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소설 선집2 바닷가의 피크닉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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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김지원
출판사항작가정신, 발행일:2014/01/30
형태사항p.368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288530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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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혼자 떠나는 것은
좀 더 후에 힘이 좀 붙은 후에.”

이런저런 마음의 움직임들로 빚어내는 나른하고 아스라한 풍경
그 속에 싱싱하게 솟아오르는 삶의 생기(生起)!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김지원은 우리에게 “조용하고 물기 어린 목소리”로 기억된다. 김지원의 작품은 넘칠 듯 넘치지 않는 낭만적 시선과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절제된 문체를 통해 인간 의식의 심연을 탐구하는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김지원의 소설에서 드라마틱하고 박진감 넘치는 서사보다는 인물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심리적 갈등이나 균열 혹은 인물들의 내면이 투영된 신비롭고 아스라한 풍경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녀의 소설은 현재 시제와 과거 시제 또는 현실과 환상을 어지럽게 뒤섞거나 서로 다른 시공간을 넘나들며 어찌 보면 자질구레하고 소소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저런 마음의 움직임들을 느슨하게 엮어나간다. 이것은 현실 혹은 사건과 인물들 내면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게 지워져버리는 그녀 소설 특유의 나른하고도 흐릿한 분위기와 연관된다.

뚜렷한 서사보다는 분위기가 작품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그녀의 소설들은 부부 혹은 연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내밀한 갈등이나 이국 생활에서 작가가 경험하거나 관찰한 크고 작은 심리적 균열들을 작품의 소재로 주로 다루고 있다. 또한 담담하고 객관적인 묘사와 군더더기 없이 물 흐르듯 읽히는 유연한 문체는 소외와 좌절 갈등으로 점철된 소설 속 분위기에도 그의 소설이 언제나 맑고 투명한 느낌을 준다. 그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방황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사막같이 건조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생명과 사랑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이 비관 속에 속수무책으로 가라앉아 있는 대신 그 내부에 싱싱하게 솟아오르는 묘한 활기를 품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돌돌돌돌 밟는 재봉틀처럼 제자리를 맴도는 일상 속에서
‘이름’과 ‘집’을 찾아 떠도는 때론 쓸쓸하고 때론 신비로운 영혼들의 여정

김지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평론가 황도경의 말대로 “부모도 고향도 분명한 직업도 잃어버린 채 떠도는 뿌리 뽑힌 자들”이다. 작가가 이주한 뉴욕이라는 이방에서의 삶은 그녀의 작품들 속에 ‘뉴욕’이라는 특정한 지명을 넘어 삶 자체의 근원적인 낯섦이라는 독특한 문학적 형질을 부여하고 있다. 그녀가 즐겨 다루는 ‘집’이라는 소재 또한 그녀의 작품 속에서 늘 아득한 거리감을 던져주는 ‘먼 집’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집’은 더 이상 쾌적하고 안락한 공간이 아니라 피로하고 혼돈한 상념의 공간에 머문다. 그리고 집 안의 그녀들은 고유한 개성과 정체성을 상실한 채 ‘여자’ 혹은 ‘아내’로만 명명될 뿐이며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제자리를 맴도는 그녀들은 늘 일탈을 꿈꾸며 정처 없이 떠돈다. 작가는 그녀들에게 개성을 부여하지 않고 그런 여성이 처한 상황의 핵심만을 간결하고 경쾌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기대로 미국에 건너온 하옥(「한밤 나그네」) 친구 남편 한수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는 운희(「마술의 사랑」)는 누에고치 안에 갇힌 듯한 갑갑한 생활 속에서도 여전히 어딘가로 떠나기를 꿈꾼다. 작가는 이들의 입을 빌려 “불가능한 것을 사람들에게 믿게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한다. 마술처럼 한순간의 속임수일지언정 우리를 다른 곳 다른 삶으로 데려다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김지원에게 있어 어쩌면 사랑은 자신의 진정한 이름과 집을 잃어버린 영혼들을 구제해줄 유일한 방편인지도 모른다.

마술을 마술이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듯 사랑을 사랑이게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랑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다. 사랑이 끝난 후에 우리가 결국 외로운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해도 사랑이 갖는 마술 같은 힘마저 외면할 수는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것은 어쩌면 죽음뿐인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인지도 모른다. “움직여서 뭔가 다른 것 우리가 언제나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는 것 “위를 보고” 계속 움직여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불모의 땅에 가져오는 생명의 씨앗이다.
김지원의 소설들은 정착을 갈망하는 떠도는 영혼들의 쓸쓸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소설이 죽음과 생명 쇠락과 부활을 모두 유기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종말의 세계를 새로운 탄생에의 비전으로 끌어올리는 생명의 신비로움과 그로부터 발원하는 긍정적인 포용의 상상력 아마도 이것이 그녀의 작품이 지닌 풍부한 여성성의 비밀일 것이다.

