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책소개
어느 날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앞에서 빙글빙글빙글, 공중 돌기를 세 번 하고서 말했습니다.
"나, 서커스단에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하얀 고양이는
"그래."
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난 백만 번이나……."
하고 말을꺼냈다가 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라고 하얀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으응."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늘 붙어 있었습니다.
▣ 신문 서평
나이테처럼 사랑을 먹은 고양이
100만 번이나 태어나고 100만 번이나 죽은 멋진 얼룩 고양이가 있었다. 100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사랑했고 그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고양이는 단 한번도 울지 않았다.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고 100만 번이나 죽어본 그에게 죽음은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첫 장에 홀로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 고양이는 정말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 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깍쟁이 같은 표정으로 독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는 거들먹거리며 자신이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을 소개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100만 번을 내세우면서. 고양이를 업기도 하고 꼭 껴안고 자기도 했던 어린 여자아이, 전쟁이 한창인데도 고양이를 껴안고 울었던 임금님, 공원 나무 아래 고양이를 묻었던 뱃사공, 서커스단 마술사, 쪼글쪼글 할머니, 도둑…. 그들은 한결같이 고양이 때문에 울었고, 고양이는 한결같이 그들을 아주 싫어했다.
그리고 100만 한 번째의 삶에서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자신만의 고양이, 도둑고양이로 처음 태어난다. 암고양이들이 선물공세에 애교작전으로 그의 환심을 사려고 하지만 그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 누구보다 자기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예쁘고 새하얀 암고양이를 만난다. 그가 만난,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첫 상대였다. “난 백만 번이나 죽어봤다고!” “그러니.”, “나, 서커스단에 있었던 적도 있다고.” “그래.” 심드렁한 대꾸에 결국 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라며 꼬리를 내린다. 둘은 새끼 고양이를 많이 많이 낳았고,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새끼들을 자신보다 더 사랑하게됐다. 들판에서 뛰어노는 행복하고 단란한 고양이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몇 장의 그림들이 푸근하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된 하얀 고양이는 야옹야옹 부드럽게 울면서 그의 곁에서 움직임을 멈춘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다. 밤이 되고 낮이 되도록. 또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백만 번이나 울었다. 책 첫 장과는 너무나 다른, 하얀 고양이를 껴안고 울부짖는 그의 모습에 보는 이의 마음이 시릴 정도다. 그리고 고양이는 숨을 거뒀고 두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감동적으로 느끼게 하는 책이다.[2002.11.4 한겨레신문 신복례 기자]
"내가 선택한 삶 아니면 100만 번 살고 죽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100만 번 산 고양이가 있다. 거꾸로 말하면 99만9999번 죽었다는 말이다.
언젠가 고양이는 임금님의 애완동물이었다. 어느날 전쟁터를 따라나갔다가 화살에 맞아 죽는다. 뱃사공의 고양이었을 때는 물에 빠져 죽고, 서커스단의 재주꾼으로 태어났을 때는 마술사의 톱에 몸이 싹둑 잘리는 사고로 죽는다.
고양이의 거듭된 삶과 죽음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먼저 나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것. 왕과 뱃사공과 도둑은 고양이가 죽었을 때 슬퍼하지만,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한 삶이었기 때문에 고양이는 그들과의 이별을 슬퍼하지 않는다.
둘째, 삶의 진정성은 오직 한 번의 삶으로 완성된다. 죽음이 환생을 통해 새로운 삶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고양이는 수많은 죽음을 통해 이 길로 가보고 저 길로도 가본다. 삶은 가벼움이자 오락이고, 죽음은 새 길로 들어서기 위해 잠시 대기하는 정류장 같은 것이다.
100만 번째 탄생은 도둑고양이였다. 주인 없는 고양이가 된 후에야 그는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고양이는 이미 삶의 진정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고양이에게 삶은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에서 계단 아래 뒹굴던 골디 혼과 메릴 스트립의 깨어진 몸들처럼 더럽고 비참한 꿈의 파편일 뿐이다. 인생에서 실패했다고? 그럼 죽었다가 다시 살아버리면 된다.
고양이는 어느날 사랑해야 할 대상을 발견한다. 그는 100만 번이나 살았지만 이 암컷과의 만남은 오직 이번 생에서만 가능함을 깨닫는다. 그녀와의 사이에 태어난 사랑하는 아이들 또한 다음 번 생에서는 만날 수가 없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오래도록 같이 살기를 소망한다.
세월이 흘러 아내가 죽었을 때, 고양이는 자신이 99만번 이상 해 보고도 몰랐던 그 의미를 깨닫고 눈물 흘린다. 그렇게 울다가 따라 죽은 고양이는 이후 두 번 다시 환생하지 않았다. 이것이 고양이가 100만1번째 삶을 살지 않게 된 이유이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바친 자신의 진정성을 환생이라는 행위로 더럽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2002.10.29 조선일보 김태훈 기자]
어느 날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앞에서 빙글빙글빙글, 공중 돌기를 세 번 하고서 말했습니다.
