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1. 프랑스를 사로잡는 아멜리 노통브의 힘
매해 8월이면 새 소설과 함께 독자들을 찾아오는 프랑스 문단의 스타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멜리 노통브가 올해도 어김없이 새 작품을 발표했다.(국내에 이번 번역된 책은 프랑스에서 2009년 8월에 출간되었고, 올 8월 18일에는 『Une forme de vie』라는 새 소설이 현지 출간 예정이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대상, 플로르상, 알랭 푸르니에상, 르네 팔레상 등 수많은 수상경력에 2008년에는 장 지오노 문학상 대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더하며 올해로 데뷔 19년째를 맞는 아멜리 노통브의 열여덟 번째 소설 제목 『겨울 여행』은 슈베르트의 연작 가곡집(우리나라에는 〈겨울 나그네〉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겨울 여행』의 주인공 조일은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죽인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을 건축학적으로 적용하여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아스트로라브) 첫 글자 A를 연상시키는 파리의 에펠탑을 납치한 비행기로 폭파시키려 한다.
우리의 주인공에게는 사랑의 실패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사랑의 파괴를 통해 사랑을 완성시키려는 한 남자의 슬픈 사랑법은 차가운 얼음 속에 갇힌 한 여인의 마음을 녹여낼 수 있을까?
이상야릇하지만 어딘가에 꼭 있을 법한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창조하는 아멜리 노통브는 분명 천재작가이다. 독특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끄는 그녀의 솜씨에는 따라올 자가 없다. 『겨울 여행』 속의 ‘여행(trip)’에는 이중의 뜻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는 겨울 나그네의 외로운 사랑 여정’과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의 흡수로 야기되는 상태(소설 속 주인공들은 환각버섯의 도움으로 내면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에서의 내면 여행’. 작가가 열정적으로 묘사한 환각이야말로 이 소설의 백미이다. 자극적이면서도 사이키델릭하다.
『겨울 여행』의 표지사진은 1934년부터 살바도르 달리, 장 콕토, 프랑수아즈 사강, 카롤 부케, 기욤 카네, 등 연극배우, 무용가, 화가, 작곡가, 정치인, 스포츠 스타, 작가들을 카메라에 담아온 ‘스튜디오 아르쿠르(Studio Harcourt)’의 솜씨로 30년대 은막의 스타로 노통브의 모습을 표현해내었다.
프랑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겨울 여행』은 “진한 탄닌에 적절히 섞인 고통의 맛에 이어지는 살얼음의 냉기와 황홀한 착란이 섞인 뒷맛이 감미로운 작품”(르 푸엥),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의 우울한 분위기에 적절히 섞인 노통브만의 짓궂은 유머와 도발적이면서도 즐거운 명랑 쾌활함이 돋보이는 작품”(리르), “현기증나는 사랑으로 야기될 파리의 9?11 테러”(텔레 루아지르) 등의 평가를 받았다.
2. 프랑스 문단의 독특한 상상력, 노통브가 들려주는 짓궂은 사랑 이야기
노통브가 창조해내는 인물들이 늘 그렇듯이, 『겨울 여행』 속 주인공들의 이름은 평범하지가 않다. 조일과 아스트로라브(중세 최대의 연애사건의 주인공 엘로이즈와 아벨라르의 아들 이름이다)는 『로베르 인명사전』의 프렉트뤼드나 『적의 화장법』의 텍스토르 텍셀만큼이나 낯설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성격에 딱 맞는 이름을 짓기 위해 여러 책들을 심도 있게 읽는다고 밝혔다. “마음에 드는 이름을 찾기 위해 고심을 한다. 19세기에 편찬된 사전을 뒤져보기도 하는데, 그 사전이 꼭 광산 같아서 파들어가면 갈수록 놀랍고도 특이한 이름들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의미와 울림을 살려 내 나름대로 전혀 새로운 이름을 창조하기도 한다.” 배경은 『적의 화장법』에서처럼 공항이다. 작가가 즐겨 다루는 거식증이라는 소재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다만, 그 소재며 주제들이 전작들에서보다 더욱 깊이 있고 풍성하게 요리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작품에서 노통브는 비행기 납치라는 테러를 저지르는 사람의 심리를 탐색한다. 왜 그런 범죄를 결심하는 걸까? 물론 노통브식 해답은 ‘사랑’이다. 이번 작품은 빗나가버린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문헌학자이지만 전력공사 직원으로 일하는 조일은 여류 소설가 알리에노르 말레즈와 함께 온기 하나 없는 싸늘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아스트로라브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알리에노르는 특이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지적장애인으로 아스트로라브의 도움이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알리에노르의 보호자를 자청한 아스트로라브가 한순간도 그녀를 혼자 놔둘 수 없다고 고집하자 애가 탄 조일은 두 여자와 환각버섯을 나누어먹고 환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그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조일은 증오의 화신이 되어 승객 백여 명이 탑승한 보잉기를 납치해 파리의 상징인 건축물을 폭파시킬 계획을 세운다. 