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국가의 죄는 법적으로 청산 가능한 것인가?
우리가 과거 청산을 위한 독일의 태도와 노력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그들이 특정 시대의 체제가 저지른 죄를 독일인 전체의 죄로 인정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즉 법치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배상하고 속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노력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법적으로 국가 또는 체제의 죄, 즉 ‘집단죄’가 성립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는 죄는 한 개인에 대해서, 그가 직접 저지른 죄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범죄가 이루어질 당시에 그 행위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다는 법의 기본 개념과는 대치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과거’에 저지른 죄를 지금 어떻게 법적으로 청산할 수 있다는 것인가.
《과거의 죄》는 법학자로서 슐링크가 이러한 난제의 해결을 위해 20여 년간 고민한 기록이다. 먼저 그는 고대 게르만법에서 찾을 수 있는 집단적 책임, 배상의무, 속죄라는 개념을 법의 현실 적용에서, 독일인의 죄책감 속에서 다시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한 그 자신의, 그리고 자기 세대의 노력들과 실패, 과제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슐링크가 말하는 ‘과거의 죄’는 나치 전범 처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치의 만행에 동참하거나 방조한 사람들뿐 아니라, 반대하지 않음으로써 죄에 연루된 사람들, 그리고 그 자손들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더없이 존경하는 나의 아버지가 나의 스승이 나치의 만행과 무관하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의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다음 세대의 고민이 《과거의 죄》 속에도 녹아들어 있다. 슐링크 자신이 포함된 전후 세대들은 끊임없이 이 주제를 제기하고 부모 세대와 논쟁하고 그들과 관계 끊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본인의 고백대로 그 결과는 보잘것없었고 이제 그들은 이 문제의 다른 차원, 자신의 다음 세대에게 이 주제를 어떻게 전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제3제국 당시 법적 성인으로서 직?간접적으로 나치 과거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독일인이 모두 사망하고 나면 독일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는가?
2025년이 되면 1945년 이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살아 있는 독일인은 없다. 몇몇 정치인들이 기뻐하며 내세우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슐링크는 다시 문제를 제기한다. 직접 범죄 행위에 참여하지는 않았어도 제3제국과 홀로코스트의 과거가 또 하나의 현재였던 자신들과는 달리 다음 세대에게 이들 사건은 지나간 과거이다. 그들에게는 법적 책임을 질 이유도 관계 끊기를 해야 할 범죄자 부모도 없다. 하지만 이들 역시 죄책감을 느끼며 정체성을 흔들어놓는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그리고 놀랍게도 피해자의 손자 세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제3제국과 홀로코스트가 1회성 과거에 그치지 않고 모두의 역사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슐링크의 문제 제기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자신들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의 다음 세대에게 일제 강점기가 남긴 과거 청산의 문제를 어떻게 제기할 것인가, 전범들 그리고 피해자들의 사망에 따른 법적 시효 문제나 도덕적 피해 보상이 아닌 법적 배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 한 가지 우리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부분은 독일인들에게 또 하나의 과제였던 구동독 공산체제의 과거 청산 문제이다. 동독을 흡수 통일한 서독은 구동독의 범죄, 예를 들어 동독 국가보안부(슈타지)가 저지른 사생활 침해 및 반체제 인사 탄압 등을 어떻게 법적으로 해결했고 또 어떤 과제들을 안고 있는가. 이러한 문제들은 장차 유사한 사안을 고민하게 될지도 모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추천의 글
이 책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지는 힘에 대한 매우 우아한 일깨움이다. _타임스
기존의 법학적 담론의 틀에서 벗어나, 정치와 법의 다양한 상관관계 속에서 나치, 구동독 시대 범죄의 법적 도덕적 책임을 명확한 언어로 풀어낸 작품. _디 차이트
‘양식’ 있는 지식인의 명작, 범죄와 책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들의 상관관계를 세밀하고 명확하게 다루고 있다. _디 벨트
어떤 작가도 슐링크만큼 개인과 정치적 세계의 투쟁을 세밀하고 시적으로 다루어내지 못할 것이다. _헤럴드
슐링크의 사려 깊은 목소리가 곳곳에 스며 있다. _가디언
▣ 작가 소개
저 : 베른하르트 슐링크
법대 교수이자 판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1944년 7월 6일 독일 빌레펠트에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와 만하임에서 자랐다. 하이델베르크와 베를린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1975년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관공서 간의 공무 협조에 관해 쓴 교수 자격 논문이 통과되었고, 본 대학과 프랑크푸르트 대학을 거쳐 1992년부터 베를린 훔볼트 대학 법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8년 정년퇴임했다. 1993년 뉴욕 예시바 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1988년부터 2006년까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헌법재판소 판사를 겸임했다.
