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소련의 관점에서 냉전을 분석한
냉전사 서술의 이정표
서구의 눈으로 볼 때 소련이라는 나라는 제국주의적 팽창과 이데올로기 전파에 여념이 없는, 위협적이고 불가해한 국가였다. 독일과 베트남, 이집트와 쿠바 등지에서 소련은 미국과 충돌을 일삼았으며, 우리는 그것을 냉전으로 기억한다. 20세기 후반 세계사는 이 두 강대국의 소리 없는 전쟁으로 특징지어진다.
냉전은 1945년에서 1991년까지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 경제와 문화를 비롯해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 지정학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이러한 대립은 군사 문제와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상과 가치의 반목이기도 했다. 그동안 수많은 역사가들이 냉전의 원인과 전개, 결말을 연구해왔지만 모두 서구의 시각에서 진행된 것들일 뿐, 소련의 관점에서 냉전을 깊이 있게 분석한 역사가는 드물었다. 그러다 마침내 러시아와 동유럽의 문서고가 공개되자 이 책의 저자인 주보크는 소련의 관점에서 냉전을 이야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후 철의 장막이 드리워졌던 지역의 국내 정치와 사회적, 문화적 사건들을 다룬 자료들과 마주쳤을 때 저자는 그 풍부함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정치국의 심의들을 검토하고, 공산당 지도자들 사이에 오고 간 시간대별 전신문(電信文)을 읽으며, 위로부터의 자극이 관료들에게 어떻게 조금씩 침투해 들어가는지를 관찰했다. 심지어 공산당 기관원들의 개인 일기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일련의 비판적 구술사 프로젝트 덕분에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한데 모였고, 이들의 진술은 관료들의 문서 업무에서는 볼 수 없는 정서적 배경을 드러내주었다.
스탈린에서 고르바초프까지 소련을 이끌고 간
‘혁명-제국 패러다임’
주보크는 소련이 미국 및 미국의 동맹국들과 대결하게 된 원인을 탐구하고, 소련 지도자들의 사고방식과 소련의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혁명-제국 패러다임’을 내놓는다. 이 개념틀은 소련의 추동력이 전통적인 제국주의적 동기와 러시아 공산주의라고 하는, 메시아적 혁명 이데올로기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이중적인 개념이다. 즉 레닌과 볼셰비키는 러시아에서 권좌에 오른 첫 몇 달 이래로 자신들의 혁명적 야망과 국가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이것이 소련의 ‘혁명-제국 패러다임’의 기원이었다. 1920년대에 볼셰비키는 소련을 ‘세계혁명의 기지’로 보았고, 스탈린은 소련을 ‘사회주의 제국’으로 보기 시작했다. 스탈린의 세계관은 소련의 안보와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주보크는 이러한 ‘혁명-제국 패러다임’이 스탈린에서 고르바초프에 이르는 소련의 동기와 행동의 핵심이라고 본다.
“소련의 동기와 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나의 개념적 틀은 여전히 동일하다. 즉, 혁명-제국 패러다임이다. 안보와 권력은 스탈린과 그의 후임자들에게 기본적인 목표였다. 이 지도자들은 경쟁적 세계에서 소련의 국가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모든 가용한 권력 정치와 외교 방법을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스탈린과 그의 후계자들의 대외 정책 동기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했고 그들이 누구였는지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 소련 엘리트와 수많은 소련 시민뿐만 아니라 소련의 지도자들은 거대하고 비극적인 혁명의 유산자들이었고 메시아적 이데올로기에서 자극을 받았다. 소련 지도자, 엘리트, 인민들이 세계와 그들 자신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적어도 이해하려 하지 않고서는 냉전에서 소련의 동기를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문제에 접근하는 한 가지 방법은 소련 이데올로기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소련의 동기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은 소련의 경험,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의 충격을 살피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소련 지도자와 엘리트들을 형성시킨 문화적 요인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애를 검토하는 것이다.” (서문, 47쪽)
책의 구성과 내용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냉전기 여러 지도자들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고 의미심장한 사건들을 추적해나간다.
1장은 제2차 세계대전이 소련 정치 계층과 일반인들에 미친 엄청난 영향을 탐구하고 전시의 경험이 안보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우위와 외부 제국의 추구로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설명한다. 2장은 소련 제국을 건설하는 데 매우 성공적이었던 스탈린의 정책들이 어떻게 강대국들 사이의 취약한 전후 협력을 뒤흔들고 냉전 발발에 도움을 주었는지를 설명한다. 3장은 독일에서의 소련 정책 사례 연구를 이용해 크렘린의 지정학적 설계와 중부 유럽에서의 소련 제국의 현실 및 역동성 사이의 대립을 강조한다. 4장은 스탈린 사후 새 지도부의 이데올로기적, 지정학적 목표뿐만 아니라 소련의 국내 정치로부터 비롯된 소련 대외 정책의 변화를 분석한다. 5장은 흐루쇼프가 독특하게 기여한 바에 초점을 맞추면서, 열핵 혁명과 새로운 탄도미사일 기술이 소련의 국가 안보 사고에 미친 충격을 탐색한다.