보통 사람의 논리로는 이 기묘한 3인방이 펼치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허나, 줄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환각의 절정에서 내뱉는 조일의 독백 “……바오밥 나무를 아주아주 작게 줄여보면, 브로콜리가 되거든, 브로콜리는 먹을 수 있잖아, 바오밥나무는 우주적인 브로콜리야……”라든가 아스트로라브와 나누는 그의 대화 “……우린 소크라테스 시대 이전부터 서로의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어……”, 혹은 사물을 보는 작가의 방식을 요약한 듯한 문장 “……사람들은 하얀 표면 뒤에 감추어진 보물들을 상상하지 못한다. 인식의 문을 열면 당장 눈에 보이는 그것을……” 등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기발함이다.
3. “사랑에는 실패가 없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다. 목적지를 모르는 여행이라야 진정한 여행이므로. 사랑에는 실패가 없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성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노통브의 신작 『겨울 여행』에는 괴상한 상황들과 맛깔스러운 대화가 가득하다. 노통브의 유머감각은 아무리 퍼올려도 마르지 않는 샘과도 같다. 환각버섯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도 등장한다. 세 명의 주인공이 함께 떠나는 환각여행은 화려하기까지 하다. 그들이 보는 환상적인 장면과 감정을 묘사해 놓은 부분은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인물들만큼이나 무게 있게 다루어지고 있는 추위에 대한 묘사 역시 탁월하다. 오만하고 잔인하면서도 달콤한 추위는 태양과 별들이 힘을 잃은 종말 이후까지 살아남을 존재로 신격화된다.
올해로 벌써 마흔셋이 되었지만 작품 속에서만큼은 여전히 천재 소녀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멜리 노통브. 자조, 도발, 뒤얽힌 사건, 기발한 경구, 번뜩이는 통찰력, 그리고 독자들로서는 검색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그러나 알아가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는 여러 학자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다 약간의 광기가 섞인 그녀의 소설은 해마다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는 작가 자신을 패러디한 알리에노르의 소설들을 은근히 언급해가며 평소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었다. “알리에노르의 투명하고도 명확한 문체를 읽으면 작가가 되고 싶어져요. 아주 쉬워 보이거든요. 독자들은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한 번씩이라도 꼭 노트에 옮겨 적어보아야 해요. 그 문장이 왜 그렇게 훌륭한지 이해하는 데에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어요. 책을 너무 빨리 읽으면 그 자연스러운 문장 뒤에 감추어져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없죠.” (본문 중에서)
▣ 작가 소개
저 : 아멜리 노통브
Amelie Nothomb
잔인함과 유머가 탁월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1990년대 프랑스 문학의 독특한 현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잇는 벨기에 출신의 젊은 작가 아멜리 노통브은 1967년에 태어나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베이징, 뉴욕, 방글라데시, 보르네오, 라오스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25세에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천재의 탄생이라는 비평계의 찬사와 19만부 이상의 판매라는 상업적 성공을 거머쥐었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들마다 대성공을 거두며 프랑스 문단에 확고한 입지를 굳힌 그녀는, 『오후 네시』로 파리 프르미에르상을, 『두려움과 떨림』으로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도 알랭 푸르니에상, 샤르돈상, 보카시옹상, 독일 서적상상, 르네팔레상을 수상했고, 『시간의 옷』과 『배고픔의 자서전』은 그해 공쿠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촌철살인적인 대화감각으로 가득한 아멜리 노통의 책들은 지금까지 전세계 31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자칭 ''글쓰기광''인 그녀는 현제 브뤼셀과 파리를 오가며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노통 소설의 특징적 주제는 인간의 행동양식에 내재하는 수수께끼를 간파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다른 특징으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에는 어김없이 ‘적’이라 부를 만한 성가신 타인이 등장한다. 