마술의 사랑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 사는 운희는 한 문방구 앞에서 마술하는 남자를 매일 바라본다. 그는 동전을 자유자재로 이동시키고 담뱃불로 동전에 구멍을 뚫어 보이는 마술을 하는 그를 운희는 흥미롭게 바라본다. 마술사는 그녀에게 자기와 함께 날아보자며 영혼 여행을 제안한다. 한편 운희는 한때 룸메이트였던 여진의 남편 한수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한수는 운희와 한마디 상의 없이 다시 여진에게로 돌아간다. 운희는 상황은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이 추한 기억만 더했을 뿐이라고 한숨짓는다. 그리고 얼마 후 낯선 사람으로부터 마술사가 정신병원에 갇혔다는 편지를 받는다.

한밤 나그네
하옥은 세 번의 유산 후 미국으로 건너와 따뜻한 가정에 대한 꿈을 안고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경수와의 결혼생활도 누에고치 안에 갇힌 생활처럼 갑갑하기만 하고 그녀는 여전히 어딘가로 떠나기를 꿈꾼다. 세 번의 유산으로 빈혈을 안고 살아가는 그녀는 어느 날 경수와의 결혼생활을 끝낸다. 그리고 네 번째 유산을 경험하던 날 하옥의 유산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경수는 병원에서 하옥을 부축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경수와의 관계가 이미 끝났음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와의 이별을 좀 더 유예하기로 마음먹는다.

바닷가의 피크닉
미스터 호레이스의 한국인 신부를 환영하는 피크닉이 열려 고등학교 동창생 네 가족이 존스 해변에 모인다. 미스터 호레이스는 그들의 고등학교 시절 영어 선생으로 제자들이 뉴욕으로 오게 될 때마다 숙식을 제공한 덕으로 그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일흔이 되도록 독신을 유지해오다 한국을 다녀오면서 결혼하게 되었는데 기대했던 호레이스의 새 신부는 초라한 할머니였다. 기쁘고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호레이스의 새 신부를 보고 사람들은 저마다 속악한 호기심과 비웃음을 감춘다. 알고 보니 호레이스의 새 신부는 호레이스 양아들의 어머니었는데 양아들이 자기 아내가 해산한 후 어머니를 데려오려는데 비자가 없어 초청이 불가능하자 어머니를 호레이스와 혼인시켜 데려온 것이었다. 한편 이 파티에 모인 김승언 가족은 곧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고 김승언의 아내인 정이는 이혼을 생각 중이다. 피크닉은 결혼과 이혼 환영과 송별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공간이 된다.

잊혀진 전쟁
고등학생 아이를 둔 도혜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한 3인칭 시점과 육이오전쟁 당시 피난길에 오른 여자아이 너를 중심으로 2인칭 시점이 교차되어 있는 소설이다. 어느 여름날의 일요일 도혜는 ‘코리아 잊혀진 전쟁’이라는 전쟁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영상을 보던 중 피난 길에 나선 대여섯 살 난 여자아이의 모습을 본 도혜는 어린 시절 체험했던 한국전쟁의 기억을 회상한다.

내 노래가 꽃이면
두 딸을 둔 ‘아내’는 또 임신을 한다. ‘아내’는 배가 불러 있지만 ‘남편’은 아침부터 나가서 없고 아이들은 안방의 ‘아내’를 마치 없는 존재인 듯 여긴다. ‘아내’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는 의심에 사로잡혀 늘 불안하다. 하지만 일상은 여전히 이어지고 ‘아내’의 삶은 제자리를 맴돈다. 이 ‘아내’의 남편과 바람을 피우는 이가 ‘여자’다. 그녀에게 “넌 나같이 살지 마라.” 라고 말했던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죽었지만 그녀는 어미니가 그냥 사는 걸 포기해버린 것 같다고 생각한다. 두 달 동안 관계를 맺어온 그녀는 ‘남편’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녀는 그렇게 ‘여자’로 남기로 결정한다.

돌아온 날개
머리가 아홉 개나 달린 괴물에 의해 한 나라의 세 공주가 납치된다. 산속 바위 굴에서 홀로 살고 있던 젊은이가 이 소식을 듣고 그녀들을 구출하러 떠난다. 그는 괴물을 만나면 무력을 쓰기 전에 화해와 평화를 먼저 얘기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괴물을 잡으러 땅 밑으로 뚫린 구멍으로 들어간다. 거기에서 그는 괴물을 처치하고 세 공주를 구하는데 정작 자신은 음모에 의해 땅 밑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셋째 공주가 돌아와 그를 구해주고 마침내 젊은이가 마음속에 간직한 싸움과 두려움이 없고 평화로운 왕국이 실현된다. 파인 김동환의 시편들을 본문 중간에 인용해 쓴 실험적인 형식의 소설이다.

