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전 세계 15개국 아동 중 한국 아동의 행복감 최저 수준
평범한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야 한다
2014~2015년 전 세계 15개국 만 8세, 10세, 12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연구(the International Survey of Children’s Well-Being)’ 결과, 우리나라 아이들이 모든 연령대에서 행복감이 가장 낮으며 특히 만 12세의 행복감은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조사 대상국은 독일, 노르웨이, 스페인, 이스라엘, 네팔, 알제리, 터키,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대한민국, 독일, 루마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알제리).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청소년 통계’ 또한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9~24세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청소년 10만 명당 7.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이 수치는 운수 사고(4.9명)와 암(2.9명)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이중 40%는 학업, 친구 간 갈등, 학교폭력, 가정불화와 같은 뚜렷한 자살 동기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주목받지 않는 평범한 아이들의 일상이 얼마나 불행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반영하듯 ‘요보호 대상 아동 못지않게 평범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뭔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다. 대한민국 아동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자 법과 제도,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일을 하는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왜 요즘 아이들은 놀 기회가 생겨도 놀지 못할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여러 세미나를 찾아다니고, 해외 연구 결과와 국제기구의 다양한 통계 자료를 살피고, 대한민국 아동의 현실을 분석했다. 그러던 중 6만 개가 넘는 ‘놀이터’에 주목하고, 서울시와 여러 벤처기업, 마을 공동체와 함께 놀이터를 개선해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푸른숲이 출간한 『놀이터를 지켜라』는 우연히 놀이에 관심을 갖게 된 어느 NGO 직원이 버려지고 방치된 서울시 놀이터 두 곳을 개선해 아이들에게 돌려주기까지의 여정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586일간 건축가, 공무원, 교사, 벤처기업 파트너들, 동네 주민들,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연구하고 놀이터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놀이터 한 곳을 통해 아이들이 얼마나 밝아졌는지, 동네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주민들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솔직하고 상세하게 전한다.
저자는 놀이의 중요성, 놀이의 교육적 효과, 좋은 놀이터의 특징을 나열하거나 아이들은 무조건 많이 놀아야 한다는 식으로 이상적이기만 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 대신 입장도, 가치관도, 교육관도 다양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각자의 어린 시절, 놀이에 대한 입장, 현실적 한계와 조건 등을 반영하고 타협하며 놀이터를 고치고 다듬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공동체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과장이나 왜곡 없이 소개한다.
동네 놀이터 하나가 바뀌는 것으로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주민들이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깨끗하고 재미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함께 놀고, 아이들 덕분에 부모들이 인사를 나누고, 안면을 튼 주민들이 친분을 쌓고, 친분을 바탕으로 지역 문제를 나누고 함께 상의하면서 동네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놀이의 가치뿐 아니라 주민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동네 분위기를 밝게 개선하는 사랑방으로써 놀이터가 가진 기능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아이들이 함께 실컷 맘껏 뛰어놀면서 세상을 탐험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는 일상을 만드는 데 놀이터가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지도 깨닫게 될 것이다.
“작년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심포지엄’ 때 위지오 어린이가 축사를 했잖아요. 그때 지오가 ‘평범한 아이들의 행복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한 말이 뇌리에 남아요. 평범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요.” 26p
놀 곳이 생긴 아이들, 날렵해진 아이들, 한층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아이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우리가 만든 놀이터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고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삶에 재미있는 놀이 공간이 하나 생기는 작은 변화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맞닥뜨릴 고난에 견디는 힘을 더 강하게 해주길 기대해본다. 364p
놀이터에 대한 인식_ “요즘 애들이 놀이터에서 노나요?”
