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일본군 성 노예들의 한 맺힌 이야기, 그리고 지독한 절망 속에서 꽃 피운 희망
광복 71주년을 맞아, 동산사는 일본 군대에 강제로 끌려갔던 일본군 위안부들의 이야기인『백산의 연인』이란 소설을 출간했다.
일제의 강압으로 여자로서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던 그녀들. 그러나 그녀들은 지금도 고개를 똑바로 들지 못한 채, 부모 형제, 이웃, 그리고 조국에서 마저 철저하게 버림받은 사실은 지금도 진행 중인 현실이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에는 진실이 감추어져 있다.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가리기 위한 조어로, 그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의도가 그대로 담겨 있다. 이것을 최근 국제 사회는 이 용어를‘일본군에 의한 성 노예]로 공식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우리는 이‘성 노예]라는 용어 사용을 꺼린다. 피해를 당했던 여성 본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그녀들이 겪었던 일들이 끔찍하고 수치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 스스로가 수치스러워 하는 것과, 그 곁에 있는 우리가 수치스러워 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백산의 연인』은 단순히 그녀들의 억울함과 분노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70여 년 동안 그녀들을 방치해 왔던 우리들의 치부를 정면으로 헤집는 작품이다. 그래서『백산의 연인』은 일본군 위안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본군에 의한 성 노예들의 이야기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해자인 일본의 악행을 고발하여 민족적 공분을 일으키기 위한 소설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어리석음과 못남을 이야기하며, 이것을 분연히 떨치고 일어서지 못했던 우리들의 못난 아버지, 오빠들을 추궁한다. 작가는 작품 곳곳에서 조선인, 조선 남성들의 무기력함을 비웃고 있다.
남녀가 반반씩 탄 세 번째의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경찰서 앞마당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일방적으로 보내는 사람들을 부르는 남은 사람들의 아우성이었다.
순사들이 쳐 놓은 금줄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러나 순사들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이미 떠날 사람들은 떠난 것이다. 옥아는 다시 생각을 했다. 미리 저 선을 무너뜨리지. 일본 순사들이 빙긋 웃는 이유를 그녀는 알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바닥에 담배를 비벼 끄며 니시하라가 옥아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여기 왔나?”
“조선 사내들이 못나서.”
옥아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왜 제목이『백산의 연인』인가? 이 소설에서 나오는 우리 조선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못나고 무기력하다. 그리고 이들을 감싸고 있는 상황은 더욱 더 지독한 절망으로 끌고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백산의 연인』의 주인공인 옥아와 회산, 이구는 모질 정도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치유할 수 없는 멍에를 70년이 넘도록 내려놓지 못한 정대협 할머니들처럼 얼굴이 쭈글쭈글하고 손이 곱아도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는 처연함은, 서로를 끊임없이 감싸주고 이해하며 다독이고 그리워하는 책 속 인물들의 모습이다.
처절했던 조선 사내들의 항일 무장 투쟁
자신들의 만행을 인멸하려는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 현장에서 천우신조로 살아남은 옥아는 조선인 항일 연합 부대원을 만나 그 일원으로서 무장 투쟁을 전개한다. 서서히 패망해 가는 일본군의 잔당을 습격하여, 조선인이면서도 일제의 위안부 강제 동원에 앞장섰던 야마모토를 처단한다. 그 뒤 백두산 일대에서 활약하던 백두산 포수대와 합류하여 장엄한 항일 투쟁의 대 서사시를 써 내려 간다.
일제의 관동군 두만강 토벌대와 마지막 일전을 앞둔 백두산 포수대의 회합에서 비로소 옥아는 건장한 조선인 사내들의 피울음을 보게 된다.
제 나라, 제 땅, 제 여자를 위해 입에 거품을 무는 동족 사내들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옥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돌았다.
