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라와 조선 -이상국가 주나라를 꿈꾼 조선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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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장인용
출판사항창해, 발행일:2016/11/30
형태사항p.291p. A5판:21CM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9190014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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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주나라와 조선이 처한 시대적 상황에서 태어난 제도들

작은 인구로 많은 인구를 다스려야 했던 주나라는 은상이 멸망하고 주나라가 흥기한 것에 대해 천명이라고 내세웠다. 그리고 전국토를 대상으로 봉건(封建)을 실행해, 왕실 인척들이 각 지역을 장악하도록 한다. 아울러 대종(大宗)과 소종(小宗)으로 나누는 종법을 내세움으로써 각 제후들은 모두 종가 중의 종가, 즉 주왕실을 받들도록 하였다. 이렇게 하면 왕실과 제후국은 그저 종법을 지키기만 해도 왕가를 호위하는 셈이 된다. 그리고 이를 예악 제도로 정착시켜 모든 주나라 사람을 이성적으로 규율하도록 위치 지었다. 아울러 정전법을 모티프로 삼은 토지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용함으로써 백성들의 신임을 얻었다. 이것이 종법과 봉건과 예악을 한 묶음으로 진행한 주나라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런 조치를 주도적으로 행한 인물이 바로 주 무왕의 동생 주공이었다. 그는 왕이 될 만한 실권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소종으로서 대종을 모시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종실제도의 완성을 꾀한다. 유가를 창립한 공자는 이런 주나라와 주공을 이상적 모델로 삼았다. 이후 유학자들은 주나라와 주공 받들기에 신명을 바쳤고, 마침내 14세기 말 조선에서 이런 유가의 가르침으로 혁명을 실천한다. 그것이 곧 조선의 건국이다.

조선은 천명사상을 내세워 고려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으며, 토지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했다. 이후 세종이 예악을 마련하고, 세조와 성종 대에 이를 제도로 정착시켰다. 그러나 소국이 대국을 통할해야 했던 주나라와 달리, 조선은 봉건과 종법을 시행할 상황이 아니었다. 조선의 경우 이민족도 없었고 중앙집권적인 국가 시스템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법과 봉건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하여 조선 초기에 토지개혁과 예악제도를 마련하고 종법제도 등을 한정적으로 도입해 사회적 안정을 꾀함으로써, 조선 500년의 기틀을 조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종법이란 사슬에 묶여 버린 조선

11∼12세기 동안 중앙집권 국가인 송나라에서 사대부들은 종법 및 봉건 문제와 관련해, 집안에 가묘를 세우고 왕가에 대한 충성을 가문에 대한 충성으로 변환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것이 집안에 사당이 들어서게 된 근원적인 이유이다. 아울러 지난날 부모에게만 제사를 지낼 수 있었던 사대부의 예를 ‘4대봉사’(4대조까지 모시는 제사)로 확대하여 권위를 높이려 들었다. 이런 사항들은 주희의 제자들이 펴낸 『주자가례』에 담겨 있는데, 조선의 사대부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도입했다.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의 양난 속에서 사대부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종법’과 ‘예학’을 철저히 내세워 사회적 신분질서를 공고히 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는 사대부 가문에서 혈연과 가문을 묶는 고리로써 힘을 발휘하게 되었고, 많은 부작용을 수반했다. 17세기 후반부터 종갓집에는 가묘가 세워졌고, 제사의 권한은 문중의 대를 이은 대종에게만 주어졌다. 자연히 장자상속제가 도입됐고, 서자와 여자들은 지독한 차별을 받게 되었다. 아울러 왕가에 대한 의무는 뒤로 밀리고 가문에 대한 의무만이 강조되면서, 이제 벼슬살이는 가문을 떠받치는 사적 이익을 위해 기능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족보가 발달했으며, 사회가 건강성을 잃고 집안의 내력만 따지고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흐름이 혈연·지연·학연 따위가 횡행하는 퇴행사회를 불러왔고, 결국 ‘종법이 조선의 멸망에 일정하게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제도들에 대해, 마치 수천 년간 이어져온 우리 고유의 전통이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결코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고려 때만 하더라도 조선에 비해 여권이 잘 보장되고 있었음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조선의 퇴행적 유산 중 많은 것들이 기껏해야 수백 년 정도의 연한밖에 되지 않음을 우리는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주나라의 흔적

경복궁의 좌우로 종묘와 사직이 자리하고 있다. 흔히 우리는 이를 왕실 조상을 모시는 종묘와 토지신과 곡식신을 모시는 사직단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수적으로 밀리는 주나라가 다수의 은상 유민을 다스리기 위해, 낙읍에 주나라 조상의 묘당과 은상의 묘당을 함께 설치한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주공이 분봉 받은 노나라에서는 굳이 은상의 조상을 받들 일이 없었으므로 묘당이 하나였다는 것이다. 이는 춘추전국시대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러했다는 것이 이 책의 지적이다. 조선 왕조에서 그러한 주나라의 법식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우리 역시 두 개의 묘당을 설치하게 되었다.

