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해 버린
한 인간의 불안한 내면과 고독의 기록
「변신」은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거대한 벌레로 변해 버린 한 남성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전말을 묘사한 소설이다. 카프카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소설로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 위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갑자기 거대한 갑충으로 변함으로써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자신의 방 안에 갇히고 만다. 그레고르 잠자의 변신에서 시작되어 그의 죽음으로 종결되는 「변신」은 현대인의 속성이라 할 수 있는 불안과 악몽의 기록인 동시에, 고독과 절망, 그리고 삶의 부조리와 인간소외로 인한 한계 상황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적나라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변신」이란 작품은 단 몇 가지의 의미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실존주의자들은 카프카 소설 속의 죄와 절망의 세계를 진정한 실존을 건설할 토대로 간주했고, 일군의 비평가들은 노이로제 증세를 보일 정도로 아버지에게 얽매여 있는 소설 속 상황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또 어떤 이들은 카프카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회적 비판, 권력자와 그 대리인의 비인간성, 정상적인 일상 밑에 숨어 있는 폭력과 야만성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초현실주의자들은 부조리의 끊임없는 침투를 작품 분석의 틀로 삼기도 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소외를
매혹적인 상징과 암시로 표현해 낸 카프카의 단편들
카프카의 소설들은 장편이건 단편이건 모두 풍부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그의 작품들은 강렬한 인상과 충격을 주는 동시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산초 판자에 관한 진실」과 「사이렌의 침묵」은 각각 『돈 키호테』와 『오디세이아』의 패러디인 동시에 문학 자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포기하시오!」와 「작은 우화」 는 길을 잃은 자를 돕지 않은 경찰관, 구석에 몰린 쥐에게 틀에 박힌 삶의 궤도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는 고양이를 통해 불안한 상황에 내맡겨진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비판적으로 제시한다. 이들 작품에서 엿보이는 철학적 사유는 카프카가 서구의 합리화 과정이 지닌 모순을 예리하게 통찰한 사람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카프카 자신이 몸담고 있던 현대 관료 사회에 대해 풍자한 「포세이돈」과 사법 체계가 지닌 억압적 권위와 불투명을 비판한 「법 앞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선고」는 「변신」과 더불어 많은 연구자들이 현대의 거의 모든 인문ㆍ사회과학적 관점과 방법론을 동원해서 해석하고자 할 정도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주인공 게오르크의 자살은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그에게 늘 애증의 감정을 품었던 작가의 속죄 의식으로, 러시아에서 독신으로 살면서 자기 사업에만 매진하는 친구 모습에서는 카프카가 원했던 삶을 구현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인류 문명사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빨간 페터는 한때 동물이었다가 지금은 인간의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보통의 인간보다 더 넓은 시야를 지닌 존재다. 그의 이야기에서는 본능과 이성적 훈육, 자유와 사회질서가 대비되고 있으며, 본능과 자유에 대한 모종의 그리움이 표현되고 있다. 그리고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사회질서와 동물보다 크게 나을 것 없는 인간의 자기기만과 오만을 은근히 비판하고 있다. 「여가수 요제피네 또는 쥐의 종족」은 예술가의 사회적 지위와 실존에 관한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카프카가 세상을 떠나기 3개월 전에 완성한 이 작품은 예술가 일반에 관한 카프카의 견해뿐만 아니라 카프카 자신의 체험과 고민이 투영된 작품이다.
인간의 불안한 내면과 고독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
나는 오로지 깨물고 찔러 대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으로 정수리를 갈겨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하러 책을 읽겠는가? (……)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책이란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처럼,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모든 사람을 떠나 인적 없는 숲 속으로 추방당한 것처럼, 자살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책이다.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여야 한다.
_카프카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카프카가 문학을 하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는 단호했다. 카프카가 창작한 모든 작품은 바로 이러한 ‘도끼’, 정수리를 갈겨서 우리를 깨어나게 하는 ‘주먹질’ 같은 것이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카프카의 문학은 결코 우리에게 편안함과 느긋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대신 그의 작품은 섬뜩함과 위협적인 감정을 품게 한다.
