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자유시장과 선택의 자유에 대한
두 노벨경제학자의 통렬한 분석과 일격
“지금의 경제시스템에서 누구나 호구일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의 보이지 않는 낚싯바늘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고 각자의 합리적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경제학의 대전제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의 의미도 이 대전제 없이는 성립하지 못한다. 이 전제 위에 탄생한 것이 지금의 ‘자유시장경쟁’ 체제다. 그리고 시장 균형market equilibrium은 이 체제를 대표하는 원리다.
경제학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두 가지 원칙 하나가 바로 이 시장 균형이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정확히 균등해진 상태를 말한다. 또 하나는 기회의 찰나성이다. 자유경쟁 시장에서 최고의 기회(높은 이윤을 창출할 기회)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의미다. 쉬운 예로, 슈퍼마켓 계산대 앞의 줄을 생각해보자. 누구나 계산대에 도착하면 어느 줄이 가장 짧은지 혹은 어느 줄이 가장 먼저 짧아질지 둘러본다. 그리고는 나름의 분석을 거쳐 특정 계산대를 선택해 줄을 선다. 그 결과 계산대 줄은 누가 맞추기라도 한 듯 다 고만고만한 길이를 갖는다(시장 균형). 그리고 계산대 줄을 선택함에 있어 재빠르지 않으면 누군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마련이다(기회의 찰나성).
이 두 가지 조건에서 피싱 균형phishing equilibrium 현상이 발생한다. ‘피싱’은 private data+fishing의 조합어로 누군가를 교묘히 속여 개인정보를 빼가는 수법을 말한다. 이 책에서 피싱은 단순히 금융사기 수법을 의미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경제, 정치를 비롯해 인간 활동의 전 분야에서 사기와 기만, 속임수를 통해 자기 이윤을 추구하는 모든 행위로 정의된다. 계산대 줄서기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계산하려는 사람이 많아 줄서기 경쟁이 치열할 경우 어떤 일이 빚어지는지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우리 중 누군가가 어떻게든 빠른 줄을 차지하려는 욕심에 은근슬쩍 새치기를 하거나 가족을 동원해 여기저기 줄을 서게 하거나 친분이 있는 계산원한테 편의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종종 보지 않았는가? 저자는 경쟁시장의 과도한 압력과 이를 버텨야 하는 시장 주체의 이기적인 발버둥(이윤 창출을 위해 인간의 약점을 이용해야 함)이 빚어낸 현상이라고 말한다. 풀어 설명하면, 조작과 기만을 시장체제 안에 굳혀버리는 경제적 힘을 뜻하는 피싱 균형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자기 이익을 위해 교묘히 피싱을 행한다. 자기 이윤과 이익이 창출되는 어느 곳이든 피싱이 등장한다. 계산대 줄서기와 같은 흔한 일상의 풍경에서부터 식품(6장)과 자동차 및 주택(4장)과 같은 생활 경제, 신용카드사(4장)와 광고회사(3장), 담배 및 주류회사(8장), 제약회사(6장) 등으로 대표되는 비즈니스, 투자은행을 선두로 한 금융계(2장, 9장, 10장) 자금과 로비에 좌우되는 정치(5장)에 이르기까지 조작과 속임수의 경제학은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2008~2009년의 세계 금융위기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시장이 감춘 음험한 낚싯바늘에 걸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결국 우리 모두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지금의 경제시스템은 이러한 속임수와 기만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뒤틀린 시장 경제는 몇몇 비도덕적인 기업과 경영자의 탓이 아니란 얘기다. 인간은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시장 경제는 이러한 인간의 이기적 욕구를 (아직까지는) 가장 잘 효율적으로 조직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나한테 좋고 너한테도 좋은 것
나한테 좋고 너한테는 나쁜 것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은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었다. 그가 준 것이 ‘완벽한’ 선택의 자유라면 이미 그 안에는 인간을 창조한 자신마저 배신할 자유도 내재하고 있는 셈이다. 조물주로서 부정당할 수 있다는 치명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이유들 중 하나는, ‘선택의 자유’라는 칼에는 최선最善을 선택할 자유와 최악最惡을 선택할 자유라는 양날이 있음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칼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우리에게 주어졌음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금의 세계가 추구하고 있는 자유경쟁시장 체제는 어떤가? 인간에게 완벽한 균형과 순수한 풍요로움만을 선사하는가?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맹신되면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자유경쟁시장에 대한 스토리가 있다. 이 스토리는, 자유경쟁시장은 소득분배와 외부효과의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최상의 세상을 건설한다고 말한다. 모두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면 기존 기술과 인간의 능력, 소득분배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지상 낙원이 건설된다, 그것이 자유시장이 전파하는 스토리다.
