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가끔 붓장난을 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되새겨 써 보기도 했고 친지들에게 궁금한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멀리서 고요히 침묵하고 있는 산의 자태를 담아 보기도 했고
내 앞에 놓인 찻잔에서 풍겨 나오는 차향을 그려 보기도 했습니다.
원고지에 반듯반듯 금 그어진 많은 칸들을 하나하나 채워 가는 글쓰기와는
전혀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_2008년 8월
진정 사랑할 줄 알았던 한 사람이 남긴 삶의 흔적들
7년 전 우리 곁을 떠나간 법정 스님의 알려지지 않은 발자취, 타 종교와 두루 교류했던 이야기, 지인과 도반들에게 보낸 편지와 선시를 손 글씨와 함께 엮은 책이다. 속가에서도, 불가에서도 법정 스님의 조카뻘이 되는 인연으로 인해 법정 스님을 가까이에서 지켰던 현장 스님이 엮었다. 그동안 일부만 알려져 있던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축성 100주년 기념 강론 전문을 실었으며, 현장 스님이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을 조사하던 중 드러난 몇 가지 감동적인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특히 붓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스님의 편지에서는 지인들의 일상을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어른이 사라져버린 오늘날의 세태 속에 ‘마지막 어른’으로 기억되는 법정 스님을 더욱 그립게 만드는 책이다.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강론 전문 첫 공개
“행복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찾아옵니다”
1998년 2월 24일, 축성 100주년을 맞은 명동성당 제대 앞에 잿빛 승복을 입은 승려가 섰다. 법정 스님이었다. 두 달 전인 1997년 12월 14일에 길상사 낙성법회를 갖는 동안 예고 없이 김수환 추기경이 찾아와 불자들과 음악회를 즐기고 축사를 했던 것의 답례 형식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강론에서 법정 스님은 경제 담론에 함몰된 인간존재의 문제를 제기한다. 대량생산과 과소비의 산업구조와 부를 숭상하는 풍조 속에서 점점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행복의 참된 가치를 말하며, 진정한 행복은 가난을 통해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진 가난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스스로 억제하면서 선택한 맑은 가난, 즉 청빈은 아름다움이자 삶의 미덕이라고. 그리고 어떻게 하면 청빈의 덕을 쌓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법정 스님의 이 명동성당 강론은 명동성당 측에서 녹취를 하지 않아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었다. 다행히 이해인 수녀가 따로 녹음을 한 CD를 보관했던 덕분에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강론의 일부가 공개되기는 했지만, 전문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정 스님은 살아생전에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도반들에게 강조하고는 했다. ‘상대방의 언어’란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눈높이에서 언행을 구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정 스님의 이러한 지론은 명동성당 강론뿐만 아니라, 가르멜 수녀원에서 행한 강연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법정 스님의 강론과 강연을 접한 천주교 신자와 수녀들은 “눈을 감고 들으면 그대로 수사님의 말씀”이라고 평했다. 타 종교의 성직자나 수도자들과 허물없이 교류할 수 있었고 글로써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방의 언어’를 사용하는 데 탁월했던 법정 스님의 재능 덕분이라고 현장 스님은 이 책을 통해 말한다.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
“천주님의 사랑이나 부처님의 자비나 모두 한 보따리 안에 있는 것”
2010년 9월 3일 연세대학교 백양관에서는 ‘이웃 종교의 같음과 다름’이라는 주제로 학술회의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현장 스님은 종교 교류의 모범적인 활동을 보인 불가의 승려로 법정 스님을 꼽고 과거의 행적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법정 스님이 크리스천아카데미의 운영위원과, 함석헌 선생이 펴낸 교양잡지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던 사실 등을 알아낸다.
또 현장 스님은 천주교 신자들과 법정 스님의 인연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불일암을 찾아오는 법정 스님의 독자 팬 중에는 유독 천주교 신자가 많았는데, 그들은 스스로를 ‘천불교 신자’라고 지칭했다. 법정 스님 역시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컸다.
