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이토록 따뜻하고 이토록 괜찮은 가족!
아기가 되어 버린 두 할머니와 한집에서 사는 식구들.
기쁠 땐 남들처럼 크게 웃고 슬플 땐 남들보다 깊게 웃는,
편 여사네 식구들의 남다른 사랑법.
가족. 이렇듯 친근하면서도 지긋지긋한 단어가 또 있을까? 때로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뭉클하지만 때로는 생각만으로도 넌더리가 나는, 늘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벗어나고 싶은, 누구보다 가까우면서 누구보다도 먼 사람들. 가장 복잡한 감정들로 뒤엉킨 가장 단순한 관계. 이 책은 바로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글쓴이의 가족은 여섯 식구다. 친할머니(편 여사)와 외할머니, 엄마와 아빠, 그리고 글쓴이와 오빠. 할머니들은 둘 다 모두 중증의 치매를 앓고 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아주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이야기일 것 같다. 기억을 잃어 가는 치매 노인과 그걸 지켜보는 가족들 얘기라면 소설이나 에세이, 드라마 등을 통해 이미 충분히 봐 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책엔 좀 다른 구석이 있다. 가슴이 무너지고 눈물이 쏟아지는 최루성 사연들 대신, 그런 상황을 기꺼이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들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가족들의 태도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장난꾸러기 아빠, 차분하고 속 깊은 엄마, 그리고 쿨하디 쿨한 오누이. 이들에게 두 할머니는 눈물을 자아내는 치매 환자가 아니다. 단지 건망증이 좀 심하고 자기애가 강하고 까탈스러운 식구일 뿐이다.
매순간 아슬아슬하고 매일매일 황당한 제 가족의 일상을 글쓴이는 콩트 스타일의 짧은 글과 발랄한 그림들 속에 유쾌하게 풀어 놓는다. 가족이라는 ‘뻔한’ 주제와 치매라는 ‘흔한’ 소재를 버무려 더없이 웃기고 더없이 짠한 한 권의 책을 엮어 내면서, 글쓴이는 “바로 이게 진짜 가족”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구구절절한 설명 같은 건 어디에도 실려 있지 않지만 눈 밝은 독자라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이토록 괜찮은 가족으로 만들어 주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이 가족이 사는 법
식구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는 당신의 아들과 며느리를 번번이 부정한다. 덕분에 이 집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입씨름이 벌어진다. 하지만 아빠는 절대 슬픔이나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짐짓 억울한 얼굴로 “내가 오마니 아들 맞다니까!”를 되뇌는 아빠 옆에서, 글쓴이의 어투는 늘 쿨하고 간결하다.
아빠, 힘내세요. 친엄마 맞을 거야. 아빠랑 오마니랑 엄청 닮았어요. (‘아들 맞다니까’ 중)
할머니 : 너는 엄마 있어?
아빠 : …나, 엄마 없어.
할머니 : 아이구, 엄마가 일찍 죽었구나. 안됐네, 으이그.
아빠, 이제 포기한 거야? 안됐네, 으이그. (‘친아들 논란의 끝’ 중)
엄마의 처지 역시 다르지 않다. 며느리임을 내세우다가 번번이 퇴짜를 맞는 엄마가 안쓰럽기도 하련만, 글쓴이는 할머니의 얘기 중간에 끼어든 엄마에게 슬며시 타박을 준다.
할머니 : 내가 ‘아이고 우리 며느리 이쁘다’ 하면서 화장품을 사 주면 며느리가 나한테…
엄마 : 오마니, 나는 처음 듣는데? 나한테 화장품 사 주신 적도 없으시잖아.
할머니 : 너 말고! 우리 며느리.
전혀 당황하지도 않고 바로 쳐내시는 할머니. 역시 내공 최고!
거, 그냥 조용히 들읍시다. (‘무한반복’ 중)
그렇다한들 할머니들을 향한 제 부모의 속마음마저 모를까. 끊임없이 “집에 가자!”고 외치는 노모의 손을 잡고 하룻밤에도 몇 번씩 현관문을 나서는 아빠를 보며, 식사를 거부하는 할머니들을 위해 묵묵히 새로운 음식을 준비하는 엄마를 보며 글쓴이가 뭘 느낄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뇌를 자극하고 운동을 시켜드리려는 아빠의 ‘미션’ 때문에 아무 때나 벌컥벌컥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할머니를 보며, 글쓴이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 어떤 전문가가 운영하는 값비싼 프로그램도 우리 아빠가 할머니를 위해 만드신 이 방법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가슴 깊이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아무것도 없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주 사소한 것들을 모아 가장 특별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 집 실내 스포츠’ 중)
현실에 짓눌리지도,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하지도 않고 매순간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 그 앞에서 서로 공감하고 함께 웃어 주는 것, 그러면서 한편으론 서로의 속내를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지지해 주는 것! 바로 이게 이 가족의 남다른 사랑법이다.