카프카의 작품은 자본주의적 시민 사회와 가족의 억압, 노동으로 인한 인간 소외, 현대 사회에서 부품처럼 변해 가는 개인이라는 주제를 끌어낸다. 모든 사회와의 연관으로부터 튕겨 나온 예술가의 불행한 실존에 대한 암시를 읽어 낼 수도 있고, 종교적인 맥락에서 죄와 벌이라는 메시지도 도출된다. 또 「변신」의 아버지와 그레고르의 관계에서는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발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벌레로의 변신을 심리적 퇴행으로 읽어 내는 학자도 있다. 더 나아가 주인공의 죽음을 사회와 가정이라는 일체의 억압에서 탈출하고 강제적 의무에서 벗어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이도 있다. 달리 말해 퇴행과 죽음은 해방과 면제의 의미로 함축되고, 이는 오로지 글쓰기에만 전념하고 싶었던 카프카의 소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카프카는 20세기 현대 소설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소설에 대한 전통적 관념에 도전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냈다. 현대 작가뿐만 아니라 많은 철학자, 사상가들이 카프카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지금까지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논의해 오고 있다.
글맛 나는 번역, 최고의 전문가가 쓴 해제,
올컬러 일러스트로 만나는 꿈결 클래식의 『변신』
꿈결 클래식은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번역을 하는 동시에 충실한 해제로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꿈결 클래식에서 펴낸 『변신』은 수십 권의 문학서와 철학인문서를 번역한 독일어권 최고의 번역가이자 독문학자인 박민수 교수의 섬세한 번역과 상세한 해제가 돋보인다. 저자 카프카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더불어 고뇌하는 예술가의 실존적 삶과 현대 인간의 불안 심리 및 소외 상태를 여러 작품 속에서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구현한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수많은 해석 가능성과 연구 방법론에 기반을 두고 심도 있게 분석했다.
또한 꿈결 클래식은 올 컬러 일러스트를 삽입하여 기존 세계문학전집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웹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남동훈 작가의 정감 있고 생생한 그림은 고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건드리는 고전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난다. 세월의 흐름을 뛰어넘어 당대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현재의 독자들까지 사로잡는 고전의 힘. 꿈결 클래식과 함께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더하는 고전을 만나길 바란다.
▣ 작가 소개
저 :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유대계 독일 작가.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를 다룬 소설가이다. 그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상황 설정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추구한 실존주의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력한 인물들과 그들에게 닥치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20세기 세상 속의 불안과 소외를 폭넓게 암시하는 매혹적인 상징주의를 이룩했다는 평을 받는다.
프란츠 카프카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프라하의 독일어를 쓰는 중간계급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수성가한 상인으로 기골이 크고 독선적이었던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못했다. 현실적이고 빈틈없는 아버지의 눈에는 아들의 모습이 몽상가에 불과했으며, 어린 카프카의 눈에 아버지는 지독한 일벌레에 가족은 안중에도 없이 사업의 성공에만 몰입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신분상승을 위해 어머니조차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그는 줄곧 남의 손에 의해 키워졌고, 그의 나이 두 살 때, 그리고 네 살 때 동생인 게오르크와 하인리히가 태어났지만 곧 죽고 마는 일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그의 나이 여섯 살 때인 1889년 여동생 엘리가, 또 1년 뒤에는 발리가, 그리고 그 2년 뒤에는 오틀라가 태어나지만, 이 세 자매 역시 제2차 세계 대전의 광기에 희생당하고 만다. 아버지와의 불화와 동생들의 잇단 죽음을 목격하면서 그는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낸다.
그의 아버지는 카프카에게 상인의 기질이 보이지 않자 독일계 인문 중고등학교에 입학시킨다. 이곳에서 카프카는 ''루돌프 일로비, 시오니스트 후고 베르크만, 에발트 펠릭스 프리브람, 오스카 폴락 등 평생을 두고 교유하는 몇 명의 중요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1901년 프라하의 카를 페르디난트 대학에 진학한 카프카는 주로 문학과 예술사 강의에 흥미를 보였으나, 아버지의 바람대로 법학을 전공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법관이나 변호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므로, 1906년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법원에서 1년간의 수습 기간을 마친 뒤 일반 보험 회사에 입사한다. 1908년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 상해 보험 회사로 자리를 옮긴 후로는 죽기 2년 전인 1922년까지 그곳에서 법률고문으로 근무하는 한편, 오후 2시에 퇴근하여 밤늦도록 글을 썼다.
이 무렵 유럽의 노동 환경은 무척 열악했다. 카프카는 공무 출장과 노동자들과의 접촉 등 이곳에서의 업무를 통해 관료기구의 무자비성, 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대우와 이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직접 체험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내면을 속속들이 꿰뚫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카프카가 자신의 작품에서 개인의 소외와 무력감에 대해 보여주는 깊은 통찰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19년 각혈을 했으나 의사의 진찰을 거부하다 증세가 악화되어 결국 요양소와 여동생들의 집을 전전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그는 죽을 때까지 함께한 도라 디만트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비로소 일찍이 맛보지 못한 삶의 애착과 행복을 경험한다. 도라는 그의 곁을 밤낮으로 지키며 간호했지만 1924년, 병약하고 내향적이었던 그는 자신에게 부과되는 출세,결혼 등의 중압감에 쫓기며 글을 쓰다가 폐결핵에 영양부족까지 겹쳐 41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에 이른다.
