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영원한 하이퍼텍스트성 모던보이,
시대를 초월하여 빛을 발하는 이상의 문학적 천재성을 확인한다
1930년대 한국문단을 이끈 모더니즘의 기수이자 요절한 천재 이상(李箱). 수학·정신분석학·과학·철학·회화 등 다방면에 걸쳐 뻗은 그의 하이퍼텍스트성은 문학과 접목되어 오늘날에도 그 현대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권위와 제도, 양식과 기법에 반동을 시도하며 외관이 지니는 무의미성을 강조하고, 상상력의 하부 구조를 열고자 작품의 내외적 측면에서 항상 고민하고 노력했다. 미술과 건축, 시와 소설 등에서 다양한 재능을 발휘했던 그는 경계를 넘나드는 다층적 글쓰기를 통해 의미의 확장을 꾀했다. 이에 그의 작품은 지금도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비평 분야에서 창조적인 접근과 도전을 허락한다.
당시로서는 특이한 문단 진출 과정과 삶의 행적, 여성 편력, 동경에서 맞이한 외로운 죽음 때문에 이상에게는 흔히 전위적인 실험주의자, 낭만적이고 신비한 천재라는 평이 따라붙지만, 28세의 나이로 생을 마칠 때까지 그가 보여준 문학적 성과는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에서 길이 빛날 것이다.
이상 문학의 전문가 권영민 교수의 현대적 해석,
상세한 주석과 해설이 작품 이해의 깊이를 새롭게 한다
이 책은 전(前) 서울대 국문과 권영민 교수가 이상이 생전에 발표한 글과 유고로 소개된 글, 이상의 습작 노트 등으로 기발굴 소개된 자료를 하나로 묶어 이상 문학의 정본을 새로이 확립하고자 엮은 전집이다. 이상의 시, 단편소설, 장편소설, 수필 및 기타 네 권으로 구성된 이 전집은, 이상이 작품을 발표하던 당시의 원전과 철저히 대조 정리함으로써 이상 문학의 텍스트적 위상을 회복하고자 했다. 권영민 교수는 이상의 초기 일본어 시의 오역을 바로잡기 위해 니카타 대학 후지이시 다카요 교수 등의 자문을 받으려 일본을 수차례 오가는 등, 원전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새로이 해석한 현대문을 수록했다.
문학 전공자와 더불어 일반 독자까지 아우르는 가장 현대적인 이번 이상 전집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상 문학 텍스트의 완벽한 원전 복원과, 해석적 주석을 통한 의미 탐색을 이루었다. 이 전집은 이상 문학 텍스트의 원전을 완벽하게 복원하고 각각의 성격에 맞는 텍스트적 위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
둘째, 이상 문학 텍스트의 현대어본 확정과 상세한 작품 해설을 이루었다. 이 전집에 수록된 시와 소설의 경우에는 모든 작품의 말미에 ‘작품 해설 노트’를 붙임으로써 이상 문학 텍스트의 기초적인 이해를 돕고자 했다. ‘작품 해설 노트’에서는 각각의 작품 서지 사항과 그 의미 구조의 전반적인 성격을 간략히 제시했다.
셋째, 이상 문학 텍스트의 양식적 재분류 작업을 이루었다. 시와 소설과 수필의 영역을 넘나들며 혼동을 가져왔던 문제의 산문인 「최저낙원(最低樂園)」, 「실낙원(失樂園)」, 「공포(恐怖)의 기록(記錄)」, 「불행(不幸)한 계승(繼承)」 등을 모두 수필의 영역에 포함시켰다. 이들 작품이 지닌 자기 체험의 고백적 기록으로서의 성격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60년대에 조연현 교수가 발굴한 창작 노트의 작품들은 ‘발굴 자료’로 별도 구분하여 수록했다.
넷째, 기존 연구의 오류를 바로잡는 작업을 통해 완전한 원전을 복원했다. 이상 자신이 즐겨 사용한 파자(破字)의 방법에 의거하여 그동안 잘못 해석되었던 한자 또한 옳게 바로잡았다.
이와 같이 이상 문학의 권위를 충실히 살린 이번 전집은 이상 문학을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을 한층 높여준다.
『이상전집 3-장편소설』 12월 12일
: 시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현재진행형 작가 이상의 세계
이상이 남긴 유일한 장편소설로서 『12월 12일』의 월간지인 『조선(朝鮮)』에 발표한 원전과 함께 완역본, 작품 해설을 실었다. 『조선』은 조선총독부의 식민지 지배 정책을 대중적으로 선전하는 종합 홍보지인 까닭에 이상의 장편소설은 문단의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지금에 와서는 이상의 하나뿐인 장편소설이라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의 탈향과 귀환이라는 모티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되는 이 소설은, 특히 전반부에서 서간체 형식을 통해 그 서사 내용을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점이 특징이다. 가족 간의 애증과 운명에 조롱당하는 약자로서의 인간형, 운명에 대한 극복 의지가 비극적 결말을 통해 나타난다. 작품은 서사적 기법의 미숙성에서 비롯되는 데뷔작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지만 작가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무서운 기록’으로서의 자기규정에 접근할 수 있는 갈등 구조의 구축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12월 12일』의 서사 구조를 이상의 개인적인 경험의 영역에 대입시켜 연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이 소설이 가지는 텍스트적 속성을 경험론적 인과관계에 얽어놓아 텍스트 내적 공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것으로서, 작가 이상이야말로 가장 철저한 텍스트주의자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작가 소개
이상
1910년 경성부 사직동에서 출생.
1926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입학.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졸업.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
축과 기사로 근무.
1931년 처녀시 「이상한 가역반응」 등을 「조선과 건축」에
발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서양화 <자화상>으
로 입선.
1932년 처음 ‘이상(李箱)’이라는 필명을 사용하여
시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발표.
1933년 폐결핵으로 총독부 기사직 사임. 배천온천에서
요양하던 중 기생 금홍을 만남.
1934년 구인회 참여. 시 「오감도」를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하나 독자들의 항의로 15회를 마지막으로
중단.
1935년 경영난으로 다방 ‘제비’ 폐업. 금홍과 이별.
1936년 창문사에 들어가 동인지 『시와 소설』을 편집하지
만 1집만 내고 퇴사.
1937년 도쿄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요절.
작품 : 소설 ; 「날개」 「종생기」 「지주회시」 「봉별기」 등.
시 ; 「오감도」 「이상한 가역반응」 등.
목 차
머리말
12월 12일
원문 十二月十二日
작품 해설 노트
이상의 삶과 문학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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