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테러’라는 기표를 벗어던지기, 사유 불가능한 것을 사유하기”
사건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노호(怒號)
테러의 시대다. 폭력이라고 이름 붙여진 하루하루의 연속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 시대의 근간이 되어버린 무차별적 폭력의 한가운데에서 그 과잉된 폭력의 희생양이라는 주체성을 다시금 부여받는다. ‘우리가 살아남은 것은 어디까지나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누군가의 말, 그리고 그 말을 일종의 추체험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우리에게, 이제 ‘테러’라는 말은 그 섬뜩한 이미지의 질감 외에는 아무것도 전해줄 수 없는 기표가 되었다. 문제는 이 헐거운 기표를 벗어던지고 ‘다시’ 주체의 문제로 돌아가야만 하는 오늘날의 정세이며, 이 주체(성)의 파국 속에 기생하는 국가-정치의 면면을 들춰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그동안 자국인 프랑스는 물론 세계적 정세에 개입하는 것을 자신의 사상적 특이점(singularity)으로 삼아 온 알랭 바디우는, ‘테러 이후’를 쉽게 재단하지 않기 위해 즉각적인 목소리를 낸다. 파리 테러가 일어난 지 불과 열흘 만의 강연을 통해서였다.
이처럼 바디우의 강연은 2015년 11월 13일에 대한 언급으로부터 시작한다. 다만 바디우는 라캉이 말한 ‘증상의 상징화’라는 전략을 경유해 테러를 ‘참극’, ‘범죄’, ‘살해’, ‘대량학살’ 등으로 에둘러/새롭게 명명하면서, 테러라는 텅 빈 기표와 거리를 둔다. 그는 서두에서 분명한 어조로 “이 대량학살극을 현대 세계, 즉 세계 전체가 앓고 있는 중병의 여러 가지 현재진행형 증상의 하나”로 다룰 것을 주지하고 있다. 바디우에 의하면 이러한 증상은 “전례 없이 폭력적이고 대규모가 될 게 명약관화한” 것이다. 더욱이 불가해한 폭력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있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復?)의 관념, 즉 바디우가 언급한 것처럼 “정의를 복수로 변질시키는” 현재의 증상은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오레스테이아』의 근본 주제인) “이제 우리가 살인한 사람들을 죽일 차례”라는 욕망만을 증식시킨다. 결국 복수의 관념이 해결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복수의 주체는 테러의 주체와 대칭 관계를 형성할 뿐이다.
그러므로 바디우는 하나의 원칙에서 출발한다. “인간이 행한 것 중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없다.” 이 원칙으로부터 그는 ‘사유 불가능한 것을 사유하기’ 위해 일곱 가지의 논점을 돌파하자고 제안한다. 첫째, 현대 세계의 객관적 구조를 통해 바라본 프랑스 사회의 현주소, 둘째, 이러한 현대 세계의 구조가 사람들, 사람들이 지닌 다양성, 사람들 간의 관계, 그리고 이들의 주체성에 끼친 영향, 셋째, 앞에서 다룬 주체성(들)에 대한 논의와 이들 주체성의 구분, 넷째, 파리 테러를 일으킨 현대판 파시즘의 인물들, 다섯째, 각기 다른 요인을 통해 따져본 파리 연쇄 테러, 여섯째, ‘프랑스’와 ‘전쟁’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중심으로 한 국가의 반응과 여론몰이, 일곱째, 앞서의 논점을 다루면서 규명될, 여론몰이의 영향권과 국가의 반동적 방향에서 벗어난 ‘정치의 회귀’라는 관점이 그것이다.