아이들은 놀이터를 중심으로 자기 지역을 판단한다
『놀이터를 지켜라』가 가장 강조하는 사실 중 하나는 여러 공공 시설물 중 왜 하필 놀이터를 개선했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6만 7,000개나 되는 놀이터가 있다. 편의점보다 3배, 치킨 가게보다 2배가 많으니 오늘날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시설물 중 하나가 놀이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43p). 하지만 그에 비해 놀이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가 아닌 이상 자기 동네에 놀이터가 몇 개나 있는지, 실제로 가본 곳은 몇 군데인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문제는, 어른들의 이러한 인식 때문에 아이들도 놀이터에 관심이 없을 거라 짐작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이다. 저자 역시 아이들이 학교, 학원, 피시방에서 주로 놀고 놀이터에는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와 세이브더칠드런이 공동 진행한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종합지수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동네 놀이터를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인식했다. 특히 지역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때 가장 자주 거론한 장소가 놀이터였다. 서울대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놀이터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동네를 안전하게 느끼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동네 놀이터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아이는 지역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지수도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44p)
저자가 놀이터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부딪힌 벽은 “요즘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어디 있느냐?”, “피시방이나 키즈카페도 많은데 왜 시끄럽게 놀이터에서 노느냐?”, “놀이터는 설치하는 데 비싸고 돈은 안 되니 구석에 짓거나, 아예 법을 개정해 놀이터 대신 편의시설을 짓게 하자”는 인식이었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이미 한 차례 놀이터 설치 관련 법을 개정하려고 시도한 바 있었다. 저자는 국회의 힘을 빌려 사라질 뻔한 놀이터를 지켜낸 경험을 바탕으로(73~77p)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이야말로 아이들의 놀 권리를 침해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여러 해외 연구 사례와 국내 연구기관의 통계자료 등을 제시하며 놀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놀이터에 주목하는 일이 저자 개인의 교육관 때문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중요하게 다루는 연구 분야라는 점에서 저자의 주장을 더욱 신뢰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많은 전문가가 놀이 생태계가 급격히 빈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놀이는 인류의 생존 방식 중 하나였다. 놀이는 일상의 행위이지만 놀이 생태계는 사회적 산물인데, 인류가 놀이를 통해 얻어오던 많은 지식을 지금은 학습과 교육이 대신하고 있다. 특히 몸을 활용한 놀이는 미디어의 범람으로 급감했고, 급격한 도시화와 자동차의 증가로 환경 또한 놀이에 부적합한 방향으로 변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전 인류를 통틀어 가장 놀지 못한 세대가 바로 지금 아이들 세대고, 앞으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놀이를 잃어버린 세대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91~92p
놀이터에 대한 오해_ “좋은 기구가 많아야 좋은 놀이터지요.”
놀이터에서 중요한 것은 기구가 아닌 ‘터’
많은 사람들이 ‘좋은 놀이터’ 하면 디자인, 놀이 기구 등 외적인 면을 생각한다. 특히 부모들은 화학 성분이 없는 놀이터, 안전한 기구가 많은 놀이터를 좋은 놀이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런 놀이터는 오히려 ‘놀 수 없는 놀이터’인 경우가 많다. 놀이터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새로움만 추구한 결과, 오늘날 많은 놀이터가 제작비는 비싼데 고장이 나도 고칠 수 없는, 너무 안전해서 재미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기구에 부딪히느라 뛸 수 없는, 결과적으로 어른들 보기에만 좋은 놀이터가 되어버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놀이터 개선 프로젝트의 많은 시간을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는 데 할애한다. 그 결과, 놀이터는 탈 기구가 많은 곳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뛰는 공간의 개념에 충실할 때 생명력이 길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이들은 놀이 기구를 타기 위해 놀이터에 오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놀기 위해 온다. 놀이 기구는 이곳이 놀이터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표시 역할을 할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의 생각과 짐작만으로 만든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 스스로 ‘내가 노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놀이터가 있는가 하면, 겉은 화려한데도 동네 아이들에게 ‘내 놀이 공간’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놀이터도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놀이터 디자인, 깨끗한 주변 환경, 공간의 넓이 등 한두 가지로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동네 아이들에게 ‘내 놀이터’로 인식되어야 ‘좋은 놀이터’라는 점이다. 333~334p
놀이터에 대한 편견_ “놀이터는 애들 가는 곳 아닌가요?”
놀이터를 개선하면 동네 문제가 해결된다
놀이터는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지만, 지역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공간인 셈이다.
