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언어와 언어 사이의 경계를 걷는 작가 다와다 요코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독일로 떠났고, 독일어와 일본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 다와다 요코. 그는 독일에 자리잡고 있지만 일 년 중 한 달은 일본에서, 한 달은 미국에서 보낸다. 주로 사용하는 두 언어, 독일어와 일본어를 모두 낯설게 두기 위해서다.
다와다 요코는 모국어로 유창하게 말하는 행위를 비겁함, 무능함으로 해석한다. 익숙한 언어에 종속된 채 성찰 과정 없이 물 흐르듯 쏟아져나오는 말은 결코 본질을 꿰뚫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모국어 단어로 불러왔던 어떤 개념을 낯선 외국어 명칭으로 부를 때 우리는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연필을 연필이 아니라 독일어 단어 블라이슈티프트(Bleistift)라고 부를 때, 머릿속에서 블라이슈티프트라는 단어와 연필이라는 개념을 연결시키는 과정을 한번 더 거쳐야 한다. 그 순간 느끼는 이질감이 바로 다와다 요코의 문학을 이루는 요소다.
다와다 요코는 작품의 초점을 언어에 둔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와 그 사회의 규범까지도 제약한다. 모국어라는 보호막은 그 밖에 있는 다른 것들을 아예 생각하거나 느끼지도 못하게 차단해버리는 장벽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다와다는 30년 넘게 독일에 살고 있으면서도 독일어를 자신의 새로운 모국어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모국어인 일본어 역시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사람들은 편하고 자연스러울 때는 문제를 느끼지 못하다, 낯선 것을 마주하고 나서야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것들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다와다 요코는 바로 이런 순간이 자기 문학의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다와다의 작품은 낯설게 느껴지고, 심지어 조금 불편할지도 모른다. 익숙함에 머무르는 한 경계에는 설 수 없기 때문이다. 낯설게 만든 언어로 언어와 언어 사이의 경계를 사유하는 것, 그것이 다와다 요코가 문학에서 추구하는 길이다.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새로운 여행
다와다 요코의 작품에는 열차가 자주 등장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 독일로 떠날 때, 다와다는 비행기가 아닌 열차를 선택했다. 비행기는 목적지에 최대한 빨리 도착하기 위한 교통수단이며 한번 올라타면 목적지를 바꿀 수도, 자리를 옮길 수도 없다. 반면 열차는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며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여정을 변경할 수도 있으며 여행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는, 불확실한 교통수단이다.
『용의자의 야간열차』에서 ‘당신’은 야간열차를 타고 유럽과 아시아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시기도 배경도 명확하지 않으며 여행자가 누구인지, 목적지가 어디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그저 시간과 공간의 틀을 넘어 영원히 반복될 뿐이다.
이 소설은 기존의 관념을 뒤흔든다. ‘당신’은 갖고 있던 인식이 계속해서 어긋나는 경험을 한다. 지역 이름을 듣고 자동적으로 떠올린 이미지는 현지에서 매번 무참히 배반당한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며 추측한 이야기는 항상 빗나간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잘못된 이야기를 만들어 오해받기도 하고, 전혀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이 같은 어긋남과 불확실함은 ‘당신’이라는 대명사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당신’이 등장하면서 독자는 ‘당신’과 ‘당신’을 관찰하는 또다른 화자를 인식하고, 이 흔치 않은 호칭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과 화자 사이의 거리를 느끼게 된다. ‘당신’과 화자의 관계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와 연결되어 있다.
『용의자의 야간열차』는 다와다 요코가 기존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정체성을 넘어서려 시도한 작품이다. 고정관념의 틀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인식이 가져다주는 자유를 맛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낯선 사유가 불러오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는 안전지대를 벗어나 익숙한 공동체의 규범과 모국어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여행 그 자체와도 닮아 있다.
