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자동차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점점 불평등해진다.
자동차를 위한 경제학에서 인간을 위한 경제학으로!
1970년대 일본 사회를 흔든 대중 경제학서
“동아시아 인문서 100권” 선정 도서
1가구 1자동차 시대라고 한다. 집집마다 승용차 한 대쯤 있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자동차 보유가 아무리 개인의 자유라고 해도 자동차에서 얻는 편의만큼 개인들이 그 비용을 충분히 감당하고 있을까? 각자가 부담하는 기름값, 통행료, 자동차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막대한 도로건설비, 공해,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손실, 그리고 자연 파괴까지 자동차들을 도로에서 달리게 하기 위하여 사회가 떠안아야 할 비용은 헤아릴 수 없다. 자동차 소유자는 과연 그 비용을 공정하게 치르고 있을까?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은 자동차 보급이 급속히 증가하던 1970년대 일본에서 출간되어 큰 충격을 안겨준 책이다. 저자 우자와 히로후미(宇澤弘文)는 노벨경제학상 유력 후보로 자주 물망에 오르던 경제학자로, 이 책에서 ‘사회적 비용’의 문제를 대중적 필치로 해설함으로써 일본 사회에 일대 각성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책은 자동차에 감춰진 사회적 비용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가 도로, 주거환경 등의 ‘사회적 공통자본’을 독점하는 데 따른 폐해가 어떻게 약자들에게 집중되는가를 밝힘으로써 완전경쟁을 신봉하는 시장자유주의에 일침을 가한 책이기도 하다. ‘자동차’가 상징하는 시장경제의 불평등 구조는 오늘에 와서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뒤늦은 번역이지만 이 책이 이제라도 우리 사회에서 읽혀야 하는 이유이다.
‘자동차’의 문제를 경제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다
이 책은 원서 상태로도 이미 국내의 진보적 경제학자, 환경운동가 등에게 꽤 알려져 있는 책이다. 길지 않은 분량에 쉬운 필치로 쓰여 있음에도 읽는 이들을 각성시키고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모델에 따라 한국에서도 혼잡비용, 대기오염, 교통사고 손실액 등을 따져 30~57조의 사회적 비용을 추산하기도 했다.(한겨레신문 2015.9.14. 경제면) 저자는 책 출간 후 30년이 지난 2005년 “자동차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 문제는 현재에 더욱 긴급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책의 번역은 다소 늦었지만 꼭 필요한 책이라 할 만하다.
저자 우자와 히로후미는 자유주의 경제학의 아성인 시카고대학 경제학부 교수와 도쿄대 교수로 있으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일본 경제학계의 거장이다(2014년 타계). 그는 1960년대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시작하여 70년대에는 제도주의 경제학으로 연구 방향을 일대 전환하였는데,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은 그 계기가 된 책이기도 하다. ‘제도주의’란 시장경제의 작동을 추상화된 수학적 모델에서 연역하여 해설하는 주류경제학과 달리 각 사회의 문화, 제도 등 경제외적 조건이 만든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으로서, 소스타인 베블런, 칼 폴라니 등을 대표적 인물로 들 수 있다. 이 책은 주류경제학의 비용편익분석(cost benefit analysis)의 사고에서는 간과되기 일쑤인 ‘사회적 비용’의 문제를 경제의 핵심 요소로 다루었다는 점에서(40~41쪽) 제도주의 경제학의 대표적 저서라 할 수 있다.
‘사회적 비용’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사회적 비용’이란 무엇일까? 한 마디로 그것은 “어떤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활동이 다른 경제 구성원들에게 뜻하지 않은 손실을 입히고도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27쪽)을 말한다. 저자가 특히 자동차를 문제로 삼은 까닭은, 자동차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이야말로 막대한 규모임에도 시장경제 바깥의 일로 치부되어 아무도 책임을 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의 계산에 따르면, 그 비용은 1970년대 도쿄를 기준으로 자동차 1대당 1,200만 엔(연간 200만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라고 한다.(182쪽) 왜 이토록 엄청난 비용이 지금껏 무시되어 왔을까?
