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우리는 자연을
착각하고 있다
만일 지금 내 고향 인근에 남아 있는 초원으로 당신을 데려간다면, 당신 눈에 그곳은 지구의 다른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오래된 초원으로 보일 것이다. (중략) 하늘부터 땅까지, 그 경관 전체에 우리가 자연이라 부르는 것의 모습과 냄새와 느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사회가 다각적으로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_28쪽
자연을 보고 느끼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대부분 잘 꾸민 정원, 총천연색의 꽃과 나무가 우거진 수목원에 간다. 우리는 이런 곳을 ‘자연’이라고 말하고 자연을 체험하기 위해 농가나 해변, 갯벌로 떠난다. 이런 곳이 정말로 진정한 의미의 자연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자연이라고 생각하는 들판이나 산도 실질적으로는 인간의 손길이 닿아 있다.
매키넌은 이런 장소는 진정한 의미의 ‘자연/야생’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인류가 자연의 의미를 착각하고 있다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예로 든다. 그가 어릴 적 초원에서 본 붉은여우(불페스 불페스, Vulpes vulpes)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진정한 의미의 야생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가 본 붉은여우도 엄밀한 의미로는 야생이 아니었다. 붉은여우는 생물학자에 의해 외래종으로 분류되었다. 외래종은 자신들이 속하지 않은 자연계로 이동하게 되면 그곳의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시킨다. 붉은여우도 지역에 있는 토종여우를 몰아냈고 세계 100대 악성 외래종 가운데 하나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인류는 동식물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그곳이 자연이자 야생이라고 생각해왔다.
또 하나 우리가 착각하는 것은 자연과 비(非)자연이 대립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두 가지를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연을 보존할지 아니면 비(非)자연에 자리를 내어줄지를 고민한다. 즉 우리는 인간이 아닌 것, 인간과 반대되는 것이라면 모두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150여 년 전 환경운동의 기틀을 세운 조지 마시가 『인간과 자연』(Man and Nature)을 출간했을 때도 사람들은 여전히 야생의 의미를 착각하고 있었다. 인류는 지구의 야생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형태와 생산적 측면에서 변화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곳저곳에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을 만들어 야생을 보존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곳은 야생이 아니었다. 마시는 이미 오래전에 지구의 야생지역 대부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형태와 생산 측면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며 인류가 자연을 우리 선조들조차 알아볼 수 없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마시는 “현재를 알려면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말을 남겼지만 우리는 과거의 야생이 어떠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자연은 불과 100년 전 모습이 어땠는지조차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많이 변해버렸다.
가장 순수한 자연은 바다다
과거의 자연계는 단순히 사라지고 잊힌 게 아니다. 자연계는 아직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_117쪽
진정한 의미의 ‘자연’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자. 현재 지구상에서 인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가장 순수한 자연은 바다다. 과거의 바다에 어떤 생물이 있었는지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더 쉽게 밝힐 수 있지만 과거의 바다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리고 킹맨 환초의 연구를 토대로 했을 때 자연은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즉 섬에 살고 있는 생물자원의 약 85퍼센트가 상어를 비롯해 생태계 피라미드의 최상위 포식동물들로 파악되었다.
보통 생태계 피라미드에서 가장 넓은 최하위층은 보통 식물이나 플랑크톤 같은 1차 생산자가 차지한다. 이 생물들은 흔히 먹잇감 동물로 간주되는 2차 소비자의 먹이가 된다. 그리고 피라미드의 중간 단계를 차지하는 이 먹잇감 동물들이 이번에는 생태계 피라미드의 최상위층을 차지하는 더 적은 수의 포식동물들에게 잡아먹힌다. 그러나 킹맨 환초는 삼각형 모양의 생태계 피라미드 구조를 거꾸로 뒤집어놓은 꼴이다. 현미경으로 봐야만 보이는 미세한 생물보다 더 큰 생물 집단이 많은 생태계 피라미드가 기록된 것은 그곳이 최초였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풍부한 개체 수를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매년 킹맨 환초의 작은 물고기 99퍼센트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물고기들은 산호 안에 숨어서 빠르게 자라난다. 또 일찍 성숙해 포식어종의 먹잇감이 될 수백만 개의 알을 낳아 개체 수를 유지한다. 한편 상어를 비롯한 포식자들은 서서히 자라서 오랜 시간에 걸쳐 성숙하고 새끼도 별로 낳지 않으며 수명도 아주 길다. 이로써 두 어종은 ‘공존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냈다. 고기를 잡아들이거나 바닷물을 오염시키는 인간들의 손이 미친 ‘정상적인’ 암초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개체 수를 유지한 것이다.
