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클림트를 보셨나요?
보물찾기하듯, 영화 속 숨은 그림을 찾다!
수수께끼 풀듯, 미술로 영화의 비밀을 파헤치다!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다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피살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녀는 유언을 통해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이자 연인 구스타프’ 앞으로 남긴다는 유언을 이미 남긴 상태였죠. 마담 D.의 유산을 노리던 그의 아들 드미트리는 구스타프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구스타브는 충실한 호텔 로비보이 제로와 함께 누명을 벗기 위해 ‘웨스 앤더슨’ 식 모험을 시작하죠. 국내에서 약 77만 관객을 동원한 ‘아트-버스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간략한 내용입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유명한 대중 소설가이자 「타잔」의 원작자인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스가 그의 증조부이고, 아버지는 광고업을 했습니다. 웨스 앤더슨은 데뷔작 「바틀 로켓」(1996년 작)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큰 호응을 얻자 이 영화로 장편을 만들지만 장편은 흥행에 실패합니다. 그런데 마틴 스콜세지가 이 영화의 팬임을 자처하면서 ‘차세대 마틴 스콜세지’로 웨스 앤더슨을 지목하죠. 그때부터 영화 팬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에서 웨스 앤더슨은 미술 레퍼런스를 여럿 제공합니다. 영화 스토리의 중심축인 「사과를 든 소년」은 원래 존재하는 그림이 아니라 영화를 위해 따로 제작한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로 나온 반 호이틀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로, ‘빛과 그림자 표현으로 유명했지만 지나친 과작으로 궁핍하게 살았던 초상화가’로 설정돼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감독이 마이클 테일러라는 현역 화가에게 한스 홀바인, 피터 브뤼겔 등 16~17세기 유럽에서 활동한 여러 작가의 레퍼런스를 건네면서 그림을 의뢰했습니다. 그 리스트 중에 이탈리아의 화가 브론치노가 있었고, 브론치노의 그림 중에 「사과를 든 소년」과 유사해 보이는 그림이 있습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이 더 영리하게 영화에 활용한 그림은 클림트의 작품입니다. 주인공의 이름부터 구스타프예요. 잘 아시듯이 클림트의 풀 네임이 구스타프 클림트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클림트에 대한 레퍼런스는 바로 마담 D.의 의상입니다. 클림트의 여러 그림에 나오는, 황금빛 바탕에 문양이 빼곡히 채워져 있는 화려한 의상과 아주 비슷합니다.
클림트 하면 인물이 묻힐 만큼 화려한 장식과 황금색 옷으로 잘 알려져 있죠. 클림트의 아버지가 금세공업자여서 클림트가 그림에 금박을 이용했습니다. 옷 전체를 가득 채운 문양 때문에 옷이 더욱 화려해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문양이 삼각형과 사각형, 동그라미의 ‘기하학 문양’과 물결이 일렁이듯 구불구불하게 생긴 식물의 줄기를 닮았습니다. 마담 D.가 호텔을 떠날 때 황금색 드레스 위에 빨간색 벨벳 코트를 걸쳤는데, 이 코트에도 클림트가 자주 사용한 삼각형이나 식물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클림트의 그림 속 의상은 대부분은 황금색이지만 짙은 빨간색도 더러 있습니다.
영화에 배경으로 클림트의 그림이 직접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마담 D.가 머물던 호텔 방 안에 걸려 있었습니다. 구스타프와 마담 D.가 그 방에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죠. 그 방에 클림트의 풍경화 다섯 점이 걸려 있었지만 실제로 다섯 점 가운데 두 점은 겹칩니다. 같은 그림끼리 서로 마주보게 걸려 있거든요. 구스타프 뒤의 그림이 「카머 성의 공원길」(1919년)이고, 양옆으로 「자작나무 숲Ⅰ」(1903년), 「너도밤나무 숲Ⅰ」(1902년)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담 D.가 죽고 나서 아들 드미트리가 「사과를 든 소년」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되기 바로 직전에 클림트의 그림이 한 번 더 나옵니다. 바로 「엘리자베스 바호펜 에히트 남작 부인」(1914년)입니다.