이 책의 두 저자도 자유경쟁시장이 풍요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자유경쟁시장에도 양날이 있음을 지적한다. 풍요를 만들어낸 인간의 창의성은 한편으로 온갖 세일즈 기술도 만들어낸다. 자유시장은 ‘나한테 좋고 너한테도 좋은 것’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나한테 좋고 너한테는 나쁜 것’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윤 창출이 지속되는 한 자유시장은 두 가지 일을 다 한다. 자유시장은 인간의 가장 강력한 무기일지도 모른다. 강력한 무기가 다 그렇듯 자유시장도 또한 양날의 칼이다. 이 책은 말한다. 이런 양날의 칼을 우리가 직접 뽑아들었으며, 진짜 바보만이 ‘이런 칼에는 단점이 전혀 없고 예방조치도 전혀 필요 없다’ 떠벌린다고.
경제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에서 시장을 바라본다. 경제의 병리현상은 외부효과에 불과하다고 가정하는 것이 전통경제학 본연의 특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보를 노리는 피싱을 다양한 변종으로 만들어내는 자유시장의 능력은 외부효과가 아니라 자유시장의 작동에 본질적으로 내재된 특징이다. 이윤 추구의 동기는 모든 사람이 합리적으로 처신할 때는 건강하고 순조로운 경제를 안겨주는 한편, 피싱이라는 경제적 병리현상도 불러온다.
- 제3부 ‘새로운 경제학을 위하여’ 295쪽 중에서
돈 ? 민주주의 ? 피싱의 트라이앵글
피싱은 정치 세계에도 통용된다. 정치인은 선거를 치르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순수한 모금액만으로는 선거자금을 충당할 수 없는 현실 조건이 피싱의 빌미를 마련해준다. 2012년 US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2008년 미국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쓴 비용은 각 선거 당 200만 달러가 넘었으며 현직 의원은 도전자에 비해 두 배 이상을 썼다. 의원 한 명이 매일 공식적으로 모아야 하는 돈은 주말과 연휴도 포함해 1800달러이다. 의원직이 공석인 상태에서 치러지는 보궐선거는 그 두 배가 넘는 470만 달러가 들었다. 상원 선거에는 돈이 더 많이 든다. 2008년에 치러진 상원 선거전에서는 선거구 당 1300만 달러가 넘는 선거자금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재선에 나선 현직 의원은 8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썼다.
