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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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김현중
출판사항온우주, 발행일:2013/08/29
형태사항p.335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871106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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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내가 하려는 게
두 발 걸어가서 다른 세상을 보려는 거야

누구보다 세상 가까운 곳에 있는 이방인의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평범한 삶 이면에 숨은 어둡고 치명적인 환상

온우주 출판사에서 독창적인 상상력과 뛰어난 흡입력을 지닌 이야기만 엄선해서 묶은 온우주 단편선의 여섯 번째 작품집으로 김현중의 『마음의 지배자』가 출간되었다. 한국 장르문학만을 출간하는 온우주 출판사에서는 이미 출간된 곽재식 정도경 이서영의 작품집 이후 2013 온우주 단편선으로 김인정 전혜진 박애진의 작품집을 준비 중이며 2013년 한 해 동안 총 7명의 작가가 쓴 작품집 10권을 펴낼 예정이다.

김현중의 작품집 『마음의 지배자』는 독특하고 치명적인 상상력과 탄탄한 이야기가 만나 새로운 품격과 재미를 선사하는 단편선이다. 이 작품집은 처음 보기엔 황당하고 불가능한 이야기들만 모아 엮은 것처럼 보인다. 영물인 동물이나 초능력자와 외계로부터 온 기계 자기 생각과 마음이 있는 포클레인 등 보통 일상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등장인물과 화자가 보통의 상식으로는 존재할 리 없는 것과 일어날 리 없는 사건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능청스럽고 태연하게 또 다른 세상 속으로 독자를 불러들인 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속에 물들게 하는 것이 김현중 작가의 특징이다. 김현중의 작품은 재미뿐만 아니라 우리 곁에 있었으나 보이지 않았던 것을 만나는 경이감을 독자에게 선사할 것이다.

내가 소설을 쓸 때 자연스럽게 SF나 판타지적 요소를 삽입하게 되는 것은 그것이 내 나름대로의 진실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단 내가 더 이상 무거운 다리를 끌며 걷지 않아도 되도록 두 발을 공중으로 띄워준다. 나는 소설을 쓰는 동안은 날고 싶고 내 소설을 읽는 사람도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다. - 작가의 말 中

김현중의 소설을 이해하고 나서 이 세계가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면 어느새 은유를 뛰어넘은 이야기의 마법에 걸린 것이다.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은 지배의 시작이다. 타인을 지배하기 위해서 먼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는 재미를 주는 것을 넘어 세계를 다르게 보이게 하는 힘까지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마음의 지배자이다. - 박든든나름 권말해설 中

수록작에 대하여

묘생만경
주인공 허생은 세 가족이 키우는 고양이이다. 높은 지능으로 사실 인간의 말도 알아듣고 집필 작업도 할 정도의 영물이지만 인간에게 이런 것을 알릴 수도 없고 혼자만 영물이라는 점이 외롭다. 그래서 세 가족이 귀농해서 키우기 시작한 동물들 중에 자신과 벗할 만한 영물이 있는지 눈여겨 찾지만 매번 실망한다. 어느 날 키우던 개들이 우리에서 튀어나와 키우던 닭들을 모두 물어죽이고 자기들도 사고로 죽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허생은 이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추적하며 독자에게 들려준다.

닭들 중 세 마리가 성체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이나 기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었는데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세민 아빠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나는 진짜 이유들을 알고 있다. 수컷 한 마리는 흑장미와의 관계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암컷 한 마리는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하려 했다는 이유로 또 한 암컷은 사자가 너무 자주 찾아가서 흑장미가 모두 죽였다. 물론 흑장미는 부리에 직접 피를 묻히지는 않는다.
설마 닭들이 진짜 이러냐고? 후후 나도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다. 못 믿겠으면 당장 시골에 내려가서 여러 마리를 놓아 기르는 닭들의 세계를 닷새만 관찰해보라. 일설에 의하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TV 드라마 몇 편은 그런 식으로 쓰였다고도 한다. - 26쪽

마음의 지배자
문래는 평범하고 내성적인 고등학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도영은 문래의 능력이 진짜라는 것을 아는 유일한 친구였다 어느 시점까지는. 문래가 반에서 게임을 언제나 이기고 분필을 띄우는 일을 해버린 이후로 반 아이들 모두가 도영처럼 세상을 믿지 못하는 혼란 속에 조금씩 빠져든다. 그중 학교 2인자인 진욱은 더 심하게 혼란을 느낀 듯 문래를 교묘하게 괴롭히기 시작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작은 영웅」의 초능력자판이라고도 볼 수 있는 독특한 학원물.