안 괜찮아도 괜찮아, 가족이니까!
감정은 전염된다. 타인끼리도 그러한데 하물며 모든 상황들의 앞뒤 맥락을 공유하고 있는 가족들 사이에선 말할 것도 없다. 할머니를 향한 부모님들의 흔들림 없는 사랑과 정성은 글쓴이에게로 고스란히 옮아간 게 분명하다. 할머니들의 아기 같은 행동을 보며 까르르 웃다가 문득 문득 떠올리는 속 깊은 생각들을 보면.
저렇게 드시면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을 할머니를 떠올리니, 그리고 살금살금 초밥의 뚜껑만 벗겨 드셨을 그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귀여워서 자꾸만 웃음이 났다. 웃다 보니 눈물이 조금 났다. 그 눈물이 그래도 오늘은 뭘 좀 드셨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는지, 자식들 몰래 뭘 먹어야 하는 할머니가 안타까워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초밥의 변신은 무죄’ 중)
늘 보는 가족도 매번 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고 매일 먹는 음식도 항상 처음처럼 새롭다는 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모두가 외할머니처럼 세상을 느낀다면 늘 곁에 있는 이를 지겨워할 사람도, 당연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감사한 것들에 무관심할 사랑도, 매일 똑같은 하루에 권태를 느낄 사람도 없을 텐데. (‘별게 다 있네’ 중)
이렇듯 할머니들의 말과 행동을 뭔가 이유 있고 의미 있는 것으로 바라보며 그분들의 존재를 전면적으로 긍정하는 가족들이야말로 이 집을 떠받쳐 주는 굳건한 기둥일 것이다. 누군가의 말대로 “집이라는 건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일 테니까. 글쓴이의 이야기는 시집가는 날을 끝으로 막을 내리지만 이 가족에게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함께 집을 떠받칠 또 한 명의 가족이 생겼으니까 말이다.
글쓴이는 “할머니들이 놓아 버린 기억의 조각들이 아쉬워 조심스레 그것들을 주워다 차곡차곡 모았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모인 조각들은 블로그에 [편 여사 관찰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잔잔한, 그러나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그러니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어느 날 한꺼번에 호출된 기억이 아니고 사후에 적당히 윤색되거나 미화된 에피소드들도 아니다. 순간순간의 상황과 느낌들이 실시간으로 응축된 말 그대로의 ‘가족 일기’인 것이다.
가족의 붕괴라는 표현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 어떤 이는 ‘가족이라는 병’에 대해 말한다. 혹은, “가족이니까”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상처들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느냐고 말한다. 그건 물론 사실이겠지만 그것만이 진실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의 글쓴이는 말한다. 우린 어떤 상처든 모두 감싸줄 수 있다고. 이유는 똑같다. 가족이니까!
▣ 작가 소개
저자 : 김별
1985년부터 김성웅 최인실 부부의 딸로, 편광희 이삼순 여사의 손녀로 살고 있다. 확고한 가치관과 불같은 행동력을 지닌 부모님 덕분에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 외할머니와 한집에서 사는 특별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할머니들이 놓아 버린 기억의 조각들이 아쉬워, 조심스레 그것들을 주워다 차곡차곡 모았다. ‘할머니들이 다 잊어버려도 괜찮다. 이어달리기를 하듯, 이제 그 기억들을 내가 이어받아서 오래오래 잊지 않으면 된다’는 마음이다. 웃음도 눈물도 함께 나누는 가족이 있기에, 오늘 나의 기억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래서 더더욱 오늘 하루를 살아 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6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얼마 전 그만두고 지금은 집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지내고 있다. 오랫동안 꿈꿔 오던 작가의 길에 기어코 들어서고야 만 것을 보니 부모님의 확고함과 행동력이 어디 멀리 가지는 못한 게 분명하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을 썼고, 다양한 지면에 이런저런 글들을 실으며 내공을 쌓는 중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과 그림을 꾸준히 세상에 내놓다가 언젠가는 기가 막히게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이 책은 블로그에 몇 년간 연재했던 [편 여사 관찰일기]에 직접 그린 그림들을 보탠 것이다.
