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사랑은 기억을 남기지만 기억은 그 사랑을 잊으라 한다
얼마나 많은 청춘의 바다를 항해해야 우리는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인간의 삶은 천태만상이다. 그러나 ‘연애 감정’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누구라도 청춘의 한 페이지를 들추어볼 것이다. 이것은 그 ‘청춘의 조각들로 만든 모자이크 소설’이자, 일모도원(日暮途遠)의 때에 ‘메마른 시간을 태워 아교처럼 풀을 쑤어’ 만든 이야기이다.
1980년대에 대학 시절을 보낸 이라면 그 시절의 연애를 떠올리며 ‘땀과 눈물의 시간’을 함께 복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월의 광주’로 집약되는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어김없이 사랑은 피어났다. 여학생이 남자 선배를 부를 때 ‘형’이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러웠던 시절, 황보나영은 화자인 서문을 ‘오빠’라 부르는 속 깊은 여학생이다. 일찍이 노동 현장에 뛰어든 김종혁과 등단한 시인 남궁민은 노상 다투면서도 술집 ‘풍뎅이’에서 문학과 예술을 논한다.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때묻지 않은 고민을 하며,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던’(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때였다. 첫사랑인 연상의 여인 원소미와 함께 간 미미 다방은 담배인지 대마초인지 분간할 수 없는 연기로 자욱하다. 턴테이블에 돌아가는 이정선의 ‘섬소년’과 김정미의 ‘봄’은 사랑의 열정을 부채질한다. 타자기로 백지에 자모를 하나씩 찍어내듯 서툰 모양새로 사랑을 아로새기던 시절, 그래서 더 오래 잊히지 않는 그때의 연애 감정을 서문은 초로의 나이에 하나씩 되짚어 간다.
현실과 환상, 생과 사가 뒤엉킨 세계를 마술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원숙한 필치!
시간의 마모 속에서도 생의 본질은 결국 사랑이다
작가는 연애 감정을 청춘의 바다에 떠 있는 아름다운 섬에 비유한다. 서문이 출가한 첫사랑을 찾아간 곳도, 후배인 황보나영과 사랑의 꽃을 피운 곳도, 한순간에 타오른 열정으로 아내를 만난 곳도 모두 ‘어청도’라는 섬이다. 육지의 끝, 바다의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섬은 고립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사방으로 열려 있는 기억의 공간을 상징한다. 섬은 언제나 그곳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육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마치 결코 잊지 못하면서도 선뜻 마주하기는 어려운 연애의 기억처럼 말이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솜씨 좋게 넘나들며 산 자와 죽은 자가 뒤엉키는 세계를 마술적으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삶의 본질적인 요소는 오직 사랑이라고 역설한다.
중년의 시기에 돌아보는 사랑은 실보다 실밥이 많다. 뜯긴 자리마다 슬픔이고, 시간이 지나도 고통이 덜어지지 않는 상처 자국이다. 한 통의 전화를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애의 기억들은 거울처럼 우리의 옛 사랑의 기억을 비춘다. 소설의 말미에 나영은 미당 서정주의 시를 인용해 서문에게 묻는다.
붉은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붉은 피가 돌아오고,
푸른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푸른 숨이 돌아오는 그런 세상을
이제 우리는 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끝에 있는 것은 결국,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서 있건 간에, ‘지금부터는 사랑을 위한 여생’이라는 다짐일 것이다. 작가는 《연애 감정》을 통해 스스로의 발자국을 되짚어간 사람들만이 진정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작가의 말
푸른 연금술사의 사랑
낙엽이 불에 잘 타는 이유는 물기가 메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신록과 녹음의 시절이 지나 이젠 나도 건조해져서 어디서건 떨어져버릴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하지만 불을 지피는 마음은 예민한 감정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 그 마음을 가만히 살펴보니 달팽이가 지나간 촉촉한 자리 같기도 하다. 땀과 눈물의 세월 탓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유를 확장해 나가니 밤하늘에 별이 빛나거나 파도가 바위에 포말 치는 이유도 다 하늘의 어둠과 바다의 고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는 구름바지를 입은 시인의 말처럼, 그 누구라도 청춘의 상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바치고 싶었다. 비단 중년이라는 생물학적 나이 때문이 아니다. 젊은이나 늙은이나 연애 감정을 잘 간직하고 산다면 인생이 덜 비참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쓰고 싶었던 연애 감정의 속살이다. 피부와 달리 속살은 만지면 아프다. 그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추억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피부가 벗겨진 살처럼 추하고 더럽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그때 품었던 감정은 더 어려운 인생을 살면서 용기를 주는 순수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 청춘의 피부 위에 우리는 미당의 푸른 꽃과 붉은 꽃을 문지르면서 살아온 것이다.
