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의사 결정 앱 vs. 마음의 목소리
모든 것은 너의 선택에 달려 있다!
2030년, 인간의 생각을 조종하는 나노봇이 온다!
인간 자신보다 인간을 더 잘 파악하고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온다!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진행되었다. 그 기간 내내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이세돌 9단과 알파고 얘기를 했을 만큼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마치 인간과 로봇의 대결이기라도 한 듯이 핏대를 세우며 내기까지 거는 웃지 못할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되는 가운데, 총 5국으로 치러진 경기에서 알파고가 4승 1패로 승리를 거두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곧장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로 이동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을 능가하는 로봇이 나타나게 되리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둥, 로봇이 인간의 신체 일부를 대체할 것이라는 둥, 로봇이 인간의 수명을 무한대로 연장해 줄 것이라는 둥 하면서, 우려와 기대가 혼재된 대화들이 곳곳에서 오고 갔다.
어쩌면 우리는 진짜로 생각보다 빨리 로봇과 공존해야 하는 세상과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그동안의 영화나 소설에서 종종 그려져 왔듯이, 어느 순간 로봇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해 자만에 빠진 나머지 언감생심 인간을 지배해 보려는 망상(!)을 품는 날이 오게 될지도…….
저서 《사피엔스》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유발 하라리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 관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인공 지능에 감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동시에 감정 없는 컴퓨터가 인간 감정을 충분히 조종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승부를 통해 본 그의 견해이다. ……하라리 교수는 또 인공 지능과 인간의 대결 외에도 과학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화두에 관한 자신의 입장도 밝혔다. ……그는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대규모 IT 기업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이 인간 자신보다 인간을 더 잘 파악하고 분석해 "마치 부모처럼 직업이나 배우자 선택에도 참견하게 될 것"이라며 "인간은 이러한 발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3월 10일자, 연합뉴스에서
결국, IT 산업의 눈부신 발달로 오래지 않아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세상이 열릴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어쩌면 알고리즘이 “인간 자신보다 인간을 더 잘 파악하고 분석해 ’마치 부모처럼 직업이나 배우자 선택에도 참견‘”을 하게 되는 세상이 실제로 오게 될지도……. 《실수할 자유》는 바로 그 얘기를 담고 있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인간은 이러한 발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 결정 앱 출시, 생각이 필요 없는 세상이 다가오다!
《실수할 자유》는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2030년, 즉 14년 뒤의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간의 SF 소설에서 흔하게 보아 온, 영원히 손 닿을 것 같지 않은 아득한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을 부지런히 살아간다면 14년 뒤에는 누구든 맞닥뜨리기에 충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 속에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보다 좀 더 우월한 사양의 ‘제미니’, 그리고 그 제미니에 깔려 있는 의사 결정 앱 ‘럭스’가 인간과 세상을 연동하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사람들은 제미니와 럭스를 밤낮으로 들여다보며―주인공 오로라(로리) 본의 말을 빌리면 ‘하루에 천 번도 넘게’ 이용하며 ‘공존’이 아니라 ‘의존’에 가까운 상태로 지내고 있다.
뭘 입을지, 뭘 먹을지, 뭘 살지―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결정을 럭스에게 맡기는 것이다. 심지어는 누구에게 말을 걸지, 어디에 앉을지, 비 오는 날 우산을 쓸지 말지에 대한 것까지 모조리 럭스에게 물어보고 나서 행동에 옮긴다. 이 사소하고 자잘한 일들에 관한 의사 결정에조차 본인의 생각이나 의지는 눈곱만큼도 개입하지 않는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초 단위로 럭스에게 감시당하고 통제당하는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럭스가 제공하는 안전성과 편리성에 철저하게 길들여져 오히려 행복감과 만족감에 취한 채 하루하루를 그야말로 ‘생각 없이’ 살아간다. 결국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이미 세상이 씨실과 날실로 정교하게 직조돼 있는 셈이다.
언뜻 생각하면 꽤 편리할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시시때때로 골치 아픈 일들과 부닥치게 마련인데,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상관없이 알아서 척척 결론을 내려 주는 앱이 있다면 세상살이가 얼마나 편안해질까? 할 수만 있다면 그 세계로 휘리릭 날아가서 아예 지금부터 미리 살아 버리고 싶은 욕망이 슬며시 일기도 한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 편안한 것이 옳은 것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편안함 뒤에 도사리고 있는 무서운 음모에 신경이 바짝 곤두서면서 정신이 쨍하니 맑아진다. 편안함에 절어서 ‘생각 없이’ 보내 버린 하루하루들이 모여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몰고 올 수 있는지 등골이 써늘해지도록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올해 막 열일곱 살이 된 로리는 하루 종일 제미니와 럭스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의 결정을 럭스에게 맡긴다. 그래서 럭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밥 먹는 것도, 옷 입는 것도, 잠 자는 것도……. 그러던 어느 날, 최고의 영재들만 선발한다는 테덴 영재 학교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는다.
