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나에게 이상하게 보인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본 그 이상한 모습들을 원고지에 담는다.”
―최정화, 첫 소설집 ‘작가의 말’ 중에서
최정화. 그녀에 대해 선배작가들은 말한다. “온전해 보이는 세계 안에 스며 있는 불안의 기미를 내성적인 사람들의 민감한 시선으로 포착해낸다”(정이현, 소설가). “곧 시작될 어떤 사건에 대한 불길한 예감에 이가 저절로 악물린다”(권여선, 소설가). 위와 같은 평가는 이제 막 첫 소설집을 펴낸 최정화가 세상을 향해 날카롭게 벼린 시선으로 준비되어 있는 작가이며 자기만의 소설적 소재를 선택해내는 탁월한 감식안의 작가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최정화는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창비, 2016)을 펴낸 뒤 언론, 문학 독자들, 평단의 고요하고 잔잔한 수면에 파동을 일으켰고 ‘개인의 내면에 도사린 불안을 그리는 데에 탁월하다’라는 평가와 함께 단번에 주목을 받았다. 연이어 단편 「인터뷰」로 2016 제7회 젊은작가상을 수상,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작가 중에 한 명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불안’이라는 코드에서 선회하여 ‘사회적 관계에 내재한 불신’을 다루고 있는 첫 장편소설 『없는 사람』을 이제 막 선보이려 한다.
“의심받으러 들어가는 건데
당연히 의심받아야지 뭐,
그게 니 역할이다.”
당하지 않으려면 아무도 믿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정작 아무도 믿지 않아서 우리는 끝내 당하고 만다.
2012년 단편소설 「팜비치」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신예 작가 최정화의 첫 장편소설 『없는 사람』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없는 사람』은 ‘도트’라는 제목으로 잡지 『Axt』의 창간호부터 6호까지 연재된 작품으로, 반년 동안 수정·보완을 거쳐 ‘도트’에서 ‘없는 사람’으로 제목이 바뀌어 출간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조직을 와해시키려는 임무를 받고 투입된 밀정자(者)‘무오’, 그의 뒤에서 정신과 세계를 조종하는 ‘이부’를 중심에 놓고 세상의 힘의 균형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 또 믿음의 불확정성 속에서 진실은 어떻게 우리와 대면하는지에 대한 소설적 물음이다. 동시에 세상의 외진 한쪽에서 진실과 믿음에 대해 싸우는 노동자·약자들의 면밀한 삶을 통해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을 견주어 바라보고 있다. 또 그런 소시민들의 고통스러우며 진솔한 삶의 모습들이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이를 서스펜스화(化) 하여 무겁게 느껴질 법한 사회문제의 단면을 흥미진진하게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작품을 읽음으로 인해 우리는 그들만의 싸움이 아닌, 당신의 싸움으로. 종내는 나의 싸움으로까지 번져가 전이되는 진귀한 경험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일독을 권한다.
얼음장 같은 비정함과 뜨거운 결핍감이
섬세하게 대립하는 결정적 순간!
소설은 택배회사 상차작업을 하는 무오에게 얼마 전 새로 들어온 동료 이부가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부가 제안한 것은 두 사람이 한 조로 움직이는 일이라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일이었고, 그 일은 다름아닌 누군가를 미행하는 것이었다. 미행을 왜 하는지 타깃인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필요가 없는 그 일. 미행의 목표인 ‘도트’를 일거수일투족 면밀히 따라다니기만 한다는 그 일에 무오는 빠져들고 만다. 무오는 무리자동차 정리해고 농성장으로 투입된다.
모리자동차 시위현장에 참여하게 된 무오는 처음으로 자신이 미행해야 할 도트를 만나게 된다. 도트는 오랫동안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모리자동차 노조의 지도부로서 많은 노조원들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또 노조 측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리더이자 중심인물이었던 것. 무오는 그를 미행하면서 노동조합 조직의 와해를 돕는 역할을 부여받았음을 직감하게 된다. 반면 무오는 그 도트를 보는 순간 생겨서는 안 될 감정 하나가 슬며시 그에게 머문다. 무오는 그 도트가 멋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대중 앞 연단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노조원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선동하는 그를 보면서 무오는 감정적으로 혹은 처음으로 가져본 정치적 옳음으로 기울고 만다.