▣ 작가 소개
편역 : 원재훈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학과와 중앙대 문예창작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 「공룡시대」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와 산문, 소설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문학 전문 프로그램인 국악방송 「행복한 문학」의 진행을 맡고 있으며, 출판기획집단 문사철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집필을 하고 있다. 작품으로 시집 『낙타의 사랑』, 산문집『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다』, 소설『만남, 은어와 함께 보낸 하루』외 다수의 작품이 있다. 어린이 책으로는『열려라, 하늘 땅』『세 개의 위대한 별』『불경 이야기』,『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명화로 보는 구약 성경 이야기 』,『명화로 보는 신약 성경 이야기 』가 있다. 현재 문학 전문 프로그램인 국악방송 <행복한 문학>을 진행하고 있으며, 출판기획집단 문사철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1 왼쪽 엄지발가락
2 오빠
3 가위눌림
4 추억은 흉터를 남기지 않는 상처
5 연애 감정
6 타자기 소녀
7 시리우스
8 수분리에 살고 있는 허봉니 씨와 지금도 수분리에 살고 있는 허봉니 씨
9 마트료시카 만들기
10 술집 안티 카메라
11 약속
12 내려가라, 그 길이 올라가는 길이다
13 솔베이지의 노래
14 붉은 부리 찌르레기
15 바다와 별과 바람과 시와 섬, 그리고 새
16 새는 사람처럼 걷는다
17 개와 늑대의 시간
18 고래자리의 오메가성
19 산에서 온 편지
20 거울 속에 있는 낯선 남자
21 거울 뉴런
22 오래된 사랑은 새처럼 걷는다
23 한 마디도 그 뜻을 알 수는 없다
24 섬이 움직인다
25 보이지 않았던 사랑의 섬, 무인도
26 이삿짐 정리
27 클래식 메리 제인
28 사랑을 위한 여생
에필로그
작가의 말
사랑은 기억을 남기지만 기억은 그 사랑을 잊으라 한다
얼마나 많은 청춘의 바다를 항해해야 우리는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인간의 삶은 천태만상이다. 그러나 ‘연애 감정’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누구라도 청춘의 한 페이지를 들추어볼 것이다. 이것은 그 ‘청춘의 조각들로 만든 모자이크 소설’이자, 일모도원(日暮途遠)의 때에 ‘메마른 시간을 태워 아교처럼 풀을 쑤어’ 만든 이야기이다.
1980년대에 대학 시절을 보낸 이라면 그 시절의 연애를 떠올리며 ‘땀과 눈물의 시간’을 함께 복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월의 광주’로 집약되는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어김없이 사랑은 피어났다. 여학생이 남자 선배를 부를 때 ‘형’이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러웠던 시절, 황보나영은 화자인 서문을 ‘오빠’라 부르는 속 깊은 여학생이다. 일찍이 노동 현장에 뛰어든 김종혁과 등단한 시인 남궁민은 노상 다투면서도 술집 ‘풍뎅이’에서 문학과 예술을 논한다.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때묻지 않은 고민을 하며,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던’(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때였다. 첫사랑인 연상의 여인 원소미와 함께 간 미미 다방은 담배인지 대마초인지 분간할 수 없는 연기로 자욱하다. 턴테이블에 돌아가는 이정선의 ‘섬소년’과 김정미의 ‘봄’은 사랑의 열정을 부채질한다. 타자기로 백지에 자모를 하나씩 찍어내듯 서툰 모양새로 사랑을 아로새기던 시절, 그래서 더 오래 잊히지 않는 그때의 연애 감정을 서문은 초로의 나이에 하나씩 되짚어 간다.
현실과 환상, 생과 사가 뒤엉킨 세계를 마술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원숙한 필치!
