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오아시스를 주목하라
실크로드에서 중요한 것은 길이 아니라 오아시스였다. 그런데도 서양인들은 오아시스보다 길을 중시하였고, 마치 철도처럼 가상의 실크로드를 유라시아 지도에 그려넣었다. 이로부터 고정관념이 생겨났고, 이후 100년 동안 무역과 경제의 측면에서 실크로드가 조명되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역사적 사실은 당황스럽다. 실제로 길이라고 할 만한 길이 존재하지 않았다.마을과 마을을 잇는 오솔길은 있었지만, 그마저 때에 따라 혹은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달랐다. 그 오솔길을 따라갔던 상인의 모습은 더더욱 가관이다. 기껏해야 대여섯 마리 짐승을 데리고 다니는 행상이 카라반의 실상이었다. 수백 마리 낙타를 이끌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무역상은 없었다. 오아시스의 사람들은 무역보다는 자족적인 삶을 살았을 뿐이었다.
광활한 사막의 등대처럼 반짝였던 도시들
주변 강대국에서 난리가 났을 때, 사람들은 험난한 산을 넘어 사막으로 밀려났다. 광대한 사막에서 피란민들에게 등대처럼 한줄기 빛이 되어준 것이 바로 오아시스였다. 인도에서, 이란에서, 그리고 중국에서 피란민들이 오아시스로 스며들었다. 빈손으로 고향을 버렸지만 그들에게는 기술이 있었고 종교가 있었고 문화가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수많은 언어, 동양과 서양의 중요한 기술, 제국을 지탱했던 세계적 종교들이 그들과 함께 오아시스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다시 주변 강대국으로 기술과 문화가 전파되었다. 결과적으로 조그만 오아시스 도시들이 유라시아 역사 전체를 바꾸어놓게 된 것은,그들의 경제적인 힘도 아니었고, 정치적인 세력도 더더욱 아니었다. 세계사를 바꾸어놓은 실크로드의 힘은 바로 놀랄 만큼 관용적이고 다양했던 그들의 문화였다.
우연히 버려진 삶의 편린들, 그 숱한 삶들의 역사
그렇기 때문에 실크로드의 역사는 거대한 유물 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오히려 사소한 삶의 편린들, 그들이 쓰고 버린 휴지 조각들, 은화 30닢에 팔려간 소녀의 가슴아픈 사연이 담긴 노예계약서, 사막에서 강도를 만나 실종된 형의 재산을 찾기 위한 동생의 소송 서류, 먼 길을 가는 여행자가 부적으로 몸에 지녔던 기도문 등에 이름없는 민초들의 생생한 증언이 들어 있었다. 발레리 한센이 추적한 역사는 바로 그러한 삶이었고, 미천한 인생들이 의도치 않게 만들어낸 역사였다. 세계사는 그들로 인해 강물이 되어 흘렀다. 그 소소한 인간 군상들이 머물렀던 삶의 터전, 그곳이 바로 오아시스였고, 실크로드의 도시들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도시들의 역사이며, 그것이 진정한 실크로드의 역사였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서랍식 고문서
두 개의 목판으로 구성된 고문서. 윗판을 아랫판 홈에 끼워 넣고 끈으로 묶은 다음 진흙을 붙이고 인장을 찍었다. 왼쪽 인장은 중국식으로 한자가 적혀 있고, 오른쪽 인장에는 서양식 인물 도상이 새겨졌다. 이러한 고문서에는 거래 내용이 적혀 있는데, 노예나 가축, 땅 등을 매매할 때 사용되었다. 더불어 거래를 기록했던 관리의 이름도 적혀 있다. 사용된 문자는 카로슈티 문자인데, 원래 간다라 지역에서 사용되었던 문자이다. 글을 쓸 줄 아는 피란민들이 실크로드로 들어와서 오아시스에서도 문서 행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는 문화교류의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 또한 이러한 고문서를 통해 오아시스 도시의 아주 구체적인 생활상을 밝힐 수 있었다.본문 87쪽 참조)
종이로 만든 여인
아스타나 고분에서 발굴된 부장품 인형은 재활용 종이로 만든 것이었다. 수증기를 쪼여서 종이를 한 장씩 분해해 보았더니 다양한 고문서가 드러났다. 그 중에는 전당포 영수증도 있었는데, 저당잡힌 물건, 채무자의 이름, 날짜, 빌린 금액, 갚은 금액, 주소, 채무자의 나이 등이 적혀 있었다. 돈을 갚으면 영수증 위에다 숫자 7모양으로 선을 그어 표시했다.(화보 8번 및 본문 246쪽, 262쪽 이하 참조)
