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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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정일
출판사항문학동네, 발행일:2016/02/24
형태사항p.386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4639743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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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시인은 왜 숲으로 가지 못할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오는 밤 숲에 머물러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에는 이 책의 표제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마지막에 실린 글 제목이기도 하다)의 의미를 읽는 힌트가 담겨 있다. (물론 이 힌트는 프로스트가 써넣은 것이 아니라 이 시가 발표된 지 71년이 지났을 무렵 도정일이 그의 시를 다시 한번 읽으며 슬며시 집어넣은 것이다.) 도정일의 안내를 따라가보자. 「눈 오는 밤 숲에 머물러」의 화자는 한 해의 가장 깊고 어두운 밤에 말을 몰아 눈 내리는 숲을 지나간다. 그러곤 문득 발길을 멈춘다. 인적은 전혀 없고 눈 내리는 소리와 부드러운 바람소리만 들려오는 눈발 속의 숲은 너무 아름답다. 마치 삶의 가장 신성한 순간처럼 다가온 그 정취에 화자는 어리둥절 사로잡힌다. 그러나 화자와 동행한 말이 쩔렁 방울을 흔들자 화자는 세상과의 약속을 상기하며 “잠들기 전 갈 길이 멀다 잠들기 전 갈 길이 멀다” 하고는 다시 말 머리를 돌려 숲을 떠난다. 프로스트 시의 화자는 “그렇게 떠나지만 그가 떠남으로써 남기는 미련의 공간 그 눈 내리는 숲은 독자를 유혹하여 그곳으로 달려가게 한다.” 그러나

누가 오늘날 프로스트처럼 눈 오는 밤 숲의 유혹을 노래할 수 있는가? 모더니스트의 시대까지도 작가 시인들은 버지니아 울프처럼 “별의 언어를 옮겨 쓰는 세계의 은자”에게서 자신들을 발견하고 나무를 돛 삼아 항해하는 한 척의 배라는 서정으로 이 행성을 그려볼 수 있었다. 나무들은 아름답고 나무가 있는 세계의 강물은 푸르러 그 강에 들어갔다 나오는 백조의 날개가 푸른 잉크빛으로 물들지 모른다는 행복한 서정을 그들은 펼칠 수 있었다. 모더니스트의 시대까지 갈 것 없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시인들은 “풀잎 하나가 우주를 들어올린다”(정현종)는 빛나는 상상력을 풀잎의 감성에 실어 세상으로 띄워보내지 않았던가. 그러나 나무들이 질식하고 숲이 죽어가는 지금 이 시대의 시인에게 그런 상상력은 가능하지 않다. 우주를 들어올리기는커녕 제 무게 하나도 추스르지 못하는 병든 풀잎을 시인은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풀잎 자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시인은 풀밭으로 가지 못한다. 농약 끈적한 풀밭에 앉아 풀잎의 숨소리를 들어야 하는 왜곡과 변태를 그 비참을 그가 무슨 수로 견딜 수 있으랴. _「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371쪽)

도정일에 따르면 문학예술은 궁극적으로 삶과 생명에 대한 긍정이고 이 긍정은 자연의 테두리가 삶과 생명을 감쌀 때에만 유효하다. 그런데 자연의 테두리가 무너지고 생명의 큰 사슬이 깨어져나간다면 문학은 당연히 그 존립 근거를 잃게 된다. “지상에서의 삶 자체가 위협받는 시간에 문학이 저 혼자만의 안전을 보장받을 동굴은 없다. 자연에 발생한 궁핍과 박탈 왜곡과 파괴는 문학 자체의 궁핍화이고 그 가능성의 박탈이며 죽음의 예고이”기 때문이다. 독자를 숲으로 안내해야 할 시인이 지금 시대에는 그 자신부터 숲으로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도정일은 진단한다. 그래서 인류가 맞닥뜨린 전 지구적 생태 위기의 정체를 짚고 이에 대한 문학적 대응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첫 책을 세상에 띄웠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그의 글은 그러나 전혀 과거 시점으로 읽히지 않는다. 1990년대와 그 시대의 문학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은 ‘불행히도’ 여전히 유효하다.

