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이단의 학문, 금지된 지식
325년 니케아 공의회, 431년 에페소 공의회, 451년 칼게돈 공의회. 모두 비잔틴 제국에서 황제가 주제한 종교회의입니다. 예수의 신성과 인성(God-manhood)을 두 개의 본성으로 볼 것인가 하나로 볼 것인가가 주요 쟁점이었지만, 이때 두 개 본성을 지닌 위격(hypostasis)이라고 주장한 사람과 종단은 ‘이단’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단이란 종교.정치적 권력자들이 모여서 정한 하나의 규정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이단이란 것이 절대적이라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한 ‘이단적인’ 지식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신이 기독교 중세 시대를 거치면서 죄악시되고 악마화됩니다. 한 예를 든다면 바로 그리스 신화의 판Pan이 중세기를 지나며 바로 악마로 둔갑하는 모습입니다. 원래 판은 자연의 에너지(동양적인 관점에서는 ‘기氣’), 충만한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성적인 이미지가 많은데, 아마도 그 때문인지 성을 금기시했던 기독교 세계에서는 판의 머리의 뿔, 두 개로 갈라진 굽, 인간의 몸통이 그대로 악마의 이미지가 됩니다.
종교.문화사에서 기존의 종교나 문명(그리스, 로마 신들)을 폄하하고 융합해서 현재의 것을 돋보이게 하고 힘 있게 만드는 작업은 흔한 일입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도 아리스토텔레스의 《Comedia》가 남아있다는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둘러싸고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죄악시된 그리스의 ‘희극’은 수도사들과 중세인들에겐 금기시된 ‘웃음’입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전통은 비밀리에, 또는 노골적으로 현재까지도 살아남습니다. 그것이 바로 서양문화에서 오컬트Occult라고 하는 비밀의 학문, 금지된 지식입니다. 단, 그러한 관점은 철저히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기독교 문명에 가려진 유럽의 역사, 그림으로 들추어본다
- 타로카드 속 수레바퀴의 의미
실제로 오컬트는 서양문화 속에 면면히 이어진 깊숙한 이면을 보여줍니다. 그 한 예는 타로카드입니다. 현재에는 ‘점치는’ 도구로 전락한, 보고 있으면 무언가 악마적인 것 같고, 그래서 찜찜한 기분이 드는 카드입니다. 10번 타로카드에 등장하는 수레바퀴와 함께 있는 여인(371쪽)은 서구 문화에서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과거의 문화적 전통이 뒤섞여 타로카드에 각인되게 된 것입니다. 이는 타로가, 오컬트라는 것이 단순히 죄악시되고 금기시된 ‘몹쓸’ 지식만은 아니라는 반증하는 부분입니다.
서양화에서는 여인이 수레바퀴를 옆에 두고 등장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대개는 수레바퀴에 묶여서 고통 받았던 알렉산드리아의 성 카타리나와 관련된 장면입니다. 유럽에는 수레바퀴에 사람을 묶고 사지를 꺾어서 바퀴의 살 사이에 집어넣고 매달아놓는 고문이 있었다는데 바로 그에 관한 묘사입니다.
그런데 여인이 바퀴와 같이 있다고 해서 모두 성녀를 묘사한 것은 아닙니다. 이때 여인은 행운의 여신(포투나)이고 바퀴는 행운의 수레바퀴입니다. 바퀴는 우연, 행운, 윤회, 계절의 변화, 덧없음, 예측할 수 없는 결과 등을 상징합니다. 또 일출과 일몰, 성공과 실패, 희망과 좌절이면서 ‘상승과 하강’의 의미입니다. 이는 고대 로마의 철학으로, 행운의 본질은 변덕스럽다는 것입니다. 여신 포투나가 때로는 눈가리개를 하고 바퀴를 마구, 무작위로 돌립니다. 바퀴가 계속 돌면서 행운은 속절없이 계속 바뀝니다. 중세의 성서 필사본 삽화를 보면 왕이 순식간에 거지가 되기도 합니다. 행운의 수레바퀴는 중세 시대에 현실세계의 덧없음을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단테의 《연옥》에서도 그와 같은 의미의 수레바퀴가 등장하고, 제프리 초서는 ‘비극의 수레바퀴’를,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지배자가 권력을 휘두르는 선전 도구로 언급합니다.
