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로르카 시의 신비로운 힘, 두엔데
코르도바.
멀고 외로운.
검은 조랑말, 큰 달,
그리고 내 안낭(鞍囊)에 올리브.
비록 나 길을 알아도
나는 코르도바에 가지 못하리.
평원 속으로, 바람 속으로,
검은 조랑말, 붉은 달.
죽음이 나를 보고 있네
코르도바의 탑들에서.
아! 멀기도 하여라!
아! 내 장한 조랑말!
아! 그 죽음이 나를 기다리리
내 코르도바에 가기 전에.
코르도바.
멀고 외로운.
- ?기수의 노래? 전문
로르카의 시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두엔데(duende)이다. 두엔데는 로르카가 스페인 고유의 신비로운 힘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위의 ?기수의 노래?는 정현종 시인이 로르카의 시 중에서 두엔데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으로 뽑은 대표적인 시이다. 음악, 문학, 춤, 미술 같은 예술은 물론, 그들에게 또 하나의 예술인 투우에서도 두엔데는 신비로운 힘을 불어 넣는다. 두엔데는 피 속에 녹아 있는 원초적인 힘이고 주술이며 시의 영감이다. 또한 천사와 뮤즈의 이미지와는 다른 어둠이며 검은 물, 즉 죽음의 세계이다. 정현종 시인은 두엔데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순간순간 죽음과 더불어 사는 영혼에게 생기는, 결코 길들지 않는 나머지 항상 날것인 채 있으면서 예술 창조에 새로운 국면을 여는 힘이며, 예술가의 영혼 속에서 운명과도 같이 강력히 작용”하는 신비한 힘이다. 로르카의 작품은 몇 편을 제외하면 모두 이 두엔데의 작용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새벽꽃이 벌써
자기를
열었다
(기억하는가
오후의 깊이를?)
달의 감송(甘松)이 내뿜는다
그 찬 냄새를
(기억하는가
팔월의 긴 눈짓을?)
-「메아리」전문
‘새벽’에 핀 ‘꽃’이 오후로 메아리쳐 ‘오후의 깊이’를 감지하게 하고, ‘달의 감송’이 ‘팔월의 긴 눈짓’에까지 미치는 메아리의 파동을 감지한 시인은 시간들과 공간들의 놀라운 공명과 연속성에 대해 깨닫는다. 메아리가 공명할 때 시간과 공간의 우주적 개화를 실현한다는 정현종 시인의 깨달음은 로르카의 시보다 더 시적이다. 모든 꽃은 바로 시간의 깊이에 다름 아니다. 메아리는 우리 안팎에 있는 사물 사이의 조응이며 화창이다. 로르카의 시에서 보듯이 여기와 저기, 이것과 저것 사이의 거리와 심연을 순식간에 뛰어넘는다. 또한 시간이 직선적으로 움직인다는 생각에 익숙한 우리의 시차를 뒤흔든다.
시를 목소리라고 믿은 로르카의 시는 주술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의 시에서 보이는 뛰어난 리듬은 가슴속을 진동시키기에 충분하며 그 진동 속에서 세계는 무한한 것이 되고 만물은 내통한다. 우리는 좋은 시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감각이 열리고 평범한 사물이 놀라운 감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정현종 시인의 눈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다. 정현종 시인이 로르카의 시를 보며 감탄할 때마다 역으로 정현종 시인이 얼마나 감각적인 시인인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바로 이 부분이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로르카 시 여행』을 통해 보여 주는 풍요로운 공명의 지점이다.
