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웃음, 번역, 용서, 표현 - 네 가지 주제로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을 파헤치다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에서 아이히만의 재판이 시작되기 전 그의 보고서를 읽으면서 보인 가장 첫 반응은 ‘웃음’이었다. 한나 아렌트에게서 이 웃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엇보다 즉흥적인 웃음은 세상의 제약과 단단히 묶인 사회적 관습에서 자유와 주권을 확보하는 데 가속도가 붙게 한다. 아렌트에게 웃음은 “암울한 시대의 경직된 사고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게 하고, 이것은 곧 해방과 자유의 영토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아렌트에게 아이러니가 섞인 유머란 실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되는 자신의 습관이나 편견과 거리를 두고자 선택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독일어를 모국어로 썼던 아렌트가 미국으로 망명한 후 영어로 집필했을 때 생각의 간극은 없었을까? 두 번째 장에서는 독일어와 영어, 두 언어로 집필했던 아렌트에게 ‘번역’이란 무엇이었을지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1958년에 출판된 아렌트의 대표작 『인간의 조건The HumanCondition』이 ‘비타 악티바Vita activa’라는 제목으로 1961년 독일어로 출간되는 데 3년이 걸렸다. 영어판을 다시 독일어판으로 출간하기 위해서 아렌트에게는 사유의 전환이 필요했다. 이 장에서 저자는 영어로 쓴 저작을 독일어로 번역하며 고통을 겪었던 아렌트의 인간적인 모습부터 두 언어의 차이에 담긴 아렌트의 문화적 배경 등을 다룬다.
유대인 말살 정책을 펼친 독일을 용서하기는 쉽지 않다. 세 번째 장에서는 아렌트가 정치이론에서 시도한 탈학습의 중심 개념 중 하나인 ‘용서’에 대해 논의한다. 1950년의 『사유의 일기』에는 용서라는 개념이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고 하는 기독교의 전통에 따라 구현됐다. 이후 아렌트는 용서의 개념에 대해 새롭게 깊이 탐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녀의 저서『사유의 일기』를 비롯해 『인간의 조건』영문판과 독일어판에 용서의 강조점이 다름을 발견할 수 있다. “용서는 죄악을 잊지 않되 저지른 죄악으로부터 미래에 끼치는 영향력을” 없애기 위함이라고 말한 것처럼 용서에 대한 새로운 개념에 아렌트의 정치적 성찰이 담겨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 장은 ‘표현’에 대해 다룬다. 세상을 무대로, 텍스트를 공간으로 상상함으로써 읽기는 그 자체로 행동의 리허설이 된다. 아렌트는 과장을 좋아했다. 이미 알려진 것을 뛰어넘는 언어의 과도함은 극적인 표현을 통해 익숙한 궤도를 따르는 사유방식을 새로운 모험 속에 빠뜨리도록 한다. 아렌트에게 생각하고 쓰는 일은 낯선 세계를 만나고 완전히 새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문학가나 예술가의 글을 읽고 인용하면서도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작가들과 함께 부조리한 오늘의 현실에 대해 논쟁하며, ‘진정한’ 그리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이렇듯 아렌트는 과거의 텍스트에서도 이질적인 ‘목소리들’과 만나 새로운 해석에 접근하는 ‘탈학습’을 시도한다.
새롭게 만나는 한나 아렌트
한 세기가 거의 지나가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나 아렌트. 지난 세기의 폭력과 권력은 꾸준한 비판 속에서도 여전히 답습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아렌트의 사상과 사유의 방식은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요청되고 있다. 저자는 아렌트의 독특한 사유방식에 접근하기 위해 그녀의 저작들과 편지, 강연에서 했던 말, 공개되지 않은 기록 등을 총망라하여 살펴보았다. 사상가로서 아렌트뿐만 아니라 유대인으로서 미국에 망명해서 살아야 했던 개인의 삶도 엿볼 수 있다. 기존에 만났던 아렌트와는 다른 충격과 신선함을 안겨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마리 루이제 크노트
프리랜서 기자, 번역가, 작가로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을 해왔으며, 독일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를 설립하고 편집장을 역임했다. 예술과 문학에 대해서 수많은 글을 출판하였고, 가장 최근에는 한나 아렌트에 관해서 Von den Dichtern erwarten wir Wahrheit(한나 아렌트?시인에게 진실을 갈구하다)와 Hannah Arendt/Gershom Scholem, Der Briefwechsel, 1939-1964(한나 아렌트와 게르숌 숄렘, 서신교환, 1939-1964)을 출판하였다.