시간의 마모 속에서도 생의 본질은 결국 사랑이다
작가는 연애 감정을 청춘의 바다에 떠 있는 아름다운 섬에 비유한다. 서문이 출가한 첫사랑을 찾아간 곳도, 후배인 황보나영과 사랑의 꽃을 피운 곳도, 한순간에 타오른 열정으로 아내를 만난 곳도 모두 ‘어청도’라는 섬이다. 육지의 끝, 바다의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섬은 고립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사방으로 열려 있는 기억의 공간을 상징한다. 섬은 언제나 그곳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육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마치 결코 잊지 못하면서도 선뜻 마주하기는 어려운 연애의 기억처럼 말이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솜씨 좋게 넘나들며 산 자와 죽은 자가 뒤엉키는 세계를 마술적으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삶의 본질적인 요소는 오직 사랑이라고 역설한다.
중년의 시기에 돌아보는 사랑은 실보다 실밥이 많다. 뜯긴 자리마다 슬픔이고, 시간이 지나도 고통이 덜어지지 않는 상처 자국이다. 한 통의 전화를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애의 기억들은 거울처럼 우리의 옛 사랑의 기억을 비춘다. 소설의 말미에 나영은 미당 서정주의 시를 인용해 서문에게 묻는다.
붉은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붉은 피가 돌아오고,
푸른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푸른 숨이 돌아오는 그런 세상을
이제 우리는 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끝에 있는 것은 결국,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서 있건 간에, ‘지금부터는 사랑을 위한 여생’이라는 다짐일 것이다. 작가는 《연애 감정》을 통해 스스로의 발자국을 되짚어간 사람들만이 진정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작가의 말
푸른 연금술사의 사랑
낙엽이 불에 잘 타는 이유는 물기가 메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신록과 녹음의 시절이 지나 이젠 나도 건조해져서 어디서건 떨어져버릴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하지만 불을 지피는 마음은 예민한 감정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 그 마음을 가만히 살펴보니 달팽이가 지나간 촉촉한 자리 같기도 하다. 땀과 눈물의 세월 탓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유를 확장해 나가니 밤하늘에 별이 빛나거나 파도가 바위에 포말 치는 이유도 다 하늘의 어둠과 바다의 고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는 구름바지를 입은 시인의 말처럼, 그 누구라도 청춘의 상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바치고 싶었다. 비단 중년이라는 생물학적 나이 때문이 아니다. 젊은이나 늙은이나 연애 감정을 잘 간직하고 산다면 인생이 덜 비참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쓰고 싶었던 연애 감정의 속살이다. 피부와 달리 속살은 만지면 아프다. 그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추억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피부가 벗겨진 살처럼 추하고 더럽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그때 품었던 감정은 더 어려운 인생을 살면서 용기를 주는 순수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 청춘의 피부 위에 우리는 미당의 푸른 꽃과 붉은 꽃을 문지르면서 살아온 것이다.
▣ 작가 소개
편역 : 원재훈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학과와 중앙대 문예창작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 「공룡시대」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와 산문, 소설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문학 전문 프로그램인 국악방송 「행복한 문학」의 진행을 맡고 있으며, 출판기획집단 문사철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집필을 하고 있다. 작품으로 시집 『낙타의 사랑』, 산문집『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다』, 소설『만남, 은어와 함께 보낸 하루』외 다수의 작품이 있다. 어린이 책으로는『열려라, 하늘 땅』『세 개의 위대한 별』『불경 이야기』,『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명화로 보는 구약 성경 이야기 』,『명화로 보는 신약 성경 이야기 』가 있다. 현재 문학 전문 프로그램인 국악방송 <행복한 문학>을 진행하고 있으며, 출판기획집단 문사철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1 왼쪽 엄지발가락
2 오빠
3 가위눌림
4 추억은 흉터를 남기지 않는 상처
5 연애 감정
6 타자기 소녀
7 시리우스
8 수분리에 살고 있는 허봉니 씨와 지금도 수분리에 살고 있는 허봉니 씨
9 마트료시카 만들기
10 술집 안티 카메라
11 약속
12 내려가라, 그 길이 올라가는 길이다
13 솔베이지의 노래
14 붉은 부리 찌르레기
15 바다와 별과 바람과 시와 섬, 그리고 새
16 새는 사람처럼 걷는다
17 개와 늑대의 시간
18 고래자리의 오메가성
19 산에서 온 편지
20 거울 속에 있는 낯선 남자
21 거울 뉴런
22 오래된 사랑은 새처럼 걷는다
23 한 마디도 그 뜻을 알 수는 없다
24 섬이 움직인다
25 보이지 않았던 사랑의 섬, 무인도
26 이삿짐 정리
27 클래식 메리 제인
28 사랑을 위한 여생
에필로그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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