그렇다면 웨스 앤더슨 감독은 왜 클림트의 그림을 영화 곳곳에 배치했을까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간 클림트》의 저자들은 보물찾기하듯 웨스 앤더슨 감독이 숨겨둔 그림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수수께끼 풀듯 영화 깊숙이 숨은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갑니다. 나아가 영화를 둘러싼 다채로운 이야기뿐 아니라 클림트의 삶과 작품세계까지 두루 담아냈습니다. 하나씩 이야기를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웨스 앤더슨 감독이 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클림트의 그림을 배치했는지 그 비밀이 밝혀집니다. 영화 속, 어쩌다 마주친 미술 이야기의 매력!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간 클림트》입니다.
똑똑하게 감상하고, 영리하게 감동하라!
영화관에서 그림을, 미술관에서 영화를… 보는 눈이 다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간 클림트》는 예술 분야의 대표 팟캐스트 「명화남녀」를 함께 기획?진행하는 이혜정과 한기일이 썼습니다.
이혜정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그림에 위로를 받은 경험을 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공부하기 시작해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했고 다시 홍익대학교 대학원으로 진학해 예술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이 미술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좀 더 재미있고 쉽게 미술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팟캐스트 「명화남녀」를 기획했습니다. 영화를 통해 미술과 친해지면 좋겠다는 것이 모티브였습니다.
영화에 푹 빠져 사는 한기일은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를 따라 우연히 극장에 갔다가 영화를 보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에게 영화야말로 ‘지상 최고의 쇼’였죠. 이후 숙제하듯 영화를 보고 관련 정보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영화 제목만 들으면 ‘네이버’에 견줄 만한 영화 정보를 풀어놓아 ‘기이버’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PC통신에 ‘박스오피스Box Office’ 칼럼을 연재해 인기를 누린 것을 시작으로 여러 영화 관련 매체에 글을 써왔고, 서울예술대학 영화과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습니다. 2016년 CGV에서 주최한 전국영화퀴즈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미술 담당 이혜정과 영화 담당 한기일은 먼저 깐깐한 안목으로 영화를 선정합니다. 연출은 물론 시나리오, 연기, 촬영, 소품 등 놓치는 것이 없습니다. 이어 미술도 익숙한 작품에서 낯선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경이와 충격, 재미를 안겨주는 기묘하고 신비한 작품까지 골고루 안배하려고 애씁니다. 두 사람이 함께 펴낸 첫 책 《명화남녀》에서는 샤갈?쇠라?로트렉?다 빈치?렘브란트?신윤복 등 익숙한 화가가 많았지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간 클림트》에서는 익숙한 이름인 클림트?피카소?르누아르에서부터, 유명한 영화에 나왔지만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해 놓쳤거나 아예 그림이 나온 사실조차 짐작하도 못한 조금은 생소한 화가들과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합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티파니에서 아침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 열 편의 영화가 안내하는 미술의 세계를 만나면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영화는 더 섬세하게, 미술은 더 친숙하게, 나아가 두 예술 분야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까지 만나게 됩니다. 똑똑하게 감상하고 영리하게 감동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간 클림트》입니다.
스티브 잡스, 정지용 시인이 주목한 ‘미치광이’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
한나발 렉터 시리즈의 하나인 「레드 드래곤」에 나온 그림을 기억하실까요? 영국의 시인 겸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위대한 붉은 용과 태양은 입은 여인」(1805년)입니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스티브 잡스가 ‘무궁무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직접 말한 인터뷰 기사가 뉴욕타임스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미술사에서는 기이한 그림을 그린 화가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았습니다. 신비주의자·몽상가·성자·시인·예언자·화가·삽화가로도 활동한 그는 지금은 낭만주의 회화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지만 살아 있을 때는 늘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받았습니다. 어릴 적 환영을 보게 되면서 평생을 현실과 초현실이 뒤섞인 환상 속에서 살면서 보통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신비로운 이미지들을 수없이 창조해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도 윌리엄 블레이크를 주목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정지용 시인이 휘문고보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 가서 1929년 6월에 도시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할 때 블레이크의 시로 졸업 논문을 썼습니다. 논문 제목은 블레이크의 시에 있어서의 상상력(이 논문은 우리나라 영문학사에서 영시에 대한 최초의 논문이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중요합니다). 정지용 시인은 “블레이크는 시보다 그림이 더 뛰어났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이 사랑하는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를 탄 제임스 본드
제임스 본드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인 「007 스카이폴」에도 그림이 세 점 나옵니다. 두 점은 스치듯 지나가기 때문에 기억하기 힘들지만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1838년)는 007과 Q가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 등장합니다. 두 사람이 그림을 보며 나누는 대화로 007의 현 상황을 에둘러 보여줍니다.
