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전범의 증언 - 도쿄전범재판 속 기록을 읽다 -

▣ 출판사서평

침략이라 쓰고 자위라 읽은 도조 히데키의 전쟁관, 아베 정권에서 살아 숨 쉬다
도쿄전범재판 개정 71년 만에 첫 한글 번역본 출간
청산되지 않은 군국주의의 육성을 읽다!

재판 속기록은 생소합니다. 재판이라는 행위가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데다 내가 관련된 재판이 아니고서야 굳이 속기록까지 찾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하물며 국제재판, 그것도 전범재판은 더욱 그렇습니다. 원고와 피고의 국적이 다를 경우 모든 발언마다 통역을 해야 하니 국내재판보다 투입되는 전문 인력의 수도 훨씬 많지요. 그만큼 국제재판 속기록을 번역하는 일 또한 일반인이 섣불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재판 참여국 정부가 나서거나 적어도 여러 명의 전문가가 모여야 가능한 작업입니다.
『A급 전범의 증언』을 그런 권위 있는 결과물과 비교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이런 번역물을 내놓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조차 의문입니다. 인공신경망 기술을 탑재해 ‘맥락까지 이해’하는 번역기가 출시되었으니 원문만 있으면 누구나 언제나 무료로 도쿄전범재판 속기록을 읽을 수 있습니다. 또 일본의 저지른 전쟁 범죄의 면면을 굳이 도쿄전범재판 속기록에서만 찾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앞으로 나올, 나와야 할 정부 공식 번역집과 견주어 나을 것이 없음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운동화 한 켤레로 밀림을 통과하려 한 네 명의 번역가가 대책 없는 끈기로 좌충우돌 부딪쳐가며 만들어낸 오솔길입니다.
도쿄전범재판 속기록을 날짜별로 번역한 이 책은 차례로 읽어도 좋고, 책 중반부터 시작되는 신문 부분을 먼저 읽어도 좋습니다. 날짜별 기록이 거의 독립적인데다, 이전 기록이 언급된다 해도 각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의 히틀러’라 불리는 도조 히데키의 육성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진술서보다 신문 부분을 먼저 읽는 것도 방법입니다. 패배의 책임을 떠안고 형장의 이슬로 비장하게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도조 히데키의 이미지가 산산이 깨지면서 오히려 흥미로울지 모릅니다. 도조 히데키의 인간적인 면(?)을 접한 독자의 마음속에 전쟁과 역사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이 새롭게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라는 E.H.카의 말처럼요. 이 책에 번역된 속기록을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100% 실화를 바탕으로 엮은 한 편의 시나리오랄까요? 죄를 감추려는 자와 죄를 들추려는 자 사이의 치열한 법정 공방. 덧붙이자면, 진실보다 강한 것은 없습니다.
『A급 전범의 증언』은 2016년 12월 15일에 초판이 나왔고, 그로부터 한 달 여 뒤인 2017년 1월 20일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초판은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출간을 응원하며 기다려 주신 후원자들에게 모두 돌아갔습니다. 개정판에서는 초판의 오탈자를 수정하고, 각주를 보충하고, 부록을 넣었습니다. 259개의 각주는 네 번역가가 운동화 한 켤레로 밀림을 종횡무진 누빈 횟수라고 봐도 좋습니다. 개정판의 각주는 초판보다 10개가 늘었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입니다.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도 그만큼 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주요 목차

감사의 말
추천사
주요 사건 연표
주요 인물
이 책에서 언급하는 아시아 지역
1947년 12월 26일
1947년 12월 29일
1947년 12월 30일
1947년 12월 31일
1948년 1월 2일
1948년 1월 5일
1948년 1월 6일
1948년 1월 7일
부록. 도쿄전범재판 피고인별 소인과 내용
각주에서 인용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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