인류는 이렇게 원래의 자연/야생을 변화시켰다. 진정한 의미의 ‘야생’, 즉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야생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의문도 갖지 않은 상태로 야생은 조금씩 변화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진정한 ‘야생’은 전 세계 대륙의 약 10퍼센트밖에 남아 있지 않다. 우리는 인류가 잃어버린 자연계 생물에는 어떤 생물이 있는지, 멸종된 동식물들로 인해 지구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로써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원형을 가늠하고 자연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생태계 복원을 방해하는 걸림돌
재야생화라는 단어의 가장 보편적 정의는 “더 야생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용어는 유적을 복원하는 것처럼 과거의 특수한 자연환경을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즉 재야생화는 인류가 신경 쓰지 않았던 생물과 생태계의 여러 과정을 되살리는 시도이자 자연과 관련된 인류의 문화적 기원을 복원하는 노력과도 연관되어 있다.
물론 자연환경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20세기부터 지속되어왔다. 1900년부터 100년간 자연보호운동은 계속되었다. 현재 세계 125개국에 10만 군데 이상의 보호구역이 존재한다. 전 세계 사람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야생삼림지대를 보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야생삼림지대는 자연과 연결되지 않은 섬일 뿐이다. 지상보호구역 가운데 약 60퍼센트는 10제곱킬로미터가 넘지 않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그리고 이 구역들은 다른 구역과 연결되지 않고 떨어져 있다. 그리고 그 면적에 비례해 생물 개체 수도 변한다. 최근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공원과 삼림지대 사이에 동물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생태통로를 만들고 넓은 공간을 보존하려 애쓰고 있지만 이도 충분하지 않다.
환경운동의 치명적인 걸림돌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려는 데 있었다. 지금까지 큰 대륙 규모의 자연환경운동이 성공한 예는 없다. 지구에서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구역은 15퍼센트에 이르지만 이 또한 분리되어 있을 뿐이다.
또 한 가지 걸림돌은 환경운동이 “향수에 젖은 과학”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원시시대의 수렵인과 같은 환경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 수는 없다.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모든 외래종을 그들이 원래 태어난 대륙으로 되돌려 놓을 수도 없다. 또 재야생화가 모든 생물을 안전하게 보존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가령 1998년 섬 회복 운동인 ‘이사벨라 프로젝트’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재야생화를 위해 실행되었다. 외래종 가축 때문에 개체 수 회복을 방해받던 거북들을 위한 이 프로젝트는 한 시간당 평균 50마리의 염소를 사살하는 것이었다. 염소뿐 아니라 당나귀와 외래종 쥐까지 22톤의 독극물 미끼를 투하해 사살했다. 언론들은 “환경운동가들이 독살범으로 돌아섰다”며 사건을 대대적으로 크게 보도했지만 미국의 생물학자 조시 돈런은 “자연보존을 위해 죽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야생화는 분명히 논란의 소지가 있는 새로운 관점으로 자연을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왜 재야생화를 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미 새로운 생태계 안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새롭고 매력적인 도시를 만든다 해도 사라졌던 생물들이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대체 왜 우리 주변의 환경과 도시를 ‘재야생화’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동식물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동식물은 우리와 함께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남극해에 있는 고래와 크릴새우에 대한 사례를 보자. 남극해에 있는 대형 고래들이 거의 전멸했을 때 사람들은 크릴새우의 개체 수가 매우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였다. 크릴새우는 원래 개체 수의 약 80퍼센트까지 감소했다.
