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치유하는 소설들
2005년 단편 「에스코트」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던 최형아 작가가 첫 소설집 『퓨어 러브』를 출간했다.
표제작 「퓨어 러브」는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 되어 있는 ‘장애인의 성(性)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문제작이다. 인간의 감옥, 애욕을 전신마비 장애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야기로 소설 속의 ‘나’는 소위 ‘(섹스를) 한 번도 못해본 남자’이다.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하루 종일 누워 지내는 처지에, 친구라고는 근처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K뿐이다. 주인공은 사랑을, 섹스를 갈망한다. 그 염원을 담은 단편영화에도 출현했다. 어느 날 그에게 딱 하루, 한 번 섹스를 제공해주겠다는 여자가 나타난다.
이순원 소설가는 “이 소설 속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우리는 그것이 한 개인의 불행과 불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문제라는 것을 조금은 비감스러운 기분으로 깨닫게 된다”고 말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짐짓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외면하고 덮고 있던 어느 개인의 문제들이 곧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읽는 이 마음을 적시듯 확장하여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퓨어 러브」에 의미를 부여했다.
소설집 『퓨어 러브』속의 인물들은 ‘아포리아’ 상태에 처해 있다. 통로가 없음, 막힌 길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포리아(apori?)는 배가 좌초되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를 이른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말하지 못함’으로 고통을 받는다. 「퓨어 러브」의 남자는 자신의 영혼이 몸에 갇혔다고 생각한다. 사춘기 시절부터 몸의 불구보다 그를 괴롭게 했던 건 “친구들이 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숨은 그림」에서 실종된 아이는 자폐아로 “댈 수 없는 건 자기 이름뿐이 아니었다. 자기가 사는 곳, 자기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 모든 것을 그 아이는 댈 수 없을 것이다.” 자신에게 속하는 것, 자신을 정의내릴 모든 말을 빼앗긴 아이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바라」의 ‘나’는 “누구에게나” 열린 광장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하지만 공권력에 의해 저지당한다. 「말하지 않은 말」에서 내부자 고발을 했던 남자는 남들은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산책로를 헤매고,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한 고모는 정신병원에 갇힌다. 화자인 여자는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뺨을 맞고 말을 빼앗긴 채 보내지 못할 편지만 혼잣말처럼 계속 써나간다. 「꿈길」에서 소녀는 목소리 대신 “아무도 없는 캄캄한 옥상을 서성거리는 조그만 발자국 소리. 어디선가 헛발을 딛고 떨어지고 있는 소녀의 팔랑거리는 치맛자락 소리”만 남기고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다.
그러나 최형아의 소설은 새로운 그들의 말을 찾는다. 허울 좋은 말과 비명을 넘어서서 고통을 번역할 정확한 말을 부리려 애쓴다. 허울 좋은 말이나 어설픈 위로를 거부하고 침묵한다. 질문이 이어진다. 골똘한 침묵은 귀를 열어주고, 소리들을 선물한다. 침묵은 무성해진다. 메아리처럼 겹쳐지는 소리들은 공명(共鳴)한다. 타인의 소리를 들음으로써 말문을 열게 되는 것이다. 말을 찾는 과정은 삶을 찾는 과정과 겹쳐진다. 말문이 트이면, 삶도 새로운 길을 열어 보인다.
소설집 『퓨어 러브』의 7편의 소설들
「퓨어 러브」는 인간의 감옥, 애욕을 전신마비 장애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야기. 소설 속의 ‘나’는 소위 ‘한 번도 못해본 남자’다.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하루 종일 누워 지내는 처지에, 친구라고는 근처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K뿐이다. 나는 사랑을, 섹스를 갈망한다. 그 염원을 담은 영화에도 출현했다. 어느 날 그에게 딱 하루, 한 번 섹스를 제공해주겠다는 여자가 나타난다.
「바라」는 얼마 전까지 서울광장에 걸려 있던 시계의 이름이다. 조선시대 성문을 열고 통행금지가 해제되었음을 알리는 종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만 정작 나는 그곳 ‘광장’을 바라보며 자유를 잃어버린 듯한 깊은 절망에 빠진다. 홍대 인디밴드의 기타리스트인 나는 급기야 그곳에서 허락되지 않는 게릴라콘서트를 꿈꾸고 실행에 옮기게 된다.
「말하지 않은 말」은 고요한 침묵 속에 억압된 말들이 있음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그녀의 남편은 초고속 승진을 꿈꾸는 유능한 회사원이다. 어느 날, 그녀는 공항이 가까운 도시로 이사를 하게 된다. 해외파견근무를 떠나게 된 남편은 그녀에게 매일 편지를 써줄 것을 요구하고, 그녀는 새로운 곳에서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산책로를 배회하는 이상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뜻밖에도 남자의 횡설수설 속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말을 찾는다.