일본을 위해 죽는 일본 군인들을 보면서 부러웠습니다. 저는 그들이 일본을 원망하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두 분은 못난 조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불쌍한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해 여기서 죽으세요. 그리고 스님, 무참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조선 남자들을 너무 가여워하지 마세요. 그들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제 땅, 제 여자, 제 나라를 지키지 못한 못난이들입니다. 그들은 많이 죽어야 합니다. 죽을 때 죽지 못한 남자들 때문에 이 나라가 이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하얀 두건을 두른 생명들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뒤로 뒤로 밀렸다. 보리 잎새가 바람에 흔들리듯, 사람들의 대가리들이 풀잎처럼 날렸다. 눈이 튀었다. 피가 튀었다. 여전히 함성이 울렸다. 함성이 끊어진 곳에 신음 소리가 들렸다. 파도가 있었다. 사람의 파도가 있었다. 큰물이 작은 물을 밀어내고, 작은 물이 큰물에 죽었다.
이렇게 전투는 끝이 나고 백두산 포수대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2015년 12월 28일의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는 원인 무효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대한민국 외교부는 정식으로 일본과 위안부 협상을 타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골자는 일본 정부의 아베 총리가 공식 사과하고, 우리나라가 위안부 재단을 설립함에 있어서 일본 정부가 정부 재원을 출자해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확실히 이행하는지 지켜본 후 국제 사회에서 더 이상[성 노예]라는 단어와 상호 비난을 자제한다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의 주체가 누구냐 하는 것이다. 자국 국민이 피해를 입고, 진실을 규명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것은 당연히 국가의 책무이다. 헌법 제2장 10조는[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자국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자국민이 위험에 처해있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는 나서서 적극 해결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협상은 의의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협상의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이 협상의 주체는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아니다. 정확히 말해 피해를 당한 정대협 할머니들의 일본 정부에 대한 권리 주장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우리 정부는 할머니들이 직접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을 대행만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는 할머니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심지어 협상 전에 의사 수렴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최선을 다했고, 사죄도 받았으며, 돈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사람의 명예가 그런 푼돈 몇 푼으로 회복될 수 있는 것인가? 할머니들이 받았던 몸과 마음의 상처가 그런 돈 몇 푼에 치유가 되는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이번 정부의 위안부 협상은 졸속이고, 할머니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국가 대 국가의 협상이었다.
격앙된 정대협 할머니들은 외교부 공무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어느 나라 소속이냐? 일본과 이런 협상을 한다고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
[협상 전에 우리의 의사를 들어봐야 하는데 정부는 한 마디 말도 없었다. 정부가 타결됐다고 하는데 무엇이 타결됐는지 알 수 없다.]
[우리가 돈이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죄에 대한 공식 배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진정한 사죄와 공식 배상은 하지도 않으면서 재단을 세운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것은 협상의 주체인 할머니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협상 골자에서도 빠졌다는 것은 협상이 원인 무효라는 뜻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에는 아랑곳없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지킬 의무가 있으며, 타국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권리와 명예를 회복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함에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국민의 명예나 권리보다 국익 도모가 우선이었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다. 또한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할머니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제 강점기 국토를 유린당했던 우리의 아픈 치욕의 역사이며, 우리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중요한 경험 자산이다. 하지만 이번 굴욕적 협상은 아픈 치욕의 역사를 한 번 더 치욕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과연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한 국가이며, 국익은 또 누구를 위한 국익인가?
이 책에 바치는 헌사
이 책은 한 송이 꽃이다. 일제 말기에 일본군 위안부 노릇을 강요당했던 젊은 여성들에게 바치는 연민의 꽃송이다.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조국과 민족 구성원들의 미안한 마음을 담아 부끄럽게 내미는 회한의 꽃송이다.
작가 우봉규는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어 몸과 영혼이 갈가리 찢겼던 우리 여성들의 고통스런 삶과 내면 의식을 그렸다. 더러는 핍진한 묘사를 통해서 더러는 직접적인 설명을 통해서 그 참혹한 진상을 드러냈다. 역사학자들이 미처 감당하지 못한 소임을 한 작가가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서 거뜬히 수행해 낸 셈이다. 역사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이 추구하는 바는 보편적 인간애다. 역사의 거친 파도 속에 휘말린 사람들이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어떻게 인간다운 가치를 보듬고 지켜 왔는지를 그렸다. 신이 부여한 엄연한 객관 질서에 부딪쳐 좌절하고 고통 받으면서도 해방을 향한 자유의지를 끝내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형상을 그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그리스 비극과 닮았다.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옆 자리에 이 작가가 앉을 자리가 놓여 있을 것만 같다.
