나무 38종 산책기
나무 칼럼니스트가 풀어 쓴 쉽고 재미있는 ‘나무 교양서’
버려지다시피 했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물푸레나무를 찾아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도록 만든 사람. 사흘만 꽃을 피운다는 빅토리아수련의 개화를 지키고자 잠들지 못하는 사람. 한 그루의 나무를 적어도 세 해에 걸쳐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던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2008년 출간한 『나무가 말하였네 1?2』에서 ‘나무-시’와 그 시를 통해 만난 나무와 사람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나무 칼럼니스트만의 독자적인 해설과 직접 찍은 사진을 엮은 이 책은 문학을 통해 식물을 알고 식물을 통해 문학을 이해할 수 있어 문학적인 감성과 생태적인 감수성을 키우는 데 맞춤했다.
인간과 나무가 교감하는 순간의 진한 감동을 전하며 ‘나무 대변인’으로 살아왔던 그가 이제 도시 한가운데 살고 있는 나무 산책에 나섰다. 빌딩 숲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공원이나 광장에서 빽빽한 주택가에서 8차선 대로변에서 학교와 관공서에서 고락을 같이한 나무들을 한 그루 한 그루 불러내었다. 도심의 조경수 개잎갈나무부터 순백의 꽃 옥매까지 도시 속 대표적인 나무 38종의 생태와 일상생활에서의 쓰임은 물론 그에 얽힌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맛깔나게 들려준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지적 자양분을 바탕으로 생태적이고 문학적인 감성으로 써내려간 이 산책기에는 그간 전해오는 곁 이야기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지식들이 가득하다. 저자가 현장에서 찍은 120여 컷에 달하는 세밀한 사진과 각각의 나무에 관한 식물학적 표준 정보까지 별도로 수록해 풍부하고도 입체적인 나무 읽기를 제공한다. 늘 봐왔지만 이름조차 몰랐던 혹은 잘못 알고 있었던 주변 나무 이야기를 명쾌하게 정리한 나무 교양서로 손색없다.
도시는 어쩌면 산과 들 혹은 농촌 산촌과 같은 시골 마을보다 훨씬 다양한 식생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시골에서라면 대개 자생하는 생물들 위주로 식생이 이루어지겠지만 자생하는 생명체의 서식지를 파헤치고 들어선 도시에서는 새로이 생명체를 들여와야 한다. 결국 다양한 생명체들을 끌어들여 심어 키우게 되고 자연스러움이야 모자랄지 몰라도 다양함에서만은 시골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든 다양하든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없는 곳은 없다. 자연의 숨결이 멈춘 곳이라면 사람의 숨결까지 멈추어야 하는 곳이다. 이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 곁의 자연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 앞에 우리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우뚝 서 있는 나무들을 함께 찾아보기로 하자.
-「들어가는 글」에서
개잎갈나무부터 옥매까지 세상에 흔한 나무는 없다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나무들의 진짜 이야기
저자는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나무가 있다. 그의 존재를 알아주든 말든 나무는 도시인들 곁에서 여느 숲에서와 마찬가지로 광합성도 하고 미세먼지도 빨아들이며 싱그럽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늘 곁에 있는 나무들이지만 정작 우리는 도시살이에 지쳐 그들의 존재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세상에 꽃 피지 않는 나무가 없음에도 단풍나무에 꽃이 핀다는 사실조차 잘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도심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그 나무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개 플라타너스로 부르는 양버즘나무가 도시 공기를 맑게 해주는 대표적인 가로수라는 사실 일본을 상징하는 벚나무의 조상인 왕벚나무의 원산지를 정작 일본에서는 찾을 수 없고 우리나라의 제주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자못 흥미롭다. 또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도 바로잡는다. 라일락의 공식적인 우리말 이름은 ‘서양수수꽃다리’로서 수수꽃다리는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자라던 토종 나무라는 것. 우리가 마로니에로 많이 알고 있는 나무는 일본에서 건너온 칠엽수로서 프랑스 파리의 가로수인 마로니에가 아니라는 것. 눈에 가까이 대면 눈이 먼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능소화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양반꽃’이라 불리던 양반의 전유물로서 이 꽃을 독점하고 싶었던 지배계급의 욕망이 소문의 배경이라는 유래를 되짚기도 한다.