거기에는 경제성장을 위해 자동차 산업을 지렛대로 삼고자 한 정부의 입장, 투자 대비 효율만으로 경제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오랜 사고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소비세를 자꾸만 낮추고 도로 건설에 국가 재정을 쏟아부어 자동차 소유를 부추기는 데는 이런 사고가 숨어 있다. 그러나 자동차 소유자가 누리는 편익과는 별개로 그 비용이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면? 그리하여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면?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시장경제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불평등 구조를 ‘자동차’라는 일상적 사례로부터 캐내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경제적 불평등을 낳는다
이 책은 2장과 3장에 걸쳐 자동차가 어떻게 현대 산업의 중추적 지위를 누리게 되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사회의 형태까지 바꿔놓았는가를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 역사를 통해 살펴본다. 자동차는 20세기 초 미국의 포드주의가 대두하면서 무수한 연관 산업을 가능케 하는 국가 경제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국가 정책은 자동차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데 집중되었고, 시민의 삶과 사회 형태마저 자동차에 적합하도록 바꾸어버렸다. 자가용 통근에 따른 도시의 확장, 공공교통(철도/버스)의 쇠퇴, 부유지역과 빈곤지역의 분리, 도시 내부의 슬럼화는 자동차 보급의 또 다른 그늘이다. 미국의 이런 사례는 인구조밀국인 일본, 한국에 와서는 주거지에 마구잡이로 침투한 도로, 극심한 혼잡 현상, 교통사고 빈발 등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런 자동차의 폐해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중된다는 사실에 있다. 왜 그럴까? 개인의 경제 능력에 따라 이 피해를 회피하는 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는 노약자, 어린이는 물론이고 주거지를 옮길 능력이 없는 경제 약자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겪어야 한다. 그래서 맑은 공기, 편리한 공공교통, 쾌적한 주거환경 등 모두가 누리던 ‘사회적 공통자본’은 점점 고갈되는 반면, 경제적 약자는 의료비, 교통비 등 더 많은 비용을 안게 되어 점점 더 빈곤해진다.(136~138쪽)
저자는 자동차가 빚어낸 이런 결과들을 단순한 관찰이나 편향된 경험만으로 보고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오랜 시간 가다듬은 경제학적 통찰이 숨어있다. 그것은 신고전파의 주류경제학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근대경제학의 한계를 넘어서
저자는 이 책에서 이른바 ‘근대경제학’이라고 일컫는 신고전파 이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신고전파 이론이 ‘일반균형이론’이라는 모델을 근간으로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균형이론은 생산수단을 사유한 개인들이 시장가격으로 평가되는 보상을 얻기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하므로, 완전경쟁 상황이 이루어지면 수요와 공급은 균형가격에서 최적의 일치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124~129쪽)
그러나 우자와 교수는 이 이론이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나 생산수단의 탄력성(가소성) 등 여러 허구적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개인은 문화와 제도적 영향에 따라 결코 합리적이지 않으며, 생산수단은 아무런 비용 없이 언제든 전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일반균형 상태에서 분배 또한 최적에 도달하리라는 기대 역시 근거가 없고, 오히려 생산수단(능력)의 편향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를 결과로 얻게 된다는 것이다.(131~136쪽)
‘사회적 공통자본’의 사상
저자는 이와 함께 신고전파 이론이 등한시하는 ‘사회적 공통자본’의 역할에 강조점을 둔다. 저자는 훗날 『사회적 공통자본』(2000년)이라는 명저를 출간한 바 있거니와, 이 생각의 뼈대는 이 책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에서 구체화된 것이다. ‘사회적 공통자본’이란 대기, 하천, 땅과 같은 자연환경, 도로, 전력망과 같은 사회 인프라, 의료, 교육, 금융과 같은 제도자본을 말하는데, 이 사회적 자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모든 이의 생활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희소성으로 인한 혼잡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절대로 시장경쟁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143~149쪽)
우자와 교수는 평등주의적 시장경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통자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여기서 공공 투자에 의한 최저소득보장이라는 케인스주의적 소득재분배론의 한계도 아울러 지적한다. 마이너스 소득세 같은 세제 정책으로 가난한 사람의 최저소득을 아무리 보장한다 해도, 그들은 소득의 대부분을 사회적 공통자본과 같은 필수적인 희소자원에 쓸 것이기 때문에 선택적 소비를 할 수 있는 부유층에 비해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153~156쪽) 따라서 이런 사후적 처방보다는 ‘사회적 공통자본’의 혜택을 사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분배에 훨씬 효과적이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생존권의 기준을 넘어 시민 모두가 문화적 생활수준을 누려야 한다는 적극적인 ‘생활권’의 사상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166~170쪽)
‘동아시아 인문서 100권’에 선정된 현대의 고전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은 2010년 “동아시아 인문서 100권”에 선정된 책이기도 하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의 명망 있는 출판인들이 모인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여러 출판인, 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1950년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출간된 인문학 명저들을 선정, 발표하였는데, 이 책이 일본의 대표적 명저 26권의 하나로 뽑힌 것이다.