삶의 열정을 샘솟게 하는 강력한 주술성의 시인
로르카의 작품에서 우리는 강렬한 정서적, 감각적 응축에서 터져 나오는 노래를 만난다. 그것을 스페인 예술의 특징으로 봐도 되겠지만 무엇보다 두엔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말은 두엔데라는 신비한 힘이 아니면 로르카의 시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엔데는 꼭 집어서 말할 수 없으나 항상 날것인 채 있으면서 예술 창조에 새로운 국면을 여는 힘이다. 요컨대 두엔데는 예술가의 영혼 속에서 그 작품이 완전한 것이 되도록 부추기면서 운명과도 같이 강력히 작용하는 신비의 힘이다. 그리고 로르카의 작품이 그러한 신비한 힘을 낳은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로르카의 시를 읽으면 뜨거운 것이 가슴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두엔데를 우리말로 옮길 수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번역이 가능하다면 단연코 가장 근사치에 있는 단어가 열정이 아닐까 싶다. 열정은 모든 것을 굴러가게 하는 뜨거운 원동력이다. 예술가에게도, 사랑하는 이에게도,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도 필요한 에너지이다. 로르카의 시는 낭만 없는 시대에 삶의 열정을 샘솟게 하는 강력한 주술이다
● 책머리에
로르카의 작품에서 우리는 강렬한 정서적, 감각적 응축에서 터져 나오는 노래를 만난다. 그는 한 산문에서 “어떤 시의 마술적 특질은 항상 두엔데에 사로잡혀 있는 데 있으며, 그걸 보는 사람은 누구나 검은 물로 세례를 받는다”라고 했는데, 그것이 스페인 예술의 특징이며 물론 자기의 시도 예외가 아니다. ‘두엔데’는 꼭 집어서 말할 수 없으나 내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자면, 땅의 일들로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순간순간 죽음과 더불어 사는 영혼에게 생기는 비상한 에너지에 다름 아니며, 그리하여 죽음의 냄새가 나고, 결코 길들지 않는 나머지 항상 날것인 채 있으면서 예술 창조에 새로운 국면을 여는 힘이다. 요컨대 두엔데는 예술가의 영혼 속에서 그 작품이 완전한 것이 되도록 부추기면서 운명과도 같이 강력히 작용하는 신비의 힘이다.
그리고 로르카의 작품이 그러한 신비한 힘이 낳은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2015년 팔월
정현종
치열한 고독과 명상 . 신비의 시인. 릴케
관능적이고 야성적인 자연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
리듬 . 음악 . 메아리의 시인. 로르카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시 여행!
한국현대시에 언어의 미학과 사유의 우주를 펼쳐 보인
정현종 시인의 릴케. 네루다. 로르카 시 육필 감상
한국현대시의 위대한 성취인 정현종 시인이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아 [정현종 문학 에디션]을 펴냈다. 정현종 시인은 십여 권의 시집을 펴낸 한국 현대시사에서 독보적이고 개성적인 시세계를 보여 주는 시인인 동시에 뛰어난 번역가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적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작품을 번역해 국내에 최초로 소개했으며. 특히 네루다 시의 번역본은 ‘파블로 네루다 메달’을 받을 정도로 원작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문학판]에서 출간하는 [정현종 문학 에디션](총 3종: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네루다 시 여행].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로르카 시 여행])은 네루다와 로르카의 시뿐만 아니라 그가 처음 번역한 릴케의 시까지 엮어 구성했다. 특히 정현종 시인의 번역으로 아름다운 명시를 읽는 즐거움은 물론. 정현종 시인이 육필로 쓴 감상까지 함께 음미할 수 있는데. 거장들의 시를 관통하며 한 자 한 자 눌러 쓴 육필 감상은 그가 온몸으로 시를 읽은 흔적이다. 그의 필체에서 느껴지는 시에 대한 고민과 사랑은 독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전해 주며. 이전에 만나지 못한 시의 세계로 안내한다.