법정 스님의 다비식을 치른 뒤 현장 스님이 불일암에 올랐을 때였다. 한 천주교 신자가 묵주를 돌리며 불일암 마당을 거닐고 있었다. 그는 초당대학교의 문 교수로,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법정 스님이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대학 등록금을 대준 덕분에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법정 스님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가 있으면 더 소개하라고 하여 세 명의 친구 역시 도움을 받았다. 교수가 되고 의사가 된 그들은 절대 입 밖에 내지 말라는 스님의 뜻에 따라 지금껏 함구하고 있다가 스님 입적 후에야 사실을 밝힌다고 현장 스님에게 전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문 교수는 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날 교통사고를 당해 5개월 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내심 마음이 상했던 그는 불일암으로 법정 스님을 찾아가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세례를 받은 날 교통사고가 나게 할 수 있습니까?”라고 불만을 토하며 불교로 개종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법정 스님은 “천주님은 더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시려는 것”이라며 종교를 바꿀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길상사의 관음상이 가톨릭미술가협의회 회장이었던 최종태 교수에 의해 만들어진 일(그래서 사람들은 이 관음상을 ‘마리아 관음’이라 부른다), 이해인 수녀와 오랜 세월 나누었던 우정 등 법정 스님의 다양한 종교 교류 활동이 현장 스님의 발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법정 스님의 편지와 선시
“연락 없이 떠나와 죄송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이루세요.”
법정 스님은 생전에 붓으로 글씨 쓰는 것을 즐겼다. 법정 스님은 이 붓글씨 쓰는 것을 스스로 ‘붓장난’, ‘먹장난’이라 불렀는데, 지인과 도반들에게 편지나 연하장을 보낼 때면 정성스레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글을 보내고는 했다. 전기도 물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수도하는 산승에게 지인들과 함께한 시간 동안 쌓인 정은 끝까지 버리지 못한 마지막 것이었으며 그들의 안부를 묻는 ‘붓장난’은 유일한 낙이었으리라.
이 책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에 나타나는 최초의 편지는 이 책의 엮은이인 현장 스님이 출가하기 전이었던 1974년의 것이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현장 스님에게 법정 스님은 출가수도자의 올바른 자세를 전하고 훌륭한 수도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에 매진할 것을 당부한다. 출가하고자 하는 조카의 의지를 염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이 편지는 그동안 현장 스님이 스스로를 경책하는 뜻으로 가끔 꺼내 보던 것을 편지를 받은 지 42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편지와 연하장은 하나하나가 작품이다. 지인들은 법정 스님이 보내온 글을 표구하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살뜰히 간직해오다가 2010년에 현장 스님과 뜻을 모아 대원사 티벳박물관에서 ‘무소유의 향기’라는 이름의 법정 스님 선묵전을 열었다. 이 책에 실린 법정 스님의 손 편지와 연하장은 이때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법정 스님의 편지와 연하장에서는 지인들과 함께한 소소한 일상과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의 풍경이 엿보인다. 홀로 수행하는 상좌를 걱정하고, 수도자의 자세를 다듬도록 격려하며, 세상의 지인들에게 감사하고, 그릇된 행위를 질책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응원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법정 스님의 꼼꼼한 글씨 속에 담겨 있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우표가 도착한 날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는 어린아이 같은 법정 스님이 보이고, 산과 새와 꽃과 풀, 구름 말고는 아무도 없는 외진 곳에서도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수도승의 피땀 어린 정진이 보인다.
이 책의 끝에는 이해인 수녀의 추모사를 실었다. 오랜 세월 법정 스님과 오누이 같은 정을 나누었던 이해인 수녀의 그리움이 마음을 적신다. 우리 시대의 어른이자 선승, 명수필가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던 한없이 친절하고 소탈했으며 사랑이 깊었던 한 사람을 이 책을 통해 만나기 때문이다.
▣ 작가 소개
저 : 법정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가 대학 재학 중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1955년 통영 미래사로 입산하여 1956년 송광사에서 효봉 스님의 문하에 출가했다. 다음날 통영 미래사로 내려가 행자 생활을 했으며, 사미계를 받은 후 지리산 쌍계사 탑전으로 가서 스승을 모시고 정진했다. 그후 해인사 선원과 강원에서 수행자의 기초를 다지다가 28세 되던 해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 스님과 더불어 불교 경전 번역 일을 하던 중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며, 1975년 본래의 수행승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에 명성이 알려지자 1992년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불일암을 떠나 아무도 거처를 모르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 문명의 도구조차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왔다. 강원도 생활 17년째인 2008년 가을, 묵은 곳을 털고 남쪽 지방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였다. 삶의 기록과 순수한 정신을 담은 법정 스님의 산문집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를 영혼의 언어로 일깨우고 있다.