극지생물해양학자 빅터 스메타체크에 따르면 고래들은 크릴새우를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크릴새우가 잘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그러면 더 많은 수의 크릴새우는 고래의 개체 수가 증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남극해가 철분을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철분이 풍부한 바닷물에서 자라는 플랑크톤을 먹는 크릴새우에도 철분이 가득 차게 된다. 그리고 그 크릴새우를 먹은 고래는 철분이 가득한 액체를 배설한다. 이 배설물에 함유된 철분은 다시 바다를 비옥하게 한다. 이 먹이사슬은 바다의 개체 수를 더욱 증가하게 하고, 이 바다에 살고 있는 많은 플랑크톤은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기후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고래 한 종의 탄소 감소량만으로도 탄소 거래소에서 2,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는 것은 과거의 풍요로웠던 생태계가 대기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음을 증명한다. 지구의 생태계가 와해된 이 세계를 만든 자가 결국 우리 인류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2010년 4월 멕시코 만에서 석유시추선 딥 워터 호라이즌호가 폭발하며 침몰해 해저 1,500미터에 있던 파이프에서 원유가 대량으로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유출된 기름을 정화하면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멕시코 만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정상’이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하면 원래 환경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은 묘연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의 모습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인간존재들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자연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살아가면서 자신들의 환경에 적응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들이 알던 자연환경을 손상시킬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 결과 현재 날것 그대로의 야생을 재현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매키넌은 뒷마당에 씨앗을 심는 작은 일부터 전 세계 대륙에 퍼져 살아가는 동물들의 이동 경로를 복원하는 것까지 이 모든 것이 ‘재야생화’라고 주장하며 다시 야생을 찾으려는 우리의 노력을 촉구한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지 못하는 오늘날, 우리는 지금이라도 잃어버린 야생, 그리고 다시 우리에게 다가올 새로운 야생을 찾아 나서야 한다.
추천사
이 책은 애니 딜라드의 고전 『돌에게 말하는 법 가르치기』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위대하다.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명상과 자연의 역사, 기억이 가득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풍광과 생물 종에 관한 내용을 새롭게 밝힌다. -[더 뉴욕 타임스 북 리뷰]
공생과 혼란이 교차하는 자연과 인류의 관계에 대한 긴박한 성찰이다. 지구라는 행성과 뒤얽혀 있는 취약한 인간의 삶에 대해 매키넌은 꼭 필요한 열정적인 사례를 만들어낸다. -[시카고 트리뷴]
이 책은 당신의 피를 차갑게 만들 것이다. 또는 우리의 행성이 강탈되어버린 것에 대해 격렬한 분노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다. 매키넌은 자연의 세계에 닥친 위기가 아직 치명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자연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무엇을 멈춰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지구와 인류가 함께 남아 있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이 책을 선사한다. - 팔리 모와트(『잊혀진 미래』의 작가)
주목할 만한 책이다. 아름답고 또 중요한 글이다. 매키넌은 오늘날 지구가 처한 현재 상태에 대해 어떠한 펀치도 날리지 않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차분히 전달한다. -[내셔널 포스트]
『잃어버린 야생을 찾아서』는 그 자체로 살아 있다. -[토론토 스타]
▣ 작가 소개
저자 : 제임스 매키넌
저널리즘으로 많은 상을 받았다. ‘100마일 식단’이라는 개념을 세계에 알린 『플렌티』(Plenty)와 『나는 여기에 산다』(I Live Here)를 앨리사 스미스와 공동집필했고, 『천국에 간 죽은 사람』(Dead Man in Paradise)으로 캐나다에서 문학적 논픽션에 주는 상 가운데 가장 큰 상을 받기도 했다. 음식과 생태계에 대해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이 글들은 몇 권의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서 살고 있다.