성대한 입학식을 마친 후 맞이한 시뮬레이션 수업의 첫 시간! 로리는 상상 이상으로 첨단화된 교실에서 ‘순긍정 임팩트’ 훈련을 받으며 충격에 빠진다. 시뮬레이션 수업은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죽음의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다음, 사회적 효용의 가치를 따져서 살릴 사람과 버릴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회적 효용이 큰 사람을 많이 살릴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비록 실제 상황은 아니라고 해도 누군가의 생사를 손짓 하나로 결정지어야 한다는 사실에 로리는 크게 부담을 느끼며 매번 갈등에 빠진다.
며칠 뒤, 로리는 선택받은 자들만이 가입할 수 있다는 비밀 동아리로부터 가입 의사를 묻는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자격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고 동아리의 비밀 아지트로 불려갔다가 학생회장인 리암 선배가 동아리 회장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리암 선배는 공공연히 로리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며 프러포즈를 하지만, 로리는 학교 근처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노스에게 마음이 자꾸 끌려서 번번이 거절한다.
학교에서 자선기금을 모으기 위한 가면무도회가 열리던 날, 리암 선배의 기습 키스에 당황한 로리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를 대며 달아나다가, 미국 최고의 IT 회사 그노시스의 CEO인 그리핀 페인 회장과 맞닥뜨린다. 페인 회장은 럭스를 개발한 사람으로서,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로리 엄마와 결혼했으나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걸로 오해하고 헤어진 뒤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한편, 로리는 심리학 수업 시간에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국립의료센터에 접속했다가 자신을 낳다가 세상을 떠난 엄마의 의료 기록을 발견한다. 엄마가 임신했을 때의 초음파 사진에 적힌 혈액형을 보고 여태껏 자신을 키워 준 아빠가 친아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엄마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찍은 학급 사진을 보고 페인 회장이 자신의 친아빠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제미니 골드 신제품 출시 기념 파티에 참석해 페인 회장과 어렵사리 재회를 하지만, 페인 회장은 연설 도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간 뒤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그 후 엄마의 의료 기록에 의문을 품은 로리는 진단서를 작성한 K. 힐드브랜드 박사를 찾아갔다가, 나노봇에 관한 임상 실험 과정을 담은 디브이디를 발견하고 훔친다. 디브이디에는 그노시스에서 럭스와 나노봇을 연동해 사람들의 뇌를 조종하기 위한 임상 실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임상 실험을 바탕으로 그노시스는 독감 백신 스프레이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나노봇을 침투시킨 뒤 럭스와 연동해 원격 조종을 해 왔던 것!
그 모든 일의 배후에는 테덴 영재 학교 교장이자 비밀 동아리의 일인자, 그리고 페인 회장의 새아버지인 아트워터 교장이 있다. 그는 테덴 영재 학교의 비밀 동아리를 통해 ‘현명한 자’를 선발하고 양성한 뒤 각계각층의 요직에 배치함으로써 ‘나머지’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야망을 키워 가고 있었다. 결국 테덴 영재 학교의 비밀 동아리는 극소수의 지배자 그룹을 형성하기 위한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들은 밀턴의 《실낙원》을 경전처럼 여기며, 에덴에서 아담과 이브가 쫓겨나는 순간에 신과 똑같은 신분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극소수의 ‘현명한 자’들은 이 세상의 지배자가 되고, 럭스와 나노봇에 의해 무력하게 조종당하는 사람들은 ‘나머지’로 분류를 한다. 새로운 에덴을 건설하고자 하는 그들의 목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로리의 엄마와 아빠를 나노봇으로 감쪽같이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는 것을 넘어서 제미니 골드의 판매 확산을 위해 전략적으로 이용하기까지 한다.
