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정조가 들려주는 수원화성 이야기
백성이 굶주리면 나도 배고프고
백성이 배부르면 나도 배부르다.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 정조의 말입니다. 정조는 어느 해 곡식 5만 포(包)를 보내 달라는 제주목사의 요청을 받고 잠을 이루지 못했지요. 제주를 관할하는 전라도의 사정도 여의치 않아 5만 포를 다 보내지 못할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고심 끝에 정조는 내탕고(임금의 개인 재산)에서 돈을 내어 5만 포를 채워 보냈지요. 곡식을 배에 실어 보내 놓고서도, 처마 끝에 바람 소리라도 스치면 한밤중에도 불을 켜라 하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잠을 이룰 수 없는 이유는 굶고 있을 수만 명의 백성뿐 아니라 백여 명의 뱃사람이 멀리 깊은 바다를 건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줄기 바람, 한 방울 비라도 고르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편히 잠이 들 수 있겠는가?”
예부터 왕은 백성의 부모라고 했습니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보면, 자신의 곯은 배는 까맣게 잊어버리는 게 부모의 마음일 것입니다. 험지에 나가 있는 자식이 있으면 쉬이 따뜻한 아랫목에 눕지 못하는 것 또한 부모의 마음일 것입니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 진정 백성의 부모였던 임금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허투루 기록된 것이 아니라면, 정조의 이런 살뜰함은 고문서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수원 화성은 이런 정조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건축물입니다. 화성 축성을 계획하고 수원으로 행차한 정조는 팔달산 꼭대기에 올라 성터 전체를 확인하던 자리에서 많은 백성의 집을 헐고 이사를 시켜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성곽을 세 번 구부렸다 폈다 해서라도 백성의 집 밖으로 성문을 쌓으라고 명했습니다. 그래서 장안문 터는 원래의 위치가 아닌 민가 밖으로 옮겨졌지요. 뿐만 아니라 성을 쌓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는 임시 병원에 입원시키고 일당의 50%를 주라 하였고, 한겨울에는 털모자를 나눠 주어 추위를 견디게 했습니다. 귀마개도 정3품 당상관 이상만 할 수 있었던 시대에 임금이 일반 백성에게 나눠 준 털모자는 아무리 매서운 추위라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방한복이었을 것입니다.
무심히 흘러온 세월 속에서도 수원 화성이 빛을 잃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느릿느릿 수원화성을 거닐면 곳곳에 배여 있는 정조의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래도록 상투적으로 써 왔던 ‘문화유적을 통해 조상의 숨결을 느낀다’는 말의 본 뜻을 하나하나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수원화성입니다. 수원화성은 이렇듯 우리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역사는 어렵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걸어온 길을 찬찬히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그 멋진 만남을 정밀하고 섬세한 그림으로 전하고자 한 화가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움으로 재탄생한
김기철 화백의 수원화성
그림들은 무려 8년이란 인고의 시간을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던 숭례문이 화마에 처참히 무너지고, 사람들이 우리 건축물은 외면한 채 유럽의 장대한 석조건축물만 부러워하는 사이, 그러한 사실이 안타깝기만 했던 화가는 우리만의 미학이 담긴 건축물들을 묵묵히 화폭에 옮겨 담았습니다. 구석구석 자료를 모으느라 수원화성을 수도 없이 드나들고, 정확한 단청의 묘사를 위해 그림을 그리는 내내 한 손에는 털이 빠진 가장 작은 붓,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확대경을 들고 작업을 했습니다. 온종일 같은 자세로 그림에 몰두하다 보면 손가락 마디마디부터 온몸이 마비되는 고통을 겪기도 여러 번이었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인 정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 주는 열여덟 점의 그림이 탄생되었습니다.
건축물을 이루는 돌 하나하나의 세밀한 묘사는 처음에 지어진 모습을 사실 그대로 보여 주려 했으며, 빨강 노랑 등 과감히 표현된 배경색은 시공을 초월한 건축물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알려 주고자 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홍준 교수의『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소개된 조선 후기 문장가 유한준의 말입니다. 흔히 문화유산을 보는 자세로 회자되는 이 말처럼, 어린 독자들이 접하고 수원화성을 직접 거닐면서 책에서 보았던 감동을 눈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나아가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을 갖게 된다면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작가 소개
글 : 우현옥
오랫동안 어린이책 기획 편집자로 일했으며, 2007년 『바다로 간 자전거』로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지금은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구아나의 선물』, 『호랑이 형님』, 『오페라의 유령』, 『백만장자가 된 고양이』, 『찾았다! 일곱 마리 햄스터』, 『마술피리』, 『브레멘 음악대』, 『호랑이 형님』, 『황소가 된 게으름뱅이』, 『진실은 힘이 세다』, 장편 동화 『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 등이 있다.
그림 : 김기철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였고, 서양화가로 오랫동안 많은 그림을 그려 왔습니다. 열다섯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한국미술협회와 서울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8년 숭례문 화재 사건 이후, 우리 옛 건축물을 화폭에 생생하게 옮기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첫 그림책으로,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렸습니다.
