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눈치 보지 않고 싫다고 말하는 법
사노 요코에겐 매력적인 비뚤어진 작가들
하숙했던 집의 아주머니가 틈만 나면 게으르게 문고본을 읽는 내게 “책은 읽어도 책에 먹히면 안 돼”라고 말했다. 나는 딱히 다자이를 읽던 것도 아닌데 ‘아, 이 사람은 다자이 얘기를 하는 거구나’라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다른 때에 “소설은 읽어도 소설의 독은 조심해야 해”라고도 말했다. 나는 밥그릇을 행주로 닦고 있었는데 그때도 하늘의 계시처럼 ‘앗, 이것도 다자이 오사무 얘기다’라고 생각했다.
-226쪽
“아, 싫다, 귀찮아, 시끄러워”를 입에 달고 살며, 만사를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면부터 생각하는 ‘프로 불평인’ 사노 요코. ‘인간은 낙천적이어야 한다, 친절해야 한다, 서로 도와야 한다, 집에 틀어박혀서는 안 된다’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관적으로 사는 사람이야말로 고독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며 고집불통에, 자신을 고립시키는 예술가들을 동경하고 닮으려 한다.
모든 것이 너무 싫어서 견딜 수 없었던 시절. 심한 신경증으로 “온몸이 톱으로 잘리고 절구로 갈려 작열하는 태양 아래의 사막에서 피투성이 심장을 끈으로 동여매어 질질 끌며 걷는 기분”에 사로잡혀 있던 때, 사노 요코는 비뚤어진 인간들, 완고하게 그들만의 세계를 공고히 확립한 작가들의 삶을 부러워하며 먼발치에서 바라본다. 이들의 책과 소설 같은 인생은 사노 요코가 괴로움을 딛고 다시 “세상은 살 만한 곳이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었다.
“새로운 것은 낡지만 이 세상을 굴복시킨 시대착오는 영원하다”며 “녹색 위장약을 먹은 다음 날의 똥색에 털 뭉치가 빼곡하게 모여 있는 찜찜한 스웨터”를 입은 모리 마리(모리 오가이의 딸)의 고립된 세계를 동경한다. 그리고 “태어나서 미안합니다라니, 누구나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다. 그걸 말하면 끝장이야” 하고 화를 내다가도 우왕좌왕하던 청춘 시절, 몰래 탐독했던 다자이 오사무 사랑에 대해서도 부끄럽게 고백한다.
뿐만 아니라 “똥도 안 쌀 것 같은 얼굴의 녀석들에게 침 뱉을 용기를 주는” 후카자와 시치로, “인간은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가와이 하야오, “음흉함이 전혀 없는” 와다 마코토 등 사노 요코는 ‘요코다운’ 당찬 세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예술가들에 대해 차분하게 써 내려간다. 작가는 우울과 고독 속에서 간신히 찾은 행복 한 가닥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된 배경을 『이것 좋아 저것 싫어』에 하나하나 무겁지 않게, 특유의 위트를 담아 밝힌다.
나는 문호라 불리는 사람들의 전집 마지막에 정리되어 있는 일기나 서간집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 마음은 와이드 쇼를 좋아하는 아줌마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에게 ‘비열한 마음가짐’이라는 말을 들을 것은 알고 있지만 멈출 수 없다. 대부분은 뭔가 까다롭고 지루한데, 하지만 그 지루함을 참으면 지루함의 산 속에서 ‘앗’ 하고 놀랄 만한, 훌륭한 작품 가운데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가슴 뛰는 문장이나 비밀 한 조각을 맞닥뜨리는 것이 기쁨이다.
-219쪽
싫다고만 하기엔 가끔은 무리
좋아할 때는 최대한 시크하게
고양이라면 두세 마리쯤 주인의 이불 근처에 둥글게 모여 있어도 ‘어머, 귀엽네’라고들 생각할 것이고, 실제로도 귀엽다. 그러나 고양이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전혀 쓸모가 없다. 때때로 나는 우리 집 뚱뚱보 고양이를 향해 “전화 정도는 받아!”라며 화를 내곤 한다. 정말로 쓸모가 없다.