대개 그 ‘적’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성가신 침입자나 섬뜩할 정도로 잔인한 가학자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희생자를 모욕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서서히 숨통을 조인다. 이 ‘적’은 내부에서 출현하기도 한다. 『적의 화장법』에서는 공항 대기실에서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문득 다가와 말을 걸더니 도무지 놓아주지 않는 성가신 인물이 있다. 자신이 범한 강간과 살인까지 털어놓는 그 인물은 알고 보니 꼼짝없이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게 된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에서는 물에 빠진 어린아이를 웃으며 지켜보고만 있는 잔인한 보모였고, 혹은 『로베르 인명사전』에서는 발레리나의 꿈을 접게 된 양딸에게 혐오감을 드러내며 박해하는 어머니였다. 이 ‘적’의 존재와 관련하여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열두 살 때 자기 안에 “창조적임과 동시에 파괴적인 엄청난 적”이 탄생했으며, 그에게 글쓰기란 곧 이 “적과의 결투”라고 밝힌 바 있다. 작가의 내면 깊은 곳에서 집요하게 그의 신경을 건드리고 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적’의 존재. 그에게는 “이 세상에서 없어서 안 될 것”이 바로 이 ‘적’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작품을 살펴보면, 『오후 네 시』는 은퇴 후 조용히 여생을 보내기 위해 외딴 지방으로 이사한 에밀과 쥘리에트 부부에게 오후 네 시만 되면 매일같이 찾아와 ''네'' ''아니오''의 대답으로 두시간을 버티는 한 남자가 벌이는 이야기이다. 인간 내면의 모순과 열정을 단순한 구성과 우의적인 대사를 통해 형상화해 작가의 역량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이 소설은 단순함과 블랙 코미디, 괴담 등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색다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에게 이웃은 어떤 존재인가? 현대인들에게 이웃이란 타인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웃은 매일같이 주인공의 집에 같은 시각에 찾아와 말없이 두 시간 동안을 앉아 있다 간다. 그는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이웃이 하는 말이라곤 묻는 말에 <예, 아니오>로 대답하는 것이며 그 이상의 관계를 맺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는 하지 않는다. 타자를 통한 자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라는 고전적인 주제가 특이한 설정, 간결한 대화, 흥미진진한 전개를 통해 형상화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이 목숨만을 유지하고 있을 때 이것을 죽은 것이라고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살해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가볍고 밝은 소설의 밑바닥에 사변적이고 심오한 철학이 도도하게 흐르며, 이 소설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예사롭지 않은 소설로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1999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해 유럽 문단의 이목을 집중시킨 『두려움과 떨림』은 일본 사회의 경직성을 고발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일본 회사의 견습 사원이 겪는 엄격한 명령 체계, 주종에 가까운 복종 관계, 비효율적인 정차와 형식 등이 풍자적인 시선으로 묘사되고 있다. 현실을 치열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수직적이고 획일화된 사회의 중압감을 피아노 선율 같은 세밀하고 가벼운 터치로 승화시켰다.
이 외의 작품으로 『사랑의 파괴』『시간의 옷』『살인자의 건강법』『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앙테크리스타』『불쏘시개』『머큐리』『공격』『배고픔의 자서전』『아담도 이브도 없는』『제비 일기』 등이 있다. 최근작인 『왕자의 특권』은 전작들보다 훨씬 가볍고 상상력이 풍부해진 작품룀로, 고급 샴페인에 빠져 귀족같이 지내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샴페인을 일종의 신경안정제, 혹은 치유제로 묘사하며, 평범하기 짝이 없던 한 남자의 삶이 다른 남자의 삶으로 바뀌며 특별하고도 놀라운 것으로 돌변하는 과정을 예리하게 풀어낸다.
역 : 허지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라 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유학생활을 했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줄리아의 줄거운 인생』, 『인생벌레 이야기』, 『페데리고, 로렐라이의 전설』, 『위로』, 『손을 씻자』, 『결혼해도 좋은 남자 연애만 해야 될 남자』, 『황금강의 임금님』, 『롱기누스의 창』, 『왕자의 특권』, 『초콜릿을 만드는 여인들』 등이 있다.