모든 놀라운 문학은 당신이 어떤 문화, 어떤 장소에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순간에 탄생합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특별한 상황, 매우 문학적이고 시적인 상황에 처해 있을 뿐이죠. _다와다 요코
나라와 언어에 얽매이지 않는 세대의 문학
이주자 문학은 대부분 사회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은 환경과 상황 탓에 강제로 이주민이 되었고, 그들의 작품은 타향에서 느낀 문화적 괴리감, 차별과 소외감, 그 과정에서 겪은 폭력 등 아픈 경험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다와다 요코는 다른 방향을 향한다. 그는 태어난 일본을 스스로 떠나 독일에 자리잡았다.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살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국적이 더는 큰 의미를 갖지 않게 되면서, 이주자들의 경험과 고민은 개인의 차원으로 넓어지고 있다. 문화와 문화, 언어와 언어가 충돌하고 몸에 익어 있던 사유가 깨져나가면서, 수많은 이주자들은 혼란 속에서 새로운 인식을 마주한다. 다와다의 작품이 이주자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모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사는 아티스트나 지식인이 무척 많은 시대입니다. 외국어를 혀에 올릴 때의 감촉은 이제는 ‘시대를 대표하는 감촉’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외국어를 말할 때면 구멍이 뚫리거나 꺾이거나 쪼개지거나 부서지거나 휘거나 하는 부분이 생깁니다만, 그런 부분에서야말로 우리가 정말로 알 가치가 있는 속사정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_다와다 요코
이 같은 다와다의 작품 세계는 이미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1987년 첫 책을 출간한 이래 독일에서 레싱 문학상, 샤미소 상, 괴테 메달 등을, 일본에서 아쿠타가와상, 이즈미 교카 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이토 세이 상, 요미우리 문학상, 무라사키 시키부 상, 노마 분케이 상 등을 받았다. 2000년대 이후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다와다 요코의 작품을 논의하는 국제 심포지엄도 꾸준히 개최되고 있다.
관련 서평
자기 소설의 문체를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다와다의 기량은 최고 수준이다. _오에 겐자부로
이질적인 것들에 둘러싸여 느끼는 위화감 혹은 공포가, 자신이라는 존재에게서 느끼는 위화감과 매우 잘 겹쳐져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를 갖고 있는 작가다. _히노 게이조(소설가)
다와다의 작품은 충돌하는 언어와 뒤얽힌 도시의 세계를 지나는 극적인 여행과도 같다. _빅토르 펠레빈
다와다의 작품은 ‘무엇’에 대한 것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의 언어와 감각은 언제나 구심점이 분명하고 문제적이며 강렬하다. _뉴요커
다와다의 이중언어적인 접근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그녀는 매우 다른 두 개의 문화를 집으로 불러들이고,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_뉴욕 선
다와다 요코의 소설 속에서, 나는 미아가 된다. 언어에 희롱당해 방향을 잃고 기묘한 것들과 마주치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숲 가장자리로 덩그러니 밀려나 있다. 물론 이는 너무나도 유쾌한 경험이다. _고노스 유키코(번역가, 에세이스트)
다와다 요코는 이 세계를, 꿈꾸는 동시에 깨어 있는 듯 보이는 곳처럼 그린다. _타즈
▣ 작가 소개
저 : 타와다 요오꼬
다와다 요코는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고, 와세다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다. 1979년 19세의 나이로 시베리아 기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갔다. 작가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짧은 이력서에조차도 이 기차 여행을 거의 빠짐없이 기재하는데,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체험이 자신의 문학 세계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기차역에서마다 다른 물을 마시며 서서히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 왔다는 점은 작가로 하여금 동양과 서양을 대립되는 세계가 아닌, 서로 겹치는 큰 경계 영역을 지닌 세계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새로운 세계와 언어에 대한 낯선 체험은 언어 자체가 갖고 있는 ‘매개체’로서의 속성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했다.
즉 언어는 투명한 유리처럼 자아와 세계를 매개시켜 주고 자신은 보이지 않게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선 매개체로서 사용할 때마다 우리는 이 매개체를 통해 생각하고 말해 왔음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는 세계를 자명한 것 혹은 고정된 정체성으로 파악하는 것을 의문시하게 만든다. 다와다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나’가 고정된 주체가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물 같은 존재로 그려지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언어를 익히면서 체험하는 언어의 이방성 혹은 낯섦은 모국어도 마찬가지로 거리를 두고 관찰하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기존의 언어 권력에 매몰되지 않고 저항할 틈새를 찾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와다는 낯선 것이 주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와다 문학 세계의 중심에는 언어의 낯섦이 놓여 있다.