Q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멜랑콜리해져요. 한때 날렸던 전함의 퇴역이라니, 시간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봐요, 그렇죠? 당신에게는 무엇이 보이죠?
007 빌어먹을 큰 배.
월리엄 터너는 영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이고, 화가가 ‘달링’이라고 부르며 아낀 작품이자 영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바로 「전함 테메레르」입니다. 1805년 영국과 프랑스?스페인 연합으로 트라팔가에서 해상전이 벌어졌습니다. 나폴레옹이 영국을 침공하기 위해 벌인 전쟁이었지만 넬슨이 이끄는 영국이 대승을 거뒀습니다.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 스물세 척 가운데 스무 척이 격침되거나 나포되지만 영국은 단 한 척도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이 해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바로 테메레르 호입니다.
하지만 터너가 그린 「전함 테메레르」는 한때 기세등등했으나 이제는 수명을 다한 테메레르 호를 해체하기 위해 예인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터너는 1838년 나이 60세에 이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배의 반대쪽으로 테메레르 호의 쓸쓸한 퇴장을 비추기라도 하듯, 또는 같은 운명처럼 석양이 붉게 지고 있어서 더욱 애잔한 느낌을 자아내죠. 터너는 그런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상상력을 조금 보탰습니다. 실제로 테메레르 호가 예인될 때는 돛대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과거 영광의 흔적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낡은 상태였으나 터너는 돛대 세 개를 웅장하게 그려 넣었습니다. 그리고 산업혁명, 즉 새 시대의 도래를 상징하는 증기선이 테메레르 호를 앞에서 끌고 갑니다. 실제로는 증기선이 두 대 있었는데 터너는 그림에서 한 대를 생략했습니다. 증기선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단조롭게 그리고 테메레르 호는 쓸쓸하고 애처로운 분위기에도 여전히 우아하고 위엄을 잃지 않은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터너가 이 작품을 발표하자마자 반응이 엄청났습니다. 백지수표까지 제시하면서 그림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있었지만 터너는 전부 거절하고 평생 자신의 스튜디오에 이 그림을 보관했다가 나중에 국가에 기증했습니다. 터너는 이 그림을 자신의 최고 걸작이라고 스스로 평가했고, 심지어 ‘달링’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림은 아름다워야 한다. 현실이 고단할수록 그림은 행복해야 한다.” _오귀스트 르누아르
2001년 개봉돼 전 세계에 행복 바이러스를 널리 퍼트린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는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연출한 ‘어른을 위한 동화’이자 ‘일상형 판타지’입니다. 프랑스에서만 무려 800만 관객을 동원했고, 이 영화를 보고 행복해진 프랑스 사람들이 주네 감독에게 팬레터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던 자크 시라크는 직무 수행으로 무척 힘들던 시기에 이 영화를 보고 기운을 얻었다면서 주네 감독과 오드리 토투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아멜리가 자신의 행복과 사랑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뱃놀이하는 사람들의 점심」(1881년)입니다.
듀파엘 이 여자가 이 남자를 사랑하나?
아멜리 네.
듀파엘 그럼 이제 좀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해야지.
아멜리 그래야죠. 지금 작전을 짜는 중이에요.
듀파엘 이 아가씨는 작전을 꽤 좋아하는군.
아멜리 네.
듀파엘 그건 용기가 없기 때문이야. 그래서 내가 이 여자의 표정을 못 잡는 거라고.