저서로는 수필집 『산에는 꽃이 피네』『인연 이야기』『오두막 편지』『물소리 바람소리』『무소유』등이 있고, 역서로 『깨달음의 거울(禪家龜鑑)』, 『진리의 말씀(法句經)』, 『불타 석가모니』, 『숫타니파타』, 『因緣이야기』, 『신역 화엄경』 등이 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출가 50년, 법정 스님의 잠언 모음집으로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달렸다는 가르침을 전해준다. 그의 법문들에서 130여 편의 대표적인 잠언들을 류시화 시인이 가려 뽑았다. 2006년, 법정 스님 출가 50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기획된 이 책은, 류시화 시인이 엮은 본문과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명상적인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무소유, 자유, 단순과 간소, 홀로 있음, 침묵, 진리에 이르는 길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로 채워져 있는 이 잠언집은 단순하되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가르침들이 행간마다에서 읽는 이를 일깨운다.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이 직접 가려 뽑은 50편의 글이 담겨 있는 대표산문선집이다. 산중 생활에서 길어 올린 명상과 사색이 특유의 계절적인 감성과 어우러져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영혼의 피안처가 되어 준다. 세상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날카로운 현실 감각과, 절대 진리의 세계를 가리켜 보이는 초월적인 혜안이 그의 글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인도기행』은 1989년 11월부터 3개월 동안 이루어진 인도 여행 기록을 적은 법정 스님의 유일한 여행 산문집이다. 이 책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영혼의 나라, 인도의 실체를 만나볼 수 있는 명상 기행집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이미 많이 나와 있는 인도 기행서들처럼 단순한 여행 기록이나 가이드북의 차원을 넘어서, 이 책에서는 불교의 탄생지인 인도에서 다시금 느끼는 불교 정신과 더 나아가 종교의 본질과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담긴 법정 스님의 말씀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사(生死)와 관련된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한 통찰이 담긴 스님의 시선을 엿볼 수가 있다.
삶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사유의 기쁨과 포근한 마음의 안식을 제공한 『무소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작품으로 북적이는 도심이 싫어 자연으로 돌아가 새와 바람, 나무와 벗하며 살아가시는 스님은 평범한 모든 이들에게 맑고 깊은 영혼의 세계를 보여준다. 『무소유』의 원문이기도 한 『영혼의 모음(母音)』은 한 구도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맑고 진실된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자연과 벗하며 어린왕자와의 대화를 통해 순수한 영혼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스님은 평범하고 무료하기까지한 일상을 감동의 언어로 바꾸어 놓는다. 특히 은사 스님이신 효봉선사의 삶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가는 대목은 법정 스님의 구도자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라는 청빈의 도를 실천하며 ‘무소유’의 참된 가치를 널리 알려온 법정 스님은 끝없이 정진하는 진정한 수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저서로는 『홀로 사는 즐거움』『말과 침묵』『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참 좋은 이야기』『화엄경』『인연 이야기』『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영혼의 모음(母音)』『버리고 떠나기』『물소리 바람소리』『진리의 말씀-법구경』등이 있다.
폐암으로 투병하던 중 2010년 3월 11일 병원에서 퇴원하여 법정스님이 1997년 12월 창건해 2003년까지 회주를 맡아왔던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입적하기 전날 밤 "내 것이라고 하슴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 겠다."고 말했다. 평소 많은 사람에게 수고만 끼치는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도 말며,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해주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며, 탑도 세우지말라''고 당부했다는 법정 스님은 가는 걸음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남은 이들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주었다.
