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버린 사람들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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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김효순
출판사항서해문집, 발행일:2015/08/15
형태사항p.440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4837372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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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재일동포 조작 간첩 피해자들이 당한 억울한 사정과
당시 군사 정권의 어두운 그늘과 부도덕성이 낱낱이 드러나다”

올해는 ‘11·22사건’이 일어난 지 40년이 된다. 그러나 2010년대를 사는 우리에게 ‘11·22사건’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으면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1·22사건’은 한국인의 기억에서 지워져 있다. 아니 애초부터 입력돼 있지 않았으니 지워졌다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

박정희 정권이 유신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긴급조치 9호를 발동한 해인 1975년 11월 22일 중앙정보부는 “모국 유학생을 가장해 국내 대학에 침투한 재일동포 간첩 일당 21명을 검거했다”고 언론에 공표했다. 이 사건은 당시 재일동포 사회를 공포와 충격 속에 몰아넣었고, 그 상처는 지금도 온전히 아물지 않은 채 봉합돼 있다.
불행히도 ‘11·22사건’은 단막극으로 끝나지 않았다. 독재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거세져 정국이 불안해지거나, 대학가에서 반정부 시위가 활발해질 조짐이 보이면 유학생 사건은 마치 주문생산이라도 하듯 어김없이 나타났다.

물론 재일동포 유학생이 간첩 사건에 휘말린 것은 ‘11·22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1971년 4월 대통령선거 직전 발표된 서승·서준식 형제 사건이다. 형제가 함께 구속된 데다 가혹한 고문 의혹이 제기돼 일본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다. 서승의 화상으로 일그러진 얼굴, 서준식의 목숨을 건 옥중 전향공작 고문 폭로와 장기간의 보안감호처분으로 지금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건이다.

또한 재일동포 사건은 유학생만이 전부가 아니다. 학자, 교수, 기술자, 언론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사건에 연루됐다. 멀리는 1961년 민족일보 사건, 집권당 국회의원이 간첩으로 구속된 1969년 김규남 사건 그리고 2014년 봄 [상처꽃]이란 연극 상연으로 다시 조명을 받은 1974년 울릉도 사건도 다 연관이 있다.

재일동포 사건은 오랜 기간 국내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정보기관들이 요란하게 발표했던 사건들이 있는 반면, 1심부터 상고심까지 사형선고의 행진이 계속된 사건조차 재판 과정이나 선고 내역이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은 것들도 제법 있다. 그래서 20대 젊은이들이 감옥에서 수갑을 찬 채 언제 처형될지 모르는 불안에 떨고 있어도 국내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그들은 법정에서도, 언론에서도 외면받았고, 옥중에서도 국내의 ‘민주인사’와 분리돼 고립됐다. 재일동포 사건의 피의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줄 사람은 국내에 없었다.

2000년대 들어 재일동포 사건에도 뒤늦게나마 햇볕이 들기 시작했다. 2010년 말 재일동포 간첩조작의혹 사건의 재심을 전담하는 법률가 조직이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이석태 변호사를 비롯한 민변 변호사들로 ‘재일동포재심변호단’이 꾸려져 재심을 통해 피해자의 무죄판결과 명예회복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결국은 기억을 둘러싼 싸움이다

이 책은 2010년부터 시작된 재심을 계기로 재일동포 사건의 실체를 재조명하기 위해 쓰였다. 재일동포들이 겪어야 했던 수난과 가혹한 운명이 어떤 시대적 맥락, 역사적 배경에서 전개됐는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그들 각각의 삶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택했다.

‘강제연행’이라는 말을 처음 쓴 역사학자 박경식과 26년 만에 한국으로 국적을 바꾼 아쿠다가와상 수상 작가 이회성, 일본 사법연수소 국적 조항의 장벽을 뚫고 첫 재일동포 변호사가 된 김경득의 삶을 통해서 1970년대 재일동포 청년들이 놓였던 특수한 처지와 성장환경 그리고 그들이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큰 그림으로 그렸다.

중앙정보부의 간첩 조작과 성고문을 폭로한 권말자와 고순자. ‘11·22사건’으로 구속돼 법정에서 경제학도로서 마르크스와 레닌을 존경한다는 말로 ‘반공이 국시’라는 허구성을 폭로한 김원중. 2010년 7월 무죄를 선고받아 유학생 사건 재심 무죄 1호가 된 이종수, 그는 가혹 행위의 절정은 성기 고문이었다고 토로한다.