- 임경석(성균관대 교수, 전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우리 산기슭, 우리 들녘에 핀 패랭이꽃처럼 자존적이고 아름다운 사람, 그리고 사랑에 관한 맵싸한 향기 어린 이야기. 이 땅에 사는 한 기억해야 할 사람, 기억해야 할 이야기. - 성석재(작가)
유리알처럼 맑은 여인 강옥아. 기시와다 방적공장 여공에서 관동군 소속 제 17부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스무 살의 조선인 여인. 강옥아의 가시밭 같은 삶을 따라 읽는 동안 나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지옥과도 같은 하루하루를 살면서 끝까지 자존을 지키고, 사람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녀는 그녀의 의지대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갔지만, 나는 연자주색 꽃잎을 열며 이 하늘 아래 패랭이꽃 같은 그녀가 활짝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문태준(시인)
▣ 작가 소개
저자 : 우봉규
지은이 우봉규는 [황금 사과]로 동양문학상을, [객사]로 월간문학상을, [남태강곡]으로 삼성문학상을, [석정 시의 불교적 해명]으로 해인상을, [갈매기야 훨훨 날아라]로 계몽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또한 한국일보사의 광복 50주년 기념작에 [눈꽃]이 당선되었다. 민족 설화와 분단에 관한 순수 희곡 작품에 주력해 왔으며, [바리공주] [서천 꽃밭] [저편 서녘] [통닭집 여자와 곱추 이발사] [종착역] [객사] [행복한 집] 등을 통해 우리나라 희곡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동화 작품으로는 [금이와 메눈취 할머니] [훈이와 장산곶 할아버지] [마지막 겨울] [졸참나무처럼] [눈보라 어머니] [슬픈 도깨비 나사] [ 덕수궁 편지] [하늘나라 풀밭으로] [나는 개다] 등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양세은은[집시]라는 이름으로 그림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들은 블로그 http://yamahyde.blog.me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군 성 노예들의 한 맺힌 이야기, 그리고 지독한 절망 속에서 꽃 피운 희망
광복 71주년을 맞아, 동산사는 일본 군대에 강제로 끌려갔던 일본군 위안부들의 이야기인『백산의 연인』이란 소설을 출간했다.
일제의 강압으로 여자로서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던 그녀들. 그러나 그녀들은 지금도 고개를 똑바로 들지 못한 채, 부모 형제, 이웃, 그리고 조국에서 마저 철저하게 버림받은 사실은 지금도 진행 중인 현실이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에는 진실이 감추어져 있다.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가리기 위한 조어로, 그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의도가 그대로 담겨 있다. 이것을 최근 국제 사회는 이 용어를‘일본군에 의한 성 노예]로 공식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우리는 이‘성 노예]라는 용어 사용을 꺼린다. 피해를 당했던 여성 본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그녀들이 겪었던 일들이 끔찍하고 수치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 스스로가 수치스러워 하는 것과, 그 곁에 있는 우리가 수치스러워 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백산의 연인』은 단순히 그녀들의 억울함과 분노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70여 년 동안 그녀들을 방치해 왔던 우리들의 치부를 정면으로 헤집는 작품이다. 그래서『백산의 연인』은 일본군 위안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본군에 의한 성 노예들의 이야기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해자인 일본의 악행을 고발하여 민족적 공분을 일으키기 위한 소설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어리석음과 못남을 이야기하며, 이것을 분연히 떨치고 일어서지 못했던 우리들의 못난 아버지, 오빠들을 추궁한다. 작가는 작품 곳곳에서 조선인, 조선 남성들의 무기력함을 비웃고 있다.
남녀가 반반씩 탄 세 번째의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경찰서 앞마당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일방적으로 보내는 사람들을 부르는 남은 사람들의 아우성이었다.
순사들이 쳐 놓은 금줄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러나 순사들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이미 떠날 사람들은 떠난 것이다. 옥아는 다시 생각을 했다. 미리 저 선을 무너뜨리지. 일본 순사들이 빙긋 웃는 이유를 그녀는 알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바닥에 담배를 비벼 끄며 니시하라가 옥아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여기 왔나?”