이 책은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표면적 주제를 넘어서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경제성장과 생태주의가 왜 양립할 수 없는지를 경제학적으로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성장과 효율을 앞세워 의료, 교통(철도와 공항), 교육 등을 자꾸만 민영화하려고 애쓰는 한국의 정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동차가 길과 환경을 점유함으로써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만들어내고 있듯이, 사회적 공유재가 시장에 맡겨질 때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은 이 책으로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우자와 히로후미
일본을 대표하는 진보적 경제학자. 1928년에 태어나 도쿄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뒤 도호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6년 세계적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의 초청으로 미국에 건너가 스탠퍼드, 캘리포니아 대학(버클리) 등에서 가르치다가, 1964년 36세의 나이로 근대경제학의 중심인 시카고 대학 경제학부 교수가 되었다. 당시 뛰어난 연구 성과로 자주 노벨경제학상 물망에 오르내렸으나, 1968년 돌연 귀국하여 도쿄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1989년 정년퇴임한 후 명예교수로 있다가 1994~99년에는 주오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2000년대에는 우자와 국제학관을 설립하여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2014년 86세를 일기로 타계하였다.
우자와 히로후미는 신고전파적인 근대경제학에서 출발하였으나, 소스타인 베블런에서 시작된 ‘제도주의 경제학’의 영향을 크게 받고 방향을 전환하였으며, 넓게는 포스트-케인스주의의 일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조앤 로빈슨, 스라파 등의 사상과 연관을 맺고 있으며, 조지프 스티글리츠, 조지 애컬로프와 같은 비판적 경제학자들을 양성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비롯하여 『근대경제학... 의 재검토』 『경제학의 사고방식』 『지구온난화를 생각한다』 『공공경제학을 찾아서』 『풍요로운 사회의 빈곤』 『우자와 히로후미 저작집』(전12권) 등 다수를 남겼다.
역자 : 임경택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를 거쳐 도쿄대학 총합문화연구과 문화인류학 연구실에서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일본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주로 메이지유신과 패전을 계기로 변화해온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추적하면서, 일본 사회의 본질을 다방면에서 규명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 『일본의 발명과 근대』(공저) 『유지와 명망가: 한일 지역사회에 대한 민족지적 비교』(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사전, 시대를 엮다』 『일본의 역사를 새로 읽는다』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 『앙코르와트』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 오쓰카 노부카즈
머리말
Ⅰ 프롤로그
1 왜 자동차가 문제인가
2 시민적 권리의 침해
Ⅱ 자동차의 보급
1 현대문명의 상징 자동차
2 자동차와 자본주의
3 자동차로 건설한 나라
4 공공 교통의 쇠퇴와 공해
5 희미한 희망
Ⅲ 이상한 나라의 자동차
1 일본의 자동차 보급과 도로
2 도시와 농촌을 바꾸다
3 인간 위에 군림하는 도로
4 이상한 나라의 자동차 통행
Ⅳ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1 사회적 비용이란 무엇인가
2 세 가지 계산법
3 신고전파 경제학의 한계
4 사회적 공통자본이란 무엇인가
5 사회적 합의와 경제적 안정성
6 시민적 자유와 효율성
7 도로가 사회적 공통자본으로 남으려면
8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Ⅴ 맺음말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자동차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점점 불평등해진다.