이렇듯 《실수할 자유》는 의사 결정 앱 ‘럭스’와 독감 백신에 숨겨진 ‘나노봇’을 연동해 사람들의 뇌를 원격 조종함으로써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낱낱이 감시하고 통제하고 무력화시킴으로써 그 위에 군림하려는 소수자들의 시커먼 욕망을 그리고 있다. 결국 사람들은 순간의 편리함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본성을 잃어버리고 자유 의지마저 상실한 채 럭스와 나노봇으로 대변되는 ‘기계’의 조종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IT 산업 기술의 발달을 역이용해 이기적 야망을 실현하려는 소수자의 흉계에 자신도 모르게 끌려 들어가, 웃프게도 ‘기계’와 같은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무섭도록 신랄하게 그려 내고 있다. IT 산업과 인간의 욕심이 결합했을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냉정하게 일깨우며, 우선의 편리함만 좇다가 진정으로 가치로운 것을 되레 놓칠 수 있음을 우리 모두에게 에둘러 경고하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마음의 목소리를 믿는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미니를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한편에서는 꿋꿋하게 ‘마음의 목소리’를 믿으며 소신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마음의 목소리’는 말 그대로 마음속에서 울리는 내면의 속삭임으로, 원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겪어 왔던 자연스런 현상이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이것을 좋은 의미로 받아들였고, 초자연적인 직관이라고 믿어 왔다.
그런데 어느 신경 정신학자의 연구로 ‘마음의 목소리’는 뇌의 결함으로 일어나는 청각 이상 장애 중 하나라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이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을 개발한 제약 회사의 홍보 마케팅 전략으로 ‘다웃’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 후로 신경성 질환으로 취급되었으며,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논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로까지 악화된다고 보았다.
주인공 로리는 어려서부터 제미니와 럭스의 절대 신봉자였지만, 절친인 벡은 그렇지가 않았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벡은, 다웃을 듣는다는 이유로 부모님 손에 이끌려 병원까지 가면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럭스가 알려 주는 대로 사진을 찍으면 상업성이 높은 작품을 얻을 수 있지만, 오롯이 자신의 직관에 따라 예술적인 영상을 찍고 싶어 했다. 그래서 제미니를 전화기의 용도 외에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약국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독감 백신 스프레이를 코에 뿌린 후,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들어온 나노봇 때문에 백팔십도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로리의 남자 친구인 노스 역시 ‘마음의 목소리’를 믿으며 살아가는 1인이다. 2030년에는 사라져 버린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팟, 노트북(맥북)을 꿋꿋이 사용하고 있을뿐더러, 심지어 집 안에 비밀 공간을 마련해 두고 수집까지 한다. 고장이 날 때마다 거액의 수리비를 지불하면서도, 제미니와 럭스가 어떤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지를 알기 때문에 옛것을 굳이 고집한다. 전문 해커인 노스는 나중에 럭스와 나노봇에 의해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되돌리기 위해 로리와 함께 그노시스 서버 뱅크에 잠입을 시도한다.
그리고 테덴 영재 학교에서 시뮬레이션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타서스 선생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라 할 만하다. 처음에는 마치 적군인 듯 로리의 행동과 태도를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로리를 곤경에 빠뜨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엄마의 절친으로서 로리를 지키기 위해 배수의 진을 쳤던 것. 아트워터 교장이 로리를 제거하기 위해 총을 겨누었을 때 거침없이 몸을 내던진 후 안타까이 생을 마감한다.
타서스 선생은 이 모든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인물로서, 비밀의 열쇠가 담긴 음성 파일을 로리에게 미리 건네는 것뿐 아니라 시뮬레이션 수업 시간에 실제로 미리 실습을 해 보게 함으로써 로리가 그노시스 서버 뱅크에 잠입하는 데 결정적인 안내자 역할을 한다. 타서스 선생이 로리에게 건넨 음성 파일에는 ‘현명한 자’들이 왜 마음의 목소리를 경계했는지 상세히 드러나 있다.
“현자에게도 극복하지 못한 상대가 있어. 바로 다웃이야. 그래서 그 마음의 목소리를 가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지. 비이성적이라고 몰아세우면서. 사실 다웃을 듣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곤 했어. 자기가 가진 것을 포기하고, 누구든 가리지 않고 돕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꺼이 양보하는 거야. 그렇게 이타적인 사람들은 통제가 잘 안 돼. 그래서 현자들은 사람들이 ‘다웃’을 믿지 못하게 만들기 시작했어. 청각 이상 장애라는 거짓말을 퍼뜨린 뒤, 다웃을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거라고 했지.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걸 나도 이제 믿게 되었어. 그게 신의 목소리든, 우리의 양심이든……. 다웃은 우리가 실험실에서 연구하거나 규격화된 상자에 담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보다 훨씬 더 위대한 존재니까.”