“조선 사내들이 못나서.”
옥아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왜 제목이『백산의 연인』인가? 이 소설에서 나오는 우리 조선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못나고 무기력하다. 그리고 이들을 감싸고 있는 상황은 더욱 더 지독한 절망으로 끌고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백산의 연인』의 주인공인 옥아와 회산, 이구는 모질 정도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치유할 수 없는 멍에를 70년이 넘도록 내려놓지 못한 정대협 할머니들처럼 얼굴이 쭈글쭈글하고 손이 곱아도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는 처연함은, 서로를 끊임없이 감싸주고 이해하며 다독이고 그리워하는 책 속 인물들의 모습이다.
처절했던 조선 사내들의 항일 무장 투쟁
자신들의 만행을 인멸하려는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 현장에서 천우신조로 살아남은 옥아는 조선인 항일 연합 부대원을 만나 그 일원으로서 무장 투쟁을 전개한다. 서서히 패망해 가는 일본군의 잔당을 습격하여, 조선인이면서도 일제의 위안부 강제 동원에 앞장섰던 야마모토를 처단한다. 그 뒤 백두산 일대에서 활약하던 백두산 포수대와 합류하여 장엄한 항일 투쟁의 대 서사시를 써 내려 간다.
일제의 관동군 두만강 토벌대와 마지막 일전을 앞둔 백두산 포수대의 회합에서 비로소 옥아는 건장한 조선인 사내들의 피울음을 보게 된다.
제 나라, 제 땅, 제 여자를 위해 입에 거품을 무는 동족 사내들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옥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돌았다.
일본을 위해 죽는 일본 군인들을 보면서 부러웠습니다. 저는 그들이 일본을 원망하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두 분은 못난 조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불쌍한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해 여기서 죽으세요. 그리고 스님, 무참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조선 남자들을 너무 가여워하지 마세요. 그들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제 땅, 제 여자, 제 나라를 지키지 못한 못난이들입니다. 그들은 많이 죽어야 합니다. 죽을 때 죽지 못한 남자들 때문에 이 나라가 이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하얀 두건을 두른 생명들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뒤로 뒤로 밀렸다. 보리 잎새가 바람에 흔들리듯, 사람들의 대가리들이 풀잎처럼 날렸다. 눈이 튀었다. 피가 튀었다. 여전히 함성이 울렸다. 함성이 끊어진 곳에 신음 소리가 들렸다. 파도가 있었다. 사람의 파도가 있었다. 큰물이 작은 물을 밀어내고, 작은 물이 큰물에 죽었다.
이렇게 전투는 끝이 나고 백두산 포수대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2015년 12월 28일의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는 원인 무효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대한민국 외교부는 정식으로 일본과 위안부 협상을 타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골자는 일본 정부의 아베 총리가 공식 사과하고, 우리나라가 위안부 재단을 설립함에 있어서 일본 정부가 정부 재원을 출자해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확실히 이행하는지 지켜본 후 국제 사회에서 더 이상[성 노예]라는 단어와 상호 비난을 자제한다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의 주체가 누구냐 하는 것이다. 자국 국민이 피해를 입고, 진실을 규명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것은 당연히 국가의 책무이다. 헌법 제2장 10조는[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자국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자국민이 위험에 처해있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는 나서서 적극 해결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협상은 의의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협상의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이 협상의 주체는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아니다. 정확히 말해 피해를 당한 정대협 할머니들의 일본 정부에 대한 권리 주장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우리 정부는 할머니들이 직접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을 대행만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는 할머니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심지어 협상 전에 의사 수렴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최선을 다했고, 사죄도 받았으며, 돈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사람의 명예가 그런 푼돈 몇 푼으로 회복될 수 있는 것인가? 할머니들이 받았던 몸과 마음의 상처가 그런 돈 몇 푼에 치유가 되는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이번 정부의 위안부 협상은 졸속이고, 할머니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국가 대 국가의 협상이었다.