소그드 양식의 은잔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서 발굴된 화려한 은잔은 소그드 양식이 뚜렷하다. 8등분 구성, 메달이 붙어 있는 둥근 손잡이, 바닥 둘레의 진주 장식 등이 그러하다. 측면에 새겨진 그림은 활달한 사냥 장면과 중국식 복장을 한 여인이 번갈아 나온다. 사냥 장면은 이란 궁정 예술 전통을 그대로 따랐으며, 여인의 모습은 중국식 전통을 따랐다. 이처럼 이란과 중국의 모티프를 하나로 통합해낸 사람들은 소그드인으로, 실크로드의 상인으로 유명했던 민족이다. 그들은 중국 내에서 외국인 집단 거주지에 살았다. 이 화려한 은잔과 함께 값비싼 보물들이 어느 항아리에 담겨 묻혀 있었는데, 난리통에 누군가 보물단지를 묻어두고 달아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난리는 바로 소그드인 안록산이 일으킨 당나라 최대의 반란 안록산의 난이었다.(본문 268쪽 참조)
뚜렷한 서양인의 얼굴
무덤에서 발굴된 바지의 다리 부분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다. 상단의 그림에는 사람의 얼굴과 짐승의 몸을 한 그리스식 켄타우로스가 그려져 있다. 이러한 모티프는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 당시 아프가니스탄 지역으로 전파되었고, 다시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앙아시아까지 전파되었다. 하단에는 움푹한 눈에 뚜렷한 서양인의 얼굴을 한 전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외에도 실크로드의 사막에서는 서양인의 시신이 발굴되기도 했다.(화보 13번 및 본문 32쪽 참보)
히브리어 기도문
돈황 장경동에는 4만여 건의 고문서가 보관되어 있었고 주로 한문과 티베트문자 고문서였다.
그런데 그 중에 특이하게도 히브리어 고문서 한 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구약성서의 시편에서 따온 기도문 18행이 적혀 있다. 여러번 접어서 주머니에 넣은 뒤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녔
던 것으로 추정된다. 누군가 바빌론에서 만들어진 이 부적을 몸에 지니고 돈황까지 왔던 증거
이다.(화보 12번 참조)
▣ 작가 소개
저자 : 발레리 한센
예일대학교에서 중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녀의 연구는 역사학에서 주로 다루던 유물과 기록을 벗어나 보통 사람들의 삶의 경험을 포착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래서 사용하고 버린 문서 휴지나 이면지 등 1차 자료를 폭넓게 활용하며, 기존 역사학이 간과한 소소한 일상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생생하게 되살려내는 데 특히 놀라운 위력을 발휘한다.
역자 : 류형식
서강대학교 및 동 대학원을 졸업(석사)하고, 문학사상사 자료조사연구실 차장, 사계절출판사 인문팀장, 소와당 대표를 역임하였다. 라시드 앗 딘의 『집사』, 『몽골비사』 등 중앙아시아 관련 학술서를 편집한 바 있고, 크리스토퍼 벡위드의 『중앙유라시아 세계사』를 번역했다. 현재 세계사연구소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요 목차
화보 / 고유명사 표기에 대하여 / 연표
서론 고문서가 말해주는 실크로드의 역사
CHAPTER 1 누란 ─ 동서 문명의 교차로
CHAPTER 2 쿠차 ─ 실크로드 언어의 관문
CHAPTER 3 투르판 ─ 중국과 이란 사이
CHAPTER 4 사마르칸트 ─ 실크로드의 상인 소그드인의 고향
CHAPTER 5 장안 ─ 실크로드의 국제 터미널
CHAPTER 6 돈황 ─ 실크로드의 타임캡슐
CHAPTER 7 호탄 ─ 불교와 이슬람의 관문
결론 중앙아시아 육로 교통의 역사
미주 / 감사의 말 / 역자 후기 / 도판 출처 / 찾아보기
오아시스를 주목하라
실크로드에서 중요한 것은 길이 아니라 오아시스였다. 그런데도 서양인들은 오아시스보다 길을 중시하였고, 마치 철도처럼 가상의 실크로드를 유라시아 지도에 그려넣었다. 이로부터 고정관념이 생겨났고, 이후 100년 동안 무역과 경제의 측면에서 실크로드가 조명되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역사적 사실은 당황스럽다. 실제로 길이라고 할 만한 길이 존재하지 않았다.마을과 마을을 잇는 오솔길은 있었지만, 그마저 때에 따라 혹은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달랐다. 그 오솔길을 따라갔던 상인의 모습은 더더욱 가관이다. 기껏해야 대여섯 마리 짐승을 데리고 다니는 행상이 카라반의 실상이었다. 수백 마리 낙타를 이끌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무역상은 없었다. 오아시스의 사람들은 무역보다는 자족적인 삶을 살았을 뿐이었다.