1982년부터 다와다는 독일에 체류하고 있으며, 함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2000년에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유럽 문학에 나타난 장난감과 언어 마술」이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에 최초로 『네가 있는 곳에만 아무것도 없다(Nur da wo du bist da ist nichts)』라는 책을 독일어와 일본어로 출판했다. 주목을 받은 『목욕탕』은 1989년에 발표되었고, 그 외에도 『유럽이 시작되는 곳』(1991), 『손님(Ein Gast)』(1993), 『밤에 빛나는 학가면(Die Kranichmaske, die bei Nacht strahlt)』(1994), 『여행을 떠난 오징어(Tintenfisch auf Reisen)』(1994), 『부적(Talisman)』(1996), 『귤은 오늘 밤 안으로 탈취당해야 한다』(1997), 『계란 속의 바람처럼(Wie der Wind im Ei)』(1997), 『오르페우스 혹은 이즈나기(Orpheus oder Izanagi)』(1998), 『틸(Till)』(1998), 『변신 (Verwandlungen)』(1998), 『오비디우스를 위한 마약』(2000), 『벌거벗은 눈(Das nacke Auge)』(2004)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중,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와 장편 소설과 연극, 방송극으로 장르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독일에서 레싱 문학상, 샤미소 상, 괴테 문학상 등을, 일본에서 군조 신인 문학상, 이즈미 교카 문학상, 쓰보우치 쇼요 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학상, 아쿠타가와 상 등을 받았다. 한편 1998년에는 튀빙겐 대학의 문학창작과에서 시학을 강의했고, 1999년에는 미국 MIT에서 창작 강의를 하기도 했다.
역 : 이영미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과 『캐러멜 팝콘』 번역으로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 주관하는 보라나비 저작·번역상의 첫 번역상을 수상했다. 그 외의 옮긴 책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도시여행자』, 『파크라이프』, 『사요나라 사요나라』, 『동경만경』, 『나가사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면장선거』,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 모리미 도미히코의 『태양의 탑』, 그 외에 『검은 빛』, 『사랑을 말해줘』, 『단테 신곡 강의』, 『산타클로스는 할머니』, 『문어가 슝』, 『상상에 빠지는 스케치북』, 『금붕어 낚기』, 『초초난난』, 『기적의 사과』, 『지도남』, 『잡문집』, 『화차』『불타버린지도』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용의자의 야간열차
해설 | 이동성, 유동성 그리고 자아동일성(최윤영)
옮긴이의 말
다와다 요코 연보
언어와 언어 사이의 경계를 걷는 작가 다와다 요코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독일로 떠났고, 독일어와 일본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 다와다 요코. 그는 독일에 자리잡고 있지만 일 년 중 한 달은 일본에서, 한 달은 미국에서 보낸다. 주로 사용하는 두 언어, 독일어와 일본어를 모두 낯설게 두기 위해서다.
다와다 요코는 모국어로 유창하게 말하는 행위를 비겁함, 무능함으로 해석한다. 익숙한 언어에 종속된 채 성찰 과정 없이 물 흐르듯 쏟아져나오는 말은 결코 본질을 꿰뚫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모국어 단어로 불러왔던 어떤 개념을 낯선 외국어 명칭으로 부를 때 우리는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연필을 연필이 아니라 독일어 단어 블라이슈티프트(Bleistift)라고 부를 때, 머릿속에서 블라이슈티프트라는 단어와 연필이라는 개념을 연결시키는 과정을 한번 더 거쳐야 한다. 그 순간 느끼는 이질감이 바로 다와다 요코의 문학을 이루는 요소다.
다와다 요코는 작품의 초점을 언어에 둔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와 그 사회의 규범까지도 제약한다. 모국어라는 보호막은 그 밖에 있는 다른 것들을 아예 생각하거나 느끼지도 못하게 차단해버리는 장벽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다와다는 30년 넘게 독일에 살고 있으면서도 독일어를 자신의 새로운 모국어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모국어인 일본어 역시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사람들은 편하고 자연스러울 때는 문제를 느끼지 못하다, 낯선 것을 마주하고 나서야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것들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다와다 요코는 바로 이런 순간이 자기 문학의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다와다의 작품은 낯설게 느껴지고, 심지어 조금 불편할지도 모른다. 익숙함에 머무르는 한 경계에는 설 수 없기 때문이다. 낯설게 만든 언어로 언어와 언어 사이의 경계를 사유하는 것, 그것이 다와다 요코가 문학에서 추구하는 길이다.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새로운 여행
다와다 요코의 작품에는 열차가 자주 등장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 독일로 떠날 때, 다와다는 비행기가 아닌 열차를 선택했다. 비행기는 목적지에 최대한 빨리 도착하기 위한 교통수단이며 한번 올라타면 목적지를 바꿀 수도, 자리를 옮길 수도 없다. 반면 열차는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며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여정을 변경할 수도 있으며 여행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는, 불확실한 교통수단이다.