역자 : 윤미연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캉 대학교에서 공부한 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르 클레지오의 『라가-보이지 않는 대륙에 가까이 다가가기』 『허기의 간주곡』을 비롯하여 카미유 드 페레티의 『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 로맹 가리의 『마지막 숨결』, 클레르 카스티용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기욤 뮈소의 『구해줘』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주요 목차
1. 문제의 본질
2. 자연의 본질
3. 인간의 본질
우리는 자연을
착각하고 있다
만일 지금 내 고향 인근에 남아 있는 초원으로 당신을 데려간다면, 당신 눈에 그곳은 지구의 다른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오래된 초원으로 보일 것이다. (중략) 하늘부터 땅까지, 그 경관 전체에 우리가 자연이라 부르는 것의 모습과 냄새와 느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사회가 다각적으로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_28쪽
자연을 보고 느끼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대부분 잘 꾸민 정원, 총천연색의 꽃과 나무가 우거진 수목원에 간다. 우리는 이런 곳을 ‘자연’이라고 말하고 자연을 체험하기 위해 농가나 해변, 갯벌로 떠난다. 이런 곳이 정말로 진정한 의미의 자연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자연이라고 생각하는 들판이나 산도 실질적으로는 인간의 손길이 닿아 있다.
매키넌은 이런 장소는 진정한 의미의 ‘자연/야생’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인류가 자연의 의미를 착각하고 있다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예로 든다. 그가 어릴 적 초원에서 본 붉은여우(불페스 불페스, Vulpes vulpes)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진정한 의미의 야생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가 본 붉은여우도 엄밀한 의미로는 야생이 아니었다. 붉은여우는 생물학자에 의해 외래종으로 분류되었다. 외래종은 자신들이 속하지 않은 자연계로 이동하게 되면 그곳의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시킨다. 붉은여우도 지역에 있는 토종여우를 몰아냈고 세계 100대 악성 외래종 가운데 하나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인류는 동식물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그곳이 자연이자 야생이라고 생각해왔다.
또 하나 우리가 착각하는 것은 자연과 비(非)자연이 대립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두 가지를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연을 보존할지 아니면 비(非)자연에 자리를 내어줄지를 고민한다. 즉 우리는 인간이 아닌 것, 인간과 반대되는 것이라면 모두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150여 년 전 환경운동의 기틀을 세운 조지 마시가 『인간과 자연』(Man and Nature)을 출간했을 때도 사람들은 여전히 야생의 의미를 착각하고 있었다. 인류는 지구의 야생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형태와 생산적 측면에서 변화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곳저곳에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을 만들어 야생을 보존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곳은 야생이 아니었다. 마시는 이미 오래전에 지구의 야생지역 대부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형태와 생산 측면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며 인류가 자연을 우리 선조들조차 알아볼 수 없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마시는 “현재를 알려면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말을 남겼지만 우리는 과거의 야생이 어떠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자연은 불과 100년 전 모습이 어땠는지조차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많이 변해버렸다.
가장 순수한 자연은 바다다
과거의 자연계는 단순히 사라지고 잊힌 게 아니다. 자연계는 아직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_117쪽
진정한 의미의 ‘자연’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자. 현재 지구상에서 인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가장 순수한 자연은 바다다. 과거의 바다에 어떤 생물이 있었는지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더 쉽게 밝힐 수 있지만 과거의 바다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리고 킹맨 환초의 연구를 토대로 했을 때 자연은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즉 섬에 살고 있는 생물자원의 약 85퍼센트가 상어를 비롯해 생태계 피라미드의 최상위 포식동물들로 파악되었다.
보통 생태계 피라미드에서 가장 넓은 최하위층은 보통 식물이나 플랑크톤 같은 1차 생산자가 차지한다. 이 생물들은 흔히 먹잇감 동물로 간주되는 2차 소비자의 먹이가 된다. 그리고 피라미드의 중간 단계를 차지하는 이 먹잇감 동물들이 이번에는 생태계 피라미드의 최상위층을 차지하는 더 적은 수의 포식동물들에게 잡아먹힌다. 그러나 킹맨 환초는 삼각형 모양의 생태계 피라미드 구조를 거꾸로 뒤집어놓은 꼴이다. 현미경으로 봐야만 보이는 미세한 생물보다 더 큰 생물 집단이 많은 생태계 피라미드가 기록된 것은 그곳이 최초였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풍부한 개체 수를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매년 킹맨 환초의 작은 물고기 99퍼센트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물고기들은 산호 안에 숨어서 빠르게 자라난다. 또 일찍 성숙해 포식어종의 먹잇감이 될 수백만 개의 알을 낳아 개체 수를 유지한다. 한편 상어를 비롯한 포식자들은 서서히 자라서 오랜 시간에 걸쳐 성숙하고 새끼도 별로 낳지 않으며 수명도 아주 길다. 이로써 두 어종은 ‘공존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냈다. 고기를 잡아들이거나 바닷물을 오염시키는 인간들의 손이 미친 ‘정상적인’ 암초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개체 수를 유지한 것이다.