이토록 따뜻하고 이토록 괜찮은 가족!
아기가 되어 버린 두 할머니와 한집에서 사는 식구들.
기쁠 땐 남들처럼 크게 웃고 슬플 땐 남들보다 깊게 웃는,
편 여사네 식구들의 남다른 사랑법.
가족. 이렇듯 친근하면서도 지긋지긋한 단어가 또 있을까? 때로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뭉클하지만 때로는 생각만으로도 넌더리가 나는, 늘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벗어나고 싶은, 누구보다 가까우면서 누구보다도 먼 사람들. 가장 복잡한 감정들로 뒤엉킨 가장 단순한 관계. 이 책은 바로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글쓴이의 가족은 여섯 식구다. 친할머니(편 여사)와 외할머니, 엄마와 아빠, 그리고 글쓴이와 오빠. 할머니들은 둘 다 모두 중증의 치매를 앓고 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아주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이야기일 것 같다. 기억을 잃어 가는 치매 노인과 그걸 지켜보는 가족들 얘기라면 소설이나 에세이, 드라마 등을 통해 이미 충분히 봐 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책엔 좀 다른 구석이 있다. 가슴이 무너지고 눈물이 쏟아지는 최루성 사연들 대신, 그런 상황을 기꺼이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들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가족들의 태도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장난꾸러기 아빠, 차분하고 속 깊은 엄마, 그리고 쿨하디 쿨한 오누이. 이들에게 두 할머니는 눈물을 자아내는 치매 환자가 아니다. 단지 건망증이 좀 심하고 자기애가 강하고 까탈스러운 식구일 뿐이다.
매순간 아슬아슬하고 매일매일 황당한 제 가족의 일상을 글쓴이는 콩트 스타일의 짧은 글과 발랄한 그림들 속에 유쾌하게 풀어 놓는다. 가족이라는 ‘뻔한’ 주제와 치매라는 ‘흔한’ 소재를 버무려 더없이 웃기고 더없이 짠한 한 권의 책을 엮어 내면서, 글쓴이는 “바로 이게 진짜 가족”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구구절절한 설명 같은 건 어디에도 실려 있지 않지만 눈 밝은 독자라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이토록 괜찮은 가족으로 만들어 주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이 가족이 사는 법
식구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는 당신의 아들과 며느리를 번번이 부정한다. 덕분에 이 집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입씨름이 벌어진다. 하지만 아빠는 절대 슬픔이나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짐짓 억울한 얼굴로 “내가 오마니 아들 맞다니까!”를 되뇌는 아빠 옆에서, 글쓴이의 어투는 늘 쿨하고 간결하다.
아빠, 힘내세요. 친엄마 맞을 거야. 아빠랑 오마니랑 엄청 닮았어요. (‘아들 맞다니까’ 중)
할머니 : 너는 엄마 있어?
아빠 : …나, 엄마 없어.
할머니 : 아이구, 엄마가 일찍 죽었구나. 안됐네, 으이그.
아빠, 이제 포기한 거야? 안됐네, 으이그. (‘친아들 논란의 끝’ 중)
엄마의 처지 역시 다르지 않다. 며느리임을 내세우다가 번번이 퇴짜를 맞는 엄마가 안쓰럽기도 하련만, 글쓴이는 할머니의 얘기 중간에 끼어든 엄마에게 슬며시 타박을 준다.
할머니 : 내가 ‘아이고 우리 며느리 이쁘다’ 하면서 화장품을 사 주면 며느리가 나한테…
엄마 : 오마니, 나는 처음 듣는데? 나한테 화장품 사 주신 적도 없으시잖아.
할머니 : 너 말고! 우리 며느리.
전혀 당황하지도 않고 바로 쳐내시는 할머니. 역시 내공 최고!
거, 그냥 조용히 들읍시다. (‘무한반복’ 중)
그렇다한들 할머니들을 향한 제 부모의 속마음마저 모를까. 끊임없이 “집에 가자!”고 외치는 노모의 손을 잡고 하룻밤에도 몇 번씩 현관문을 나서는 아빠를 보며, 식사를 거부하는 할머니들을 위해 묵묵히 새로운 음식을 준비하는 엄마를 보며 글쓴이가 뭘 느낄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뇌를 자극하고 운동을 시켜드리려는 아빠의 ‘미션’ 때문에 아무 때나 벌컥벌컥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할머니를 보며, 글쓴이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 어떤 전문가가 운영하는 값비싼 프로그램도 우리 아빠가 할머니를 위해 만드신 이 방법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가슴 깊이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아무것도 없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주 사소한 것들을 모아 가장 특별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 집 실내 스포츠’ 중)
현실에 짓눌리지도,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하지도 않고 매순간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 그 앞에서 서로 공감하고 함께 웃어 주는 것, 그러면서 한편으론 서로의 속내를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지지해 주는 것! 바로 이게 이 가족의 남다른 사랑법이다.