그 밖에 종가 및 제사, 호주상속제, 성씨제도, 족보, 과부재가금지법이나 열녀문, 서얼의 차별 등과 관련된 문화 흔적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찾아볼 수 있는 현재진행형의 사안들이다. 종법을 도입하여 남자·장남 중심의 사회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를 호주제도 및 성씨제도로 정착시키는 한편 족보를 통해 공고화하고, 당연히 여자들의 삶을 집안의 가사노동에 한정시키고 청상수절을 강요하며, 서얼들을 차별함으로써 소수 기득권자들의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 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모두가 양반이 되기 위해 전력질주한 것이 조선 사회였다고 총평할 수 있겠다. 조선 초기에 10퍼센트 미만이었던 양반의 숫자는 조선 후기 70퍼센트까지 치솟았다. 노비를 제외한 극소수의 양민이 군역을 담당했으므로, 이미 나라를 지킬 사람은 조선조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상국가 주나라의 제도 도입은 조선 초기에만 해도 일정한 정도의 개혁적 기능을 수행해 조선 왕조의 기틀을 세우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했으나, 중후기를 지나면서는 시대를 억누르는 퇴행적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이 책의 진단이다. 저자는 시대적·역사적 전환기의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주나라를 이상적인 모델로 삼은 조선조의 역사를 훑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그런 면에서 주나라는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할 역사임에 분명하다.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6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 작가 소개

저 : 장인용

장인용은 1957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1983년 성균관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대학 역사연구소에서 중국미술사를 공부했다. 귀국 후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잡지와 단행본을 만들면서 출판에 눈떠, 출판사 뿌리깊은나무에서 일하다가 1995년에는 지호 출판사를 세워 여러 인문교양서와 과학교양서를 출간했다. 이제는 책을 읽고 만드는 것을 천직으로 안다. ‘팬더곰’은 넉넉한 몸매와 짙은 다크서클을 고려해 스스로 붙인 별명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 대표간사, 사단법인 한국출판인회의 독서진흥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06년에는 ‘올해의 출판인상’을 수상했다.지은 책으로 음식에 관한 인문학적 이해를 담은 『식전, 팬더곰의 밥상견문록』이 있으며, 번역한 책으로 『원세개』, 『그림으로 읽는 중국신화』, 『중국미술사』가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주나라가 조선을 타고 우리에게 들어왔다

1. 우리 안의 주나라
*주나라가 멸망시킨 은상의 호칭과 연대 *주나라의 푸르고 투명한 하늘
*정도전, 이성계를 설득하다
2. 주나라의 탄생 그리고 천명사상
*주나라의 이주, 신의 한 수가 되다 *문왕이 기초를 닦은 주나라
*무왕이 중원을 장악하다 *묘당과 사직단에 숨은 사연
*약한 정복자의 묘수
3. 조선의 천명
*정도전의 조선 설계 모델은 주나라 *천명의 실현으로써의 개혁과 혁명
*역사의 수레바퀴에 뿌려진 피
4. 종법 탄생의 비밀
*봉건의 시작과 삼감의 난 *중원 통치의 두 가지 길
*종법, 제사의 법칙이 통치의 법칙으로 *봉건은 낡은 것이 아니다
*대종과 소종, 맏이에게 복종하라
5. 조선에 종법을 심어라
*조선 사대부들, 주희에 열광하다 *‘머리의 성리학’과 ‘몸의 습속’ 사이에서
*종법 정착의 난관들 *‘존존’은 사라지고 ‘친친’만 남다
*본말전도의 종법이 가져온 해악
6. 주나라의 예악은 무엇인가
*‘예’와 ‘악’이 근본이요 불가분인 이유 *‘예’와 ‘악’과 술
*예악의 만남이 가져온 변화들 *예악제도 부침의 역정
7. 조선의 예악을 만들자
*「용비어천가」와 예악 *‘신악’에 숨은 깊은 뜻
*‘주나라’라는 이상국가의 모티프는 중국 것이 아니다
8. 주나라는 은상보다 공평한 나라였다
*‘종법’의 공동체성과 ‘공평성’ *‘정전제’는 과연 실재했을까
*씨족국가, 성읍국가, 봉건국가 *낙읍 건설에 스며 있는 주나라의 이념
9. 백성을 위하는 것이 조선의 기반이다
*개국 핵심사업 세 가지 *과전법의 민본주의
*유학입국을 실현한 한양 건설 *태종의 최대 업적은 세종
*20년 넘는 시간을 들여 완성한 세제 ‘공법’
10. 조선은 과연 주나라라는 이상을 성취했는가
*천명과 예악의 조선, 종법의 사슬에 묶이다 *종법이 끼친 해악
*전환기의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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