현자들의 음모로 세상이 그릇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로리와 노스는 의사 결정 장애에 빠져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되돌려 놓기로 결심한다. 태양 흑점이 폭발하는 날 일시 정전이 되는 것을 대비해 그노시스가 오프라인 상태가 되는 순간을 노려서 서버 뱅크에 잠입하기로 계획을 세운 것이다. 럭스의 알고리즘을 수정해서 사람들이 럭스와 나노봇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
마침내 태양 흑점이 폭발하는 날 일시 정전이 되자, 럭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밖으로 우르르 몰려 나와 갈팡질팡하다가 하나둘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한다. 럭스가 개발된 뒤로 고개를 한 번도 위로 들지 않던 사람들이 서서히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에 보라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오로라를 보면서 기계를 벗어나 본래의 자기 모습을 하나씩 찾아가게 된다. 비로소 기계가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을 향해 한껏 미소를 지으며…….
태양 흑점 폭발이라는 과학적인 현상을 ‘별’과 ‘오로라’라는 감성적인 이미지에 연결지어 마무리하고 있는 마지막 장의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돌아가고 있던 규격화된 세상의 나사가 하나둘 풀리면서, 바야흐로 인간다운 모습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마치 한 편의 에세이처럼 섬세하고 아름답게 빚어 낸 것이다.
어른들의 추악한 욕망으로 혼탁해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그노시스 서버 뱅크로 잠입하는 로리와 노스의 용기 있는 모습은 성공 여부를 떠나서 우리에게 크나큰 희망을 안겨 준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명하게 구별할 줄 알 뿐 아니라, 바른 길을 향해서 거침없이 나아가는 그들의 신념과 결단이 더할 나위 없이 미덥고 든든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는 바로 그런 청소년들이 꾸려 나갈 것이기에 아주아주 고무적이고 희망적이다.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은 벡이 자신의 일에 진심과 열의를 갖고 당당하게 임하는 모습이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최고로 살아가는 노스의 강직한 모습은 이 작품이 선물하는 또 하나의 보너스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지향해야 할 또 다른 미래의 상이기 때문이다. 벡과 노스의 당찬 모습은 학벌이라는 허울에 갇혀 무조건 대학으로만 치달아 가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애정 어린 경종을 울려 줄 것이라 기대한다.
의사 결정 앱 ‘럭스’와 독감 예방 백신에 숨겨진 ‘나노봇’의 연동으로, 나무 인형처럼 조종당하면서도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마냥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심장이 콱 막히는 듯하다. -뉴욕 타임스
의사 결정 앱에 숨겨진 비밀을 추적하는 ‘스릴러’와 사춘기 소년 소녀의 달달한 ‘로맨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재미와 감동을 한꺼번에 선사한다.
_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스마트 기기와 나노봇을 이용해 인간을 지배하려 드는 소수자들의 추악하고 은밀한 욕망이 섬뜩하다. 실제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다행히 이 책은 거짓에 끝까지 맞서는 십대 소녀의 용기와 신념을 통해, 내일에 대한 희망의 씨앗을 퍼뜨리고 있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 작가 소개
저자 : 로렌 밀러(Lauren Miller)
미국 애틀랜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예일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버클리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현재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면서 청소년 소설 작가로, 또 TV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첫 번째 소설 《평행 우주》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구성에다, 판타지와 로맨스의 절묘한 조화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 뒤에 발표한 《실수할 자유》 역시 스릴러와 로맨스의 완벽한 조합을 넘어,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를 섬뜩할 만큼 생생하게 그려 내어 각종 매체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역자 : 강효원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다가, 예쁜 딸이 생기면서 어린이와 청소년 책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겨레 어린이 책 번역 과정을 수료하고, 어린이 책 작가 교실에서 글쓰기를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메멘토 노라》 《거꾸로 동물원》 《루시 변주곡》 《그곳에 한 아이가 있었다》가 있다.
▣ 주요 목차
의사 결정 앱, 럭스
엄마의 유품
현명한 자의 특권
테덴 영재 학교 입학식
순긍정 임팩트
지혜는 겁쟁이를 위한 것이 아니다
비밀 동아리의 신고식
잊어버리기 힘든 아이
가면무도회의 뒷모습
승선장 폭발 사건
거짓이 있는 곳에 진실이 있다
허쉬가 사라졌다!
제미니 골드 출시 기념 파티
어리석은 자는 항상 주인을 찾는다
위험한 사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진실의 조각
나노봇과 독감 백신
타락하는 것은 자유이나
별이 빛나는 밤에
에필로그
의사 결정 앱 vs. 마음의 목소리
모든 것은 너의 선택에 달려 있다!