안 괜찮아도 괜찮아, 가족이니까!
감정은 전염된다. 타인끼리도 그러한데 하물며 모든 상황들의 앞뒤 맥락을 공유하고 있는 가족들 사이에선 말할 것도 없다. 할머니를 향한 부모님들의 흔들림 없는 사랑과 정성은 글쓴이에게로 고스란히 옮아간 게 분명하다. 할머니들의 아기 같은 행동을 보며 까르르 웃다가 문득 문득 떠올리는 속 깊은 생각들을 보면.
저렇게 드시면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을 할머니를 떠올리니, 그리고 살금살금 초밥의 뚜껑만 벗겨 드셨을 그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귀여워서 자꾸만 웃음이 났다. 웃다 보니 눈물이 조금 났다. 그 눈물이 그래도 오늘은 뭘 좀 드셨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는지, 자식들 몰래 뭘 먹어야 하는 할머니가 안타까워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초밥의 변신은 무죄’ 중)
늘 보는 가족도 매번 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고 매일 먹는 음식도 항상 처음처럼 새롭다는 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모두가 외할머니처럼 세상을 느낀다면 늘 곁에 있는 이를 지겨워할 사람도, 당연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감사한 것들에 무관심할 사랑도, 매일 똑같은 하루에 권태를 느낄 사람도 없을 텐데. (‘별게 다 있네’ 중)
이렇듯 할머니들의 말과 행동을 뭔가 이유 있고 의미 있는 것으로 바라보며 그분들의 존재를 전면적으로 긍정하는 가족들이야말로 이 집을 떠받쳐 주는 굳건한 기둥일 것이다. 누군가의 말대로 “집이라는 건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일 테니까. 글쓴이의 이야기는 시집가는 날을 끝으로 막을 내리지만 이 가족에게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함께 집을 떠받칠 또 한 명의 가족이 생겼으니까 말이다.
글쓴이는 “할머니들이 놓아 버린 기억의 조각들이 아쉬워 조심스레 그것들을 주워다 차곡차곡 모았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모인 조각들은 블로그에 [편 여사 관찰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잔잔한, 그러나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그러니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어느 날 한꺼번에 호출된 기억이 아니고 사후에 적당히 윤색되거나 미화된 에피소드들도 아니다. 순간순간의 상황과 느낌들이 실시간으로 응축된 말 그대로의 ‘가족 일기’인 것이다.
가족의 붕괴라는 표현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 어떤 이는 ‘가족이라는 병’에 대해 말한다. 혹은, “가족이니까”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상처들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느냐고 말한다. 그건 물론 사실이겠지만 그것만이 진실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의 글쓴이는 말한다. 우린 어떤 상처든 모두 감싸줄 수 있다고. 이유는 똑같다. 가족이니까!
▣ 작가 소개
저자 : 김별
1985년부터 김성웅 최인실 부부의 딸로, 편광희 이삼순 여사의 손녀로 살고 있다. 확고한 가치관과 불같은 행동력을 지닌 부모님 덕분에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 외할머니와 한집에서 사는 특별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할머니들이 놓아 버린 기억의 조각들이 아쉬워, 조심스레 그것들을 주워다 차곡차곡 모았다. ‘할머니들이 다 잊어버려도 괜찮다. 이어달리기를 하듯, 이제 그 기억들을 내가 이어받아서 오래오래 잊지 않으면 된다’는 마음이다. 웃음도 눈물도 함께 나누는 가족이 있기에, 오늘 나의 기억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래서 더더욱 오늘 하루를 살아 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6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얼마 전 그만두고 지금은 집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지내고 있다. 오랫동안 꿈꿔 오던 작가의 길에 기어코 들어서고야 만 것을 보니 부모님의 확고함과 행동력이 어디 멀리 가지는 못한 게 분명하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을 썼고, 다양한 지면에 이런저런 글들을 실으며 내공을 쌓는 중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과 그림을 꾸준히 세상에 내놓다가 언젠가는 기가 막히게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이 책은 블로그에 몇 년간 연재했던 [편 여사 관찰일기]에 직접 그린 그림들을 보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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