1. 프랑스를 사로잡는 아멜리 노통브의 힘
매해 8월이면 새 소설과 함께 독자들을 찾아오는 프랑스 문단의 스타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멜리 노통브가 올해도 어김없이 새 작품을 발표했다.(국내에 이번 번역된 책은 프랑스에서 2009년 8월에 출간되었고, 올 8월 18일에는 『Une forme de vie』라는 새 소설이 현지 출간 예정이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대상, 플로르상, 알랭 푸르니에상, 르네 팔레상 등 수많은 수상경력에 2008년에는 장 지오노 문학상 대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더하며 올해로 데뷔 19년째를 맞는 아멜리 노통브의 열여덟 번째 소설 제목 『겨울 여행』은 슈베르트의 연작 가곡집(우리나라에는 〈겨울 나그네〉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겨울 여행』의 주인공 조일은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죽인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을 건축학적으로 적용하여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아스트로라브) 첫 글자 A를 연상시키는 파리의 에펠탑을 납치한 비행기로 폭파시키려 한다.
우리의 주인공에게는 사랑의 실패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사랑의 파괴를 통해 사랑을 완성시키려는 한 남자의 슬픈 사랑법은 차가운 얼음 속에 갇힌 한 여인의 마음을 녹여낼 수 있을까?
이상야릇하지만 어딘가에 꼭 있을 법한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창조하는 아멜리 노통브는 분명 천재작가이다. 독특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끄는 그녀의 솜씨에는 따라올 자가 없다. 『겨울 여행』 속의 ‘여행(trip)’에는 이중의 뜻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는 겨울 나그네의 외로운 사랑 여정’과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의 흡수로 야기되는 상태(소설 속 주인공들은 환각버섯의 도움으로 내면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에서의 내면 여행’. 작가가 열정적으로 묘사한 환각이야말로 이 소설의 백미이다. 자극적이면서도 사이키델릭하다.
『겨울 여행』의 표지사진은 1934년부터 살바도르 달리, 장 콕토, 프랑수아즈 사강, 카롤 부케, 기욤 카네, 등 연극배우, 무용가, 화가, 작곡가, 정치인, 스포츠 스타, 작가들을 카메라에 담아온 ‘스튜디오 아르쿠르(Studio Harcourt)’의 솜씨로 30년대 은막의 스타로 노통브의 모습을 표현해내었다.
프랑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겨울 여행』은 “진한 탄닌에 적절히 섞인 고통의 맛에 이어지는 살얼음의 냉기와 황홀한 착란이 섞인 뒷맛이 감미로운 작품”(르 푸엥),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의 우울한 분위기에 적절히 섞인 노통브만의 짓궂은 유머와 도발적이면서도 즐거운 명랑 쾌활함이 돋보이는 작품”(리르), “현기증나는 사랑으로 야기될 파리의 9?11 테러”(텔레 루아지르) 등의 평가를 받았다.
2. 프랑스 문단의 독특한 상상력, 노통브가 들려주는 짓궂은 사랑 이야기
노통브가 창조해내는 인물들이 늘 그렇듯이, 『겨울 여행』 속 주인공들의 이름은 평범하지가 않다. 조일과 아스트로라브(중세 최대의 연애사건의 주인공 엘로이즈와 아벨라르의 아들 이름이다)는 『로베르 인명사전』의 프렉트뤼드나 『적의 화장법』의 텍스토르 텍셀만큼이나 낯설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성격에 딱 맞는 이름을 짓기 위해 여러 책들을 심도 있게 읽는다고 밝혔다. “마음에 드는 이름을 찾기 위해 고심을 한다. 19세기에 편찬된 사전을 뒤져보기도 하는데, 그 사전이 꼭 광산 같아서 파들어가면 갈수록 놀랍고도 특이한 이름들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의미와 울림을 살려 내 나름대로 전혀 새로운 이름을 창조하기도 한다.” 배경은 『적의 화장법』에서처럼 공항이다. 작가가 즐겨 다루는 거식증이라는 소재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다만, 그 소재며 주제들이 전작들에서보다 더욱 깊이 있고 풍성하게 요리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작품에서 노통브는 비행기 납치라는 테러를 저지르는 사람의 심리를 탐색한다. 왜 그런 범죄를 결심하는 걸까? 물론 노통브식 해답은 ‘사랑’이다. 이번 작품은 빗나가버린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문헌학자이지만 전력공사 직원으로 일하는 조일은 여류 소설가 알리에노르 말레즈와 함께 온기 하나 없는 싸늘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아스트로라브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알리에노르는 특이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지적장애인으로 아스트로라브의 도움이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알리에노르의 보호자를 자청한 아스트로라브가 한순간도 그녀를 혼자 놔둘 수 없다고 고집하자 애가 탄 조일은 두 여자와 환각버섯을 나누어먹고 환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그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조일은 증오의 화신이 되어 승객 백여 명이 탑승한 보잉기를 납치해 파리의 상징인 건축물을 폭파시킬 계획을 세운다. 