2030년, 인간의 생각을 조종하는 나노봇이 온다!
인간 자신보다 인간을 더 잘 파악하고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온다!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진행되었다. 그 기간 내내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이세돌 9단과 알파고 얘기를 했을 만큼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마치 인간과 로봇의 대결이기라도 한 듯이 핏대를 세우며 내기까지 거는 웃지 못할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되는 가운데, 총 5국으로 치러진 경기에서 알파고가 4승 1패로 승리를 거두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곧장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로 이동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을 능가하는 로봇이 나타나게 되리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둥, 로봇이 인간의 신체 일부를 대체할 것이라는 둥, 로봇이 인간의 수명을 무한대로 연장해 줄 것이라는 둥 하면서, 우려와 기대가 혼재된 대화들이 곳곳에서 오고 갔다.
어쩌면 우리는 진짜로 생각보다 빨리 로봇과 공존해야 하는 세상과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그동안의 영화나 소설에서 종종 그려져 왔듯이, 어느 순간 로봇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해 자만에 빠진 나머지 언감생심 인간을 지배해 보려는 망상(!)을 품는 날이 오게 될지도…….
저서 《사피엔스》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유발 하라리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 관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인공 지능에 감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동시에 감정 없는 컴퓨터가 인간 감정을 충분히 조종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승부를 통해 본 그의 견해이다. ……하라리 교수는 또 인공 지능과 인간의 대결 외에도 과학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화두에 관한 자신의 입장도 밝혔다. ……그는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대규모 IT 기업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이 인간 자신보다 인간을 더 잘 파악하고 분석해 "마치 부모처럼 직업이나 배우자 선택에도 참견하게 될 것"이라며 "인간은 이러한 발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3월 10일자, 연합뉴스에서
결국, IT 산업의 눈부신 발달로 오래지 않아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세상이 열릴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어쩌면 알고리즘이 “인간 자신보다 인간을 더 잘 파악하고 분석해 ’마치 부모처럼 직업이나 배우자 선택에도 참견‘”을 하게 되는 세상이 실제로 오게 될지도……. 《실수할 자유》는 바로 그 얘기를 담고 있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인간은 이러한 발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 결정 앱 출시, 생각이 필요 없는 세상이 다가오다!
《실수할 자유》는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2030년, 즉 14년 뒤의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간의 SF 소설에서 흔하게 보아 온, 영원히 손 닿을 것 같지 않은 아득한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을 부지런히 살아간다면 14년 뒤에는 누구든 맞닥뜨리기에 충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 속에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보다 좀 더 우월한 사양의 ‘제미니’, 그리고 그 제미니에 깔려 있는 의사 결정 앱 ‘럭스’가 인간과 세상을 연동하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사람들은 제미니와 럭스를 밤낮으로 들여다보며―주인공 오로라(로리) 본의 말을 빌리면 ‘하루에 천 번도 넘게’ 이용하며 ‘공존’이 아니라 ‘의존’에 가까운 상태로 지내고 있다.
뭘 입을지, 뭘 먹을지, 뭘 살지―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결정을 럭스에게 맡기는 것이다. 심지어는 누구에게 말을 걸지, 어디에 앉을지, 비 오는 날 우산을 쓸지 말지에 대한 것까지 모조리 럭스에게 물어보고 나서 행동에 옮긴다. 이 사소하고 자잘한 일들에 관한 의사 결정에조차 본인의 생각이나 의지는 눈곱만큼도 개입하지 않는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초 단위로 럭스에게 감시당하고 통제당하는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럭스가 제공하는 안전성과 편리성에 철저하게 길들여져 오히려 행복감과 만족감에 취한 채 하루하루를 그야말로 ‘생각 없이’ 살아간다. 결국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이미 세상이 씨실과 날실로 정교하게 직조돼 있는 셈이다.
언뜻 생각하면 꽤 편리할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시시때때로 골치 아픈 일들과 부닥치게 마련인데,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상관없이 알아서 척척 결론을 내려 주는 앱이 있다면 세상살이가 얼마나 편안해질까? 할 수만 있다면 그 세계로 휘리릭 날아가서 아예 지금부터 미리 살아 버리고 싶은 욕망이 슬며시 일기도 한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 편안한 것이 옳은 것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편안함 뒤에 도사리고 있는 무서운 음모에 신경이 바짝 곤두서면서 정신이 쨍하니 맑아진다. 편안함에 절어서 ‘생각 없이’ 보내 버린 하루하루들이 모여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몰고 올 수 있는지 등골이 써늘해지도록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올해 막 열일곱 살이 된 로리는 하루 종일 제미니와 럭스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의 결정을 럭스에게 맡긴다. 그래서 럭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밥 먹는 것도, 옷 입는 것도, 잠 자는 것도……. 그러던 어느 날, 최고의 영재들만 선발한다는 테덴 영재 학교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는다.