카프카는 평생 불행하게 지냈다. 프라하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던 독일인에게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유대인들로부터는 시온주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배척받았다. 생전에 카프카는 출판업자들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발표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를 꺼렸으며, 발표된 작품들도 대중의 몰이해 속에 거의 팔리지도 않았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친구에게 보낸 유서에서 자신의 모든 글을 불태워줄 것을 부탁했을 만큼 쓰는 것 외의 다른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세계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의 작품은 타계후 전 세계에 알려졌다.
1912년에 『실종자』(후에 『아메리카』로 개제), 『변신』을 쓰기 시작했고, 1914년에는 『유형지에서』와 『심판』 집필에 들어갔다. 1916년에는 단편집 『시골 의사』를 탈고했다. 1917년에 폐결핵이 발병하여 여러 곳으로 정양을 다니게 되고, 1922년에 『성』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결국 폐결핵으로 1924년에 빈 교외의 키어링 요양원에서 사망했다. 『변신』 외에 대표작으로 『심판』 『성城』 『실종자』 『유형지에서』 『시골의사』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박민수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바움가르텐, 람베르트, 칸트, 실러, 헤겔의 미학에서 미적 가상의 복안」이란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에 인문한국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미와 현상에서의 치유」, 「풍경과 모던의 예술」, 「고트프리 뵘의 이미지론」, 주요 역서로 『젊은 베르터의 고뇌』, 『데미안』, 『세계 철학사』, 『곰브리치 세계사』, 『화가 헤세』 등이 있다.
그림 : 남동훈
대구예술대학교 서양화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내외 아트페어와 개인전 및 단체전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현재 콘셉트아트, 출판, 웹툰, 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웹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주요 목차
변신
법 앞에서
산초 판자에 관한 진실
사이렌의 침묵
작은 우화
포기하시오!
팽이
포세이돈
선고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여가수 요제피네 또는 쥐의 종족
해제_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수수께끼들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해 버린
한 인간의 불안한 내면과 고독의 기록
「변신」은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거대한 벌레로 변해 버린 한 남성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전말을 묘사한 소설이다. 카프카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소설로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 위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갑자기 거대한 갑충으로 변함으로써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자신의 방 안에 갇히고 만다. 그레고르 잠자의 변신에서 시작되어 그의 죽음으로 종결되는 「변신」은 현대인의 속성이라 할 수 있는 불안과 악몽의 기록인 동시에, 고독과 절망, 그리고 삶의 부조리와 인간소외로 인한 한계 상황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적나라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변신」이란 작품은 단 몇 가지의 의미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실존주의자들은 카프카 소설 속의 죄와 절망의 세계를 진정한 실존을 건설할 토대로 간주했고, 일군의 비평가들은 노이로제 증세를 보일 정도로 아버지에게 얽매여 있는 소설 속 상황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또 어떤 이들은 카프카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회적 비판, 권력자와 그 대리인의 비인간성, 정상적인 일상 밑에 숨어 있는 폭력과 야만성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초현실주의자들은 부조리의 끊임없는 침투를 작품 분석의 틀로 삼기도 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소외를
매혹적인 상징과 암시로 표현해 낸 카프카의 단편들
카프카의 소설들은 장편이건 단편이건 모두 풍부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그의 작품들은 강렬한 인상과 충격을 주는 동시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산초 판자에 관한 진실」과 「사이렌의 침묵」은 각각 『돈 키호테』와 『오디세이아』의 패러디인 동시에 문학 자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포기하시오!」와 「작은 우화」 는 길을 잃은 자를 돕지 않은 경찰관, 구석에 몰린 쥐에게 틀에 박힌 삶의 궤도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는 고양이를 통해 불안한 상황에 내맡겨진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비판적으로 제시한다. 이들 작품에서 엿보이는 철학적 사유는 카프카가 서구의 합리화 과정이 지닌 모순을 예리하게 통찰한 사람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카프카 자신이 몸담고 있던 현대 관료 사회에 대해 풍자한 「포세이돈」과 사법 체계가 지닌 억압적 권위와 불투명을 비판한 「법 앞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선고」는 「변신」과 더불어 많은 연구자들이 현대의 거의 모든 인문ㆍ사회과학적 관점과 방법론을 동원해서 해석하고자 할 정도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주인공 게오르크의 자살은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그에게 늘 애증의 감정을 품었던 작가의 속죄 의식으로, 러시아에서 독신으로 살면서 자기 사업에만 매진하는 친구 모습에서는 카프카가 원했던 삶을 구현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인류 문명사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빨간 페터는 한때 동물이었다가 지금은 인간의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보통의 인간보다 더 넓은 시야를 지닌 존재다. 그의 이야기에서는 본능과 이성적 훈육, 자유와 사회질서가 대비되고 있으며, 본능과 자유에 대한 모종의 그리움이 표현되고 있다. 그리고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사회질서와 동물보다 크게 나을 것 없는 인간의 자기기만과 오만을 은근히 비판하고 있다. 「여가수 요제피네 또는 쥐의 종족」은 예술가의 사회적 지위와 실존에 관한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카프카가 세상을 떠나기 3개월 전에 완성한 이 작품은 예술가 일반에 관한 카프카의 견해뿐만 아니라 카프카 자신의 체험과 고민이 투영된 작품이다.
