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억만장자들의 정치 활동에 대한 본격 프로파일링
“난 30억 달러를 벌었소. 당신들은 뭐 했소?” 2013년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한 식료품업체 레드애플그룹 회장 존 캐치마티디스는 이 슬로건으로 경쟁자들을 조롱했다.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와 자선 활동 영역에서까지 세계 최상층 거부들의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다.
『부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가』는 정치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갈수록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전세계 억만장자들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분석, 논의하고 대안을 살펴본 최초의 단행본이다.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싱크탱크인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국정운영연구실 부실장 겸 기술혁신연구실장인 지은이 대럴 M. 웨스트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그들의 활동이 사회에 야기하는 문제와 금권정치화 현상을 비판적으로 해부한다.
미국 정치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하버드대학교의 테다 스코치폴 교수는 “민주주의의 장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극찬했다.
1% 부자들과 당신의 정치적 차이는 무엇인가?
미국 최상위 부유층과 일반 대중의 정치 경험 및 정치적 견해 차이 ----- 부유층(최상위 1%) vs 일반 대중)
* 대통령 선거 투표율(2012년 미국 대선) ------------------------------------------------------- 99% vs 58.2%
* 정치인들에 대한 선거자금 기부 경험 --------------------------------------------------------- 68% vs 14%
* 상하원의원 직접 접촉 경험 -------------------------------------------------------------------- 77% vs 20%
* 메디케어와 교육 예산을 삭감해 예산 적자를 축소해야 한다. ------------------------------- 58% vs 27%
* 정부는 모든 어린이가 훌륭한 공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 ---------- 35% vs 87%
* 나는 모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 -------------- 41% vs 87%
* 정부는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구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 8% vs 53%
(25쪽 표1-1 및 본문 23~24쪽 내용 재가공)
그런데 일반인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부를 모은 슈퍼 리치들이 왜 정치 권력마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것일까? 최상위 부자들은 정책 견해나 정치 참여 태도에서 일반 대중과 현격하게 다르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책에 인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의 투표율은 일반인들의 두 배에 가깝다. 선거자금 기부 경험은 다섯 배나 많으며 국회의원(상하원의원)과 직접 접촉한 경험 역시 네 배에 이른다. 우리는 민주주의 앞에 부자들과 일반 대중이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구체적인 현실은 이렇게 큰 격차를 드러낸다.
정치 게임에 직접 선수로 뛰는 부자들
슈퍼 리치들은 단순히 선거자금을 지원하거나 여론을 호도하고 입법을 위한 로비 활동을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2016년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뛰어든 갑부 도널드 트럼프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공직에 직접 출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의 마이클 블룸버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프랑스의 세르주 다소, 오스트리아의 프랑크 스트로나흐, 호주의 클라이브 파머, 영국의 잭 골드스미스, 태국의 탁신 시나와트라, 러시아의 세르게이 푸가초프 등이 공직 선거에 출마했고 대부분은 이겼다. 이들의 선거가 치러진 많은 지역에서 유권자 매수, 정치 권력 남용, 부정 축재 사례들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폐단도 골칫거리이지만 재력과 정치권력의 융합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협과 사회적 기회의 왜곡이 더욱 근본적인 문제라고 이 책은 지적한다.
“나에게는 집 네 채, 요트 두 척, 정치인 다섯 명이 있소”
대대적인 여론전과 더불어 정치인과의 직간접적인 친분을 이용해 특정 법안을 막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공직 후보자의 임명을 좌절시키는 일은 워싱턴 정가에서는 다반사이다. 재력가 대신 행동을 취해줄 상원의원한 명만 있어도 뜻이 관철된다. 이를 ‘상원의원 포섭 전략’ 및 ‘보류 전략’이라 한다. ‘억만장자는 집 네 채, 요트 두 척, 비행기 한 대, 정치인 다섯 명을 소유하고 있다’는 미국식 유머가 탄생한 배경이다.
최상위 부자들은 전통적인 자선 활동의 양상마저 바꾸고 있다. 최근 일부 부유층 기부자들은 ‘자선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라고 일컫는 신종 활동가적인 자선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재계에서 습득한 기술과 방법들을 자선활동에 적용해, 비영리 단체들의 활동에서 특정한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점차 이러한 신종 자선 활동이 부자들의 특정 정책 옹호 활동과 접목되는 추세이다.