편자 : 현장
1975년 전남 순천의 송광사로 입산 출가하여 1977년 구산 선사로부터 비구계를 받았다. 1982년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월간 『해인』과 『불일회보』의 편집 주간으로 활동했으며, 대원사 주지와 (사)맑고향기롭게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원사 회주와 대원사 티벳박물관 관장, (사)아시아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책을 시작하며
우리가 선택해야 할 맑은 가난
: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강론
가난을 배우라|얼마나 친절했느냐, 얼마나 따뜻했느냐?|필요와 욕망의 차이를 가릴 줄 알아야 합니다|욕심은 부리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입니다|순례자처럼 나그네처럼 길을 가십시오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
자신의 믿음에는 신념을, 타인의 믿음에는 존중을|종교를 바꿀 생각은 하지 마라|호 하나 없는 비구승|길상사의 마리아 관음이 보여 주는 커다란 어울림|성당의 제대 앞에 선 승려|참된 종교의 역할
산이 나를 에워싸고 밭이나 갈면서 살아라 한다
: 법정 스님이 애송한 짧은 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나 한 칸, 달 한 칸, 청풍에게도 한 칸|산과 물을 벗하면|달그림자 뜰을 쓸어도|자신의 존재를 위해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한 몸이 가고 오는 것은|세 가지 적어야 할 것|흰 구름 걷히면|사랑이란 이런 것|더우면 꽃피고|임은 내게|둥근 달 건져가시오|그 주인 어디에|항상 새롭게|차를 마시며|척박한 환경이 우리를 단단하게 한다네|홀로 마시는 차|과일을 먹을 때는|산이 나에게 이르는 말|소박한 하루|향기가 나는 사람|삼귀오계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매일 피어나는 꽃처럼
: 법정 스님의 편지
죽음은 차원을 옮겨가는 여행 같은 것|먼저 너의 눈을 뜨라|한겨울 오두막에서|보내 주신 정 잘 마시겠습니다|부질없는 생각만 두지 않으면|날마다 좋은 날 이루십시오|겨울이 깊어 가다|홀로 지내는 시간|탈속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릇들|군불 지피고 차 한 잔 마시며 창가에 앉아|세상 살아가는 도리|자기 마음이 곧 진불임을 믿으세요|어린이의 마음이 천국일세|가을이 선명히 다가서네|겨울과 산, 나를 들여다보는 시공간|연락 없이 떠나와|외떨어져 사니 근심 걱정이 없네|지혜는 곧 행동입니다|이웃을 부처님으로 여기십시오|주님이 가꾸시는 마음 정원|고통 속에 주님의 말씀이 있습니다|불일암의 고요한 뜰이 그립습니다|산은 성큼 한겨울입니다|우리 만난 지 오래됐어요|날이 날마다 좋은 날 맞으십시오|산승의 편지|스님, 연꽃으로 오십시오
가끔 붓장난을 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되새겨 써 보기도 했고 친지들에게 궁금한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멀리서 고요히 침묵하고 있는 산의 자태를 담아 보기도 했고
내 앞에 놓인 찻잔에서 풍겨 나오는 차향을 그려 보기도 했습니다.
원고지에 반듯반듯 금 그어진 많은 칸들을 하나하나 채워 가는 글쓰기와는
전혀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_2008년 8월
진정 사랑할 줄 알았던 한 사람이 남긴 삶의 흔적들
7년 전 우리 곁을 떠나간 법정 스님의 알려지지 않은 발자취, 타 종교와 두루 교류했던 이야기, 지인과 도반들에게 보낸 편지와 선시를 손 글씨와 함께 엮은 책이다. 속가에서도, 불가에서도 법정 스님의 조카뻘이 되는 인연으로 인해 법정 스님을 가까이에서 지켰던 현장 스님이 엮었다. 그동안 일부만 알려져 있던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축성 100주년 기념 강론 전문을 실었으며, 현장 스님이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을 조사하던 중 드러난 몇 가지 감동적인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특히 붓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스님의 편지에서는 지인들의 일상을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어른이 사라져버린 오늘날의 세태 속에 ‘마지막 어른’으로 기억되는 법정 스님을 더욱 그립게 만드는 책이다.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강론 전문 첫 공개
“행복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찾아옵니다”