역자 : 배기정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에서 바이마르 공화국시대 문인들의 중국문화 수용과 문학적 변용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독일학술교류처(DAAD)가 선정한 중앙대학교 독일유럽연구센터(ZeDES)의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변화를 통한 접근』(공저), 『독일 신세대 문학』(공저)이 있고, 역서로 『망가진 시대-에리히 케스트너의 삶과 문학』이 있으며, 「패자의 표상에 새겨진 ‘선한 유럽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럽비전과 현재적 의미」, 「폭력의 시대에 저항하는 문학적 체념-알프레드 되블린의 망명소설 『바빌론왕의 유랑』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역자 : 김송인
독일 마르부르크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영화 관련 해외마케팅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 주요 목차
서문
웃음_ 급격한 기분전환
인간에 대한 확신 / 한나의 책 / 아이히만과 “당돌한 반어법” / 사유의 숨고르기 / 횡경막의 건강에 좋은 움직임 / 전례 없는 행동 / 웃음이 야기한 것들
번역_ “탁월한 우회로”
미국의 공론장에 들어서다 / 혼합의 축제 / 낯선 곳에서 온 소녀 / 거듭되는 탈바꿈 / “네가 우리에게 와줘서, 정말 다행이야”
용서_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을 설명하려는 필사적인 사투
한 개념이 정립되기까지 / 전후의 딜레마 / 빈 캔버스 / 1950-용서는 없다! / 1953-한때 공산주의자였으나 계속 그런 것은 아니다 / 1958-자유와 심경의 변화 / 1961-결속 / 베노 폰 비제 / 탈학습, 배운 것을 새롭게 재해석할 의무
표현_ 무대로서의 세상, 공간으로서의 텍스트
새로운 것을 말하기 / “인용은 만남이다” / 어긋남 / 페르소나레 / 거실 / 예행 연습
주
참고문헌
웃음, 번역, 용서, 표현 - 네 가지 주제로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을 파헤치다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에서 아이히만의 재판이 시작되기 전 그의 보고서를 읽으면서 보인 가장 첫 반응은 ‘웃음’이었다. 한나 아렌트에게서 이 웃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엇보다 즉흥적인 웃음은 세상의 제약과 단단히 묶인 사회적 관습에서 자유와 주권을 확보하는 데 가속도가 붙게 한다. 아렌트에게 웃음은 “암울한 시대의 경직된 사고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게 하고, 이것은 곧 해방과 자유의 영토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아렌트에게 아이러니가 섞인 유머란 실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되는 자신의 습관이나 편견과 거리를 두고자 선택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독일어를 모국어로 썼던 아렌트가 미국으로 망명한 후 영어로 집필했을 때 생각의 간극은 없었을까? 두 번째 장에서는 독일어와 영어, 두 언어로 집필했던 아렌트에게 ‘번역’이란 무엇이었을지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1958년에 출판된 아렌트의 대표작 『인간의 조건The HumanCondition』이 ‘비타 악티바Vita activa’라는 제목으로 1961년 독일어로 출간되는 데 3년이 걸렸다. 영어판을 다시 독일어판으로 출간하기 위해서 아렌트에게는 사유의 전환이 필요했다. 이 장에서 저자는 영어로 쓴 저작을 독일어로 번역하며 고통을 겪었던 아렌트의 인간적인 모습부터 두 언어의 차이에 담긴 아렌트의 문화적 배경 등을 다룬다.