전 세계 거부 1645명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재력과 정치 권력의 결합이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 예민하게 전 세계 사례를 방대하게 분석하고 감시하고 있지만 이 책이 ‘정치마저 장악하려는 최상위 부자들에 대한 날선 비판’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빌 게이츠와 같은 큰 부자가 되는 데는 창의적 주도력, 장기적 비전, 근면성실함, 적절한 시기 포착 등 개인적 요소 만큼이나 교육의 기회, 사회적 인맥, 정부의 지원, 공공 정책과 인프라가 복합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달리 말해서, 부를 물려받지 않고 이른바 ‘자수성가’했다는 사람들조차도 자수성가 과정에서 사회와 국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
저자는 책의 2부 ‘부자가 되려면 사회 전체가 도와야 한다’에서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645명 억만장자들의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하면서 이를 입증한다.
모두 합해 6조 4천억 달러를 소유하고 있는 이 억만장자들 가운데 90퍼센트가 남성, 65퍼센트가 백인, 아시아계는 겨우 26퍼센트였고 여성은 10퍼센트에 불과하다. 평균연령은 63세로 40세 이하는 2퍼센트에 그친다. 이들 중 32퍼센트가 북미에, 28퍼센트가 유럽, 27퍼센트가 아시아에 거주한다. 미국 국적자는 492명이며 다시 그중 111명이 캘리포니아 주에 존재한다. 한국 부자는 27명으로 152명인 중국에 비해서는 적지만 일본 27명, 타이완 28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거부들을 배출한 전통적 사업 분야는 철강, 금융, 자동차, 광업, 에너지, 커뮤니케이션, 부동산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투자, 소매유통업이 부의 산실이 되고 있다.
한국은 예외라고?
저자의 대안은 3부에서 집중 제시된다. ‘에어백이 장착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언론 매체 보도를 통한 투명성 제고와 의회의 법규 개정, 소득 불평등에 대한 인식 변화, 공정한 조세정책, 기회 다원주의 등이 요구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1992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통일국민당을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하여 16.3%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는 억만장자급은 아니나 기업가 출신으로 상당한 재력을 지닌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 부호들의 직접 출마 외에도 2007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한국 최대 재벌이 정관계에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로비와 불법 비자금 조성을 일상화하고 있음이 알려졌고 최근에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정부 실세들과 기업인들 간의 결탁이 크게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의 상황이 결코 양호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 대럴 M. 웨스트와 같은 문제의식으로 최상위 부자들의 정치 활동에 대해 프로파일링하는 작업이 빈약했을 뿐. 이는 이제 한국 언론과 저자들의 몫일 터이다.
추천사
“최고부유층은 당신이나 나와는 다른 사람들인가?”라고 대럴 웨스트는 묻는다. 그들이 우리와 다르든 다르지 않든, 우리가 사는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그들은 때로는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부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고 사회적 분열과 일확천금의 문화를 조장하면서 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브랑코 밀라노비치,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세계 불평등에 대한 간략하고 독특한 역사』의 저자.