자동차를 위한 경제학에서 인간을 위한 경제학으로!
1970년대 일본 사회를 흔든 대중 경제학서
“동아시아 인문서 100권” 선정 도서
1가구 1자동차 시대라고 한다. 집집마다 승용차 한 대쯤 있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자동차 보유가 아무리 개인의 자유라고 해도 자동차에서 얻는 편의만큼 개인들이 그 비용을 충분히 감당하고 있을까? 각자가 부담하는 기름값, 통행료, 자동차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막대한 도로건설비, 공해,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손실, 그리고 자연 파괴까지 자동차들을 도로에서 달리게 하기 위하여 사회가 떠안아야 할 비용은 헤아릴 수 없다. 자동차 소유자는 과연 그 비용을 공정하게 치르고 있을까?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은 자동차 보급이 급속히 증가하던 1970년대 일본에서 출간되어 큰 충격을 안겨준 책이다. 저자 우자와 히로후미(宇澤弘文)는 노벨경제학상 유력 후보로 자주 물망에 오르던 경제학자로, 이 책에서 ‘사회적 비용’의 문제를 대중적 필치로 해설함으로써 일본 사회에 일대 각성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책은 자동차에 감춰진 사회적 비용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가 도로, 주거환경 등의 ‘사회적 공통자본’을 독점하는 데 따른 폐해가 어떻게 약자들에게 집중되는가를 밝힘으로써 완전경쟁을 신봉하는 시장자유주의에 일침을 가한 책이기도 하다. ‘자동차’가 상징하는 시장경제의 불평등 구조는 오늘에 와서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뒤늦은 번역이지만 이 책이 이제라도 우리 사회에서 읽혀야 하는 이유이다.
‘자동차’의 문제를 경제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다
이 책은 원서 상태로도 이미 국내의 진보적 경제학자, 환경운동가 등에게 꽤 알려져 있는 책이다. 길지 않은 분량에 쉬운 필치로 쓰여 있음에도 읽는 이들을 각성시키고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모델에 따라 한국에서도 혼잡비용, 대기오염, 교통사고 손실액 등을 따져 30~57조의 사회적 비용을 추산하기도 했다.(한겨레신문 2015.9.14. 경제면) 저자는 책 출간 후 30년이 지난 2005년 “자동차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 문제는 현재에 더욱 긴급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책의 번역은 다소 늦었지만 꼭 필요한 책이라 할 만하다.
저자 우자와 히로후미는 자유주의 경제학의 아성인 시카고대학 경제학부 교수와 도쿄대 교수로 있으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일본 경제학계의 거장이다(2014년 타계). 그는 1960년대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시작하여 70년대에는 제도주의 경제학으로 연구 방향을 일대 전환하였는데,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은 그 계기가 된 책이기도 하다. ‘제도주의’란 시장경제의 작동을 추상화된 수학적 모델에서 연역하여 해설하는 주류경제학과 달리 각 사회의 문화, 제도 등 경제외적 조건이 만든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으로서, 소스타인 베블런, 칼 폴라니 등을 대표적 인물로 들 수 있다. 이 책은 주류경제학의 비용편익분석(cost benefit analysis)의 사고에서는 간과되기 일쑤인 ‘사회적 비용’의 문제를 경제의 핵심 요소로 다루었다는 점에서(40~41쪽) 제도주의 경제학의 대표적 저서라 할 수 있다.
‘사회적 비용’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사회적 비용’이란 무엇일까? 한 마디로 그것은 “어떤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활동이 다른 경제 구성원들에게 뜻하지 않은 손실을 입히고도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27쪽)을 말한다. 저자가 특히 자동차를 문제로 삼은 까닭은, 자동차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이야말로 막대한 규모임에도 시장경제 바깥의 일로 치부되어 아무도 책임을 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의 계산에 따르면, 그 비용은 1970년대 도쿄를 기준으로 자동차 1대당 1,200만 엔(연간 200만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라고 한다.(182쪽) 왜 이토록 엄청난 비용이 지금껏 무시되어 왔을까?