성대한 입학식을 마친 후 맞이한 시뮬레이션 수업의 첫 시간! 로리는 상상 이상으로 첨단화된 교실에서 ‘순긍정 임팩트’ 훈련을 받으며 충격에 빠진다. 시뮬레이션 수업은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죽음의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다음, 사회적 효용의 가치를 따져서 살릴 사람과 버릴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회적 효용이 큰 사람을 많이 살릴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비록 실제 상황은 아니라고 해도 누군가의 생사를 손짓 하나로 결정지어야 한다는 사실에 로리는 크게 부담을 느끼며 매번 갈등에 빠진다.
며칠 뒤, 로리는 선택받은 자들만이 가입할 수 있다는 비밀 동아리로부터 가입 의사를 묻는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자격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고 동아리의 비밀 아지트로 불려갔다가 학생회장인 리암 선배가 동아리 회장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리암 선배는 공공연히 로리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며 프러포즈를 하지만, 로리는 학교 근처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노스에게 마음이 자꾸 끌려서 번번이 거절한다.
학교에서 자선기금을 모으기 위한 가면무도회가 열리던 날, 리암 선배의 기습 키스에 당황한 로리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를 대며 달아나다가, 미국 최고의 IT 회사 그노시스의 CEO인 그리핀 페인 회장과 맞닥뜨린다. 페인 회장은 럭스를 개발한 사람으로서,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로리 엄마와 결혼했으나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걸로 오해하고 헤어진 뒤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한편, 로리는 심리학 수업 시간에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국립의료센터에 접속했다가 자신을 낳다가 세상을 떠난 엄마의 의료 기록을 발견한다. 엄마가 임신했을 때의 초음파 사진에 적힌 혈액형을 보고 여태껏 자신을 키워 준 아빠가 친아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엄마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찍은 학급 사진을 보고 페인 회장이 자신의 친아빠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제미니 골드 신제품 출시 기념 파티에 참석해 페인 회장과 어렵사리 재회를 하지만, 페인 회장은 연설 도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간 뒤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그 후 엄마의 의료 기록에 의문을 품은 로리는 진단서를 작성한 K. 힐드브랜드 박사를 찾아갔다가, 나노봇에 관한 임상 실험 과정을 담은 디브이디를 발견하고 훔친다. 디브이디에는 그노시스에서 럭스와 나노봇을 연동해 사람들의 뇌를 조종하기 위한 임상 실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임상 실험을 바탕으로 그노시스는 독감 백신 스프레이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나노봇을 침투시킨 뒤 럭스와 연동해 원격 조종을 해 왔던 것!
그 모든 일의 배후에는 테덴 영재 학교 교장이자 비밀 동아리의 일인자, 그리고 페인 회장의 새아버지인 아트워터 교장이 있다. 그는 테덴 영재 학교의 비밀 동아리를 통해 ‘현명한 자’를 선발하고 양성한 뒤 각계각층의 요직에 배치함으로써 ‘나머지’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야망을 키워 가고 있었다. 결국 테덴 영재 학교의 비밀 동아리는 극소수의 지배자 그룹을 형성하기 위한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들은 밀턴의 《실낙원》을 경전처럼 여기며, 에덴에서 아담과 이브가 쫓겨나는 순간에 신과 똑같은 신분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극소수의 ‘현명한 자’들은 이 세상의 지배자가 되고, 럭스와 나노봇에 의해 무력하게 조종당하는 사람들은 ‘나머지’로 분류를 한다. 새로운 에덴을 건설하고자 하는 그들의 목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로리의 엄마와 아빠를 나노봇으로 감쪽같이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는 것을 넘어서 제미니 골드의 판매 확산을 위해 전략적으로 이용하기까지 한다.
