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사랑받아본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고,
용서받아본 사람만이 용서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형수가 된 남자와 세상에 냉소적인 여자,
다른 듯 닮은 두 남녀가 만나 나누는 ‘진짜 이야기’
누구도, 극악무도한 인간이라 해도,
설사 악마의 화신이라 해도
그를 포기할 권리는 우리에게 없다
삶과 죽음, 죄와 벌, 그리고 진정한 사랑과 용서의 의미를 묻는 작품
사람을 세 명이나 죽인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에게 죽음을 집행할 수 있을까? 진정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2005년 첫 출간 후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공지영 장편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새롭게 출간된다. 사형제 문제를 전면으로 다루어 출간 당시부터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이듬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기도 한 작품이다. 작가 개인의 삶의 한 기점이 되기도 했고, 많은 독자들에게 삶과 죽음, 죄와 벌, 사랑과 용서 그리고 참다운 인간의 조건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소설은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해 자살 시도를 반복하며 냉소적인 삶을 살았던 여자 문유정과 세상 밑바닥을 떠돌다 세 명의 여인을 살해한 죄목으로 사형수가 된 남자 정윤수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일주일에 3시간씩 1년 동안 만나며 서로 너무도 다른 듯 보였던 두 사람은 서로가 닮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정신과 치료 대신 어쩔 수 없이 고모 손에 이끌려갔지만, 점점 유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죄를 짓고 갇혀 있는 ‘그들’과 윤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른 봄 홀로 윤수를 찾아가,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혀온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고행성사 하듯이 털어놓는다. 둘은 서로를 통해 오랜 시간 가슴에 품고 있었으면서도 외면해왔던 자신의 상처를 비로소 응시하고 그것을 서로 나누면서 그 어둠에서 조금씩 걸어 나온다.
소설은 유정의 이야기와 윤수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둘의 ‘진짜 이야기’를 완성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때로 아프고 때로 잔인하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단순히 작가의 아름답고 감성적인 문장 때문만은 아니다. 두 사람에게는 상처를 입힌 사람과 세상도 있지만, 이들을 묵묵히 지켜봐주며 그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함께 보듬어주려는 사람과 세상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여전히 독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사형제는 진행이라는 것뿐 아니라 이 소설이 그리는 세계가 결국은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의 이유는 무엇이고 삶의 이유는 무엇이며 상처받은 우리의 내면을 치유하는 것은 무엇인가. 유정과 윤수의 ‘진짜 이야기’를 들으며, 독자 역시 자신의 ‘진짜 이야기’에 귀 기울여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등장인물 소개
문유정
어린 시절 겪은 사건 때문에 자살을 세 번이나 기도한 서른 살의 대학 교수. 남들이 부러워하는 집안 배경을 바탕으로 한때는 가수로 활동하다 프랑스 유학 후 돌아와 대학에서 그림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상처 때문에 냉소적인 성격이 되어 과도한 수면제 복용 등 불안정한 생활을 하던 중 수녀인 고모의 제안에 따라 사형수 면회를 가면서 삶에 변화를 맞이한다.
정윤수
소녀를 강간하고 세 명의 여자를 죽였다는 죄목으로 사형수가 된 스물일곱의 남자. 어린 동생과 알코올중독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고아원에서 자랐으나 동생이 억울하게 죽고 난 뒤 밑바닥 삶을 전전하다 수감된 인물이다.
모니카 고모
간호사를 하다가 문득 수녀가 되어 삼십 년 넘게 교도소 봉사활동을 다니는 문유정의 고모. 유정이 또 한 번의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에 병원으로 달려와 유정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는 대신 자신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해서 유정을 데리고 교도소로 향한다.
엄마
유정의 엄마로, 어린 딸의 상처를 외면한 채 평생 딸과 불화하는 인물. 암이 발병하면서 건강염려증과 히스테리가 더욱 심해지며 검사인 첫째 아들, 의사인 둘째 아들과 달리 엇나가기만 하는 딸을 항상 못마땅해한다.
문유식
유정의 큰오빠이자 성실한 검사. 어머니의 유난과 히스테리를 묵묵히 견디며 유정에게도 자상한 인물로, 뒤늦게 유정의 상처를 알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유정이 사형수를 만나며 그들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데에는 단호하게 반대한다.
작가 소개
공지영
대한민국 대표 작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었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다섯 개이고 기사에 악플이 줄줄 달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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