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늘 아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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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크리스티안 구트
출판사항부키, 발행일:2016/04/15
형태사항p.320 A5판:21
매장위치자연과학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6051545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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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현대 의학의 교리에 도전장을 던진 중년 의사의 좌충우돌 진실 탐색기
신경과 의사이자 의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구트 박사. 그도 어느덧 40대 초반에 접어들었다. 잘나가던 20대 시절에는 혈관에서 젊은 피가 아무런 방해 없이 팽팽 돌았고, 피부는 탱탱했으며, 두뇌는 탁월한 학습 능력을 자랑했다. 새벽까지 술을 마셔도 푹 자고 일어나면 몸이 거뜬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호시절은 지나갔다. 힘, 정력, 지력은 어느새 쑥 빠져나가 버리고, 휴일이 되어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해가 지날수록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 질병이 하나씩 추가되리라. 그래서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라는 현대 의학의 신조에 따라, 마흔 넘은 사람들이 으레 겪는 통과 의례, 바로 건강검진을 거치기로 마음먹는다. 박사는 가정의를 찾아가고, 상담을 해 주던 의사는 운동 습관이라든가 흡연 여부 등등을 캐묻다가 기어이 식생활에서 문제점을 찾아낸다. 스테이크 옆에 딸려 나오는 야채들을 장식품으로만 여기는 데다 아침마다 빈속에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들이붓는 행태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식의 잘못된 음식 섭취를 계속하면 나중에 나이 들어 표시가 나는 법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불안감에 위축된 박사는 추가로 대사 이상 검사에 심장 검사, 전신 내시경 검사까지 받기로 동의한다. 검사를 받은 날 저녁, 해방감에 잠시 시름을 잊고 기름진 피자에 와인을 거푸 마시고 있노라니 양심의 가책이 슬금슬금 밀려온다. 오랜 구습이 미처 떠나기도 전에 다시 찾아온 셈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다음 날 아침 숙취에 절어 늦잠을 자고 만 구트 박사에게 문득 회의가 든다. 앞으로 정말 이 모든 재미를 포기하고 살 것인가? 평생 수도사처럼 금욕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건강’인가
구트 박사는 우선 질문 하나를 스스로에게 던진다. “100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 가능성은 결국 두 가지이다. 차가운 관 속에 누워 있든가, 아니면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죽지 않는다면 자기가 세계 최고령 노인에 등극하고, 아마도 무균실 속에 갇힌 채 겨우 연명하면서 전 세계 의학자의 연구 대상이 되리라는 데에까지 상상이 미치자, 무조건 오래 산다고 좋은 일이 아님을 확연히 깨닫는다. 결국 사람은 이르든 늦든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간단한 진실과 마주한 구트 박사는 그리하여 이 모든 사안을 다시금 비판적으로 따져 보기로 결심한다. 의학이 내세우는 무조건적인 약속을 신뢰하고 따를 것인가? 과연 얼마나 예방이 가능하고, 얼마나 건강해질 수 있을까? 운동, 영양, 유전자 검사, 예방 등의 의학적 문제들을 좀 더 캐어 들어가면서 이런 일로 가장 이득을 얻는 자가 누구인지 알아보기로 마음먹는다. 『나는 왜 늘 아픈가』는 바로 이런 취재와 조사, 내적 성찰 끝에 탄생한 산물이다. 이 책에서 구트 박사는 건강과 의학을 둘러싼 사람들의 온갖 반응과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젊음을 되찾기 위해 안티에이징 시술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 할리우드 연예인, 건강 정보를 찾아다니느라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실상 큰 효과도 없는 독감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책임하고 경솔하다며 겁을 주는 언론 등을 등장시키면서, 건강에 대한 광기와 허세, 과장과 맹신이 가득한 이 사회를 조롱한다. 물론 저자가 건강과 의학 자체를 한낱 웃음거리로 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박사가 비판의 화살을 겨누는 대상은 이미 충분히 건강하지만 더욱 건강해지고자 기를 쓰면서 삶에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이다.