“대럴 웨스트는 새롭게 부상한 금권 정치가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은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 어떤 책략을 동원하는지, 사실과 일화들을 흥미롭게 섞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민주주의의 장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테다 스코치폴, 전 미국정치학회 회장, 하버드 대학교 교수
▣ 작가 소개
저자 : 대럴 M. 웨스트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높은 싱크탱크인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국정운영연구실 부실장과 기술혁신연구실 실장을 맡고 있다. 1981년 인디아나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2년부터 2008년까지는 브라운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미국 정치 및 디지털 기술의 발전 추세에 관한 19권의 책을 썼으며 이 가운데 [디지털 정부]로 미국 정치학협회가 주는 돈 케이 프라이스 상을,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다룬 공저 [크로스 토크]로 도리스 그레이버 상을 수상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대만, 멕시코, 브라질, 독일,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터키, 바레인 등 세계 12 개국에서 약 150여 회의 강의를 진행하는 등 국제적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역자 : 홍지수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KBS에서 뉴스 앵커로 일하면서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마쳤다. 컬럼비아 대학교 국제학대학원과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각각 국제무역과 환경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정부의 정보통신부 차장, 리인터내셔널 무역투자연구원 이사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 『버니 샌더스의 정치 혁명』 『짝찾기 경제학』 『월든: 시민불복종』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 『방황하는 개인들의 사회』 『자유』 『일본의 한국식민지화, 담론과 권력』 『뇌를 훔치는 사람들』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 억만장자들을 둘러싼 논란
소득 집중이 위험하지 않다고? · 부유층이 정치 활동을 중시하는 이유 · 부유층만의 독특한 견해 · 상원의원을 포섭하라 · 누가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 짖지 않는 개와 불평등한 민주주의 · 소득 집중과 정치적 양극화 · 도널드 트럼프의 이메일 · 체제를 위협하는 소득 격차 · 개발도상국의 절망 · 이 책의 구성
1부. 부자들은 민주주의를 이렇게 활용한다
2. 부자들이 선거를 매수할 수 있을까?
은밀한 기부와 공화국 와해 · 오바마의 승리는 부자들이 선거를 매수할 수 없음을 입증하는가? · 공직 선거에 출마한 거부들: 마이클 블룸버그와 멕 휘트먼 · 미래의 선거를 위한 교훈 76
3. 부자를 위한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대마초 합법화, 동성 결혼, 이민, 총기 규제 관련 활동 · 정부 지출, 연금개혁, 오바마케어, 사회보장 지출 관련 활동 · 톰 스타이어와 기후변화 · 부자 증세에 맞서 싸우기 · 미식축구 경기장과 세금 ·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게임
4. 자선활동의 또 다른 목적
전통적인 자선활동 · 미국의 자선사업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 자선자본주의의 출현 · 자선활동과 정책 옹호 활동의 접목 · 더 이상 기부하지 마십시오 · 미국 외 국가들의 자선활동 · 개발도상국 재단의 정치 활동
5. 세계 억만장자들의 정치 권력
베를루스코니의 추문 · 선거에 뛰어드는 억만장자들 · 직접 장악과 간접 개입: 타이와 프랑스의 경우 · 체코에서 신당 창당하기 · 러시아의 벼락부자들 · 개발도상국의 정실 자본주의 · 러시아와 중국에서의 정치 보복
2부. 부자가 되려면 사회 전체가 도와야 한다
6. 세계 1,645대 거부
부를 측정하는 방법 · 부자 위의 부자들 · 인구학적 특징과 국적 · 부를 창출한 사업들
7.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현상에 대한 불만 · 실시간 금융 정보와 근면성 · 사용하기 쉬운 소프트웨어 만들기 · 운동화와 라이프스타일 산업 · 수학으로 시장의 비효율성 포착하기 · 모바일 혁명 일으키기 · 기업 구조조정 · 아마존 창립자의 인내
8. 혼자서는 어림없는 일
리버테어리언이 원하는 작은 정부 · 사회간접자본, 교육, 연구를 통한 정부 지원 · 부자들이 조세정책으로 자산을 유지하는 법 · 특정 산업에 적용되는 법안 · 사회적 인맥 구축의 가치 · 비윤리적·불법적 친목 도모 · 사회는 어떻게 부의 창출을 도울까
3부.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
9. 공정한 기회는 가능한가
투명성 제고 · 국정 운영 개선은 상원에서부터 · 매체 보도 강화 · 소득 불평등에 대한 인식 변화 · 보다 공정한 조세정책 · 기업 전용기에 대한 세액공제 · 기업 경영진의 보수가 높은 이유 · 에어백이 장착된 자본주의 · 바닥을 향해 경쟁하면 아무도 이득을 얻지 못한다
10. 미래에 거는 기대
계층 이동의 중요성에 관하여 · 건강, 안녕, 행복 · 부가 야기하는 복잡하고 사적인 문제들 · 상위 1퍼센트와 보통 사람들 · 고품격 라이프스타일 · 불평등과 공정성에 대한 인식 · 기부를 권유하는 억만장자들 · 프로미식축구연맹의 페어플레이
맺음말 · 감사의 말 · 부록 · 주(註) · 찾아보기
억만장자들의 정치 활동에 대한 본격 프로파일링
“난 30억 달러를 벌었소. 당신들은 뭐 했소?” 2013년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한 식료품업체 레드애플그룹 회장 존 캐치마티디스는 이 슬로건으로 경쟁자들을 조롱했다.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와 자선 활동 영역에서까지 세계 최상층 거부들의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다.