역사적 비극으로서의 테러, 혹은 지속된 실패로서의 공산주의
“우리의 병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11월 13일이라는 참극의 상징을 해부하는 바디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그동안 도외시했던 고전적인 문제들에 대한 재검토가 왜 요청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우선 세계화된 자본주의의 승리라는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에서부터 출발하자. 우리는 국가가 마르크스의 견해를 뛰어넘어 “자본의 대리인”이 되어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자본의 관리자(초국적 기업)들이 IS와 같은 무장 세력과 결합(협상)하는 것을 목도한다. 그리고 마침내 국가는, ‘새로운 제국주의적’ 행태에 의해 파괴되고 해체된다. 이러한 무정부적 상태에서 살아가는 ‘인구’는 어떨까? 세계 인구의 1퍼센트가 부(富)의 46퍼센트를 차지하는 극심한 불평등, 서구적 생활양식을 수호하려는 중산층, 그리고 자본에 의해 무(無)로, 일종의 공집합으로 산정되는 수많은 난민들. 자본은 현대 세계의 구조에 속할 수 없는 이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바디우는 이런 정황 속에서 “서구사회를 갈망하는 주체성과 복수의 허무주의적 주체성”이라는 한 쌍의 ‘반동적 주체성’이 함께 공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같은 주체성의 출현은 파시즘이라는 죽음충동으로 귀결됐고, 테러의 주체들은 결국 이 같은 파시즘적 주체성의 유산을 물려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바디우가 강연 전체를 통해 밝히는 파리 테러의 근본적 원인, 즉 우리가 세계의 모순 속에서 고통받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내재성에서 분리될 수 있는, 전 세계적 차원의 정치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강연의 말미에 라신의 비극 『페드르』의 한 대목 ? “나의 병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 을 언급하면서, 파리 테러라는 비극이 “이민(자), 이슬람, 황폐화된 중동, 약탈로 몸살을 앓는 아프리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공산주의의 역사적 실패”에서부터 ‘지속된’ 것임을 역설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1970년대 중반 무렵부터 지속된 공산주의의 실패에 대해, 그리고 그 실패에 의해 촉발된 자본주의의 새로운 에너지에 대해 사유해야만 한다. 바디우는 우리에게 사유의 젖줄로 삼을 만한 일련의 성과가 “없지 않다”고 낙관하면서, 프롤레타리아 유목민, 지식인과 중산층, 그리고 청년층과 함께 새로운 사유를 시작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언제나 “새로운 사유는 오직 뜻밖의 동맹,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동맹 속에서만 탄생”하므로.
추천사 / 언론평
“최근 테러리스트 공격의 근원을 탐색하고 있는 바디우의 이 책은 롱테이크 영상 한 컷에 견줄 수 있다. 먼저 대상을 클로즈업한 뒤 점차 멀어짐으로써 우리는 넓은 역사적 맥락을 파악한다. 이 맥락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동력이며, 이 관점을 통해서만 테러의 정확한 원인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 책은 이론적 추리소설이기도 하다.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는.” ― 슬라보예 지젝
“SNS와 정통 언론의 상투성을 벗어난 예리한 분석.” ― Aubermensuel
“2015년 11월 13일 테러의 원인에 대한 명료하고 유익한 분석. 충격과 공포로 인한 정동(精動)의 포로가 되기를 거부하고 사건을 사유의 영역으로 끌어온 바디우는 현대 세계의 중병을 치유하기 위한 세계적 차원의 정치를 제안한다.” ― Jeune Afrique