원래 수레바퀴는 고대 바빌론에서 시작되고 그리스.로마에서 발전된 황도십이궁도(zodiac)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흔히 고딕 성당 건축에서 성모 마리아를 상징한다는 ‘장미창’에도 이 수레바퀴이자 별자리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오컬트(Occult, 秘學) 연구의 세계적 유산
이 책은 오컬트의 유산들과 함께 떠나는 장대한 여행길입니다. 미술과 건축, 문학과 종교, 역사와 철학이 함께 어울려 전해주는 오컬트의 기묘함과 흥미로움은 지은이의 섬세한 조사와 친절한 설명으로 배가됩니다. 엘리파스 레비(Eliphas Levi), 파스칼 비버리 랜돌프(Paschal Beverly Randolph), 폴 크리스티앙(Paul Christian) 등 대표적인 19세기 오컬트 학자들의 선형적이고 시적인 연구서와는 달리, 이 책은 375점이 넘는 이미지 자료들을 통해 마법의 세계를 알기 쉽게 전하는, 가히 오컬트 박물관이라 할만 합니다. 파리 아르스날 도서관을 비롯하여 유럽의 수많은 국립/사립도서관, 미술사가의 개인 콜렉션들 가운데 선별되어 모아진 희귀 자료들과 친절한 설명을 통해 독자들은 지은이의 학문적 깊이와 성실함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법, 마술, 연금술의 박물관
이 책은 본래 1929년경에 프랑스어로 쓰였으며, 원제는 《마법, 마술, 연금술의 박물관》입니다. 1931년에 미국의 Houghton Mifflin Co.에서 최초의 영어번역판 《Witchcraft, Magic, & Alchemy》를 출판했습니다.
그때부터 이 책은 본격적으로 학자들과 일반인들 사이에 알려졌습니다. 특히 현대 서구의 오컬트 연구자들은 영국의 프랜시스 아멜리아 예이츠Frances Amelia Yates와 같은 오컬트 거장의 저서의 명성과 이 책의 효용을 나란히 놓습니다. 면상학, 수상학, 연금술, 점성학, 도상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을 포괄하고 있는 데다, 저자의 면밀한 조사에 의해 정보의 정확성 또한 뛰어난 이미지 모음집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지은이 드 기브리는 오컬트/비교주의秘敎主義의 유산을 화가, 문학가, 신학자 등의 학/예술적 소산들을 통해 다채롭게 보여줍니다. 이 책은 상징주의 운동과 데카당파의 영향을 받은 19세기 말 유럽의 오컬트 부활운동의 결과물입니다. 저자가 2권의 도입부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사회와 종교의 지배 계급에 의해 공인되어 왔던 기독교(그리스도교로 번역) 문명의 담론에 의해 적대시 되었던 비학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대중들 앞에 들추어냅니다. 이를 위해 유대교의 신학적 기원과 신비주의 철학 ‘카발라’, 비학과 현대 과학(천문학, 화학 등)과의 연관 관계를 추적하며, 더 나아가 각종 고전 역사서와 성서의 구체적인 기록들을 통해서 기독교가 저주의 주술로 취급한 오컬트의 교의와 비법을 실증합니다. 어렵고 복잡한 사적 맥락들은 각종 라틴어 필사본과 표지그림(권두화) 같은 그림 자료들에 의해 알기 쉽게 서술됩니다.
호기심과 상상의 세계로
이렇게 이 책은 기독교와 오컬트, 고대와 중세, 그리고 종교와 역사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필사본, 인큐내뷸라(古版本) 텍스트를 비롯하여, 고야, 보쉬, 뒤러, 브뢰헬, 크라나흐, 렘브란트 등의 회화와 판화 등에는 고대 이래 옛 유럽인들의 종교적인 사유와 세계관, 그리고 현실적인 애환 등이 솔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그림 자료들과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 가다보면, 합리성과 자본의 무게에 버거워하는 현대인들은 어느새 호기심과 상상의 나래로 빠져들 것입니다.
▣ 작가 소개
저자 : 그리오 드 지브리
Grillot De Givry, 1890-1929
19세기 후반과 20세기에 걸친 유럽 오컬티즘 운동의 대표자로서, 프랑스 부르고뉴 집안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주로 활동했다. 동양 언어에서부터 종교, 헤르메스학까지 두루 연구하며 저술과 역서를 남겼다. 일설에 의하면 그의 아버지는 대주교였다고 한다.
주요 연구 저서로는, 《Le Grand oeuvres》(1907), 《Le Christ et la Patrie》(1924) 등이 있으며, 16세기 학자이자 점성술사 존 디John Dee의 라틴어 문헌 《Monas Hieroglyphica》를 프랑스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의 많은 저서 중에서도 특히 《마법사의 책》은 고전학, 미술사 연구자들은 물론, 서구의 모든 오컬티즘 연구자들의 교과서로서 널리 읽히고 있다.