“그림은 아름다워야 한다.” 르누아르의 예술관입니다. 그의 그림에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즐기는 듯 행복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부르주아적 삶에 대한 동경이 강하게 드러나죠. 실제로 르누아르는 서른 중반 즈음부터 화가로 성공하면서 이후로는 부유한 중산층의 삶을 누렸으므로 사람들은 르누아르가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아서 그림도 그의 삶을 닮았으리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이전에 그는 아주 오랫동안 가난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학교도 그만둬야 했고, 학교 대신 기술훈련소에 들어가 도자기에 그림 그리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림에 재능이 뛰어나서 가르치겠다는 사람도 많았고, 스무 살 때는 국립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에도 입학하지만 르누아르가 살롱에 작품을 출품해서 통과하고 자신의 스튜디오를 가지기까지, 즉 화가로서 먹고살 만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의 기질이 낙천적이어서 예쁜 그림을 그렸다고 말하는 책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현실의 남루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뱃놀이하는 사람들의 점심」의 왼쪽 맨 앞에 강아지와 놀고 있는 여성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름은 알린 샤리고, 직업은 양재사였습니다. 당시 나이는 스무 살 정도였고, 르누아르는 마흔이 다됐을 즈음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1880년에 만났고 이 그림은 1881년에 그렸습니다. 이즈음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했고 5년 뒤 첫아들 피에르가 태어났으며 10년 뒤 정식으로 결혼했습니다. 비로소 르누아르에게 행복한 삶이 찾아온 것이죠. 알린 샤리고를 만나기 전의 그림은 태인의 행복을 그린 것이라면 그녀를 만난 뒤의 그림은 르누아르 자신의 행복을 그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평생 서로에게 충실했습니다. 르누아르의 둘째 아들이 프랑스가 자랑하는 장 르누아르(1894~1979년) 영화감독입니다. 그가 아주 재미있는 말을 남겼어요. “예술은 오줌을 누는 것과 같다.” 꽉 차면 표현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움을 아버지에게 배웠다고 했습니다. 르누아르에게 적용해보자면, 사랑이 가득 차서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표현된 것이겠죠. 사랑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듯이요.
르누아르가 “그림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했을 때 앞에 말이 더 있습니다. “그림이 더하지 않아도 현실에는 유쾌하지 않은 것이 너무 많아 밝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그림만 그린다.” 많은 사람이 르누아르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그림이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아멜리에」처럼요.
▣ 작가 소개
저자 : 이혜정
수평계 없이 액자를 달고, 자 없이 좌우 여백을 맞추는 눈을 가졌다. 미술이 주는 충만함의 자유를 맛본 후, 그리고 이미지의 진실성과 조우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마주한 예술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팟캐스트 「명화남녀」를 만들어 현재까지 수많은 골수 청취자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오랫동안 예술을 좇다 보니 길어진 가방끈과 다년간 강연자로 활동해온 경험을 살린 섬세하고 편안한 해설로,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을 깊이 있는 이해로 바꾸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공부했다. 《명화남녀》(공저)를 지었다.
저자 : 한기일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를 따라 우연히 극장에 갔다가 ‘지상 최고의 쇼’ 영화를 만났다.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이미지와 이야기의 매력에 반해버렸고, 취미를 숙제로 만드는 나쁜 버릇 때문에 숙제하듯 영화를 보고 관련 정보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영화 제목만 들으면 ‘네이버’에 견줄 만한 영화 정보를 풀어놓아 ‘기이버’라는 별명을 얻었다. 고등학생 때 PC통신에 ‘박스오피스Box Office’ 칼럼을 연재해 인기를 누린 것을 시작으로 여러 영화 관련 매체에 글을 써왔다. 서울예술대학 영화과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CGV에서 주최한 2016년 전국영화퀴즈대회에서 우승했다. 현재 팟캐스트 「명화남녀」를 공동으로 제작·진행하며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팟캐스트에 출연·감수하고 영화 시나리오 자문 및 영화 해설, 강좌 등을 하고 있다. 성수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레 필로소피’를 운영한다. 《명화남녀》(공저)를 지었다.
▣ 주요 목차
오프닝│Art is all around
1관│환상 속의 그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구스타프 클림트
2관│가슴에 구멍이 뚫린다는 것 가장 따뜻한 색, 블루×파블로 피카소
3관│한 사람을 위한 마음 아멜리에×오귀스트 르누아르
4관│지옥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히에로니무스 보스
5관│시간이 지나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티파니에서 아침을×현대미술로서의 패션
6관│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메트로폴리탄 미술관
7관│존재 이유 007 스카이폴×윌리엄 터너
8관│너의 복수, 나의 구원 올드보이×제임스 앙소르
9관│이 죽일 놈의 사랑 이터널 선샤인×초현실주의
10관│상상하라, 조금도 두렵지 않은 것처럼 레드 드래곤×윌리엄 블레이크
클로징│어쩌다 마주친 사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클림트를 보셨나요?