이렇듯 《실수할 자유》는 의사 결정 앱 ‘럭스’와 독감 백신에 숨겨진 ‘나노봇’을 연동해 사람들의 뇌를 원격 조종함으로써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낱낱이 감시하고 통제하고 무력화시킴으로써 그 위에 군림하려는 소수자들의 시커먼 욕망을 그리고 있다. 결국 사람들은 순간의 편리함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본성을 잃어버리고 자유 의지마저 상실한 채 럭스와 나노봇으로 대변되는 ‘기계’의 조종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IT 산업 기술의 발달을 역이용해 이기적 야망을 실현하려는 소수자의 흉계에 자신도 모르게 끌려 들어가, 웃프게도 ‘기계’와 같은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무섭도록 신랄하게 그려 내고 있다. IT 산업과 인간의 욕심이 결합했을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냉정하게 일깨우며, 우선의 편리함만 좇다가 진정으로 가치로운 것을 되레 놓칠 수 있음을 우리 모두에게 에둘러 경고하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마음의 목소리를 믿는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미니를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한편에서는 꿋꿋하게 ‘마음의 목소리’를 믿으며 소신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마음의 목소리’는 말 그대로 마음속에서 울리는 내면의 속삭임으로, 원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겪어 왔던 자연스런 현상이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이것을 좋은 의미로 받아들였고, 초자연적인 직관이라고 믿어 왔다.
그런데 어느 신경 정신학자의 연구로 ‘마음의 목소리’는 뇌의 결함으로 일어나는 청각 이상 장애 중 하나라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이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을 개발한 제약 회사의 홍보 마케팅 전략으로 ‘다웃’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 후로 신경성 질환으로 취급되었으며,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논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로까지 악화된다고 보았다.
주인공 로리는 어려서부터 제미니와 럭스의 절대 신봉자였지만, 절친인 벡은 그렇지가 않았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벡은, 다웃을 듣는다는 이유로 부모님 손에 이끌려 병원까지 가면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럭스가 알려 주는 대로 사진을 찍으면 상업성이 높은 작품을 얻을 수 있지만, 오롯이 자신의 직관에 따라 예술적인 영상을 찍고 싶어 했다. 그래서 제미니를 전화기의 용도 외에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약국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독감 백신 스프레이를 코에 뿌린 후,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들어온 나노봇 때문에 백팔십도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로리의 남자 친구인 노스 역시 ‘마음의 목소리’를 믿으며 살아가는 1인이다. 2030년에는 사라져 버린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팟, 노트북(맥북)을 꿋꿋이 사용하고 있을뿐더러, 심지어 집 안에 비밀 공간을 마련해 두고 수집까지 한다. 고장이 날 때마다 거액의 수리비를 지불하면서도, 제미니와 럭스가 어떤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지를 알기 때문에 옛것을 굳이 고집한다. 전문 해커인 노스는 나중에 럭스와 나노봇에 의해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되돌리기 위해 로리와 함께 그노시스 서버 뱅크에 잠입을 시도한다.
그리고 테덴 영재 학교에서 시뮬레이션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타서스 선생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라 할 만하다. 처음에는 마치 적군인 듯 로리의 행동과 태도를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로리를 곤경에 빠뜨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엄마의 절친으로서 로리를 지키기 위해 배수의 진을 쳤던 것. 아트워터 교장이 로리를 제거하기 위해 총을 겨누었을 때 거침없이 몸을 내던진 후 안타까이 생을 마감한다.
타서스 선생은 이 모든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인물로서, 비밀의 열쇠가 담긴 음성 파일을 로리에게 미리 건네는 것뿐 아니라 시뮬레이션 수업 시간에 실제로 미리 실습을 해 보게 함으로써 로리가 그노시스 서버 뱅크에 잠입하는 데 결정적인 안내자 역할을 한다. 타서스 선생이 로리에게 건넨 음성 파일에는 ‘현명한 자’들이 왜 마음의 목소리를 경계했는지 상세히 드러나 있다.
“현자에게도 극복하지 못한 상대가 있어. 바로 다웃이야. 그래서 그 마음의 목소리를 가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지. 비이성적이라고 몰아세우면서. 사실 다웃을 듣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곤 했어. 자기가 가진 것을 포기하고, 누구든 가리지 않고 돕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꺼이 양보하는 거야. 그렇게 이타적인 사람들은 통제가 잘 안 돼. 그래서 현자들은 사람들이 ‘다웃’을 믿지 못하게 만들기 시작했어. 청각 이상 장애라는 거짓말을 퍼뜨린 뒤, 다웃을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거라고 했지.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걸 나도 이제 믿게 되었어. 그게 신의 목소리든, 우리의 양심이든……. 다웃은 우리가 실험실에서 연구하거나 규격화된 상자에 담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보다 훨씬 더 위대한 존재니까.”