역자 : 임산
현 동덕여대 교수. 〈월간 미술〉 기자,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아트센터 나비(전 워커힐미술관) 전임 큐레이터를 지냈다. 주요 저술과 논문으로 《청년, 백남준: 초기 예술의 융합미학》, 《이미지산책: 나는 불손한 탐구가 좋다》, 〈블랙마운틴칼리지의 융합형 예술교육〉, 〈동시대 전시담론 진단: 큐레토리얼 실천에서의 ‘협업’을 중심으로〉, 〈융합시대의 예술담론을 위한 이론적 범례〉 등이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새로운 창의적 공동체: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시각 예술의 의미》, 《아이코놀로지: 이미지, 텍스트, 이데올로기》, 《초기 그리스도교와 비잔틴 미술》 등이 있다.
역자 : 김희정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상 분야에 관심이 많아 국내 영화제에서 해외영화 섭외와 번역 일을 했다. 현재 학술서 전문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옮긴이 말
책머리에
1권 - 마법사
1장 빛의 세계와 대립한 암흑의 세계
2장 암흑세계의 사제단
3장 신도들에게 나타난 악령들
4장 악마 교회의 사제, 마법사
5장 사바스를 위한 준비
6장 사바스
7장 악령을 불러내다
8장 마법서
9장 악령과 맺은 계약
10장 작가들이 전하는 악령 이야기
11장 뜻하지 않게 악의 세계에 빠진 이들
12장 빙의
13장 강신술, 죽은 자를 깨우닫
14장 주문
15장 사랑의 묘약과 죽음의 주문
16장 마법사 처형
2권 - 마술사
1장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카발리스트
2장 점성학과 대우주
3장 점성학과 소우주
4장 면상학, 얼굴의 주름을 읽는 학문
5장 관상학
6장 수상학
7장 카드점과 타로
8장 그밖의 다양한 점술
9장 점막대를 이용한 막대기점
10장 잠의 신비와 투시력
11장 보이지 않는 힘의 치유력
12장 부적
3권 - 연금술사
1장 비밀의 교의
2장 연금술의 재료와 작업 과정
3장 연금술사들과 퍼퍼들의 실험실
용어 정리
찾아보기
이단의 학문, 금지된 지식
325년 니케아 공의회, 431년 에페소 공의회, 451년 칼게돈 공의회. 모두 비잔틴 제국에서 황제가 주제한 종교회의입니다. 예수의 신성과 인성(God-manhood)을 두 개의 본성으로 볼 것인가 하나로 볼 것인가가 주요 쟁점이었지만, 이때 두 개 본성을 지닌 위격(hypostasis)이라고 주장한 사람과 종단은 ‘이단’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단이란 종교.정치적 권력자들이 모여서 정한 하나의 규정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이단이란 것이 절대적이라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한 ‘이단적인’ 지식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신이 기독교 중세 시대를 거치면서 죄악시되고 악마화됩니다. 한 예를 든다면 바로 그리스 신화의 판Pan이 중세기를 지나며 바로 악마로 둔갑하는 모습입니다. 원래 판은 자연의 에너지(동양적인 관점에서는 ‘기氣’), 충만한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성적인 이미지가 많은데, 아마도 그 때문인지 성을 금기시했던 기독교 세계에서는 판의 머리의 뿔, 두 개로 갈라진 굽, 인간의 몸통이 그대로 악마의 이미지가 됩니다.
종교.문화사에서 기존의 종교나 문명(그리스, 로마 신들)을 폄하하고 융합해서 현재의 것을 돋보이게 하고 힘 있게 만드는 작업은 흔한 일입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도 아리스토텔레스의 《Comedia》가 남아있다는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둘러싸고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죄악시된 그리스의 ‘희극’은 수도사들과 중세인들에겐 금기시된 ‘웃음’입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전통은 비밀리에, 또는 노골적으로 현재까지도 살아남습니다. 그것이 바로 서양문화에서 오컬트Occult라고 하는 비밀의 학문, 금지된 지식입니다. 단, 그러한 관점은 철저히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기독교 문명에 가려진 유럽의 역사, 그림으로 들추어본다
- 타로카드 속 수레바퀴의 의미
실제로 오컬트는 서양문화 속에 면면히 이어진 깊숙한 이면을 보여줍니다. 그 한 예는 타로카드입니다. 현재에는 ‘점치는’ 도구로 전락한, 보고 있으면 무언가 악마적인 것 같고, 그래서 찜찜한 기분이 드는 카드입니다. 10번 타로카드에 등장하는 수레바퀴와 함께 있는 여인(371쪽)은 서구 문화에서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과거의 문화적 전통이 뒤섞여 타로카드에 각인되게 된 것입니다. 이는 타로가, 오컬트라는 것이 단순히 죄악시되고 금기시된 ‘몹쓸’ 지식만은 아니라는 반증하는 부분입니다.