실제로 저자는 놀이터 개선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지만 가장 많이 변화된 부분으로 주민들 간의 관계를 꼽는다. 길고양이 울음소리부터 놀이터를 접수한 청소년들 때문에 어린 자녀를 보내기가 두렵다는 젊은 부부, 밤늦게까지 놀이터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쓰레기 무단투기 때문에 집 앞까지 더러워진다는 인근 주민들까지, 놀이터를 둘러싼 갈등은 실로 다양했다.
하지만 놀이터 개선 과정에 주민들을 초대하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자, 주민들도 어느새 놀이터 지키미를 자처하며 놀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친목을 쌓으며 어떤 사람은 마을 공동체를 결성하고, 어떤 사람은 공동육아에 참여했다. 주민들끼리 서로 친해지면서 구청이 주도하지 않아도 마을 축제를 벌이며 지역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놀이터는 철저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주민 모두가 놀이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때 놀이터는 물론, 아이들의 안전과 놀이도 함께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이 놀이터를 자신들의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공간을 지키는 데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노는 아이가 많아지고 조용하던 골목이 아이들 소리로 시끄러워진다. 놀이터에서 놀기 시작한 아이들이 어느덧 골목으로, 동네로 나온다. 새로운 놀이를 만들며 매달리고 뛰놀다 보니 하나같이 민첩하기 이를 데 없다. 지역 주민들도 놀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시작한다. 평소 대화가 없던 어른들이 놀이터에서 뒤엉켜 노는 아이들 덕분에 대화를 시작한다. 이 모든 변화를 일일이 기록할 수는 없지만, 놀이터가 변하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들이다. 348p
▣ 작가 소개
저자 :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권리옹호부 국내옹호팀장.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했다. 대한민국 아동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법과 제도,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일을 한다. 아동을 위한 한 표 선거 옹호 활동, 농어촌 통학환경개선 옹호 활동, 동반자살 어휘 사용 근절 활동,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 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 활동에 참여했다.
아이들이 제대로 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시작한 소규모 스터디 모임이 서울시 중랑구의 공공 놀이터 두 곳을 지역 주민들, 아이들과 함께 개선하는 사업으로 이어졌다. 1년 넘게 놀이터 개선 사업을 이끌면서 우리 아이들의 놀이 현실이 얼마나 척박한지 절감했다. 놀이터 개선 사업을 계기로 놀이터 문화를 바꾸고자 《놀이터를 지켜라》를 썼다.
상상하고 기획하고 실행하기를 좋아하며,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친구와 함께 실컷 맘껏 놀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_ 나를 키운 건 8할이 놀이터였다
1장 놀이에 주목하다
우리 뭐 하고 놀아요? | 놀이를 공부해보자 | 소현, 도현이 남매와의 만남 | 놀이터의 비밀 | 이런 부모 또 없을까? | 요즘 애들이 놀이터에서 노나요? | 하늘 놀이터에서 배운 것
2장 놀이터를 생각하다
우리랑 같이 하실래요? | 한 가지만 하세요! | 서울시와 함께하다 | 놀이터가 왜 여기 있나요? | 세화 놀이터와의 만남 | 이건 내 놀이터예요 | 최고의 디자이너를 찾아라
3장 놀이터를 연구하다
아이들은 뛴다, 고로 존재한다 | 크게! 높게! 넓게! 무섭게! | 피시방보다 놀이터가 재미있어요 | 좋은 놀이터와 나쁜 놀이터 | 서울숲 체험기 | 낙서, 놀이가 되다 | 내 놀이터를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4장 놀이터를 개선하다
동네 일에 관심 있으세요? | 까다로운 이웃들과 함께 | 모래 바닥 vs 고무 바닥 | 놀이터를 다시 열던 날
5장 공동체를 살리다
새로운 놀이터에서 노는 법 | 앞집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 개장식 대신 놀이터 축제 | 마을 공동체의 힘을 느끼다 | 놀이터 백일잔치를 중계합니다
6장 586일의 여정 그 후를 생각하다
모험이 허락되지 않는 시대 | 놀이터를 지키는 소녀시대 | 좋은 놀이터는 어떤 놀이터인가 | 작지만 큰 변화 | 놀이터 지키기, 이제부터 시작이다
에필로그_ 평범한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야 한다
전 세계 15개국 아동 중 한국 아동의 행복감 최저 수준
평범한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야 한다