이렇듯 개인이 충당할 수 없는 대규모 선거자금은 필연적으로 자금과 정치인을 연결해주는 누군가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으며 이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바로 로비스트다. 이들은 의회와 이익집단을 연결해주면서 각각의 목표 이익을 달성하도록 돕는다. 이들의 로비 활동에 따라 법안이 마련 ? 수정되고 예산이 집행되며 다음 번 선거 출마 등의 향방이 바뀌기도 한다. 돈과 정치인, 이익집단 간의 복잡한 역학관계는 피싱이 자라나기에 좋은 텃밭이다.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피싱을 더욱 간교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투표자가 알아야 하는 정보 취득의 어려움이다.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내용을 파악하기가 전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어떤 문제의 경우 아무리 적극적이고 대범한 유권자일지라도 필요한 정보를 다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일부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투표자가 심리 바보(감정이 상식의 지식을 무시하거나 착시와 비슷한 인지 편향에 휩싸여 잘못 해석한 내용을 고스란히 믿은 결과로 피싱에 걸려든 사람)가 되기 쉽다는 사실도 정치 피싱을 활성화시킨다. 후보자의 정책이나 업적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 없이 잔디를 깎고 있는 선거 광고에 유권자들의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위험한 자유, 조작된 선택 …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늘날의 경제에서 우리 인생이 그럭저럭 괜찮은 이유는 무엇인가? 잠복해 있는 피싱이 그렇게 많은데도 자유시장의 균형이 잘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대다수 경제 분석의 기본 가정과 피싱 이론이 대전제로 삼는 ‘자기중심적 기회주의자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피싱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 운동을 시작하고 변화를 위해 움직이는 이상주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품의 품질을 측정하고 품질 기준과 등급을 마련했다. 몇몇 기업 연합체는 자체적인 윤리 강령을 만들어 스스로를 경계했고 정부 및 감독기관은 피싱을 막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 책은 이들을 ‘저항의 영웅’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사회주의 체제하의 ‘절대공동체absolute community’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공동체는 경제 행위를 전혀 장려하지 못한다. 그들이 말하려는 것은 지금 세계에는 도덕공동체moral community가 존재해야 하며 개개인이 행동하는 자유시장도 그런 공동체 안에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도덕공동체는 피싱을 막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 추천사 *
“애커로프와 쉴러는 이윤 추구 동기가 생활을 풍요롭게도 하지만 동시에
조작과 기만을 이끌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시장실패 이론의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향하는 길을 보여준다.”
- 로버트 웨이드, 런던정경대학 교수
“멋진 책! 행동경제학 혁명 이후 등장한 최고의 책.” - 새뮤얼 볼스, 산타페 연구소
“이 책은 이윤 추구가 극대화된 세상에 내재된 갈취의 위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낸시 폴브르, 매사추세츠대학 애머스트 캠퍼스 교수
“이 책을 통해 정부의 역할을 다시금 재고하게 될 것이다.”
- 로버트 프랭크,《이코노믹 씽킹》저자
“급진적인 책이다. 또한 대단히 중요한 책이기도 하다.” -〈포천〉
“전작 《야성적 충동》보다 더욱 강력하고 종합적으로 전통경제학을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온정적 태도를 잃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
“애커로프와 쉴러는 ‘피싱 균형’의 개념을 금융에 적용하는 획기적 방식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대단히 매혹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두 저자의 통찰이 매력적이다.” -〈USA투데이〉
“이성의 약점을 식별하고 조종에 저항할 힘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이 책의 중심 메시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코노미스트〉
“자유시장 근본주의자를 뿌리채 뒤흔들 만하다.” -〈워싱턴 먼슬리〉
“대단히 독창적인 책! 두 경제학자는 우리의 눈을 번쩍 뜨게 한다.” -〈타임스〉
▣ 작가 소개
저 : 조지 애커로프
George Akerlof