릴케와 네루다. 로르카는 많은 문학가들이 사랑하고 연구하는 만큼 세계 시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그들의 시를 우리말로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들의 시뿐 아니라 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통찰한 사람의 번역본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50년 이상 시를 쓰며 시어를 조탁해 온 정현종 시인은 시 내면의 깊숙한 교감과 시 바깥의 무한한 자유로움. 시 고유의 섬세한 리듬을 아는 번역가이다. 그가 번역한 릴케. 네루다. 로르카의 시는 단순한 언어의 전환을 넘어선다. 시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편 한 편 깊숙이 들여다보고 온몸으로 느끼며 시의 정수를 꿰뚫어 우리말로 옮겼기에 그가 번역한 시에서는 원작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론에 가까운 시인만의 깊이 있는 해설과 감상을 쉽고 단정한 문장으로 붙여 이제까지 어렵게만 느꼈던 세 시인의 시를 독자가 보다 친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정현종 시인의 육성이 느껴지는 감상은 또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죽음. 이별. 덧없음. 존재 등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의미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시어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릴케. 관능적이고 야성적인 자연의 시인으로 생동하는 시 속에 초현실주의와 혁명과 사랑을 담아낸 네루다. 사물이 서로 울리는 공명을 이미지와 음향의 묘한 조화 속에서 원초적이고 신비로운 힘. 두엔데를 느낄 수 있는 로르카. 이제 이 세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전에는 없던 특별한 번역과 감상으로 만나볼 시간이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하는 만큼. 정현종 시인의 손끝에서 새로이 탄생한 릴케와 네루다와 로르카의 시가 어떤 감동을 안겨 줄지 기대해도 좋다. 또한 정현종 시인이 쓴 세 시인의 작품에 대한 감상은 정신적 여유와 가치를 잃어가는 시대에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엿보게 하고. 영혼의 닻 없이 표류하는 세대로 하여금 삶의 부표를 만나게 하며. 냉담해져가는 개인의 가슴속을 낭만과 열정으로 다시 뜨겁게 일으켜 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정현종
鄭玄宗
물질화된 사회 속에서 매몰되어 가는 인간의 순수한 영혼에 대해 노래하며, 아픈 사람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시인.
1939년 12월 17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3세 때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으로 이사 가서 청소년기를 이곳에서 보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과 음악/발레/철학 등에 심취하였다. 1959년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며, 재학 시절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에 발표한 시가 연세대 국문과 박두진 교수의 눈에 띄어 1984년 5월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았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 3월과 8월에 각각 「독무」와 「여름과 겨울의 노래」로 『현대문학』에서 3회 추천을 완료하고 문단에 등단하였다.
1966년에는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 등과 함께 동인지 『사계』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1970∼1973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로, 1975∼1977년에는 중앙일보 월간부에서 일하였으며, 1977년 신문사를 퇴직한 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부임해서 시 창작 강의를 하였다. 1982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2005년에 정년퇴임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오르고, 1972년 첫 시집 『사물의 꿈』을 출간한 이후 지금까지 쉬임없는 창작열과 언제나 자신의 시세계를 갱신하는 열정으로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였다. 초기의 시는 관념적인 특징을 지니면서 사물의 존재 의의를 그려내는 데 치중한 반면, 1980년대 이후로는 구체적인 생명 현상에 대한 공감을 다룬 시를 발표하였다. 2008년 내놓은 아홉 번째 시집 『광휘의 속삭임』 역시 사물의 바깥에서 사물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복잡한 의미의 얼개를 부여하는 대신, 사물들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시를 갈망하게 된 시인의 태도에, 사물의 있음 그 자체, 움직임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시적 화자의 자세에 저절로 주목하게 되는 작품집이다.
1990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외 6편의 시로 제3회 연암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2년 「한 꽃송이」로 제4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또 1995년 「내 어깨 위의 호랑이」로 제40회 현대문학상, 1996년 「세상의 나무들」로 제4회 대산문학상, 2001년 「견딜 수 없네」로 제1회 미당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사물의 꿈』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등의 시집과 『고통의 축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이슬』 등의 시선집을 상자했다. 그는 또한 독특한 시론과 탁월한 산문을 모은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숨과 꿈』 『생명의 황홀』 등을 펴냈으며, 시 번역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예이츠, 네루다, 로르카의 시선집을 번역 출간했다. 펼처보기
▣ 주요 목차
책머리에 10
봄 노래 14
나무들 24
야상곡 30
별들의 시간 38
속표지 44
열지 않은 노래 50
메멘토 56
어떤 영혼들은…… 64
여름의 마드리갈 70
그리고 그 뒤 80
특별한 박자를 가진 노래 88
사냥꾼 98
기수의 노래 104
작별 112
벙어리 소년 120
으뜸가는 욕망에 대한 소시(小詩) 128
메아리 138
작가연보 144
로르카 시의 신비로운 힘, 두엔데
코르도바.