서양화에서는 여인이 수레바퀴를 옆에 두고 등장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대개는 수레바퀴에 묶여서 고통 받았던 알렉산드리아의 성 카타리나와 관련된 장면입니다. 유럽에는 수레바퀴에 사람을 묶고 사지를 꺾어서 바퀴의 살 사이에 집어넣고 매달아놓는 고문이 있었다는데 바로 그에 관한 묘사입니다.
그런데 여인이 바퀴와 같이 있다고 해서 모두 성녀를 묘사한 것은 아닙니다. 이때 여인은 행운의 여신(포투나)이고 바퀴는 행운의 수레바퀴입니다. 바퀴는 우연, 행운, 윤회, 계절의 변화, 덧없음, 예측할 수 없는 결과 등을 상징합니다. 또 일출과 일몰, 성공과 실패, 희망과 좌절이면서 ‘상승과 하강’의 의미입니다. 이는 고대 로마의 철학으로, 행운의 본질은 변덕스럽다는 것입니다. 여신 포투나가 때로는 눈가리개를 하고 바퀴를 마구, 무작위로 돌립니다. 바퀴가 계속 돌면서 행운은 속절없이 계속 바뀝니다. 중세의 성서 필사본 삽화를 보면 왕이 순식간에 거지가 되기도 합니다. 행운의 수레바퀴는 중세 시대에 현실세계의 덧없음을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단테의 《연옥》에서도 그와 같은 의미의 수레바퀴가 등장하고, 제프리 초서는 ‘비극의 수레바퀴’를,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지배자가 권력을 휘두르는 선전 도구로 언급합니다.
원래 수레바퀴는 고대 바빌론에서 시작되고 그리스.로마에서 발전된 황도십이궁도(zodiac)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흔히 고딕 성당 건축에서 성모 마리아를 상징한다는 ‘장미창’에도 이 수레바퀴이자 별자리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오컬트(Occult, 秘學) 연구의 세계적 유산
이 책은 오컬트의 유산들과 함께 떠나는 장대한 여행길입니다. 미술과 건축, 문학과 종교, 역사와 철학이 함께 어울려 전해주는 오컬트의 기묘함과 흥미로움은 지은이의 섬세한 조사와 친절한 설명으로 배가됩니다. 엘리파스 레비(Eliphas Levi), 파스칼 비버리 랜돌프(Paschal Beverly Randolph), 폴 크리스티앙(Paul Christian) 등 대표적인 19세기 오컬트 학자들의 선형적이고 시적인 연구서와는 달리, 이 책은 375점이 넘는 이미지 자료들을 통해 마법의 세계를 알기 쉽게 전하는, 가히 오컬트 박물관이라 할만 합니다. 파리 아르스날 도서관을 비롯하여 유럽의 수많은 국립/사립도서관, 미술사가의 개인 콜렉션들 가운데 선별되어 모아진 희귀 자료들과 친절한 설명을 통해 독자들은 지은이의 학문적 깊이와 성실함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법, 마술, 연금술의 박물관
이 책은 본래 1929년경에 프랑스어로 쓰였으며, 원제는 《마법, 마술, 연금술의 박물관》입니다. 1931년에 미국의 Houghton Mifflin Co.에서 최초의 영어번역판 《Witchcraft, Magic, & Alchemy》를 출판했습니다.