보통 사람의 논리로는 이 기묘한 3인방이 펼치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허나, 줄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환각의 절정에서 내뱉는 조일의 독백 “……바오밥 나무를 아주아주 작게 줄여보면, 브로콜리가 되거든, 브로콜리는 먹을 수 있잖아, 바오밥나무는 우주적인 브로콜리야……”라든가 아스트로라브와 나누는 그의 대화 “……우린 소크라테스 시대 이전부터 서로의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어……”, 혹은 사물을 보는 작가의 방식을 요약한 듯한 문장 “……사람들은 하얀 표면 뒤에 감추어진 보물들을 상상하지 못한다. 인식의 문을 열면 당장 눈에 보이는 그것을……” 등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기발함이다.
3. “사랑에는 실패가 없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다. 목적지를 모르는 여행이라야 진정한 여행이므로. 사랑에는 실패가 없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성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노통브의 신작 『겨울 여행』에는 괴상한 상황들과 맛깔스러운 대화가 가득하다. 노통브의 유머감각은 아무리 퍼올려도 마르지 않는 샘과도 같다. 환각버섯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도 등장한다. 세 명의 주인공이 함께 떠나는 환각여행은 화려하기까지 하다. 그들이 보는 환상적인 장면과 감정을 묘사해 놓은 부분은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인물들만큼이나 무게 있게 다루어지고 있는 추위에 대한 묘사 역시 탁월하다. 오만하고 잔인하면서도 달콤한 추위는 태양과 별들이 힘을 잃은 종말 이후까지 살아남을 존재로 신격화된다.
올해로 벌써 마흔셋이 되었지만 작품 속에서만큼은 여전히 천재 소녀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멜리 노통브. 자조, 도발, 뒤얽힌 사건, 기발한 경구, 번뜩이는 통찰력, 그리고 독자들로서는 검색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그러나 알아가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는 여러 학자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다 약간의 광기가 섞인 그녀의 소설은 해마다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는 작가 자신을 패러디한 알리에노르의 소설들을 은근히 언급해가며 평소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었다. “알리에노르의 투명하고도 명확한 문체를 읽으면 작가가 되고 싶어져요. 아주 쉬워 보이거든요. 독자들은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한 번씩이라도 꼭 노트에 옮겨 적어보아야 해요. 그 문장이 왜 그렇게 훌륭한지 이해하는 데에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어요. 책을 너무 빨리 읽으면 그 자연스러운 문장 뒤에 감추어져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없죠.” (본문 중에서)
▣ 작가 소개
저 : 아멜리 노통브
Amelie Nothomb
잔인함과 유머가 탁월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1990년대 프랑스 문학의 독특한 현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잇는 벨기에 출신의 젊은 작가 아멜리 노통브은 1967년에 태어나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베이징, 뉴욕, 방글라데시, 보르네오, 라오스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25세에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천재의 탄생이라는 비평계의 찬사와 19만부 이상의 판매라는 상업적 성공을 거머쥐었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들마다 대성공을 거두며 프랑스 문단에 확고한 입지를 굳힌 그녀는, 『오후 네시』로 파리 프르미에르상을, 『두려움과 떨림』으로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도 알랭 푸르니에상, 샤르돈상, 보카시옹상, 독일 서적상상, 르네팔레상을 수상했고, 『시간의 옷』과 『배고픔의 자서전』은 그해 공쿠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촌철살인적인 대화감각으로 가득한 아멜리 노통의 책들은 지금까지 전세계 31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자칭 ''글쓰기광''인 그녀는 현제 브뤼셀과 파리를 오가며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노통 소설의 특징적 주제는 인간의 행동양식에 내재하는 수수께끼를 간파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다른 특징으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에는 어김없이 ‘적’이라 부를 만한 성가신 타인이 등장한다. 