멀고 외로운.
검은 조랑말, 큰 달,
그리고 내 안낭(鞍囊)에 올리브.
비록 나 길을 알아도
나는 코르도바에 가지 못하리.
평원 속으로, 바람 속으로,
검은 조랑말, 붉은 달.
죽음이 나를 보고 있네
코르도바의 탑들에서.
아! 멀기도 하여라!
아! 내 장한 조랑말!
아! 그 죽음이 나를 기다리리
내 코르도바에 가기 전에.
코르도바.
멀고 외로운.
- ?기수의 노래? 전문
로르카의 시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두엔데(duende)이다. 두엔데는 로르카가 스페인 고유의 신비로운 힘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위의 ?기수의 노래?는 정현종 시인이 로르카의 시 중에서 두엔데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으로 뽑은 대표적인 시이다. 음악, 문학, 춤, 미술 같은 예술은 물론, 그들에게 또 하나의 예술인 투우에서도 두엔데는 신비로운 힘을 불어 넣는다. 두엔데는 피 속에 녹아 있는 원초적인 힘이고 주술이며 시의 영감이다. 또한 천사와 뮤즈의 이미지와는 다른 어둠이며 검은 물, 즉 죽음의 세계이다. 정현종 시인은 두엔데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순간순간 죽음과 더불어 사는 영혼에게 생기는, 결코 길들지 않는 나머지 항상 날것인 채 있으면서 예술 창조에 새로운 국면을 여는 힘이며, 예술가의 영혼 속에서 운명과도 같이 강력히 작용”하는 신비한 힘이다. 로르카의 작품은 몇 편을 제외하면 모두 이 두엔데의 작용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새벽꽃이 벌써
자기를
열었다
(기억하는가
오후의 깊이를?)
달의 감송(甘松)이 내뿜는다
그 찬 냄새를
(기억하는가
팔월의 긴 눈짓을?)
-「메아리」전문
‘새벽’에 핀 ‘꽃’이 오후로 메아리쳐 ‘오후의 깊이’를 감지하게 하고, ‘달의 감송’이 ‘팔월의 긴 눈짓’에까지 미치는 메아리의 파동을 감지한 시인은 시간들과 공간들의 놀라운 공명과 연속성에 대해 깨닫는다. 메아리가 공명할 때 시간과 공간의 우주적 개화를 실현한다는 정현종 시인의 깨달음은 로르카의 시보다 더 시적이다. 모든 꽃은 바로 시간의 깊이에 다름 아니다. 메아리는 우리 안팎에 있는 사물 사이의 조응이며 화창이다. 로르카의 시에서 보듯이 여기와 저기, 이것과 저것 사이의 거리와 심연을 순식간에 뛰어넘는다. 또한 시간이 직선적으로 움직인다는 생각에 익숙한 우리의 시차를 뒤흔든다.
시를 목소리라고 믿은 로르카의 시는 주술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의 시에서 보이는 뛰어난 리듬은 가슴속을 진동시키기에 충분하며 그 진동 속에서 세계는 무한한 것이 되고 만물은 내통한다. 우리는 좋은 시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감각이 열리고 평범한 사물이 놀라운 감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정현종 시인의 눈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다. 정현종 시인이 로르카의 시를 보며 감탄할 때마다 역으로 정현종 시인이 얼마나 감각적인 시인인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바로 이 부분이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로르카 시 여행』을 통해 보여 주는 풍요로운 공명의 지점이다.