밀고자이자 첩자로 활동하기 위해 모리자동차 시위대에 참여하게 된 무오는 이부의 지령을 받아 정보를 전송하고 그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갖가지 굳은 일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면서 무오는 도트와 노동자들의 삶을 좀 더 면밀히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정체와 임무를 혼동하게 된다. 내적인 갈등이 깊어질 무렵, 그런 와중에 본인과 같은 일을 첩자 노릇을 하고 있는 도트의 동료였던 ‘긴팔’을 만나게 되고, 조직원이면서 조직을 배신하는 긴팔이란 자를 보면서 무오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소설은 조직을 와해시키고자 하는 음모세력과 척박한 모리자동자 노조를 대비시키면서 갈등은 증폭되고 그 중심에 무오가 큰 역할을 부여받게 되는데……
이 소설은 실제 2009년에 벌어졌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파업을 배경의 모티브로 가져왔다. 물도, 전기도, 음식도 없이 77일 동안 감금당한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공장에 갇혀 지낸 악몽 같은 삶의 기록. 그런 힘없는 자들의 삶을 깡그리 무너뜨리기 위해 그 안에 위장 고용된 밀고자들의 세계가 그려진다. 이미 체념 속에 스며들어 묻혀버린 이 작고 힘없는 자들의 세상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세상과 전혀 다른 공간이었음을 이 소설을 통해 재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망각하고, 잊혔던 그곳에서의 사건들로 인해 다시 선과 악, 정의와 부정, 옳고 그름의 싸움을 목격하게 된다. 그들만의 싸움이 현재로 복원되어 우리의 싸움으로 이야기되고, 전이되고 확대되는 순간, 과거는 거짓을 토해내고 진실 앞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작가의 말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일터에서, 광장에서, 또 보이지 않는 어느 외진 곳에서 세상과 싸우고 있는 많은 분들께 이 글이 누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다. 조금 욕심을 부려본다면 농성장을 배경으로 쓰인 소설의 출간이 그들에게 아주 잠깐이라도 힘이 되는 소식이기를 바라본다. 이 책이 세상의 많은 ‘무오’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해준다면 더없이 좋겠다.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은, 그러나 이야기가 되지 못한 거리의 수많은 말들보다 한 권의 책으로 묶인 이야기가 과연 더 가치로운가를 의심하면서, 어줍잖은 글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너무 긴 시간 동안 발언권을 얻은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면서.
2016년 초겨울
최정화
추천의 말
개인의 내면에 도사린 불안을 그리는 데 탁월했던 최정화가 이제 사회적 관계에 내재한 불신을 다루는 자리로 옮아갔다. 이것은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불안의 심연에는 언제나 불신이 뿌리내리고 있으니, 불안의 연금술은 불신의 지옥도로 확장된다. 지옥도의 중심에 돈을 매개로 한 ‘이부’와 ‘무오’의 의사부자 관계가 있다. 아들은 아비의 말로 세상을 읽으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비스듬히 어긋나 있다. 아비의 얼굴을 한 사내의 얼음장 같은 비정함과 낯선 ‘도트’의 세계에 공감하는 아들의 뜨거운 결핍감이 마치 한 사람의 내면에서인 듯 섬세하게 대립하고 뒤섞인다. 선의가 합작하여 희생양을 내려찍는 ‘에필로그’의 역설 앞에서 마침내 우리는 길을 잃는다. 당하지 않으려면 아무도 믿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정작 아무도 믿지 않아서 우리는 끝내 당하고 만다. 여기서 우리는 무오와 함께 오래 멈추어 있어야 할 것이다.
_권여선(소설가)
▣ 작가 소개
저 : 최정화
1979년 인천 출생. 2012년 창비신인소설상에 단편소설 「팜비치」가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이 있다. 2016 제7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 주요 목차
1 · 여섯 번째 죽음입니다 __7
2 · 인간이랑 동물의 차이가 뭐냐 __20
3 · 진짜 공장의 주인은 __42
4 · 백만원짜리 잠바 __67
5 · 단도 __81
6 · 검은 눈두덩이 __99
7 · 실수입니다 __116
8 · 노진으로 돌아가다 __126
9 · 동상이몽 __144
10 · 술을 안 마시면 잠이 안 온다 _152
11 ·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입니까 __168
12 · 돈 벌고 있다 __186
13 · 세 시 __200
에필로그 __216
작가의 말 __234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나에게 이상하게 보인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본 그 이상한 모습들을 원고지에 담는다.”