광활한 사막의 등대처럼 반짝였던 도시들
주변 강대국에서 난리가 났을 때, 사람들은 험난한 산을 넘어 사막으로 밀려났다. 광대한 사막에서 피란민들에게 등대처럼 한줄기 빛이 되어준 것이 바로 오아시스였다. 인도에서, 이란에서, 그리고 중국에서 피란민들이 오아시스로 스며들었다. 빈손으로 고향을 버렸지만 그들에게는 기술이 있었고 종교가 있었고 문화가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수많은 언어, 동양과 서양의 중요한 기술, 제국을 지탱했던 세계적 종교들이 그들과 함께 오아시스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다시 주변 강대국으로 기술과 문화가 전파되었다. 결과적으로 조그만 오아시스 도시들이 유라시아 역사 전체를 바꾸어놓게 된 것은,그들의 경제적인 힘도 아니었고, 정치적인 세력도 더더욱 아니었다. 세계사를 바꾸어놓은 실크로드의 힘은 바로 놀랄 만큼 관용적이고 다양했던 그들의 문화였다.
우연히 버려진 삶의 편린들, 그 숱한 삶들의 역사
그렇기 때문에 실크로드의 역사는 거대한 유물 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오히려 사소한 삶의 편린들, 그들이 쓰고 버린 휴지 조각들, 은화 30닢에 팔려간 소녀의 가슴아픈 사연이 담긴 노예계약서, 사막에서 강도를 만나 실종된 형의 재산을 찾기 위한 동생의 소송 서류, 먼 길을 가는 여행자가 부적으로 몸에 지녔던 기도문 등에 이름없는 민초들의 생생한 증언이 들어 있었다. 발레리 한센이 추적한 역사는 바로 그러한 삶이었고, 미천한 인생들이 의도치 않게 만들어낸 역사였다. 세계사는 그들로 인해 강물이 되어 흘렀다. 그 소소한 인간 군상들이 머물렀던 삶의 터전, 그곳이 바로 오아시스였고, 실크로드의 도시들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도시들의 역사이며, 그것이 진정한 실크로드의 역사였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서랍식 고문서
두 개의 목판으로 구성된 고문서. 윗판을 아랫판 홈에 끼워 넣고 끈으로 묶은 다음 진흙을 붙이고 인장을 찍었다. 왼쪽 인장은 중국식으로 한자가 적혀 있고, 오른쪽 인장에는 서양식 인물 도상이 새겨졌다. 이러한 고문서에는 거래 내용이 적혀 있는데, 노예나 가축, 땅 등을 매매할 때 사용되었다. 더불어 거래를 기록했던 관리의 이름도 적혀 있다. 사용된 문자는 카로슈티 문자인데, 원래 간다라 지역에서 사용되었던 문자이다. 글을 쓸 줄 아는 피란민들이 실크로드로 들어와서 오아시스에서도 문서 행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는 문화교류의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 또한 이러한 고문서를 통해 오아시스 도시의 아주 구체적인 생활상을 밝힐 수 있었다.본문 87쪽 참조)
종이로 만든 여인
아스타나 고분에서 발굴된 부장품 인형은 재활용 종이로 만든 것이었다. 수증기를 쪼여서 종이를 한 장씩 분해해 보았더니 다양한 고문서가 드러났다. 그 중에는 전당포 영수증도 있었는데, 저당잡힌 물건, 채무자의 이름, 날짜, 빌린 금액, 갚은 금액, 주소, 채무자의 나이 등이 적혀 있었다. 돈을 갚으면 영수증 위에다 숫자 7모양으로 선을 그어 표시했다.(화보 8번 및 본문 246쪽, 262쪽 이하 참조)
