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이제 전통적인 그리스도교는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낡은 틀에 갇혀 예수를 사유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에 인용한 요한복음 15장 15절에 기대어 조심스럽게 ‘예수=친구’론을 제안합니다. ‘예수=친구’론은 그리스도론이 가지고 있는 타율적이고 외재적인 담론을 대신할 자율적이고 내재적 담론의 형성에 유용합니다. 무엇보다 현대사회에 확산될 수 있는 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친구’론은 기존의 배타적인 종교로 자리매김해온 기독교의 해악을 제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예수=친구’론은 적어도 권위나 배타에 의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 ‘예수=친구’론에 따라 살아가는 현대 종교인을 저는 그리스도인(=기독교인)이라는 말 대신에 ‘예수인(Jesusian)’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하지만 예수인입니다. 예수, 내 친구! 지저스, 아미고(Jesus Amigo)!
예수는 내 친구
《삶이보이는 창》에 3년간 연재하는 동안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경윤의 『제정신으로 읽는 예수』가 묶여 나왔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예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친구’다.
이런 예수에 대한 새로운 규정은 당장 현실 기독교에서는 이단으로 취급하겠지만, 저자는 왜 예수가 오늘날 ‘우리의’ 친구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숱한 교리들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들어 하나하나 논박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기존의 신학적 해석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을 갖는 것은 아니다.
책의 차례에서도 잘 나타나 있듯이, 저자는 예수의 ‘운동’이 오늘날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예수가 2000년 전에 ‘왜’ 그런 운동을 했는지, 예수가 그 운동에서 ‘무엇을’ 말하고 실천했는지 밝혀준다. 예수를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삶을 살아갈 도반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모두 ‘예수인(Jesusian)’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그리스도론이라는 타율적 해방의 담론에서 자율적 해방의 담론으로, 구속과 속박의 종교에서 자유와 창조의 종교로 전환하는 시기가 바로 현대입니다. 현대에 맞는 신학이론을 구성하려는 돈 큐핏의 노력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합니다. 그는 같은 책에서 “종교의 낡은 형태, 즉 철저히 타율적인 외부의 통제체계인 이전의 종교는 역사 속에서 사라져버렸다”고 진단하면서 “자율적인 도덕성과 의식의 시대에, 타율적 종교를 가진다는 것은 겉치레일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그의 진지한 통찰은 이러한 발언을 할 때 그 찬란한 빛을 발합니다.(34~35쪽)
저자는 그러니까 이 책에서 종교는 삶을 억압하는 기제가 아니라 삶을 해방시키는 기폭제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거창하게 ‘해방신학’까지 떠올릴 필요는 없다. 왜냐면, 예수는 내 친구이니까!
부활은,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것
예수가 그리스도가 아니고 친구로 화할 때, 우리는 예수의 부활 사건도 새로운 시각으로 읽을 수 있으며, 나아가 그 부활 사건을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분명하게 말한다.
예수가 말하는 부활(resurrection)은 소생(revival)이 아닙니다. 잠시 죽었다가 살아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의학적인 소생술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소생된 사람은 그러나 또 죽습니다. 부활은 그러한 생물학적 소생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입니다. 죽었다가 천국을 경험하고 다시 소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 한 때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있지만, 부활은 그러한 것과는 아무런 관련성도 없습니다. 부활은 영원한 것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nirvana)와 같은 층위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38쪽)
부활이 “해탈(nirvana)과 같은 층위에서” 말해져야 한다는 것은, 부활 자체가 구원이며 새로운 삶을 사는 하나의 계기임을 뜻하는 것이다. 부활이 단지 죽었다가 살아나는 사건으로 축소될 때 우리의 삶은 지옥이 될 수도 있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만약에 예수의 삶이 당대 사람에게 어떠한 희망도 주지 않는 것이었다면 예수의 부활은 저주와 같은 것이 될 것입니다”라는 주장은 구원이나 해방이 되지 않는 부활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저자가, “예수의 부활은 민중에게는 복음(good news)이며, 권력자들에는 공포”라고 말한 것은 예수의 운동과 그의 십자가형, 그리고 부활 사건 모두가 당대의 정치적 흐름과 같은 궤에 있다고 강조하기 위함이다. (물론 저자는 모두에서 예수 생존 당시 이스라엘의 역사적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을 쓸 때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였으며, 저자는 그 고통을 통해 낡은 가치를 뒤집은 예수의 메시지를 다시금 곱씹은 듯하다.