인류는 이렇게 원래의 자연/야생을 변화시켰다. 진정한 의미의 ‘야생’, 즉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야생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의문도 갖지 않은 상태로 야생은 조금씩 변화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진정한 ‘야생’은 전 세계 대륙의 약 10퍼센트밖에 남아 있지 않다. 우리는 인류가 잃어버린 자연계 생물에는 어떤 생물이 있는지, 멸종된 동식물들로 인해 지구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로써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원형을 가늠하고 자연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생태계 복원을 방해하는 걸림돌
재야생화라는 단어의 가장 보편적 정의는 “더 야생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용어는 유적을 복원하는 것처럼 과거의 특수한 자연환경을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즉 재야생화는 인류가 신경 쓰지 않았던 생물과 생태계의 여러 과정을 되살리는 시도이자 자연과 관련된 인류의 문화적 기원을 복원하는 노력과도 연관되어 있다.
물론 자연환경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20세기부터 지속되어왔다. 1900년부터 100년간 자연보호운동은 계속되었다. 현재 세계 125개국에 10만 군데 이상의 보호구역이 존재한다. 전 세계 사람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야생삼림지대를 보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야생삼림지대는 자연과 연결되지 않은 섬일 뿐이다. 지상보호구역 가운데 약 60퍼센트는 10제곱킬로미터가 넘지 않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그리고 이 구역들은 다른 구역과 연결되지 않고 떨어져 있다. 그리고 그 면적에 비례해 생물 개체 수도 변한다. 최근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공원과 삼림지대 사이에 동물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생태통로를 만들고 넓은 공간을 보존하려 애쓰고 있지만 이도 충분하지 않다.
환경운동의 치명적인 걸림돌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려는 데 있었다. 지금까지 큰 대륙 규모의 자연환경운동이 성공한 예는 없다. 지구에서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구역은 15퍼센트에 이르지만 이 또한 분리되어 있을 뿐이다.
또 한 가지 걸림돌은 환경운동이 “향수에 젖은 과학”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원시시대의 수렵인과 같은 환경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 수는 없다.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모든 외래종을 그들이 원래 태어난 대륙으로 되돌려 놓을 수도 없다. 또 재야생화가 모든 생물을 안전하게 보존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가령 1998년 섬 회복 운동인 ‘이사벨라 프로젝트’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재야생화를 위해 실행되었다. 외래종 가축 때문에 개체 수 회복을 방해받던 거북들을 위한 이 프로젝트는 한 시간당 평균 50마리의 염소를 사살하는 것이었다. 염소뿐 아니라 당나귀와 외래종 쥐까지 22톤의 독극물 미끼를 투하해 사살했다. 언론들은 “환경운동가들이 독살범으로 돌아섰다”며 사건을 대대적으로 크게 보도했지만 미국의 생물학자 조시 돈런은 “자연보존을 위해 죽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야생화는 분명히 논란의 소지가 있는 새로운 관점으로 자연을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왜 재야생화를 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미 새로운 생태계 안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새롭고 매력적인 도시를 만든다 해도 사라졌던 생물들이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대체 왜 우리 주변의 환경과 도시를 ‘재야생화’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동식물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동식물은 우리와 함께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남극해에 있는 고래와 크릴새우에 대한 사례를 보자. 남극해에 있는 대형 고래들이 거의 전멸했을 때 사람들은 크릴새우의 개체 수가 매우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였다. 크릴새우는 원래 개체 수의 약 80퍼센트까지 감소했다.