소그드 양식의 은잔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서 발굴된 화려한 은잔은 소그드 양식이 뚜렷하다. 8등분 구성, 메달이 붙어 있는 둥근 손잡이, 바닥 둘레의 진주 장식 등이 그러하다. 측면에 새겨진 그림은 활달한 사냥 장면과 중국식 복장을 한 여인이 번갈아 나온다. 사냥 장면은 이란 궁정 예술 전통을 그대로 따랐으며, 여인의 모습은 중국식 전통을 따랐다. 이처럼 이란과 중국의 모티프를 하나로 통합해낸 사람들은 소그드인으로, 실크로드의 상인으로 유명했던 민족이다. 그들은 중국 내에서 외국인 집단 거주지에 살았다. 이 화려한 은잔과 함께 값비싼 보물들이 어느 항아리에 담겨 묻혀 있었는데, 난리통에 누군가 보물단지를 묻어두고 달아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난리는 바로 소그드인 안록산이 일으킨 당나라 최대의 반란 안록산의 난이었다.(본문 268쪽 참조)
뚜렷한 서양인의 얼굴
무덤에서 발굴된 바지의 다리 부분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다. 상단의 그림에는 사람의 얼굴과 짐승의 몸을 한 그리스식 켄타우로스가 그려져 있다. 이러한 모티프는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 당시 아프가니스탄 지역으로 전파되었고, 다시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앙아시아까지 전파되었다. 하단에는 움푹한 눈에 뚜렷한 서양인의 얼굴을 한 전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외에도 실크로드의 사막에서는 서양인의 시신이 발굴되기도 했다.(화보 13번 및 본문 32쪽 참보)
히브리어 기도문
돈황 장경동에는 4만여 건의 고문서가 보관되어 있었고 주로 한문과 티베트문자 고문서였다.
그런데 그 중에 특이하게도 히브리어 고문서 한 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구약성서의 시편에서 따온 기도문 18행이 적혀 있다. 여러번 접어서 주머니에 넣은 뒤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녔
던 것으로 추정된다. 누군가 바빌론에서 만들어진 이 부적을 몸에 지니고 돈황까지 왔던 증거
이다.(화보 12번 참조)
▣ 작가 소개
저자 : 발레리 한센
예일대학교에서 중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녀의 연구는 역사학에서 주로 다루던 유물과 기록을 벗어나 보통 사람들의 삶의 경험을 포착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래서 사용하고 버린 문서 휴지나 이면지 등 1차 자료를 폭넓게 활용하며, 기존 역사학이 간과한 소소한 일상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생생하게 되살려내는 데 특히 놀라운 위력을 발휘한다.
역자 : 류형식
서강대학교 및 동 대학원을 졸업(석사)하고, 문학사상사 자료조사연구실 차장, 사계절출판사 인문팀장, 소와당 대표를 역임하였다. 라시드 앗 딘의 『집사』, 『몽골비사』 등 중앙아시아 관련 학술서를 편집한 바 있고, 크리스토퍼 벡위드의 『중앙유라시아 세계사』를 번역했다. 현재 세계사연구소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요 목차
화보 / 고유명사 표기에 대하여 / 연표
서론 고문서가 말해주는 실크로드의 역사
CHAPTER 1 누란 ─ 동서 문명의 교차로
CHAPTER 2 쿠차 ─ 실크로드 언어의 관문
CHAPTER 3 투르판 ─ 중국과 이란 사이
CHAPTER 4 사마르칸트 ─ 실크로드의 상인 소그드인의 고향
CHAPTER 5 장안 ─ 실크로드의 국제 터미널
CHAPTER 6 돈황 ─ 실크로드의 타임캡슐
CHAPTER 7 호탄 ─ 불교와 이슬람의 관문
결론 중앙아시아 육로 교통의 역사
미주 / 감사의 말 / 역자 후기 / 도판 출처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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