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산업 -자본과 정부는 우리에게 어떻게 행복을 팔아왔는가-

고객평점
저자윌리엄 데이비스
출판사항동녘, 발행일:2015/07/10
형태사항p.344 A5판:21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297737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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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인간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와 조작을 통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사회를 개선시키겠다는 지금의 지적 프로젝트의 오도된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눈이 번쩍 뜨이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며, 마음이 확 트이게 하는 책이다.”
장하준_《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경제학자

“이 이해하기 쉽고, 사실로 가득 찬 행복 산업의 역사는 어떻게 행복의 측량이 의미와 공동체로부터 체계적으로 분리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권력의 핵심에서 욕망과 행위의 점검판으로 탈바꿈했는지를 보여준다.”
더글러스 러시코프_《현재의 충격: 모든 것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의 저자, 미디어 이론가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가 우리 내부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올바른 제스처, 즉 세상을 향해 바깥으로 날을 세우는 비판적인 마음을 수호할 것을 정확하게 제안한다.”
사이먼 크리츨리_《무신론자의 신앙The Faith of the Faithless》의 저자, 철학자

이 시대, 새로운 종교가 된 행복

2000년대 이후 ‘행복경제학’, ‘행복과학, ’긍정심리학‘은 우리 주변 어디서든 익숙하게 보고들을 수 있는 주제가 되었다. 이들은 행복지수를 산출하고, 우리의 뇌가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를 측정하며,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만들 수 있는지를 설파한다. 고용주들은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방법을 배우고, 실업자들은 일에 대한 열정을 되찾는 법을 배운다.

‘행복’이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가 있다. 세계경제의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경쟁 논리의 화신으로 대변되기도 하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2014년, 한 승려가 참석을 했다. 마티유 리카르라는 프랑스 출신의 승려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명성을 갖고 있으며 행복을 주제로 TED 강연을 하기도 했다. 2014년 다보스 포럼에서 심신의 행복을 주제로 한 세션은 25개였으며, 달라이 라마의 저서를 번역하고 행복을 강의하는 승려가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이들을 데리고 명상을 했다는 것이다. 경제의 영역뿐이 아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공식적인 통계기관들은 국가의 행복 수준에 대한 정기보고서를 발간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메르켈 행복 독트린’을 설정하고 경제학자, 사회학자 등을 통해 이를 검토하게 했으며, 국민총행복지수(GNH)는 국제 비교의 주요 척도가 되었다. 이 흐름에 과학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신경과학자들은 행복과 불행이 뇌에 어떻게 물리적으로 각인되어 있는지를 규명하고, 인간의 표정을 분석해 감정을 파악하는 컴퓨터 기술의 출현, ‘기분 추적’을 행하는 스마트폰 앱, 가령 무드스코프(MS사에서 개발 중인 스마트폰 사용자의 기분을 추적하는 앱), 트랙 유어 해피니스, 매피니스(각각 하버드대학과 런던정경대에서 개발한 기분 추적 스마트폰 앱)까지 등장했다. 행복은 현재 경제경영, 심리학, 의학, 뇌과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제 가운데 하나이며, 이러한 담론들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어째서 이 행복이 지금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는지 그것을 질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행복을 측정하고 있는지, 우리의 행복은 과학적으로 어떤 현상인 것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그 연구결과들이 발표되지만, 어째서 지금 행복이라는 주제가 대두했고, 이것이 의미하는 지금 시대의 사회는 어떤 사회인지를 논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지금 시대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행복이란 단순한 개인의 감정과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파한다. 저자는 ‘행복의 과학’이 갑작스럽게 21세기 초에 대두된 것에는 중요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바로 자본주의의 본성과 관련된 것이다. 즉 행복이 중요해진 것은 그만큼 사회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행함이 중요해졌다는 반증인데, 많은 사회 구성원이 느끼는 불행함은 불평등을 심화하고 심리적, 감정적으로 관계를 맺는 데 자본주의 체제가 바로 그 어려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불행함은 다시 자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행복과학’이 지금의 지위를 달성하게 된 것은 이에 필요한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약속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행복이 과학적으로, 계산 가능한, 측정 가능한 수치로 변환되고 심리학은 사람들이 지금의 근본적인 문제(사회구조적, 정치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회복해 다시 일터로 돌아가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가 제기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자본주의하에서 기술이 우리의 감각과 기분, 감정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물리적 환경을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감정은 실시간으로 수량화되고 이는 시장을 넘어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게 되었다.

