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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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박영희
출판사항북인, 발행일:2016/12/15
형태사항p.279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741309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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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학대받던 아이가 성장해 타인을 환대하며 치유하는 악몽과 상처의 소설들

2008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10년 가까이 묵묵히 작품을 써온 박영희의 작가의 첫 소설집 『고래의 맛』이 출간되었다. 『고래의 맛』은 안온한 가족시네마의 이면을 응시하는 소설 6편으로 구성되었다.

박영희의 소설에서 아버지는 부재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러나 다른 가족들의 존재는 초라하고 핍진하기만 하다. 아버지의 저녁식사에 수면제를 타는 아이(「고요한 밤 거룩한 밤」), 자궁을 적출하고 허기에 시달리는 중년 여인(「고래의 맛」), 직장을 그만두고 스페인 알함브라로 떠나고 나서야 지난 시간을 복기하는 여인(「붉은 성」), 자신이 돌보던 고양이를 차로 죽이게 된 여자(「저 푸른 뿔을 보라」). 이런 자들의 사연은 쓸쓸하기만 하다. 이 ‘가족시네마’에서 「내 얼굴에 깃든 잠자」의 ‘나’는 ‘구안와사’라는 안면신경마비에 시달리는 직장인이고, 「붉은 성」의 ‘나’는 오랜 직장 생활을 관두고 ‘대상포진’에 시달린다. 두 소설 속의 ‘나’는 「저 푸른 뿔을 보라」와 「고래의 맛」의 ‘나’와 비슷하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직장을 다닐수록 생의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다가 병에 걸린다는 인물은 박영희의 소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물해미안에 잠들다」의 여자가 낯선 타인에게 베푸는 아무런 조건 없는 환대는 아이뿐만 아니라 ‘나’도 조금씩 변화시킨다. 이런 박영희 소설의 서사를 지배하는 것은 주로 ‘나’의 고달픈 성장사와 일상이다. 박영희의 인물들은 자신이 ‘왜’ 이토록 아픈가를 토로(「내 얼굴에 깃든 잠자」)하거나 일상을 벗어나서 어딘가로 떠난다(「고래의 꿈」, 「붉은 성」). 문제는 그들의 움직임은 탈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지독하게 ‘가족’에 얽매여 있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들을 ‘가족시네마’로 지칭한 이유이기도 하다.

첫 소설집에서 작가들은 자신의 가장 절실한 기억과 경험이 집약한 인물들을 그린다. 아마도 「고래의 맛」과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작가의 현재와 과거에 대한 흐릿한 몽타주일 것이다. 박영희 소설의 인물들은 느리지만 자신을 옭아맸던 과거에서 벗어나는 양상을 보여준다. 「물미해안에서 잠들다」에서 여자가 아이에게 베푸는 따뜻한 환대는 과거의 자신에게 보내는 화해의 몸짓이고 타인이 아직 건네지 못한 말을 이해하려는 마음의 변형인 것이다.

소설의 수록된 순서대로 작품을 읽는다면 우리는 학대받던 아이가 고단한 삶과 맞서면서 자신과 비슷한 타인을 쉽게 발견하고 환대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어떤 냉소와 체념이 온다 하더라도 이 환대는 지속될 것이다. 아버지의 밥에 약을 타던 아이는 성장하여 비로소 ‘자기와 같은 타인’을 발견하기에 이르렀으니까. 악몽과 상처는 그렇게 치유된다.

소설집 『고래의 맛』의 6편의 소설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 나오는 소녀 민하는 시골에서 도시의 변두리로 이사한 뒤 날마다 벌어지는 아버지의 주정을 참지 못해 술을 끊는 푸른 가루약을 아버지의 밥에 섞는 아이이다. 같은 처지인 친구 성아와 엄마의 평온한 밤을 위해, 또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을 위해 망설임 없이 그녀들은 자신의 아버지들의 밥에 약을 섞는다.

「고래의 맛」에 아버지의 밥에 술을 끊게 하는 푸른 약을 섞은 소녀는 자라서 한 가정의 주부로, 아내로, 엄마로 성장한다. 하지만 그녀를 지배하고 있는 푸른 약에 대한 트라우마는 그녀로 하여금 자궁적출수술 이후 끝없는 방황으로 이어지게 한다. 자신의 아픔이 곧 아버지임을 인식하고 고통을 원천인 아버지와의 화해를 위해 고래축제장을 향한다.

「내 얼굴에 깃든 잠자」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거대한 벌레가 되어 있는 카프카의 소설 「변신」 속 ‘그레고리 잠자’처럼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인 그녀 역시 오른쪽 얼굴의 마비 증상을 겪는다. 여자에게 있어 일과 사랑, 그리고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억압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 거대한 얼굴 모형 조각상으로 들어가며 성장의 통과의식을 겪는다.

「붉은 성」은 중년 여성의 최대의 위기인 갱년기와 빈둥지증후군에 대한 이야기이다. 좋든 싫든 삶은 반복되고 그 속에서 전전긍긍하던 중년 여성인 나는 어느 날 참을 수 없는 삶의 갑갑함으로 단체여행을 신청하여 스페인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또 다른 아픔을 가진 가이드 김을 만나고 삶의 고통은 과거에서부터 미래까지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을 허물어지는 ‘붉은 성’에서 깨닫는다.

「저 푸른 뿔을 보라」는 부동산 중개인인 나는 집에 관한 사람들의 바람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집이, 집이 아닌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변질된 현실에서 방 한 칸의 행복을 위해 애썼던 아버지와 길고양이 가족과 늦은 밤 걸려오는 전화 속의 남자와 버려지는 신생아를 통해 보여준다.

「물미해안에 잠들다」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자 주인공과 아이는 있으나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게 된 한 남자가 남해의 물미해안 포구에서 만난다. 상처는 타인의 아픔을 보듬을 때 아물 수 있다는 것을 인간적인 이야기가 아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 작가 소개

저자 : 박영희
경주 출생. 2008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경남소설가협회 회원.

▣ 주요 목차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고래의 맛
내 얼굴에 깃든 잠자
붉은 성
저 푸른 뿔을 보라
물미해안에 잠들다

● 작가의 말 | 안녕, 세상을 향해 날아갈 풍선 같은 작품들
● 해설 | 낡은 가족시네마의 예정된 루트 / 이정현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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