교실의 모든 아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문래가 성한네와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사실들이 늘어나는 것이 점점 더 곤혹스러워졌다. 문래는 성한네 패거리가 항상 독점하는 교실 뒤쪽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얼마 후부터는 아예 성한의 짝을 도맡게 됐다. 아이들은 성한의 걸걸한 목소리 사이로 터져 나오는 문래의 웃음소리가 듣기 싫었지만 갈수록 더 자주 들어야 했다. 교실에서는 묘한 긴장 속에서 불편한 기류가 흘렀다. 쉬는 시간은 더 조용해졌고 수업 중에 선생들의 농담에 웃는 소리도 낮아졌다. 모두들 어떤 방향을 향해 변화가 진행 중인 건 알겠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교실 안에서 거슬리는 게 없는 것은 문래 한 사람뿐인 것 같았다. - 77쪽

그의 지구정복은 어떻게 시작됐나
서울에서 한 탕 잡겠다고 올라갔다가 신나게 집안을 말아먹고 가족도 잃고서 개발예정지라는 루머만 믿고 고향으로 도로 내려온 김사장이 있다. 그는 마트를 세워서는 어떻게든 일으켜보려고 갖은 수단을 다 써보지만 오래가는 수단은 없다.
그곳 근처에서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몰래 내려왔지만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한 기억유닛을 잃어버려 그것을 찾아 헤매는 외계의 컴퓨터가 있다. 식물의 형태를 빌려 기능유닛의 위치를 찾기 위한 위치추적체를 동물들에게 묻혀 보내려고 갖은 수를 다 써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실패를 거듭한다. 절망한 컴퓨터와 절망한 김사장이 만난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나중에 인생리 주민들은 맘모스 마트에서 이후 약 2주 동안 벌어졌던 일들을 기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나이 많은 축들은 귀신에 홀린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쉽게 설명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던 것은 사실이고 그 시작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그저 마트의 인지도가 높아져서 고객들이 차차 늘어가는 걸로 보였다. 그러다가 오전에 왔던 손님들이 오후에 또 오고 오후에 왔던 손님들은 폐점 시간까지 나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119쪽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
뇌를 자극해서 사람 머리를 더 좋게 한다는 수술이 대유행한다. 아인시술이란 그것을 하고 나면 이마에 수술한 자국이 남는데 그게 특권층의 표시가 될 정도다. 하지만 그 시술을 하더라도 드물게 머리가 좋아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주인공인 나는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는데 이 시술로 인해 미묘하게 갈라섰던 경험이 있다. 세월이 지나 한국에 예기치 않게 하루 머무르게 된 날 나는 여자애에게 연락을 한다.

검은 셔츠가 도발적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 수술 다들 받았잖아. 그러니까 대학들 다 잘 나오고 나랑 얘는 대학원도 나오고 삼십대 초반에 자기 가게들 있고 저 새끼는 변호사고 저건 벌써 부장이고. 집에 노는 돈도 좀 있으니까 투자도 하고 그러는 거 아냐? 아인시술이 사기라고? 우유 급식? 미국 가서 좋은 의대까지 나온 똑똑한 양반이 그렇게 말하면 도둑놈 심보지. 내가 진짜 증거 보여줘?”
갑자기 검은 셔츠는 벌떡 일어나더니 아까부터 구석에 있는 듯 없는 듯 앉아 있던 접대원에게 성큼성큼 걸어가서 한손으로 턱을 꽉 붙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눈썹까지 드리운 앞머리를 위로 들쳐 올렸다. 여자가 짧게 비명을 지르며 깨끗한 이마를 두 손으로 가렸다. - 154~155쪽

물구나무서기
어렸을 때 ‘나’는 아무리 해도 물구나무서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무려 할아버지 환갑잔치에서 모든 친척 앞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해야 하게 생겼다. 그러나 아무리 연습해도 나는 다섯 번에 한 번 이상 성공하질 못한다.
나는 투시를 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어른이 된 후에 이걸로 이것저것 많은 범죄를 저질렀고 잡히기도 많이 잡혔고 이용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남용한 결과 능력이 사라졌는데 정부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해 그 능력을 사용해달라고 찾아온다. 나는 자신이 그 능력을 쓰게 됐던 계기인 환갑잔치 물구나무서기를 되돌아본다.

천리안을 이용해서 뭔가 일을 한 건 그것으로 끝이었다. 내 천리안 능력이란 따지고 보면 보잘것없었다. 나는 어디를 봐야 할지를 몰랐고 언제 볼 수 있을지도 몰랐고 본 것을 잘 써먹을 능력도 없었다. 내 시야는 콘크리트 벽 너머나 수백 킬로미터 밖의 공간에도 미칠 수 있었지만 한 치 앞의 내 인생에는 닿지를 못했다. 그런 쪽으로 말하자면 보통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어두웠다.
미래를 보거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능력이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보원거사가 얼마 후 날 팔아먹으려 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천리안을 빼고 나니 난 참 쓸모없는 사람이었다. - 181쪽

피노키오
피노키오는 전쟁 중 만들어진 나무인형이다. 전쟁이 끝나고 왠지 거짓말을 멋드러지게 꾸며내는 능력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다 죽어가는 인형을 만나게 되는데 인형은 자신과 피노키오가 세상에 단 둘뿐인 특수한 인형이라고 말한다.

