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누가 대한민국 국회를 ‘소매치기’ 집단으로 만들었는가
민주공화국 성립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헌법기관은 어디일까? 바로 국회(의회)다. 세계사 속에서 민주공화국이 탄생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 국회를 구성한 뒤 헌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 국회는 민주공화국의 뿌리인 것이다. 이런 국회의 주요 특징은 ‘합의체로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의사결정을 할 때 독선과 독단이 배제되어야 하고, 민주적 토론과 협상을 거쳐야 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회는 민주공화국다운 모습으로 70여 년이란 시간을 보내왔을까? 여러 연구기관이나 언론사에서 발표하는 ‘국민신뢰도 평가’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매일 싸움만 하는 국회” “자기 밥그릇 챙기는 데만 혈안이 된 국회” “선거철에만 국민에게 굽신하는 국회”라는 대중의 비난이 70여 년 역사를 지닌 국회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장 큰 책임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한 권위주의 독재 정권에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권력이 그 어떤 헌법기관보다 강력했던 한국에서 국회는 정권 연장을 위한 거수기로, 혹은 기득권 세력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무력하게 이용되곤 했다. 그 시작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국회를 무력으로 제압한 이승만 정권부터였다. 이른바 ‘부산정피차동’으로 첫 단추를 잘못 꿴 대한민국 국회는 마치 당연한 것처럼 절대 권력에 의해 끊임없이 유린되었고 오욕의 역사를 뒤집어썼다. 국회를 ‘핫바지’로 여겼던 독재 정권에게 ‘민주적 토론과 협상’이라는 가치는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고 경제를 파탄으로 이끄는 위협 요소일 뿐이었다.
이런 선례 때문인지 민주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와 집권 여당이 제출한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 정상적인 질의나 토론, 표결 절차를 건너뛰고 수적 우위를 가진 세력이 변칙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이른바 ‘날치기’ 관행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본래 소매치기 수법을 의미하는 ‘날치기’라는 단어가 국회의 법안 변칙 처리를 비판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한 것은 1950년대 중반부터다. 1956년 2월 15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자유당의 기습 작전으로 통과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두고 민주당 이석기 의원은 “지방자치법 개정안 부칙의 수정안이 야당에 배부되는 도중에 의장은 이를 표결에 부쳤다. 이렇듯 공정성을 잃은 의장의 처사는 ‘협잡’ ‘날치기’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발언한다. 같은 해 8월, 추경 예산안을 둘러싸고 일어난 논쟁에서 민주당 유옥우 의원은 “자유당이 종래의 예처럼 야반에 ‘날치기’ 식으로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킨다면”이라고 언급한다. 이후 여당이 변칙으로 처리한 법안을 ‘날치기’라고 비판하는 사례가 늘어나는데,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의 자유가 확대된 1990년대에 이르면 ‘날치기’라는 단어가 본래 뜻보다 국회를 비판하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된다.
재미있는 것은 국회에서 일어난 같은 사건을 두고도 이를 보도하는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단독 처리’ ‘변칙 처리’ ‘날치기 처리’처럼 서로 다른 표현을 쓴다는 점이다. 따라서 법안 처리 과정을 두고 날치기냐 아니냐를 말하는 것은 그 위법성 여부보다는 이를 바라보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갈린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국회의 합의체 의결 방식이 가지는 민주적 토론과 합의의 정신을 저버리고 수의 논리를 앞세워 법안을 밀어붙인 사례들을 포괄적으로 ‘날치기’라 표현했다.
70여 년 헌정사 속에서 일어난 주요 날치기 사건들을 살펴보다
《날치기 국회사》는 70여 년 가까운 헌정사 속에서 일어난 주요 날치기 사건들을 살펴보는 작업이다. 날치기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을 감수하고 법안 표결을 강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날치기 주체들에게 해당 법안이 가지는 의미가 중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독재자의 권력을 연장시키기 위해, 때로는 원내 다수 세력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때로는 이들과 긴밀하게 연결된 기득권 집단을 감싸기 위해 날치기는 강행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날치기를 통해 누가,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 똑똑히 살펴봐야 한다. 국민들이 진정 경계하고 비판해야 할 대상은 ‘날치기 국회’로 대표되는 정치 일반이 아니라, 날치기라는 반민주적 행위를 통해 이득을 챙긴 반민주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반민주주의자’들이 더이상 설 자리가 없도록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며, 그 변화를 위해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정치적 실천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 이 책이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김예찬
전두환 정권 시절 태어났다. 어릴 때 대하소설이나 회고록 유의 책을 즐겨 읽다가 한국 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역사학과 정치학, 사회학을 전공했다. 이후 일터에서 배제당하고 삶터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을 접하면서 더욱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평등’ ‘평화’ ‘생태’ 공화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노동당 당원으로 활동 중이다.