『용의자의 야간열차』에서 ‘당신’은 야간열차를 타고 유럽과 아시아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시기도 배경도 명확하지 않으며 여행자가 누구인지, 목적지가 어디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그저 시간과 공간의 틀을 넘어 영원히 반복될 뿐이다.
이 소설은 기존의 관념을 뒤흔든다. ‘당신’은 갖고 있던 인식이 계속해서 어긋나는 경험을 한다. 지역 이름을 듣고 자동적으로 떠올린 이미지는 현지에서 매번 무참히 배반당한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며 추측한 이야기는 항상 빗나간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잘못된 이야기를 만들어 오해받기도 하고, 전혀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이 같은 어긋남과 불확실함은 ‘당신’이라는 대명사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당신’이 등장하면서 독자는 ‘당신’과 ‘당신’을 관찰하는 또다른 화자를 인식하고, 이 흔치 않은 호칭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과 화자 사이의 거리를 느끼게 된다. ‘당신’과 화자의 관계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와 연결되어 있다.
『용의자의 야간열차』는 다와다 요코가 기존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정체성을 넘어서려 시도한 작품이다. 고정관념의 틀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인식이 가져다주는 자유를 맛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낯선 사유가 불러오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는 안전지대를 벗어나 익숙한 공동체의 규범과 모국어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여행 그 자체와도 닮아 있다.
모든 놀라운 문학은 당신이 어떤 문화, 어떤 장소에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순간에 탄생합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특별한 상황, 매우 문학적이고 시적인 상황에 처해 있을 뿐이죠. _다와다 요코
나라와 언어에 얽매이지 않는 세대의 문학
이주자 문학은 대부분 사회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은 환경과 상황 탓에 강제로 이주민이 되었고, 그들의 작품은 타향에서 느낀 문화적 괴리감, 차별과 소외감, 그 과정에서 겪은 폭력 등 아픈 경험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다와다 요코는 다른 방향을 향한다. 그는 태어난 일본을 스스로 떠나 독일에 자리잡았다.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살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국적이 더는 큰 의미를 갖지 않게 되면서, 이주자들의 경험과 고민은 개인의 차원으로 넓어지고 있다. 문화와 문화, 언어와 언어가 충돌하고 몸에 익어 있던 사유가 깨져나가면서, 수많은 이주자들은 혼란 속에서 새로운 인식을 마주한다. 다와다의 작품이 이주자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모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사는 아티스트나 지식인이 무척 많은 시대입니다. 외국어를 혀에 올릴 때의 감촉은 이제는 ‘시대를 대표하는 감촉’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외국어를 말할 때면 구멍이 뚫리거나 꺾이거나 쪼개지거나 부서지거나 휘거나 하는 부분이 생깁니다만, 그런 부분에서야말로 우리가 정말로 알 가치가 있는 속사정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_다와다 요코
이 같은 다와다의 작품 세계는 이미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1987년 첫 책을 출간한 이래 독일에서 레싱 문학상, 샤미소 상, 괴테 메달 등을, 일본에서 아쿠타가와상, 이즈미 교카 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이토 세이 상, 요미우리 문학상, 무라사키 시키부 상, 노마 분케이 상 등을 받았다. 2000년대 이후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다와다 요코의 작품을 논의하는 국제 심포지엄도 꾸준히 개최되고 있다.