거기에는 경제성장을 위해 자동차 산업을 지렛대로 삼고자 한 정부의 입장, 투자 대비 효율만으로 경제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오랜 사고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소비세를 자꾸만 낮추고 도로 건설에 국가 재정을 쏟아부어 자동차 소유를 부추기는 데는 이런 사고가 숨어 있다. 그러나 자동차 소유자가 누리는 편익과는 별개로 그 비용이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면? 그리하여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면?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시장경제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불평등 구조를 ‘자동차’라는 일상적 사례로부터 캐내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경제적 불평등을 낳는다
이 책은 2장과 3장에 걸쳐 자동차가 어떻게 현대 산업의 중추적 지위를 누리게 되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사회의 형태까지 바꿔놓았는가를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 역사를 통해 살펴본다. 자동차는 20세기 초 미국의 포드주의가 대두하면서 무수한 연관 산업을 가능케 하는 국가 경제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국가 정책은 자동차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데 집중되었고, 시민의 삶과 사회 형태마저 자동차에 적합하도록 바꾸어버렸다. 자가용 통근에 따른 도시의 확장, 공공교통(철도/버스)의 쇠퇴, 부유지역과 빈곤지역의 분리, 도시 내부의 슬럼화는 자동차 보급의 또 다른 그늘이다. 미국의 이런 사례는 인구조밀국인 일본, 한국에 와서는 주거지에 마구잡이로 침투한 도로, 극심한 혼잡 현상, 교통사고 빈발 등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런 자동차의 폐해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중된다는 사실에 있다. 왜 그럴까? 개인의 경제 능력에 따라 이 피해를 회피하는 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는 노약자, 어린이는 물론이고 주거지를 옮길 능력이 없는 경제 약자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겪어야 한다. 그래서 맑은 공기, 편리한 공공교통, 쾌적한 주거환경 등 모두가 누리던 ‘사회적 공통자본’은 점점 고갈되는 반면, 경제적 약자는 의료비, 교통비 등 더 많은 비용을 안게 되어 점점 더 빈곤해진다.(136~138쪽)
저자는 자동차가 빚어낸 이런 결과들을 단순한 관찰이나 편향된 경험만으로 보고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오랜 시간 가다듬은 경제학적 통찰이 숨어있다. 그것은 신고전파의 주류경제학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근대경제학의 한계를 넘어서
저자는 이 책에서 이른바 ‘근대경제학’이라고 일컫는 신고전파 이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신고전파 이론이 ‘일반균형이론’이라는 모델을 근간으로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균형이론은 생산수단을 사유한 개인들이 시장가격으로 평가되는 보상을 얻기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하므로, 완전경쟁 상황이 이루어지면 수요와 공급은 균형가격에서 최적의 일치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124~129쪽)
그러나 우자와 교수는 이 이론이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나 생산수단의 탄력성(가소성) 등 여러 허구적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개인은 문화와 제도적 영향에 따라 결코 합리적이지 않으며, 생산수단은 아무런 비용 없이 언제든 전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일반균형 상태에서 분배 또한 최적에 도달하리라는 기대 역시 근거가 없고, 오히려 생산수단(능력)의 편향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를 결과로 얻게 된다는 것이다.(131~136쪽)
‘사회적 공통자본’의 사상
저자는 이와 함께 신고전파 이론이 등한시하는 ‘사회적 공통자본’의 역할에 강조점을 둔다. 저자는 훗날 『사회적 공통자본』(2000년)이라는 명저를 출간한 바 있거니와, 이 생각의 뼈대는 이 책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에서 구체화된 것이다. ‘사회적 공통자본’이란 대기, 하천, 땅과 같은 자연환경, 도로, 전력망과 같은 사회 인프라, 의료, 교육, 금융과 같은 제도자본을 말하는데, 이 사회적 자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모든 이의 생활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희소성으로 인한 혼잡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절대로 시장경쟁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143~149쪽)
우자와 교수는 평등주의적 시장경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통자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여기서 공공 투자에 의한 최저소득보장이라는 케인스주의적 소득재분배론의 한계도 아울러 지적한다. 마이너스 소득세 같은 세제 정책으로 가난한 사람의 최저소득을 아무리 보장한다 해도, 그들은 소득의 대부분을 사회적 공통자본과 같은 필수적인 희소자원에 쓸 것이기 때문에 선택적 소비를 할 수 있는 부유층에 비해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153~156쪽) 따라서 이런 사후적 처방보다는 ‘사회적 공통자본’의 혜택을 사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분배에 훨씬 효과적이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생존권의 기준을 넘어 시민 모두가 문화적 생활수준을 누려야 한다는 적극적인 ‘생활권’의 사상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166~170쪽)
‘동아시아 인문서 100권’에 선정된 현대의 고전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은 2010년 “동아시아 인문서 100권”에 선정된 책이기도 하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의 명망 있는 출판인들이 모인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여러 출판인, 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1950년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출간된 인문학 명저들을 선정, 발표하였는데, 이 책이 일본의 대표적 명저 26권의 하나로 뽑힌 것이다.
