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토크라시 -부채의 지배와 부채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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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앤드루 로스
출판사항갈무리, 발행일:2016/05/01
형태사항p.348 A5판:21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6195138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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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크레디토크라시, 빚 구덩이에 빠진 사회
5월 6일이 급작스럽게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이후, 정부와 국책 연구기관들은 이 두 번째 임시 공휴일이 가져다 줄 경제적 효과를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주머니가 텅 빈 대다수 가장과 청춘들은 심란하기 이를 데 없다. 많은 중소업체 노동자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둘러 일터로 향했다. 점점 더 불안정해져 가는 소득의 흐름과는 달리 어김없이 제 날짜에 도착하는 온갖 명목의 고지서들이 현재의 삶을 속박하고 미래의 선택을 극도로 제약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가계부채, 학자금부채, 의료부채, 주거부채 등 갖가지 빚으로 에워싸인 사회적 개인들의 삶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특히 조각난 소득원을 이리저리 맞춰 가면서 회전결제자 신세를 빠듯이 유지하는 대다수 불안정 노동자들은 미래에 대한 끝 모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 대도시에서 번갈아 자행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주거난민들과 도시재개발 정책의 인질로 붙들린 200만 하우스푸어 가구들은 치솟는 주거비용을 충당하고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느라 허덕이고 있다. 그 사이에 ‘도시성장연합’ 엘리트와 금융자본은 지가상승과 주택저당증권 판매고 증가로 한껏 배를 불린다. 고작 임금노동자로 착취당할 자격을 취득하느라 만만치 않은 부채를 짊어진 노동시장 신규 진입자들은 기한부 노예계약자 대열에 들어설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부업 자본은 한계선상의 불안정 노동자와 저소득 취약계층을 약탈적 대출의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타인의 곤경을 먹고 사는 개인파산 법률 브로커들은 오늘도 과중채무자들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채무자-프레카리아트, 채무자-시민의 자화상
결국 우리 시대의 절대다수는 사회적 삶 전부를 칭칭 휘감고 있는 부채의 사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채는 계층상승의 기회 포착이라는 측면은 물론 사회적 기본재의 조달이라는 측면에서도 우리 삶의 전제조건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신용평가회사들이 우리의 품행에 매기는 신용평점은 우리의 행동을 사전에 예측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제어하는 데 활용된다. 저들이 강요하는 ‘상환의 도덕률’은 우리의 공포심과 수치심을 강화시키고 자존감과 저항의지를 갉아먹는다.
앤드류 로스는 이러한 사회를 가리켜 ‘크레디토크라시’라 부른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creditocracy’는 ‘creditor’와 ‘-cracy’의 합성어다. ‘creditocracy’는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재원이 부채로 조달되는 사회”이자 “채권자 계급의 이익에 복무하는 협치 양식 혹은 권력유지 양식”을 뜻한다. 즉, “‘비인격적인’ 화폐적 채무관계가 사회적·개인적 삶을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사회와 그 총체적 기능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부채경제화의 심화는 우리의 주체성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본주의 사회가 절대다수의 인구에게 강요해 온 분리된 실존양식은 오늘날 프롤레타리아/시민의 형상에서 채무자-프레카리아트/채무자-시민의 형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셀프 구제금융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라는 불변의 교리에 따라 공적 자금으로 위기의 주범들을 구제하는 수법은 지금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불황기에 공중에서 지폐를 살포할 헬리콥터”의 필요성을 역설한 사무엘 브리턴 유의 주장은 1987년 공황 이후 줄곧 악성 부채를 처리하는 중심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긴축기조 하의 신용팽창’이라는 교리는 자본이 현재의 노동을 복종시켜 미래의 착취를 보증하는 데서 거듭 실패하고 있음을 웅변한다. 악성 부채의 누적은 노동에 대한 실효적 명령의 부과, 즉 잉여가치에 대한 청구권의 행사 과정에서 자본이 심각한 장애에 직면해 있다는 뜻이다. 지난 수십 년간 강요된 사회적 곤궁, 비용절감, 노동강도의 격화, 노동과정의 재편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율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기의 본질과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국책기관이 발행한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확장적 재정’ 운용에 소요될 기금을 조성한다는 최근의 발상도 이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위기에 놓인 거대 제조업체들의 도산이 금융부문의 부실로 옮겨 가면서 공황으로 발전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구조조정 재원을 채무자-시민에게서 짜내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가기구들 간의 근친상간적인 공모(협치)를 통해 자본의 위기 탈출을 돕는다는 이 계획은 아직 심각한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시도가 관철될 경우 절대다수의 채무자-시민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눈뜬 채로 소득을 강탈당하고, ‘국가’부채라는 미명 하에 ‘공평하게’ 가중될 세금부담과 사회지출의 축소로 인해 고스란히 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빚이 아니다 WE ARE NOT A LOAN
‘크레디토크라시’는 ‘난공불락’인가? 로스는 그 대답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 있다고 역설한다. 로스는 부채의 사슬에 저항하는 세계 곳곳의 직접행동에 주목할 것을 요청한다. ‘더러운 부채’에 대한 상환거부로 시작된 남반구의 부채저항운동은 오늘날 1%의 채권자들에 저항하는 99%의 부채파업, 생태부채 상환을 요구하는 투쟁의 형상으로 세계 곳곳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로스는 이러한 저항의 최초 계기를 우리의 내면을 속박하는 상환의 도덕률로부터 벗어나는 데서 찾고 있다. “당신은 빚이 아니다.”(you are not a loan!)라는 짧은 글귀에는 집단적 지성 특유의 심오한 통찰과 번득이는 재기가 깃들어 있다. 즉, “당신은 무능하거나 경제적 도덕관념이 박약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몫의 의무를 다하며 살아가는 이 사회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짐스러운 존재=빚’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빚’으로 여긴다면 부채의 지배에 대한 불복과 저항의 여지는 영영 사라져 버린다. “당신은 빚이 아니다(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you are not alone!)”라는 문장은 부당한 채무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치심과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한 공적 ‘커밍아웃’에 나설 것과 부채의 사슬을 걷어 내는 사회적 운동에 함께할 것을 독려하는 메시지인 셈이다.