“‘파시즘적’ 허무주의에 반대하는 철학자는 도도한 자본주의에 대항할 ‘새로운 사유’의 필요성을 추구한다.” ― Le Monde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테러를 세계적 무질서의 일환으로 보고, 그 광기의 논리를 분석한다.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나르시시즘의 이분법이 문제의 근원적 파악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명시한 글.” ― Le Populaire
“바디우는 대중 학살의 뿌리를 패권 자본주의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 L''Express
“2015년 국가적 슬픔에 빠진 프랑스를 면밀히 검토한 바디우는 사유의 필요성, 사건의 전체적 맥락의 이해 속에서 위기의 자본주의와 그 죽음의 징조를 대체할 공산주의 테제의 재논의를 촉구한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우리가 정작 빈곤층, 소수자, 결국 일상의 노동에 전쟁을 선포하고 있음을 분석한다.” ― l''Humanite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테러를 글로벌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우리 시대의 한 증상으로 파악한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현 세계의 무력함과 무능을 통렬히 비판한 책이다.” ― Liberation
“바디우는 이름만 남은 과거의 공산주의의 복원이 아닌 자본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길의 전제로서의 공산주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11월 13일 테러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통해, 지구를 장악한 글로벌 자본주의하에서 변방 없는 다른 세계를 제안한 철학자의 일관된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 Politis
“바디우는 테러의 원인이 근본주의자들의 믿음이 아닌 불평등과 욕구불만을 잉태한 사회에 있음을 명시한다.” ― Projet
▣ 작가 소개
저 : 알랭 바디우
Alain Badiou
1937년 모로코 태생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참여 지식인이자 좌파 철학자이다. 처음에는 사르트르주의자였으나 고등사범학교ENS 시절 알튀세르를 만나 제자가 되며, 동시에 라캉에게서도 지적 자극을 받는다. 렝스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프랑수아 레뇨를 만나, 마르크스주의에 바탕을 둔 구조주의(알튀세르)와 혁신적 정신분석(라캉)을 접목한 잡지 『분석을 위한 노트』 편집진에 참여한다. 이 잡지에 참여한 장클로드 밀네, 자크알랭 밀레 등의 지식인들처럼 바디우 역시 68혁명 당시 중요한 역할을 한 마오주의 운동에 투신한다. 파리8대학과 고등사범학교 교수를 지냈다.
바디우는 탈현대에서 근거를 부정당한 주체, 진리, 세계에 대한 재정초를 시도하고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철학 저술을 시작한다.『주체 이론』(1982)은 명백히 라캉의 주체 개념에서 영향받은 저술이며, 1988년에 발표한 주저 『존재와 사건』(1988)은 전통의 존재론을 수학적 존재론으로 이행시키고 여기에 주체를 관통하며 주체에 의해 선언되는 사건을 연결한다. 그 밖에 『철학을 위한 선언』(1989), 『사도 바울』(1998), 『세계의 논리들-존재와 사건2』(2006), 『사랑 예찬』(2011) 등의 철학서와 다양한 정치 팸플릿 및 시론을 발표했으며, 여러 편의 소설과 희곡도 썼다. 바디우의 일관된 화두는 ‘과학에 근거를 두는 혁명적 해방의 사유’이며, 1985년 프랑스 코뮌주의자연맹을 잇는 포스트레닌-마오주의 단체인 ‘정치조직’을 창설해 활동하는 등 여전히 정치 참여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 그는 《존재와 사건》의 제3권인 《진리들의 내재성》을 집필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진리의 관점에서 존재와 출현의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외에도 『바디우와 지젝 현재의 철학을 말하다』(공저)등을 집필했다.