6장은 가장 중요한 장으로서, 소련 엘리트들과 사회가 스탈린주의로부터 떨어져 나와 사회적, 문화적으로 변화를 겪는 문제를 다룬다. 이 장은 탈스탈린화 시기의 낭만주의와 낙관주의, 냉전 국내 전선에서의 첫 균열, 그리고 ‘60년대의 사람들’이라는 새로운 세대의 대두를 분석한다. 7장은 브레즈네프의 개인적 동기와 참여에 특별히 강조점을 두면서 소련의 데탕트 동기를 살펴본다. 8장은 데탕트 쇠퇴에 대한 소련의 인식과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게 된 경로를 묘사한다. 9장은 크렘린의 노장 세력으로부터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60년대 사람들’의 집단으로 권력 이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다룬다. 마지막 10장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브레즈네프 정권 시절과 그 후에 발생한 경제적 침체의 성격, 그리고 그 침체에 대처할 수 없는 정치 계층의 무능력이 소련의 전 지구적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고 궁극적으로 소련 붕괴의 주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준다.
책에서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장점
옮긴이가 주목하는 이 책의 두 가지 장점은, 막대하고 다양한 사료의 동원과 그 독특한 관점에 있다. 우선 저자는 1945년부터 1991년까지 전 시기를 대상으로 하는 러시아 통사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그 시기를 단순히 개괄하고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는데, 그것은 방대한 소련 측의 사료를 분석한 덕분이다. 저자는 러시아의 외무부 문서고나 대통령 문서고, 구공산당 문서고를 비롯한 모스크바 구소련의 중앙에 위치한 문서고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 구소련 소속 공화국들의 문서고도 참조한다. 나아가 독일, 이탈리아 문서고 등도 탐색의 대상이 되었으며, 국립 문서고, 우드로 윌슨 센터 같은 미국 내 학술기관의 자료들도 널리 인용했다. 또 정치국이나 간부회, 각료회의 의사록같이 이미 출간된 문서고 자료들도 참조하였으며, 고위 지도자와 보좌관의 일기나 회고록, 냉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기록도 활용하였다.
두 번째로 주목할 면은 소련 대외 정책을 하나의 이론적 틀로 일관되게 설명하려 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소련 지도자의 대외 정책은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제정 시대 이래로 러시아가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제국적 팽창주의 동기이며, 또 다른 하나는 공산주의의 혁명적 이상이다. 그는 이 이론적 틀을 ‘혁명-제국 패러다임’이라고 이름 붙였다. 저자에 따르면, 1945년 이후의 소련 지도부는 브레즈네프 시대까지 일관되게 혁명-제국 패러다임을 견지함으로써 초강대국 미국과 평화적인 해결에 근본적으로 도달할 수 없었고, 고르바초프가 이 패러다임을 거부하면서 비로소 두 강대국 간의 적대와 대립은 종언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블라디슬라프 M.주보크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국제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냉전 및 20세기 러시아 역사 전문가이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모스크바의 미국ㆍ캐나다학 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A Failed Empire: The Soviet Union in the Cold War from Stalin to Gorbachev(2007) 외에 Inside the Kremlin’s Cold War: From Stalin to Krushchev(1996), Zhivago’s Children: The Last Russian Intelligentsia(2009) 등이 있으며, Masterpieces of History: A Peaceful End of the Cold War in Europe, 1989(2010), Societ? totalitarie e transizione alla democrazia(2011) 등을 편집, 출간했다.
역자 : 김남섭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러시아 역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사는 스탈린 시대의 소련 역사이며, 최근에는 냉전 시대 소련 사회의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주요 저서로 『러시아의 민족 정책과 역사학』(공저), 『세계의 과거사 청산』(공저) 등이 있고, 『러시아사 강의』, 『소련 경제사』, 『속삭이는 사회』 등을 번역하였다. 스탈린 시대의 노동 수용소와 흐루쇼프 시대의 소련 사회 등 소련 역사의 다양한 주제에 관해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 주요 목차
6. 소련의 국내 전선: 최초의 균열 1953-1968
7. 브레즈네프와 데탕트로 가는 길 1965-1972
8. 데탕트의 쇠퇴와 소련의 과잉 확장 1973-1979
9. 구세력의 퇴장 1980-1987
10. 고르바초프와 소련 권력의 종언 1988-1991
에필로그
후주
참고문헌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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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관점에서 냉전을 분석한
냉전사 서술의 이정표
서구의 눈으로 볼 때 소련이라는 나라는 제국주의적 팽창과 이데올로기 전파에 여념이 없는, 위협적이고 불가해한 국가였다. 독일과 베트남, 이집트와 쿠바 등지에서 소련은 미국과 충돌을 일삼았으며, 우리는 그것을 냉전으로 기억한다. 20세기 후반 세계사는 이 두 강대국의 소리 없는 전쟁으로 특징지어진다.