삶의 열정을 샘솟게 하는 강력한 주술성의 시인
로르카의 작품에서 우리는 강렬한 정서적, 감각적 응축에서 터져 나오는 노래를 만난다. 그것을 스페인 예술의 특징으로 봐도 되겠지만 무엇보다 두엔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말은 두엔데라는 신비한 힘이 아니면 로르카의 시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엔데는 꼭 집어서 말할 수 없으나 항상 날것인 채 있으면서 예술 창조에 새로운 국면을 여는 힘이다. 요컨대 두엔데는 예술가의 영혼 속에서 그 작품이 완전한 것이 되도록 부추기면서 운명과도 같이 강력히 작용하는 신비의 힘이다. 그리고 로르카의 작품이 그러한 신비한 힘을 낳은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로르카의 시를 읽으면 뜨거운 것이 가슴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두엔데를 우리말로 옮길 수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번역이 가능하다면 단연코 가장 근사치에 있는 단어가 열정이 아닐까 싶다. 열정은 모든 것을 굴러가게 하는 뜨거운 원동력이다. 예술가에게도, 사랑하는 이에게도,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도 필요한 에너지이다. 로르카의 시는 낭만 없는 시대에 삶의 열정을 샘솟게 하는 강력한 주술이다
● 책머리에
로르카의 작품에서 우리는 강렬한 정서적, 감각적 응축에서 터져 나오는 노래를 만난다. 그는 한 산문에서 “어떤 시의 마술적 특질은 항상 두엔데에 사로잡혀 있는 데 있으며, 그걸 보는 사람은 누구나 검은 물로 세례를 받는다”라고 했는데, 그것이 스페인 예술의 특징이며 물론 자기의 시도 예외가 아니다. ‘두엔데’는 꼭 집어서 말할 수 없으나 내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자면, 땅의 일들로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순간순간 죽음과 더불어 사는 영혼에게 생기는 비상한 에너지에 다름 아니며, 그리하여 죽음의 냄새가 나고, 결코 길들지 않는 나머지 항상 날것인 채 있으면서 예술 창조에 새로운 국면을 여는 힘이다. 요컨대 두엔데는 예술가의 영혼 속에서 그 작품이 완전한 것이 되도록 부추기면서 운명과도 같이 강력히 작용하는 신비의 힘이다.
그리고 로르카의 작품이 그러한 신비한 힘이 낳은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2015년 팔월
정현종
치열한 고독과 명상 . 신비의 시인. 릴케
관능적이고 야성적인 자연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
리듬 . 음악 . 메아리의 시인. 로르카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시 여행!
한국현대시에 언어의 미학과 사유의 우주를 펼쳐 보인
정현종 시인의 릴케. 네루다. 로르카 시 육필 감상
한국현대시의 위대한 성취인 정현종 시인이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아 [정현종 문학 에디션]을 펴냈다. 정현종 시인은 십여 권의 시집을 펴낸 한국 현대시사에서 독보적이고 개성적인 시세계를 보여 주는 시인인 동시에 뛰어난 번역가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적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작품을 번역해 국내에 최초로 소개했으며. 특히 네루다 시의 번역본은 ‘파블로 네루다 메달’을 받을 정도로 원작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문학판]에서 출간하는 [정현종 문학 에디션](총 3종: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네루다 시 여행].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로르카 시 여행])은 네루다와 로르카의 시뿐만 아니라 그가 처음 번역한 릴케의 시까지 엮어 구성했다. 특히 정현종 시인의 번역으로 아름다운 명시를 읽는 즐거움은 물론. 정현종 시인이 육필로 쓴 감상까지 함께 음미할 수 있는데. 거장들의 시를 관통하며 한 자 한 자 눌러 쓴 육필 감상은 그가 온몸으로 시를 읽은 흔적이다. 그의 필체에서 느껴지는 시에 대한 고민과 사랑은 독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전해 주며. 이전에 만나지 못한 시의 세계로 안내한다.