역 : 이승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교육과, 동 대학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현재 유럽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도나토 카리시의 《속삭이는 자》, 루슬룬드, 헬스트럼 콤비의 《비스트》,《쓰리 세컨즈》, 《리뎀션》, 프랑크 틸리에의 《죽은 자들의 방》, 야스미나 카드라의 《테러》, 기욤 뮈소의 《스키다마링크》, 로맹 사르두의 《13번째 마을》, 안 로르 봉두의 《기적의 시간》, 프랑수아 베고도의 《클래스》, 제롬 들라포스의 《피의 고리》 , 바티스트 보리유《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부. 현대 세계의 구조 / 21
1. 글로벌 자본주의의 승리 / 25
2. 국가의 약화 / 32
3. 새로운 제국적 행태 / 33
2부. 인구에 미친 영향 / 39
3부. 반동적 주체성 / 53
4부. 현대적 파시즘 / 63
5부. 살인자들은 누구인가? / 79
6부. 국가의 반동 : ‘프랑스’와 ‘전쟁’ / 81
7부. 현대 세계의 흐름과 분리된 해방의 정치의 복귀 조건 / 85
“‘테러’라는 기표를 벗어던지기, 사유 불가능한 것을 사유하기”
사건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노호(怒號)
테러의 시대다. 폭력이라고 이름 붙여진 하루하루의 연속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 시대의 근간이 되어버린 무차별적 폭력의 한가운데에서 그 과잉된 폭력의 희생양이라는 주체성을 다시금 부여받는다. ‘우리가 살아남은 것은 어디까지나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누군가의 말, 그리고 그 말을 일종의 추체험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우리에게, 이제 ‘테러’라는 말은 그 섬뜩한 이미지의 질감 외에는 아무것도 전해줄 수 없는 기표가 되었다. 문제는 이 헐거운 기표를 벗어던지고 ‘다시’ 주체의 문제로 돌아가야만 하는 오늘날의 정세이며, 이 주체(성)의 파국 속에 기생하는 국가-정치의 면면을 들춰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그동안 자국인 프랑스는 물론 세계적 정세에 개입하는 것을 자신의 사상적 특이점(singularity)으로 삼아 온 알랭 바디우는, ‘테러 이후’를 쉽게 재단하지 않기 위해 즉각적인 목소리를 낸다. 파리 테러가 일어난 지 불과 열흘 만의 강연을 통해서였다.
이처럼 바디우의 강연은 2015년 11월 13일에 대한 언급으로부터 시작한다. 다만 바디우는 라캉이 말한 ‘증상의 상징화’라는 전략을 경유해 테러를 ‘참극’, ‘범죄’, ‘살해’, ‘대량학살’ 등으로 에둘러/새롭게 명명하면서, 테러라는 텅 빈 기표와 거리를 둔다. 그는 서두에서 분명한 어조로 “이 대량학살극을 현대 세계, 즉 세계 전체가 앓고 있는 중병의 여러 가지 현재진행형 증상의 하나”로 다룰 것을 주지하고 있다. 바디우에 의하면 이러한 증상은 “전례 없이 폭력적이고 대규모가 될 게 명약관화한” 것이다. 더욱이 불가해한 폭력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있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復?)의 관념, 즉 바디우가 언급한 것처럼 “정의를 복수로 변질시키는” 현재의 증상은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오레스테이아』의 근본 주제인) “이제 우리가 살인한 사람들을 죽일 차례”라는 욕망만을 증식시킨다. 결국 복수의 관념이 해결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복수의 주체는 테러의 주체와 대칭 관계를 형성할 뿐이다.
그러므로 바디우는 하나의 원칙에서 출발한다. “인간이 행한 것 중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없다.” 이 원칙으로부터 그는 ‘사유 불가능한 것을 사유하기’ 위해 일곱 가지의 논점을 돌파하자고 제안한다. 첫째, 현대 세계의 객관적 구조를 통해 바라본 프랑스 사회의 현주소, 둘째, 이러한 현대 세계의 구조가 사람들, 사람들이 지닌 다양성, 사람들 간의 관계, 그리고 이들의 주체성에 끼친 영향, 셋째, 앞에서 다룬 주체성(들)에 대한 논의와 이들 주체성의 구분, 넷째, 파리 테러를 일으킨 현대판 파시즘의 인물들, 다섯째, 각기 다른 요인을 통해 따져본 파리 연쇄 테러, 여섯째, ‘프랑스’와 ‘전쟁’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중심으로 한 국가의 반응과 여론몰이, 일곱째, 앞서의 논점을 다루면서 규명될, 여론몰이의 영향권과 국가의 반동적 방향에서 벗어난 ‘정치의 회귀’라는 관점이 그것이다.