예수의 삶은 낡은 가치를 전복하는 삶이었습니다. 그는 거짓 우상을 파괴하는 우상 파괴자였습니다. 그는 부조리한 명령이나 폭력에 저항하는 저항자였습니다.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돌려 대어라”(마태복음 5:39)는 말은 무기력한 대응의 메시지가 아니라 급진적인 저항의 언어입니다.(40쪽)
예수의 여성성
저자가 다시금 환기시키는 예수의 삶과 운동의 동력은 과연 무엇인 걸까. 저자는 예수가 가지고 있던 ‘여성성’을 꼽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예수의 ‘섹슈얼리티’를 두 개의 챕터로 나누어서 다루고 있는데, 그만큼 예수가 ‘여성성’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여성성’은 바로 어머니 마리아의 삶과 어릴 적부터 교유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대목은 예수의 출생 비밀과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아버지 요셉의 이른 죽음도 암암리에 전제되어 있다.
『신의 인간성(Humanity of God)』을 쓴 엘리자베스 몰트만 웬델에 따르면, “예수는 남성적 원리와 여성적 원리를 조화롭게 통합한 최초 인물이다”라는 평가가 가능한 거지요.
근거를 대자면, 예수의 비유에 나오는 수많은 여성 주인공들, 예를 들면 열 명의 신부 이야기(마가복음 25:1~3), 누룩을 넣어 떡을 만드는 여인(누가복음 13:21), 동전을 찾은 과부(누가복음 15: 8~10) 등이 이를 방증합니다. 이러한 비유 등은 예수가 젊은 시절 어머니 주변의 여성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다면 나오기 힘든 비유입니다. 저는 예수에게 열두 제자가 있었던 것처럼, 만약 열두 명의 스승이 있었다면 그중 최소 5할은 여성일 거라고 추정합니다.(61쪽)
예수의 여성성이야말로 예수에게 존재한다고 회자되는 신성의 다른 이름이라는 저자의 통찰은 오늘날까지도 여성에 대한 배제와 억압을 당연시하는 남성에 대한 직격이기도 하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정치적 사건이다
예수의 삶과 운동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많은 성서학자들과 역사적 예수 연구자들이 지적했듯이, 예수의 운동은 ‘하느님 나라 운동’이며, 그 운동의 핵심은 ‘하느님 나라’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임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죽어서 가는 ‘천국’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 성립되어야 한다는 것! 로마 황제에게만 부여되었던 ‘그리스도’를 예수의 제자들이 주창한 것에는 바로 이런 정치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며, 예수가 당시 갈릴리 지방의 버림받은 자들과 함께 웃고, 마시고 몰려다닌 사실이 이미 정치적 사건이라는 것이다.
예수의 조직은 그 정신에 있어 평등과 섬김을 강조합니다.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에 대한 하느님의 절대적이고 무조건적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무력이나 경제력보다는 해방된 인간의 자유를 강조합니다. 누구나 하느님의 자녀임을, 하느님 나라에 누구나 조건 없이 초대될 수 있음을 실천합니다. 예수의 조직이 근원적으로 위험한 것은 이러한 정신이 무력과 경제력, 신분차별과 이에 대한 용인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로마제국에게 새로운 저항의 비전을 보여주었다는 점 때문입니다.(149쪽)
결국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권력을 쟁취하는 운동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권력자임을 선포하고 그것을 직접 실천하는 운동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아직도 우리 현실에 유효하지 않은가?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도 주체적인 권력자임을 선언하고 또 그렇게 사는 일.