늪 주변
상희는 조용한 곳으로 떠나 함께 살자는 석현의 제안을 받고 망설인다. 석 달 전 어느 날 상희는 구자를 따라 늪 저편의 이층집으로 영어 공부를 하러 갔다가 석현을 만났다. 석현은 그들의 영어 선생인 서양 여자 메리 깁슨의 남편으로 미군 부대부터 바의 종업원까지 전전했던 파란만장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영어 공부는 서양 여자가 고향으로 떠나는 바람에 일주일 만에 끝나고 만다. 그리고 석현은 곧 이사를 갈 예정이라는 상희에게 친척들이 사는 D읍으로 떠나자고 제의한다. 상희는 고민 끝에 석현과 함께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석현의 연락은 오지 않는다.

지나갈 어느 날
두 아이를 가진 가정주부인 연자는 아내와 엄마 노릇에 길이 들었지만 가슴속엔 뭔지 모를 허전함과 열망에 품고 살아간다. 하루는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불교 설법을 들으러 가는데 그곳에서 찬준이라는 청년을 만나게 된다. 찬준은 한때 연자네 동네에서 야채 가게 일을 하던 청년이다. 이를 계기로 연자는 찬준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고 연자는 세상에 대한 남다른 안목과 의견을 지닌 그의 재능과 능력을 높이 산다. 어느 날 찬준은 연자에게 이혼하고 자기랑 살자고 한다. 연주는 찬준의 청혼을 거절하고 가족들과 함께 코네티컷 숲 속 호텔로 주말여행을 떠난다.

겨울나무 사이
두 달 전 서른여덟 생일을 맞은 하내는 대학 시절 연인 사이였던 우진과 그의 부인 견주를 만난다. 하내는 대학 졸업 후에 맞선을 보고 바로 언강과 결혼했다. 그녀는 결혼 후 미국에서 살다가 남편 언강이 내연의 여자에게 총을 맞아 죽게 되면서 귀국했고 이들 부부를 만나러 소도시로 온 것이다. 하내에게 언강은 언제나 닿을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타인처럼 느껴졌던 사람이었다. 아이가 없었던 하내와 다르게 견주에게는 두 아이가 있다. 우진과의 사이에서 난 혜원이라는 딸과 대학 시절 동거하던 남자와의 사이에 난 길수라는 아들이다. 열네 살인 길수는 아빠 편에서 살고 있는데 용돈이 떨어질 때마다 견주를 찾아온다. 다음 날 아침 견주가 혜원을 학교에 데려다주러 간 사이 우진은 하내를 껴안고 하내는 우진을 거부하지 않는다. 잠시 후 돌아온 견주는 하내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배웅하면서 자기네 가족과 함께 살자고 제의한다. 하내가 있어서 길수가 찾아와도 우진이 기분 나빠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내는 서울에 가서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한 뒤 견주와 작별 인사를 나눈다.

작품 해설
김지원은 그녀들의 울음에서 몰락과 이별을 노래하는 탄식과 절망의 비가를 듣는가 하면 동시에 사랑을 확인하고 생명을 키워내는 환희의 노래를 듣기도 한다. 어둠과 죽음을 기억하는 노래는 초목들이 살아나고 곡식들이 열매를 맺는 풍요의 노래로 바뀌고 다시 이별과 기다림의 노래로 바뀐다. 그녀들의 노래를 들으며 나 역시 때로는 땅속에 갇혀 우는 페르세포네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딸을 찾아 헤매는 데메테르가 되기도 한다. 내 울음도 사랑이 될 수 있을까. 내 노래도 생명의 씨앗이 될 수 있을까. 삶의 긴 여정을 마치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가 있을 김지원을 떠올리며 그녀의 소설을 읽는다._ 황도경(문학평론가)

▣ 작가 소개

저자 : 김지원
경기도 덕소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63년《여원》에 단편소설「늪 주변」이 당선되었으며 1975년 단편소설「사랑의 기쁨」과 「어떤 시작」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폭설』(1979)『겨울나무 사이』(1986)『알마덴』(1988)『돌아온 날개』(1993)『꽃철에 보내는 팩스』(2002) 등이 있고 중편소설『잠과 꿈』(1987) 연작소설『물이 물속으로 흐르듯』(1991) 자매소설집『먼 집 먼 바다』(1977)『집?그 여자는 거기에 없다』(1996) 장편소설『모래시계』(1986)『꽃을 든 남자』(1989)『소금의 시간』(1996)『낭만의 집』(1998)『물빛 물소리』(2005) 등이 있다. 1997년 중편소설「사랑의 예감」으로 제21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1999년 마이클 뉴튼의『영혼들의 여행』을 공저로 번역했고 2009년 아버지 김동환의 장편 서사시 [국경의 밤]을 각색해 동명의 시극(詩劇) 극본으로 발표했다. 2013년 1월 30일 향년 71세의 나이로 뉴욕 맨해튼에서 타계했다.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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