2014~2015년 전 세계 15개국 만 8세, 10세, 12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연구(the International Survey of Children’s Well-Being)’ 결과, 우리나라 아이들이 모든 연령대에서 행복감이 가장 낮으며 특히 만 12세의 행복감은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조사 대상국은 독일, 노르웨이, 스페인, 이스라엘, 네팔, 알제리, 터키,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대한민국, 독일, 루마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알제리).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청소년 통계’ 또한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9~24세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청소년 10만 명당 7.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이 수치는 운수 사고(4.9명)와 암(2.9명)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이중 40%는 학업, 친구 간 갈등, 학교폭력, 가정불화와 같은 뚜렷한 자살 동기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주목받지 않는 평범한 아이들의 일상이 얼마나 불행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반영하듯 ‘요보호 대상 아동 못지않게 평범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뭔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다. 대한민국 아동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자 법과 제도,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일을 하는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왜 요즘 아이들은 놀 기회가 생겨도 놀지 못할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여러 세미나를 찾아다니고, 해외 연구 결과와 국제기구의 다양한 통계 자료를 살피고, 대한민국 아동의 현실을 분석했다. 그러던 중 6만 개가 넘는 ‘놀이터’에 주목하고, 서울시와 여러 벤처기업, 마을 공동체와 함께 놀이터를 개선해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푸른숲이 출간한 『놀이터를 지켜라』는 우연히 놀이에 관심을 갖게 된 어느 NGO 직원이 버려지고 방치된 서울시 놀이터 두 곳을 개선해 아이들에게 돌려주기까지의 여정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586일간 건축가, 공무원, 교사, 벤처기업 파트너들, 동네 주민들,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연구하고 놀이터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놀이터 한 곳을 통해 아이들이 얼마나 밝아졌는지, 동네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주민들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솔직하고 상세하게 전한다.
저자는 놀이의 중요성, 놀이의 교육적 효과, 좋은 놀이터의 특징을 나열하거나 아이들은 무조건 많이 놀아야 한다는 식으로 이상적이기만 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 대신 입장도, 가치관도, 교육관도 다양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각자의 어린 시절, 놀이에 대한 입장, 현실적 한계와 조건 등을 반영하고 타협하며 놀이터를 고치고 다듬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공동체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과장이나 왜곡 없이 소개한다.
동네 놀이터 하나가 바뀌는 것으로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주민들이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깨끗하고 재미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함께 놀고, 아이들 덕분에 부모들이 인사를 나누고, 안면을 튼 주민들이 친분을 쌓고, 친분을 바탕으로 지역 문제를 나누고 함께 상의하면서 동네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놀이의 가치뿐 아니라 주민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동네 분위기를 밝게 개선하는 사랑방으로써 놀이터가 가진 기능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아이들이 함께 실컷 맘껏 뛰어놀면서 세상을 탐험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는 일상을 만드는 데 놀이터가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지도 깨닫게 될 것이다.
“작년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심포지엄’ 때 위지오 어린이가 축사를 했잖아요. 그때 지오가 ‘평범한 아이들의 행복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한 말이 뇌리에 남아요. 평범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요.” 26p
놀 곳이 생긴 아이들, 날렵해진 아이들, 한층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아이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우리가 만든 놀이터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고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삶에 재미있는 놀이 공간이 하나 생기는 작은 변화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맞닥뜨릴 고난에 견디는 힘을 더 강하게 해주길 기대해본다. 364p
놀이터에 대한 인식_ “요즘 애들이 놀이터에서 노나요?”