여러 차례 도깨비 실개천 건너듯 이런저런 얘기를 써오는 동안 나를 지배한 관심의 하나는 ‘시와 삶’의 문제로 물꼬를 트는 일 더 정확히 말하면 시에 대한 비평적 반응과 읽기가 대중 독자의 삶에 연결되게 하는 일이었다. 시에 관한 우리의 평문들은 대체로 시의 사회적 유통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조밀하고 전문적인 비평적 읽기가 수행되는 차원은 그 차원대로 중요하지만 시의 사회적 의미와 효용이라는 부분에 눈 돌리는 읽기의 차원도 중요하다. 젊은 날 시를 즐겨 읽던 사람들도 삼십대 중반을 거치고 사십대에 들어가면 거의 대부분 시의 나라를 떠난다. 삶에서의 시의 중요성은 잊혀지고 시를 찾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마치 미성숙의 지수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여기엔 비평의 책임이 없지 않다. _「낙동강 물난리 국제화 지상의 아름다움」(76쪽)

대중소설은 값이 싸고 본격소설은 비싼 것이 아니다. 좋은 소설은 수용자의 정신 에너지 집중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좋은 소설이다. 이 수준을 뭉개는 일은 모든 높은 산을 뭉개어 동네 뒷산으로 만드는 일과 같다. 그게 바로 문화의 타락이고 몰락이라는 것이다. _「다섯 가지 오해」(265쪽)


문학의 비밀스러운 숲의 미로를 꿰뚫을 시원한 안내 화살표는 없을까?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개정판은 초판본의 차례 그대로 문장 그대로를 살리고 오류를 바로잡아 출간되었다. 1부 ‘시대의 시’에는 당시 도정일이 계간지 『문예중앙] ‘이 계절의 시’란에 연재하던 평론이 주로 실려 있는데 여기서 저자가 집중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은 생태/환경/자연과 문학 사이의 함수관계이다. 도정일의 시론 시인론 문학론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2부 ‘기억을 위하여’에는 저자 특유의 “시의 비밀스러운 숲의 미로를 꿰뚫을 시원한 안내 화살표” 같은 글들이 담겨 있다. 3부 ‘혼돈시대의 소설’에서 도정일은 영상매체의 시대 소비문화의 시대 포스트모던의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문자예술/서사의 역할과 위상은 변함없음을 오히려 점점 더 중요해지기까지 함을 역설한다. 4부 ‘왜 문학인가’에서 저자는 인문문화적 가치의 위기와 문화의 몰락 현상에 맞서기 위해서 비평의 사회적 소임/공공성을 되새기고 새로운 문학교육의 도입을 촉구한다.

1983년 봄학기부터 대학 강단에 선 뒤로 10년 남짓 나는 나의 ‘태골’(게으른 뼈다귀)을 닦달질하면서 ‘문학교육’ 특히 우리의 문학교육에서 몹시도 취약한 부분인 대학원 ‘이론교육’이란 걸 실시해보느라 무용의 열정을 쏟아온 듯하다. 그 83년 봄학기 무렵의 나에게는 적어도 몇 권의 ‘저술’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그 저술의 어느 것도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물론 게으름 때문이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에 문단의 몇몇 인사들과 잡지 편집장들이 나를 세상으로 끌어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대학 한구석에 처박혀 소리 없이 게으른 뼈다귀나 추스르고 있었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끌려나와 등을 떠밀리고 채근질당하면서 이런저런 글들을 쓰는 사이에 내게는 ‘문학평론가’니 ‘비평이론가’니 하는 딱지들도 붙게 되었다. _초판 서문에서

