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성장의 신화가 무너진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
프랑스의 어느 인문학자는 비극을 정의하면서 “관객은 등장인물의 행동이 종료됐음을 알고 있으나 무대 위의 등장인물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21세기 자본주의 어휘 목록에서 ‘성장’이라는 말은 이제 배제할 때가 되었으나 대기업과 투자자들은 영원히 황금알을 낳아준다고 믿는 ‘성장’이라는 이름의 오리를 여전히 품에 안고 있다.
정치, 문화, 교육, 윤리 등 모든 분야가 철저하게 경제의 지배를 받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 영속할 줄 알았던 경제 성장의 신화가 서서히 무너지자 그 암울하고 불길한 효과가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불경기가 계속돼도 상품은 넘치고, 시장이 포화돼도 기업은 끝없이 상품을 생산한다.
그러나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가 내리막길을 달리듯 절망적으로 추구하는 성장이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까? 사회와 기업의 절대 과제가 된 생산과 성장이 잉여를 남기고,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현상은 또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까? 심지어 화폐와 신용마저도 상품화한 금융시장이 낳은 빈부격차와 양극화는 얼마나 더 심각해질까?
저자는 사회비평가로서 자본주의 본질을 자본과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 체계의 작동 방식에서 찾으면서, 주주의 주머니를 계속해서 불려줘야만 존속할 수 있는 주식회사의 운명이 바로 이 ‘불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해야만 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잘 설명해준다고 말한다.
그래도 해결책은 있다
저자는 번잡하고 소란한 도쿄 중심가에 있던 현대식 사무실을 떠나 조금 후미진 동네로 이사한다. 그곳에는 작은 가게들과 골목길이 여전히 남아 있고, 주민은 서로 인사하고 왕래하며, 길고양이들이 한가롭게 돌아다닌다. 아직 대기업 연쇄점들이 골목을 장악하거나 토건 재벌들이 고층 아파트들로 하늘을 가리지 않은 그 지역에서 저자는 친구들과 함께 다방을 개업해 손님들에게 한가롭게 즐길 ‘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저자는 동네 상인들이 만든 음식을 사 먹고, 마을 장인들이 만든 옷을 사 입고, 지역 수공업자들이 만든 물건 사 쓰기를 선호한다. 길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그들과 대화하고, 몸이 부실한 유기견을 입양해 노심초사하며 기른다. 병든 아버지를 위해 요리를 배우고, 늙은 어머니가 아픈 다리를 끌고서라도 들러 주인들과 잡담을 하는 동네 가게들이 모두 잘되기를 바란다. 저자가 몸소 보여주는 이런 삶의 방식이 바로 불가능한 ‘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주식회사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이다.
특히, 저자는 이런 ‘착한 사회’의 전형을 공중목욕탕에서 찾는다. 공중목욕탕에서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소중히 하고, 욕조의 물이 넘치지 않도록 각자가 조심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욕조에 수건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다는 등의 규칙이 작동한다. 저자는 인간이 사물과 맺는 이런 관계가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 경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한다. 고전 경제학자들이 말한 ‘정상 상태’란 생활필수품이 충족돼 더는 경제를 발전시킬 필요가 없는 상황으로, 이런 상태가 되면 이전에 욕구 충족과 생활의 편의에 사용하던 자원을 삶의 풍요와 정신적 충족을 위해 사용하는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지금이 바로 이런 전환이 필요한 시기임을 역설한다.
타산지석 일본 사정
저자는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이래 정치,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변화에 주목한다. 아베노믹스는 국채를 늘려 재정적자가 대폭 늘어났고 소비세를 5%나 인상했지만, 경기를 부양하지도 못했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아베는 법인세를 인하하고 부자 감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저자는 일본 사회에서 아베 집권 후 작은 버블 현상이 시작되고 사업할 기회가 찾아온 것처럼 분위기가 들떴지만, 가시적인 변화도 없고 경제정책의 효과를 확인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또한 권위적인 아베 총리의 독선과 불통을 꼬집으면서 사회, 기업, 학교에서 경쟁을 부추기고 획일화한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책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경고한다. 이는 보수적인 정당과 권위적인 지도자가 집권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작가 소개
저자 : 히라카와 가쓰미
1950년 도쿄에서 출생했다. 사업가·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와세다 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하고 우치다 타츠루 등과 번역을 주 업무로 하는 주식회사 어반 트랜스레이션을 설립했다.
1999년 실리콘밸리에 Business Cafe INc.을 설립했다. 현재 대담 및 강연 음성파일 다운로드 사이트 ‘라디오 데이즈’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11년부터 릿교대학 대학원 특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글로벌리즘이라는 병』 『‘소비를 끊는’ 공중목욕탕 경제의 권유』 『소상인의 권유』 『이행기적 혼란, 경제 성장신화의 종언』 『주식회사라는 병』 『경제 성장이라는 병』 『비즈니스에 ‘전략’ 따위는 버려라』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소비를 그만두다』 등이 있다.
역자 : 남도현
1967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장편소설 『y를 찾아서』로 1998년 하반기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았고,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겸임교수로 강의하면서 문화예술 관련 기획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아비시엔의 문』, 『상의원』, 『드라마, 서울을 헌팅하다』 등이 있다.