-260쪽
까칠한 아티스트 사노 요코는 어쩌다 마음에 드는 일이 생겨도 ‘좋다’고 순순히 말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엔 옆집 아주머니가 가르쳐주던 다도 예법을 우습게 여겼고, 탈피한 뱀 껍질을 모으는 것이 취미에, 뱀을 쥐고 빙빙 휘두를 줄 아는 사촌을 너무나 닮고 싶어 하던 아이였으며, 친구의 기모노가 자신의 것보다 훨씬 고급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채는 영리해서 미운 소녀였다. 환갑이 되어서는 “요즘 젊은 애들은……”이라고 말하면서도 스티커 사진을 찍고,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서 루즈삭스를 신고 싶다고, 못 신어본 것이 평생의 원한이라고 울분을 토한다. 아들 친구와 함께 남의 밭에서 수박을 훔치고 그 열에 달떠 ‘도둑 회사’를 설립하려고 하지만 실패. 또한 이웃과 복지의 손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화장실 마룻널을 헛디뎌 홀로 죽은 할머니의 ‘혼자 있을 자유’까지 부러워한다.
만약 인생의 위기를 마주친다면 죽은 척을 합니다. 그 어떤 불행이라도 한순간 눈을 돌릴 때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끈질긴 불행이라도 방심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한순간에 미끈미끈 달아나 살아남읍시다.
-94쪽
하지만 내로라하는 독설가 사노 요코의 염세적이고, 냉소적인 말들이 차갑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어쩔 수 없는 따뜻함이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덤을 보러 다니는 친구를 보며 “죽으면 볕 따위 아무짝에 쓸모없어. 무덤을 고르는 건 아직 살아 있는 인간이야”라고 하지만 “친구가 곁에 있으면 죽은 뒤에도 꽤 외롭지 않을 것 같다”며 슬쩍 무덤을 곁눈질한다.
사노 요코는 싫어, 싫어 하고 모두를 거부하며 기운차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친구들이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면 싫어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싫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행복이고, 행운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사노 요코가 “고양이의 말에 따라 썼더니 한동안 먹고살게 해주었다”고 고백한 작가의 대표작 『100만 번 산 고양이』의 키워드 역시 ‘싫어’다. 주인공 고양이는 모두를 싫어하고 거부했기에 100만 번 죽었고, 100만 번 다시 살아난다. 길고도 괴로운 일생, 비뚤어진 인간이 독특한 고립에서 느끼는 행복을 사노 요코는 잘 알고 있고, 그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 제멋대로인 ‘죽은 고양이들’의 기분을 『이것 좋아 저것 싫어』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런 삐딱한 생명체들이 세상에 엄청나게 많이 숨어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도 그들 중 하나라는 점을 알기에 따뜻하게 보듬고 싶었기 때문이다.
추천사
사노 요코 할머니. 성별과 상관없이 늙을 수 있다면 저는 할머니처럼 늙고 싶습니다. 어림없는 소리 말라고, 장난스럽게 피식 웃으시겠지만, 제 마음은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게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할머니처럼. 그래도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기 위해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고, 좋아하는 것들의 이름을 한 번 더 부르고 있습니다. 할머니처럼. 할머니는 작가 모리 마리처럼 늙고 싶다며,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계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멋대로 만들어내는 것’을 배웠다고 했죠. 저는 할머니의 책들을 읽으며 멋대로 상상하고, 마음껏 엉뚱해지고 있습니다. 키득거리다가 아련해지고, 가끔 놀라다가 자주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이번 책도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음식 얘기와 책 이야기가 많아서 더 좋았어요.