릴케와 네루다. 로르카는 많은 문학가들이 사랑하고 연구하는 만큼 세계 시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그들의 시를 우리말로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들의 시뿐 아니라 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통찰한 사람의 번역본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50년 이상 시를 쓰며 시어를 조탁해 온 정현종 시인은 시 내면의 깊숙한 교감과 시 바깥의 무한한 자유로움. 시 고유의 섬세한 리듬을 아는 번역가이다. 그가 번역한 릴케. 네루다. 로르카의 시는 단순한 언어의 전환을 넘어선다. 시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편 한 편 깊숙이 들여다보고 온몸으로 느끼며 시의 정수를 꿰뚫어 우리말로 옮겼기에 그가 번역한 시에서는 원작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론에 가까운 시인만의 깊이 있는 해설과 감상을 쉽고 단정한 문장으로 붙여 이제까지 어렵게만 느꼈던 세 시인의 시를 독자가 보다 친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정현종 시인의 육성이 느껴지는 감상은 또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죽음. 이별. 덧없음. 존재 등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의미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시어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릴케. 관능적이고 야성적인 자연의 시인으로 생동하는 시 속에 초현실주의와 혁명과 사랑을 담아낸 네루다. 사물이 서로 울리는 공명을 이미지와 음향의 묘한 조화 속에서 원초적이고 신비로운 힘. 두엔데를 느낄 수 있는 로르카. 이제 이 세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전에는 없던 특별한 번역과 감상으로 만나볼 시간이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하는 만큼. 정현종 시인의 손끝에서 새로이 탄생한 릴케와 네루다와 로르카의 시가 어떤 감동을 안겨 줄지 기대해도 좋다. 또한 정현종 시인이 쓴 세 시인의 작품에 대한 감상은 정신적 여유와 가치를 잃어가는 시대에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엿보게 하고. 영혼의 닻 없이 표류하는 세대로 하여금 삶의 부표를 만나게 하며. 냉담해져가는 개인의 가슴속을 낭만과 열정으로 다시 뜨겁게 일으켜 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정현종
鄭玄宗
물질화된 사회 속에서 매몰되어 가는 인간의 순수한 영혼에 대해 노래하며, 아픈 사람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시인.
1939년 12월 17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3세 때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으로 이사 가서 청소년기를 이곳에서 보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과 음악/발레/철학 등에 심취하였다. 1959년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며, 재학 시절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에 발표한 시가 연세대 국문과 박두진 교수의 눈에 띄어 1984년 5월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았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 3월과 8월에 각각 「독무」와 「여름과 겨울의 노래」로 『현대문학』에서 3회 추천을 완료하고 문단에 등단하였다.
1966년에는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 등과 함께 동인지 『사계』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1970∼1973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로, 1975∼1977년에는 중앙일보 월간부에서 일하였으며, 1977년 신문사를 퇴직한 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부임해서 시 창작 강의를 하였다. 1982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2005년에 정년퇴임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오르고, 1972년 첫 시집 『사물의 꿈』을 출간한 이후 지금까지 쉬임없는 창작열과 언제나 자신의 시세계를 갱신하는 열정으로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였다. 초기의 시는 관념적인 특징을 지니면서 사물의 존재 의의를 그려내는 데 치중한 반면, 1980년대 이후로는 구체적인 생명 현상에 대한 공감을 다룬 시를 발표하였다. 2008년 내놓은 아홉 번째 시집 『광휘의 속삭임』 역시 사물의 바깥에서 사물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복잡한 의미의 얼개를 부여하는 대신, 사물들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시를 갈망하게 된 시인의 태도에, 사물의 있음 그 자체, 움직임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시적 화자의 자세에 저절로 주목하게 되는 작품집이다.
1990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외 6편의 시로 제3회 연암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2년 「한 꽃송이」로 제4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또 1995년 「내 어깨 위의 호랑이」로 제40회 현대문학상, 1996년 「세상의 나무들」로 제4회 대산문학상, 2001년 「견딜 수 없네」로 제1회 미당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사물의 꿈』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등의 시집과 『고통의 축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이슬』 등의 시선집을 상자했다. 그는 또한 독특한 시론과 탁월한 산문을 모은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숨과 꿈』 『생명의 황홀』 등을 펴냈으며, 시 번역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예이츠, 네루다, 로르카의 시선집을 번역 출간했다. 펼처보기
▣ 주요 목차
책머리에 10
봄 노래 14
나무들 24
야상곡 30
별들의 시간 38
속표지 44
열지 않은 노래 50
메멘토 56
어떤 영혼들은…… 64
여름의 마드리갈 70
그리고 그 뒤 80
특별한 박자를 가진 노래 88
사냥꾼 98
기수의 노래 104
작별 112
벙어리 소년 120
으뜸가는 욕망에 대한 소시(小詩) 128
메아리 138
작가연보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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