극지생물해양학자 빅터 스메타체크에 따르면 고래들은 크릴새우를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크릴새우가 잘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그러면 더 많은 수의 크릴새우는 고래의 개체 수가 증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남극해가 철분을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철분이 풍부한 바닷물에서 자라는 플랑크톤을 먹는 크릴새우에도 철분이 가득 차게 된다. 그리고 그 크릴새우를 먹은 고래는 철분이 가득한 액체를 배설한다. 이 배설물에 함유된 철분은 다시 바다를 비옥하게 한다. 이 먹이사슬은 바다의 개체 수를 더욱 증가하게 하고, 이 바다에 살고 있는 많은 플랑크톤은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기후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고래 한 종의 탄소 감소량만으로도 탄소 거래소에서 2,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는 것은 과거의 풍요로웠던 생태계가 대기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음을 증명한다. 지구의 생태계가 와해된 이 세계를 만든 자가 결국 우리 인류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2010년 4월 멕시코 만에서 석유시추선 딥 워터 호라이즌호가 폭발하며 침몰해 해저 1,500미터에 있던 파이프에서 원유가 대량으로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유출된 기름을 정화하면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멕시코 만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정상’이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하면 원래 환경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은 묘연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의 모습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인간존재들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자연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살아가면서 자신들의 환경에 적응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들이 알던 자연환경을 손상시킬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 결과 현재 날것 그대로의 야생을 재현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매키넌은 뒷마당에 씨앗을 심는 작은 일부터 전 세계 대륙에 퍼져 살아가는 동물들의 이동 경로를 복원하는 것까지 이 모든 것이 ‘재야생화’라고 주장하며 다시 야생을 찾으려는 우리의 노력을 촉구한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지 못하는 오늘날, 우리는 지금이라도 잃어버린 야생, 그리고 다시 우리에게 다가올 새로운 야생을 찾아 나서야 한다.
추천사
이 책은 애니 딜라드의 고전 『돌에게 말하는 법 가르치기』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위대하다.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명상과 자연의 역사, 기억이 가득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풍광과 생물 종에 관한 내용을 새롭게 밝힌다. -[더 뉴욕 타임스 북 리뷰]
공생과 혼란이 교차하는 자연과 인류의 관계에 대한 긴박한 성찰이다. 지구라는 행성과 뒤얽혀 있는 취약한 인간의 삶에 대해 매키넌은 꼭 필요한 열정적인 사례를 만들어낸다. -[시카고 트리뷴]
이 책은 당신의 피를 차갑게 만들 것이다. 또는 우리의 행성이 강탈되어버린 것에 대해 격렬한 분노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다. 매키넌은 자연의 세계에 닥친 위기가 아직 치명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자연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무엇을 멈춰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지구와 인류가 함께 남아 있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이 책을 선사한다. - 팔리 모와트(『잊혀진 미래』의 작가)
주목할 만한 책이다. 아름답고 또 중요한 글이다. 매키넌은 오늘날 지구가 처한 현재 상태에 대해 어떠한 펀치도 날리지 않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차분히 전달한다. -[내셔널 포스트]
『잃어버린 야생을 찾아서』는 그 자체로 살아 있다. -[토론토 스타]
▣ 작가 소개
저자 : 제임스 매키넌
저널리즘으로 많은 상을 받았다. ‘100마일 식단’이라는 개념을 세계에 알린 『플렌티』(Plenty)와 『나는 여기에 산다』(I Live Here)를 앨리사 스미스와 공동집필했고, 『천국에 간 죽은 사람』(Dead Man in Paradise)으로 캐나다에서 문학적 논픽션에 주는 상 가운데 가장 큰 상을 받기도 했다. 음식과 생태계에 대해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이 글들은 몇 권의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서 살고 있다.
역자 : 윤미연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캉 대학교에서 공부한 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르 클레지오의 『라가-보이지 않는 대륙에 가까이 다가가기』 『허기의 간주곡』을 비롯하여 카미유 드 페레티의 『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 로맹 가리의 『마지막 숨결』, 클레르 카스티용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기욤 뮈소의 『구해줘』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주요 목차
1. 문제의 본질
2. 자연의 본질
3. 인간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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