인간의 불안한 내면과 고독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
나는 오로지 깨물고 찔러 대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으로 정수리를 갈겨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하러 책을 읽겠는가? (……)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책이란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처럼,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모든 사람을 떠나 인적 없는 숲 속으로 추방당한 것처럼, 자살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책이다.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여야 한다.
_카프카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카프카가 문학을 하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는 단호했다. 카프카가 창작한 모든 작품은 바로 이러한 ‘도끼’, 정수리를 갈겨서 우리를 깨어나게 하는 ‘주먹질’ 같은 것이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카프카의 문학은 결코 우리에게 편안함과 느긋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대신 그의 작품은 섬뜩함과 위협적인 감정을 품게 한다.
카프카의 작품은 자본주의적 시민 사회와 가족의 억압, 노동으로 인한 인간 소외, 현대 사회에서 부품처럼 변해 가는 개인이라는 주제를 끌어낸다. 모든 사회와의 연관으로부터 튕겨 나온 예술가의 불행한 실존에 대한 암시를 읽어 낼 수도 있고, 종교적인 맥락에서 죄와 벌이라는 메시지도 도출된다. 또 「변신」의 아버지와 그레고르의 관계에서는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발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벌레로의 변신을 심리적 퇴행으로 읽어 내는 학자도 있다. 더 나아가 주인공의 죽음을 사회와 가정이라는 일체의 억압에서 탈출하고 강제적 의무에서 벗어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이도 있다. 달리 말해 퇴행과 죽음은 해방과 면제의 의미로 함축되고, 이는 오로지 글쓰기에만 전념하고 싶었던 카프카의 소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카프카는 20세기 현대 소설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소설에 대한 전통적 관념에 도전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냈다. 현대 작가뿐만 아니라 많은 철학자, 사상가들이 카프카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지금까지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논의해 오고 있다.
글맛 나는 번역, 최고의 전문가가 쓴 해제,
올컬러 일러스트로 만나는 꿈결 클래식의 『변신』
꿈결 클래식은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번역을 하는 동시에 충실한 해제로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꿈결 클래식에서 펴낸 『변신』은 수십 권의 문학서와 철학인문서를 번역한 독일어권 최고의 번역가이자 독문학자인 박민수 교수의 섬세한 번역과 상세한 해제가 돋보인다. 저자 카프카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더불어 고뇌하는 예술가의 실존적 삶과 현대 인간의 불안 심리 및 소외 상태를 여러 작품 속에서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구현한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수많은 해석 가능성과 연구 방법론에 기반을 두고 심도 있게 분석했다.
또한 꿈결 클래식은 올 컬러 일러스트를 삽입하여 기존 세계문학전집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웹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남동훈 작가의 정감 있고 생생한 그림은 고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건드리는 고전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난다. 세월의 흐름을 뛰어넘어 당대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현재의 독자들까지 사로잡는 고전의 힘. 꿈결 클래식과 함께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더하는 고전을 만나길 바란다.
▣ 작가 소개
저 :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유대계 독일 작가.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를 다룬 소설가이다. 그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상황 설정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추구한 실존주의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력한 인물들과 그들에게 닥치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20세기 세상 속의 불안과 소외를 폭넓게 암시하는 매혹적인 상징주의를 이룩했다는 평을 받는다.
