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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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정숙
출판사항문학세계사, 발행일:2015/08/10
형태사항p.131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0756363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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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1. 사랑이라는 인생의 대명제와 기다림이라는 삶의 덕목

시인은 ‘의자 하나 끌고 가려다/ 의자에 끌려 다닌다’고 고백한다. 이 같은 자조적 자기 성찰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려고 몸부림쳐도 끝내 그 한계를 넘어서기 어려우며, 타의나 운명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실존의 덧없음을 토로하는 대목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 의자는 더구나 엉덩이 하나 제대로 걸칠 수 없고, 평생 마음 편히 앉아 보지 못한 작은 의자이며, 그나마도 내가 끌려가는 숙명의 의자로 그려져 있다. “인간은 슬프려고 태어났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듯이, 우리의 삶은 보는 관점에 따라 구차스럽기 그지없고, 비애에서 비켜서기도 어렵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 세상의 삶을 어둡고 무겁게 바라보지만은 않는다. 그 이면에는 삶을 뜨겁게 달구고 싶어 하는 여성적인 기다림의 미학이 완강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그런 생명력에 불 지피려는 꿈을 부단히 꾸고 있기 때문이다. 상형문자인 사람인 자가 말하듯, 사람은 숙명적으로 홀로는 온전하게 설 수 없으며, 그 의미도 무겁고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너(타인)와 함께할 때 그 뉘앙스는 달라질 수 있다. 더욱이 이성 사이에는 둘이 하나가 될 때 생명력에 절정의 불꽃이 타오르고, 또 다른 새 생명을 잉태할 수도 있게 된다.
어쩌면 시인은 생명력에 뜨겁게 불 지필 대상의 결핍을 아쉬워하면서 그런 시절을 꿈꾸듯이 그리워하고 있으며, 그 기다림은 여전히 식지 않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느낌이 든다. ‘사랑이라는 인생의 대명제와 기다림이라는 삶의 덕목을 끌어안고 있는 시 벽난로를 그 한 예로 들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도발적인 에로티시즘 시로 느껴지지만, 그렇게 보더라도 삶의 절정에는 자신이 기다리는 너가 불붙여 줄 때 이르게 되고,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심경으로 수놓아져 있어 애틋하고 절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내 가슴 뜨겁다고 아무리 우겨도
네가 불붙여 주지 않으면
성냥개비 불꽃보다도 못한 내 사랑

꽁꽁 언 속살,
식은 재 폴폴 날리는 철길 연정 틈 사이
나, 여기 있어
초승달 눈빛 공명 마냥 기다릴 수밖에
?「벽난로」 전문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여성 화자는 벽난로에 비유된 자신의 삶(인생)은 여전히 뜨겁지만 너가 없으면 그 의미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어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한다, 제 홀로 안으로 아무리 뜨겁다고 하더라도(우겨도)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는 너(기다림의 대상)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불붙여 주지 않으면 자신의 생명력은 성냥개비의 불꽃보다 못할 정도로 미미하고, 꽁꽁 언 속살로 식은 재 폴폴 날리는 벽난로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2. 감각의 촉수를 첨예하게 곤두세우며 빚어낸 아름다운 감성의 결과 무늬

시인은 마침내 「화간」에서는 억제되거나 잠재돼 있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낮엔 새침하더니 요상하다
달빛 끌어당기는 꽃잎의 눈빛,
오월 담장에 기대서서 바깥을 살피는
흔하디흔한 장미꽃인데
어느 품이라도 마구 파고드는 색골
달의 끝없는 곁눈질에 그만 빨려드는지

따지고 보면 네 것 내 것
그 경계선이 어디 있으랴
달빛과 꽃의 은밀한 통정, 그 내연의
부적절한 관계를 엿본다
달빛은 도톰한 꽃입술을 만져 본다
몇 겹의 꽃잎 헤집으며
자신을 밀어넣는다
꽃은 더 진한 향을 내뿜으며
붉어진 눈빛으로 온몸을 부르르 떤다

밤의 내통을 은근히 즐기는 변태의 관음증
달빛도 꽃도 나무도 다 나의 외간들이니
어쩌랴, 거부할 수 없는 이 색정,
강간이 아닌 원죄를 위한 자연이니
색정은 내 시의 길이자 천형인 것을
?「화간」 전문

