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샴쌍둥이처럼 붙어 있는 짝패의 삶
뒤틀린 욕망의 거울 게임!!
재벌가의 딸로서 재능이나 교양의 측면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라희는 오히려 재이의 암울한 환경과 성격에서 자신의 결핍을 감지하고 재희를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다. 물론 재이 쪽에서는 라희를 닮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쌍방의 결핍은 처음부터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의 방향을 갖고 있다. (중략)
이 환상의 서사는 인생의 특정 시기에만(흔히 유년기나 성장기) 도드라지는 것은 아니다. 욕망이 결핍에 의해 촉진되는 환유적 미끄러짐이라면 정의상 만족되지 않는 욕망은 거듭 모양을 바꾸며 나타나는 유혹물에 언제든 노출될 수밖에 없다. 소설 『재이』에서 결핍과 욕망의 서사는 치유나 극복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인생 그 자체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 결핍과 욕망의 서사의 다른 한편에 바로 그 서사의 원인이자 결과인 폭력의 이야기가 있다.
서아는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달아나는 길을 재이와의 욕망 게임에서 찾았다. 우민은 재이의 사랑을 얻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 우민에 대한 인철의 견제 푸름학교 해체 과정에서 보인 인철의 모호한 태도 이후 인철의 정치권 투신은 푸름학교라는 공간 혹은 자신의 젊음이 바쳤던 이상의 시간에 대한 폭력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중략 )
말하자면 『재이』의 공간 안에서 뒤틀린 욕망의 서사와 폭력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그 폭력을 부조리한 현실 타락한 세상으로 바꾸어 말해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환상에 굴복하는 개인 욕망의 서사는 거짓된 세상의 반영일 수도 있다. (해설 : 정홍수/문학평론가)
“분리해야죠. 이제.”
“좋은 말이야. 분리. 하지만 아직은 아냐. 아직은 어쩔 수가 없어.”
“왜요?”
“아직은 내가 누군지 말해주는 게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같거든. 내가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내가 누군지 말해주는 게 중요하고.”
“좀 지나면 자신이 누구냐고 자신에게 묻게 되겠죠.”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 쉽진 않겠지.”“나도 쉽진 않아요. 다른 사람으로 사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258쪽)
우민이 가둔 동굴에 있는 재이와 인철은 사실 있는 그대로의 재이와 인철이 아니었다. 우민의 결핍이 만든 환상의 사람들이었다. 우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재이는 어릴 때 야반도주한 엄마와 아버지의 얼굴을 이불 속에서 그려보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 엄마와 아버지는 한껏 미화되어 재이에게 존재했다. 나중에는 도저히 근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안타까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 재이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더욱 외로워지던 기억이 났다.(195쪽)
글쎄 우리가 사랑하는 건 누군가와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자기 안에서 만든 사람하고 하는 거야. 거울에 얼굴을 비춰볼 때 좋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게 자기 얼굴이라고 착각하잖아. 자기는 항상 좋은 표정만 짓는 여잔 줄 알고. 그렇듯이 상대방을 자기 얼굴에 비추고 그게 그 사람의 모습이라고 확신하는 거지. 전혀 그 사람이 아닌 얼굴을 만들어놓고는 말이지. 그래 놓고 자기가 비추던 그 모습이 아니면 실망했다고 난리 피우고 말이야. 그게 다 뭐겠어? 우린 고정시켜놓은 대로 꿰어 맞추면서 평생 사는 거야. 절정기에 만들어낸 자신과 타인의 이미지를 붙잡고 평생 동안 말이야.(91쪽)
이제 나만 혼자네. 이렇게 혼자 남게 될 날이 기어코 왔다. 재이가 언제나 나를 바라보고 있을 줄 알았다. 재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나를 따라다니며 내 방을 원했는데 이제 재이에게는 방이 필요하지 않다.
재이가 떠나자 알았다. 모든 것이 다 무의미하다는 것을. 봐주는 사람이 없는 무대에 선 연극배우가 된 기분이 이럴까. 재이의 시선을 의식할 땐 재이의 반응을 생각하며 행동하고 재이가 싫어할 일과 좋아할 일을 번갈아 하면서 재이의 반응을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웠던가.(252쪽)
[ 작가의 말 ]
그때는 우리 모두 재이였다.
스물 하나. 그때 나는 재이가 늘 궁금했다. 늘 재이를 만나고 싶었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닐수록 더욱 결핍해지던 속수무책의 재이. 그런 재이가 안쓰러웠고 그런 재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 역시 그때는 재이였다.
지금 다시 정오다. 벚나무와 목련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 재이를 오래오래 응시하고 싶다. 정오를 지나 저녁이 되고 밤을 지나 아침이 되는 것처럼 도시를 지나 숲 속 나무 의자에 앉아 뻐꾸기 소리를 듣는 재이를 만날 때까지.[ 작가의 말 중에서]
▣ 작가 소개
저자 : 김미수
저자 김미수는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미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소설직지』로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 2014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 되었다. 『소설직지』는 역사적인 제재의 성격을 구체화하고 상상력을 동원하고 있는 허구적 요소들이 치밀하며 직지의 숨은 뜻을 해석하는 작가의 역사의식이 폭 넓은 문화사적 기반 위에서 확립되었다는 평[ 권영민/ 문학평론가]을 받았다. 또한 2015년에 출간한 소설집 『모래인간』에 실린 소설은 현대인의 심리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정직한 반추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인들 스스로 하여금 ‘기어이 다시 살아보게끔’ 하는 강력한 유인제로서 기능한다는 평(정과리/ 문학평론가)을 받은 바 있다.