프란츠 카프카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프라하의 독일어를 쓰는 중간계급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수성가한 상인으로 기골이 크고 독선적이었던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못했다. 현실적이고 빈틈없는 아버지의 눈에는 아들의 모습이 몽상가에 불과했으며, 어린 카프카의 눈에 아버지는 지독한 일벌레에 가족은 안중에도 없이 사업의 성공에만 몰입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신분상승을 위해 어머니조차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그는 줄곧 남의 손에 의해 키워졌고, 그의 나이 두 살 때, 그리고 네 살 때 동생인 게오르크와 하인리히가 태어났지만 곧 죽고 마는 일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그의 나이 여섯 살 때인 1889년 여동생 엘리가, 또 1년 뒤에는 발리가, 그리고 그 2년 뒤에는 오틀라가 태어나지만, 이 세 자매 역시 제2차 세계 대전의 광기에 희생당하고 만다. 아버지와의 불화와 동생들의 잇단 죽음을 목격하면서 그는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낸다.
그의 아버지는 카프카에게 상인의 기질이 보이지 않자 독일계 인문 중고등학교에 입학시킨다. 이곳에서 카프카는 ''루돌프 일로비, 시오니스트 후고 베르크만, 에발트 펠릭스 프리브람, 오스카 폴락 등 평생을 두고 교유하는 몇 명의 중요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1901년 프라하의 카를 페르디난트 대학에 진학한 카프카는 주로 문학과 예술사 강의에 흥미를 보였으나, 아버지의 바람대로 법학을 전공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법관이나 변호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므로, 1906년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법원에서 1년간의 수습 기간을 마친 뒤 일반 보험 회사에 입사한다. 1908년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 상해 보험 회사로 자리를 옮긴 후로는 죽기 2년 전인 1922년까지 그곳에서 법률고문으로 근무하는 한편, 오후 2시에 퇴근하여 밤늦도록 글을 썼다.
이 무렵 유럽의 노동 환경은 무척 열악했다. 카프카는 공무 출장과 노동자들과의 접촉 등 이곳에서의 업무를 통해 관료기구의 무자비성, 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대우와 이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직접 체험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내면을 속속들이 꿰뚫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카프카가 자신의 작품에서 개인의 소외와 무력감에 대해 보여주는 깊은 통찰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19년 각혈을 했으나 의사의 진찰을 거부하다 증세가 악화되어 결국 요양소와 여동생들의 집을 전전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그는 죽을 때까지 함께한 도라 디만트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비로소 일찍이 맛보지 못한 삶의 애착과 행복을 경험한다. 도라는 그의 곁을 밤낮으로 지키며 간호했지만 1924년, 병약하고 내향적이었던 그는 자신에게 부과되는 출세,결혼 등의 중압감에 쫓기며 글을 쓰다가 폐결핵에 영양부족까지 겹쳐 41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에 이른다.
카프카는 평생 불행하게 지냈다. 프라하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던 독일인에게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유대인들로부터는 시온주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배척받았다. 생전에 카프카는 출판업자들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발표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를 꺼렸으며, 발표된 작품들도 대중의 몰이해 속에 거의 팔리지도 않았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친구에게 보낸 유서에서 자신의 모든 글을 불태워줄 것을 부탁했을 만큼 쓰는 것 외의 다른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세계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의 작품은 타계후 전 세계에 알려졌다.
1912년에 『실종자』(후에 『아메리카』로 개제), 『변신』을 쓰기 시작했고, 1914년에는 『유형지에서』와 『심판』 집필에 들어갔다. 1916년에는 단편집 『시골 의사』를 탈고했다. 1917년에 폐결핵이 발병하여 여러 곳으로 정양을 다니게 되고, 1922년에 『성』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결국 폐결핵으로 1924년에 빈 교외의 키어링 요양원에서 사망했다. 『변신』 외에 대표작으로 『심판』 『성城』 『실종자』 『유형지에서』 『시골의사』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박민수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바움가르텐, 람베르트, 칸트, 실러, 헤겔의 미학에서 미적 가상의 복안」이란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에 인문한국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미와 현상에서의 치유」, 「풍경과 모던의 예술」, 「고트프리 뵘의 이미지론」, 주요 역서로 『젊은 베르터의 고뇌』, 『데미안』, 『세계 철학사』, 『곰브리치 세계사』, 『화가 헤세』 등이 있다.
그림 : 남동훈
대구예술대학교 서양화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내외 아트페어와 개인전 및 단체전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현재 콘셉트아트, 출판, 웹툰, 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웹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주요 목차
변신
법 앞에서
산초 판자에 관한 진실
사이렌의 침묵
작은 우화
포기하시오!
팽이
포세이돈
선고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여가수 요제피네 또는 쥐의 종족
해제_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수수께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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