도정일은 1994년 자신의 첫 책을 펴내면서 “나라 안팎이 사상과 가치의 극심한 혼돈 시대를 맞고 있고 나 같은 태골에게도 해야 할 일이 다소 있을 것 같아 1995년부터는 단단히 마음먹고 이런저런 ‘저술’들을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다짐을 밝혔지만 그러면서 “친구여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여 원컨대 내가 다시 게으름에 빠지지 않도록 채찍질해주겠나”라며 당부하기도 했지만 그는 계획대로 많은 저술들을 펴내지 못했다. 자신의 고백처럼 ‘게을렀기’ 때문이 아니라(지금까지 130여 편의 평론과 300편이 넘는 칼럼 에세이를 쓴 그는 결코 글 쓰는 일에 게으른 적 없다) 문화운동과 시민운동과 교육 등 자신에게는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고 그 부름에 먼저 응답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1년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라는 시민단체를 발족시킨 도정일은 전국적 독서운동과 도서만 만들기 운동(전국 12개의 ‘기적의 도서관’을 포함해 이 단체가 새롭게 만들고 조성한 도서관은 100개가량 된다)을 일으켰고 2011년에는 퇴임한 대학에 복귀해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을 맡아 교양교육을 개편하는 일에 몰두했다. 2015년 한번 더 대학에서 퇴임한 도정일은 그제야 가쁜 호흡을 고르고 지키지는 못했지만 결코 잊은 적 없는 ‘1994년의 약속’을 되새기고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개정판을 준비할 수 있었다.

내가 비평 작업을 시작했던 90년대 초 내게는 문학비평의 문학적?사회적 과제에 관한 어떤 인식 같은 것이 있었다. 당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그 세 가지는 첫째 비평의 대중성 또는 비평의 대중적 친숙화를 도모하는 일 둘째는 비평의 사회적 공공성을 더 깊게 인식하고 실천하는 일 셋째는 문학예술과 사회와 삶에 제기되는 당대적 위기 국면들에 대한 비평의 사유와 성찰을 제시하는 일 등이었다. 비평의 대중적 친숙화를 위해서는 비평의 어휘와 언어와 문체에 한차례 쇄신의 기회를 도입하고 비평의 화두를 당대적 삶의 일상으로부터 끌어내거나 거기 연결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_개정판 서문에서

“그의 문장은 정확하고 아름다우며 시적인 울림이 풍부한데다 때로는 해학적이기조차 하다.”(한겨레 1994년 12월 28일자) “문학비평 같기도 하고 시민운동을 위한 굳건한 지지대 같기도 하고 개성 넘치는 사유에 빚지고 있는 수상록 같기도 한 이 책은 이 강퍅한 시대에 인문학은 어떻게 존재해야 할지를 예시한다.”(한국일보 2007년 2월 8일자)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를 ‘평론집’이라 부르지 않고 ‘문학에세이’라고 이름 붙인 까닭은 그가 기존 평론의 문체와 형식 대신 ‘에세이/문학저널리즘’의 문체와 ‘대중의 삶에 접착된’ 형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글이 독자에게 “정신 에너지 집중 수준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형식이 독자에게 친숙해야 하고 또 읽기에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도정일 글쓰기의 첫째 철학인 셈이다. 문학평론은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인 한편 그 자체로 문학의 유려한 한 장르라는 걸 도정일은 자신의 첫 저서에서 증명해 보였다. 저자는 1994년 첫 책을 펴내면서 덧붙인 다짐 당부 약속에 ‘응답’하기 위해 우선 출간 22주년 개정판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을 펴내고 아직 책으로 묶이지 않은 100여 편의 ‘평론’들을 ‘문학에세이’집과 ‘인문에세이’집으로 펴낼 계획이다.