보물찾기하듯, 영화 속 숨은 그림을 찾다!
수수께끼 풀듯, 미술로 영화의 비밀을 파헤치다!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다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피살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녀는 유언을 통해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이자 연인 구스타프’ 앞으로 남긴다는 유언을 이미 남긴 상태였죠. 마담 D.의 유산을 노리던 그의 아들 드미트리는 구스타프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구스타브는 충실한 호텔 로비보이 제로와 함께 누명을 벗기 위해 ‘웨스 앤더슨’ 식 모험을 시작하죠. 국내에서 약 77만 관객을 동원한 ‘아트-버스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간략한 내용입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유명한 대중 소설가이자 「타잔」의 원작자인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스가 그의 증조부이고, 아버지는 광고업을 했습니다. 웨스 앤더슨은 데뷔작 「바틀 로켓」(1996년 작)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큰 호응을 얻자 이 영화로 장편을 만들지만 장편은 흥행에 실패합니다. 그런데 마틴 스콜세지가 이 영화의 팬임을 자처하면서 ‘차세대 마틴 스콜세지’로 웨스 앤더슨을 지목하죠. 그때부터 영화 팬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에서 웨스 앤더슨은 미술 레퍼런스를 여럿 제공합니다. 영화 스토리의 중심축인 「사과를 든 소년」은 원래 존재하는 그림이 아니라 영화를 위해 따로 제작한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로 나온 반 호이틀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로, ‘빛과 그림자 표현으로 유명했지만 지나친 과작으로 궁핍하게 살았던 초상화가’로 설정돼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감독이 마이클 테일러라는 현역 화가에게 한스 홀바인, 피터 브뤼겔 등 16~17세기 유럽에서 활동한 여러 작가의 레퍼런스를 건네면서 그림을 의뢰했습니다. 그 리스트 중에 이탈리아의 화가 브론치노가 있었고, 브론치노의 그림 중에 「사과를 든 소년」과 유사해 보이는 그림이 있습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이 더 영리하게 영화에 활용한 그림은 클림트의 작품입니다. 주인공의 이름부터 구스타프예요. 잘 아시듯이 클림트의 풀 네임이 구스타프 클림트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클림트에 대한 레퍼런스는 바로 마담 D.의 의상입니다. 클림트의 여러 그림에 나오는, 황금빛 바탕에 문양이 빼곡히 채워져 있는 화려한 의상과 아주 비슷합니다.
클림트 하면 인물이 묻힐 만큼 화려한 장식과 황금색 옷으로 잘 알려져 있죠. 클림트의 아버지가 금세공업자여서 클림트가 그림에 금박을 이용했습니다. 옷 전체를 가득 채운 문양 때문에 옷이 더욱 화려해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문양이 삼각형과 사각형, 동그라미의 ‘기하학 문양’과 물결이 일렁이듯 구불구불하게 생긴 식물의 줄기를 닮았습니다. 마담 D.가 호텔을 떠날 때 황금색 드레스 위에 빨간색 벨벳 코트를 걸쳤는데, 이 코트에도 클림트가 자주 사용한 삼각형이나 식물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클림트의 그림 속 의상은 대부분은 황금색이지만 짙은 빨간색도 더러 있습니다.
영화에 배경으로 클림트의 그림이 직접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마담 D.가 머물던 호텔 방 안에 걸려 있었습니다. 구스타프와 마담 D.가 그 방에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죠. 그 방에 클림트의 풍경화 다섯 점이 걸려 있었지만 실제로 다섯 점 가운데 두 점은 겹칩니다. 같은 그림끼리 서로 마주보게 걸려 있거든요. 구스타프 뒤의 그림이 「카머 성의 공원길」(1919년)이고, 양옆으로 「자작나무 숲Ⅰ」(1903년), 「너도밤나무 숲Ⅰ」(1902년)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담 D.가 죽고 나서 아들 드미트리가 「사과를 든 소년」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되기 바로 직전에 클림트의 그림이 한 번 더 나옵니다. 바로 「엘리자베스 바호펜 에히트 남작 부인」(1914년)입니다.