조기 검진이 모든 질병을 막아 주지는 못한다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앞날을 생각하면서 대비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운명의 습격을 받아 차가운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가진 지식을 한껏 활용한다. 그래서 오늘날 사람들은 기꺼이 건강검진에 자신의 미래를 맡긴다. 평소에는 자기 신체를 함부로 취급하다가 병원을 방문해 샅샅이 검사를 받고 나서 안도감을 얻는 것이다. 병원 문을 열고 나가면 한두 시간은 마치 새로 태어난 듯 날아갈 것 같다. 구트 박사가 보기에 건강검진은 이런 일시적인 행복감으로 유혹을 해 온다. 그런데 예방의학에서는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많다. 이를 잘 보여 주는 사례가 바로 PSA 테스트이다. 전립선 특이 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즉 PSA는 전립선에 암이 있을 경우 그 혈중 수치가 상승한다.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도 결과를 알 수 있는 이 테스트는 20년 전쯤 도입되어 비뇨기학계에 혁명을 불러오는가 싶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기대만큼 정확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전거를 타거나 섹스를 하는 등 전립선에 물리적인 압박이 주어지는 경우에도 PSA 수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정작 더 큰 문제점은 이 테스트가 발견되지 않아도 괜찮을 암까지 발견한다는 것이다. 이런 미니 암은 서서히 자라기 때문에 대부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80대 노인의 경우에는 너무 서서히 자라서 제명 다 살고 죽는 데에 그리 방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어떤 종양이 죽음을 앞당길 만한 것인지 알아보려면 그저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무책임하고 경솔한 방치로 간주된다. 하지만 운명에 미리 개입하는 행위에도 위험이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차츰 건강한 남자들을 대상으로 PSA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을 판별하는 것이 이득보다는 오히려 손해가 크지 않은지 의심한다. 통계적으로, 이 검진과 치료를 통해 목숨을 구하는 1명당 약 20명이 불필요한 수술을 받는다고 한다. 더구나 수술로 전립선을 절제해 버린 환자 5명 중 1명은 수술 후 성불능이 된다. 어떤 경우에는 요실금도 오게 된다.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무난한 생활을 했을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를 사서 입은 셈이다. 유방암 조기 검진 또한 이와 비슷한 사안이다. 유방 촬영술로는 암 가운데 10퍼센트 정도를 포착할 수 없다. 그리고 양성 판정이 나온다 해도 그중 90퍼센트는 암이 아니다. 말하자면 이런 조기 검진을 통해 적시에 유방암을 발견하고 치료한 여성 1명당 10명 정도는 불필요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약 200명은 의심 진단으로 인해 추가 정밀 검사를 받은 다음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쉰다고 한다.

운동이라는 굴레에 갇힌 사람들
이미 오래전에 지구력 운동은 혈압을 낮추고, 뼈를 튼튼하게 하고, 에너지 밸런스를 바람직하게 바꾼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규칙적으로 지구력 운동을 하면 수명이 족히 6년은 늘어난다고 한다. 달리기는 인류가 오랜 옛날부터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행동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맹수들로부터 목숨을 건지고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사냥과 채집을 위해 하루에 30킬로미터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면서 선택적 유전을 통해 인간의 혈액순환과 근육, 신진대사가 뛰기에 좋게끔 정비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능력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자동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이 해피밀을 구입하고,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채 홈 오피스를 통해 사냥과 채집과 약탈을 처리한다. 물론 우리의 신체는 이런 상황으로부터 별로 이득을 보지 못한다. 따라서 규칙적으로 지구력 운동을 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강력히 추천되는 건강법이다. 달리기는 혈압과 혈당을 낮추고, 게다가 기름값도 줄여 주니 말이다.