격앙된 정대협 할머니들은 외교부 공무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어느 나라 소속이냐? 일본과 이런 협상을 한다고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
[협상 전에 우리의 의사를 들어봐야 하는데 정부는 한 마디 말도 없었다. 정부가 타결됐다고 하는데 무엇이 타결됐는지 알 수 없다.]
[우리가 돈이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죄에 대한 공식 배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진정한 사죄와 공식 배상은 하지도 않으면서 재단을 세운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것은 협상의 주체인 할머니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협상 골자에서도 빠졌다는 것은 협상이 원인 무효라는 뜻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에는 아랑곳없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지킬 의무가 있으며, 타국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권리와 명예를 회복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함에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국민의 명예나 권리보다 국익 도모가 우선이었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다. 또한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할머니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제 강점기 국토를 유린당했던 우리의 아픈 치욕의 역사이며, 우리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중요한 경험 자산이다. 하지만 이번 굴욕적 협상은 아픈 치욕의 역사를 한 번 더 치욕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과연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한 국가이며, 국익은 또 누구를 위한 국익인가?
이 책에 바치는 헌사
이 책은 한 송이 꽃이다. 일제 말기에 일본군 위안부 노릇을 강요당했던 젊은 여성들에게 바치는 연민의 꽃송이다.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조국과 민족 구성원들의 미안한 마음을 담아 부끄럽게 내미는 회한의 꽃송이다.
작가 우봉규는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어 몸과 영혼이 갈가리 찢겼던 우리 여성들의 고통스런 삶과 내면 의식을 그렸다. 더러는 핍진한 묘사를 통해서 더러는 직접적인 설명을 통해서 그 참혹한 진상을 드러냈다. 역사학자들이 미처 감당하지 못한 소임을 한 작가가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서 거뜬히 수행해 낸 셈이다. 역사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이 추구하는 바는 보편적 인간애다. 역사의 거친 파도 속에 휘말린 사람들이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어떻게 인간다운 가치를 보듬고 지켜 왔는지를 그렸다. 신이 부여한 엄연한 객관 질서에 부딪쳐 좌절하고 고통 받으면서도 해방을 향한 자유의지를 끝내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형상을 그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그리스 비극과 닮았다.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옆 자리에 이 작가가 앉을 자리가 놓여 있을 것만 같다.
- 임경석(성균관대 교수, 전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우리 산기슭, 우리 들녘에 핀 패랭이꽃처럼 자존적이고 아름다운 사람, 그리고 사랑에 관한 맵싸한 향기 어린 이야기. 이 땅에 사는 한 기억해야 할 사람, 기억해야 할 이야기. - 성석재(작가)
유리알처럼 맑은 여인 강옥아. 기시와다 방적공장 여공에서 관동군 소속 제 17부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스무 살의 조선인 여인. 강옥아의 가시밭 같은 삶을 따라 읽는 동안 나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지옥과도 같은 하루하루를 살면서 끝까지 자존을 지키고, 사람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녀는 그녀의 의지대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갔지만, 나는 연자주색 꽃잎을 열며 이 하늘 아래 패랭이꽃 같은 그녀가 활짝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문태준(시인)
▣ 작가 소개
저자 : 우봉규
지은이 우봉규는 [황금 사과]로 동양문학상을, [객사]로 월간문학상을, [남태강곡]으로 삼성문학상을, [석정 시의 불교적 해명]으로 해인상을, [갈매기야 훨훨 날아라]로 계몽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또한 한국일보사의 광복 50주년 기념작에 [눈꽃]이 당선되었다. 민족 설화와 분단에 관한 순수 희곡 작품에 주력해 왔으며, [바리공주] [서천 꽃밭] [저편 서녘] [통닭집 여자와 곱추 이발사] [종착역] [객사] [행복한 집] 등을 통해 우리나라 희곡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동화 작품으로는 [금이와 메눈취 할머니] [훈이와 장산곶 할아버지] [마지막 겨울] [졸참나무처럼] [눈보라 어머니] [슬픈 도깨비 나사] [ 덕수궁 편지] [하늘나라 풀밭으로] [나는 개다] 등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양세은은[집시]라는 이름으로 그림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들은 블로그 http://yamahyde.blog.me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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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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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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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