그렇다면 웨스 앤더슨 감독은 왜 클림트의 그림을 영화 곳곳에 배치했을까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간 클림트》의 저자들은 보물찾기하듯 웨스 앤더슨 감독이 숨겨둔 그림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수수께끼 풀듯 영화 깊숙이 숨은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갑니다. 나아가 영화를 둘러싼 다채로운 이야기뿐 아니라 클림트의 삶과 작품세계까지 두루 담아냈습니다. 하나씩 이야기를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웨스 앤더슨 감독이 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클림트의 그림을 배치했는지 그 비밀이 밝혀집니다. 영화 속, 어쩌다 마주친 미술 이야기의 매력!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간 클림트》입니다.
똑똑하게 감상하고, 영리하게 감동하라!
영화관에서 그림을, 미술관에서 영화를… 보는 눈이 다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간 클림트》는 예술 분야의 대표 팟캐스트 「명화남녀」를 함께 기획?진행하는 이혜정과 한기일이 썼습니다.
이혜정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그림에 위로를 받은 경험을 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공부하기 시작해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했고 다시 홍익대학교 대학원으로 진학해 예술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이 미술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좀 더 재미있고 쉽게 미술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팟캐스트 「명화남녀」를 기획했습니다. 영화를 통해 미술과 친해지면 좋겠다는 것이 모티브였습니다.
영화에 푹 빠져 사는 한기일은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를 따라 우연히 극장에 갔다가 영화를 보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에게 영화야말로 ‘지상 최고의 쇼’였죠. 이후 숙제하듯 영화를 보고 관련 정보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영화 제목만 들으면 ‘네이버’에 견줄 만한 영화 정보를 풀어놓아 ‘기이버’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PC통신에 ‘박스오피스Box Office’ 칼럼을 연재해 인기를 누린 것을 시작으로 여러 영화 관련 매체에 글을 써왔고, 서울예술대학 영화과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습니다. 2016년 CGV에서 주최한 전국영화퀴즈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미술 담당 이혜정과 영화 담당 한기일은 먼저 깐깐한 안목으로 영화를 선정합니다. 연출은 물론 시나리오, 연기, 촬영, 소품 등 놓치는 것이 없습니다. 이어 미술도 익숙한 작품에서 낯선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경이와 충격, 재미를 안겨주는 기묘하고 신비한 작품까지 골고루 안배하려고 애씁니다. 두 사람이 함께 펴낸 첫 책 《명화남녀》에서는 샤갈?쇠라?로트렉?다 빈치?렘브란트?신윤복 등 익숙한 화가가 많았지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간 클림트》에서는 익숙한 이름인 클림트?피카소?르누아르에서부터, 유명한 영화에 나왔지만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해 놓쳤거나 아예 그림이 나온 사실조차 짐작하도 못한 조금은 생소한 화가들과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합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티파니에서 아침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 열 편의 영화가 안내하는 미술의 세계를 만나면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영화는 더 섬세하게, 미술은 더 친숙하게, 나아가 두 예술 분야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까지 만나게 됩니다. 똑똑하게 감상하고 영리하게 감동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간 클림트》입니다.
스티브 잡스, 정지용 시인이 주목한 ‘미치광이’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
한나발 렉터 시리즈의 하나인 「레드 드래곤」에 나온 그림을 기억하실까요? 영국의 시인 겸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위대한 붉은 용과 태양은 입은 여인」(1805년)입니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스티브 잡스가 ‘무궁무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직접 말한 인터뷰 기사가 뉴욕타임스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미술사에서는 기이한 그림을 그린 화가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았습니다. 신비주의자·몽상가·성자·시인·예언자·화가·삽화가로도 활동한 그는 지금은 낭만주의 회화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지만 살아 있을 때는 늘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받았습니다. 어릴 적 환영을 보게 되면서 평생을 현실과 초현실이 뒤섞인 환상 속에서 살면서 보통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신비로운 이미지들을 수없이 창조해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도 윌리엄 블레이크를 주목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정지용 시인이 휘문고보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 가서 1929년 6월에 도시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할 때 블레이크의 시로 졸업 논문을 썼습니다. 논문 제목은 블레이크의 시에 있어서의 상상력(이 논문은 우리나라 영문학사에서 영시에 대한 최초의 논문이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중요합니다). 정지용 시인은 “블레이크는 시보다 그림이 더 뛰어났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이 사랑하는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를 탄 제임스 본드
제임스 본드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인 「007 스카이폴」에도 그림이 세 점 나옵니다. 두 점은 스치듯 지나가기 때문에 기억하기 힘들지만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1838년)는 007과 Q가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 등장합니다. 두 사람이 그림을 보며 나누는 대화로 007의 현 상황을 에둘러 보여줍니다.