김중혁(소설가)
▣ 작가 소개
저 : 사노 요코
일본의 작가,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중국의 베이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불화, 병으로 일찍 죽은 오빠에 관한 추억은 작가의 삶과 창작에 평생에 걸쳐 짙게 영향을 끼쳤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백화점의 홍보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1966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일본 그림책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비롯해 『아저씨 우산』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등 수많은 그림책과 창작집,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그림책으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일본 그림책상, 쇼가쿠간 아동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어렸을 적 병으로 죽은 오빠를 다룬 단편집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로 제1회 니미 난키치 아동문학상, 만년에 발표한 에세이집 『어쩌면 좋아』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수상했다. 2003년 일본 황실로부터 자수포장을 받았고, 2008년 장년에 걸친 그림책 작가 활동의 공로로 이와야사자나미 문예상을 받았다. 2004년 유방암에 걸렸으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고도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시즈코 씨』 등 말년까지 에세이집을 왕성하게 발표했다. 2010년 11월 5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만 72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역 : 이지수
고려대학교와 사이타마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학을 공부했다. 편집자로 일하다가 번역자로 전향했다. 텍스트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옮기는 번역가가 되기를 꿈꾼다. 옮긴 책으로는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 『내 생에 마지막 그림』 『니체의 인간학』 『아주 오래된 서점』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
십자 모양으로 묶은 찬합 15
겨울 도라지 19
너, 두고 보자! 24
공짜로 보는 영화 30
다마사부로 호두 35
사사삭 40
말의 눈은…… 44
성모마리아와 아미타불 49
폭풍을 내뿜다 55
거미줄 59
꾸준히, 꾸준히 64
드르륵, 드르륵 70
소문자 b 75
삼각형 양갱 79
1권의 절반 84
죽은 척 90
제멋대로 고집불통 95
훌륭하군요 101
3대 위는 원숭이 106
땡땡 중얼중얼 111
신의 손 116
통통통 122
양갱 색깔 시체 127
2
지리멘의 추억 135
초밥 141
먹어주세요 남겨주세요 149
먼로는 두 번 죽었다 154
그때 159
스티커 사진 아줌마 166
덜렁덜렁 172
하느님도 부처님도 엽서 한 장도 179
여자 노인과 할머니 186
나답게 죽는 이유 192
3
아오이 문고 203
옆집에서 살고 싶어 208
끝없는 바흐처럼 213
『불평과 분노의 마리아』는 지금 읽어도 새롭다 219
반한 게 잘못이다 224
후카자와 님의 가치 233
역사 속의 기운찬 미인 마사오카 리쓰 240
걷는 사람『좀머 씨 이야기』 243
장정은 책의 초상화 247
육아와 현대인의 고독 253
쓸모없다 258
문고판 후기 264
해설-아오야마 미나미 269
옮긴이의 말 277
눈치 보지 않고 싫다고 말하는 법
사노 요코에겐 매력적인 비뚤어진 작가들
하숙했던 집의 아주머니가 틈만 나면 게으르게 문고본을 읽는 내게 “책은 읽어도 책에 먹히면 안 돼”라고 말했다. 나는 딱히 다자이를 읽던 것도 아닌데 ‘아, 이 사람은 다자이 얘기를 하는 거구나’라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다른 때에 “소설은 읽어도 소설의 독은 조심해야 해”라고도 말했다. 나는 밥그릇을 행주로 닦고 있었는데 그때도 하늘의 계시처럼 ‘앗, 이것도 다자이 오사무 얘기다’라고 생각했다.
-226쪽
“아, 싫다, 귀찮아, 시끄러워”를 입에 달고 살며, 만사를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면부터 생각하는 ‘프로 불평인’ 사노 요코. ‘인간은 낙천적이어야 한다, 친절해야 한다, 서로 도와야 한다, 집에 틀어박혀서는 안 된다’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관적으로 사는 사람이야말로 고독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며 고집불통에, 자신을 고립시키는 예술가들을 동경하고 닮으려 한다.
모든 것이 너무 싫어서 견딜 수 없었던 시절. 심한 신경증으로 “온몸이 톱으로 잘리고 절구로 갈려 작열하는 태양 아래의 사막에서 피투성이 심장을 끈으로 동여매어 질질 끌며 걷는 기분”에 사로잡혀 있던 때, 사노 요코는 비뚤어진 인간들, 완고하게 그들만의 세계를 공고히 확립한 작가들의 삶을 부러워하며 먼발치에서 바라본다. 이들의 책과 소설 같은 인생은 사노 요코가 괴로움을 딛고 다시 “세상은 살 만한 곳이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었다.
“새로운 것은 낡지만 이 세상을 굴복시킨 시대착오는 영원하다”며 “녹색 위장약을 먹은 다음 날의 똥색에 털 뭉치가 빼곡하게 모여 있는 찜찜한 스웨터”를 입은 모리 마리(모리 오가이의 딸)의 고립된 세계를 동경한다. 그리고 “태어나서 미안합니다라니, 누구나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다. 그걸 말하면 끝장이야” 하고 화를 내다가도 우왕좌왕하던 청춘 시절, 몰래 탐독했던 다자이 오사무 사랑에 대해서도 부끄럽게 고백한다.