「에스코트」는 20년 전 해외로 입양되었던 한 여자가 어머니를 찾아 방문했던 한국을 떠나며 새로운 아기를 미국으로 데려다주어야 하는 ‘에스코트’의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다. 제각각 사연이 다른 에스코트들과 한 비행기에 동승하며 겪는 일과 대화들이 이어지고, 마침내 마주한 아기의 양부모로부터 여자는 따뜻한 위로를 얻는다.
「꿈길」의 공간은 허름한 동네의 옥상과 옥탑방이다. 주인공 그녀에게는 그곳을 날아다니며 한 남자와 사랑을 나누었던 꿈길의 추억이 있다. 젊은 시절, 가난해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그날들의 추억이 슬픈 이유는 한 소녀의 죽음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선생님이 된 그녀는 오늘 문득 그 소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아이는 그녀의 추억과 아픔을 떠올리게 하고 마침내 그녀의 꿈길 속에 머무르고 있던 그의 목소리마저도 호출해낸다.
「히스테라」는 결혼을 했지만 줄곧 ‘no kids’를 고집해온 유능한 속옷 디자이너인 내 앞에 ‘엄마의 임신’이라는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며 벌어지는 갈등을 다루고 있다. 성공을 위해 출산을 거부해온 나의 눈에 비친 엄마의 임신, 가족들과의 갈등, 그리고 생명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숨은 그림」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한 자폐아이의 실종과 그 아이의 존재를 삼켜버린 깊고 깊은 우물 같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약속이라도 한 듯 무관심한 사람들 속에서 아이를 찾기 위한 나의 노력은 매번 무위로 돌아간다. 설상가상 아이의 엄마는 고통 속에 정신을 놓아버리고, 세상으로부터는 끝내 아무런 응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아이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 작가 소개
저자 : 최형아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땐 시인이 꿈이었다가 커서는 교육학을 전공했고 그것이 생업이 되었다. 2005년 「에스코트」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주요 목차
퓨어 러브
바라
말하지 않은 말
에스코트
꿈길
히스테라
숨은 그림
● 작가의 말 | 낯선 방식으로 이해하게 하는 우리 이야기들
● 해설 | 골똘한 침묵, 공명(共鳴)하는 말들 - 김나정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치유하는 소설들
2005년 단편 「에스코트」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던 최형아 작가가 첫 소설집 『퓨어 러브』를 출간했다.
표제작 「퓨어 러브」는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 되어 있는 ‘장애인의 성(性)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문제작이다. 인간의 감옥, 애욕을 전신마비 장애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야기로 소설 속의 ‘나’는 소위 ‘(섹스를) 한 번도 못해본 남자’이다.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하루 종일 누워 지내는 처지에, 친구라고는 근처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K뿐이다. 주인공은 사랑을, 섹스를 갈망한다. 그 염원을 담은 단편영화에도 출현했다. 어느 날 그에게 딱 하루, 한 번 섹스를 제공해주겠다는 여자가 나타난다.
이순원 소설가는 “이 소설 속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우리는 그것이 한 개인의 불행과 불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문제라는 것을 조금은 비감스러운 기분으로 깨닫게 된다”고 말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짐짓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외면하고 덮고 있던 어느 개인의 문제들이 곧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읽는 이 마음을 적시듯 확장하여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퓨어 러브」에 의미를 부여했다.
소설집 『퓨어 러브』속의 인물들은 ‘아포리아’ 상태에 처해 있다. 통로가 없음, 막힌 길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포리아(apori?)는 배가 좌초되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를 이른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말하지 못함’으로 고통을 받는다. 「퓨어 러브」의 남자는 자신의 영혼이 몸에 갇혔다고 생각한다. 사춘기 시절부터 몸의 불구보다 그를 괴롭게 했던 건 “친구들이 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숨은 그림」에서 실종된 아이는 자폐아로 “댈 수 없는 건 자기 이름뿐이 아니었다. 자기가 사는 곳, 자기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 모든 것을 그 아이는 댈 수 없을 것이다.” 자신에게 속하는 것, 자신을 정의내릴 모든 말을 빼앗긴 아이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바라」의 ‘나’는 “누구에게나” 열린 광장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하지만 공권력에 의해 저지당한다. 「말하지 않은 말」에서 내부자 고발을 했던 남자는 남들은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산책로를 헤매고,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한 고모는 정신병원에 갇힌다. 화자인 여자는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뺨을 맞고 말을 빼앗긴 채 보내지 못할 편지만 혼잣말처럼 계속 써나간다. 「꿈길」에서 소녀는 목소리 대신 “아무도 없는 캄캄한 옥상을 서성거리는 조그만 발자국 소리. 어디선가 헛발을 딛고 떨어지고 있는 소녀의 팔랑거리는 치맛자락 소리”만 남기고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다.