성장의 신화가 무너진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
프랑스의 어느 인문학자는 비극을 정의하면서 “관객은 등장인물의 행동이 종료됐음을 알고 있으나 무대 위의 등장인물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21세기 자본주의 어휘 목록에서 ‘성장’이라는 말은 이제 배제할 때가 되었으나 대기업과 투자자들은 영원히 황금알을 낳아준다고 믿는 ‘성장’이라는 이름의 오리를 여전히 품에 안고 있다.
정치, 문화, 교육, 윤리 등 모든 분야가 철저하게 경제의 지배를 받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 영속할 줄 알았던 경제 성장의 신화가 서서히 무너지자 그 암울하고 불길한 효과가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불경기가 계속돼도 상품은 넘치고, 시장이 포화돼도 기업은 끝없이 상품을 생산한다.
그러나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가 내리막길을 달리듯 절망적으로 추구하는 성장이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까? 사회와 기업의 절대 과제가 된 생산과 성장이 잉여를 남기고,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현상은 또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까? 심지어 화폐와 신용마저도 상품화한 금융시장이 낳은 빈부격차와 양극화는 얼마나 더 심각해질까?
저자는 사회비평가로서 자본주의 본질을 자본과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 체계의 작동 방식에서 찾으면서, 주주의 주머니를 계속해서 불려줘야만 존속할 수 있는 주식회사의 운명이 바로 이 ‘불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해야만 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잘 설명해준다고 말한다.
그래도 해결책은 있다
저자는 번잡하고 소란한 도쿄 중심가에 있던 현대식 사무실을 떠나 조금 후미진 동네로 이사한다. 그곳에는 작은 가게들과 골목길이 여전히 남아 있고, 주민은 서로 인사하고 왕래하며, 길고양이들이 한가롭게 돌아다닌다. 아직 대기업 연쇄점들이 골목을 장악하거나 토건 재벌들이 고층 아파트들로 하늘을 가리지 않은 그 지역에서 저자는 친구들과 함께 다방을 개업해 손님들에게 한가롭게 즐길 ‘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저자는 동네 상인들이 만든 음식을 사 먹고, 마을 장인들이 만든 옷을 사 입고, 지역 수공업자들이 만든 물건 사 쓰기를 선호한다. 길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그들과 대화하고, 몸이 부실한 유기견을 입양해 노심초사하며 기른다. 병든 아버지를 위해 요리를 배우고, 늙은 어머니가 아픈 다리를 끌고서라도 들러 주인들과 잡담을 하는 동네 가게들이 모두 잘되기를 바란다. 저자가 몸소 보여주는 이런 삶의 방식이 바로 불가능한 ‘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주식회사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이다.
특히, 저자는 이런 ‘착한 사회’의 전형을 공중목욕탕에서 찾는다. 공중목욕탕에서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소중히 하고, 욕조의 물이 넘치지 않도록 각자가 조심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욕조에 수건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다는 등의 규칙이 작동한다. 저자는 인간이 사물과 맺는 이런 관계가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 경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한다. 고전 경제학자들이 말한 ‘정상 상태’란 생활필수품이 충족돼 더는 경제를 발전시킬 필요가 없는 상황으로, 이런 상태가 되면 이전에 욕구 충족과 생활의 편의에 사용하던 자원을 삶의 풍요와 정신적 충족을 위해 사용하는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지금이 바로 이런 전환이 필요한 시기임을 역설한다.
타산지석 일본 사정
저자는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이래 정치,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변화에 주목한다. 아베노믹스는 국채를 늘려 재정적자가 대폭 늘어났고 소비세를 5%나 인상했지만, 경기를 부양하지도 못했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아베는 법인세를 인하하고 부자 감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저자는 일본 사회에서 아베 집권 후 작은 버블 현상이 시작되고 사업할 기회가 찾아온 것처럼 분위기가 들떴지만, 가시적인 변화도 없고 경제정책의 효과를 확인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또한 권위적인 아베 총리의 독선과 불통을 꼬집으면서 사회, 기업, 학교에서 경쟁을 부추기고 획일화한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책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경고한다. 이는 보수적인 정당과 권위적인 지도자가 집권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작가 소개
저자 : 히라카와 가쓰미
1950년 도쿄에서 출생했다. 사업가·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와세다 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하고 우치다 타츠루 등과 번역을 주 업무로 하는 주식회사 어반 트랜스레이션을 설립했다.
1999년 실리콘밸리에 Business Cafe INc.을 설립했다. 현재 대담 및 강연 음성파일 다운로드 사이트 ‘라디오 데이즈’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11년부터 릿교대학 대학원 특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글로벌리즘이라는 병』 『‘소비를 끊는’ 공중목욕탕 경제의 권유』 『소상인의 권유』 『이행기적 혼란, 경제 성장신화의 종언』 『주식회사라는 병』 『경제 성장이라는 병』 『비즈니스에 ‘전략’ 따위는 버려라』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소비를 그만두다』 등이 있다.
역자 : 남도현
1967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장편소설 『y를 찾아서』로 1998년 하반기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았고,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겸임교수로 강의하면서 문화예술 관련 기획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아비시엔의 문』, 『상의원』, 『드라마, 서울을 헌팅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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