1998년 2월 24일, 축성 100주년을 맞은 명동성당 제대 앞에 잿빛 승복을 입은 승려가 섰다. 법정 스님이었다. 두 달 전인 1997년 12월 14일에 길상사 낙성법회를 갖는 동안 예고 없이 김수환 추기경이 찾아와 불자들과 음악회를 즐기고 축사를 했던 것의 답례 형식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강론에서 법정 스님은 경제 담론에 함몰된 인간존재의 문제를 제기한다. 대량생산과 과소비의 산업구조와 부를 숭상하는 풍조 속에서 점점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행복의 참된 가치를 말하며, 진정한 행복은 가난을 통해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진 가난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스스로 억제하면서 선택한 맑은 가난, 즉 청빈은 아름다움이자 삶의 미덕이라고. 그리고 어떻게 하면 청빈의 덕을 쌓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법정 스님의 이 명동성당 강론은 명동성당 측에서 녹취를 하지 않아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었다. 다행히 이해인 수녀가 따로 녹음을 한 CD를 보관했던 덕분에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강론의 일부가 공개되기는 했지만, 전문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정 스님은 살아생전에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도반들에게 강조하고는 했다. ‘상대방의 언어’란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눈높이에서 언행을 구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정 스님의 이러한 지론은 명동성당 강론뿐만 아니라, 가르멜 수녀원에서 행한 강연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법정 스님의 강론과 강연을 접한 천주교 신자와 수녀들은 “눈을 감고 들으면 그대로 수사님의 말씀”이라고 평했다. 타 종교의 성직자나 수도자들과 허물없이 교류할 수 있었고 글로써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방의 언어’를 사용하는 데 탁월했던 법정 스님의 재능 덕분이라고 현장 스님은 이 책을 통해 말한다.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
“천주님의 사랑이나 부처님의 자비나 모두 한 보따리 안에 있는 것”
2010년 9월 3일 연세대학교 백양관에서는 ‘이웃 종교의 같음과 다름’이라는 주제로 학술회의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현장 스님은 종교 교류의 모범적인 활동을 보인 불가의 승려로 법정 스님을 꼽고 과거의 행적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법정 스님이 크리스천아카데미의 운영위원과, 함석헌 선생이 펴낸 교양잡지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던 사실 등을 알아낸다.
또 현장 스님은 천주교 신자들과 법정 스님의 인연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불일암을 찾아오는 법정 스님의 독자 팬 중에는 유독 천주교 신자가 많았는데, 그들은 스스로를 ‘천불교 신자’라고 지칭했다. 법정 스님 역시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컸다.
법정 스님의 다비식을 치른 뒤 현장 스님이 불일암에 올랐을 때였다. 한 천주교 신자가 묵주를 돌리며 불일암 마당을 거닐고 있었다. 그는 초당대학교의 문 교수로,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법정 스님이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대학 등록금을 대준 덕분에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법정 스님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가 있으면 더 소개하라고 하여 세 명의 친구 역시 도움을 받았다. 교수가 되고 의사가 된 그들은 절대 입 밖에 내지 말라는 스님의 뜻에 따라 지금껏 함구하고 있다가 스님 입적 후에야 사실을 밝힌다고 현장 스님에게 전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문 교수는 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날 교통사고를 당해 5개월 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내심 마음이 상했던 그는 불일암으로 법정 스님을 찾아가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세례를 받은 날 교통사고가 나게 할 수 있습니까?”라고 불만을 토하며 불교로 개종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법정 스님은 “천주님은 더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시려는 것”이라며 종교를 바꿀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길상사의 관음상이 가톨릭미술가협의회 회장이었던 최종태 교수에 의해 만들어진 일(그래서 사람들은 이 관음상을 ‘마리아 관음’이라 부른다), 이해인 수녀와 오랜 세월 나누었던 우정 등 법정 스님의 다양한 종교 교류 활동이 현장 스님의 발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법정 스님의 편지와 선시
“연락 없이 떠나와 죄송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이루세요.”
법정 스님은 생전에 붓으로 글씨 쓰는 것을 즐겼다. 법정 스님은 이 붓글씨 쓰는 것을 스스로 ‘붓장난’, ‘먹장난’이라 불렀는데, 지인과 도반들에게 편지나 연하장을 보낼 때면 정성스레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글을 보내고는 했다. 전기도 물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수도하는 산승에게 지인들과 함께한 시간 동안 쌓인 정은 끝까지 버리지 못한 마지막 것이었으며 그들의 안부를 묻는 ‘붓장난’은 유일한 낙이었으리라.
