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표 평전 -부조리에 대항한 시민과학자-

고객평점
저자임은경
출판사항공존, 발행일:2016/01/19
형태사항p.304 국판:22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552652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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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인간과 학문을 사랑하고
부조리에 맞서며 더 정의로운 세상을 열망한
‘유기적 지식인’ 박상표의 일생

박상표, 그는 누구인가? 왜 『박상표 평전』을 읽어야 하는가?

2008년 6월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과,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거나 아기띠로 들러맨 젊은 엄마들을 비롯해, 여느 시위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일반 시민들’까지 거리로 나와 저마다 손에 촛불을 하나씩 들고 ‘명박산성’을 향해서 ‘검역 주권 수호와 식품 안전 보장’을 외쳤다.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시민들이 특정 주도 세력 없이 자발적으로 모여 비폭력적으로 펼친 이 ‘촛불 집회’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시민운동’으로 꼽힌다. 야간 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 ‘문화 행사’로 펼쳐진 이 집회는 ‘촛불 문화제’로 불리며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평가됐다. 그리고 이 집회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든 인물들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시민의 편에서 ‘친미’ 정부와 가장 치열하게 싸운 사람은 바로 ‘박상표’라는 수의사다. 언론과 집회에 수없이 등장했던 그는 당시 ‘촛불 의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촛불 집회는 근본적으로 ‘검역 주권과 식품 안전’을 미국에 쉽게 내준 정부에 대한 불신과 저항이었다. 다시 말해 문제의 본질은 ‘광우병’이 아니라 ‘정부의 신뢰성’이었다. 2010년 7월에 박상표가 정리한 ‘미국산 쇠고기 주요 수입국들의 수입 조건’(227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은 일본, 타이완, 멕시코, 중국, 오스트레일리아에 비해 월등히 ‘관대한’ 조건을 받아들였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관한 논란은 당시의 최신 과학이 총동원된 치열한 공방전이었고, 박상표는 ‘관대한’ 조건을 받아들이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온갖 선전을 하는 정부에 맞서 전 세계의 첨단 연구 및 통계 자료를 제시했으며 시민들에게 그런 과학 지식을 쉽게 이해시켰다.

광우병 정국에서 주목할 점 가운데 하나는, 정부나 주류 전문가들의 의도적이고 편향된 주장에 맞서 국민과 일반 시민의 편에서 전문적이고 정당한 주장을 일관되게 펼친 자발적인 ‘시민과학자’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박상표는 바로 그 ‘시민과학자’였으며, 일명 ‘대항 전문가(counter expert)’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본 원전 1세대 연구원 출신으로 암 투병을 하면서도 핵의 위험성을 알리고 시민과학자 양성 학교를 설립한 독립 과학자 다카기 진자부로(高木仁三郞)를 떠올리게 했다.

2016년 현재, 즉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이 국내에서 아직 실제 임상 사례로 보고된 적이 없고 2008년 촛불 집회 및 광우병 논란과 관련된 다수의 재판에서 정부가 승소한 지금, 많은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꺼려하면서도 광우병 논란과 촛불 집회를 시류에 휩쓸려 오도(誤導)된 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도된 휩쓸림’이 아니라 ‘당시의 최선책’이었다. 지금 다시 그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박상표 같은 ‘대항 전문가’는 꼭 필요하고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설 것이다.

만약 ‘대항 전문가’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진짜 ‘오도된 우민(愚民)’이 될 수 있다. 국민이 정부를 긴장시키지 못하면 정부가 국민을 긴장시키게 마련이다. 앞으로 더 전문화되는 각 분야에서 이런 ‘대항 전문가’들은 계속 나타나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상표’는 ‘시민과학자’ 겸 ‘대항 전문가’의 전범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또한 박상표는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기획실장의 말처럼(291쪽), 이탈리아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가 말한 ‘유기적 지식인(organic intellectual)’의 전형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박상표’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드물게 기억하더라도 광우병 정국 때 MBC 「100분 토론」 같은 프로그램에 나왔던 모습밖에 떠올리지 못한다. 당시 그는 현직 수의사이자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국건수)’의 정책국장이었다. 그는 2008년 이후로도 계속 수의사 겸 국건수 정책국장으로서 주로 공중보건이나 식품과 관련 있는 문제들을 제기하며 사회운동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런데 그러던 그가 2014년 1월 19일에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이유를 명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족도, 친한 친구도. 물질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어 보였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까지도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에 관해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간단히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 같은 사회면 단신 기사만 내보냈다. 광우병 정국 때, 그리고 그 이후로도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언론들조차 그의 역할과 가치를 깊이 되짚어보지 않았고 그는 다시 잊혀갔다. 하지만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사적인 이유 때문에 공적으로 커다란 기여를 한 인물을 쉽게 망각해서는 안 된다.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표상적인 인물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하고 오래도록 기념되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그의 대학 동문들이 나서서 그의 삶을 기리는 책을 기획했고, 그를 아는 여러 사람들의 지원 하에 약 2년간의 집필과 편집 과정을 거쳐 2주기인 2016년 1월 19일을 앞두고 『박상표 평전』으로 출간됐다.