그러나 구트 박사는 이렇게 신체를 적절히 써 주는 것이 무슨 즉각적인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양 떠들어 대는 세태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기적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트레이닝을 갓 시작한 사람이 운동장을 몇 바퀴 돌고 나서 운동선수가 다 된 것처럼 뿌듯해하는 것은 160킬로그램짜리 뚱보가 3주간 다이어트를 했다고 거식증을 우려하는 것과 비슷한 꼴이다. ‘코펜하겐 시 심장 연구’에 따르면 35년간 일주일에 2시간 반을 조깅에 할애함으로써 늘어나는 수명은 남성의 경우 6.2년, 여성의 경우 5.6년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총 시간을 합산하면 4550시간으로, 약 반년에 해당한다. 지구력 운동으로 6년간 수명이 연장되는 효과를 보려면 어쨌든 반년은 꼬박 달리면서 보내야 하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에서 매일매일 자고 먹고 일하는 시간을 빼면 남는 시간의 족히 반은 달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구트 박사는 그러니 잘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 헉헉대며 뛰는 활동이 기쁨과 행복을 주지 못하고, 지겹고 어렵기만 하다면, 나중에 6년을 더 산다 해도 그 6년 내내 지난 세월을 왜 그렇게 살았는지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말이다. 게다가 새로이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은 다칠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뼈와 근육이 ‘강제 집행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서른이 넘으면 인대와 힘줄이 손상되기 쉽다.

병균은 어디에나, 특히 내 몸속에 우글거린다
건강한 삶에 중요한 또 하나의 무기는 바로 위생이다. 냉장고 속 박테리아라든가 화장실 변기 위 곰팡이 같은 ‘적’은 사방에 숨어 있다. 흙 1그램에만도 자그마치 6억 마리의 박테리아가 주둔하고 있다고 한다. 인류에겐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내재되어 있다. 1347년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하여 인구의 3분의 1을 싹쓸이해 가던 중에도 사람들은 대체 무엇이 인간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는지 그 원인을 알지 못했다. 한참 뒤인 1876년에야 독일의 로베르트 코흐가 진짜 범인은 작은 세균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고온 살균법이나 저온 살균법 같은 위생적인 방법들이 개발되면서 결핵을 비롯한 치명적 질병을 차츰 제압했으며, 마침내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항생제를 발견하면서 박테리아 감염을 효율적으로 퇴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은 강력한 차세대 병원체의 창궐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봄, 이른바 돼지 독감이라 불리던 신종 플루(H1N1)가 세계 순회에 나섰다. 대중 매체들이 실시간으로 신종 플루 보도에 나선 덕분에, 지금까지 시판되지 않았던 돼지 독감 혈청의 백신 제조법을 긴급히 수정하여 만든 백신은 톡톡한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그해에 신종 플루로 인한 희생자 수는 예년의 일반 독감 희생자보다 20배나 적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옛 병원체들을 쫓아내 버리면서, 오히려 신종 플루가 모든 독감 예방접종보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한 셈이었다.

신종 플루가 유행하는 동안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10만 명 중 신종 플루에 걸린 사람은 단 300명뿐이었다. 백신을 접종받은 경우에도 10만 명 중 80명이 신종 플루에 걸렸다. 혈청이 최대 70퍼센트의 보호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예방접종은 그러잖아도 높지 않은 질병의 위험을 고작 1.4퍼센트 줄여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트 박사는 오늘날 감염에 대한 걱정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실제 위험에 막연한 두려움이 더해진다는 것이다. 사실 미생물은 어디서든 우리와 함께한다. 게다가 우리 몸속에도 우글거린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의 몸에는 균이 100조 마리가량 존재한다고 한다. 이런 숫자는 역설적으로 이 세균들이 보통은 우리 몸 안에서 우리와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몸을 청결하게 하는 것은 자기를 미워하는 행동이나 다름없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유전자의 문제점까지 들여다본다고 해서 해결책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현대 의학은 세포와 미생물이라는 차원을 넘어 더욱 깊숙한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2001년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사용 설명서, 즉 유전 암호가 해독되었다. 현재 유전학자들은 매주 새로운 ‘질병 유전자’를 발견하고 있다. 당뇨병 유전자, 정신 분열증 유전자 등 위험 인자를 더 많이 알수록 개개인에 대한 예측과 치료법을 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구트 박사에 따르면 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현재 수준으로는 유전자 검사로 기대만큼 정확한 예측 따위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정 유전자의 결함으로 발생하여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유전되는 혈우병 같은 질병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유전자는 단순하게 일을 성사시키거나 그르치지 않는다. 인간의 몸은 아주 복합적이다. 각각의 유전자가 여러 가지 산물과 반응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각 유전자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억제하기도 하고 활성화하기도 한다. 혈압과 지능 같은 복합적인 체내 기능은 하나의 유전자에만 좌우되지 않고, 다양한 일을 하는 다양한 유전자에 좌우된다. 담당 구역이 명백히 구분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한 유전자가 총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가령 비만을 촉진하는 유전자 변이가 동시에 정신 질환을 막아 줄 수도 있다.