이게 저자가 말하고 싶은 ‘제정신으로 읽는 예수’의 핵심이다.
▣ 작가 소개
글 : 김경윤
서울 신당동에서 건설노동자 김태산 님과 가정주부 장금자 님의 1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청구초등학교, 배명중학교, 성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다. 작가가 되려는 마음으로 택한 전공이었기에, 한국과 동서양의 문학작품을 섭렵하며 대학 시절을 보냈다. 철학 수업 또한 열심히 들었으며, 시대적 분위기 때문에 소위 운동권 학생들이 많이 읽던 사회과학 서적들도 무척 열심히 탐독했다. 결국 현재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문학 강사로 활동 중이다. 청소년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서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에 <자유청소년도서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문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 및 일반 성인 등을 대상으로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규율보다는 자유를, 탁월함보다는 연대를, 똑똑함보다는 공감을 좋아하며, 소박한 하루들로 일생을 채우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삶이 보이는 창」이라는 격월간 잡지에 10년 넘게 철학 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철학사냥1』,『영어 뇌를 키우는 그리스로마 신화』시리즈,『한국 철학의 이 한 마디』,『청소년 논어』,『인문학 레시피』,『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등을 저술했다.
▣ 주요 목차
저자의 말 / 6
1 화면 조정 : 예수의 시대 / 13
2 관점 변화 : 예수 내 친구 / 25
3 부활, 새로운 가치의 선택 / 37
4 어린이와 하느님 나라 48
5 예수와 섹슈얼리티(1) / 58
6 예수와 섹슈얼리티(2) / 73
7 농부 예수 / 88
8 개그맨 예수 / 104
9 예수 경제학 / 120
10 예수 공동체의 조직론-예수의 제자들 / 137
11 예수의 윤리학 / 154
12 예수 이후-쓰레기처럼, 찌꺼기처럼 / 170
이제 전통적인 그리스도교는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낡은 틀에 갇혀 예수를 사유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에 인용한 요한복음 15장 15절에 기대어 조심스럽게 ‘예수=친구’론을 제안합니다. ‘예수=친구’론은 그리스도론이 가지고 있는 타율적이고 외재적인 담론을 대신할 자율적이고 내재적 담론의 형성에 유용합니다. 무엇보다 현대사회에 확산될 수 있는 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친구’론은 기존의 배타적인 종교로 자리매김해온 기독교의 해악을 제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예수=친구’론은 적어도 권위나 배타에 의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 ‘예수=친구’론에 따라 살아가는 현대 종교인을 저는 그리스도인(=기독교인)이라는 말 대신에 ‘예수인(Jesusian)’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하지만 예수인입니다. 예수, 내 친구! 지저스, 아미고(Jesus Amigo)!
예수는 내 친구
《삶이보이는 창》에 3년간 연재하는 동안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경윤의 『제정신으로 읽는 예수』가 묶여 나왔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예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친구’다.
이런 예수에 대한 새로운 규정은 당장 현실 기독교에서는 이단으로 취급하겠지만, 저자는 왜 예수가 오늘날 ‘우리의’ 친구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숱한 교리들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들어 하나하나 논박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기존의 신학적 해석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을 갖는 것은 아니다.