“그만해. 넌 아주 나쁜 인형이야. 전쟁이 끝났을 때 모든 인형들은 자기 무기를 버리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시작했어. 너는 거짓말을 하는 게 무기인 인형이야. 그리고 지금까지도 거짓말을 지어내며 살고 있어. 너는 계속 전쟁을 하고 있는 거야.”
피노키오는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진지하게 말을 했습니다.
“거짓말을 지어내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지어내는 거야. 난 사람들이 좋아. 그리고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좋아. 그래서 이야기를 할 뿐이야.”
“네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넌 굉장히 위험한 인형이야. 그것만은 잊지 마.”
소녀는 더 이상 말없이 돌아서서 가버렸습니다. 피노키오는 자기를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몹시 신경 쓰였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한숨만 쉬었습니다. - 227~228쪽

부안왕손이
부안왕손이는 유난히 거대한 포크레인이다. 힘도 장사고 성격도 뚝심 있고 해서 포크레인계에서 큰형님 대접을 받는다. 그런데 어느 날 귀신 들린 포크레인이 사고치는 걸 막다가 큰 상처를 입고 영 잘 고치질 못해 서울로 팔려간다. 왕손이는 커다란 손과 엄청난 힘에도 불구하고 그저 명목상 공사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무 쓸데없는 일을 해야 하는 돗데월드 공사장에 홀로 덜렁 배치된다.

왕손이가 이곳에 온 지도 열 달이 지났다. 벌판에 새겨진 느린 시계는 길고 긴 한 바퀴를 돌아 마침내 한 번 더 작업이 진행되면 흙산은 처음 만들었던 자리로 돌아갈 차례였다. 배 씨가 다시 나타난 날은 맵게 추웠는데 그는 그날따라 술이 잔뜩 오른 상태로 왕손이의 운전대를 잡았다. 그가 술이 떡이 되었든 말든 상관없었다. 왕손이는 얼마 전부터 흙산이 한 바퀴를 돌면 작업이 종료되는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리고 배 씨는 기어를 넣으며 고래고래 소리 질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왕손이는 서서히 불안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아무리 돌아도 제자리 인생~” - 261쪽

뱀과 소녀
이 섬은 뱀신을 믿는 섬이다. 각별히 몸을 조심하라고 한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수희는 친구인 창래와 집에 오는 길에 뱀을 만나고 어쩌다 그 뱀을 죽여버린다. 큰일이 벌어질 거라고 누가 죽였는지 어른들은 추궁하지만 진실은 말해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창래가 먼저 차에 치여 죽는다.

이장은 대답을 하려다가 어딘가를 보고 얼어붙었다.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 시선 전부가 주방으로 통하는 문으로 꽂혔다. 이장의 담배 끝에 매달린 재를 노심초사 지켜보고 있던 수희도 고개를 들었다. 초록색 블라우스를 입고 빨갛게 입술을 칠한 여자가 주방 문에 기대어 서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의 구불구불한 검은색 머리는 어깨를 덮고 가슴까지 내려와 있었다. 수희는 여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누가 죽였니?
여자는 입끝에 약간의 미소를 걸고 마치 장난치는 듯한 목소리로 창래와 수희를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창래는 아까보다 훨씬 더 힘차게 손을 들었다. 어른들의 시선이 이번에는 한꺼번에 수희에게 쏟아졌다. 그런데 수희는 손을 들지 않았다. 수희는 그저 여자의 얼굴을 계속 쳐다보기만 했다. - 304~305쪽

▣ 작가 소개

저자 : 김현중
환상문학웹진 거울 71호에 「그의 지구 정복은 어떻게 시작됐나」가 72호에 「부안 왕손이」가 독자우수단편으로 선정된 후 필진으로 합류하여 활동 중이다.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그의 지구 정복은 어떻게 시작됐나」와 「마음의 지배자」가 게재되었으며 공동단편선 『아빠의 우주여행』에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를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에 「물구나무서기」를 수록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덜미를 잡혀 끝까지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을 목표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 주요 목차

묘생만경猫生晩景
마음의 지배자
그의 지구 정복은 어떻게 시작됐나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
물구나무서기
피노키오
부안 왕손이
뱀과 소녀
해설:지배의 시작은 이해
엮은이의 말
작가의 말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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