현자들의 음모로 세상이 그릇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로리와 노스는 의사 결정 장애에 빠져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되돌려 놓기로 결심한다. 태양 흑점이 폭발하는 날 일시 정전이 되는 것을 대비해 그노시스가 오프라인 상태가 되는 순간을 노려서 서버 뱅크에 잠입하기로 계획을 세운 것이다. 럭스의 알고리즘을 수정해서 사람들이 럭스와 나노봇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
마침내 태양 흑점이 폭발하는 날 일시 정전이 되자, 럭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밖으로 우르르 몰려 나와 갈팡질팡하다가 하나둘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한다. 럭스가 개발된 뒤로 고개를 한 번도 위로 들지 않던 사람들이 서서히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에 보라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오로라를 보면서 기계를 벗어나 본래의 자기 모습을 하나씩 찾아가게 된다. 비로소 기계가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을 향해 한껏 미소를 지으며…….
태양 흑점 폭발이라는 과학적인 현상을 ‘별’과 ‘오로라’라는 감성적인 이미지에 연결지어 마무리하고 있는 마지막 장의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돌아가고 있던 규격화된 세상의 나사가 하나둘 풀리면서, 바야흐로 인간다운 모습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마치 한 편의 에세이처럼 섬세하고 아름답게 빚어 낸 것이다.
어른들의 추악한 욕망으로 혼탁해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그노시스 서버 뱅크로 잠입하는 로리와 노스의 용기 있는 모습은 성공 여부를 떠나서 우리에게 크나큰 희망을 안겨 준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명하게 구별할 줄 알 뿐 아니라, 바른 길을 향해서 거침없이 나아가는 그들의 신념과 결단이 더할 나위 없이 미덥고 든든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는 바로 그런 청소년들이 꾸려 나갈 것이기에 아주아주 고무적이고 희망적이다.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은 벡이 자신의 일에 진심과 열의를 갖고 당당하게 임하는 모습이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최고로 살아가는 노스의 강직한 모습은 이 작품이 선물하는 또 하나의 보너스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지향해야 할 또 다른 미래의 상이기 때문이다. 벡과 노스의 당찬 모습은 학벌이라는 허울에 갇혀 무조건 대학으로만 치달아 가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애정 어린 경종을 울려 줄 것이라 기대한다.
의사 결정 앱 ‘럭스’와 독감 예방 백신에 숨겨진 ‘나노봇’의 연동으로, 나무 인형처럼 조종당하면서도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마냥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심장이 콱 막히는 듯하다. -뉴욕 타임스
의사 결정 앱에 숨겨진 비밀을 추적하는 ‘스릴러’와 사춘기 소년 소녀의 달달한 ‘로맨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재미와 감동을 한꺼번에 선사한다.
_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스마트 기기와 나노봇을 이용해 인간을 지배하려 드는 소수자들의 추악하고 은밀한 욕망이 섬뜩하다. 실제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다행히 이 책은 거짓에 끝까지 맞서는 십대 소녀의 용기와 신념을 통해, 내일에 대한 희망의 씨앗을 퍼뜨리고 있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 작가 소개
저자 : 로렌 밀러(Lauren Miller)
미국 애틀랜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예일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버클리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현재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면서 청소년 소설 작가로, 또 TV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첫 번째 소설 《평행 우주》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구성에다, 판타지와 로맨스의 절묘한 조화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 뒤에 발표한 《실수할 자유》 역시 스릴러와 로맨스의 완벽한 조합을 넘어,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를 섬뜩할 만큼 생생하게 그려 내어 각종 매체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역자 : 강효원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다가, 예쁜 딸이 생기면서 어린이와 청소년 책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겨레 어린이 책 번역 과정을 수료하고, 어린이 책 작가 교실에서 글쓰기를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메멘토 노라》 《거꾸로 동물원》 《루시 변주곡》 《그곳에 한 아이가 있었다》가 있다.
▣ 주요 목차
의사 결정 앱, 럭스
엄마의 유품
현명한 자의 특권
테덴 영재 학교 입학식
순긍정 임팩트
지혜는 겁쟁이를 위한 것이 아니다
비밀 동아리의 신고식
잊어버리기 힘든 아이
가면무도회의 뒷모습
승선장 폭발 사건
거짓이 있는 곳에 진실이 있다
허쉬가 사라졌다!
제미니 골드 출시 기념 파티
어리석은 자는 항상 주인을 찾는다
위험한 사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진실의 조각
나노봇과 독감 백신
타락하는 것은 자유이나
별이 빛나는 밤에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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