그때부터 이 책은 본격적으로 학자들과 일반인들 사이에 알려졌습니다. 특히 현대 서구의 오컬트 연구자들은 영국의 프랜시스 아멜리아 예이츠Frances Amelia Yates와 같은 오컬트 거장의 저서의 명성과 이 책의 효용을 나란히 놓습니다. 면상학, 수상학, 연금술, 점성학, 도상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을 포괄하고 있는 데다, 저자의 면밀한 조사에 의해 정보의 정확성 또한 뛰어난 이미지 모음집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지은이 드 기브리는 오컬트/비교주의秘敎主義의 유산을 화가, 문학가, 신학자 등의 학/예술적 소산들을 통해 다채롭게 보여줍니다. 이 책은 상징주의 운동과 데카당파의 영향을 받은 19세기 말 유럽의 오컬트 부활운동의 결과물입니다. 저자가 2권의 도입부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사회와 종교의 지배 계급에 의해 공인되어 왔던 기독교(그리스도교로 번역) 문명의 담론에 의해 적대시 되었던 비학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대중들 앞에 들추어냅니다. 이를 위해 유대교의 신학적 기원과 신비주의 철학 ‘카발라’, 비학과 현대 과학(천문학, 화학 등)과의 연관 관계를 추적하며, 더 나아가 각종 고전 역사서와 성서의 구체적인 기록들을 통해서 기독교가 저주의 주술로 취급한 오컬트의 교의와 비법을 실증합니다. 어렵고 복잡한 사적 맥락들은 각종 라틴어 필사본과 표지그림(권두화) 같은 그림 자료들에 의해 알기 쉽게 서술됩니다.
호기심과 상상의 세계로
이렇게 이 책은 기독교와 오컬트, 고대와 중세, 그리고 종교와 역사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필사본, 인큐내뷸라(古版本) 텍스트를 비롯하여, 고야, 보쉬, 뒤러, 브뢰헬, 크라나흐, 렘브란트 등의 회화와 판화 등에는 고대 이래 옛 유럽인들의 종교적인 사유와 세계관, 그리고 현실적인 애환 등이 솔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그림 자료들과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 가다보면, 합리성과 자본의 무게에 버거워하는 현대인들은 어느새 호기심과 상상의 나래로 빠져들 것입니다.
▣ 작가 소개
저자 : 그리오 드 지브리
Grillot De Givry, 1890-1929
19세기 후반과 20세기에 걸친 유럽 오컬티즘 운동의 대표자로서, 프랑스 부르고뉴 집안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주로 활동했다. 동양 언어에서부터 종교, 헤르메스학까지 두루 연구하며 저술과 역서를 남겼다. 일설에 의하면 그의 아버지는 대주교였다고 한다.
주요 연구 저서로는, 《Le Grand oeuvres》(1907), 《Le Christ et la Patrie》(1924) 등이 있으며, 16세기 학자이자 점성술사 존 디John Dee의 라틴어 문헌 《Monas Hieroglyphica》를 프랑스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의 많은 저서 중에서도 특히 《마법사의 책》은 고전학, 미술사 연구자들은 물론, 서구의 모든 오컬티즘 연구자들의 교과서로서 널리 읽히고 있다.
역자 : 임산
현 동덕여대 교수. 〈월간 미술〉 기자,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아트센터 나비(전 워커힐미술관) 전임 큐레이터를 지냈다. 주요 저술과 논문으로 《청년, 백남준: 초기 예술의 융합미학》, 《이미지산책: 나는 불손한 탐구가 좋다》, 〈블랙마운틴칼리지의 융합형 예술교육〉, 〈동시대 전시담론 진단: 큐레토리얼 실천에서의 ‘협업’을 중심으로〉, 〈융합시대의 예술담론을 위한 이론적 범례〉 등이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새로운 창의적 공동체: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시각 예술의 의미》, 《아이코놀로지: 이미지, 텍스트, 이데올로기》, 《초기 그리스도교와 비잔틴 미술》 등이 있다.
역자 : 김희정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상 분야에 관심이 많아 국내 영화제에서 해외영화 섭외와 번역 일을 했다. 현재 학술서 전문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옮긴이 말
책머리에
1권 - 마법사
1장 빛의 세계와 대립한 암흑의 세계
2장 암흑세계의 사제단
3장 신도들에게 나타난 악령들
4장 악마 교회의 사제, 마법사
5장 사바스를 위한 준비
6장 사바스
7장 악령을 불러내다
8장 마법서
9장 악령과 맺은 계약
10장 작가들이 전하는 악령 이야기
11장 뜻하지 않게 악의 세계에 빠진 이들
12장 빙의
13장 강신술, 죽은 자를 깨우닫
14장 주문
15장 사랑의 묘약과 죽음의 주문
16장 마법사 처형
2권 - 마술사
1장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카발리스트
2장 점성학과 대우주
3장 점성학과 소우주
4장 면상학, 얼굴의 주름을 읽는 학문
5장 관상학
6장 수상학
7장 카드점과 타로
8장 그밖의 다양한 점술
9장 점막대를 이용한 막대기점
10장 잠의 신비와 투시력
11장 보이지 않는 힘의 치유력
12장 부적
3권 - 연금술사
1장 비밀의 교의
2장 연금술의 재료와 작업 과정
3장 연금술사들과 퍼퍼들의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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