역사적 비극으로서의 테러, 혹은 지속된 실패로서의 공산주의
“우리의 병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11월 13일이라는 참극의 상징을 해부하는 바디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그동안 도외시했던 고전적인 문제들에 대한 재검토가 왜 요청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우선 세계화된 자본주의의 승리라는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에서부터 출발하자. 우리는 국가가 마르크스의 견해를 뛰어넘어 “자본의 대리인”이 되어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자본의 관리자(초국적 기업)들이 IS와 같은 무장 세력과 결합(협상)하는 것을 목도한다. 그리고 마침내 국가는, ‘새로운 제국주의적’ 행태에 의해 파괴되고 해체된다. 이러한 무정부적 상태에서 살아가는 ‘인구’는 어떨까? 세계 인구의 1퍼센트가 부(富)의 46퍼센트를 차지하는 극심한 불평등, 서구적 생활양식을 수호하려는 중산층, 그리고 자본에 의해 무(無)로, 일종의 공집합으로 산정되는 수많은 난민들. 자본은 현대 세계의 구조에 속할 수 없는 이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바디우는 이런 정황 속에서 “서구사회를 갈망하는 주체성과 복수의 허무주의적 주체성”이라는 한 쌍의 ‘반동적 주체성’이 함께 공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같은 주체성의 출현은 파시즘이라는 죽음충동으로 귀결됐고, 테러의 주체들은 결국 이 같은 파시즘적 주체성의 유산을 물려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바디우가 강연 전체를 통해 밝히는 파리 테러의 근본적 원인, 즉 우리가 세계의 모순 속에서 고통받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내재성에서 분리될 수 있는, 전 세계적 차원의 정치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강연의 말미에 라신의 비극 『페드르』의 한 대목 ? “나의 병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 을 언급하면서, 파리 테러라는 비극이 “이민(자), 이슬람, 황폐화된 중동, 약탈로 몸살을 앓는 아프리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공산주의의 역사적 실패”에서부터 ‘지속된’ 것임을 역설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1970년대 중반 무렵부터 지속된 공산주의의 실패에 대해, 그리고 그 실패에 의해 촉발된 자본주의의 새로운 에너지에 대해 사유해야만 한다. 바디우는 우리에게 사유의 젖줄로 삼을 만한 일련의 성과가 “없지 않다”고 낙관하면서, 프롤레타리아 유목민, 지식인과 중산층, 그리고 청년층과 함께 새로운 사유를 시작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언제나 “새로운 사유는 오직 뜻밖의 동맹,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동맹 속에서만 탄생”하므로.
추천사 / 언론평
“최근 테러리스트 공격의 근원을 탐색하고 있는 바디우의 이 책은 롱테이크 영상 한 컷에 견줄 수 있다. 먼저 대상을 클로즈업한 뒤 점차 멀어짐으로써 우리는 넓은 역사적 맥락을 파악한다. 이 맥락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동력이며, 이 관점을 통해서만 테러의 정확한 원인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 책은 이론적 추리소설이기도 하다.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는.” ― 슬라보예 지젝
“SNS와 정통 언론의 상투성을 벗어난 예리한 분석.” ― Aubermensuel
“2015년 11월 13일 테러의 원인에 대한 명료하고 유익한 분석. 충격과 공포로 인한 정동(精動)의 포로가 되기를 거부하고 사건을 사유의 영역으로 끌어온 바디우는 현대 세계의 중병을 치유하기 위한 세계적 차원의 정치를 제안한다.” ― Jeune Afrique
“‘파시즘적’ 허무주의에 반대하는 철학자는 도도한 자본주의에 대항할 ‘새로운 사유’의 필요성을 추구한다.” ― Le Monde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테러를 세계적 무질서의 일환으로 보고, 그 광기의 논리를 분석한다.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나르시시즘의 이분법이 문제의 근원적 파악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명시한 글.” ― Le Populaire
“바디우는 대중 학살의 뿌리를 패권 자본주의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 L''Express