냉전은 1945년에서 1991년까지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 경제와 문화를 비롯해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 지정학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이러한 대립은 군사 문제와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상과 가치의 반목이기도 했다. 그동안 수많은 역사가들이 냉전의 원인과 전개, 결말을 연구해왔지만 모두 서구의 시각에서 진행된 것들일 뿐, 소련의 관점에서 냉전을 깊이 있게 분석한 역사가는 드물었다. 그러다 마침내 러시아와 동유럽의 문서고가 공개되자 이 책의 저자인 주보크는 소련의 관점에서 냉전을 이야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후 철의 장막이 드리워졌던 지역의 국내 정치와 사회적, 문화적 사건들을 다룬 자료들과 마주쳤을 때 저자는 그 풍부함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정치국의 심의들을 검토하고, 공산당 지도자들 사이에 오고 간 시간대별 전신문(電信文)을 읽으며, 위로부터의 자극이 관료들에게 어떻게 조금씩 침투해 들어가는지를 관찰했다. 심지어 공산당 기관원들의 개인 일기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일련의 비판적 구술사 프로젝트 덕분에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한데 모였고, 이들의 진술은 관료들의 문서 업무에서는 볼 수 없는 정서적 배경을 드러내주었다.
스탈린에서 고르바초프까지 소련을 이끌고 간
‘혁명-제국 패러다임’
주보크는 소련이 미국 및 미국의 동맹국들과 대결하게 된 원인을 탐구하고, 소련 지도자들의 사고방식과 소련의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혁명-제국 패러다임’을 내놓는다. 이 개념틀은 소련의 추동력이 전통적인 제국주의적 동기와 러시아 공산주의라고 하는, 메시아적 혁명 이데올로기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이중적인 개념이다. 즉 레닌과 볼셰비키는 러시아에서 권좌에 오른 첫 몇 달 이래로 자신들의 혁명적 야망과 국가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이것이 소련의 ‘혁명-제국 패러다임’의 기원이었다. 1920년대에 볼셰비키는 소련을 ‘세계혁명의 기지’로 보았고, 스탈린은 소련을 ‘사회주의 제국’으로 보기 시작했다. 스탈린의 세계관은 소련의 안보와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주보크는 이러한 ‘혁명-제국 패러다임’이 스탈린에서 고르바초프에 이르는 소련의 동기와 행동의 핵심이라고 본다.
“소련의 동기와 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나의 개념적 틀은 여전히 동일하다. 즉, 혁명-제국 패러다임이다. 안보와 권력은 스탈린과 그의 후임자들에게 기본적인 목표였다. 이 지도자들은 경쟁적 세계에서 소련의 국가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모든 가용한 권력 정치와 외교 방법을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스탈린과 그의 후계자들의 대외 정책 동기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했고 그들이 누구였는지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 소련 엘리트와 수많은 소련 시민뿐만 아니라 소련의 지도자들은 거대하고 비극적인 혁명의 유산자들이었고 메시아적 이데올로기에서 자극을 받았다. 소련 지도자, 엘리트, 인민들이 세계와 그들 자신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적어도 이해하려 하지 않고서는 냉전에서 소련의 동기를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문제에 접근하는 한 가지 방법은 소련 이데올로기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소련의 동기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은 소련의 경험,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의 충격을 살피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소련 지도자와 엘리트들을 형성시킨 문화적 요인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애를 검토하는 것이다.” (서문, 47쪽)
책의 구성과 내용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냉전기 여러 지도자들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고 의미심장한 사건들을 추적해나간다.
1장은 제2차 세계대전이 소련 정치 계층과 일반인들에 미친 엄청난 영향을 탐구하고 전시의 경험이 안보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우위와 외부 제국의 추구로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설명한다. 2장은 소련 제국을 건설하는 데 매우 성공적이었던 스탈린의 정책들이 어떻게 강대국들 사이의 취약한 전후 협력을 뒤흔들고 냉전 발발에 도움을 주었는지를 설명한다. 3장은 독일에서의 소련 정책 사례 연구를 이용해 크렘린의 지정학적 설계와 중부 유럽에서의 소련 제국의 현실 및 역동성 사이의 대립을 강조한다. 4장은 스탈린 사후 새 지도부의 이데올로기적, 지정학적 목표뿐만 아니라 소련의 국내 정치로부터 비롯된 소련 대외 정책의 변화를 분석한다. 5장은 흐루쇼프가 독특하게 기여한 바에 초점을 맞추면서, 열핵 혁명과 새로운 탄도미사일 기술이 소련의 국가 안보 사고에 미친 충격을 탐색한다.