이 책은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표면적 주제를 넘어서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경제성장과 생태주의가 왜 양립할 수 없는지를 경제학적으로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성장과 효율을 앞세워 의료, 교통(철도와 공항), 교육 등을 자꾸만 민영화하려고 애쓰는 한국의 정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동차가 길과 환경을 점유함으로써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만들어내고 있듯이, 사회적 공유재가 시장에 맡겨질 때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은 이 책으로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우자와 히로후미
일본을 대표하는 진보적 경제학자. 1928년에 태어나 도쿄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뒤 도호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6년 세계적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의 초청으로 미국에 건너가 스탠퍼드, 캘리포니아 대학(버클리) 등에서 가르치다가, 1964년 36세의 나이로 근대경제학의 중심인 시카고 대학 경제학부 교수가 되었다. 당시 뛰어난 연구 성과로 자주 노벨경제학상 물망에 오르내렸으나, 1968년 돌연 귀국하여 도쿄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1989년 정년퇴임한 후 명예교수로 있다가 1994~99년에는 주오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2000년대에는 우자와 국제학관을 설립하여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2014년 86세를 일기로 타계하였다.
우자와 히로후미는 신고전파적인 근대경제학에서 출발하였으나, 소스타인 베블런에서 시작된 ‘제도주의 경제학’의 영향을 크게 받고 방향을 전환하였으며, 넓게는 포스트-케인스주의의 일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조앤 로빈슨, 스라파 등의 사상과 연관을 맺고 있으며, 조지프 스티글리츠, 조지 애컬로프와 같은 비판적 경제학자들을 양성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비롯하여 『근대경제학... 의 재검토』 『경제학의 사고방식』 『지구온난화를 생각한다』 『공공경제학을 찾아서』 『풍요로운 사회의 빈곤』 『우자와 히로후미 저작집』(전12권) 등 다수를 남겼다.
역자 : 임경택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를 거쳐 도쿄대학 총합문화연구과 문화인류학 연구실에서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일본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주로 메이지유신과 패전을 계기로 변화해온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추적하면서, 일본 사회의 본질을 다방면에서 규명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 『일본의 발명과 근대』(공저) 『유지와 명망가: 한일 지역사회에 대한 민족지적 비교』(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사전, 시대를 엮다』 『일본의 역사를 새로 읽는다』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 『앙코르와트』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 오쓰카 노부카즈
머리말
Ⅰ 프롤로그
1 왜 자동차가 문제인가
2 시민적 권리의 침해
Ⅱ 자동차의 보급
1 현대문명의 상징 자동차
2 자동차와 자본주의
3 자동차로 건설한 나라
4 공공 교통의 쇠퇴와 공해
5 희미한 희망
Ⅲ 이상한 나라의 자동차
1 일본의 자동차 보급과 도로
2 도시와 농촌을 바꾸다
3 인간 위에 군림하는 도로
4 이상한 나라의 자동차 통행
Ⅳ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1 사회적 비용이란 무엇인가
2 세 가지 계산법
3 신고전파 경제학의 한계
4 사회적 공통자본이란 무엇인가
5 사회적 합의와 경제적 안정성
6 시민적 자유와 효율성
7 도로가 사회적 공통자본으로 남으려면
8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Ⅴ 맺음말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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