오랫동안 재일동포 취재 경력으로 ‘조선기자’라는 별칭을 얻은 무라오카 히로토. 그의 생생한 회고담에서 진보당 사건과 민족일보 사건 그리고 망명객 이영근의 흔적을 읽는다. 보국훈장을 받은 야쿠자 두목 양원석, 그가 어떻게 보안사령부의 정보꾼 노릇을 하면서 한일 우익 동맹의 연결고리가 되었는지를 파헤친다. 또한 모국 정권과의 관계 정립을 둘러싼 민단 내부의 오랜 갈등과 한민통 불법화 과정, 서 형제 사건을 통한 전향공작 제도와 폐지 운동 그리고 구속된 유학생 가족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한다.

더불어 사형수의 삶을 살았던 강종헌, 이철의 기구한 사연이 펼쳐진다. 중학교 2학년 때 지문날인의 정신적 충격을 겪은 뒤 민주화와 통일을 바라는 재일한국인 청년으로서 모국 유학을 결심했다는 강종헌과 약혼자와 함께 구속되어 12년이 지나 결혼식을 올린 이철. 둘 다 사형 확정을 받고 10여 년이 넘게 수감돼 있다가 감형으로 일본으로 돌아간 경우다. 대표적인 용공 조작 사건으로 기억될 울릉도 사건을 일본에서 정치범 석방운동을 주도한 이좌영의 삶을 통해 돌아본다.

그밖에도 모국의 민주화 운동에 소극적이나마 동참하고 싶었던 동포청년의 의식과 정치범 구원활동을 통한 한일 시민사회의 만남 등 다양한 프리즘을 통해 엄혹했던 시절을 드러낸다.

저자는 결국은 기억을 둘러싼 싸움이라고 얘기한다. 이 책에서 언급된 조작 사건 피해자들이 당한 고통과 좌절과 흘러간 세월은 어떤 방식으로도 보상되지 않는다. 그런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지 않으려면 진상을 밝히고 기억하는 작업을 잠시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희망을 찾으러 모국에 왔다가 가혹하게 버림받은 재일동포 정치범 희생자에게 따듯한 손길을 내민 적이 없었다고…….


“나는 이 책을 통해 재일동포 피해자들이 비로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한때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고 애정을 갈구했으나 결국은 이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을 버린 조국의 구성원들, 우리 사회의 보통 사람과 나누는 대화의 창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이 엄존하고 분단 체제가 유지되는 현실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아무 데도 없다. 이 책이 재일동포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치유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믿는다. 재심 재판에 참여한 우리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재판 과정에서는 미처 알지 못한 여러 숨겨진 진실들을 알게 되었다.”
- 이석태(변호사,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 작가 소개

저 : 김효순
金孝淳
1974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동양통신〉, 〈경향신문〉을 거쳐 〈한겨레〉 창간에 관여해 도쿄 특파원, 편집국장, 편집인을 지냈다. 2007년부터 현장으로 돌아가 대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포럼 진실과 정의’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한일 관계, 동아시아의 평화, 화해, 시민운동 등을 테마로 글을 쓰고 역사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무엇보다도 지리산과 가수 밥 말리, 임희숙을 좋아한다. 저서로는 『가까운 나라 모르는 나라』,『나는 일본국 인민군 국군이었다』가 있다.

▣ 주요 목차

추천의 글 | 이석태
들어가는 글

1 학자, 작가, 변호사의 삶으로 본 1970년대 재일동포
2 두 재일동포 여성의 용감한 폭로
3 학문의 자유와 김원중
4 ‘조선기자’ 무라오카와 민족일보 사건
5 유학생 사건 재심 무죄 1호 이종수
6 야쿠자 두목 양원석과 한·일 우익의 동맹 맺기
7 김정사 사건과 한민통 불법화
8 중앙정보부의 민단 장악과 민단 내 ‘자주파’ 거세
9 서 형제 사건과 전향공작
10 사형수의 삶_강종헌, 이철, 김달남
11 울릉도 사건과 이좌영
12 일본의 구원운동과 한일 시민사회의 만남
13 일본인 구원활동가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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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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