런던 이코노믹스쿨 경제학 교수와 브루킹스 연구소 수석 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70년 발표한 논문 「레몬이론」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오류를 발견하였다. 인간 심리의 비이성적 오류와 문제점이 발생하는 지점은 개인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는 점을 지적하였으며 레몬이론의 탄생 후, 전통적 시장이론은 물론 게임이론·계약이론 등에 그의 이론이 적용되면서 정보경제학 및 행동경제학의 초석을 다진 공로로 2001년 스펜스·스티글리츠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경제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저 : 로버트 쉴러
1946년 미국 디트로이트 출생으로 1967년 미시간대를 졸업했고 MIT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일대 경제학 교수이자 예일 경영대학원 금융학 교수이다. 행동경제학의 대부이자 사회심리학을 전통 경제학과 결합시켜 버블 형성과 붕괴, 서브프라임 사태 등 굵직한 경제현상을 정확히 예측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2000년 저서 『이상 과열』이 출간된 바로 그달부터 주가가 폭락해 ‘닷컴 버블’이 종말을 맞으면서 이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어 2005년에는 집값 거품이 부동산 시장은 물론 전체 금융계의 패닉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결국 2006년 미국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고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지면서 로버트 쉴러는 최고의 ‘위기 예언자’이자 ‘경제학계에서 탄생한 영웅’이라는 명성을 얻었다.「뉴욕타임즈」에 칼럼 ‘경제적 시각Economic View’을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그는 누리엘 루비니, 스티븐 로치와 함께 ‘월가 비관론자 3인방’으로 불리며, 거품경제의 몰락을 예언하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칼럼 등을 통해 오바마 정부에 보낸 냉철한 의견들은 매번 미국 대중과 정부 모두에게 큰 반향을 얻었다. 그 외 주요 저서로 금융위기를 행동경제학으로 분석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부동산 버블과 경제 시스템의 관계를 분석한 『버블 경제학The Subprime Solution』, 투기시장의 가격변동을 수학적, 행동학적 측면에서 분석한 『시장의 변동성Market Volatility』,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붕괴 조짐을 정확히 예측한 『이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등이 있다. 칼 E. 케이스와 개발한 ‘케이스 쉴러 주택가격지수’는 시카고 상품거래소 선물시장의 기본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1980년부터 미 경제분석국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세일러와 행동금융학 워크숍을, 애컬로프와 행동 거시경제학 워크숍을 십여 년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자유시장, 그 양날의 칼에 대하여
들어가는 글 자유시장과 조작된 선택
제1부 쌓여가는 청구서와 금융붕괴
1장 사방에 널린 유혹
2장 평판 파내기와 금융위기
제2부 피싱은 상황과 조건을 가리지 않는다
3장 광고회사는 우리의 약점을 공략한다
4장 자동차, 주택, 신용카드에 횡행한 바가지 씌우기
5장 정치의 피싱
6장 식품 및 제약산업의 피싱
7장 좋은 혁신, 나쁜 혁신, 추한 혁신
8장 담배와 술의 피싱
9장 고의 파산
10장 정크본드를 떡밥으로 쓴 마이클 밀컨의 피싱
11장 저항의 영웅들
제3부 새로운 경제학을 위하여
결론 미국의 새로운 스토리와 그 결과
덧붙이는 글 피싱 균형의 의미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자유시장과 선택의 자유에 대한
두 노벨경제학자의 통렬한 분석과 일격
“지금의 경제시스템에서 누구나 호구일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의 보이지 않는 낚싯바늘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고 각자의 합리적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경제학의 대전제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의 의미도 이 대전제 없이는 성립하지 못한다. 이 전제 위에 탄생한 것이 지금의 ‘자유시장경쟁’ 체제다. 그리고 시장 균형market equilibrium은 이 체제를 대표하는 원리다.
경제학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두 가지 원칙 하나가 바로 이 시장 균형이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정확히 균등해진 상태를 말한다. 또 하나는 기회의 찰나성이다. 자유경쟁 시장에서 최고의 기회(높은 이윤을 창출할 기회)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의미다. 쉬운 예로, 슈퍼마켓 계산대 앞의 줄을 생각해보자. 누구나 계산대에 도착하면 어느 줄이 가장 짧은지 혹은 어느 줄이 가장 먼저 짧아질지 둘러본다. 그리고는 나름의 분석을 거쳐 특정 계산대를 선택해 줄을 선다. 그 결과 계산대 줄은 누가 맞추기라도 한 듯 다 고만고만한 길이를 갖는다(시장 균형). 그리고 계산대 줄을 선택함에 있어 재빠르지 않으면 누군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마련이다(기회의 찰나성).