또한 단풍나무를 통해서는 단풍의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고 소나무의 번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숲이 오랫동안 변화하는 과정인 ‘천이遷移’의 단계를 설명한다. 헷갈리곤 하던 철쭉과 진달래 구별법뿐만 아니라 학자수나 선비나무라 불린 회화나무가 서양에서도 비슷한 별명으로 불렸다는 이야기까지 이르면 저자의 도시 나무 읽기는 더욱 진진해진다. 나무의 생태학적 지식은 물론 다양한 역사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쉬운 설명을 곁들여 나무에 전문적인 식견이 없더라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독서가 될 만하다.
양버즘나무가 도시의 가로수로 알맞춤하다는 데에는 양버즘나무만의 특징이 있다. 그의 넓은 잎 표면에는 얼핏 보아서 구별되지 않는 매우 작은 솜털이 촘촘히 돋아 있는데 이 작은 솜털이 공해와 매연을 빨아들이는 데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니 도시의 나쁜 공기를 빨아들이는 데에 제격이다. 덧붙여 공해가 심한 조건에서도 양버즘나무는 잘 견뎌내니 그야말로 가로수로 더 좋은 나무가 없지 싶다.
그런 이유로 양버즘나무는 세계 곳곳에서 도심의 가로수로 널리 심어 키우는 나무가 됐다. 심지어 공해 걱정이 그리 크지 않았을 기원전 5세기 무렵의 그리스에서도 가로수로 플라타너스 종류의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양버즘나무의 이름이 붙은 건 줄기 껍질의 생김새 때문이다. 양버즘나무의 줄기 껍질에는 흰색에서 유윳빛 혹은 회색의 얼룩이 심하게 드러나는데 그게 마치 우리 얼굴에 나는 버짐을 닮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표준어로 ‘버짐’을 택하고 있지만 옛날 표준어는 ‘버즘’이었고 한번 정한 식물 이름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버즘나무 양버즘나무로 표기한다.
양버즘나무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온갖 더러운 배출물을 빨아들여서 사람 사는 마을의 공기를 깨끗이 해준다. 나무가 사람에게 주는 혜택의 끝을 알기 어려울 만큼 고마운 노릇이다. 흔하디흔하게 보는 나무이지만 그야말로 고맙고 고마운 나무다.
-56~57쪽
사람 사는 곳에 나무가 살고 나무 사는 곳에 사람이 산다
자연에서 배우는 사람살이의 지혜
『도시의 나무 산책기』를 통해 도심 속 나무의 식생을 읽어주는 저자의 산책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흔한 나무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흔하게 보는 사람의 눈이 있을 뿐이다. 저자는 도시 나무살이의 다양한 모습을 애정을 담아 새롭게 발굴해낸다. “필경 한 송이의 꽃 한 그루의 나무는 오래도록 사람살이의 알갱이로 남는다는 깨우침이 고마울 뿐이다”라는 저자의 깨달음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마침내 나무살이란 사람살이의 한 이름임을 잊지 않는 그에게 나무는 나무로만 머물지 않고 사람을 세상을 자연의 이치를 배울 수 있는 지혜의 통로가 된다. 나무의 말을 부단히 듣고자 노력하고 “내 곁의 나무를 한 번 더 바라보아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그것이다. 이제 우리도 그의 말대로 눈을 들어 나무를 바라보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초록의 생명과 더불지 않고 가능한 생명은 이 땅에 없다. 풀이든 나무든 초록의 모든 생명체는 세상 모든 생명을 먹여 살리는 기반이다. 나무 없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나무가 아름다운 곳은 사람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이며 나무가 죽어가는 곳은 사람도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깨달음이 간절하게 필요한 때다. 내 곁의 나무를 한 번 더 바라보아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맺는 글」에서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그 자리에는 언제나 나무가 있다. 하기야 자연 상태의 나무가 솟아오르기 어려울 만큼 높이 솟구친 고층 빌딩이 스카이라인을 이룬 도심에서라면 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라도 사방을 휘휘 둘러보면 어느 한쪽에서만큼은 필경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는 나무 운이 좋다면 초록 숲을 이룬 산의 능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59쪽