『부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가』는 정치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갈수록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전세계 억만장자들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분석, 논의하고 대안을 살펴본 최초의 단행본이다.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싱크탱크인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국정운영연구실 부실장 겸 기술혁신연구실장인 지은이 대럴 M. 웨스트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그들의 활동이 사회에 야기하는 문제와 금권정치화 현상을 비판적으로 해부한다.
미국 정치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하버드대학교의 테다 스코치폴 교수는 “민주주의의 장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극찬했다.
1% 부자들과 당신의 정치적 차이는 무엇인가?
미국 최상위 부유층과 일반 대중의 정치 경험 및 정치적 견해 차이 ----- 부유층(최상위 1%) vs 일반 대중)
* 대통령 선거 투표율(2012년 미국 대선) ------------------------------------------------------- 99% vs 58.2%
* 정치인들에 대한 선거자금 기부 경험 --------------------------------------------------------- 68% vs 14%
* 상하원의원 직접 접촉 경험 -------------------------------------------------------------------- 77% vs 20%
* 메디케어와 교육 예산을 삭감해 예산 적자를 축소해야 한다. ------------------------------- 58% vs 27%
* 정부는 모든 어린이가 훌륭한 공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 ---------- 35% vs 87%
* 나는 모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 -------------- 41% vs 87%
* 정부는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구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 8% vs 53%
(25쪽 표1-1 및 본문 23~24쪽 내용 재가공)
그런데 일반인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부를 모은 슈퍼 리치들이 왜 정치 권력마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것일까? 최상위 부자들은 정책 견해나 정치 참여 태도에서 일반 대중과 현격하게 다르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책에 인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의 투표율은 일반인들의 두 배에 가깝다. 선거자금 기부 경험은 다섯 배나 많으며 국회의원(상하원의원)과 직접 접촉한 경험 역시 네 배에 이른다. 우리는 민주주의 앞에 부자들과 일반 대중이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구체적인 현실은 이렇게 큰 격차를 드러낸다.
정치 게임에 직접 선수로 뛰는 부자들
슈퍼 리치들은 단순히 선거자금을 지원하거나 여론을 호도하고 입법을 위한 로비 활동을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2016년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뛰어든 갑부 도널드 트럼프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공직에 직접 출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의 마이클 블룸버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프랑스의 세르주 다소, 오스트리아의 프랑크 스트로나흐, 호주의 클라이브 파머, 영국의 잭 골드스미스, 태국의 탁신 시나와트라, 러시아의 세르게이 푸가초프 등이 공직 선거에 출마했고 대부분은 이겼다. 이들의 선거가 치러진 많은 지역에서 유권자 매수, 정치 권력 남용, 부정 축재 사례들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폐단도 골칫거리이지만 재력과 정치권력의 융합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협과 사회적 기회의 왜곡이 더욱 근본적인 문제라고 이 책은 지적한다.
“나에게는 집 네 채, 요트 두 척, 정치인 다섯 명이 있소”
대대적인 여론전과 더불어 정치인과의 직간접적인 친분을 이용해 특정 법안을 막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공직 후보자의 임명을 좌절시키는 일은 워싱턴 정가에서는 다반사이다. 재력가 대신 행동을 취해줄 상원의원한 명만 있어도 뜻이 관철된다. 이를 ‘상원의원 포섭 전략’ 및 ‘보류 전략’이라 한다. ‘억만장자는 집 네 채, 요트 두 척, 비행기 한 대, 정치인 다섯 명을 소유하고 있다’는 미국식 유머가 탄생한 배경이다.
최상위 부자들은 전통적인 자선 활동의 양상마저 바꾸고 있다. 최근 일부 부유층 기부자들은 ‘자선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라고 일컫는 신종 활동가적인 자선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재계에서 습득한 기술과 방법들을 자선활동에 적용해, 비영리 단체들의 활동에서 특정한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점차 이러한 신종 자선 활동이 부자들의 특정 정책 옹호 활동과 접목되는 추세이다.