뿐만 아니라 “똥도 안 쌀 것 같은 얼굴의 녀석들에게 침 뱉을 용기를 주는” 후카자와 시치로, “인간은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가와이 하야오, “음흉함이 전혀 없는” 와다 마코토 등 사노 요코는 ‘요코다운’ 당찬 세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예술가들에 대해 차분하게 써 내려간다. 작가는 우울과 고독 속에서 간신히 찾은 행복 한 가닥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된 배경을 『이것 좋아 저것 싫어』에 하나하나 무겁지 않게, 특유의 위트를 담아 밝힌다.
나는 문호라 불리는 사람들의 전집 마지막에 정리되어 있는 일기나 서간집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 마음은 와이드 쇼를 좋아하는 아줌마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에게 ‘비열한 마음가짐’이라는 말을 들을 것은 알고 있지만 멈출 수 없다. 대부분은 뭔가 까다롭고 지루한데, 하지만 그 지루함을 참으면 지루함의 산 속에서 ‘앗’ 하고 놀랄 만한, 훌륭한 작품 가운데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가슴 뛰는 문장이나 비밀 한 조각을 맞닥뜨리는 것이 기쁨이다.
-219쪽
싫다고만 하기엔 가끔은 무리
좋아할 때는 최대한 시크하게
고양이라면 두세 마리쯤 주인의 이불 근처에 둥글게 모여 있어도 ‘어머, 귀엽네’라고들 생각할 것이고, 실제로도 귀엽다. 그러나 고양이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전혀 쓸모가 없다. 때때로 나는 우리 집 뚱뚱보 고양이를 향해 “전화 정도는 받아!”라며 화를 내곤 한다. 정말로 쓸모가 없다.
-260쪽
까칠한 아티스트 사노 요코는 어쩌다 마음에 드는 일이 생겨도 ‘좋다’고 순순히 말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엔 옆집 아주머니가 가르쳐주던 다도 예법을 우습게 여겼고, 탈피한 뱀 껍질을 모으는 것이 취미에, 뱀을 쥐고 빙빙 휘두를 줄 아는 사촌을 너무나 닮고 싶어 하던 아이였으며, 친구의 기모노가 자신의 것보다 훨씬 고급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채는 영리해서 미운 소녀였다. 환갑이 되어서는 “요즘 젊은 애들은……”이라고 말하면서도 스티커 사진을 찍고,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서 루즈삭스를 신고 싶다고, 못 신어본 것이 평생의 원한이라고 울분을 토한다. 아들 친구와 함께 남의 밭에서 수박을 훔치고 그 열에 달떠 ‘도둑 회사’를 설립하려고 하지만 실패. 또한 이웃과 복지의 손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화장실 마룻널을 헛디뎌 홀로 죽은 할머니의 ‘혼자 있을 자유’까지 부러워한다.
만약 인생의 위기를 마주친다면 죽은 척을 합니다. 그 어떤 불행이라도 한순간 눈을 돌릴 때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끈질긴 불행이라도 방심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한순간에 미끈미끈 달아나 살아남읍시다.
-94쪽
하지만 내로라하는 독설가 사노 요코의 염세적이고, 냉소적인 말들이 차갑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어쩔 수 없는 따뜻함이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덤을 보러 다니는 친구를 보며 “죽으면 볕 따위 아무짝에 쓸모없어. 무덤을 고르는 건 아직 살아 있는 인간이야”라고 하지만 “친구가 곁에 있으면 죽은 뒤에도 꽤 외롭지 않을 것 같다”며 슬쩍 무덤을 곁눈질한다.