▣ 작가 소개
저 : 고규홍
Goh Kyu Hong高圭弘
나무 칼럼니스트. 인천에서 태어나 서강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열두 해 동안 일간신문의 기자 생활을 한 뒤 나무를 찾아 떠났다. 나무가 건네는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엮어 세상에 전하기 시작했다. 『이 땅의 큰 나무』를 시작으로 『절집나무』『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나무여행』을 펴냈다. 나무를 노래한 시에 감상글과 사진을 더해 『나무가 말하였네 1?2』를 나무 사진을 모아 『동행』을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이야기를 엮어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나무』(전 3권)를 우리 땅의 크고 오래된 나무들을 정리해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을 펴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된 천리포수목원의 나무 이야기를 쓴 『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와 『천리포수목원의 사계 1?2』도 냈다. 2000년 봄부터 ‘솔숲에서 보내는 나무편지’라는 사진 칼럼을 홈페이지 ‘솔숲닷컴’을 통해 나무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지낸다. 천리포수목원의 이사 한림대와 인하대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 주요 목차
들어가는 글
첫 번째 산책
도심 환경을 아름답게 하는 세계 3대 조경수_ 개잎갈나무
열매보다 분홍빛 꽃이 좋아 심어 키우는 오래된 나무_ 모과나무
이른 봄의 풍광을 아름답게 하는 조경수로 환영하다_ 백목련
민족의 오랜 살림살이와 함께한 우리 나무_ 개나리
도시 공기를 맑게 해주는 대표적인 가로수_ 양버즘나무
세상에서 가장 큰 키로 자라는 나무_ 메타세쿼이아
잔치를 벌여야 할 만큼 아름다운 꽃이 피는 나무_ 벚나무
아파트 단지의 생울타리로 많이 심어 키우는 나무_ 쥐똥나무
두 번째 산책
가을에 나뭇잎을 붉게 물들이는 화려한 나무_ 단풍나무
단풍나무 못지않게 고운 빛으로 물드는 중국 나무_ 중국단풍
공룡시대부터 살아남은 살아 있는 화석 나무_ 은행나무
봄꽃부터 겨울 붉은 열매까지 이어지는 신비의 축제_ 산수유
오래도록 꽃을 떨구지 않는 나무_ 산딸나무
음전하게 자리 잡고 도시민의 초록빛을 지켜주다_ 회양목
유치할 정도로 화려한 꽃을 오래 피우는 나무_ 철쭉
아름다운 수형에 비해 쓰임새가 적어 푸대접 받는 나무_ 가죽나무
쌀밥처럼 혹은 흰 눈처럼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우다_ 이팝나무
열매보다 분홍빛 꽃이 먼저 사람의 눈에 뜨인 나무_ 복사나무
높고 큰 나무에서 피는 튤립처럼 예쁜 꽃_ 튤립나무
세 번째 산책
진분홍 화려한 빛깔로 봄을 노래하는 작은 키 나무_ 박태기나무
도심의 쉼터 그늘에 어김없이 함께하는 나무_ 등
자연의 일부이면서 사람살이의 일부이기도 한 나무_ 장미
고향 마을 뒷동산에서 어린 순을 꺾어 먹던 추억의 나무_ 찔레꽃
생명을 부여한 조상의 음덕을 잊지 않는 고향의 나무_ 밤나무
열매도 좋지만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은 나무_ 감나무
한여름에 노란 꽃을 피우고 꽈리 열매를 맺는 나무_ 모감주나무
독점하고 싶어 했을 만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덩굴_ 능소화
선비의 기품을 갖춘 생김새로 ‘선비목’이라 불린 나무_ 회화나무
도심의 화단에서 도시민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나무_ 황매화
신비로운 꽃을 피우고 밤이면 잠드는 잎을 가진 나무_ 자귀나무
네 번째 산책
우리 민족의 특성을 닮아 은근히 끈기 있게 자라는 나라꽃_ 무궁화
여름을 화려하게 밝히는 붉은 꽃의 나무_ 배롱나무
새의 배설물에 섞여 번식을 이루는 간절한 생존 전략_ 향나무
민족의 삶과 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나무_ 소나무
도시의 초등학교 교목이 되어 아이들을 지켜주는 나무_ 느티나무
꽃향기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토종 나무_ 수수꽃다리
싱그러운 일곱 잎사귀를 가진 ‘마로니에’라는 별명의 나무_ 칠엽수
줄기 전체에 꽃송이를 화들짝 피우는 순백의 향연_ 옥매
맺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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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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