―최정화, 첫 소설집 ‘작가의 말’ 중에서
최정화. 그녀에 대해 선배작가들은 말한다. “온전해 보이는 세계 안에 스며 있는 불안의 기미를 내성적인 사람들의 민감한 시선으로 포착해낸다”(정이현, 소설가). “곧 시작될 어떤 사건에 대한 불길한 예감에 이가 저절로 악물린다”(권여선, 소설가). 위와 같은 평가는 이제 막 첫 소설집을 펴낸 최정화가 세상을 향해 날카롭게 벼린 시선으로 준비되어 있는 작가이며 자기만의 소설적 소재를 선택해내는 탁월한 감식안의 작가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최정화는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창비, 2016)을 펴낸 뒤 언론, 문학 독자들, 평단의 고요하고 잔잔한 수면에 파동을 일으켰고 ‘개인의 내면에 도사린 불안을 그리는 데에 탁월하다’라는 평가와 함께 단번에 주목을 받았다. 연이어 단편 「인터뷰」로 2016 제7회 젊은작가상을 수상,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작가 중에 한 명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불안’이라는 코드에서 선회하여 ‘사회적 관계에 내재한 불신’을 다루고 있는 첫 장편소설 『없는 사람』을 이제 막 선보이려 한다.
“의심받으러 들어가는 건데
당연히 의심받아야지 뭐,
그게 니 역할이다.”
당하지 않으려면 아무도 믿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정작 아무도 믿지 않아서 우리는 끝내 당하고 만다.
2012년 단편소설 「팜비치」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신예 작가 최정화의 첫 장편소설 『없는 사람』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없는 사람』은 ‘도트’라는 제목으로 잡지 『Axt』의 창간호부터 6호까지 연재된 작품으로, 반년 동안 수정·보완을 거쳐 ‘도트’에서 ‘없는 사람’으로 제목이 바뀌어 출간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조직을 와해시키려는 임무를 받고 투입된 밀정자(者)‘무오’, 그의 뒤에서 정신과 세계를 조종하는 ‘이부’를 중심에 놓고 세상의 힘의 균형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 또 믿음의 불확정성 속에서 진실은 어떻게 우리와 대면하는지에 대한 소설적 물음이다. 동시에 세상의 외진 한쪽에서 진실과 믿음에 대해 싸우는 노동자·약자들의 면밀한 삶을 통해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을 견주어 바라보고 있다. 또 그런 소시민들의 고통스러우며 진솔한 삶의 모습들이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이를 서스펜스화(化) 하여 무겁게 느껴질 법한 사회문제의 단면을 흥미진진하게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작품을 읽음으로 인해 우리는 그들만의 싸움이 아닌, 당신의 싸움으로. 종내는 나의 싸움으로까지 번져가 전이되는 진귀한 경험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일독을 권한다.
얼음장 같은 비정함과 뜨거운 결핍감이
섬세하게 대립하는 결정적 순간!
소설은 택배회사 상차작업을 하는 무오에게 얼마 전 새로 들어온 동료 이부가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부가 제안한 것은 두 사람이 한 조로 움직이는 일이라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일이었고, 그 일은 다름아닌 누군가를 미행하는 것이었다. 미행을 왜 하는지 타깃인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필요가 없는 그 일. 미행의 목표인 ‘도트’를 일거수일투족 면밀히 따라다니기만 한다는 그 일에 무오는 빠져들고 만다. 무오는 무리자동차 정리해고 농성장으로 투입된다.
모리자동차 시위현장에 참여하게 된 무오는 처음으로 자신이 미행해야 할 도트를 만나게 된다. 도트는 오랫동안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모리자동차 노조의 지도부로서 많은 노조원들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또 노조 측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리더이자 중심인물이었던 것. 무오는 그를 미행하면서 노동조합 조직의 와해를 돕는 역할을 부여받았음을 직감하게 된다. 반면 무오는 그 도트를 보는 순간 생겨서는 안 될 감정 하나가 슬며시 그에게 머문다. 무오는 그 도트가 멋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대중 앞 연단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노조원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선동하는 그를 보면서 무오는 감정적으로 혹은 처음으로 가져본 정치적 옳음으로 기울고 만다.