아이들은 놀이터를 중심으로 자기 지역을 판단한다
『놀이터를 지켜라』가 가장 강조하는 사실 중 하나는 여러 공공 시설물 중 왜 하필 놀이터를 개선했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6만 7,000개나 되는 놀이터가 있다. 편의점보다 3배, 치킨 가게보다 2배가 많으니 오늘날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시설물 중 하나가 놀이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43p). 하지만 그에 비해 놀이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가 아닌 이상 자기 동네에 놀이터가 몇 개나 있는지, 실제로 가본 곳은 몇 군데인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문제는, 어른들의 이러한 인식 때문에 아이들도 놀이터에 관심이 없을 거라 짐작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이다. 저자 역시 아이들이 학교, 학원, 피시방에서 주로 놀고 놀이터에는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와 세이브더칠드런이 공동 진행한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종합지수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동네 놀이터를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인식했다. 특히 지역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때 가장 자주 거론한 장소가 놀이터였다. 서울대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놀이터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동네를 안전하게 느끼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동네 놀이터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아이는 지역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지수도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44p)
저자가 놀이터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부딪힌 벽은 “요즘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어디 있느냐?”, “피시방이나 키즈카페도 많은데 왜 시끄럽게 놀이터에서 노느냐?”, “놀이터는 설치하는 데 비싸고 돈은 안 되니 구석에 짓거나, 아예 법을 개정해 놀이터 대신 편의시설을 짓게 하자”는 인식이었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이미 한 차례 놀이터 설치 관련 법을 개정하려고 시도한 바 있었다. 저자는 국회의 힘을 빌려 사라질 뻔한 놀이터를 지켜낸 경험을 바탕으로(73~77p)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이야말로 아이들의 놀 권리를 침해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여러 해외 연구 사례와 국내 연구기관의 통계자료 등을 제시하며 놀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놀이터에 주목하는 일이 저자 개인의 교육관 때문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중요하게 다루는 연구 분야라는 점에서 저자의 주장을 더욱 신뢰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많은 전문가가 놀이 생태계가 급격히 빈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놀이는 인류의 생존 방식 중 하나였다. 놀이는 일상의 행위이지만 놀이 생태계는 사회적 산물인데, 인류가 놀이를 통해 얻어오던 많은 지식을 지금은 학습과 교육이 대신하고 있다. 특히 몸을 활용한 놀이는 미디어의 범람으로 급감했고, 급격한 도시화와 자동차의 증가로 환경 또한 놀이에 부적합한 방향으로 변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전 인류를 통틀어 가장 놀지 못한 세대가 바로 지금 아이들 세대고, 앞으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놀이를 잃어버린 세대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91~92p
놀이터에 대한 오해_ “좋은 기구가 많아야 좋은 놀이터지요.”
놀이터에서 중요한 것은 기구가 아닌 ‘터’
많은 사람들이 ‘좋은 놀이터’ 하면 디자인, 놀이 기구 등 외적인 면을 생각한다. 특히 부모들은 화학 성분이 없는 놀이터, 안전한 기구가 많은 놀이터를 좋은 놀이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런 놀이터는 오히려 ‘놀 수 없는 놀이터’인 경우가 많다. 놀이터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새로움만 추구한 결과, 오늘날 많은 놀이터가 제작비는 비싼데 고장이 나도 고칠 수 없는, 너무 안전해서 재미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기구에 부딪히느라 뛸 수 없는, 결과적으로 어른들 보기에만 좋은 놀이터가 되어버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놀이터 개선 프로젝트의 많은 시간을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는 데 할애한다. 그 결과, 놀이터는 탈 기구가 많은 곳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뛰는 공간의 개념에 충실할 때 생명력이 길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이들은 놀이 기구를 타기 위해 놀이터에 오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놀기 위해 온다. 놀이 기구는 이곳이 놀이터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표시 역할을 할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의 생각과 짐작만으로 만든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 스스로 ‘내가 노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놀이터가 있는가 하면, 겉은 화려한데도 동네 아이들에게 ‘내 놀이 공간’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놀이터도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놀이터 디자인, 깨끗한 주변 환경, 공간의 넓이 등 한두 가지로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동네 아이들에게 ‘내 놀이터’로 인식되어야 ‘좋은 놀이터’라는 점이다. 333~334p
놀이터에 대한 편견_ “놀이터는 애들 가는 곳 아닌가요?”
놀이터를 개선하면 동네 문제가 해결된다
놀이터는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지만, 지역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공간인 셈이다.