이 두 가지 조건에서 피싱 균형phishing equilibrium 현상이 발생한다. ‘피싱’은 private data+fishing의 조합어로 누군가를 교묘히 속여 개인정보를 빼가는 수법을 말한다. 이 책에서 피싱은 단순히 금융사기 수법을 의미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경제, 정치를 비롯해 인간 활동의 전 분야에서 사기와 기만, 속임수를 통해 자기 이윤을 추구하는 모든 행위로 정의된다. 계산대 줄서기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계산하려는 사람이 많아 줄서기 경쟁이 치열할 경우 어떤 일이 빚어지는지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우리 중 누군가가 어떻게든 빠른 줄을 차지하려는 욕심에 은근슬쩍 새치기를 하거나 가족을 동원해 여기저기 줄을 서게 하거나 친분이 있는 계산원한테 편의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종종 보지 않았는가? 저자는 경쟁시장의 과도한 압력과 이를 버텨야 하는 시장 주체의 이기적인 발버둥(이윤 창출을 위해 인간의 약점을 이용해야 함)이 빚어낸 현상이라고 말한다. 풀어 설명하면, 조작과 기만을 시장체제 안에 굳혀버리는 경제적 힘을 뜻하는 피싱 균형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자기 이익을 위해 교묘히 피싱을 행한다. 자기 이윤과 이익이 창출되는 어느 곳이든 피싱이 등장한다. 계산대 줄서기와 같은 흔한 일상의 풍경에서부터 식품(6장)과 자동차 및 주택(4장)과 같은 생활 경제, 신용카드사(4장)와 광고회사(3장), 담배 및 주류회사(8장), 제약회사(6장) 등으로 대표되는 비즈니스, 투자은행을 선두로 한 금융계(2장, 9장, 10장) 자금과 로비에 좌우되는 정치(5장)에 이르기까지 조작과 속임수의 경제학은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2008~2009년의 세계 금융위기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시장이 감춘 음험한 낚싯바늘에 걸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결국 우리 모두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지금의 경제시스템은 이러한 속임수와 기만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뒤틀린 시장 경제는 몇몇 비도덕적인 기업과 경영자의 탓이 아니란 얘기다. 인간은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시장 경제는 이러한 인간의 이기적 욕구를 (아직까지는) 가장 잘 효율적으로 조직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나한테 좋고 너한테도 좋은 것
나한테 좋고 너한테는 나쁜 것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은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었다. 그가 준 것이 ‘완벽한’ 선택의 자유라면 이미 그 안에는 인간을 창조한 자신마저 배신할 자유도 내재하고 있는 셈이다. 조물주로서 부정당할 수 있다는 치명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이유들 중 하나는, ‘선택의 자유’라는 칼에는 최선最善을 선택할 자유와 최악最惡을 선택할 자유라는 양날이 있음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칼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우리에게 주어졌음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금의 세계가 추구하고 있는 자유경쟁시장 체제는 어떤가? 인간에게 완벽한 균형과 순수한 풍요로움만을 선사하는가?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맹신되면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자유경쟁시장에 대한 스토리가 있다. 이 스토리는, 자유경쟁시장은 소득분배와 외부효과의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최상의 세상을 건설한다고 말한다. 모두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면 기존 기술과 인간의 능력, 소득분배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지상 낙원이 건설된다, 그것이 자유시장이 전파하는 스토리다.
이 책의 두 저자도 자유경쟁시장이 풍요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자유경쟁시장에도 양날이 있음을 지적한다. 풍요를 만들어낸 인간의 창의성은 한편으로 온갖 세일즈 기술도 만들어낸다. 자유시장은 ‘나한테 좋고 너한테도 좋은 것’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나한테 좋고 너한테는 나쁜 것’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윤 창출이 지속되는 한 자유시장은 두 가지 일을 다 한다. 자유시장은 인간의 가장 강력한 무기일지도 모른다. 강력한 무기가 다 그렇듯 자유시장도 또한 양날의 칼이다. 이 책은 말한다. 이런 양날의 칼을 우리가 직접 뽑아들었으며, 진짜 바보만이 ‘이런 칼에는 단점이 전혀 없고 예방조치도 전혀 필요 없다’ 떠벌린다고.
경제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에서 시장을 바라본다. 경제의 병리현상은 외부효과에 불과하다고 가정하는 것이 전통경제학 본연의 특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보를 노리는 피싱을 다양한 변종으로 만들어내는 자유시장의 능력은 외부효과가 아니라 자유시장의 작동에 본질적으로 내재된 특징이다. 이윤 추구의 동기는 모든 사람이 합리적으로 처신할 때는 건강하고 순조로운 경제를 안겨주는 한편, 피싱이라는 경제적 병리현상도 불러온다.
