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렇게 통일했다

고객평점
저자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출판사항창비, 발행일:2012/12/12
형태사항p.219 국판:22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6472214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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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독일 분단의 책임이 바로 독일 자신에 있다는 고백의 가치

바이츠제커의 회고는 1945년 2차대전 종전과 동서독 분단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전해인 1944년 독일의 분할점령을 처음 제안한 영국의 처칠은 2차대전 이후 유럽에 대한 구상을 토대로 ‘유럽합중국’을 제안하며 영국 미국 소련이 새로운 유럽 건설을 지원하는 우방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분할통치의 책임을 맡은 미·영·프와 소련이 각각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오히려 유럽의 동서분단에 발빠르게 나서는 양상이 된 것이다. 냉전은 도래했고 분단이 굳어졌다.
그렇다면 동서독 분단의 책임을 당시의 4대 강국에 지울 수 있을까. 여기서 저자는 그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린다. “우리 독일인들은 유럽 대륙에서 전쟁을 일으킨 탓에 스스로 크나큰 잘못을 짊어지게 되었다.”(17면) 2차대전 발발과 그에 따른 분단에 대한 책임을 내부에서 찾고자 하는 이와 같은 소회는 이 책 전반을 관통하며 책의 주제를 압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바이츠제커를 비롯한 동세대가 당시에 맞닥뜨린 과제는 두가지다. 첫번째 과제는 과거청산 즉 홀로코스트와 전쟁 도발에 대한 반성이고 두번째 과제는 통일 즉 “독일이라는 국가의 정치적·도덕적·실용적·물질적인 재건”이다.
독일의 과거청산은 저자 자신의 소명이기도 했다. 바이츠제커는 이 책의 제9장에서 자신이 2차대전 당시 폴란드로 진격했던 군인이었고 또한 바로 그 전장에서 친형을 잃은 사람으로서 독일의 동유럽권 침략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정치에 입문했다고 고백한다. 이 고백은 전쟁 후 나치전범재판 재교육 프로그램 등 연합군이 제시한 방안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었던 독일과 주변국 간의 실질적 화해의 물꼬를 트는 소통의 언어로서 소중한 값어치를 지닌다.
독일 내부의 자성은 1960년대 당시 서독 아데나우어정부의 신외교노선과 68혁명 전후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등 여러 본보기를 만들어냈다. 이로써 독일은 1970년 폴란드와 분쟁을 벌이던 오더-나이세(Oder-Neiße) 국경선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냈고 이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반성과 양보는 동유럽을 넘어 전유럽의 통합에 중요한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자신들의 역사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과거청산문제에 발목이 잡혀 여전히 서로 반목하는 동아시아의 현실을 차분히 돌아보게 해주는 귀중한 본보기이기도 하다.

독일 통일의 역사는 곧 유럽 통합의 역사다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의 유력한 정치인으로서 서독의 단독정부 수립과 경제성장을 돌아보는 대목은 우리의 현실에 꼭 들어맞는다. 서독은 2차대전 직후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각 주 정부의 헌법제정을 독려하여 단독 연방정부를 수립했고 마셜플랜 등 전후복구 지원에 대응하며 발 빠르게 하나의 경제성장 모델을 만들어갔다. “부분적인 국가의 건국이 통일의 필수조건”이었으며 이후 유럽통합의 단초가 되었다는 저자의 말은 분단이라는 현실적 조건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벌일 수 있는 노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시사해준다.
통일로 가는 길에 기여한 것은 비단 국가 차원의 노력만이 아니었다. 이 회고록은 그밖의 두가지 힘에 주목한다. 하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기여 또다른 하나는 주변국들과의 긴밀한 협의였다.
동서독 시민들은 자신들의 조국이 유럽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탓에 동서독 양대 정부의 반목이 곧 인접국들의 불안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민감하게 대응했다. 즉 그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유럽 평화를 위해 동서독이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체득하게 되었고 이는 민간외교에서 커다란 성과를 내는 디딤돌이 되었다.
미소 간 냉전이 극에 달했던 1980년대 초반 그것도 동독의 비텐베르크에서 열린 개신교총연합회 행사에서 동독 한 교인이 수많은 군중 앞에서 칼을 쟁기로 만드는 퍼포먼스를 벌인 에피소드는 당시 시민사회세력의 응집된 힘을 보여준다. 특히 양국의 개신교연합과 교회들이 1970년대 말부터 치러온 통합예배는 시민운동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1980년대 초반 베를린시장 시절부터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까지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의 5개 장(제13~17장)에는 장벽 붕괴에 앞선 긴박한 순간마다 비폭력을 외치며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노력이 감동적으로 담겨 있다.
시민사회의 노력은 드디어 동서독 양국과 4개 승전국이 참여하는 ‘2+4회담’을 이끌어냈다. 제19장은 당시 예기치 않은 장벽 붕괴에 놀란 서방 강대국들이 각각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2+4회담 당시 프랑스는 그간의 위상을 상실할 것을 우려했고 영국은 통일을 막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의 전향적인 태도 여기에 더해 동서독의 원만한 통일과정과 관리는 결국 그해 8월 31일 양국이 평화적 절차 속에서 통일조약을 맺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