전 세계 거부 1645명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재력과 정치 권력의 결합이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 예민하게 전 세계 사례를 방대하게 분석하고 감시하고 있지만 이 책이 ‘정치마저 장악하려는 최상위 부자들에 대한 날선 비판’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빌 게이츠와 같은 큰 부자가 되는 데는 창의적 주도력, 장기적 비전, 근면성실함, 적절한 시기 포착 등 개인적 요소 만큼이나 교육의 기회, 사회적 인맥, 정부의 지원, 공공 정책과 인프라가 복합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달리 말해서, 부를 물려받지 않고 이른바 ‘자수성가’했다는 사람들조차도 자수성가 과정에서 사회와 국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
저자는 책의 2부 ‘부자가 되려면 사회 전체가 도와야 한다’에서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645명 억만장자들의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하면서 이를 입증한다.
모두 합해 6조 4천억 달러를 소유하고 있는 이 억만장자들 가운데 90퍼센트가 남성, 65퍼센트가 백인, 아시아계는 겨우 26퍼센트였고 여성은 10퍼센트에 불과하다. 평균연령은 63세로 40세 이하는 2퍼센트에 그친다. 이들 중 32퍼센트가 북미에, 28퍼센트가 유럽, 27퍼센트가 아시아에 거주한다. 미국 국적자는 492명이며 다시 그중 111명이 캘리포니아 주에 존재한다. 한국 부자는 27명으로 152명인 중국에 비해서는 적지만 일본 27명, 타이완 28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거부들을 배출한 전통적 사업 분야는 철강, 금융, 자동차, 광업, 에너지, 커뮤니케이션, 부동산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투자, 소매유통업이 부의 산실이 되고 있다.
한국은 예외라고?
저자의 대안은 3부에서 집중 제시된다. ‘에어백이 장착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언론 매체 보도를 통한 투명성 제고와 의회의 법규 개정, 소득 불평등에 대한 인식 변화, 공정한 조세정책, 기회 다원주의 등이 요구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1992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통일국민당을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하여 16.3%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는 억만장자급은 아니나 기업가 출신으로 상당한 재력을 지닌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 부호들의 직접 출마 외에도 2007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한국 최대 재벌이 정관계에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로비와 불법 비자금 조성을 일상화하고 있음이 알려졌고 최근에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정부 실세들과 기업인들 간의 결탁이 크게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의 상황이 결코 양호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 대럴 M. 웨스트와 같은 문제의식으로 최상위 부자들의 정치 활동에 대해 프로파일링하는 작업이 빈약했을 뿐. 이는 이제 한국 언론과 저자들의 몫일 터이다.
추천사
“최고부유층은 당신이나 나와는 다른 사람들인가?”라고 대럴 웨스트는 묻는다. 그들이 우리와 다르든 다르지 않든, 우리가 사는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그들은 때로는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부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고 사회적 분열과 일확천금의 문화를 조장하면서 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브랑코 밀라노비치,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세계 불평등에 대한 간략하고 독특한 역사』의 저자.