감수 : 오선화
수원시 화성사업소 문화유산관리과 문화재관리팀 소속 지방 학예연구사입니다. 수원화성 연구 및 고증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정조가 들려주는 수원화성 이야기
백성이 굶주리면 나도 배고프고
백성이 배부르면 나도 배부르다.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 정조의 말입니다. 정조는 어느 해 곡식 5만 포(包)를 보내 달라는 제주목사의 요청을 받고 잠을 이루지 못했지요. 제주를 관할하는 전라도의 사정도 여의치 않아 5만 포를 다 보내지 못할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고심 끝에 정조는 내탕고(임금의 개인 재산)에서 돈을 내어 5만 포를 채워 보냈지요. 곡식을 배에 실어 보내 놓고서도, 처마 끝에 바람 소리라도 스치면 한밤중에도 불을 켜라 하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잠을 이룰 수 없는 이유는 굶고 있을 수만 명의 백성뿐 아니라 백여 명의 뱃사람이 멀리 깊은 바다를 건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줄기 바람, 한 방울 비라도 고르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편히 잠이 들 수 있겠는가?”
예부터 왕은 백성의 부모라고 했습니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보면, 자신의 곯은 배는 까맣게 잊어버리는 게 부모의 마음일 것입니다. 험지에 나가 있는 자식이 있으면 쉬이 따뜻한 아랫목에 눕지 못하는 것 또한 부모의 마음일 것입니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 진정 백성의 부모였던 임금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허투루 기록된 것이 아니라면, 정조의 이런 살뜰함은 고문서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수원 화성은 이런 정조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건축물입니다. 화성 축성을 계획하고 수원으로 행차한 정조는 팔달산 꼭대기에 올라 성터 전체를 확인하던 자리에서 많은 백성의 집을 헐고 이사를 시켜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성곽을 세 번 구부렸다 폈다 해서라도 백성의 집 밖으로 성문을 쌓으라고 명했습니다. 그래서 장안문 터는 원래의 위치가 아닌 민가 밖으로 옮겨졌지요. 뿐만 아니라 성을 쌓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는 임시 병원에 입원시키고 일당의 50%를 주라 하였고, 한겨울에는 털모자를 나눠 주어 추위를 견디게 했습니다. 귀마개도 정3품 당상관 이상만 할 수 있었던 시대에 임금이 일반 백성에게 나눠 준 털모자는 아무리 매서운 추위라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방한복이었을 것입니다.
무심히 흘러온 세월 속에서도 수원 화성이 빛을 잃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느릿느릿 수원화성을 거닐면 곳곳에 배여 있는 정조의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래도록 상투적으로 써 왔던 ‘문화유적을 통해 조상의 숨결을 느낀다’는 말의 본 뜻을 하나하나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수원화성입니다. 수원화성은 이렇듯 우리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역사는 어렵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걸어온 길을 찬찬히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그 멋진 만남을 정밀하고 섬세한 그림으로 전하고자 한 화가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움으로 재탄생한
김기철 화백의 수원화성
그림들은 무려 8년이란 인고의 시간을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던 숭례문이 화마에 처참히 무너지고, 사람들이 우리 건축물은 외면한 채 유럽의 장대한 석조건축물만 부러워하는 사이, 그러한 사실이 안타깝기만 했던 화가는 우리만의 미학이 담긴 건축물들을 묵묵히 화폭에 옮겨 담았습니다. 구석구석 자료를 모으느라 수원화성을 수도 없이 드나들고, 정확한 단청의 묘사를 위해 그림을 그리는 내내 한 손에는 털이 빠진 가장 작은 붓,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확대경을 들고 작업을 했습니다. 온종일 같은 자세로 그림에 몰두하다 보면 손가락 마디마디부터 온몸이 마비되는 고통을 겪기도 여러 번이었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인 정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 주는 열여덟 점의 그림이 탄생되었습니다.
건축물을 이루는 돌 하나하나의 세밀한 묘사는 처음에 지어진 모습을 사실 그대로 보여 주려 했으며, 빨강 노랑 등 과감히 표현된 배경색은 시공을 초월한 건축물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알려 주고자 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홍준 교수의『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소개된 조선 후기 문장가 유한준의 말입니다. 흔히 문화유산을 보는 자세로 회자되는 이 말처럼, 어린 독자들이 접하고 수원화성을 직접 거닐면서 책에서 보았던 감동을 눈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나아가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을 갖게 된다면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작가 소개
글 : 우현옥
오랫동안 어린이책 기획 편집자로 일했으며, 2007년 『바다로 간 자전거』로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지금은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구아나의 선물』, 『호랑이 형님』, 『오페라의 유령』, 『백만장자가 된 고양이』, 『찾았다! 일곱 마리 햄스터』, 『마술피리』, 『브레멘 음악대』, 『호랑이 형님』, 『황소가 된 게으름뱅이』, 『진실은 힘이 세다』, 장편 동화 『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 등이 있다.
그림 : 김기철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였고, 서양화가로 오랫동안 많은 그림을 그려 왔습니다. 열다섯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한국미술협회와 서울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8년 숭례문 화재 사건 이후, 우리 옛 건축물을 화폭에 생생하게 옮기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첫 그림책으로,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렸습니다.
감수 : 오선화
수원시 화성사업소 문화유산관리과 문화재관리팀 소속 지방 학예연구사입니다. 수원화성 연구 및 고증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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