- 제3부 ‘새로운 경제학을 위하여’ 295쪽 중에서
돈 ? 민주주의 ? 피싱의 트라이앵글
피싱은 정치 세계에도 통용된다. 정치인은 선거를 치르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순수한 모금액만으로는 선거자금을 충당할 수 없는 현실 조건이 피싱의 빌미를 마련해준다. 2012년 US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2008년 미국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쓴 비용은 각 선거 당 200만 달러가 넘었으며 현직 의원은 도전자에 비해 두 배 이상을 썼다. 의원 한 명이 매일 공식적으로 모아야 하는 돈은 주말과 연휴도 포함해 1800달러이다. 의원직이 공석인 상태에서 치러지는 보궐선거는 그 두 배가 넘는 470만 달러가 들었다. 상원 선거에는 돈이 더 많이 든다. 2008년에 치러진 상원 선거전에서는 선거구 당 1300만 달러가 넘는 선거자금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재선에 나선 현직 의원은 8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썼다.
이렇듯 개인이 충당할 수 없는 대규모 선거자금은 필연적으로 자금과 정치인을 연결해주는 누군가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으며 이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바로 로비스트다. 이들은 의회와 이익집단을 연결해주면서 각각의 목표 이익을 달성하도록 돕는다. 이들의 로비 활동에 따라 법안이 마련 ? 수정되고 예산이 집행되며 다음 번 선거 출마 등의 향방이 바뀌기도 한다. 돈과 정치인, 이익집단 간의 복잡한 역학관계는 피싱이 자라나기에 좋은 텃밭이다.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피싱을 더욱 간교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투표자가 알아야 하는 정보 취득의 어려움이다.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내용을 파악하기가 전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어떤 문제의 경우 아무리 적극적이고 대범한 유권자일지라도 필요한 정보를 다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일부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투표자가 심리 바보(감정이 상식의 지식을 무시하거나 착시와 비슷한 인지 편향에 휩싸여 잘못 해석한 내용을 고스란히 믿은 결과로 피싱에 걸려든 사람)가 되기 쉽다는 사실도 정치 피싱을 활성화시킨다. 후보자의 정책이나 업적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 없이 잔디를 깎고 있는 선거 광고에 유권자들의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위험한 자유, 조작된 선택 …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늘날의 경제에서 우리 인생이 그럭저럭 괜찮은 이유는 무엇인가? 잠복해 있는 피싱이 그렇게 많은데도 자유시장의 균형이 잘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대다수 경제 분석의 기본 가정과 피싱 이론이 대전제로 삼는 ‘자기중심적 기회주의자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피싱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 운동을 시작하고 변화를 위해 움직이는 이상주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품의 품질을 측정하고 품질 기준과 등급을 마련했다. 몇몇 기업 연합체는 자체적인 윤리 강령을 만들어 스스로를 경계했고 정부 및 감독기관은 피싱을 막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 책은 이들을 ‘저항의 영웅’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사회주의 체제하의 ‘절대공동체absolute community’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공동체는 경제 행위를 전혀 장려하지 못한다. 그들이 말하려는 것은 지금 세계에는 도덕공동체moral community가 존재해야 하며 개개인이 행동하는 자유시장도 그런 공동체 안에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도덕공동체는 피싱을 막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 추천사 *
“애커로프와 쉴러는 이윤 추구 동기가 생활을 풍요롭게도 하지만 동시에
조작과 기만을 이끌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시장실패 이론의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향하는 길을 보여준다.”
- 로버트 웨이드, 런던정경대학 교수
“멋진 책! 행동경제학 혁명 이후 등장한 최고의 책.” - 새뮤얼 볼스, 산타페 연구소
“이 책은 이윤 추구가 극대화된 세상에 내재된 갈취의 위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낸시 폴브르, 매사추세츠대학 애머스트 캠퍼스 교수
“이 책을 통해 정부의 역할을 다시금 재고하게 될 것이다.”