당연하지만 환경과 문화 같은 외적인 조건 역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유전적 소질이 가세하여 비로소 인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가 정해지는 것이다. 남태평양의 통가나 보라보라 섬에서는 패스트푸드와 설탕이 과도하게 들어간 공장 생산 식품이 유통되기 시작한 이래, 주민 가운데 거의 둘 중 하나가 비만과 당뇨에 시달리고 있다. 수천 년간 섬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에너지 대사는 대대로 생선과 과일에 맞추어져 있었다. 게다가 거의 지역 내에서만 서로 혼인이 이루어져 왔기에 이런 소질은 그다지 희석되지 않고 유지되어 왔다. 그러다가 몇십 년 전부터 식생활이 크게 바뀌면서 폴리네시아인들은 만성 질병에 걸리게 되었다. 특정 유전자 변이가 질병의 발현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대해 학자들이 현재 알고 있는 지식은 주로 통계적 연관에 근거를 둔다. 순전히 통계적으로 어떤 집단이 특정 질환에 걸리는 빈도가 높다는 식이다. 가령 알츠하이머 환자의 30퍼센트에서 이른바 ApoE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된다. 반면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10퍼센트만이 이런 변이가 있다. 이런 돌연변이가 치매 위험을 세 배 높이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서 이런 통계를 깡그리 잊어버려도 좋을 10퍼센트에 들 것인지, 또는 치매로 인해 이런저런 상황을 잊어버릴 것이 자명한 30퍼센트에 들 것인지 여부는 아주 늙어서나 알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질병에서 유전적 연관은 어떤 구체적인 결론과 권고를 도출하기에는 너무나 불명확하다고 구트 박사는 지적한다.

의학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걱정은 늘어난다
우리는 왜 건강과 젊음에 집착하는 것일까? 사실 몇십 년 전만 해도 노인들은 그저 늙어 죽었다. 절뚝거리면서 변덕을 부리던 할아버지는 어느 날 담배 파이프 옆에 갑자기 쓰러져 눈을 감았다. 그러면 가족과 친지들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관을 짜서 땅에 묻어 주었다. 하지만 의학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모두가 자신의 병명을 알 수 있게 되었다. CT, 혈관 조영술, 심장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몸을 샅샅이 수색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채 세상을 떠나는 사람은 없다. 어쨌든 죽음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니 뭔가 좀 안심이 될 법도 하다. 더구나 그렇다면 한발 앞서서 그 원인이 될 만한 싹을 미리 찾아서 잘라 버릴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리하여 마침내 온갖 의료 기술이 동원되는 ‘예방’이 현대 의학의 신조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의사와 그 손길, 그리고 MRI라든가 로봇 수술 같은 첨단 기기에 대한 숭배는 종교에 가까울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미래의 질병을 검진을 통해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따사로운 오후 햇살을 받으며 한적한 해변을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담긴 건강검진 브로슈어는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 사람들에게 ‘안전’을 약속해 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이제 ‘조기 암 검진’을 꼬박꼬박 받고,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을 미리 차단하고자 운동과 식이 요법을 철저히 수행하며, 미디어에서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온갖 건강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몸 어딘가가 조금만 쑤시거나 화끈거리기만 해도 하루 종일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전문가와 경험자의 견해를 검색한다. 그러다가 급기야 ‘건강 강박증’에 빠져들고 만다.