“2015년 국가적 슬픔에 빠진 프랑스를 면밀히 검토한 바디우는 사유의 필요성, 사건의 전체적 맥락의 이해 속에서 위기의 자본주의와 그 죽음의 징조를 대체할 공산주의 테제의 재논의를 촉구한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우리가 정작 빈곤층, 소수자, 결국 일상의 노동에 전쟁을 선포하고 있음을 분석한다.” ― l''Humanite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테러를 글로벌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우리 시대의 한 증상으로 파악한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현 세계의 무력함과 무능을 통렬히 비판한 책이다.” ― Liberation
“바디우는 이름만 남은 과거의 공산주의의 복원이 아닌 자본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길의 전제로서의 공산주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11월 13일 테러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통해, 지구를 장악한 글로벌 자본주의하에서 변방 없는 다른 세계를 제안한 철학자의 일관된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 Politis
“바디우는 테러의 원인이 근본주의자들의 믿음이 아닌 불평등과 욕구불만을 잉태한 사회에 있음을 명시한다.” ― Projet
▣ 작가 소개
저 : 알랭 바디우
Alain Badiou
1937년 모로코 태생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참여 지식인이자 좌파 철학자이다. 처음에는 사르트르주의자였으나 고등사범학교ENS 시절 알튀세르를 만나 제자가 되며, 동시에 라캉에게서도 지적 자극을 받는다. 렝스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프랑수아 레뇨를 만나, 마르크스주의에 바탕을 둔 구조주의(알튀세르)와 혁신적 정신분석(라캉)을 접목한 잡지 『분석을 위한 노트』 편집진에 참여한다. 이 잡지에 참여한 장클로드 밀네, 자크알랭 밀레 등의 지식인들처럼 바디우 역시 68혁명 당시 중요한 역할을 한 마오주의 운동에 투신한다. 파리8대학과 고등사범학교 교수를 지냈다.
바디우는 탈현대에서 근거를 부정당한 주체, 진리, 세계에 대한 재정초를 시도하고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철학 저술을 시작한다.『주체 이론』(1982)은 명백히 라캉의 주체 개념에서 영향받은 저술이며, 1988년에 발표한 주저 『존재와 사건』(1988)은 전통의 존재론을 수학적 존재론으로 이행시키고 여기에 주체를 관통하며 주체에 의해 선언되는 사건을 연결한다. 그 밖에 『철학을 위한 선언』(1989), 『사도 바울』(1998), 『세계의 논리들-존재와 사건2』(2006), 『사랑 예찬』(2011) 등의 철학서와 다양한 정치 팸플릿 및 시론을 발표했으며, 여러 편의 소설과 희곡도 썼다. 바디우의 일관된 화두는 ‘과학에 근거를 두는 혁명적 해방의 사유’이며, 1985년 프랑스 코뮌주의자연맹을 잇는 포스트레닌-마오주의 단체인 ‘정치조직’을 창설해 활동하는 등 여전히 정치 참여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 그는 《존재와 사건》의 제3권인 《진리들의 내재성》을 집필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진리의 관점에서 존재와 출현의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외에도 『바디우와 지젝 현재의 철학을 말하다』(공저)등을 집필했다.
역 : 이승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교육과, 동 대학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현재 유럽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도나토 카리시의 《속삭이는 자》, 루슬룬드, 헬스트럼 콤비의 《비스트》,《쓰리 세컨즈》, 《리뎀션》, 프랑크 틸리에의 《죽은 자들의 방》, 야스미나 카드라의 《테러》, 기욤 뮈소의 《스키다마링크》, 로맹 사르두의 《13번째 마을》, 안 로르 봉두의 《기적의 시간》, 프랑수아 베고도의 《클래스》, 제롬 들라포스의 《피의 고리》 , 바티스트 보리유《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부. 현대 세계의 구조 / 21
1. 글로벌 자본주의의 승리 / 25
2. 국가의 약화 / 32
3. 새로운 제국적 행태 / 33
2부. 인구에 미친 영향 / 39
3부. 반동적 주체성 / 53
4부. 현대적 파시즘 / 63
5부. 살인자들은 누구인가? / 79
6부. 국가의 반동 : ‘프랑스’와 ‘전쟁’ / 81
7부. 현대 세계의 흐름과 분리된 해방의 정치의 복귀 조건 / 85
01. 반품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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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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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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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