그러나 최형아의 소설은 새로운 그들의 말을 찾는다. 허울 좋은 말과 비명을 넘어서서 고통을 번역할 정확한 말을 부리려 애쓴다. 허울 좋은 말이나 어설픈 위로를 거부하고 침묵한다. 질문이 이어진다. 골똘한 침묵은 귀를 열어주고, 소리들을 선물한다. 침묵은 무성해진다. 메아리처럼 겹쳐지는 소리들은 공명(共鳴)한다. 타인의 소리를 들음으로써 말문을 열게 되는 것이다. 말을 찾는 과정은 삶을 찾는 과정과 겹쳐진다. 말문이 트이면, 삶도 새로운 길을 열어 보인다.
소설집 『퓨어 러브』의 7편의 소설들
「퓨어 러브」는 인간의 감옥, 애욕을 전신마비 장애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야기. 소설 속의 ‘나’는 소위 ‘한 번도 못해본 남자’다.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하루 종일 누워 지내는 처지에, 친구라고는 근처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K뿐이다. 나는 사랑을, 섹스를 갈망한다. 그 염원을 담은 영화에도 출현했다. 어느 날 그에게 딱 하루, 한 번 섹스를 제공해주겠다는 여자가 나타난다.
「바라」는 얼마 전까지 서울광장에 걸려 있던 시계의 이름이다. 조선시대 성문을 열고 통행금지가 해제되었음을 알리는 종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만 정작 나는 그곳 ‘광장’을 바라보며 자유를 잃어버린 듯한 깊은 절망에 빠진다. 홍대 인디밴드의 기타리스트인 나는 급기야 그곳에서 허락되지 않는 게릴라콘서트를 꿈꾸고 실행에 옮기게 된다.
「말하지 않은 말」은 고요한 침묵 속에 억압된 말들이 있음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그녀의 남편은 초고속 승진을 꿈꾸는 유능한 회사원이다. 어느 날, 그녀는 공항이 가까운 도시로 이사를 하게 된다. 해외파견근무를 떠나게 된 남편은 그녀에게 매일 편지를 써줄 것을 요구하고, 그녀는 새로운 곳에서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산책로를 배회하는 이상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뜻밖에도 남자의 횡설수설 속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말을 찾는다.
「에스코트」는 20년 전 해외로 입양되었던 한 여자가 어머니를 찾아 방문했던 한국을 떠나며 새로운 아기를 미국으로 데려다주어야 하는 ‘에스코트’의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다. 제각각 사연이 다른 에스코트들과 한 비행기에 동승하며 겪는 일과 대화들이 이어지고, 마침내 마주한 아기의 양부모로부터 여자는 따뜻한 위로를 얻는다.
「꿈길」의 공간은 허름한 동네의 옥상과 옥탑방이다. 주인공 그녀에게는 그곳을 날아다니며 한 남자와 사랑을 나누었던 꿈길의 추억이 있다. 젊은 시절, 가난해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그날들의 추억이 슬픈 이유는 한 소녀의 죽음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선생님이 된 그녀는 오늘 문득 그 소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아이는 그녀의 추억과 아픔을 떠올리게 하고 마침내 그녀의 꿈길 속에 머무르고 있던 그의 목소리마저도 호출해낸다.
「히스테라」는 결혼을 했지만 줄곧 ‘no kids’를 고집해온 유능한 속옷 디자이너인 내 앞에 ‘엄마의 임신’이라는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며 벌어지는 갈등을 다루고 있다. 성공을 위해 출산을 거부해온 나의 눈에 비친 엄마의 임신, 가족들과의 갈등, 그리고 생명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숨은 그림」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한 자폐아이의 실종과 그 아이의 존재를 삼켜버린 깊고 깊은 우물 같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약속이라도 한 듯 무관심한 사람들 속에서 아이를 찾기 위한 나의 노력은 매번 무위로 돌아간다. 설상가상 아이의 엄마는 고통 속에 정신을 놓아버리고, 세상으로부터는 끝내 아무런 응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아이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 작가 소개
저자 : 최형아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땐 시인이 꿈이었다가 커서는 교육학을 전공했고 그것이 생업이 되었다. 2005년 「에스코트」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주요 목차
퓨어 러브
바라
말하지 않은 말
에스코트
꿈길
히스테라
숨은 그림
● 작가의 말 | 낯선 방식으로 이해하게 하는 우리 이야기들
● 해설 | 골똘한 침묵, 공명(共鳴)하는 말들 - 김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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