실제로 저자는 놀이터 개선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지만 가장 많이 변화된 부분으로 주민들 간의 관계를 꼽는다. 길고양이 울음소리부터 놀이터를 접수한 청소년들 때문에 어린 자녀를 보내기가 두렵다는 젊은 부부, 밤늦게까지 놀이터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쓰레기 무단투기 때문에 집 앞까지 더러워진다는 인근 주민들까지, 놀이터를 둘러싼 갈등은 실로 다양했다.
하지만 놀이터 개선 과정에 주민들을 초대하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자, 주민들도 어느새 놀이터 지키미를 자처하며 놀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친목을 쌓으며 어떤 사람은 마을 공동체를 결성하고, 어떤 사람은 공동육아에 참여했다. 주민들끼리 서로 친해지면서 구청이 주도하지 않아도 마을 축제를 벌이며 지역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놀이터는 철저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주민 모두가 놀이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때 놀이터는 물론, 아이들의 안전과 놀이도 함께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이 놀이터를 자신들의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공간을 지키는 데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노는 아이가 많아지고 조용하던 골목이 아이들 소리로 시끄러워진다. 놀이터에서 놀기 시작한 아이들이 어느덧 골목으로, 동네로 나온다. 새로운 놀이를 만들며 매달리고 뛰놀다 보니 하나같이 민첩하기 이를 데 없다. 지역 주민들도 놀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시작한다. 평소 대화가 없던 어른들이 놀이터에서 뒤엉켜 노는 아이들 덕분에 대화를 시작한다. 이 모든 변화를 일일이 기록할 수는 없지만, 놀이터가 변하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들이다. 348p
▣ 작가 소개
저자 :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권리옹호부 국내옹호팀장.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했다. 대한민국 아동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법과 제도,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일을 한다. 아동을 위한 한 표 선거 옹호 활동, 농어촌 통학환경개선 옹호 활동, 동반자살 어휘 사용 근절 활동,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 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 활동에 참여했다.
아이들이 제대로 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시작한 소규모 스터디 모임이 서울시 중랑구의 공공 놀이터 두 곳을 지역 주민들, 아이들과 함께 개선하는 사업으로 이어졌다. 1년 넘게 놀이터 개선 사업을 이끌면서 우리 아이들의 놀이 현실이 얼마나 척박한지 절감했다. 놀이터 개선 사업을 계기로 놀이터 문화를 바꾸고자 《놀이터를 지켜라》를 썼다.
상상하고 기획하고 실행하기를 좋아하며,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친구와 함께 실컷 맘껏 놀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_ 나를 키운 건 8할이 놀이터였다
1장 놀이에 주목하다
우리 뭐 하고 놀아요? | 놀이를 공부해보자 | 소현, 도현이 남매와의 만남 | 놀이터의 비밀 | 이런 부모 또 없을까? | 요즘 애들이 놀이터에서 노나요? | 하늘 놀이터에서 배운 것
2장 놀이터를 생각하다
우리랑 같이 하실래요? | 한 가지만 하세요! | 서울시와 함께하다 | 놀이터가 왜 여기 있나요? | 세화 놀이터와의 만남 | 이건 내 놀이터예요 | 최고의 디자이너를 찾아라
3장 놀이터를 연구하다
아이들은 뛴다, 고로 존재한다 | 크게! 높게! 넓게! 무섭게! | 피시방보다 놀이터가 재미있어요 | 좋은 놀이터와 나쁜 놀이터 | 서울숲 체험기 | 낙서, 놀이가 되다 | 내 놀이터를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4장 놀이터를 개선하다
동네 일에 관심 있으세요? | 까다로운 이웃들과 함께 | 모래 바닥 vs 고무 바닥 | 놀이터를 다시 열던 날
5장 공동체를 살리다
새로운 놀이터에서 노는 법 | 앞집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 개장식 대신 놀이터 축제 | 마을 공동체의 힘을 느끼다 | 놀이터 백일잔치를 중계합니다
6장 586일의 여정 그 후를 생각하다
모험이 허락되지 않는 시대 | 놀이터를 지키는 소녀시대 | 좋은 놀이터는 어떤 놀이터인가 | 작지만 큰 변화 | 놀이터 지키기, 이제부터 시작이다
에필로그_ 평범한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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