이 책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에 나타나는 최초의 편지는 이 책의 엮은이인 현장 스님이 출가하기 전이었던 1974년의 것이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현장 스님에게 법정 스님은 출가수도자의 올바른 자세를 전하고 훌륭한 수도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에 매진할 것을 당부한다. 출가하고자 하는 조카의 의지를 염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이 편지는 그동안 현장 스님이 스스로를 경책하는 뜻으로 가끔 꺼내 보던 것을 편지를 받은 지 42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편지와 연하장은 하나하나가 작품이다. 지인들은 법정 스님이 보내온 글을 표구하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살뜰히 간직해오다가 2010년에 현장 스님과 뜻을 모아 대원사 티벳박물관에서 ‘무소유의 향기’라는 이름의 법정 스님 선묵전을 열었다. 이 책에 실린 법정 스님의 손 편지와 연하장은 이때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법정 스님의 편지와 연하장에서는 지인들과 함께한 소소한 일상과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의 풍경이 엿보인다. 홀로 수행하는 상좌를 걱정하고, 수도자의 자세를 다듬도록 격려하며, 세상의 지인들에게 감사하고, 그릇된 행위를 질책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응원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법정 스님의 꼼꼼한 글씨 속에 담겨 있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우표가 도착한 날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는 어린아이 같은 법정 스님이 보이고, 산과 새와 꽃과 풀, 구름 말고는 아무도 없는 외진 곳에서도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수도승의 피땀 어린 정진이 보인다.
이 책의 끝에는 이해인 수녀의 추모사를 실었다. 오랜 세월 법정 스님과 오누이 같은 정을 나누었던 이해인 수녀의 그리움이 마음을 적신다. 우리 시대의 어른이자 선승, 명수필가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던 한없이 친절하고 소탈했으며 사랑이 깊었던 한 사람을 이 책을 통해 만나기 때문이다.
▣ 작가 소개
저 : 법정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가 대학 재학 중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1955년 통영 미래사로 입산하여 1956년 송광사에서 효봉 스님의 문하에 출가했다. 다음날 통영 미래사로 내려가 행자 생활을 했으며, 사미계를 받은 후 지리산 쌍계사 탑전으로 가서 스승을 모시고 정진했다. 그후 해인사 선원과 강원에서 수행자의 기초를 다지다가 28세 되던 해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 스님과 더불어 불교 경전 번역 일을 하던 중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며, 1975년 본래의 수행승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에 명성이 알려지자 1992년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불일암을 떠나 아무도 거처를 모르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 문명의 도구조차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왔다. 강원도 생활 17년째인 2008년 가을, 묵은 곳을 털고 남쪽 지방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였다. 삶의 기록과 순수한 정신을 담은 법정 스님의 산문집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를 영혼의 언어로 일깨우고 있다.
저서로는 수필집 『산에는 꽃이 피네』『인연 이야기』『오두막 편지』『물소리 바람소리』『무소유』등이 있고, 역서로 『깨달음의 거울(禪家龜鑑)』, 『진리의 말씀(法句經)』, 『불타 석가모니』, 『숫타니파타』, 『因緣이야기』, 『신역 화엄경』 등이 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출가 50년, 법정 스님의 잠언 모음집으로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달렸다는 가르침을 전해준다. 그의 법문들에서 130여 편의 대표적인 잠언들을 류시화 시인이 가려 뽑았다. 2006년, 법정 스님 출가 50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기획된 이 책은, 류시화 시인이 엮은 본문과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명상적인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무소유, 자유, 단순과 간소, 홀로 있음, 침묵, 진리에 이르는 길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로 채워져 있는 이 잠언집은 단순하되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가르침들이 행간마다에서 읽는 이를 일깨운다.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이 직접 가려 뽑은 50편의 글이 담겨 있는 대표산문선집이다. 산중 생활에서 길어 올린 명상과 사색이 특유의 계절적인 감성과 어우러져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영혼의 피안처가 되어 준다. 세상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날카로운 현실 감각과, 절대 진리의 세계를 가리켜 보이는 초월적인 혜안이 그의 글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인도기행』은 1989년 11월부터 3개월 동안 이루어진 인도 여행 기록을 적은 법정 스님의 유일한 여행 산문집이다. 이 책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영혼의 나라, 인도의 실체를 만나볼 수 있는 명상 기행집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이미 많이 나와 있는 인도 기행서들처럼 단순한 여행 기록이나 가이드북의 차원을 넘어서, 이 책에서는 불교의 탄생지인 인도에서 다시금 느끼는 불교 정신과 더 나아가 종교의 본질과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담긴 법정 스님의 말씀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사(生死)와 관련된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한 통찰이 담긴 스님의 시선을 엿볼 수가 있다.