Q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멜랑콜리해져요. 한때 날렸던 전함의 퇴역이라니, 시간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봐요, 그렇죠? 당신에게는 무엇이 보이죠?
007 빌어먹을 큰 배.
월리엄 터너는 영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이고, 화가가 ‘달링’이라고 부르며 아낀 작품이자 영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바로 「전함 테메레르」입니다. 1805년 영국과 프랑스?스페인 연합으로 트라팔가에서 해상전이 벌어졌습니다. 나폴레옹이 영국을 침공하기 위해 벌인 전쟁이었지만 넬슨이 이끄는 영국이 대승을 거뒀습니다.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 스물세 척 가운데 스무 척이 격침되거나 나포되지만 영국은 단 한 척도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이 해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바로 테메레르 호입니다.
하지만 터너가 그린 「전함 테메레르」는 한때 기세등등했으나 이제는 수명을 다한 테메레르 호를 해체하기 위해 예인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터너는 1838년 나이 60세에 이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배의 반대쪽으로 테메레르 호의 쓸쓸한 퇴장을 비추기라도 하듯, 또는 같은 운명처럼 석양이 붉게 지고 있어서 더욱 애잔한 느낌을 자아내죠. 터너는 그런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상상력을 조금 보탰습니다. 실제로 테메레르 호가 예인될 때는 돛대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과거 영광의 흔적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낡은 상태였으나 터너는 돛대 세 개를 웅장하게 그려 넣었습니다. 그리고 산업혁명, 즉 새 시대의 도래를 상징하는 증기선이 테메레르 호를 앞에서 끌고 갑니다. 실제로는 증기선이 두 대 있었는데 터너는 그림에서 한 대를 생략했습니다. 증기선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단조롭게 그리고 테메레르 호는 쓸쓸하고 애처로운 분위기에도 여전히 우아하고 위엄을 잃지 않은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터너가 이 작품을 발표하자마자 반응이 엄청났습니다. 백지수표까지 제시하면서 그림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있었지만 터너는 전부 거절하고 평생 자신의 스튜디오에 이 그림을 보관했다가 나중에 국가에 기증했습니다. 터너는 이 그림을 자신의 최고 걸작이라고 스스로 평가했고, 심지어 ‘달링’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림은 아름다워야 한다. 현실이 고단할수록 그림은 행복해야 한다.” _오귀스트 르누아르
2001년 개봉돼 전 세계에 행복 바이러스를 널리 퍼트린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는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연출한 ‘어른을 위한 동화’이자 ‘일상형 판타지’입니다. 프랑스에서만 무려 800만 관객을 동원했고, 이 영화를 보고 행복해진 프랑스 사람들이 주네 감독에게 팬레터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던 자크 시라크는 직무 수행으로 무척 힘들던 시기에 이 영화를 보고 기운을 얻었다면서 주네 감독과 오드리 토투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아멜리가 자신의 행복과 사랑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뱃놀이하는 사람들의 점심」(1881년)입니다.
듀파엘 이 여자가 이 남자를 사랑하나?
아멜리 네.
듀파엘 그럼 이제 좀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해야지.
아멜리 그래야죠. 지금 작전을 짜는 중이에요.
듀파엘 이 아가씨는 작전을 꽤 좋아하는군.
아멜리 네.
듀파엘 그건 용기가 없기 때문이야. 그래서 내가 이 여자의 표정을 못 잡는 거라고.