- 로버트 프랭크,《이코노믹 씽킹》저자
“급진적인 책이다. 또한 대단히 중요한 책이기도 하다.” -〈포천〉
“전작 《야성적 충동》보다 더욱 강력하고 종합적으로 전통경제학을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온정적 태도를 잃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
“애커로프와 쉴러는 ‘피싱 균형’의 개념을 금융에 적용하는 획기적 방식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대단히 매혹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두 저자의 통찰이 매력적이다.” -〈USA투데이〉
“이성의 약점을 식별하고 조종에 저항할 힘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이 책의 중심 메시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코노미스트〉
“자유시장 근본주의자를 뿌리채 뒤흔들 만하다.” -〈워싱턴 먼슬리〉
“대단히 독창적인 책! 두 경제학자는 우리의 눈을 번쩍 뜨게 한다.” -〈타임스〉
▣ 작가 소개
저 : 조지 애커로프
George Akerlof
런던 이코노믹스쿨 경제학 교수와 브루킹스 연구소 수석 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70년 발표한 논문 「레몬이론」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오류를 발견하였다. 인간 심리의 비이성적 오류와 문제점이 발생하는 지점은 개인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는 점을 지적하였으며 레몬이론의 탄생 후, 전통적 시장이론은 물론 게임이론·계약이론 등에 그의 이론이 적용되면서 정보경제학 및 행동경제학의 초석을 다진 공로로 2001년 스펜스·스티글리츠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경제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저 : 로버트 쉴러
1946년 미국 디트로이트 출생으로 1967년 미시간대를 졸업했고 MIT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일대 경제학 교수이자 예일 경영대학원 금융학 교수이다. 행동경제학의 대부이자 사회심리학을 전통 경제학과 결합시켜 버블 형성과 붕괴, 서브프라임 사태 등 굵직한 경제현상을 정확히 예측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2000년 저서 『이상 과열』이 출간된 바로 그달부터 주가가 폭락해 ‘닷컴 버블’이 종말을 맞으면서 이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어 2005년에는 집값 거품이 부동산 시장은 물론 전체 금융계의 패닉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결국 2006년 미국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고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지면서 로버트 쉴러는 최고의 ‘위기 예언자’이자 ‘경제학계에서 탄생한 영웅’이라는 명성을 얻었다.「뉴욕타임즈」에 칼럼 ‘경제적 시각Economic View’을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그는 누리엘 루비니, 스티븐 로치와 함께 ‘월가 비관론자 3인방’으로 불리며, 거품경제의 몰락을 예언하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칼럼 등을 통해 오바마 정부에 보낸 냉철한 의견들은 매번 미국 대중과 정부 모두에게 큰 반향을 얻었다. 그 외 주요 저서로 금융위기를 행동경제학으로 분석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부동산 버블과 경제 시스템의 관계를 분석한 『버블 경제학The Subprime Solution』, 투기시장의 가격변동을 수학적, 행동학적 측면에서 분석한 『시장의 변동성Market Volatility』,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붕괴 조짐을 정확히 예측한 『이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등이 있다. 칼 E. 케이스와 개발한 ‘케이스 쉴러 주택가격지수’는 시카고 상품거래소 선물시장의 기본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1980년부터 미 경제분석국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세일러와 행동금융학 워크숍을, 애컬로프와 행동 거시경제학 워크숍을 십여 년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자유시장, 그 양날의 칼에 대하여
들어가는 글 자유시장과 조작된 선택
제1부 쌓여가는 청구서와 금융붕괴
1장 사방에 널린 유혹
2장 평판 파내기와 금융위기
제2부 피싱은 상황과 조건을 가리지 않는다
3장 광고회사는 우리의 약점을 공략한다
4장 자동차, 주택, 신용카드에 횡행한 바가지 씌우기
5장 정치의 피싱
6장 식품 및 제약산업의 피싱
7장 좋은 혁신, 나쁜 혁신, 추한 혁신
8장 담배와 술의 피싱
9장 고의 파산
10장 정크본드를 떡밥으로 쓴 마이클 밀컨의 피싱
11장 저항의 영웅들
제3부 새로운 경제학을 위하여
결론 미국의 새로운 스토리와 그 결과
덧붙이는 글 피싱 균형의 의미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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