풀이가 무색할 정도로 강렬한 호소력으로 감각을 파고드는 에로티시즘 시다. 장미꽃은 섹시한 여성, 달은 곁눈질 잘하는 남성으로 의인화한 듯한 이 시는 줄장미를 새침하면서도 바깥을 살피는(외간을 넘보는) 색골로, 달빛을 달의 곁눈질로 그리면서, 색골과 바람둥이의 ‘화간’을 그려 보인다. 더구나 이 ‘화간’은 경계(윤리 도덕)를 넘어선 은밀한 통정이며, 부적절한 내연일 뿐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격정적이어서 모든 경계를 허문 원초적 생명력의 극치 묘사에 다름 아닌 듯하다.
하지만 이 시에서 각별히 간과해서 안 될 대목은 마지막 연에 있다. 화자가 이 ‘화간’에 끼어들면서 스스로 밤의 내통을 은근히 즐기는 변태의 관음증은 자신의 몫이며, 그 원죄인 자신의 색정은 내 시의 길이자 천형이라고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어떻게 풀이할지 모르지만, 시인은 어쩌면 이런 천형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일는지 모른다. 아니, 그런 천형 때문에 감각의 촉수를 언제나 첨예하게 곤두세우며 아름다운 감성의 결과 무늬들을 빚어내게 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소개

정숙
경북 경산 출생.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과 졸업.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신처용가』, 『위기의 꽃』, 『불의 눈빛』, 『영상 시집』,
『바람 다비제』, 『유배 시편』
만해님시인상 수상
경주 월성중학교 국어교사,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경북지회장,
대구시인협회 부회장, 대구작가회의 부회장, 시와시학 동인회 부회장 지냄

▣ 주요 목차

1
인생 _______ 10
벽난로 _______ 11
연서戀書 _______ 12
화경花經 _______ 13
수묵화 한 점 _______ 14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_______ 16
봄, 설해목 _______ 18
사월의 눈 _______ 20
햇살 사랑법 _______ 21
징을 치다 _______ 22
여름비 _______ 24
늦가을 파장 _______ 26
흰색 덧칠 _______ 27
청바지 순정 _______ 29
하늘문 열쇠 _______ 30

2
줄장미 _______ 32
오월, 핏방울 _______ 33
찔레 _______ 34
다홍치마 _______ 35
외간에 중독되다 _______ 36
간통 _______ 37
화간 _______ 38
여근곡女根谷 젖다 _______ 40
온라인으로 부쳐준다고 _______ 41
포르노 _______ 42
연인 _______ 43
그림자를 위한 파르마콘 _______ 44
풍등 _______ 46
얼음을 연주하다 _______ 47

3
신新 남해금산 _______ 50
신新 수로부인뎐 _______ 51
소금밭에서 _______ 53
‘육’에 갇히다 _______ 54
봄바람과 깔깔춤 _______ 56
한밤중 손님맞이 _______ 58
시인의 날개 _______ 59
노숙도서관 _______ 60
달, 늑대 깨우다 _______ 62

4
처용아내 치맛자락이 _______ 66
콩나물시루 _______ 67
고추기름, 눈뜨다 _______ 68
탈모통 _______ 69
푸른다리 아래서 _______ 70
신천 수달에게 _______ 71
행복 _______ 76
김광석 _______ 77
바보다듬이질 _______ 79
시할머니 보살 _______ 80
수선하다 _______ 81
연탄재를 차다 _______ 82

5
엄마 뱃사공 _______ 84
닻줄은 왜 흔들리는가 _______ 85
비무장지대 _______ 86
계정 숲 _______ 87
자인장에서 상어 만나다 _______ 88
지난겨울 _______ 90
암병동에서 창경궁을 엿보다 _______ 91
꽃구경 _______ 92
씹히다 _______ 93
번개탄, 이봉화뎐 _______ 94
하관 _______ 95
나부상의 눈빛 _______ 97
인연의 감옥 _______ 99
화사등선花蛇登仙 _______ 100
비가悲歌 _______ 102
정취암 단하정사丹霞精捨에서 _______ 103
풋울음 잡다 _______ 105
□ 시 깊이 읽기
에로티시즘의 안과 바깥 / 이태수 시인 _______ 108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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