독일 통일의 산 증인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동서독 통합의 여정은 통일조약의 체결과 베를린장벽 붕괴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저자는 베를린장벽이 붕괴된 1990년부터 이 책을 끝맺음한 2009년까지 20여년간 동서 간 통합이라는 “진정한 작업”은 이어져왔지만 동서 간 땅의 크기에서부터 경제 규모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서 차이가 부각되었던 터라 화합에 이르는 여정이 무척 힘겨웠다고 고백한다.

개개인의 삶은 고유한 존엄성이 있습니다. 고난의 경험은 더욱더 가치가 있습니다. 동독 주민들은 어려운 생활 여건 속에서도 인간적으로 중요한 가치들을 체험했고 우리는 바로 이것이 통일독일의 발전에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만약 이 점을 간과한다면 우리는 실패한 체제의 잘못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게 될 것입니다. (205면)

바이츠제커의 나눔과 온정에 대한 강조는 비단 하나의 수사로 그치지 않는다. 책 전반에서 종종 회고되는 동서독 사람들의 교류에 관한 이야기 즉 통일독일 체제에서 그가 동독 시민들에 대한 서독 시민들의 편견을 지워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관한 대목들은 무척 감동적이다. 앞에서 인용한 연설문은 바로 우리 남북한이 훗날 통일을 이룰 때의 한 장면으로서 재연될 법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20여년 전의 독일처럼 분단의 현실을 살고 있고 언젠가는 통일될 미래를 앞둔 우리들이 과연 저 연설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지 되돌아보게 된다.

▣ 작가 소개

저자 :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Richard von Weizsaker
1920년 출생. 1954년 독일 기독교민주동맹(CDU)에 입당하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해 1984년 독일연방공화국(서독)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임기 중인 1990년 동서독 통일을 주도하여 통일독일의 대통령이 되었으며 1994년 임기를 마칠 때에는 독일 언론들로부터 "국민의 관심과 의지를 모아내고 높은 차원의 정치를 구현한 지도자"라는 평을 받았다. 독일 현대사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지성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역자 : 탁재택
독일 뮌헨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언론학 정치학 사회학으로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KBS 대외정책실 방송정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이화여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한국방송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 주요 목차

서문

제1장 역사의 해답
제2장 1945: 패전과 새로운 시작
제3장 동독의 길
제4장 서독의 길
제5장 독일문제를 둘러싼 다툼
제6장 서독의 경제부흥과 과거사 정책
제7장 정치적 분단: 인간적 결속
제8장 1961년 베를린장벽 설치
제9장 신 외교노선 추구
제10장 인접국 폴란드와의 관계
제11장 동서독 교류정책과 긴장완화
제12장 1975년 헬싱키 정상회의
재13장 동서독 교류 확대
재14장 새로운 움직임: 동독의 새로운 친구들
제15장 고르바초프
제16장 시민들의 각성: 동독 1989
제17장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다
제18장 통일의 빗장이 열리다: 동서독 내부관계
제19장 통일의 빗장이 열리다: 국제정치 1989~90
제20장 러시아와의 관계
제21장 통일 달성과 자유 회복: 1990년 10월 3일
제22장 동서독 통합의 여정: 1990~2009
제23장 구 동독 공안의 어두운 권력의 그림자
제24장 공동의 전통: 동서독의 예술과 문화
제25장 독밀 민족국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제26장 민족주의의 혼선과 과오
제27장 유럽 내 독일의 위상
제28장 독일의 역사는 계속 발전한다
제29장 세계질서 속에서 유럽의 과제
제30장 통일-자유-유럽

부록 1990년 10월 3일 통일의 날 연설문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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