법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87년 추리소설 《젤프의 법》을 발표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이후 《고르디우스의 매듭》(1988)과 《젤프의 살인》(2001)으로 독일 추리문학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대표작이자 영화 [더 리더]의 원작으로 잘 알려진 《책 읽어주는 남자》(1995)는 출간 즉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독일 문학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독일의 한스 팔라다 상과 디 벨트 문학상, 이탈리아의 그린차네 카부르 상, 프랑스의 로르 바타이옹 상, 일본의 마이니치신문 특별문화상,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부케 상 등 각국의 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그 문학적 성취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48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여러 대학의 독일 문학과 홀로코스트 문학 과정에 커리큘럼으로 포함되어 있다. 2001년에는 그 문화적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다른 작품으로 장편 《귀향》(2006), 《주말》(2008)이 있고, 단편집 《사랑의 도피》(2000), 《여름 거짓말》(2010)이 있다. 현재 베를린과 뉴욕을 오가며 영화 시나리오와 차기 소설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역자 : 권상희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언어학, 독문학, 역사학을 전공하고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정부의 박사과정과 포닥 장학금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강의도 했다. 국회에서 독일어권 정책·법률 자료 조사와 번역 전문가로 활동하고, 내일신문 외부 필진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15년에 로베르트 보쉬 재단과 베를린 문학 콜로키움에서 주최하는 세계 번역가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초청을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독일에서 출간된 에세이집 《왜 우리는 이곳에 있는가Warum wir hier sind》(2007)에 [두 문화 사이에서Zwischen zwei Kulturen]를 기고했고, 옮긴 책으로 《타인의 삶》(2011)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1장 집단죄?
2장 법치국가와 혁명적 정의
3장 참을 수 없는 과거?
4장 법에 의한 과거 청산
5장 과거의 현존
6장 국법학의 무능을 애도해야 하는가?
7장 1970년 여름, 작은 과거의 작은 청산
8장 용서와 화해
역자 후기
국가의 죄는 법적으로 청산 가능한 것인가?
우리가 과거 청산을 위한 독일의 태도와 노력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그들이 특정 시대의 체제가 저지른 죄를 독일인 전체의 죄로 인정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즉 법치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배상하고 속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노력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법적으로 국가 또는 체제의 죄, 즉 ‘집단죄’가 성립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는 죄는 한 개인에 대해서, 그가 직접 저지른 죄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범죄가 이루어질 당시에 그 행위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다는 법의 기본 개념과는 대치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과거’에 저지른 죄를 지금 어떻게 법적으로 청산할 수 있다는 것인가.
《과거의 죄》는 법학자로서 슐링크가 이러한 난제의 해결을 위해 20여 년간 고민한 기록이다. 먼저 그는 고대 게르만법에서 찾을 수 있는 집단적 책임, 배상의무, 속죄라는 개념을 법의 현실 적용에서, 독일인의 죄책감 속에서 다시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한 그 자신의, 그리고 자기 세대의 노력들과 실패, 과제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슐링크가 말하는 ‘과거의 죄’는 나치 전범 처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치의 만행에 동참하거나 방조한 사람들뿐 아니라, 반대하지 않음으로써 죄에 연루된 사람들, 그리고 그 자손들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더없이 존경하는 나의 아버지가 나의 스승이 나치의 만행과 무관하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의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다음 세대의 고민이 《과거의 죄》 속에도 녹아들어 있다. 슐링크 자신이 포함된 전후 세대들은 끊임없이 이 주제를 제기하고 부모 세대와 논쟁하고 그들과 관계 끊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본인의 고백대로 그 결과는 보잘것없었고 이제 그들은 이 문제의 다른 차원, 자신의 다음 세대에게 이 주제를 어떻게 전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제3제국 당시 법적 성인으로서 직?간접적으로 나치 과거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독일인이 모두 사망하고 나면 독일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는가?