책의 차례에서도 잘 나타나 있듯이, 저자는 예수의 ‘운동’이 오늘날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예수가 2000년 전에 ‘왜’ 그런 운동을 했는지, 예수가 그 운동에서 ‘무엇을’ 말하고 실천했는지 밝혀준다. 예수를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삶을 살아갈 도반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모두 ‘예수인(Jesusian)’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그리스도론이라는 타율적 해방의 담론에서 자율적 해방의 담론으로, 구속과 속박의 종교에서 자유와 창조의 종교로 전환하는 시기가 바로 현대입니다. 현대에 맞는 신학이론을 구성하려는 돈 큐핏의 노력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합니다. 그는 같은 책에서 “종교의 낡은 형태, 즉 철저히 타율적인 외부의 통제체계인 이전의 종교는 역사 속에서 사라져버렸다”고 진단하면서 “자율적인 도덕성과 의식의 시대에, 타율적 종교를 가진다는 것은 겉치레일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그의 진지한 통찰은 이러한 발언을 할 때 그 찬란한 빛을 발합니다.(34~35쪽)
저자는 그러니까 이 책에서 종교는 삶을 억압하는 기제가 아니라 삶을 해방시키는 기폭제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거창하게 ‘해방신학’까지 떠올릴 필요는 없다. 왜냐면, 예수는 내 친구이니까!
부활은,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것
예수가 그리스도가 아니고 친구로 화할 때, 우리는 예수의 부활 사건도 새로운 시각으로 읽을 수 있으며, 나아가 그 부활 사건을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분명하게 말한다.
예수가 말하는 부활(resurrection)은 소생(revival)이 아닙니다. 잠시 죽었다가 살아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의학적인 소생술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소생된 사람은 그러나 또 죽습니다. 부활은 그러한 생물학적 소생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입니다. 죽었다가 천국을 경험하고 다시 소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 한 때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있지만, 부활은 그러한 것과는 아무런 관련성도 없습니다. 부활은 영원한 것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nirvana)와 같은 층위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38쪽)
부활이 “해탈(nirvana)과 같은 층위에서” 말해져야 한다는 것은, 부활 자체가 구원이며 새로운 삶을 사는 하나의 계기임을 뜻하는 것이다. 부활이 단지 죽었다가 살아나는 사건으로 축소될 때 우리의 삶은 지옥이 될 수도 있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만약에 예수의 삶이 당대 사람에게 어떠한 희망도 주지 않는 것이었다면 예수의 부활은 저주와 같은 것이 될 것입니다”라는 주장은 구원이나 해방이 되지 않는 부활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저자가, “예수의 부활은 민중에게는 복음(good news)이며, 권력자들에는 공포”라고 말한 것은 예수의 운동과 그의 십자가형, 그리고 부활 사건 모두가 당대의 정치적 흐름과 같은 궤에 있다고 강조하기 위함이다. (물론 저자는 모두에서 예수 생존 당시 이스라엘의 역사적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을 쓸 때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였으며, 저자는 그 고통을 통해 낡은 가치를 뒤집은 예수의 메시지를 다시금 곱씹은 듯하다.
예수의 삶은 낡은 가치를 전복하는 삶이었습니다. 그는 거짓 우상을 파괴하는 우상 파괴자였습니다. 그는 부조리한 명령이나 폭력에 저항하는 저항자였습니다.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돌려 대어라”(마태복음 5:39)는 말은 무기력한 대응의 메시지가 아니라 급진적인 저항의 언어입니다.(40쪽)
예수의 여성성
저자가 다시금 환기시키는 예수의 삶과 운동의 동력은 과연 무엇인 걸까. 저자는 예수가 가지고 있던 ‘여성성’을 꼽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예수의 ‘섹슈얼리티’를 두 개의 챕터로 나누어서 다루고 있는데, 그만큼 예수가 ‘여성성’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여성성’은 바로 어머니 마리아의 삶과 어릴 적부터 교유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대목은 예수의 출생 비밀과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아버지 요셉의 이른 죽음도 암암리에 전제되어 있다.
『신의 인간성(Humanity of God)』을 쓴 엘리자베스 몰트만 웬델에 따르면, “예수는 남성적 원리와 여성적 원리를 조화롭게 통합한 최초 인물이다”라는 평가가 가능한 거지요.