▣ 주요 목차
라희
서아
인철
우민
그리고 재이
그날 이후
작가의 말
해설-가면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정홍수/[문학평론가]
샴쌍둥이처럼 붙어 있는 짝패의 삶
뒤틀린 욕망의 거울 게임!!
재벌가의 딸로서 재능이나 교양의 측면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라희는 오히려 재이의 암울한 환경과 성격에서 자신의 결핍을 감지하고 재희를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다. 물론 재이 쪽에서는 라희를 닮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쌍방의 결핍은 처음부터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의 방향을 갖고 있다. (중략)
이 환상의 서사는 인생의 특정 시기에만(흔히 유년기나 성장기) 도드라지는 것은 아니다. 욕망이 결핍에 의해 촉진되는 환유적 미끄러짐이라면 정의상 만족되지 않는 욕망은 거듭 모양을 바꾸며 나타나는 유혹물에 언제든 노출될 수밖에 없다. 소설 『재이』에서 결핍과 욕망의 서사는 치유나 극복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인생 그 자체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 결핍과 욕망의 서사의 다른 한편에 바로 그 서사의 원인이자 결과인 폭력의 이야기가 있다.
서아는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달아나는 길을 재이와의 욕망 게임에서 찾았다. 우민은 재이의 사랑을 얻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 우민에 대한 인철의 견제 푸름학교 해체 과정에서 보인 인철의 모호한 태도 이후 인철의 정치권 투신은 푸름학교라는 공간 혹은 자신의 젊음이 바쳤던 이상의 시간에 대한 폭력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중략 )
말하자면 『재이』의 공간 안에서 뒤틀린 욕망의 서사와 폭력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그 폭력을 부조리한 현실 타락한 세상으로 바꾸어 말해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환상에 굴복하는 개인 욕망의 서사는 거짓된 세상의 반영일 수도 있다. (해설 : 정홍수/문학평론가)
“분리해야죠. 이제.”
“좋은 말이야. 분리. 하지만 아직은 아냐. 아직은 어쩔 수가 없어.”
“왜요?”
“아직은 내가 누군지 말해주는 게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같거든. 내가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내가 누군지 말해주는 게 중요하고.”
“좀 지나면 자신이 누구냐고 자신에게 묻게 되겠죠.”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 쉽진 않겠지.”“나도 쉽진 않아요. 다른 사람으로 사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258쪽)
우민이 가둔 동굴에 있는 재이와 인철은 사실 있는 그대로의 재이와 인철이 아니었다. 우민의 결핍이 만든 환상의 사람들이었다. 우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재이는 어릴 때 야반도주한 엄마와 아버지의 얼굴을 이불 속에서 그려보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 엄마와 아버지는 한껏 미화되어 재이에게 존재했다. 나중에는 도저히 근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안타까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 재이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더욱 외로워지던 기억이 났다.(195쪽)
글쎄 우리가 사랑하는 건 누군가와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자기 안에서 만든 사람하고 하는 거야. 거울에 얼굴을 비춰볼 때 좋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게 자기 얼굴이라고 착각하잖아. 자기는 항상 좋은 표정만 짓는 여잔 줄 알고. 그렇듯이 상대방을 자기 얼굴에 비추고 그게 그 사람의 모습이라고 확신하는 거지. 전혀 그 사람이 아닌 얼굴을 만들어놓고는 말이지. 그래 놓고 자기가 비추던 그 모습이 아니면 실망했다고 난리 피우고 말이야. 그게 다 뭐겠어? 우린 고정시켜놓은 대로 꿰어 맞추면서 평생 사는 거야. 절정기에 만들어낸 자신과 타인의 이미지를 붙잡고 평생 동안 말이야.(91쪽)
이제 나만 혼자네. 이렇게 혼자 남게 될 날이 기어코 왔다. 재이가 언제나 나를 바라보고 있을 줄 알았다. 재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나를 따라다니며 내 방을 원했는데 이제 재이에게는 방이 필요하지 않다.
재이가 떠나자 알았다. 모든 것이 다 무의미하다는 것을. 봐주는 사람이 없는 무대에 선 연극배우가 된 기분이 이럴까. 재이의 시선을 의식할 땐 재이의 반응을 생각하며 행동하고 재이가 싫어할 일과 좋아할 일을 번갈아 하면서 재이의 반응을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웠던가.(252쪽)
[ 작가의 말 ]
그때는 우리 모두 재이였다.
스물 하나. 그때 나는 재이가 늘 궁금했다. 늘 재이를 만나고 싶었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닐수록 더욱 결핍해지던 속수무책의 재이. 그런 재이가 안쓰러웠고 그런 재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 역시 그때는 재이였다.
지금 다시 정오다. 벚나무와 목련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 재이를 오래오래 응시하고 싶다. 정오를 지나 저녁이 되고 밤을 지나 아침이 되는 것처럼 도시를 지나 숲 속 나무 의자에 앉아 뻐꾸기 소리를 듣는 재이를 만날 때까지.[ 작가의 말 중에서]
▣ 작가 소개
저자 : 김미수
저자 김미수는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미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소설직지』로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 2014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 되었다. 『소설직지』는 역사적인 제재의 성격을 구체화하고 상상력을 동원하고 있는 허구적 요소들이 치밀하며 직지의 숨은 뜻을 해석하는 작가의 역사의식이 폭 넓은 문화사적 기반 위에서 확립되었다는 평[ 권영민/ 문학평론가]을 받았다. 또한 2015년에 출간한 소설집 『모래인간』에 실린 소설은 현대인의 심리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정직한 반추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인들 스스로 하여금 ‘기어이 다시 살아보게끔’ 하는 강력한 유인제로서 기능한다는 평(정과리/ 문학평론가)을 받은 바 있다.
▣ 주요 목차
라희
서아
인철
우민
그리고 재이
그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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