유대인 말살 정책을 펼친 독일을 용서하기는 쉽지 않다. 세 번째 장에서는 아렌트가 정치이론에서 시도한 탈학습의 중심 개념 중 하나인 ‘용서’에 대해 논의한다. 1950년의 『사유의 일기』에는 용서라는 개념이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고 하는 기독교의 전통에 따라 구현됐다. 이후 아렌트는 용서의 개념에 대해 새롭게 깊이 탐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녀의 저서『사유의 일기』를 비롯해 『인간의 조건』영문판과 독일어판에 용서의 강조점이 다름을 발견할 수 있다. “용서는 죄악을 잊지 않되 저지른 죄악으로부터 미래에 끼치는 영향력을” 없애기 위함이라고 말한 것처럼 용서에 대한 새로운 개념에 아렌트의 정치적 성찰이 담겨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 장은 ‘표현’에 대해 다룬다. 세상을 무대로, 텍스트를 공간으로 상상함으로써 읽기는 그 자체로 행동의 리허설이 된다. 아렌트는 과장을 좋아했다. 이미 알려진 것을 뛰어넘는 언어의 과도함은 극적인 표현을 통해 익숙한 궤도를 따르는 사유방식을 새로운 모험 속에 빠뜨리도록 한다. 아렌트에게 생각하고 쓰는 일은 낯선 세계를 만나고 완전히 새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문학가나 예술가의 글을 읽고 인용하면서도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작가들과 함께 부조리한 오늘의 현실에 대해 논쟁하며, ‘진정한’ 그리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이렇듯 아렌트는 과거의 텍스트에서도 이질적인 ‘목소리들’과 만나 새로운 해석에 접근하는 ‘탈학습’을 시도한다.
새롭게 만나는 한나 아렌트
한 세기가 거의 지나가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나 아렌트. 지난 세기의 폭력과 권력은 꾸준한 비판 속에서도 여전히 답습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아렌트의 사상과 사유의 방식은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요청되고 있다. 저자는 아렌트의 독특한 사유방식에 접근하기 위해 그녀의 저작들과 편지, 강연에서 했던 말, 공개되지 않은 기록 등을 총망라하여 살펴보았다. 사상가로서 아렌트뿐만 아니라 유대인으로서 미국에 망명해서 살아야 했던 개인의 삶도 엿볼 수 있다. 기존에 만났던 아렌트와는 다른 충격과 신선함을 안겨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마리 루이제 크노트
프리랜서 기자, 번역가, 작가로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을 해왔으며, 독일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를 설립하고 편집장을 역임했다. 예술과 문학에 대해서 수많은 글을 출판하였고, 가장 최근에는 한나 아렌트에 관해서 Von den Dichtern erwarten wir Wahrheit(한나 아렌트?시인에게 진실을 갈구하다)와 Hannah Arendt/Gershom Scholem, Der Briefwechsel, 1939-1964(한나 아렌트와 게르숌 숄렘, 서신교환, 1939-1964)을 출판하였다.
역자 : 배기정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에서 바이마르 공화국시대 문인들의 중국문화 수용과 문학적 변용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독일학술교류처(DAAD)가 선정한 중앙대학교 독일유럽연구센터(ZeDES)의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변화를 통한 접근』(공저), 『독일 신세대 문학』(공저)이 있고, 역서로 『망가진 시대-에리히 케스트너의 삶과 문학』이 있으며, 「패자의 표상에 새겨진 ‘선한 유럽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럽비전과 현재적 의미」, 「폭력의 시대에 저항하는 문학적 체념-알프레드 되블린의 망명소설 『바빌론왕의 유랑』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역자 : 김송인
독일 마르부르크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영화 관련 해외마케팅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 주요 목차
서문
웃음_ 급격한 기분전환
인간에 대한 확신 / 한나의 책 / 아이히만과 “당돌한 반어법” / 사유의 숨고르기 / 횡경막의 건강에 좋은 움직임 / 전례 없는 행동 / 웃음이 야기한 것들
번역_ “탁월한 우회로”
미국의 공론장에 들어서다 / 혼합의 축제 / 낯선 곳에서 온 소녀 / 거듭되는 탈바꿈 / “네가 우리에게 와줘서, 정말 다행이야”
용서_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을 설명하려는 필사적인 사투
한 개념이 정립되기까지 / 전후의 딜레마 / 빈 캔버스 / 1950-용서는 없다! / 1953-한때 공산주의자였으나 계속 그런 것은 아니다 / 1958-자유와 심경의 변화 / 1961-결속 / 베노 폰 비제 / 탈학습, 배운 것을 새롭게 재해석할 의무
표현_ 무대로서의 세상, 공간으로서의 텍스트
새로운 것을 말하기 / “인용은 만남이다” / 어긋남 / 페르소나레 / 거실 / 예행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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