근거를 대자면, 예수의 비유에 나오는 수많은 여성 주인공들, 예를 들면 열 명의 신부 이야기(마가복음 25:1~3), 누룩을 넣어 떡을 만드는 여인(누가복음 13:21), 동전을 찾은 과부(누가복음 15: 8~10) 등이 이를 방증합니다. 이러한 비유 등은 예수가 젊은 시절 어머니 주변의 여성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다면 나오기 힘든 비유입니다. 저는 예수에게 열두 제자가 있었던 것처럼, 만약 열두 명의 스승이 있었다면 그중 최소 5할은 여성일 거라고 추정합니다.(61쪽)
예수의 여성성이야말로 예수에게 존재한다고 회자되는 신성의 다른 이름이라는 저자의 통찰은 오늘날까지도 여성에 대한 배제와 억압을 당연시하는 남성에 대한 직격이기도 하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정치적 사건이다
예수의 삶과 운동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많은 성서학자들과 역사적 예수 연구자들이 지적했듯이, 예수의 운동은 ‘하느님 나라 운동’이며, 그 운동의 핵심은 ‘하느님 나라’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임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죽어서 가는 ‘천국’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 성립되어야 한다는 것! 로마 황제에게만 부여되었던 ‘그리스도’를 예수의 제자들이 주창한 것에는 바로 이런 정치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며, 예수가 당시 갈릴리 지방의 버림받은 자들과 함께 웃고, 마시고 몰려다닌 사실이 이미 정치적 사건이라는 것이다.
예수의 조직은 그 정신에 있어 평등과 섬김을 강조합니다.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에 대한 하느님의 절대적이고 무조건적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무력이나 경제력보다는 해방된 인간의 자유를 강조합니다. 누구나 하느님의 자녀임을, 하느님 나라에 누구나 조건 없이 초대될 수 있음을 실천합니다. 예수의 조직이 근원적으로 위험한 것은 이러한 정신이 무력과 경제력, 신분차별과 이에 대한 용인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로마제국에게 새로운 저항의 비전을 보여주었다는 점 때문입니다.(149쪽)
결국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권력을 쟁취하는 운동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권력자임을 선포하고 그것을 직접 실천하는 운동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아직도 우리 현실에 유효하지 않은가?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도 주체적인 권력자임을 선언하고 또 그렇게 사는 일.
이게 저자가 말하고 싶은 ‘제정신으로 읽는 예수’의 핵심이다.
▣ 작가 소개
글 : 김경윤
서울 신당동에서 건설노동자 김태산 님과 가정주부 장금자 님의 1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청구초등학교, 배명중학교, 성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다. 작가가 되려는 마음으로 택한 전공이었기에, 한국과 동서양의 문학작품을 섭렵하며 대학 시절을 보냈다. 철학 수업 또한 열심히 들었으며, 시대적 분위기 때문에 소위 운동권 학생들이 많이 읽던 사회과학 서적들도 무척 열심히 탐독했다. 결국 현재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문학 강사로 활동 중이다. 청소년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서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에 <자유청소년도서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문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 및 일반 성인 등을 대상으로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규율보다는 자유를, 탁월함보다는 연대를, 똑똑함보다는 공감을 좋아하며, 소박한 하루들로 일생을 채우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삶이 보이는 창」이라는 격월간 잡지에 10년 넘게 철학 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철학사냥1』,『영어 뇌를 키우는 그리스로마 신화』시리즈,『한국 철학의 이 한 마디』,『청소년 논어』,『인문학 레시피』,『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등을 저술했다.
▣ 주요 목차
저자의 말 / 6
1 화면 조정 : 예수의 시대 / 13
2 관점 변화 : 예수 내 친구 / 25
3 부활, 새로운 가치의 선택 / 37
4 어린이와 하느님 나라 48
5 예수와 섹슈얼리티(1) / 58
6 예수와 섹슈얼리티(2) / 73
7 농부 예수 / 88
8 개그맨 예수 / 104
9 예수 경제학 / 120
10 예수 공동체의 조직론-예수의 제자들 / 137
11 예수의 윤리학 / 154
12 예수 이후-쓰레기처럼, 찌꺼기처럼 /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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