지구적 부채저항운동의 태동을 기다리며
로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 곳곳의 저항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대안경제’의 싹을 틔워내고 있는 실험들에 눈을 돌릴 것을 요청한다. 신용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공동체지원농업 등의 형태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호부조적이고 비영리적이며 공통적인’ 제도와 활동, 약탈적 경제 시스템에 대한 분노가 팽배한 남유럽 지역들에서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는 시간은행, 소셜머니, 공동체 화폐 실험들은 우리의 각별한 관심을 요한다. 비인격적인 화폐적 채무관계가 “따뜻한 사회적 유대”로 전환되고, 부채가 “서로를 북돋는 빚, 우리의 자유를 영위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지는 빚”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장소는 오직 저 부단한 ‘저항, 재전유, 발명’의 실험 공간들뿐이기 때문이다. 로스는 새롭게 태동하는 부채저항운동의 전 지구적 순환 과정에서 지역 차원의 대안적 화폐-신용 시스템 구축 실험들을 연결하는 협동적 네트워크가 도래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한다. 로스가 결론부에서 투명하게 그려 보이는 ‘사회적 필요와 생산적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신용경제라는 대안모델의 상은 바로 이러한 전망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부채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저항과 실험들 속에 이미 잠재적인 것으로서 실재하는 코뮤니즘의 의의를 환기한다는 데 있다. 로스는 ‘자본의 코뮤니즘’이라는 디스토피아와 ‘우리의 코뮤니즘’이라는 유토피아의 상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코뮤니즘을 상상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부채의 지배에 저항하며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지금 여기’에서의 행동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은 언제 어디서든 금방 활용할 수 있는 포켓용 매뉴얼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로스가 소개하는 부채저항운동과 대안적 실험의 경험들은 부채의 지배 시스템에 대한 우리의 저항 의지를 북돋고, 우리에게 대안적인 존재양식과 민주주의에 관한 영감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 작가 소개

저자 : 앤드루 로스
뉴욕대학교 사회문화연구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더 네이션』, 『빌리지 보이스』, 『아트포럼』, 『가디언』, 『알 자지라』 등에 필진으로 참여하면서 이 매체들에 정기적으로 문화비평과 사회비평을 싣고 있다. 1990년대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반대하는 운동을 시작으로 대안 지구화 운동, 점거 운동, 부채거부 운동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정력적인 사회운동가로 널리 알려져 왔다. 지난 30여 년간 이론적 연구와 실천적 경험을 기반으로 주목받을 만한 저작을 다수 출간했으며, 2000년대 이후로는 주로 인지노동에 종사하는 프레카리아트의 조건, 노동조직의 변화, 도시공동체의 회복과 발명 등의 주제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작으로는 『불타는 새: 지상에서 가장 지속 불가능한 도시에서 얻은 교훈』(2011), 『엑소시스트와 기계』(2012) 등이 있다.

역자 : 김의연
한국외대 등에서 맑스 이론과 정치학을 강의해 왔다. 주로 정치경제학 비판의 혁신과 확장,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연구에 관심을 쏟고 있다. 논문으로는 「시험대에 선 라틴아메리카 좌파·중도좌파 블록」, 「21세기 사회주의,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이루어 왔나」가 있다. 옮긴 책으로는 『탈정치의 정치학』(갈무리, 2014)이 있다.

역자 : 김동원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대학원을 마쳤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방송산업의 유연화와 비정규직의 형성」, 일반 논문으로는 「이용자를 통한 미디어 자본의 이윤 창출」이 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정책팀장을 지냈고, 지금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역자 : 이유진
국내외 여러 대학에서 수학하며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영문학과 비교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어 왔다.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과에 출강하며 현대 북유럽 문학 작품을 옮기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북유럽 대도시와 북유럽 근현대 문학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5

서문 10
중절도 은행사업 15
부채의 형벌을 폐지한다는 것 28

1장 우리 모두는 회전결제자다 37
박탈당한 권리들? 48
빚을 갚는 순간 우리는 말라죽을 것이다 58
북반구의 이중고 76

2장 가정의 도덕경제 86
소비자 금융에 은행들을 끌어들이다 94
채무자 공화국의 시민권 105
파산한 민주주의? 122

3장 자유로운 이들을 위한 교육 135
지난날 146
자산 거품인가, 정치적 운동인가? 161
당신은 빚이 아니다 172
무크와 연을 맺지 말라 182

4장 미래의 임금 190
대가 없는 노동? 200
육체와 영혼 214
노동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222
잃어버린 세대? 230

5장 기후부채의 이행 239
난민들에게 진 부채 252
이행 방안들 270

6장 부채와 성장의 결합 깨뜨리기 282
성장과 몰락 288
비수탈적 신용경제? 303
맺음말, 민주주의에 대하여 322

감사의 글 327
옮긴이 후기 : 지구적 부채저항운동을 기다리며 329
인명 찾아보기 340
용어 찾아보기 343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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