사노 요코는 싫어, 싫어 하고 모두를 거부하며 기운차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친구들이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면 싫어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싫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행복이고, 행운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사노 요코가 “고양이의 말에 따라 썼더니 한동안 먹고살게 해주었다”고 고백한 작가의 대표작 『100만 번 산 고양이』의 키워드 역시 ‘싫어’다. 주인공 고양이는 모두를 싫어하고 거부했기에 100만 번 죽었고, 100만 번 다시 살아난다. 길고도 괴로운 일생, 비뚤어진 인간이 독특한 고립에서 느끼는 행복을 사노 요코는 잘 알고 있고, 그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 제멋대로인 ‘죽은 고양이들’의 기분을 『이것 좋아 저것 싫어』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런 삐딱한 생명체들이 세상에 엄청나게 많이 숨어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도 그들 중 하나라는 점을 알기에 따뜻하게 보듬고 싶었기 때문이다.
추천사
사노 요코 할머니. 성별과 상관없이 늙을 수 있다면 저는 할머니처럼 늙고 싶습니다. 어림없는 소리 말라고, 장난스럽게 피식 웃으시겠지만, 제 마음은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게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할머니처럼. 그래도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기 위해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고, 좋아하는 것들의 이름을 한 번 더 부르고 있습니다. 할머니처럼. 할머니는 작가 모리 마리처럼 늙고 싶다며,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계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멋대로 만들어내는 것’을 배웠다고 했죠. 저는 할머니의 책들을 읽으며 멋대로 상상하고, 마음껏 엉뚱해지고 있습니다. 키득거리다가 아련해지고, 가끔 놀라다가 자주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이번 책도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음식 얘기와 책 이야기가 많아서 더 좋았어요.
김중혁(소설가)
▣ 작가 소개
저 : 사노 요코
일본의 작가,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중국의 베이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불화, 병으로 일찍 죽은 오빠에 관한 추억은 작가의 삶과 창작에 평생에 걸쳐 짙게 영향을 끼쳤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백화점의 홍보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1966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일본 그림책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비롯해 『아저씨 우산』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등 수많은 그림책과 창작집,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그림책으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일본 그림책상, 쇼가쿠간 아동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어렸을 적 병으로 죽은 오빠를 다룬 단편집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로 제1회 니미 난키치 아동문학상, 만년에 발표한 에세이집 『어쩌면 좋아』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수상했다. 2003년 일본 황실로부터 자수포장을 받았고, 2008년 장년에 걸친 그림책 작가 활동의 공로로 이와야사자나미 문예상을 받았다. 2004년 유방암에 걸렸으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고도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시즈코 씨』 등 말년까지 에세이집을 왕성하게 발표했다. 2010년 11월 5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만 72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역 : 이지수
고려대학교와 사이타마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학을 공부했다. 편집자로 일하다가 번역자로 전향했다. 텍스트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옮기는 번역가가 되기를 꿈꾼다. 옮긴 책으로는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 『내 생에 마지막 그림』 『니체의 인간학』 『아주 오래된 서점』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
십자 모양으로 묶은 찬합 15
겨울 도라지 19
너, 두고 보자! 24
공짜로 보는 영화 30
다마사부로 호두 35
사사삭 40
말의 눈은…… 44
성모마리아와 아미타불 49
폭풍을 내뿜다 55
거미줄 59
꾸준히, 꾸준히 64
드르륵, 드르륵 70
소문자 b 75
삼각형 양갱 79
1권의 절반 84
죽은 척 90
제멋대로 고집불통 95
훌륭하군요 101
3대 위는 원숭이 106
땡땡 중얼중얼 111
신의 손 116
통통통 122
양갱 색깔 시체 127
2
지리멘의 추억 135
초밥 141
먹어주세요 남겨주세요 149
먼로는 두 번 죽었다 154
그때 159
스티커 사진 아줌마 166
덜렁덜렁 172
하느님도 부처님도 엽서 한 장도 179
여자 노인과 할머니 186
나답게 죽는 이유 192
3
아오이 문고 203
옆집에서 살고 싶어 208
끝없는 바흐처럼 213
『불평과 분노의 마리아』는 지금 읽어도 새롭다 219
반한 게 잘못이다 224
후카자와 님의 가치 233
역사 속의 기운찬 미인 마사오카 리쓰 240
걷는 사람『좀머 씨 이야기』 243
장정은 책의 초상화 247
육아와 현대인의 고독 253
쓸모없다 258
문고판 후기 264
해설-아오야마 미나미 269
옮긴이의 말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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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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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