대개 그 ‘적’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성가신 침입자나 섬뜩할 정도로 잔인한 가학자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희생자를 모욕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서서히 숨통을 조인다. 이 ‘적’은 내부에서 출현하기도 한다. 『적의 화장법』에서는 공항 대기실에서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문득 다가와 말을 걸더니 도무지 놓아주지 않는 성가신 인물이 있다. 자신이 범한 강간과 살인까지 털어놓는 그 인물은 알고 보니 꼼짝없이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게 된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에서는 물에 빠진 어린아이를 웃으며 지켜보고만 있는 잔인한 보모였고, 혹은 『로베르 인명사전』에서는 발레리나의 꿈을 접게 된 양딸에게 혐오감을 드러내며 박해하는 어머니였다. 이 ‘적’의 존재와 관련하여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열두 살 때 자기 안에 “창조적임과 동시에 파괴적인 엄청난 적”이 탄생했으며, 그에게 글쓰기란 곧 이 “적과의 결투”라고 밝힌 바 있다. 작가의 내면 깊은 곳에서 집요하게 그의 신경을 건드리고 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적’의 존재. 그에게는 “이 세상에서 없어서 안 될 것”이 바로 이 ‘적’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작품을 살펴보면, 『오후 네 시』는 은퇴 후 조용히 여생을 보내기 위해 외딴 지방으로 이사한 에밀과 쥘리에트 부부에게 오후 네 시만 되면 매일같이 찾아와 ''네'' ''아니오''의 대답으로 두시간을 버티는 한 남자가 벌이는 이야기이다. 인간 내면의 모순과 열정을 단순한 구성과 우의적인 대사를 통해 형상화해 작가의 역량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이 소설은 단순함과 블랙 코미디, 괴담 등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색다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에게 이웃은 어떤 존재인가? 현대인들에게 이웃이란 타인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웃은 매일같이 주인공의 집에 같은 시각에 찾아와 말없이 두 시간 동안을 앉아 있다 간다. 그는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이웃이 하는 말이라곤 묻는 말에 <예, 아니오>로 대답하는 것이며 그 이상의 관계를 맺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는 하지 않는다. 타자를 통한 자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라는 고전적인 주제가 특이한 설정, 간결한 대화, 흥미진진한 전개를 통해 형상화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이 목숨만을 유지하고 있을 때 이것을 죽은 것이라고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살해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가볍고 밝은 소설의 밑바닥에 사변적이고 심오한 철학이 도도하게 흐르며, 이 소설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예사롭지 않은 소설로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1999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해 유럽 문단의 이목을 집중시킨 『두려움과 떨림』은 일본 사회의 경직성을 고발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일본 회사의 견습 사원이 겪는 엄격한 명령 체계, 주종에 가까운 복종 관계, 비효율적인 정차와 형식 등이 풍자적인 시선으로 묘사되고 있다. 현실을 치열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수직적이고 획일화된 사회의 중압감을 피아노 선율 같은 세밀하고 가벼운 터치로 승화시켰다.
이 외의 작품으로 『사랑의 파괴』『시간의 옷』『살인자의 건강법』『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앙테크리스타』『불쏘시개』『머큐리』『공격』『배고픔의 자서전』『아담도 이브도 없는』『제비 일기』 등이 있다. 최근작인 『왕자의 특권』은 전작들보다 훨씬 가볍고 상상력이 풍부해진 작품룀로, 고급 샴페인에 빠져 귀족같이 지내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샴페인을 일종의 신경안정제, 혹은 치유제로 묘사하며, 평범하기 짝이 없던 한 남자의 삶이 다른 남자의 삶으로 바뀌며 특별하고도 놀라운 것으로 돌변하는 과정을 예리하게 풀어낸다.
역 : 허지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라 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유학생활을 했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줄리아의 줄거운 인생』, 『인생벌레 이야기』, 『페데리고, 로렐라이의 전설』, 『위로』, 『손을 씻자』, 『결혼해도 좋은 남자 연애만 해야 될 남자』, 『황금강의 임금님』, 『롱기누스의 창』, 『왕자의 특권』, 『초콜릿을 만드는 여인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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