“그림은 아름다워야 한다.” 르누아르의 예술관입니다. 그의 그림에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즐기는 듯 행복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부르주아적 삶에 대한 동경이 강하게 드러나죠. 실제로 르누아르는 서른 중반 즈음부터 화가로 성공하면서 이후로는 부유한 중산층의 삶을 누렸으므로 사람들은 르누아르가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아서 그림도 그의 삶을 닮았으리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이전에 그는 아주 오랫동안 가난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학교도 그만둬야 했고, 학교 대신 기술훈련소에 들어가 도자기에 그림 그리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림에 재능이 뛰어나서 가르치겠다는 사람도 많았고, 스무 살 때는 국립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에도 입학하지만 르누아르가 살롱에 작품을 출품해서 통과하고 자신의 스튜디오를 가지기까지, 즉 화가로서 먹고살 만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의 기질이 낙천적이어서 예쁜 그림을 그렸다고 말하는 책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현실의 남루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뱃놀이하는 사람들의 점심」의 왼쪽 맨 앞에 강아지와 놀고 있는 여성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름은 알린 샤리고, 직업은 양재사였습니다. 당시 나이는 스무 살 정도였고, 르누아르는 마흔이 다됐을 즈음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1880년에 만났고 이 그림은 1881년에 그렸습니다. 이즈음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했고 5년 뒤 첫아들 피에르가 태어났으며 10년 뒤 정식으로 결혼했습니다. 비로소 르누아르에게 행복한 삶이 찾아온 것이죠. 알린 샤리고를 만나기 전의 그림은 태인의 행복을 그린 것이라면 그녀를 만난 뒤의 그림은 르누아르 자신의 행복을 그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평생 서로에게 충실했습니다. 르누아르의 둘째 아들이 프랑스가 자랑하는 장 르누아르(1894~1979년) 영화감독입니다. 그가 아주 재미있는 말을 남겼어요. “예술은 오줌을 누는 것과 같다.” 꽉 차면 표현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움을 아버지에게 배웠다고 했습니다. 르누아르에게 적용해보자면, 사랑이 가득 차서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표현된 것이겠죠. 사랑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듯이요.
르누아르가 “그림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했을 때 앞에 말이 더 있습니다. “그림이 더하지 않아도 현실에는 유쾌하지 않은 것이 너무 많아 밝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그림만 그린다.” 많은 사람이 르누아르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그림이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아멜리에」처럼요.
▣ 작가 소개
저자 : 이혜정
수평계 없이 액자를 달고, 자 없이 좌우 여백을 맞추는 눈을 가졌다. 미술이 주는 충만함의 자유를 맛본 후, 그리고 이미지의 진실성과 조우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마주한 예술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팟캐스트 「명화남녀」를 만들어 현재까지 수많은 골수 청취자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오랫동안 예술을 좇다 보니 길어진 가방끈과 다년간 강연자로 활동해온 경험을 살린 섬세하고 편안한 해설로,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을 깊이 있는 이해로 바꾸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공부했다. 《명화남녀》(공저)를 지었다.
저자 : 한기일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를 따라 우연히 극장에 갔다가 ‘지상 최고의 쇼’ 영화를 만났다.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이미지와 이야기의 매력에 반해버렸고, 취미를 숙제로 만드는 나쁜 버릇 때문에 숙제하듯 영화를 보고 관련 정보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영화 제목만 들으면 ‘네이버’에 견줄 만한 영화 정보를 풀어놓아 ‘기이버’라는 별명을 얻었다. 고등학생 때 PC통신에 ‘박스오피스Box Office’ 칼럼을 연재해 인기를 누린 것을 시작으로 여러 영화 관련 매체에 글을 써왔다. 서울예술대학 영화과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CGV에서 주최한 2016년 전국영화퀴즈대회에서 우승했다. 현재 팟캐스트 「명화남녀」를 공동으로 제작·진행하며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팟캐스트에 출연·감수하고 영화 시나리오 자문 및 영화 해설, 강좌 등을 하고 있다. 성수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레 필로소피’를 운영한다. 《명화남녀》(공저)를 지었다.
▣ 주요 목차
오프닝│Art is all around
1관│환상 속의 그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구스타프 클림트
2관│가슴에 구멍이 뚫린다는 것 가장 따뜻한 색, 블루×파블로 피카소
3관│한 사람을 위한 마음 아멜리에×오귀스트 르누아르
4관│지옥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히에로니무스 보스
5관│시간이 지나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티파니에서 아침을×현대미술로서의 패션
6관│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메트로폴리탄 미술관
7관│존재 이유 007 스카이폴×윌리엄 터너
8관│너의 복수, 나의 구원 올드보이×제임스 앙소르
9관│이 죽일 놈의 사랑 이터널 선샤인×초현실주의
10관│상상하라, 조금도 두렵지 않은 것처럼 레드 드래곤×윌리엄 블레이크
클로징│어쩌다 마주친 사랑
01. 반품기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02. 반품 배송비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03. 배송상태에 따른 환불안내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