감정은 어떻게 측정과 통제의 대상이 되었으며, 자본주의의 새로운 최전선에 서게 되었는가?
: 공리주의에서 신자유주의, 시카고경제학파에서 행동경제학,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종횡하며 캐내는 행복산업의 뿌리와 진화

물론 행복이 주류 담론으로 부상하는 흐름 속에서 사회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자기계발 담론에 대한 비판, 과학기술에 의한 통제와 감시 문제에 대한 비판 역시 존재해 왔다. 이 책 역시 자본주의의 불행은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때문에 이것이 의학적, 과학적, 심리학적 접근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또한 우리의 행복과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목적 아래 벌어지고 있는 일상적 감시환경의 위험성을 정확히 경고한다. 하지만 이 책은 행복 담론의 기저에 있는 정치적, 경제적 이익에 대한 비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의 행복, 나아가 감정을 둘러싼 심리학적 과열의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 지금 역사적, 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종합적이고 묵직하게 행복산업을 추적한다.

“오늘날의 행복과학은 마음과 세상 간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탐구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꾸준한 프로젝트의 최신판일 뿐이라면 어떨까? (…) 프랑스혁명 시절부터 현재까지 특정한 과학적 유토피아가 판매되었다. 바로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적절한 과학이 있으면 도덕성과 정치의 핵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12쪽)

이 책은 특히 행복, 감정이 ‘과학적’ 측정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있는 숫자나 지표라는 데이터로 환산되고, 이것이 행복경제학과 긍정심리학으로 이전되는 지점에 주목한다. 200여 년 전 벤담의 공리주의적 아이디어―최대다수의 행복을 구현하기 위한 객관적 지표의 개발―는 이제 심리 측정을 위한 설문지, 미묘한 표정(가령 콸리아라는 회사는 컴퓨터를 통해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를 분석해 이를 가치로 환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맥박, 화폐, 설문지 등을 통해 우리의 주관적인 경험을 비교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들로 진화했다. 최근 등장한 애플사와 구글사의 스마트 워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행복과학이 도덕적으로 의미 있는 ‘행복’이라는 것을 이렇게 ‘측정’하는 것 그 자체에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행복과학은 뭔가 의미 있는 것을 포착하고자 하지만, 그 의미를 적절하게 붙들기에는 너무 차가운 도구와 척도를 사용”(49쪽)한다는 것이다. 무게를 비교하는 것처럼 인간의 감정도 비교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측정 가능한 행복과 쾌락이라는 것은 대체 누구에게 봉사하는 것일까?

행복측정, 즉 주관적인 우리의 감정이 정량화되고 수량화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심리적인 상태는 신체적인 발현을 통해 발견된다. 이제 노동의 육체적 성격과 심리적 성격이 서로 뒤섞이고, 현대의 자본은 노동자의 육체, 마음, 생산량은 동시에 개선될 수 있다는 철칙 속에 움직인다. 노동자의 스포츠 활동이나 ‘정신적 회복력’ 등 작업장에서 건강과 웰빙에 위험이 될 만한 요인들을 규명하고, 노동자의 흡연과 음주, 운동마저도 이제 평가의 대상이 된다. 이제 일을 잘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일을 잘한다는 전도된 논리가 완성된 지 오래다.

한편 행복의 측정, 특히 인간의 감정을 뇌의 반응으로 환원하고 정량화된 숫자로 바라보는 정신의학과 심리학은 시카고경제학파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와 결탁해 무한경쟁 시대의 이론을 완성한다. 이들은 “약자에 대해 각별한 정치적 혹은 도덕적 책임을 지니며, 때로 이 때문에 강자에게 어떤 제약을 가해야 할 수도 있다는 논리를 박살내 버렸다. 이제 권위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은 채 강자와 약자를 측정하고 등급을 매기며 비교하고 대조하는 행위에만, 약자에게 너희가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행위에만, 그리고 강자에게는 최소한 당분간 승자는 너희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행위 속에만 존재한다. 신자유주의 규제자와 평가자들의 기술 관료적 도구들 속에는 야만적인 정치철학이 숨어 있다. 이 정치철학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실패자라며 손가락질하고, 언젠가는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조차 거의 남겨두지 않는다.”(205~206쪽)

행복의 배신
: 착한 기업, 이타적 경제, 긍정심리학?