▶ 저자의 말

문학비평은 문학이라는 형태의 예술적 창조행위와 수용행위에 대한 성찰행위이다. 그러나 문학에 대한 비평의 성찰은 불가피하게 사회적 성찰을 포함한다. 이것은 문학 생산과 유통의 사회적 차원 때문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한 사회가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근본적 가치’들을 비평이 부단히 정의하고 확인하고 옹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평이 옹호해야 하는 사회적 가치들은 공동체적 삶의 토대이다. 그 가치들 중에서 비평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인간성 파괴에 맞서서 인간의 품위와 자유를 지켜낼 ‘인문문화적 가치들’이다. 그 가치들을 옹호하는 비평적 작업을 나는 ‘비평의 인문학’이라 부르고 싶다. 세계적으로나 국지적으로 현대의 시장유일주의 사회는 특징적으로 반인간적이고 야만적인 작동 원리에 지배되고 있다.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것은 나치 절멸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왔던 프리모 레비가 나치 수용소라는 야만의 체제를 향해 던졌던 질문이다. 레비의 시대보다도 더 엄혹하게 지금은 사람들이 “이것이 인간의 세계인가”라고 묻는 상황에 빠져 있다. 비평은 사회가 유지해야 하는 인문문화적 가치들 모두에 고르게 민감하며 가치의 위기 국면을 가장 잘 감지한다. 가치에 대한 이 균형 있는 민감성이야말로 문학비평의 가장 큰 힘이며 이 힘은 사회적으로 사용될 필요가 있다. 비평의 인문문화적 가치의 옹호에 대한 나의 관심이 90년대 초부터 나의 평론들에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이 평론집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다. 지금은 그 관심이 더 확장되고 심화되어야 할 때라고 나는 생각한다. _개정판 서문에서

▣ 작가 소개

저 : 도정일

DOHJUNG-IL都正一
문학평론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문화운동가. 인간 사회 역사 문명에 대한 인문학의 책임을 강조하고 인문학적 가치의 사회적 실천에 주력해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 인문학자. 2006년 대학에서 퇴임했으나 2010년 다시 대학으로 복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으로 학부 교양교육을 쇄신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2001년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을 일으켜 어린이 전문도서관 ‘기적의 도서관’을 전국 11개 도시에 건립했고 2006년 이후 80개 농산어촌 초등학교에 도서관을 설치했으며 영유아를 위한 ‘북스타트’ 운동 교사를 위한 독서교육연수 프로그램도 주도해오고 있다. 저서로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 『대담―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공저)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공저) 『불량사회와 그 적들』(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순교자』 『동물농장』 등이 있다. 소천비평문학상 현대문학 비평상 일맥문화대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했다.

▣ 주요 목차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1부 시대의 시
사람아 사람아!
-균열 피해 면적 그리고 환생
풀잎 갱생 역사
-순환의 노래와 역사적 상상력
「우울한 거울」의 화자에게
-시와 역사 또는 맹목에 대해 실언하기
여신의 가위 소리
-시와 테러리즘
나오너라 봉구야 부끄러워 말고
-심호택의 유년에 대한 명상의 시들
낙동강 물난리 국제화 지상의 아름다움
-신경림 시집 『쓰러진 자의 꿈]을 읽으며
내 노래의 붓을 꺾을 것인가
-데릭 월컷 강은교 이진명: 시 또는 구슬에 대한 믿음

2부 기억을 위하여
문학적 신비주의의 두 형태
-역설의 신비주의와 은유의 신비주의
다시 우화의 길에 선 시인을 위하여
-최승호 시인의 10년
에로스의 독법과 포용의 시학
-시의 이야기와 시의 수사성
망각의 시학 기억의 시학
-후기 산업사회에 대한 시적 대응
정신대 역사 문학

3부 혼돈 시대의 소설
90년대 소설의 영화적 관심과 형식 문제
시뮬레이션 미학 또는 조립문학의 문제와 전망
-이인화의 ‘혼성 기법’이 제기하는 문제들
형식 패러디 영상 기법
-지상 토론 4제
이 시대에 전위예술은 가능한가
한국문학의 국제 위상
-경쟁을 위한 조건의 점검
다섯 가지 오해

4부 왜 문학인가
압구정의 유토피아/디스토피아
문화의 몰락과 비평의 위기
-이 시대의 문학비평은 무엇인가
문화 이데올로기 일상의 삶
-비판적 문화론의 현대적 전개: 루이 알튀세와 앙리 르페브르
고슴도치와 여우 그러고 두더지
-비평적 문학교육의 필요성에 대하여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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