밀고자이자 첩자로 활동하기 위해 모리자동차 시위대에 참여하게 된 무오는 이부의 지령을 받아 정보를 전송하고 그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갖가지 굳은 일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면서 무오는 도트와 노동자들의 삶을 좀 더 면밀히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정체와 임무를 혼동하게 된다. 내적인 갈등이 깊어질 무렵, 그런 와중에 본인과 같은 일을 첩자 노릇을 하고 있는 도트의 동료였던 ‘긴팔’을 만나게 되고, 조직원이면서 조직을 배신하는 긴팔이란 자를 보면서 무오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소설은 조직을 와해시키고자 하는 음모세력과 척박한 모리자동자 노조를 대비시키면서 갈등은 증폭되고 그 중심에 무오가 큰 역할을 부여받게 되는데……
이 소설은 실제 2009년에 벌어졌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파업을 배경의 모티브로 가져왔다. 물도, 전기도, 음식도 없이 77일 동안 감금당한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공장에 갇혀 지낸 악몽 같은 삶의 기록. 그런 힘없는 자들의 삶을 깡그리 무너뜨리기 위해 그 안에 위장 고용된 밀고자들의 세계가 그려진다. 이미 체념 속에 스며들어 묻혀버린 이 작고 힘없는 자들의 세상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세상과 전혀 다른 공간이었음을 이 소설을 통해 재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망각하고, 잊혔던 그곳에서의 사건들로 인해 다시 선과 악, 정의와 부정, 옳고 그름의 싸움을 목격하게 된다. 그들만의 싸움이 현재로 복원되어 우리의 싸움으로 이야기되고, 전이되고 확대되는 순간, 과거는 거짓을 토해내고 진실 앞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작가의 말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일터에서, 광장에서, 또 보이지 않는 어느 외진 곳에서 세상과 싸우고 있는 많은 분들께 이 글이 누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다. 조금 욕심을 부려본다면 농성장을 배경으로 쓰인 소설의 출간이 그들에게 아주 잠깐이라도 힘이 되는 소식이기를 바라본다. 이 책이 세상의 많은 ‘무오’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해준다면 더없이 좋겠다.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은, 그러나 이야기가 되지 못한 거리의 수많은 말들보다 한 권의 책으로 묶인 이야기가 과연 더 가치로운가를 의심하면서, 어줍잖은 글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너무 긴 시간 동안 발언권을 얻은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면서.
2016년 초겨울
최정화
추천의 말
개인의 내면에 도사린 불안을 그리는 데 탁월했던 최정화가 이제 사회적 관계에 내재한 불신을 다루는 자리로 옮아갔다. 이것은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불안의 심연에는 언제나 불신이 뿌리내리고 있으니, 불안의 연금술은 불신의 지옥도로 확장된다. 지옥도의 중심에 돈을 매개로 한 ‘이부’와 ‘무오’의 의사부자 관계가 있다. 아들은 아비의 말로 세상을 읽으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비스듬히 어긋나 있다. 아비의 얼굴을 한 사내의 얼음장 같은 비정함과 낯선 ‘도트’의 세계에 공감하는 아들의 뜨거운 결핍감이 마치 한 사람의 내면에서인 듯 섬세하게 대립하고 뒤섞인다. 선의가 합작하여 희생양을 내려찍는 ‘에필로그’의 역설 앞에서 마침내 우리는 길을 잃는다. 당하지 않으려면 아무도 믿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정작 아무도 믿지 않아서 우리는 끝내 당하고 만다. 여기서 우리는 무오와 함께 오래 멈추어 있어야 할 것이다.
_권여선(소설가)
▣ 작가 소개
저 : 최정화
1979년 인천 출생. 2012년 창비신인소설상에 단편소설 「팜비치」가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이 있다. 2016 제7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 주요 목차
1 · 여섯 번째 죽음입니다 __7
2 · 인간이랑 동물의 차이가 뭐냐 __20
3 · 진짜 공장의 주인은 __42
4 · 백만원짜리 잠바 __67
5 · 단도 __81
6 · 검은 눈두덩이 __99
7 · 실수입니다 __116
8 · 노진으로 돌아가다 __126
9 · 동상이몽 __144
10 · 술을 안 마시면 잠이 안 온다 _152
11 ·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입니까 __168
12 · 돈 벌고 있다 __186
13 · 세 시 __200
에필로그 __216
작가의 말 __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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