무조건 건강하고 젊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떨쳐 버리자
사람들은 신체에 대해 세포 차원, 더 나아가 유전자 차원까지 알아갈수록, 그리하여 질병과 노화의 원인을 점점 더 많이 알아갈수록 마치 이 모든 것을 스스로 능동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자신의 노력이야말로 건강을 보장하는 길이라 여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무책임한 사람, 게으른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하지만 건강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말은 일부만 맞다. 통계에 따르면,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과식하며, 술과 담배를 달고 살면서 운동은 하지 않는 사람 1만 명 중 심근 경색이 발생하는 사람은 연간 20명인 데 반해, 적절하고 균형 잡힌 식사에, 운동을 하고, 파티에 가도 세 시간 내내 다이어트 콜라 한 잔으로 버티는 사람들 중에서는 1년에 5명이 심근 경색에 걸린다. 물론 세월이 흐를수록 방만한 생활을 한 그룹에서는 건강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절제된 생활을 유지한 그룹에서도 심장이 막히는 사람이 간혹 나온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어떤 식으로 살든 질병을 예방하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트 박사가 현대 의학의 한계를 신랄하게 지적한다고 해서, 모든 의료 행위와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의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며, 개개인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모두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강 강박증에 휩싸인 채 우리의 삶에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온통 의학적 예방 조치와 치료에만 쏟아붓는다면 그야말로 허무한 인생 아닐까. 저자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고, 주어진 시간을 즐겁게 누리라고 충고한다.

▣ 작가 소개

저자 : 크리스티안 구트
독일 바트퓌르몬트에서 태어난 크리스티안 구트는 마그데부르크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정신 분열병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를린에서 신경과 의사로 일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정기적으로 글을 싣다가 마침내 과학 저널리즘을 공부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200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의학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나서게 되었다. 현재 건강 잡지 『아포테켄 움샤우』,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 등과 같은 유력지에 꾸준히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최근 의료 현장에도 복귀하여 신경과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_ 예방이 후회보다 낫다고?

1장 오래 살수록 젊음은 멀어져 간다 - 수명을 연장하는 의학의 부작용과 허점
2장 모든 것은 노년을 위해! - 건강한 생활 방식이 심장과 혈관과 공동체를 구한다
3장 목숨 걸고 달리기 - 지구력 운동은 건강을 유지시킨다. 단, 좋아서 해야 한다
4장 강철 같은 수컷 - 근력 운동은 좋다. 동기만 올바르다면!
5장 메뉴 파탈 - 음식은 오래, 과하게 먹을 때만 건강에 해롭다
6장 타르, 타르 - 흡연은 불안한 심경을 표상한다. 그러나 금연 또한 마찬가지다
7장 도파민이 뇌를 감쌀 때 - 중독되기는 쉽다. 중요한 것은 그럼으로써 무엇을 하는가이다
8장 헛똑똑이들의 선택 - 의학이 없는 곳에서 시작되는 건강 사상
9장 동료들을 위한 보너스 - 스스로 창조하는 대체 의학
10장 걱정에 전염되다 - 병균은 어디에나, 특히 내 몸속에 우글거린다
11장 건강검진 - 조기 검진이 모든 질병을 막아 주는 것은 아니다
12장 유전자 배열 분석 - 유전자 검사는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누설한다
13장 러브 미 젠더 -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은 사람은 여자가 되든가 그대로 살라
14장 눈으로 확인해야 맛이다? - 영상의학을 활용한 진단은 본질을 가릴 수도 있다
15장 하이테크 의료 장비 - 의료 기기는 오히려 사용함으로써 해가 될 수도 있다
16장 맞춤 건강 서비스 - 안심을 판매하는 병원
17장 혁명적인 세포 - 줄기세포는 만능이다. 다만 의학적 돌파구가 되지 못할 뿐이다
18장 번아웃 증후군 - 정신 질환이 된 시대적 현상
19장 찧고 까불기 - 인터넷 의학 토론은 대부분 시간 낭비다
20장 자아 체험의 시간 - 실시간 검색 르포르타주
21장 약이 도움이 되지 않을 때 - 약은 아플 때 가장 효과가 좋다
22장 나이에 비해 아직 꽤 젊다고? - 안티에이징은 노화를 막기는커녕 기껏해야 정신적 성숙을 막아 줄 뿐이다
23장 장수와 질병 - 오늘날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든 것이 아니라 늙은 것이다

에필로그 _ 아직 남아 있는 삶을 위하여
부록 _ 의학적 사실과 자료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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