6장은 가장 중요한 장으로서, 소련 엘리트들과 사회가 스탈린주의로부터 떨어져 나와 사회적, 문화적으로 변화를 겪는 문제를 다룬다. 이 장은 탈스탈린화 시기의 낭만주의와 낙관주의, 냉전 국내 전선에서의 첫 균열, 그리고 ‘60년대의 사람들’이라는 새로운 세대의 대두를 분석한다. 7장은 브레즈네프의 개인적 동기와 참여에 특별히 강조점을 두면서 소련의 데탕트 동기를 살펴본다. 8장은 데탕트 쇠퇴에 대한 소련의 인식과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게 된 경로를 묘사한다. 9장은 크렘린의 노장 세력으로부터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60년대 사람들’의 집단으로 권력 이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다룬다. 마지막 10장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브레즈네프 정권 시절과 그 후에 발생한 경제적 침체의 성격, 그리고 그 침체에 대처할 수 없는 정치 계층의 무능력이 소련의 전 지구적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고 궁극적으로 소련 붕괴의 주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준다.
책에서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장점
옮긴이가 주목하는 이 책의 두 가지 장점은, 막대하고 다양한 사료의 동원과 그 독특한 관점에 있다. 우선 저자는 1945년부터 1991년까지 전 시기를 대상으로 하는 러시아 통사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그 시기를 단순히 개괄하고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는데, 그것은 방대한 소련 측의 사료를 분석한 덕분이다. 저자는 러시아의 외무부 문서고나 대통령 문서고, 구공산당 문서고를 비롯한 모스크바 구소련의 중앙에 위치한 문서고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 구소련 소속 공화국들의 문서고도 참조한다. 나아가 독일, 이탈리아 문서고 등도 탐색의 대상이 되었으며, 국립 문서고, 우드로 윌슨 센터 같은 미국 내 학술기관의 자료들도 널리 인용했다. 또 정치국이나 간부회, 각료회의 의사록같이 이미 출간된 문서고 자료들도 참조하였으며, 고위 지도자와 보좌관의 일기나 회고록, 냉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기록도 활용하였다.
두 번째로 주목할 면은 소련 대외 정책을 하나의 이론적 틀로 일관되게 설명하려 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소련 지도자의 대외 정책은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제정 시대 이래로 러시아가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제국적 팽창주의 동기이며, 또 다른 하나는 공산주의의 혁명적 이상이다. 그는 이 이론적 틀을 ‘혁명-제국 패러다임’이라고 이름 붙였다. 저자에 따르면, 1945년 이후의 소련 지도부는 브레즈네프 시대까지 일관되게 혁명-제국 패러다임을 견지함으로써 초강대국 미국과 평화적인 해결에 근본적으로 도달할 수 없었고, 고르바초프가 이 패러다임을 거부하면서 비로소 두 강대국 간의 적대와 대립은 종언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블라디슬라프 M.주보크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국제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냉전 및 20세기 러시아 역사 전문가이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모스크바의 미국ㆍ캐나다학 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A Failed Empire: The Soviet Union in the Cold War from Stalin to Gorbachev(2007) 외에 Inside the Kremlin’s Cold War: From Stalin to Krushchev(1996), Zhivago’s Children: The Last Russian Intelligentsia(2009) 등이 있으며, Masterpieces of History: A Peaceful End of the Cold War in Europe, 1989(2010), Societ? totalitarie e transizione alla democrazia(2011) 등을 편집, 출간했다.
역자 : 김남섭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러시아 역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사는 스탈린 시대의 소련 역사이며, 최근에는 냉전 시대 소련 사회의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주요 저서로 『러시아의 민족 정책과 역사학』(공저), 『세계의 과거사 청산』(공저) 등이 있고, 『러시아사 강의』, 『소련 경제사』, 『속삭이는 사회』 등을 번역하였다. 스탈린 시대의 노동 수용소와 흐루쇼프 시대의 소련 사회 등 소련 역사의 다양한 주제에 관해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 주요 목차
6. 소련의 국내 전선: 최초의 균열 1953-1968
7. 브레즈네프와 데탕트로 가는 길 1965-1972
8. 데탕트의 쇠퇴와 소련의 과잉 확장 1973-1979
9. 구세력의 퇴장 1980-1987
10. 고르바초프와 소련 권력의 종언 1988-1991
에필로그
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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