기꺼이 저자로 나선 임은경은 현직 언론인답게 박상표의 행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찾아다니며 큰 틀에서 그의 삶 전체를 조망하고 재구성했다. 그리고 문화유산 답사기를 쓰듯, 남아 있는 그의 흔적에서 숨겨진 의미까지 읽어내 밀도 있게 기술했다. 취재와 집필을 하면서 저자가 만난 박상표의 모습은 매우 다양했다. 시를 좋아하는 바닷가 도시의 조용한 아이였고, 삶과 세계에 대해 생각과 행동으로 치열하게 고민한 대학생이었으며, 해박한 문화유산 답사가이자 안내자였고, 문학을 사랑한 작가이자 역사를 탐구한 인문학자였으며, 과학사(科學史)학자이자 수의학자였고, 실천하는 지식인이자 사회운동가였으며, 정직하고 우직한 수의사이자 검소하고 성실한 생활인이었다. 이 책에는 그의 이러한 다채로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박상표는 주변 사람들에게 영어 사전에 나오는 표현대로 ‘걸어다니는 사전’이라 불렸다. 누구에게든 어떤 질문을 받으면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백과사전’ 수준의 답변을 즉석에서 내놓았다. 그의 아내 조미숙에 따르면, “아는 것이 많으니 같이 있으면 인터넷 지식 검색을 할 필요가 없었다.”(268쪽) 그에게는 공부와 ‘도서관 방랑’이 취미이자 생활이었다. “한미 FTA와 광우병 정국에서 그와 둘도 없는 파트너였던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박상표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로 ‘박람강기(博覽强記, 동서고금의 서적을 널리 읽고 그 내용을 잘 기억함)’를 꼽았다.”(286쪽)
또한 박상표는 아는 것이 많은 만큼 모르는 것을 찾아내는 데에도 ‘달인’이었다. 광우병 정국 때부터 이후 정부와의 소송에서까지 박상표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PD수첩」 조능희 책임PD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보다 박상표 국장의 도움이 컸어요. 이메일이 오면 본문이 오고 첨부 파일이 오잖아요. 그 첨부 파일을 일일이 열어보기 힘들어서 하나의 파일로 만들려다가 포기했어요. 양이 너무 많아서요. 외교통상부, 국회, 전 세계 관련 사이트에서 찾아낸 엄청난 자료들이었죠. 그에게 부탁하면 나오지 않는 자료가 없었어요. 최신 이론이나 통계 수치도 찾아서 일일이 표로 정리하거나 자료집 형태로 만들어서 보내주었죠. 우리는 그런 그를 ‘자료 대마왕’이라고 불렀어요. 박상표 국장은 대충 검색한 자료를 보내준 것이 아니라 일일이 찾아서 읽고 분석해서 확실한 것만 우리에게 보내주었어요. 그 노력이 얼마겠어요. 어떤 때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밤늦게 왔어요. 휴일에도 일을 했다는 거지요.”(192쪽)

이 평전은 박상표만의 이러한 독특한 재능과 열정이 잘 드러나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며, 동시대를 살다간 인물에 대한 공감도 깊게 불러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법정에서 그리고 이명박 전(前)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머릿속에서 아직도 진행 중인 광우병 정국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들이 실려 있어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예를 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이면 합의).

박상표는……

1969년 전라남도 여수에서 태어났으며 순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에 입학했다. 문학 동아리 ‘반도문학회’에서 활동하며 학생운동에 참여했고, 인천에서 노동운동에 뛰어들기도 했다. 한편 문화유산 답사에 깊은 관심과 열정을 가져서 답사가나 안내자로 전국 곳곳을 다녔는데, 항상 사전에 충실한 자료집을 준비하고 답사지에 숨겨진 이면의 역사와 사실까지 탐구하는 학자의 자세로 임했다. 그래서 나중에 전문가 수준의 역사 칼럼과 책을 쓰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수의사 생활을 하면서도 문화유산 답사를 하며 경실련과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는데, 이를 계기로 평화와 통일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사회운동가로서의 영역을 넓혀갔다. 2005년에는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에 합류했는데, 이듬해 초부터 들끓기 시작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한미 FTA 정국에서 정부와 주류 전문가들의 주장에 맞서 일반 시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시민과학자’이자 ‘대항 전문가’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08년 촛불 시위를 이끈 이후 2014년 홀연히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외치는 일을 중단하지 않았다.

저서로 『고적 답사 이야기』(1996, 공저), 『한미 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2007, 공저), 『조선의 과학기술』(2008), 『아! 대한민국, 저들의 공화국』(2008, 공저), 『불확실한 세상』(2010, 공저),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2012)가 있고, 번역서로 『빨리요, 송아지가 나오려고 해요』(2012, 아내 조미숙과 공역)가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임은경
서울대학교 농대를 졸업한 후 대다수 사람들을 무의식적인 소비의 노예로 만드는 산업화된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활동하며 글을 써 왔다. 인터넷 신문 《민중의소리》 기자, 월간지 《말》 국제부장, 주간지 《농정신문》 객원기자, 대구MBC 라디오 「여론현장」 객원기자, (사)슬로푸드문화원 국제협력팀장으로 일했으며, 현재 계간지 《선구자》(김상진기념사업회 발행) 편집장 및 취재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 주요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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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프롤로그
1장. 여수(麗水)에서 만난 여수(麗?)
2장. 대학 시절, 내 이름은 ‘레테르’
3장. 실천하는 지식인
4장. 문화유산 답사에 심취하다
5장. 더불어 함께
6장. 타고난 학구파
7장.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8장. 손목을 비트는 골리앗에 맞선 다윗
9장. 친미 정권, 불평등한 거래를 받아들이다
10장. 부조리에 대한 분노
11장. 성실한 가장, 그러나 늘 자유를 꿈꾸던
12장. 대항 전문가 혹은 유기적 지식인
추모의 글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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