"나, 서커스단에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하얀 고양이는
"그래."
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난 백만 번이나……."
하고 말을꺼냈다가 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라고 하얀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으응."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늘 붙어 있었습니다.
▣ 신문 서평
나이테처럼 사랑을 먹은 고양이
100만 번이나 태어나고 100만 번이나 죽은 멋진 얼룩 고양이가 있었다. 100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사랑했고 그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고양이는 단 한번도 울지 않았다.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고 100만 번이나 죽어본 그에게 죽음은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첫 장에 홀로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 고양이는 정말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 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깍쟁이 같은 표정으로 독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는 거들먹거리며 자신이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을 소개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100만 번을 내세우면서. 고양이를 업기도 하고 꼭 껴안고 자기도 했던 어린 여자아이, 전쟁이 한창인데도 고양이를 껴안고 울었던 임금님, 공원 나무 아래 고양이를 묻었던 뱃사공, 서커스단 마술사, 쪼글쪼글 할머니, 도둑…. 그들은 한결같이 고양이 때문에 울었고, 고양이는 한결같이 그들을 아주 싫어했다.
그리고 100만 한 번째의 삶에서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자신만의 고양이, 도둑고양이로 처음 태어난다. 암고양이들이 선물공세에 애교작전으로 그의 환심을 사려고 하지만 그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 누구보다 자기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예쁘고 새하얀 암고양이를 만난다. 그가 만난,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첫 상대였다. “난 백만 번이나 죽어봤다고!” “그러니.”, “나, 서커스단에 있었던 적도 있다고.” “그래.” 심드렁한 대꾸에 결국 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라며 꼬리를 내린다. 둘은 새끼 고양이를 많이 많이 낳았고,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새끼들을 자신보다 더 사랑하게됐다. 들판에서 뛰어노는 행복하고 단란한 고양이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몇 장의 그림들이 푸근하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된 하얀 고양이는 야옹야옹 부드럽게 울면서 그의 곁에서 움직임을 멈춘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다. 밤이 되고 낮이 되도록. 또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백만 번이나 울었다. 책 첫 장과는 너무나 다른, 하얀 고양이를 껴안고 울부짖는 그의 모습에 보는 이의 마음이 시릴 정도다. 그리고 고양이는 숨을 거뒀고 두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감동적으로 느끼게 하는 책이다.[2002.11.4 한겨레신문 신복례 기자]
"내가 선택한 삶 아니면 100만 번 살고 죽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100만 번 산 고양이가 있다. 거꾸로 말하면 99만9999번 죽었다는 말이다.
언젠가 고양이는 임금님의 애완동물이었다. 어느날 전쟁터를 따라나갔다가 화살에 맞아 죽는다. 뱃사공의 고양이었을 때는 물에 빠져 죽고, 서커스단의 재주꾼으로 태어났을 때는 마술사의 톱에 몸이 싹둑 잘리는 사고로 죽는다.
고양이의 거듭된 삶과 죽음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먼저 나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것. 왕과 뱃사공과 도둑은 고양이가 죽었을 때 슬퍼하지만,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한 삶이었기 때문에 고양이는 그들과의 이별을 슬퍼하지 않는다.
둘째, 삶의 진정성은 오직 한 번의 삶으로 완성된다. 죽음이 환생을 통해 새로운 삶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고양이는 수많은 죽음을 통해 이 길로 가보고 저 길로도 가본다. 삶은 가벼움이자 오락이고, 죽음은 새 길로 들어서기 위해 잠시 대기하는 정류장 같은 것이다.
100만 번째 탄생은 도둑고양이였다. 주인 없는 고양이가 된 후에야 그는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고양이는 이미 삶의 진정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고양이에게 삶은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에서 계단 아래 뒹굴던 골디 혼과 메릴 스트립의 깨어진 몸들처럼 더럽고 비참한 꿈의 파편일 뿐이다. 인생에서 실패했다고? 그럼 죽었다가 다시 살아버리면 된다.
고양이는 어느날 사랑해야 할 대상을 발견한다. 그는 100만 번이나 살았지만 이 암컷과의 만남은 오직 이번 생에서만 가능함을 깨닫는다. 그녀와의 사이에 태어난 사랑하는 아이들 또한 다음 번 생에서는 만날 수가 없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오래도록 같이 살기를 소망한다.
세월이 흘러 아내가 죽었을 때, 고양이는 자신이 99만번 이상 해 보고도 몰랐던 그 의미를 깨닫고 눈물 흘린다. 그렇게 울다가 따라 죽은 고양이는 이후 두 번 다시 환생하지 않았다. 이것이 고양이가 100만1번째 삶을 살지 않게 된 이유이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바친 자신의 진정성을 환생이라는 행위로 더럽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2002.10.29 조선일보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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