최근의 자본주의는 그 경쟁과 개인주의의 극단으로 비판받고 있으며, 긍정심리학과 행복경제학이라는 이름은 그것의 대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행동경제학은 이 선봉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가령 ‘넛지’나 도덕심과 사회적 유대에 호소하는 행동경제학의 주장들은 얼핏 개인주의와 금전적 계산에 대한 비판을 장착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업적은 이 통찰력을 취하되, 권력의 이익을 위해 도구화한 점에 있다. 사회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포획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211쪽)라고 선을 긋는다. 행동경제학의 핵심적 통찰 중 하나는 “만일 누군가가 다른 인간을 통제하고자 한다면 자기 이익보다는 도덕심과 사회적 정체성에 호소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때가 종종 있다는 점”(211쪽)이며, 오히려 공정성, 선물과 같은 개념을 심리학적, 신경학적 틀에 가둔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기본적인 도덕적 감수성마저 포괄하는 확장태다. 마케팅의 영역에서 고객에게 ‘감사’를 전달하고, 사회적 가치를 앞세운 브랜드 광고는 이제 흔하며, 소셜미디어는 소비자의 습관과 관계망을 자본에게 제공한다. “행동경제학이 우리가 사회적이며 이타적인 존재임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방식을 강조하고 있을 때 소셜미디어는 기업들에게 사회적 행위를 분석하고 먹잇감으로 삼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217쪽) 이제 기업은 우리의 친구가 되려고 하며 겉으로는 화폐의 모습을 지운다.

긍정심리학의 전도사들 역시 사회적 관계의 결핍의 문제를 지적해 왔고, 감사, 공감과 같은 단어 역시 반복된다. 하지만 결국 사회적 상호성을 강조할 때 그것이 결국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편익’을 가져온다는 방식으로 정당화된다. 즉 사회적인 것이 각자의 의학적, 정서적, 금전적 성취의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자기성찰과 자기수양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신자유주의적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한다. 우정처럼 과거에는 경제적 논리를 벗어나 있던 모든 것이 소리 없이 경제적 논리에 포섭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뇌와 신체를 사회성과 연결시키는 사회신경과학은 사회적 행동을 건강, 행동, 부의 한 요소로 분석하는 데 생리학적 근거를 마련한다. 개개인의 심리상태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마저도 인체의 의학적, 생물학적 속성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당신은 행복에 반대할 수 있는가?
: 비판의 날을 우리의 내부를 향해 벼릴 것인가, 세상을 향해 밖으로 벼릴 것인가?

이 책은 전 세계의 자본과 권력이 주목하는 ‘행복’이라는 의제의 철학적 모순,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 뿌리를 밝히며 경고한다. 이제 행복과 우리의 감정은 이 시대 새로운 종교이며 우리의 건강과 행복, 즐거움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우리를 둘러싼 일상 속에서 우리의 감정이 수량화되고 측정되고 있으며 다시 우리의 삶으로 침투하고 있다고. 그리고 최소한 우리 삶이 전문적으로 관리되는 정도에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거미줄처럼 곳곳에 뻗은 감시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행복을 조금 포기할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행복의 극대화를 비판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 ‘행복산업’의 모습이 역사적이고 사회학적인 문제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끊임없이 우리 개인의 불행이 각자의 잘못이라고 몰아가는 탓에 우리의 감정, 뇌, 행동에 비판의 날을 겨냥할 것이 아니라 밖을 향해 벼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 작가 소개

저 : 윌리엄 데이비스(William Davies)
영국의 사회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다. 경제학의 정치적 유용성, 신자유주의적 사고의 역사, 경제심리학의 성장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다. 〈뉴 레프트 리뷰〉,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 기고하고 있으며 대안언론 〈오픈 데모크라시〉의 부편집장이다. 그의 웹사이트(www.potlatch.org.uk)는 〈뉴욕 타임스〉의 ‘오늘의 사상’ 시리즈에 실리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신자유주의의 한계The Limits of Neoliberalism》(2014)가 있다. 현재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대학 정치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역 : 황성원
하기 싫은 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하지 않는 비타협적인 투지와 싫은 사람에 대해서는 (좀 치사하게 뒤에서라도) 반드시 내색을 하고야 마는 비사회성을 행복의 필수요소로 여기며, 잡다한 자급기술을 보험 삼아 골방에서 번역일로 근근한 생계를 유지한다. 호의호식은 못해도 조상의 은덕으로 밥줄은 끊어지지 않으리라는 사주명리학자의 풀이를 무턱대고 믿어서인가, 당장 몇 달 뒤의 일감이 막막한 상황에서도 그렇게 조바심이 나진 않고, 덕분에 그럭저럭 행복하다. 옮긴 책으로 《저항 주식회사》, 《자본의 17가지 모순》, 《혁명의 영점》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1. 네 감정을 알라
2. 쾌락의 가격
3. 구매 의향
4. 심신이 통합된 노동자
5. 권위의 위기
6. 사회적 최적화
7. 실험실에서 산다는 것
8. 비판적인 동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註)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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