관련 서평
자기 소설의 문체를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다와다의 기량은 최고 수준이다. _오에 겐자부로
이질적인 것들에 둘러싸여 느끼는 위화감 혹은 공포가, 자신이라는 존재에게서 느끼는 위화감과 매우 잘 겹쳐져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를 갖고 있는 작가다. _히노 게이조(소설가)
다와다의 작품은 충돌하는 언어와 뒤얽힌 도시의 세계를 지나는 극적인 여행과도 같다. _빅토르 펠레빈
다와다의 작품은 ‘무엇’에 대한 것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의 언어와 감각은 언제나 구심점이 분명하고 문제적이며 강렬하다. _뉴요커
다와다의 이중언어적인 접근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그녀는 매우 다른 두 개의 문화를 집으로 불러들이고,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_뉴욕 선
다와다 요코의 소설 속에서, 나는 미아가 된다. 언어에 희롱당해 방향을 잃고 기묘한 것들과 마주치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숲 가장자리로 덩그러니 밀려나 있다. 물론 이는 너무나도 유쾌한 경험이다. _고노스 유키코(번역가, 에세이스트)
다와다 요코는 이 세계를, 꿈꾸는 동시에 깨어 있는 듯 보이는 곳처럼 그린다. _타즈
▣ 작가 소개
저 : 타와다 요오꼬
다와다 요코는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고, 와세다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다. 1979년 19세의 나이로 시베리아 기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갔다. 작가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짧은 이력서에조차도 이 기차 여행을 거의 빠짐없이 기재하는데,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체험이 자신의 문학 세계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기차역에서마다 다른 물을 마시며 서서히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 왔다는 점은 작가로 하여금 동양과 서양을 대립되는 세계가 아닌, 서로 겹치는 큰 경계 영역을 지닌 세계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새로운 세계와 언어에 대한 낯선 체험은 언어 자체가 갖고 있는 ‘매개체’로서의 속성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했다.
즉 언어는 투명한 유리처럼 자아와 세계를 매개시켜 주고 자신은 보이지 않게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선 매개체로서 사용할 때마다 우리는 이 매개체를 통해 생각하고 말해 왔음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는 세계를 자명한 것 혹은 고정된 정체성으로 파악하는 것을 의문시하게 만든다. 다와다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나’가 고정된 주체가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물 같은 존재로 그려지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언어를 익히면서 체험하는 언어의 이방성 혹은 낯섦은 모국어도 마찬가지로 거리를 두고 관찰하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기존의 언어 권력에 매몰되지 않고 저항할 틈새를 찾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와다는 낯선 것이 주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와다 문학 세계의 중심에는 언어의 낯섦이 놓여 있다.
1982년부터 다와다는 독일에 체류하고 있으며, 함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2000년에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유럽 문학에 나타난 장난감과 언어 마술」이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에 최초로 『네가 있는 곳에만 아무것도 없다(Nur da wo du bist da ist nichts)』라는 책을 독일어와 일본어로 출판했다. 주목을 받은 『목욕탕』은 1989년에 발표되었고, 그 외에도 『유럽이 시작되는 곳』(1991), 『손님(Ein Gast)』(1993), 『밤에 빛나는 학가면(Die Kranichmaske, die bei Nacht strahlt)』(1994), 『여행을 떠난 오징어(Tintenfisch auf Reisen)』(1994), 『부적(Talisman)』(1996), 『귤은 오늘 밤 안으로 탈취당해야 한다』(1997), 『계란 속의 바람처럼(Wie der Wind im Ei)』(1997), 『오르페우스 혹은 이즈나기(Orpheus oder Izanagi)』(1998), 『틸(Till)』(1998), 『변신 (Verwandlungen)』(1998), 『오비디우스를 위한 마약』(2000), 『벌거벗은 눈(Das nacke Auge)』(2004)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중,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와 장편 소설과 연극, 방송극으로 장르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독일에서 레싱 문학상, 샤미소 상, 괴테 문학상 등을, 일본에서 군조 신인 문학상, 이즈미 교카 문학상, 쓰보우치 쇼요 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학상, 아쿠타가와 상 등을 받았다. 한편 1998년에는 튀빙겐 대학의 문학창작과에서 시학을 강의했고, 1999년에는 미국 MIT에서 창작 강의를 하기도 했다.
역 : 이영미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과 『캐러멜 팝콘』 번역으로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 주관하는 보라나비 저작·번역상의 첫 번역상을 수상했다. 그 외의 옮긴 책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도시여행자』, 『파크라이프』, 『사요나라 사요나라』, 『동경만경』, 『나가사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면장선거』,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 모리미 도미히코의 『태양의 탑』, 그 외에 『검은 빛』, 『사랑을 말해줘』, 『단테 신곡 강의』, 『산타클로스는 할머니』, 『문어가 슝』, 『상상에 빠지는 스케치북』, 『금붕어 낚기』, 『초초난난』, 『기적의 사과』, 『지도남』, 『잡문집』, 『화차』『불타버린지도』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용의자의 야간열차
해설 | 이동성, 유동성 그리고 자아동일성(최윤영)
옮긴이의 말
다와다 요코 연보
01. 반품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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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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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