▣ 주요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부산정치파동과 발췌개헌 날치기
2장 사사오입개헌 날치기와 4·19혁명
3장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삼선개헌 날치기
4장 국가보위법 날치기와 10월유신
5장 김영삼 제명안 날치기와 유신체제의 종언
6장 유성환 체포동의안 날치기와 6월항쟁
7장 제6공화국 출범과 선거법 개정안 날치기
8장 3당 합당과 방송관계법 날치기
9장 ‘문민독재’와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10장 DJP연합과 정부조직법·국회법 날치기
11장 ‘비주류’ 대통령 노무현과 탄핵소추안 날치기
12장 노무현 정권의 실패와 사립학교법 날치기
13장 미디어법 날치기와 민주주의의 후퇴
14장 끊임없이 반복되는 ‘예산 전쟁’과 정치의 역할
누가 대한민국 국회를 ‘소매치기’ 집단으로 만들었는가
민주공화국 성립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헌법기관은 어디일까? 바로 국회(의회)다. 세계사 속에서 민주공화국이 탄생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 국회를 구성한 뒤 헌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 국회는 민주공화국의 뿌리인 것이다. 이런 국회의 주요 특징은 ‘합의체로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의사결정을 할 때 독선과 독단이 배제되어야 하고, 민주적 토론과 협상을 거쳐야 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회는 민주공화국다운 모습으로 70여 년이란 시간을 보내왔을까? 여러 연구기관이나 언론사에서 발표하는 ‘국민신뢰도 평가’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매일 싸움만 하는 국회” “자기 밥그릇 챙기는 데만 혈안이 된 국회” “선거철에만 국민에게 굽신하는 국회”라는 대중의 비난이 70여 년 역사를 지닌 국회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장 큰 책임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한 권위주의 독재 정권에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권력이 그 어떤 헌법기관보다 강력했던 한국에서 국회는 정권 연장을 위한 거수기로, 혹은 기득권 세력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무력하게 이용되곤 했다. 그 시작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국회를 무력으로 제압한 이승만 정권부터였다. 이른바 ‘부산정피차동’으로 첫 단추를 잘못 꿴 대한민국 국회는 마치 당연한 것처럼 절대 권력에 의해 끊임없이 유린되었고 오욕의 역사를 뒤집어썼다. 국회를 ‘핫바지’로 여겼던 독재 정권에게 ‘민주적 토론과 협상’이라는 가치는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고 경제를 파탄으로 이끄는 위협 요소일 뿐이었다.
이런 선례 때문인지 민주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와 집권 여당이 제출한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 정상적인 질의나 토론, 표결 절차를 건너뛰고 수적 우위를 가진 세력이 변칙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이른바 ‘날치기’ 관행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본래 소매치기 수법을 의미하는 ‘날치기’라는 단어가 국회의 법안 변칙 처리를 비판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한 것은 1950년대 중반부터다. 1956년 2월 15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자유당의 기습 작전으로 통과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두고 민주당 이석기 의원은 “지방자치법 개정안 부칙의 수정안이 야당에 배부되는 도중에 의장은 이를 표결에 부쳤다. 이렇듯 공정성을 잃은 의장의 처사는 ‘협잡’ ‘날치기’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발언한다. 같은 해 8월, 추경 예산안을 둘러싸고 일어난 논쟁에서 민주당 유옥우 의원은 “자유당이 종래의 예처럼 야반에 ‘날치기’ 식으로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킨다면”이라고 언급한다. 이후 여당이 변칙으로 처리한 법안을 ‘날치기’라고 비판하는 사례가 늘어나는데,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의 자유가 확대된 1990년대에 이르면 ‘날치기’라는 단어가 본래 뜻보다 국회를 비판하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된다.
재미있는 것은 국회에서 일어난 같은 사건을 두고도 이를 보도하는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단독 처리’ ‘변칙 처리’ ‘날치기 처리’처럼 서로 다른 표현을 쓴다는 점이다. 따라서 법안 처리 과정을 두고 날치기냐 아니냐를 말하는 것은 그 위법성 여부보다는 이를 바라보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갈린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국회의 합의체 의결 방식이 가지는 민주적 토론과 합의의 정신을 저버리고 수의 논리를 앞세워 법안을 밀어붙인 사례들을 포괄적으로 ‘날치기’라 표현했다.
70여 년 헌정사 속에서 일어난 주요 날치기 사건들을 살펴보다
《날치기 국회사》는 70여 년 가까운 헌정사 속에서 일어난 주요 날치기 사건들을 살펴보는 작업이다. 날치기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을 감수하고 법안 표결을 강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날치기 주체들에게 해당 법안이 가지는 의미가 중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독재자의 권력을 연장시키기 위해, 때로는 원내 다수 세력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때로는 이들과 긴밀하게 연결된 기득권 집단을 감싸기 위해 날치기는 강행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날치기를 통해 누가,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 똑똑히 살펴봐야 한다. 국민들이 진정 경계하고 비판해야 할 대상은 ‘날치기 국회’로 대표되는 정치 일반이 아니라, 날치기라는 반민주적 행위를 통해 이득을 챙긴 반민주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반민주주의자’들이 더이상 설 자리가 없도록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며, 그 변화를 위해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정치적 실천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 이 책이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김예찬
전두환 정권 시절 태어났다. 어릴 때 대하소설이나 회고록 유의 책을 즐겨 읽다가 한국 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역사학과 정치학, 사회학을 전공했다. 이후 일터에서 배제당하고 삶터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을 접하면서 더욱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평등’ ‘평화’ ‘생태’ 공화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노동당 당원으로 활동 중이다.
▣ 주요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부산정치파동과 발췌개헌 날치기
2장 사사오입개헌 날치기와 4·19혁명
3장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삼선개헌 날치기
4장 국가보위법 날치기와 10월유신
5장 김영삼 제명안 날치기와 유신체제의 종언
6장 유성환 체포동의안 날치기와 6월항쟁
7장 제6공화국 출범과 선거법 개정안 날치기
8장 3당 합당과 방송관계법 날치기
9장 ‘문민독재’와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10장 DJP연합과 정부조직법·국회법 날치기
11장 ‘비주류’ 대통령 노무현과 탄핵소추안 날치기
12장 노무현 정권의 실패와 사립학교법 날치기
13장 미디어법 날치기와 민주주의의 후퇴
14장 끊임없이 반복되는 ‘예산 전쟁’과 정치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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