2025년이 되면 1945년 이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살아 있는 독일인은 없다. 몇몇 정치인들이 기뻐하며 내세우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슐링크는 다시 문제를 제기한다. 직접 범죄 행위에 참여하지는 않았어도 제3제국과 홀로코스트의 과거가 또 하나의 현재였던 자신들과는 달리 다음 세대에게 이들 사건은 지나간 과거이다. 그들에게는 법적 책임을 질 이유도 관계 끊기를 해야 할 범죄자 부모도 없다. 하지만 이들 역시 죄책감을 느끼며 정체성을 흔들어놓는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그리고 놀랍게도 피해자의 손자 세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제3제국과 홀로코스트가 1회성 과거에 그치지 않고 모두의 역사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슐링크의 문제 제기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자신들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의 다음 세대에게 일제 강점기가 남긴 과거 청산의 문제를 어떻게 제기할 것인가, 전범들 그리고 피해자들의 사망에 따른 법적 시효 문제나 도덕적 피해 보상이 아닌 법적 배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 한 가지 우리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부분은 독일인들에게 또 하나의 과제였던 구동독 공산체제의 과거 청산 문제이다. 동독을 흡수 통일한 서독은 구동독의 범죄, 예를 들어 동독 국가보안부(슈타지)가 저지른 사생활 침해 및 반체제 인사 탄압 등을 어떻게 법적으로 해결했고 또 어떤 과제들을 안고 있는가. 이러한 문제들은 장차 유사한 사안을 고민하게 될지도 모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추천의 글
이 책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지는 힘에 대한 매우 우아한 일깨움이다. _타임스
기존의 법학적 담론의 틀에서 벗어나, 정치와 법의 다양한 상관관계 속에서 나치, 구동독 시대 범죄의 법적 도덕적 책임을 명확한 언어로 풀어낸 작품. _디 차이트
‘양식’ 있는 지식인의 명작, 범죄와 책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들의 상관관계를 세밀하고 명확하게 다루고 있다. _디 벨트
어떤 작가도 슐링크만큼 개인과 정치적 세계의 투쟁을 세밀하고 시적으로 다루어내지 못할 것이다. _헤럴드
슐링크의 사려 깊은 목소리가 곳곳에 스며 있다. _가디언
▣ 작가 소개
저 : 베른하르트 슐링크
법대 교수이자 판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1944년 7월 6일 독일 빌레펠트에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와 만하임에서 자랐다. 하이델베르크와 베를린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1975년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관공서 간의 공무 협조에 관해 쓴 교수 자격 논문이 통과되었고, 본 대학과 프랑크푸르트 대학을 거쳐 1992년부터 베를린 훔볼트 대학 법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8년 정년퇴임했다. 1993년 뉴욕 예시바 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1988년부터 2006년까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헌법재판소 판사를 겸임했다.
법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87년 추리소설 《젤프의 법》을 발표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이후 《고르디우스의 매듭》(1988)과 《젤프의 살인》(2001)으로 독일 추리문학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대표작이자 영화 [더 리더]의 원작으로 잘 알려진 《책 읽어주는 남자》(1995)는 출간 즉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독일 문학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독일의 한스 팔라다 상과 디 벨트 문학상, 이탈리아의 그린차네 카부르 상, 프랑스의 로르 바타이옹 상, 일본의 마이니치신문 특별문화상,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부케 상 등 각국의 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그 문학적 성취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48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여러 대학의 독일 문학과 홀로코스트 문학 과정에 커리큘럼으로 포함되어 있다. 2001년에는 그 문화적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다른 작품으로 장편 《귀향》(2006), 《주말》(2008)이 있고, 단편집 《사랑의 도피》(2000), 《여름 거짓말》(2010)이 있다. 현재 베를린과 뉴욕을 오가며 영화 시나리오와 차기 소설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역자 : 권상희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언어학, 독문학, 역사학을 전공하고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정부의 박사과정과 포닥 장학금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강의도 했다. 국회에서 독일어권 정책·법률 자료 조사와 번역 전문가로 활동하고, 내일신문 외부 필진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15년에 로베르트 보쉬 재단과 베를린 문학 콜로키움에서 주최하는 세계 번역가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초청을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독일에서 출간된 에세이집 《왜 우리는 이곳에 있는가Warum wir hier sind》(2007)에 [두 문화 사이에서Zwischen zwei Kulturen]를 기고했고, 옮긴 책으로 《타인의 삶》(2011)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1장 집단죄?
2장 법치국가와 혁명적 정의
3장 참을 수 없는 과거?
4장 법에 의한 과거 청산
5장 과거의 현존
6장 국법학의 무능을 애도해야 하는가?
7장 1970년 여름, 작은 과거의 작은 청산
8장 용서와 화해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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