삶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사유의 기쁨과 포근한 마음의 안식을 제공한 『무소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작품으로 북적이는 도심이 싫어 자연으로 돌아가 새와 바람, 나무와 벗하며 살아가시는 스님은 평범한 모든 이들에게 맑고 깊은 영혼의 세계를 보여준다. 『무소유』의 원문이기도 한 『영혼의 모음(母音)』은 한 구도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맑고 진실된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자연과 벗하며 어린왕자와의 대화를 통해 순수한 영혼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스님은 평범하고 무료하기까지한 일상을 감동의 언어로 바꾸어 놓는다. 특히 은사 스님이신 효봉선사의 삶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가는 대목은 법정 스님의 구도자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라는 청빈의 도를 실천하며 ‘무소유’의 참된 가치를 널리 알려온 법정 스님은 끝없이 정진하는 진정한 수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저서로는 『홀로 사는 즐거움』『말과 침묵』『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참 좋은 이야기』『화엄경』『인연 이야기』『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영혼의 모음(母音)』『버리고 떠나기』『물소리 바람소리』『진리의 말씀-법구경』등이 있다.
폐암으로 투병하던 중 2010년 3월 11일 병원에서 퇴원하여 법정스님이 1997년 12월 창건해 2003년까지 회주를 맡아왔던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입적하기 전날 밤 "내 것이라고 하슴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 겠다."고 말했다. 평소 많은 사람에게 수고만 끼치는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도 말며,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해주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며, 탑도 세우지말라''고 당부했다는 법정 스님은 가는 걸음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남은 이들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주었다.
편자 : 현장
1975년 전남 순천의 송광사로 입산 출가하여 1977년 구산 선사로부터 비구계를 받았다. 1982년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월간 『해인』과 『불일회보』의 편집 주간으로 활동했으며, 대원사 주지와 (사)맑고향기롭게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원사 회주와 대원사 티벳박물관 관장, (사)아시아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책을 시작하며
우리가 선택해야 할 맑은 가난
: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강론
가난을 배우라|얼마나 친절했느냐, 얼마나 따뜻했느냐?|필요와 욕망의 차이를 가릴 줄 알아야 합니다|욕심은 부리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입니다|순례자처럼 나그네처럼 길을 가십시오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
자신의 믿음에는 신념을, 타인의 믿음에는 존중을|종교를 바꿀 생각은 하지 마라|호 하나 없는 비구승|길상사의 마리아 관음이 보여 주는 커다란 어울림|성당의 제대 앞에 선 승려|참된 종교의 역할
산이 나를 에워싸고 밭이나 갈면서 살아라 한다
: 법정 스님이 애송한 짧은 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나 한 칸, 달 한 칸, 청풍에게도 한 칸|산과 물을 벗하면|달그림자 뜰을 쓸어도|자신의 존재를 위해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한 몸이 가고 오는 것은|세 가지 적어야 할 것|흰 구름 걷히면|사랑이란 이런 것|더우면 꽃피고|임은 내게|둥근 달 건져가시오|그 주인 어디에|항상 새롭게|차를 마시며|척박한 환경이 우리를 단단하게 한다네|홀로 마시는 차|과일을 먹을 때는|산이 나에게 이르는 말|소박한 하루|향기가 나는 사람|삼귀오계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매일 피어나는 꽃처럼
: 법정 스님의 편지
죽음은 차원을 옮겨가는 여행 같은 것|먼저 너의 눈을 뜨라|한겨울 오두막에서|보내 주신 정 잘 마시겠습니다|부질없는 생각만 두지 않으면|날마다 좋은 날 이루십시오|겨울이 깊어 가다|홀로 지내는 시간|탈속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릇들|군불 지피고 차 한 잔 마시며 창가에 앉아|세상 살아가는 도리|자기 마음이 곧 진불임을 믿으세요|어린이의 마음이 천국일세|가을이 선명히 다가서네|겨울과 산, 나를 들여다보는 시공간|연락 없이 떠나와|외떨어져 사니 근심 걱정이 없네|지혜는 곧 행동입니다|이웃을 부처님으로 여기십시오|주님이 가꾸시는 마음 정원|고통 속에 주님의 말씀이 있습니다|불일암의 고요한 뜰이 그립습니다|산은 성큼 한겨울입니다|우리 만난 지 오래됐어요|날이 날마다 좋은 날 맞으십시오|산승의 편지|스님, 연꽃으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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