“대럴 웨스트는 새롭게 부상한 금권 정치가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은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 어떤 책략을 동원하는지, 사실과 일화들을 흥미롭게 섞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민주주의의 장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테다 스코치폴, 전 미국정치학회 회장, 하버드 대학교 교수
▣ 작가 소개
저자 : 대럴 M. 웨스트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높은 싱크탱크인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국정운영연구실 부실장과 기술혁신연구실 실장을 맡고 있다. 1981년 인디아나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2년부터 2008년까지는 브라운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미국 정치 및 디지털 기술의 발전 추세에 관한 19권의 책을 썼으며 이 가운데 [디지털 정부]로 미국 정치학협회가 주는 돈 케이 프라이스 상을,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다룬 공저 [크로스 토크]로 도리스 그레이버 상을 수상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대만, 멕시코, 브라질, 독일,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터키, 바레인 등 세계 12 개국에서 약 150여 회의 강의를 진행하는 등 국제적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역자 : 홍지수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KBS에서 뉴스 앵커로 일하면서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마쳤다. 컬럼비아 대학교 국제학대학원과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각각 국제무역과 환경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정부의 정보통신부 차장, 리인터내셔널 무역투자연구원 이사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 『버니 샌더스의 정치 혁명』 『짝찾기 경제학』 『월든: 시민불복종』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 『방황하는 개인들의 사회』 『자유』 『일본의 한국식민지화, 담론과 권력』 『뇌를 훔치는 사람들』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 억만장자들을 둘러싼 논란
소득 집중이 위험하지 않다고? · 부유층이 정치 활동을 중시하는 이유 · 부유층만의 독특한 견해 · 상원의원을 포섭하라 · 누가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 짖지 않는 개와 불평등한 민주주의 · 소득 집중과 정치적 양극화 · 도널드 트럼프의 이메일 · 체제를 위협하는 소득 격차 · 개발도상국의 절망 · 이 책의 구성
1부. 부자들은 민주주의를 이렇게 활용한다
2. 부자들이 선거를 매수할 수 있을까?
은밀한 기부와 공화국 와해 · 오바마의 승리는 부자들이 선거를 매수할 수 없음을 입증하는가? · 공직 선거에 출마한 거부들: 마이클 블룸버그와 멕 휘트먼 · 미래의 선거를 위한 교훈 76
3. 부자를 위한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대마초 합법화, 동성 결혼, 이민, 총기 규제 관련 활동 · 정부 지출, 연금개혁, 오바마케어, 사회보장 지출 관련 활동 · 톰 스타이어와 기후변화 · 부자 증세에 맞서 싸우기 · 미식축구 경기장과 세금 ·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게임
4. 자선활동의 또 다른 목적
전통적인 자선활동 · 미국의 자선사업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 자선자본주의의 출현 · 자선활동과 정책 옹호 활동의 접목 · 더 이상 기부하지 마십시오 · 미국 외 국가들의 자선활동 · 개발도상국 재단의 정치 활동
5. 세계 억만장자들의 정치 권력
베를루스코니의 추문 · 선거에 뛰어드는 억만장자들 · 직접 장악과 간접 개입: 타이와 프랑스의 경우 · 체코에서 신당 창당하기 · 러시아의 벼락부자들 · 개발도상국의 정실 자본주의 · 러시아와 중국에서의 정치 보복
2부. 부자가 되려면 사회 전체가 도와야 한다
6. 세계 1,645대 거부
부를 측정하는 방법 · 부자 위의 부자들 · 인구학적 특징과 국적 · 부를 창출한 사업들
7.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현상에 대한 불만 · 실시간 금융 정보와 근면성 · 사용하기 쉬운 소프트웨어 만들기 · 운동화와 라이프스타일 산업 · 수학으로 시장의 비효율성 포착하기 · 모바일 혁명 일으키기 · 기업 구조조정 · 아마존 창립자의 인내
8. 혼자서는 어림없는 일
리버테어리언이 원하는 작은 정부 · 사회간접자본, 교육, 연구를 통한 정부 지원 · 부자들이 조세정책으로 자산을 유지하는 법 · 특정 산업에 적용되는 법안 · 사회적 인맥 구축의 가치 · 비윤리적·불법적 친목 도모 · 사회는 어떻게 부의 창출을 도울까
3부.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
9. 공정한 기회는 가능한가
투명성 제고 · 국정 운영 개선은 상원에서부터 · 매체 보도 강화 · 소득 불평등에 대한 인식 변화 · 보다 공정한 조세정책 · 기업 전용기에 대한 세액공제 · 기업 경영진의 보수가 높은 이유 · 에어백이 장착된 자본주의 · 바닥을 향해 경쟁하면 아무도 이득을 얻지 못한다
10. 미래에 거는 기대
계층 이동의 중요성에 관하여 · 건강, 안녕, 행복 · 부가 야기하는 복잡하고 사적인 문제들 · 상위 1퍼센트와 보통 사람들 · 고품격 라이프스타일 · 불평등과 공정성에 대한 인식 · 기부를 권유하는 억만장자들 · 프로미식축구연맹의 페어플레이
맺음말 · 감사의 말 · 부록 · 주(註)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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